보고 끄적 끄적...2013. 7. 8. 08:33

<두 도시 이야기>

일시 : 2013.06.18. ~ 2013.08.11.

장소 : 샤롯데씨어터

원작 : 찰스 디킨스

대본, 작사, 작곡 : 질 산토리엘로

연출 : 제임스 바버

음악감독 : 강수진

출연 : 류정한, 윤형렬, 서범석 (시드니 칼튼)

        카이, 최수형 (찰스 다네이) / 최현주, 임혜영 (루시 마네뜨)

        신영숙, 백민정 (마담 드파르지) / 김도형, 김봉환 (마네뜨박사)

        임현수, 배준성, 김대종, 박송권, 김덕환, 전국향 외

제작 : (주)비오엠코리아, 롯데엔터테인먼트

 

뮤지컬 배우 류정한!

그는 아무래도 흐르는 류(流)의 배우가 되려는 모양이다.

안되겠다.

남루한 글솜씨일망정 류의 흐름(流)을 어떻게든 기록하고 싶다.

그의 흐름에 완전히 말려 들어가 정신을 잃기 전에!

 

고대 그리스에선,

무대 위에 서있는 배우를 "히포크리테스(hypokrites)"라고 불렀다.

그 단어 안에는 "응답하는 자(one who answers)"라는 의미가 숨어있다.

무대 위에서,

작품속 인물에 스스로 응답하는 자,

그럼으로써 자신을 바라보는 관객들의 욕망에 일일히 응답하는 자.

그게 무대를 책임지는 배우의 엄중한 의무이며 책무다.

그래서 소위 끼를 부리는 가벼움이 아닌, 근거있는 순발력과 투명도를 가져야만 한다.

왜냐하면 배우란,

자신의 몸을 도구화시켜 작품 속 그 인물을 정교하게 이끌어내야하는 일종의 천형의 업이기 때문에!

그래서 뮤지컬 배우가 빠질 수 있는 함정도 여기에 있다.

자칫 소리(노래)를 몸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

이렇게 죽이게 노래를 잘하니까 몸(액팅)의 어색함 정도는 눈감아 주리라는 어설픈 믿음.

그러나, 뮤지컬 배우가 뮤지컬 자체가 아니듯 소리(노래) 자체도 아니다.

소리는 단지 표현의 일부다.

그 전에 그들은 무대를 책임지는 배우다!

뮤지컬 배우의 표현력과 집중력은 단지 소리에만 있지 않다.

소리에만 집중하는 배우는 그래서 무대 위에 바칠 수 있는 것도 소리 하나뿐이다.

배우는,

들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보여주는 사람이다.

배우의 도구는 언어가 아니라 철저하게 몸이다.

때로는 손끝 하나로도, 목소리의 떨림 하나로도, 눈의 움직임 하나로도 화산같은 감정을 폭발시키고

이곳을 저곳으로 뒤집어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배우의 모습을 목격할 때,

관객은 근거있는 믿음과 무한한 신뢰를 보낸다.

그런 의미에서 류정한의 시드니 칼튼은

서로 완벽하게 소통하고 이해하고 호흡하는 믿음과 신뢰, 그 자체였다.

개인적으로 시드니 칼튼이란 인물을 표현하는 핵심은 "절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절제 속에는 격정과 안식을, 정열과 평화를 동시에 공존시켜야 한다.

(어렵고, 어렵고, 또 어려운 인물이다)

배우 류정한은 이 작품에서 섬세함과 디테일의 끝을 보여준다.

술에 찌든 몽롱한 모습, 흐트러진 걸음걸이와 말투.

일부러 시계를 꺼내 보이는 치밀함과 장면마다 상대 배우를 향하던 눈빛, 표정들,

그리고 그 작은 손끝과 발걸음 하나까지...

이건 계산과 연습을 통해 보여질 수 있는 게 결코 아니다.

그는, 그대로 시드니 칼튼이 되버렸다.

도대체 어쩌려고!

 

류정한이 무대에서 보여준 시드니 칼튼!

그에게선 냄새가 난다.

그것도 아주 짙은 냄새.

그건 이곳을 떠나 먼 곳으로 가려는 사람에게서 맡아지는 그런 냄새다.

그 냄새는 1막에서는 차가운 슬픔으로,

2막에는 뜨거운 슬픔으로 가시화된다

그 극도의 온도차를 감당해야 하는 건 객석에서 보는 관객에게조차도 힘겨운 일이다.

(그렇다면, 그걸 몸으로 감내해야만 하는 그는?)

급기야 마지막 장면에서 나는 목격해버렸다.

오래 견뎌온 사람의 마지막 선택을!

그리고 더 오래, 언제까지든 견뎌나갈 사람의 얼굴을...

류정한 배우의 치열함과 절실함은

시드니 칼튼이라는 인물의 죽음 이후, 그 침묵을 생각케했다.

사실 나는 내가 좀 비정한 사람이길 바랬다.

이 모든 감정들을 감당하는게 너무 힘겨워서.

(고작 보고만 있었으면서...)

완전 연소한 사랑은.

어떠한 후회도, 미련도 없단다.

그걸 류정한 시드니 칼튼이 내게 보여줬다.

진지함과 장난스러움, 따스함과 슬픔이 뒤섞인 눈으로 그의 시드니가 말한다.

"나는 내가 했던 그 어떤 일보다 가치있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난 내가 알던 어떤 휴식처보다 더 평온한 곳으로 가려고 합니다!"

그래, 이제 시드니 칼튼을.

그곳으로 기꺼이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그를 믿기 때문에!

짧은 한순간 그의 고통은 사라질 것임을.

그의 바람처럼 나 역시도 견딜 수 있을만큼만 아파할 거라른 걸,

시드니의 정직하고 순수한 선택처럼

완벽히 믿는다.

(그래도 된다면, 우리 모두의 목숨을 걸고 믿는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를 보면서

나는 자꾸 영화 <Love affair>가 떠올랐다.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류시드니에게서 <Love affair>의 테리가 보였다.

(공교롭게도 테리를 연기한 아네트 베닝은 류정한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배우이기도 하다)

영화의 한 장면과 이 작품의 "I can't recall"은 아주 절묘하게 닮아있다.

아네트 베닝이 워렌 비티의 이모로 나왔던 캐서린 햅번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허밍하는 장면.

이 장면에서 엔리오 모리꼬네의 음악 "love affair"는 정말 소름이 돋을 만큼 아름다웠다.

그것도 아주 정교하고 섬세하게...

그 장면은 그 자체가 심장을 향해 직접 박히는 장면이었다.

그걸 보면서 나는 테리에게 여기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세계가 이제 막 시작됐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건 "I can't recall"에서 시드니에게 열리는 세계와 정확히 일치한다.

그 세계는,

 별들이 부러워할 세계고,

도무지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세계고,

술 한 잔을 권하는 세계다.

다 잊어도 결코 잊혀지지 않는 세계.

인생에 끼어드는 가장 큰 위험(risk) 은 바로 "사랑"이란다.

그렇다면 그 위험을 어떻게든 피해야 할까?

<두 도시 이야기>와 <Love affair>는 그 질문에 명료하고 분명하게 대답한다.

Take a chance!

운명을 걸어 보겠보겠노라고.

 

재미있는 건,

난 운명을 거는 사랑도, 너무 큰 사랑도 개인적으로 믿지 않는다.

그런데!

사실은 그런 사랑이 있노라고 <두 도시 이야기>는 자꾸 나를 설득시킨다.

배우 류정한의 흐름(流)이 나를 그곳으로 흐르게 했다.

어쩌자고...

솔직히 당혹스럽다.

적어도 이건 내게 있어 확실한 비극이자 희극이다.

그런데 이미 휩쓸려버렸다.

류의 흐름 속에...

이제 나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

 

Take a chance?

Maybe...!!

 

 

널 위해 눈물을 흘리는 건
아주 쉬운일이지만
날 위해 애써 웃으려고 하는 건
가슴에 못을 박는 아픔과도 같아

널 위해 다른 사람에게
너를 보내 줄수는 있지만
날 위해 니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내 맘속에 들어오게 하는 건 불가능해

널 위해 언제까지나
너를 기다리며 살아갈 수는 있지만
날 위해 너와의 모든걸
이쯤에서 묻어버리기엔
너에 대한 내 사랑이 너무 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2. 16. 06:26

"무대가 좋다" 여섯번째 작품 <대머리여가수>
존개감있는 배우 안석환이 각색, 연출, 출연하는 작품이다다.
그리고 부조리극이라는 참 부조리한 말을 달고 있는 연극이기도 하고...
원래 뮤지컬 <미션>을 예매했던 날이었는데
초등학교 학예회 수준이라는 둥, 관객모독이라는 둥, 소비자보호원에 신고를 하겠다는 등
열화와 같은 폭풍평가에 감동해서 과감하게 취소하고 선택한 작품이다.
그나저나 <미션>은 어쩔라나 모르겠다.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한차례 공연을 연기까기 해놓고
어쩌자고 이 지경을 만들었는지...
지금 암암리에 덤핑처리되고 있는 것 같다.
참 세종문화회관을 대관해서 이 무슨 행팬지....
엔리오 모리꼬네는 늙그막에 참 국제적으로 귀가 가려우시겠다. 더불어 그 아드님께서도...
"nella fantasia"하나로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 건 정말 fantasia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좀 거하긴 하지만 "경고관람주의보"를 그대로 숙지하고(?) 공연을 관람하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cult적이고 산만하다는 느낌이 들수도 있겠지만
서로 자기 이야기에 열을 올리는,
함께 있지만 낯선 타인같은 딱 요즘 세태같은 연극이다.
개인적으로는 부조리극이라는 표현보다는 풍자극이라고 표현이 더 맞을 듯...
그리고 참고적으로 제목과 작품의 상관관계는 전혀 없다.
제목부터 철저하게 관객을 배반하고 등친다.
(표현이 좀 죄송하지만... 나쁜 의미는 아니므로...)
반짝빤짝한 민머리를 자랑하면서 노래 부르는 여가수를 만날 일은 전혀 없다는 뜻 ^^



무슨 이유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좌우지간 마씨 부부가 서씨 부부 집에 찾아오고
나중에 소방관 아저씨, 가사 도우미까지 거실 안에 모이게 된다.
서씨, 마씨 부부들 사이에 별 특별한 내용이 담긴 대화가 오고가는 건 아니다.
심지어 부부들 끼리도 그렇다.
불친절하게 종결어미를 톡톡 짤라먹는 몹시 섹시한 의상을 입으신 도우미 언니!
그리고 정신질환자처럼 횡설수설을 연발한는 국가공무원 소방수.
글쎄... 뭐랄까?
이게 다 뭐하는 짓이냐며 노려보면서 뭔가 의미를 꼭 찾겠다 작정하고 보는 사람은
황당한 시츄에이션에 기분이 상할 수도 있겠다.
(누가 뭐라든 상관하지 않게 제 길만 가는 현대인의 모습, 딱 그대로다.)
그냥 머리와 가슴을 그대로 놓고
보이는 그대로 보고, 웃기면 웃으면 되는 그런 작품!
개인적으로는 배우들의 표정을 읽는게 참 재미있었다.
그것도 상대편에게 포커스가 맞춰졌을 때 반대편 배우들이 짓는 살짝 장난기 담긴 표정들.
일반적으로 뮤지컬이든 연극이든 공연중에 사진 촬영 하는 걸 금지하는데
이 작품은 사진을 찍어도 상관없고 배우들도 찍으라고 친절히 포즈도 잡아준다.
심지어 핸드폰도 끄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전화오면 그냥 받으란다.
(실제로 받더라. 그리고 정말 전화를 받더라도 극에 아무 방해가 되지 않는다)
재미있지 않나?
이런 파격에 가까운 모습들이!



마임이스트 고재근의 제자들 3명(정한별, 조윤경, 윤대열)이 마임과 랩을 부르고
한글의 아름다운 모습을 패션에 접목시킨 그 유명한 디자이너 이상봉이 의상을 담당했다.
미술은 임옥상.
스탭진이 화려해서 무대나 의상이 궁금했었는데
솔직히 눈에 확 띄는 건 별로 없었다.
심플하고 재미있는 무대였고 의상이었다고만 해두자.
"겨울공주 평강이야기"의 온달 진선규를 오랫만에 무대 위에서 만나서 반가웠다.
이(爾)의 장생, 이승훈도...
자꾸 영화 <복면달호>의 트롯트 아저씨 모습이 보여서 혼자 웃었다.
(그 환상적인 2:8 포마드 바른 가르마... 근데 이 사람이 그 사람이었다는 걸 사람들이 알까?)
연극이 모두 끝나고 열심히 공놀이(?) 하는 배우들의 모습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정말정말 초등생처럼 열심히 던지더라...

호불호가 분명히 갈리는 작품이긴한데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선 좋은 호응을 얻기가 험난하지 않을까 싶다.
"무대가 좋다" 시리즈 중에서 안타깝게도 가장 관객이 없다.
유명 연예인을 캐스팅한 것도 아니고
(이 작품을 하겠다고 나서는 연예인이 과연 있을지도 의문이다)
2차 티켓예매가 시작됐는데 할인율이 무려 50%를 넘기고 있다.
상당히 공을 들인 작품같은데
조금 걱정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뭐, 어쨌든 개인의 취향이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09. 4. 17. 23:11




"Nella Fantasia"
<베토벤 바이러스>의 김명민 덕에 유명세를 제대로 탄 곡
(그 때 난 참 행복했다. 이 노래를 사람들이 정말 많이 알게 되서...)
"환상 속으로...."
힘들고 지칠 때면 항상 찾게 되는 2곡 중 한 곡.
(다른 한 곡은, You raise me up!)
특히 임태경의 연주로 듣는 Nella Fantasia는 평온함마저 가져다준다.
영화 <미션>의 가브리엘 신부의 테마.
엔리오 모리꼬네의 보석같은 곡
곡이 시작되는 그 첫 느낌부터 가슴이 설레게 되는 묘한 신비로움.

그리고,
크로스오버 테너 임태경의 연주.
정말로 나를 "nella fantasia" 에 있게 만드는 목소리.
개인적으로 그의 이 목소리를 눈 앞에서 다시 느끼게 되길 기대한다.
무대에서 뮤지컬 배우로 서는 그의 모습보다
경건함마저 느껴지는 그의 연주를 더 사랑하기에...
최고의 악기는
사람의 목소리임을 그가 내게 보여줬었기에...
그의 연주를
아직,
그리고 내내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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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lla Fantasia (환상속으로 : <미션> 중 Gabriel's Oboe )



Nella fantasia io vedo un mondo giusto
Lo tutti vivono in pace e in onesta
Io sogno d"anime che sono sempre lobere
Come le nuvole che volano
Pien" d"umanita in fondo l"anima

Nella fantasia io vedo un mondo chiaro
Li anche la notte e meno oscura
Io sogno d"anime che sono sempre lobere
Come le nuvole che volano

Nella fantasia esiste un vento caldo
Che soffia sulle citta, come amico
Io sogno d"anime che sono sempre libere
Come le nuvole che volano
Pien" d"umanita in fondo l"anima


환상 속에서 나는 바른 세상을 봅니다.
모두들 평화롭고 정직하게 사는 세상을
나는 항상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고 있습니다.
저기 떠다니는 구름처럼 
깊은 곳까지 사랑으로 충만한 영혼을..

환상 속에서 나는 밝은 세상을 봅니다
밤조차도 어둡지 않은 세상을
나는 항상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고 있습니다.
저기 떠다니는 구름처럼...

환상 속에는 따뜻한 바람이 붑니다
친구처럼 세상에 편안하게 부는 바람이
나는 항상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고 있습니다
저기 떠다니는 구름처럼
깊은 곳까지 사랑으로 충만한 영혼을...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