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1. 5. 6. 06:33
<내 젊은 날의 숲>을 읽고 오래 전에 읽었었던 <남한산성>을 다시 손에 잡다.
시대도, 이야기도 전혀 다른데 왜 나는 두 이야기에서 동질감을 느꼈을까?
어쩐지 두 이야기의 태(胎)가 같은 것 같다.
"임금이 남한산성에 있다..."
꼭꼭 씹어 삼키듯 여러번 반복되는 이 문장은
이야기 속의 매서운 칼바람과 된서리보다 더 날카롭고 눈물겹다.
홀로 우는 곡(哭)같은 문장이구나.
<남한산성>은...
말의 마디마디는 서럽고 참담하고 절절하고 아득하다.


김훈도 그러지 않았을까?
이 글을 쓰면서 내내 어디 한 곳이 부러진 듯 아프고
몸의 마디마디 끝으로 더 날카롭고 예리한 칼끝을 받아내는 그런 심정이지 않았을까?
역사를 되집는 건 용기도 오만도 아닌 무거운 책임감과 참회의 심정이었으리라.
현재를 살고 있다고 과거에 책임이 없을까?
간곡하고 단단한 단문들 하나하나를
나는 보이지 않는 산을 연거푸 넘는 심정으로 읽고 또 읽었다.
매 골마다 번번히 서러웠던 건 내가 우는 곡(哭) 때문이었다.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디자는 것입니다."
거기다 예조판서 김상헌은 다시 내 발목을 잡는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힘으로 삶을 열어나가야 합니다"
이조판서 최명길이 나머지 한 발목마저 잡고 놓지 않는다.
"말이 준엄하고 가파르구나..."
인조의 말에 그만 덜컥 주저앉고 일어서지 못한다.
남한산성에 있었던 그들 뿐만이 아니었구나.
김훈은 남한산성안으로 나를 옮겨놓고 힘들게 한다.
어쩌자고 나를 이 속으로 밀어넣었나....


갇힌 성 안에서는 삶과 죽음, 절망과 희망이 한 덩어리로 엉커 있었고, 치욕과 자존은 다르지 않았다.
신생의 길은 죽음 속으로 뻗어 있었다. 임금은 서문으로 나와서 삼전도에서 투항했다. 길은 땅 위로 뻗어 있으므로 나는 삼전도로 가는 임금의 발걸음을 연민하지 않는다.
밖으로 싸우기보다 안에서 싸우기가 더욱 모질어서 글 읽는 자들은 갇힌 성 안에서 싸우고 또 싸웠고, 말들이 창궐해서 주린 성에 넘쳤다.
나는 아무 편도 아니다.
나는 다만 고통 받는 자들의 편이다


인조는 결국 성을 나왔다.
그리고 칸 앞에 무릎을 꿇고 치욕의 삼배를 올렸다.
칸은 청으로 돌아가는 길에 조선의 세자와 빈궁들을 볼모로 끌고갔다.
성을 나왔지만 항복했지만
인조는 또 다시 더 큰 성 안에 갇히고 말았다.
스스로 강자의 적이 되는 처연하고 강개한 자리에서
돌연 아무런 적대행위도 하지 않는 적막은...
치욕을 견디는 것보다 더 무겁고 치명적이다.
한 번도 역사 속의 인조를 가엾게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남한산성>의 인조는
서럽고 서러워서 자주 목에 매인다.
할 수만 있다면 칸 앞에 무릎꿇은 그를 일으켜세워
그 자리를 모면케 하고 싶다.

"당면한 일을 당면할 뿐이다..."

역사는...
참 잔인하게도 준엄하구나...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7. 10. 05:39
동명의 미드가 케이블 TV에 방영돼 얼마전 종영될까지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그 미드의 원작이 바로 이 책이란다.
내년에 시즌 2가 나온다나 어쩐다나...
선정성과 폭력성 때문에 말이 좀 있었던 것 같긴 한데,
어쨌든 미드는 우연이라도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고
원작은 팩션 역사서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재미있느냐고?
미드의 내용을 꿈꾸는 사람들에겐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다.
자극적이지도 잔인하거나 폭력적이지 않다.
오히려 정직하고 집요하다 끈질긴 내용이다.
인간으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존중성을 원하는 검투사 노예들의 혁명 이야기로
그 혁명의 핵엔 아버지라 불리우는 검투사 "스파트타쿠스"가 있다.
작가 하워드 패스트의 스파르타쿠스의 계기(?)는 감옥 투옥이었다.
투옥 이유는 다분히 정치적이었다.
하원의 비미활동위원회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게 그 죄명.
3개월간의 투옥 기간 동안 그는 이 소설을 구상했단다.
작품을 완성했는데 아무 곳에서도 출판하겠다고 나서는 곳이 없어서
결국은 스스로 "블루 헤론"이라는 출판사를 차리게 됐단다.
그런데 그 책이 소위 대박을 친거다.
1960년에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매가폰을 잡고 영화로도 만들었다.
주인공은 커크 더글러스.
그러니까 미드로 지금 다시 유명세를 치루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의 시간은 기원전 로마다.
가축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던 말하는 도구 노예.
그리고 로마 상류층의 관람거리로 목숨을 담보로 경기를 치룬 노예 전투사들.
그들이 자유와, 인권, 생명을 되찾기 위해 절규하고 행동하기 시작한다.
비록 최후는 길고 긴 십자가형이었을지라도 말이다.
반란의 가담자 6,472명의 십자가 처형.
그 위에 방치된 그 모습을 묘사하는 건 어떤 전쟁터보다 잔인하다.
그 모습을 또 당연하다는 듯히 바라보는 귀족들이 눈이란....



미드를 재미있고 본 사람은
어쩌면 너무 평이하고 지루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로마인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책.
그렇지만 과거의 로마의 역사와 정치를 읽으면서
지금 우리나라돠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면 씁쓸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검투사도 아니고, 노예도 아닌데
우리는 왜 자꾸 죽어라 죽어라 하는지 모르겠다.
검투사는 절대로 분노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경기장에서 화를 내는 검투사에게 주어지는 건 "죽음" 뿐이라고...
아무런 가치가 없는 삶이라도 사람들은 삶에 집착한단다.
모든 희망을 빼앗긴 상태에서 모든 모욕과 고통과 잔인함을 당하면서도,
짐승처럼 사육되고 남들이 오락을 위해 싸우도록 훈련받고 있을 때조차,
사람들은 목숨에 집착한단다.
그래서 어쩌면 역사가 이어지고 정치가 생기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지금 우리 모습과 너무 똑같아 옮겨본다.

정치는 거짓말이오. 역사는 거짓말의 기록일 뿐이다.
정치에는 세 가지 변하지 않는 재능만이 필요할 뿐 아무런 미덕도 쓸모가 없었다.
미덕 때문에 파멸한 정치인이 다른 원인 때문에 파멸한 정치인보다 더 많다는 것이었다.
첫 번째 재능은 이기는 편을 선택하는 능력이고,
두 번째는 그렇게 하지 못했을 때 지는 편에서 빠져나오는 능력이고,
세 번째는 결코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정치가 무엇이냐고 물었지? 정치가는 바로 미쳐 돌아가는 집안의 접합체라네.... 귀족은 우리 같은 사람(원로원)이 없으면 살 수 없어. 불합리한 것을 합리화시키는 것이 우리야. 인생 최고의 성취는 부자들을 위해서 죽는 것이라고사람들을 설득하는 거이 우리야. 우리는 또 나머지를 보존하기위해 부의 일부를 포기해야 한다고 부자들을 설득하지. 우리는 마술사야. 우리는 그물을 던지듯 환상을 던지는 것이고, 그 환상은 아주 단순한 것이야. 두리는 대중을 행해 이렇게 말하지. 당신들이 바로 권력이라고. 당신들의 투표가 로마의 힘과 영광의 원천이라고. 당신들이 이 세상에서 유일한 자유민이라고. 당신들의 자유보다 더 귀중한 것은 없고, 당신들의 문명보다 더 훌륭한 것은 없다고. 그 문명을 통제하는 것이 당신들이고, 그러므로 당신들이 바로 권력이라고. 그러면 그들은 우리 후보들에게 투포하는 거야. 그들은 우리의 패배에 울고 우리의 승리에 기뻐 웃지. 그들이 노예가 아니라서 자랑스럽고 우월하다고 느끼는 거야. 그들은 쓰레기지만, 노예를 볼 때마다 자신감이 살아나고 자부와 힘을 느끼지. 그리고 자신들이 로마의 시민이며 온 세상이 그들을 부러워한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잇어. 이것이 독특한 기술일세. 결코 정치를 우습게 보지 말게나.

어떤가?
정말 완벽하게 공감되는 내용 아닌가!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9. 14. 05:54
 <신> - 베르나르 베르베르




드디어 베르베르의 9년 동안의 역사가 끝이 났습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 3부작, 각각 2권씩 모두 6권의 이야기가 말이죠.

(1부 <우리는 신>, 2부 <신들의 숨결>, 3부 <신들의 신비>)

미카엘 팽송, 에즈몽 웰즈, 조제프 프르동... <개미>, <타나토노트>, <신들의 제국>, <신>으로 이어지는 주인공들의 오랜 여행도 이젠 정말 마지막이 된 셈입니다.

이 책은, 그러니까 지금까지의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썼던 책에 대한 완벽한 페러디이자 자신의 작품에 대한 스스로의 표절 내지는 블랙코메디라고 할 수 있겠네요.

거기에다 그리스 로마 신화와 불교의 석가모니, 그리고 성경의 모든 중요 모티브들까지 전부 포함하고 있는 집합체이자, 역사와 철학, 종교, 심지어는 심미주의적인 미학적 요소에 과학적 신비주의까지 갖추고 있는 그야말로 백과사전적 종합서적이라 할 만합니다. 

얼마 전 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우리나라를 방한했습니다.

한국에 완간된 소설 <신>의 100만부 출판을 기념하기 위해서라네요.

다음달에 프랑스에서 출판되는 신작에 대해서도 잠깐 이야기했는데 주인공 남자가 한국인 “김예빈”이라고 합니다. 그 이름은 한국에서 자신의 책을 지금까지 열심히 출판해낸 출판사 “열린책들” 사장의 아들 이름에서 따왔다고 하니 이것도 한국적 인연이라면 인연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한국을 "작가로서의 자신을 발견해준 나라"라고 말하며 고마워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전 세계적으로 약 1천500만부 이상이 판매된 그의 책은 한국에서만 500만부 이상이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자국인 프랑스에서보다 동방의 작은 나라 한국에 오히려 더 많은 열혈독자를 가지고 있는 베르베르. 그의 상상력 무엇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자극하고 열광하게 하는 걸까요?

문득 그의 작품이 매번 우리나라에서 성공할 때마다 궁금해집니다. 그게 도대체 뭔지가......


올림프스 산이 올려다 보이는 신들의 세계 “아에덴”

이곳에 144명의 신 후보생들이 모여 있습니다.

이들은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1호 지구를 모방한 18호 지구를 가지고 Y 게임이라는 걸 시작하려고 합니다. 오직 게임의 우승자 한 명에게만 더 높은 단계인 두 번째 산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죠.

각 경기 전에는 올림프스 12신들의 강의가 준비되어 있고, 강의 후에 후보생들은 실제로 자신들이 만들어낸 민족을 계속해서 진화, 발전시켜가면서 그 민족을 18호 지구 안에서 어떤 형태로든 살아 남겨야만 합니다.

탈락자는 가차 없이 신들의 세계에서 그대로 제외되고 사라져 버리죠.

어둠뿐인 18호 지구에 드디어 최초 생명체가 탄생됩니다. 그리고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도시 문명을 건설하고, 독창적인 영웅을 등장시켜 역사를 발전시키면 당연히 거기에 반대하는 저항세력에 의한 반란과 혁명이 시작되고, 세력 확장을 위한 국가들 간의 치열한 전쟁 또한 수반되는.......

1호 지구의 역사 그대로가 지금 18호 지구 안에서 반복되는 걸 보면서 우리는 깨닫습니다.

결국 인간이란 존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말이죠. 여러 번 다시 시작한다고 해도 결국은 똑같은 잘못을 매번 반복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며 그렇게 이어지는 잘못들은 바로 우리의 근원 깊은 곳에 프로그램화되어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을요.

바로 D.N.A의 형태로 말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는 다른 비밀 또한 숨겨져 있습니다.

D는 지배와 분열, 파괴의 힘을 N은 중성과 영, 무지향의 힘을 그리고 A는 협력과 융화, 사랑의 힘을 뜻하죠.

이 세 가지 힘에 의해 인간의 역사는 만들어지고, 문명이 발전되며, 지배력 확장을 위해 세계대전 같은 전쟁을 유발하게 된다는 진실...... 인간의 가장 내밀하고 복잡한 그 구조의 끝에 저장되어 끝없이 전해지고 있는 DNA.

그리고 숫자로 대변되는 세계들의 연속성,

1은 광물의 세계로 현실을, 2는 식물의 세계로 꿈을, 3은 동물의 세계로 소설, 4는 인간의 세계이자 영화, 5는 깨달은 인간의 세계이며 컴퓨터 속의 가상 세계, 6은 순수한 천사들의 세계, 7은 신들의 세계, 8은 무한한 신 제우스의 세계로 이어집니다.

이제 그들은 지금 그 제 9의 존재에 대한 조우만을 남겨두고 있네요.

그러나 Y 게임의 우승자만이 유일하게 두 번째 산을 올라 “9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모든 탐험들, 모든 수수께끼들을 풀면서 여기까지 올라온 미카엘은 과연 최후의 승자가 되어 “9의 존재”를 만나게 될까요?

대답은 “No!"입니다.

최종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미카엘은 최고의 신 제우스에게 몇 번의 재경기를 요청하고 그때 마다 번번이 패하고 되죠. 몇 번을 반복해도 우승자는 라울 라조르박에게 돌아갑니다.(과거 그가 인간이었을 때 죽음탐사대인 타나토노스 시절을 함께 했던 동료이죠)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그에게 벌이 내려집니다.

자신들이 지금까지 경기를 벌였던 18호 지구에 유배되는 형벌을요. 그것도 신 후보생의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불사의 존재로 말입니다.

이야기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면서 (베르베르의 이야기 전개력이 그저 감탄스러울 뿐이죠.) 미카엘은 다시 신들의 세계로 돌아갑니다. 그로써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그러나 다시 돌아간 아에덴은 더 이상 신의 세계가 아니었습니다.

모든 것을 완전히 중단하라는 “9의 존재”의 명령에 따라 폐교를 선언한 제우스, 이제 더 이상 신들조차도 불사의 존재가 아닌 필사의 존재로 추락합니다. 평화롭던 신들의 세계는 혼란이 야기되고 당파가 생기더니 급기야 서로 죽이고 죽는 전쟁터로 변해버리고 맙니다.

다시 탐사대가 되어 5명의 탐사대와 함께 두 번째 산으로 오르는 미카엘.

드디어 만나게 된 “9의 존재”인 “어미니 은하”.

그리나 그들은 그곳에서 또 다른 “10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10의 존재 “아버지 우주”는 또 다른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고......

당연히 “11의 존재”일거라고 예상했던 우리는 여기서 잠시 당황합니다.

“11의 존재”가 아닌 “111”의 등장에...

제가 여기서 밝힐 수 있는 건 “111의 존재”가 어쨌든 끝이긴 하다는 겁니다.

“111”은 지금껏 지나왔던 숫자적인 세계의 해석이라기보다는 상징적인 의미이자 일종의 상형화된 기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111”과 비질을 하듯 좌우로 왔다갔다를 반복하는 커다란 눈.

이 세계의 창조와 종말을 결정하고 선택하는 유일무이한 “111의 존재”

당신은 뭐라고 생각되십니까?


독특한 시각과 상상력을 가진 베르나르 베르베르.

때로는 너무나 유치한 상상력으로 오히려 사람을 질리게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지적인 블랙 유머로 날카롭게 세상을 찔러대는 사람. 꽤나 박학다식하면서 더불어 다재다능하기도 한 사람.

매년 한 편씩의 작품을 쉼 없이 발표하는 그는 자신의 이런 왕성한 상상력과 창작력의 원천을 “불안”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굉장히 예민한 사람입니다. 신문이나 TV를 통해 어떤 문제를 접할 때 늘 대응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지만, 행동으로는 나설 수가 없으니 글을 통해 문제의 해결책을 전하는 것입니다. 전 아마도 평생 차분해지지는 못할 것이고, 그것은 곧 계속 글을 써야한다는 뜻입니다. 출판해주는 사람, 읽는 사람이 없더라도 계속 글을 쓸 것입니다."

천상 글쟁이로 평생을 살아가겠다는 스스로에 대한 다짐기도 하네요.

그리고 그가 지금 한 말 속에는

“111의 존재”를 완성시키는 결정적인 단서도 하나 들어있습니다.

혹시 뭔지 찾으셨나요?

정.답.은?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09. 8. 21. 11:47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지막 일기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가 21일 오전 공개됐다.

올 1월 1일부터 6월 2일까지 작성된 40쪽 분량의 일기장에는 이희호 여사에 대한 사랑 외에 남북문제 걱정,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및 용산참사 등에 대한 신랄한 정부비판이 담겨 있어 거센 후폭풍을 예고했다.

김 전 대통령측은 이 일기를 책자로 작성, 빈소를 찾는 조문객들에게 배포할 예정이어서 정부 측과의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다음은 일기 전문.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

<2009년 1월 1일>

새해를 축하하는 세배객이 많았다.
수백 명.
10시간 동안 세배 받았다.
몹시 피곤했다.
새해에는 무엇보다 건강관리에 주력해야겠다.
‘찬미예수 건강백세’를 빌겠다.


<2009년 1월 6일>

오늘은 나의 85회 생일이다.
돌아보면 파란만장의 일생이었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투쟁한 일생이었고,
경제를 살리고 남북 화해의 길을 여는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일생이었다.
내가 살아온 길에 미흡한 점은 있으나 후회는 없다.


<2009년 1월 7일>

인생은 생각할수록 아름답고
역사는 앞으로 발전한다.


<2009년 1월 11일>

오늘은 날씨가 몹시 춥다. 그러나 일기는 화창하다.
점심 먹고 아내와 같이 한강변을 드라이브했다.
요즘 아내와의 사이는 우리 결혼 이래 최상이다.
나는 아내를 사랑하고 존경한다.
아내 없이는 지금 내가 있기 어려웠지만
현재도 살기 힘들 것 같다.
둘이 건강하게 오래 살도록
매일 매일 하느님께 같이 기도한다.


<2009년 1월 14일>

인생은 얼마만큼 오래 살았느냐가 문제가 아니다.
얼마만큼 의미 있고 가치 있게 살았느냐가 문제다.
그것은 얼마만큼 이웃을 위해서
그것도 고통 받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살았느냐가 문제다.


<2009년 1월 15일>

긴 인생이었다.
나는 일생을 예수님의 눌린 자들을 위해
헌신하라는 교훈을 받들고 살아왔다.
납치, 사형 언도, 투옥, 감시, 도청 등
수없는 박해 속에서도 역사와 국민을 믿고 살아왔다.
앞으로도 생이 있는 한 길을 갈 것이다.


◀ ⓒ故 김대중 前 대통령 국장 장의위원회.

<2009년 1월 16일>

역사상 모든 독재자들은
자기만은 잘 대비해서
전철을 밟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결국 전철을 밟거나
역사의 가혹한 심판을 받는다.


<2009년 1월 17일>

그저께 외신기자 클럽의 연설과 질의응답은
신문, 방송에서도 잘 보도되고
네티즌들의 반응도 크다.
여러 네티즌들의
"다시 한 번 대통령 해달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다시 보고 싶다, 답답하다, 슬프다"는
댓글을 볼 때 국민이 불쌍해서 눈물이 난다.
몸은 늙고 병들었지만
힘닿는 데까지 헌신, 노력하겠다.


<2009년 1월 20일>

용산구의 건물 철거 과정에서
단속 경찰의 난폭진압으로
5인이 죽고 10여 인이 부상 입원했다.
참으로 야만적인 처사다.
이 추운 겨울에
쫓겨나는 빈민들의 처지가
너무 눈물겹다.


<2009년 1월 26일>

오늘은 설날이다.
수백만의 시민들이 귀성길을 오고가고 있다.
날씨가 매우 추워 고생이 크고
사고도 자주 일어날 것 같다.
가난한 사람들,
임금을 못 받은 사람들,
주지 못한 사람들,
그들에게는 설날이 큰 고통이다.



<2009년 2월 4일>

비서관회의 주재.
박지원 실장 보고에 의하면
나에 대해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한나라당 의원에 대해서(100억 CD)
대검에서 조사한 결과
나는 아무런 관계 없다고 발표.
너무도 긴 세월동안 ‘용공’이니 ‘비자금 은닉’이니 한 것,
이번은 법적 심판 받을 것.
그 의원은 아내가
6조 원을 은행에 가지고 있다고도 발표,
이것도 법의 심판 받을 것.


<2009년 2월 7일>

하루 종일 아내와 같이 집에서 지냈다.
둘이 있는 것이 기쁘다.


2<009년 2월 17일>

명동성당에 안치된 김수환 추기경의 시신 앞에서
감사를 드리고 천국영생을 빌었다.
평소 얼굴 모습보다 더 맑은 얼굴 모습이었다.
역시 위대한 성직자의 사후 모습이구나 하는
감동을 받았다.


<2009년 2월 20일>

방한 중인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으로부터 출국 중 전용기 안에서 전화가 왔다.
그는 전화로
1. 클린턴 대통령의 안부
2. 과거 자기 내외와 같이 있을 때의 좋았던 기억
3. 나의 재임시의 외 환위기 수습과 북한 방문시 보여준 리더십
4. 다음 왔을 때는 꼭 직접 만나고 싶다
5. 남편 클린턴 대통령도 나를 만나기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
힐러리 여사가 뜻밖에 전화한 것은 나의 햇볕정책에
대한 지지 표명으로 한국 정부와 북한 당국에 대한
메시지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다.
아무튼 클린턴 내외분의 배려와 우정에는 감사할 뿐이다.


<2009년 3월 10일>

미국의 북한 핵문제 특사인 보스워스 씨가
방한했다가 떠나기 직전 인천공항에서 전화를 했다.
개인적 친분도 있지만
한국 정부에 내가 추진하던
햇볕정책에의 관심의 메시지를 보낸 거라고
외신들은 전한다.


<2009년 3월 18일>

투석치료.
혈액검사, X레이검사 결과 모두 양호.
신장을 안전하게 치료하는 발명이 나왔으면 좋겠다.
다리 힘이 약해져 조금 먼 거리도 걷기 힘들다.
인류의 역사는 맑스의 이론 같이 경제형태가 주도하
는 것이 아니라 지식인이 헤게모니를 쥔 역사 같다.
1. 봉건시대는 농민은 무식하고 소수의 왕과 귀족  그리고 관료만이 지식을 가지고 국가 운영을 담당했다. 2. 자본주의 시대는 지식과 돈을 겸해서 가진 부르주아지가 패권을 장악하고 절대 다수의 노동자 농민은
   피지배층이었다.
3. 산업사회의 성장과 더불어 노동자도 교육을 받고 또한 교육을 받은 지식인이 노동자와 합류해서 정권을
   장악하게 되었다.
4. 21세기 들어 전 국민이 지식을 갖게 되자 직접적으로 국정에 참가하기 시작하고 있다.
   2008년의 촛불시위가 그 조짐을 말해주고 있다.


<2009년 4월 14일>

북한이 예상대로 유엔 안보리의 의장성명에 반발해
6자회담 불참, 핵개발 재추진 등 발표.
예상했던 일이다.
6자회담 복구하되 그 사이에 미국과 1 대 1 결판으로
실질적인 합의를 보지 않겠는가 싶다.


<2009년 4월 18일>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와 인척, 측근들이
줄지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노 대통령도 사법처리 될 모양.
큰 불행이다.
노 대통령 개인을 위해서도,
야당을 위해서도,
같은 진보진영 대통령이었던 나를 위해서도,
불행이다.
노 대통령이 잘 대응하기를 바란다.


<2009년 4월 24일>

14년 만에 고향 방문.
선산에 가서 배례.
하의대리 덕봉서원 방문.
하의 초등학교 방문, 내가 3년간 배우던 곳이다.
어린이들의 활달하고 기쁨에 찬 태도에 감동했다.
여기저기 도는 동안 부슬비가 와서
매우 걱정했으나 무사히 마쳤다.
하의도민의 환영의 열기가 너무도 대단하였다.
행복한 고향방문이었다.


<2009년 4월 27일>

투석치료.
4시간 누워 있기가 힘들다.
그러나 치료 덕으로 활동할 수 있는 것 크게 감사.
나는 많은 고생도 했지만
여러 가지 남다른 성공도 했다.
나이도 85세.
이 세상 바랄 것이 무엇 있는가.
끝까지 건강 유지하여 지금의 3대 위기 ─ 민주주의
위기, 중소서민 경제위기, 남북문제 위기 해결을 위해
필요한 조언과 노력을 하겠다.
‘찬미예수 백세건강’


<2009년 5월 1일>

이제 아름다운 꽃의 계절이자 훈풍의 계절이 왔다.
꽃을 많이 봤으면 좋겠다.
마당의 진달래와
연대 뒷동산의 진달래가 이미 졌다.
지금 우리 마당에는
영산홍과 철쭉꽃이
보기 좋게 피어 있다.


<2009년 5월 2일>

종일 집에서 독서, TV, 아내와의 대화로 소일.
조용하고 기분 좋은 5월의 초여름이다.
살아있다는 것이 행복이고
아내와 좋은 사이라는 것이 행복이고
건강도 괜찮은 편인 것이 행복이다.
생활에 특별한 고통이 없는 것이
옛날 청장년 때의 빈궁시대에 비하면 행복하다.
불행을 세자면 한이 없고,
행복을 세어도 한이 없다.
인생은 이러한 행복과 불행의 도전과 응전 관계다.
어느쪽을 택하느냐가
인생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할 것이다.


<2009년 5월 18일>

미국의 클린턴 전 대통령이 내한한 길에
나를 초청하여 만찬을 같이 했다.
언제나 다정한 친구다.
대북정책 등에 대해서 논의하고 나의 메모를 주었다.
힐러리 국무장관에 보낼 문서도 포함했다.
우리의 대화는 진지하고 유쾌했다.


<2009년 5월 20일>

걷기가 다시 힘들다.
집안에서조차 휠체어를 탈 때가 있다.
그러나 나는 행복하다.
좋은 아내가 건강하게 옆에 있다.
나를 도와주는 비서들이 성심성의 애쓰고 있다.
85세의 나이지만
세계가 잊지 않고 초청하고 찾아온다.
감사하고 보람 있는 생애다.


<2009년 5월 22일>

버마 혁명민주지도자 등 수 명이 내방.
민주화에 대해서,
나는 “버마는 외국의 지지는 충분히 얻고 있으니
이를 활용해서 안에서 국민이 자력으로 쟁취하도록 노력하시오”라고 격려했다.


<2009년 5월 23일>

자고 나니 청천벽력 같은 소식 ─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살했다는 보도.
슬프고 충격적이다.
그간 검찰이 너무도 가혹하게 수사를 했다.
노 대통령, 부인, 아들, 딸, 형, 조카사위 등
마치 소탕작전을 하듯 공격했다.
그리고 매일같이 수사기밀 발표가 금지된 법을
어기며 언론플레이를 했다.
그리고 노 대통령의 신병을 구속하느니 마느니 등
심리적 압박을 계속했다.
결국 노 대통령의 자살은 강요된 거나 마찬가지다.


<2009년 5월 24일>

노 대통령 장례식을 정부와 측근들은 국민장을 주장
하는데 가족은 가족장을 주장해 결말을 못 보았다.
박지원 의원 시켜서‘노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살았고
국민은 그를 사랑해 대통령까지 시켰다. 그러니 국민이
바라는 대로 국민장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전했는데 측근들이 이 논리로 가족을 설득했다 한다.


<2009년 5월 25일>

북의 2차 핵실험은 참으로 개탄스럽다.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태도도 아쉽다.
북의 기대와 달리 대북정책 발표를 질질 끌었다.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에 주력하고 이란, 시리아,
러시아, 쿠바까지 관계개선 의사를 표시하면서
북한만 제외시켰다.
이러한 미숙함이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의 관심을 끌게 하기 위해서
핵실험을 강행하게 한 것 같다.


<2009년 5월 29일>

고 노 대통령 영결식에 아내와 같이 참석했다.
이번처럼 거국적인 애도는
일찍이 그 예가 없을 것이다.
국민의 현실에 대한 실망, 분노, 슬픔이 노 대통령의
그것과 겹친 것 같다.
앞으로도 정부가 강압일변도로 나갔다가는
큰 변을 면치 못할 것이다.


<2009년 5월 30일>

손자 종대에게
나의 일생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고
이웃사랑이
믿음과 인생살이의 핵심인 것을
강조했다.


<2009년 6월 2일>

71년 국회의원 선거시 박 정권의 살해음모로
트럭에 치어 다친 허벅지 관절이 매우 불편해져서
김성윤 박사에게 치료를 받았다.


◀ ⓒ故 김대중 前 대통령 국장 장의위원회.

◀ ⓒ故 김대중 前 대통령 국장 장의위원회.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7. 4. 07:50



지금 열심히 읽고 있는 책,
교정자의 의도적인 단어 적용으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다는 설정.
역시나 독특하고  재미있다.



주제 사라마구
내겐 신비한 그리고 명석함의 대가로 기억되는 작가.
그의 책에선
어설픈 배신조차도 느낀 적이 없다.
작가의 해박함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진심으로 존경과 찬사를 보내게 된다.

인간은 항상 정신적으로 착란상태라고 하는데...
그의 말처럼
문학은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존재했다는 게
진실로 다가온다.




누군가가 저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나가봤지만
아무도 없을 때도 있고,
우리가 딱 한 발짝 늦게 나가볼 때도 있다.

우기가 듣기는 했지만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몇몇 구절들을 제대로 이해했더라면
우리 삶이 얼마나 바뀔지 결코 알 수 없는 일이다.

모든 작가는 진정 몽상가일까?
그럴지라도
주제 사라마구의 몽상은
너무나 건설적(?)이다.
함부러 무너뜨리지 못할 견고한 성을 보는 느낌
대가가 품은 글은
결코
영원히 끝나지않으리라.

=============================================================================

"사실 역사는 수없이 다양한 방식으로 써질 수 있었다.
 이처럼 역사가 무한하고 다양하다는 생각이 내 글의 핵심이다.
 불가능한 일, 꿈, 환상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내 소설의 주제이다."
                                                                                         -  주제 사라마구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09. 5. 23. 21:11



나름대로 국정을 위해 열정을 다했는데
국정이 잘못됐다고 비판 받아 정말 괴로웠다.

아들 딸과 지지자들에게도 정말 미안하다.
퇴임 후 농촌 마을에 돌아와 여생을 보내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아 참으로 유감이다.

돈문제에 대한 비판이 나오지만 이 부분은 깨끗했다.
나에 대한 평가는 먼 훗날 역사가 밝혀줄 것이다. 


 ====================================================================================

출근해서 일을 하다가 소식을 들었다.
믿기지 않는 일.
이럴 수도 있는 건가 !!!!
전직 대통령의 자살이라니....
공황상태에 빠져든다.
누군들 그러지 않을까?



웃을 수 있는 시간은 잠시였던가?
어떤 일이 있었든간에
너무 아프다...아프다...아프다...
혹 내가 벼랑 끝에서 뛰어내리라고
거칠게 밀어냈던 건 아닌지,

우리는
왜 아픈 대통령의 역사를 자꾸 품어야만  하나 !
얼마나 더... 얼마나 더...
그 역사를 반복해야 하나 !

당신이 홀로 겪었을 뼈 아픈 시간을 생각하니 
이제서야 내 가슴이 아픕니다.
당신은 그렇게 당신 삶을 버렸고,
우리는 그보다 먼저 
당신을 버렸던가요?
그래서 이제 다시 찾지 말라
영영 숨어 버리겠다 작정한건가요?

어쨌든,
이제 그만
쉴 수 있길......
그럴 수 있길......
진심으로 평온하길......
당신을 잃고서야  비로서 말하게 되네요.



소원했던 쉼,
지금은 쉬고 계신가요?
아마도 우리는 잘 보내는 방법을
아직은 더 많이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 말의 뜻,
정말이지 이제는 잘 모르겠습니다.
보내는 게,
명복을 빌어주는 게 정말 옳은 건가요?

다시는,
어떤 이유로도
이런 일을 겪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면
배부른 투정이 되버릴까요?

당신의 선택에 눈물 흘릴 순 없지만
그 선택에 내가 서럽습니다. 
그 선택에 내가 목이 메입니다.
그 선택에 내가 고개 숙여집니다.
내가...내가....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5. 12. 06:51
 <잘가요 언덕> - 차인표



잘가요 언덕 



연기자 차인표가 책을 출판했다고 해서 생각했습니다.

적당한 사진 넣은 스타일리시한 책이거나, 종교서적, 혹은 세계의 가난한 어린이 후원을 목적으로 만든 책일거라고...

와~우!

그런데 이건 아니었습니다.

잘 쓴 책이라고 하기엔 투박하고 약간은 어눌하기도 하고 심지어 유치한 부분까지 있긴 하지만, 꽤 괜찮은 책이라는 걸 분명한 말씀드리고 싶네요.

이 사람,

“시대”에 대한 빚이 있는 걸까요?

예전에 <크로싱>이라는 탈북자 관련 영화를 찍었을 때도 그랬지만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우리가 아는 연기자 차인표는, 안티도 없고 가정도 예쁘게 꾸려나가고, 착하고 좋은 일 많이 하는 모범적인 연예인의 대표적 인물! 더 나아가 차인표처럼 열심히 살고 싶다는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사람.

그런데 이 사람이 책을, 그것도 장편 소설을 썼습니다.

본인이 말하더군요.

“저는 이 소설을 엉덩이로 썼습니다.” 라고.

(이 말을 들었을 때 전 그가 책을 쓰면서 느꼈을 부족함과 절실함에 대한 고백 그리고 그걸 채워낸 집념과 열정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또 말합니다.

“우리나라에 실력 있고 뜨거운 가슴을 가진 많은 작가 지망생들이나 신인 작가분들이 한 권의 작품을 출간하기 위해 오랜 세월 노력하는데 저는 연예인 프리미엄으로 너무 쉽게 책을 출판하게 된 것에 대해 미안함도 함께 있습니다.”

저는 이 사람의 배려심 담긴 말들이 참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책도 참 따뜻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자녀가 있는 분들은 꼭 읽어보길 권하고 아니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더불어 다 읽은 후엔 아들, 딸의 손에 꼭 직접 들려줘서 자녀들도 읽게 만들라고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책을 쓴 차인표도 제일 먼저 자신의 아들에게 읽어보라고 했다네요)

내가 잊고 살았던 것, 그리고 점점 잊혀져 어쩌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게 될 것들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내 세계의 축복받음에 대해 느낄 수 있도록 말이죠.

저는 이런 내용을 이렇게까지 예쁘고 착한 소설로 만들어준 작가가 한없이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호랑이 마을, 붉은 소나무 마을, 잘가요 언덕, 엄마별, 순이, 용이. 훌쩍이....

느끼셨겠지만 지극히 동화적인 배경이고 그리고 지극히 동화적인 인물들이 사는 세상입니다. 그러나 이 동화의 세계라는 건 다름 아닌 일제의 흔적이 지나가기 전 우리나라의 모습이기도 하죠.

아름답고 평화로운 호랑이 마을에 어느 날 황포수와 그의 아들 용이가 찾아옵니다.

촌장을 만나서 마을의 걱정거리인 호랑이(6발이)를 잡아줄테니 움막을 짓도록 허락해달라고 하죠.

사실 그 두 사람이 잡으려고 한 호랑이는 육발이가 아니라 백호였습니다.

어머니와 갓난쟁이 여동생을 집어 삼킨 호랑이 백호.

순박하고 착한 사람들이 품은 아픔은 참 깊고 집요합니다.

평화로운 순간을 만나면 우리는 그 시간과 공간이 그 상태로 영원히 멈추길 희망합니다.

그 안에 안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 따뜻함이 너무나 간절해서 말이죠.

이보다 더 좋을 필요도 없으니 뭐든 다 비켜가길 바라는 마음...

그러나 이 산골 마을에도 일제의 날카로운 손끝에 의해 여지없이 할큄을 당합니다.

“조선인 여자인력 동원 명령서”

촌장의 손녀 순이가 그 희생자로 지목됩니다.

지금까지 아름다웠던 동화의 세계는 이제 잔인한 “역사”의 세계로 넘어갑니다.

(그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직접 아프게 읽어내시길.....)


<나눔의 집>을 알고 계시나요?

일본에 종군위안부로 끌려갔다 살아남은 할머님들이 모여서 서로 의지하며 살고 있는 곳.

그 곳의 할머님들은 말씀합니다.

“가장 두려운 것은 우리가 죽은 뒤에 우리들에게 저질러졌던 범죄가 하나 둘 잊혀지는 거” 라고요...

이제 이곳에 남아 있는 분은 모두 7분이라고 하고, 이 분들도 현재 건강상태가 좋지 못하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대사관 앞에서의 수요집회를 멈추지 않고 있으시죠.

어쩌면 우리는 그 분들이 두려워했던 것처럼 머지않아 이 모든 걸 잊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심지어는 뭘 잊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살아가게 될지도요.

이 책에서 순이는 말합니다.

“나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죽고 싶어!”

이 땅에서 “엄마”라는 이름으로 죽고 싶었던 많은 분들을 오래오래 따뜻하게 기억하는 게 이 땅 위에 지금 살고 있는 우리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라는 걸 저 또한 너무나 자주 잊고 살았습니다.

전쟁은 남의 일이라고,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라고 솔직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 제게 이 책은 말합니다.

“그렇게 살고 싶으면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라고....”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말입니다.

다시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죽는 걸 소망하는 시대가 되게 하지 말라고...


이 땅을 떠난 모든 엄마는,

엄마별에 모여 살면서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합니다.

당분간은 직접 안아줄 수 없어서 따뜻한 별빛으로 대신 안아주는 거라고요, 언젠가 아이들이 엄마별로 오게 되면 다시 만난 엄마와 아이는 영원히 헤어지지 않고 함께 살게 될 거라고요...

감히 믿고 싶습니다.

이 땅에서 “엄마‘라는 이름으로 죽고 싶었던 모든 분을 또한 그곳에 계실 거라는 걸요.

“엄마별”을 찾는 방법,

까만 하늘 위에서 엄마별을 찾지 못하는 용이에게 순이는 말합니다.

“엄마별은 가장 따뜻한 색”이라고...

그리고 용서를 하면 그 별을 볼 수 있을 거라고요.

어쩌면 지금의 우리는 용이보다 더 엄마별을 못 찾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엄마별을 보기 위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용서를 해야만 할까요? 혹은 얼마나 많은 용서를 빌어야 할까요?


책을 읽으면서 소망하게 됩니다.

저 역시도 언젠간 이런 말을 할 수 있기를요...

“따뜻하다... 엄마별...” ·


* 개인적으로 이 책이 베스트셀러를 넘어 오랫동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가 되어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09. 1. 13. 22:33

만나지지 않을 걸
알면서도
선로 위, 그 길의 이탈을 꿈꾸다.
그런 날 혹 있지 않았을지...
세상 무엇도 눈치채지 못한 날,
하나로 몰래 합쳐진 때
그런 때 정말 있지 않았을지....




길의 끝에서 만나지면
무어라도 낯설지 않을 것 같은...
작은 역사 위 하늘도
그래서  내 것처럼 
다정하고.... 



떠나지 못했던 건,
다시 돌아올 걸음의 무게 때문인지...
떨치고 나서야 할
첫발의 떨림 때문인지...

맘으론
다 알면서도.
정착 아무것도 모르는...

맘조차 만나지지 않는
너무 긴 평행선...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