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7.20 여름 그리고 꽃과 열매
  2. 2010.06.09 양화진 문화원 목요강좌 - 2010.06.03. PM 8:00
찍고 끄적 끄적...2010. 7. 20. 06:22
여름꽃은 화려하다.
때로는 과감하게 사람의 시선을 잡아 끌고
때로는 모른 척 냉담하게 고개를 돌린다.
어느 날은 와글와글 모여 수다떠는 수다쟁이 같고
어느 날은 주렁주렁 아이들 길러낸
어미의 오래고 긴 수고처럼 애뜻하다.
세상향해 자신의 속을 온통 드러내는 커다란 접시꽃.
문득 생각한다.
한 장 한 장 넘겨 읽혀지는 게 어디 책뿐일까!



무심하게 익어가는 청포도.
그 영글어가는 알알의 귀염성에 반해
한참을 머뭇머뭇 기웃거린 담장 밑.
보는 것 만으로도 혀 끝에 고이던
시고도 달디 단 향기.
나도 모르게 뼏치는 손끝을 향해
무심하게 경고하는 시선 한 송이.
와락 쏟는 웃음 앞에 덜컥 손목 잡히고 말았네
시간을 혼동하고 피어난 개구진 코스모스
요 놈, 요 놈, 요 이쁜 놈 때문에...



어때? 소풍은 괜찮니?
마주보고 나누는 다정한 첫인사.
낯선 계절 앞에
꼿꼿한 코스모스 한 송이
최고의 여름되어
활짝 피어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6. 9. 05:40



오랫만에 합정동 양화진 문화원 목요강좌를 다녀왔다.
개인적으로 탐이 나는 강연이었는데 들을 수 있어서 다행스러웠다.
<사람을 귀하게 가꾸는 글쓰기>
김용택 시인이 정한 제목을 가만히 발음해본다.
왠지 마음 속에 따뜻한 훈김이 올라오는 것 같다.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님은 청바지에 회색 자켓을 입고 강연장에 올라섰다.
자그마한 키에 건강하게 그을린 얼굴,
꼭 동글동글하고 단단한 차돌을 마주한 느낌이다.
그러면서도 한 동네에서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동네 어른을 뵙는 것 같은 친근함까지...
개구진 표정과 재미있는 입담 속에는 그가 38년 동안 가르쳤다는 초등학생의 순수가 그대로 묻어났다.
진심으로 부러웠고 그리고 오랫만에 넉넉했다.
아이들의 시를 소개하는 모습에서는 꼭 개울가의 반짝이는 물빛 같은 눈빛이었다.
나도 모르게 꺄르르 꺄르르 햇살처럼 따라 웃게 된다.



시인은 중고등학교 때까지 교과서 이외에는 어떤 책도 읽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대신 영화는 참 많이 봤었다고...
이번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은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를 이야기하면서
주인공 윤정희에게 시를 가르치는 문화센터 시인 강사  "김용탁"이 바로 자신이었노라며  해맑게 자랑(?) 하신다.
귀여운 홍보성 멘트와 함께...
이제는 퇴임을 했지만 자신이 가르친 학생이 어른이 되어 낳은 아이들까지 가르친 38년의 교편 이야기는
그 어떤 역사보다 생생하고 다정하다.
(시인 김용택은 덕치 초등학교에 붙박이 선생이었다. 
 규정 때문에 1~2년 타학교로 전근을 가기도 했지만 항상 다시 덕치 초등학교로 돌아왔단다.)
"하는 짓이 지 애비랑 똑같다"는 진리를 자신은 정말 많이 목격했다며 웃으신다.
어떤 때는 아이를 향해 무심코 그 아이 부모의 이름을 부를 때도 있었단다.
그럴 때면 자신도 깜짝깜짝 놀란다고...



그는 덕치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쳤단다.
시인이 말한 초등학교 2학년의 특징에 모두들 무릎을 치며 공감했다.
정직하고 진실함이 통하는 시기
  -->그래서 무엇을 하든 진지하고 열심이란다. 
       운동회에 달리기만 봐도 고학년은 1,2,3등만 열심히 달리는데 2학년은 심지어 꼴등까지도 열심히 달린다면서...
       그리고 아무것도 아닌 일을 고자질하는 눈과 입모양이 또 얼마나 진지한지 모른다고...
세상을 늘 새롭게 보는 눈을 가진 시기
   --> 그래서 그 아이들의 눈엔 세상이 늘 재미있고 감동적이고 신비롭게 보인단다.
손에 아무것도 없어도 놀 땅만 있어도 행복한 시기
   --> 창밖으로 운동장을 바라보면 어쩜 저렇게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잘 노나 싶단다
시인은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아이들에게 한 가지씩 숙제를 내준다고 한다.
일주일동안 자신의 나무를 한 그루씩 정해서 자세히 보고 글을 써오라고.
아이들이 한 그루의 나무를 "끝까지 자세히 보게" 되면 드디어 새로운 세계를 창조되기 시작한단다.
나무를 통해 아이들은 신비함을 깨닫게 된다고...
그러면서 시인은 신비함과 신기함의 차이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신비함이 사라지면 신기함만 남는다"고...
그런데 이 말의 속뜻은 꽤나 정곡을 찌른다.
자신의 배우자에게 신비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느냐고 청중을 향해 질문한다.
아마 없을 거라고...
"저 인간 왜 저러나~~~" 하는 신기함만 남지 않았느냐고...



세상에 한 사람이 한 사람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 만큼 아름답고 신비한 게 없다는 말이
왠지 가슴끝에 뜨끔하고 뭉끌하게 걸린다.
지금껏 나는 아름답고 신비한 사람을 신기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던 것 아닌지...
기념일이나 특별한 날에 곁에 있는 사람에게 잘하려고 노력하지 말고
서로의 일상을 존중하라는 당부도 전했다.
우리나라 부부들의 기념일 마지막 장식은 거의가 "싸움"이란다.
그게 다 안 하던 짓을 하니까 감정의 교류가 이루어지지 않아서라고...
"이 인간이 왜 안 하던 짓을 하고 저러나...." 
그 마음이 결국 싸움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다들 공감 백배의 표정들이었다)
결국 "생각이 사람을 바꾼다"면서
대통령의 생각이 나라를 바꾸고, 교장의 생각이 학교를 바꾸고
목사님의 생각이 교회를 바꾸고, 가장의 생각이 가정을 바꾼단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세히 봐야" 한다는 말도 전한다.
자세히 봐야 이해가 되고, 이해가 돼야 내 것이 되고, 내 것이 돼야 인격이 된단다.
그리고 인격이 만들어지면 드디어 관계가 맺어진다고 말한다.
관계는 당연히 갈등을 만들 수도 있는데 이 갈등을 아름다운 조화로 만들어 낼 줄 알아야 한단다.
관계의 악화가 오면 한 쪽으로 쏠리는 쏠림현상이 발생하게 된다면서
그 가장 대표적인 게 본인은 "교육의 양극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인은 자신은 "항상 지금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강연을 마무리했다.
결국 사람을 귀하게 가꾸는 글쓰기란,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라
나를 가장 귀하고 아름답게 가꾸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자신은
평생공부, 예술적 재능을 키우는 일, 자연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늘 놓치 않겠노라고...
이미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였지만 
이 말을 마친 시인의 모습이
내겐 누구보다 젊고 건강한 청년으로 보였다.



김용택 시인이 들려준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의 시도 옮겨본다.
너무 귀엽고 그리고 다들 정말이지 명작이다. ^^

<여름>
이제 눈이 안 온다
여름이니까

<쥐>
쥐는 나쁜 놈이다.
먹을 것을 살짝살짝 가져가니까.
그러다 쥐약먹고
 죽는다.

<뭘 써요? 뭘 쓰라구요?>
시써라
뭘써요?
시 쓰라고.
뭘 써요?
시 써서 내라고!
내.
제목을 뭘 써요?
니 맘대로 해야지.
뭘 쓰라고요?
니 맘대로 쓰라고.
뭘 쓰라고요?
1번만 더하면 죽는다.
뭘 쓰라고요?
이 녀석아!
장난하냐!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