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7. 7. 5. 14:47

 

<프라이드>

 

일시 : 2017.03.21. ~ 2017.07.02.

장소 : 대학로 아트원 씨어터 2관

극작 : 알렉시 켐벨 (Alexi Kaye Campbell)

각색 : 지이선

연출 : 김동연

출연 : 이명행, 배수빈, 정상윤, 성두섭 (필립)오종혁, 정동화, 박성훈, 장율, 박은석 (올리버)

        임강희김지현, 이진희 (실비아) / 이원, 양승리 (멀티)

기획 : 연극열전

 

즉흥적인 선택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왔는데 이 연극의 대사가 간절했다.

그래서 무작정 대학로를 찾았다.

인터넷상에는 매진이 됐지만 혹시라도 현장판매가 남아있을까 싶어서...

매표소에서 확인했더니 기획사 보유석 3자리에 있단다.

공연 10분전까지 공석이면 할인없이 선착순으로 판매한대서 대기표를 받았다.

대학로를 산책삼아 크게 한바퀴 돌고 10분 전에 매표소로 다시 갔더니

다행히 보유석이 그대로 남아있어 현장 구매를 했다.

할인률은 전혀 없지만 좌석이 그야말로 계란 노른자 석이었고

배우도 내가 제일 보고 싶었던 정상윤, 박은석, 김지현 조합이라 물만의 여지도, 망설임의 여지도 전혀 없었다.

 

이 작품에 나오는 대사들은 시대를 넘나든다.

표면적으로는 과거와 과거, 현재와 현재의 대화지만

과거의 필립에게 현재의 실비아가 말하고

과거의 올리버가 현재의 필립에게 말하고

현재의 필립의 과거의 올리버에게 말한다.

 

어쩌면...

나 역시도 지금  겪고 있는 모든 일들이

과거와 미래의 연결인지도 모르겠다.

 

사랑, 인생.

어떤 식으로든 의미있는거,

아니면 최소한 그걸 찾으려는 노력.

그래서 의미있는 삶을 사는 것.

진실한 삶.

 

그걸 나도 찾고 싶다.

간절히...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7. 6. 28. 08:05

 

<프라이드>

 

일시 : 2017.03.21. ~ 2017.07.02.

장소 : 대학로 아트원 씨어터 2관

극작 : 알렉시 켐벨 (Alexi Kaye Campbell)

각색 : 지이선

연출 : 김동연

출연 : 이명행, 배수빈, 정상윤, 성두섭 (필립) / 오종혁, 정동화, 박성훈, 장율, 박은석 (올리버)

        임강희김지현, 이진희 (실비아) / 이원, 양승리 (멀티)

기획 : 연극열전

 

또 봤다.

프라이드를...

그런데 어쩌지?

또 보고 싶다.

이 작품은 내게 실비아 같은 존재다.

작품 속에서 올리버가 필립에게 말한다.

"나 실버아한테 위로받았어. 개 복 받을거야"

정말 복받을거다. 이 작품은.

매번 날 이렇게까지 위로해주니.

 

내겐 코린트만의 바다 같은 작품.

올리버처럼 나 역시도 신성한 최면에 걸린다.

 

 

괜찮아.

모든 것이 다 괜찮을거야.

기나긴 시간이 흐르면

우리에 대해, 자신에 대해 어렵고 불행했던 순간들을 이해하게 될 것이고

그리고 지금의 잠 못 드는 밤들도 가치가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어쩌면 오십 년 아니 오백 년 후에도 이 시간을 사는 사람들은

그 시간들로 인해 더 현명하고 더 행복해질 것이다.

그러니 괜찮아

모든 것이 다 괜찮을거야.

마치 먼 미래에 모든 거친 거친 내가 나를 위로하듯

다정한 속삭임. 위안처럼.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7. 6. 13. 13:00

 

<프라이드>

 

일시 : 2017.03.21. ~ 2017.07.02.

장소 : 대학로 아트원 씨어터 2관

극작 : 알렉시 켐벨 (Alexi Kaye Campbell)

각색 : 지이선

연출 : 김동연

출연 : 이명행, 배수빈, 정상윤, 성두섭 (필립) / 오종혁, 정동화, 박성훈, 장율, 박은석 (올리버)

        임강희김지현, 이진희 (실비아) / 이원, 양승리 (멀티)

기획 : 연극열전

 

5월 3일 시원하게 날려버린 1막에 대한 연극열전 측의 보상.

그 당시만 해도 마지막 캐스팅이 미공개 상태라

공개된 회차 중에서 제일 보고 싶었던 이명행, 박은석, 김지현을 선택했다.

(티켓 잡기 정말 어려운 캐스팅들.)

다행히 열전 측에서 잡아준 좌석이 최상의 위치라 정말 좋았다.

작품 좋고, 캐스팅 소중하고, 좌석 환상적이고...

행운이구나 싶었다.

 

체중이 많이 불은 박은석의 모습이 처음엔 낯설었는데

역시나 박은석 올리버는 명불허전이다.

1958년의 올리버는 더 간절하고 진실해졌고

2017년의 올리버는 더 귀여워지고 사랑스러워졌다.

개인적으로  박은석 올리버의 1막 1장을 좋아하는데

오랫만에 다시 보니 꿈같았다.

조명이 조금씩 어두워지면서 "속삭임"에 대해 말하는 장면.

순수함과 신비감이 공존하는 장면.

게다가 이번엔  대사 사이 사이 여백을 줘서 여운이 더 깊었다.

마치 코린트만 위에 올리버와 나란히 서서 올리버가 듣는 목소리를 함께 듣고 있는 것만 같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내가 만나는 그런 느낌.

일종의 전율이 훓고 지나간다.

 

이명행 필립의 2막 진료실 장면은 너무 아프다.

아파서 미치겠다.

몸 안에 힘이 다 빠져나간 것처럼 들릴듯 말듯한 작은 목소리,

중간 중간 입술이 바짝 마를 정도로 타들어가는 음성

이명행은 1958년의 필립의 상태를 목소리 하나로 그야말로 다 표현해낸다.

거짓과 진실 앞에서의 고통을 대변하는 울음까지.

겪어야 하는 필립도,

봐야만 하는  나도,

견디는게 너무 힘들다.

 

길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잃었다면 꼭 찾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시 찾은 길은

절대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삶, 인생, 어떤 식으로든 의미있는, 아니면 최소한 그걸 찾으려는 노력,

그래서 의미있는 삶을 사는 것,

진실한 삶...

 

내가 멀리서 속삭일께요

내 목소리가 당신에게 닿을때까지

당신이 당신에게 닿을때까지

괜찮아요.

괜찮을 거예요.

모두 괜찮아 질거예요.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7. 6. 7. 08:27

 

<프라이드>

 

일시 : 2017.03.21. ~ 2017.07.02.

장소 : 대학로 아트원 시어터 2관

극작 : 알렉시 켐벨 (Alexi Kaye Campgell)

각색 : 지이선

연출 : 김동연

출연 : 이명행, 배수빈, 정상윤, 성두섭 (필립) / 오종혁, 정동화, 박성훈, 장율 (올리버)

        임강희김지현, 이진희 (실비아) / 이원, 양승리 (멀티)

기획 : 연극열전

 

죽을만큼 힘이 들거나,

누군가의 위로가 간절히 필요할 때,

나는 목소리가 아닌 이 연극이 필요하다.

이 연극의 대사들이면 충분하다.

지난번 기획사의 티켓배부 운영 잘못으로 1막을 통째로 날려버려서 내내 허기졌었다.

어찌어찌 2막부터는 보긴 했지만

1막이 없는 2막은 허기를 넘어 아사(餓死)의 문턱을 넘나들게 하더라.

그래도 그 와중에 다시 돌아온 정상윤 필립에게 여지없이 몰입됐다.

1958년의 필립은 정말 힘들었겠구나.

진실을 숨기고 끝없이 자신을 기만하느라 진이 다 빠졌겠구나.

그래서 치료라는 명목으로 모욕과 수치심 속에 뒹구는 걸 선택할 수 밖에 없었구나.

아직까지도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데

과거의 사람들은 어떻게 버티고 견뎠을까를 생각하니 안스럽다. 

"그때 그 사람들 다 숨어서 애인 만났을거 아니예요? 죄짓것도 아니데.."

정말 그랬겠네.

그 사람들 참 많이 아팠겠다.

남자라서 사랑한게 아니라 그 사람이라서 사랑한건데.

그걸 알아봐준 실비아는 또 얼마나 아팠을까?

실비아도 사랑이었는데.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갈 수 있도록 떠나주는 사랑.

궁금하다.

실비아... 그 뒤로 행복했을까?

나를 나로서 인정하고 사랑해주는 사람, 만났을까?

그랬으면 좋겠는데...

 

내가 온전히 나일 수 있는 진실된 삶.

몇 번을 살아도, 아니 단 한 번을 살아도

그렇게 살아야 하는데

그게 참 힘들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7. 4. 18. 09:16

 

<프라이드>

 

일시 : 2017.03.21. ~ 2017.07.02.

장소 : 대학로 아트원 시어터 2관

극작 : 알렉시 켐벨 (Alexi Kaye Campgell)

각색 : 지이선

연출 : 김동연

출연 : 이명행, 배수빈, 정상윤, 성두섭 (필립) / 오종혁, 정동화, 박성훈, 장율 (올리버)

        임강희, 김지현, 이진희 (실비아) / 이원, 양승리 (멀티)

기획 : 연극열전

 

누군가 그랬다.

살기 위해선, 버티기 위해선 주문이 필요했다고...

이 작품이 딱 그렇다.

내겐 이 작품이 귓속말이고, 주문이고, 의지다.

지쳐 나가 떨어질것 같은 때,

이 작품의 대사를 떠올리면 그래도 버틸 힘이 생긴다.

올리버의 대사 그대로 오래전 내가 지금의 나를 위로하는 느낌.

괜찮아. 괜찮아. 다 괜찮을거야.

내 목소리를 어떻게든 내게 닿게 하려고 노력하다보면

그게 삶이고, 그게 생이구나 싶어진다.

아프고, 슬프고, 기쁘고, 즐겁고, 처연하고, 괴로운 작품.

하지만 이 모든 감정들을 피하지 않고 다 받아들이게 만드는 작품.

위로는 그렇게 시작된다.

내 감정의 지도같은 작품.

그래서 늘 고맙고, 안스럽고, 반갑고, 사랑스럽고, 아련한 작품.

적어도 이 작품과 함께 하는 순간만큼은

나는 나를 아낌없이 들여다 볼 수 있다.

필립인 나를, 올리버인 나를, 실비아인 나를.

THE MAP


Who know, the pain.
I'm lost in the dark.
Your memory.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This is the reason why I stand here still.
Wherever you will go-
will be alright.
will be alright.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Who know, the whisper.
I find in my mind.
Our history.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This is the reason why I stand here still.
Wherever you will go-
will be alright.
will be alright.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 성두섭은 감성적인 필립이었다.

  그래서 더 슬펐는지도 모르겟다.

  그리고 이 작품을 통해 처음 본 배우 장율에게선 오종혁과 박은석의 이미지가 묘하게 겹쳐 보인다.

  하지만 연기할 때는 다른 느낌이다.

  중요한건, 이 작품에 진심을 다하고 있다는거.

  그 마음이 내게 닿았다.

  다행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10. 2. 09:19

<Pride>

 

일시 : 2015.08.08. ~ 2015.11.01.

장소 : 수현재씨어터

극작 : 알렉시 켐벨 (Alexi Kaye Campgell)

각색 : 지이선

연출 : 김동연

출연 : 배수빈, 강필석 (필립) / 정동화, 박성훈 (올리버)

        임강희, 이진희 (실비아) / 이원, 양승리 (멀티)

기획 : 연극열전

 

8월 9일 첫관람 이후 재관람이 망설였는데

배수빈의 필립과 임강희 실비아가 궁금해 결국 극장을 찾았다.

다행히 첫번째 관람보다는 좋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가 아는 <Pride>는 아니었다.

초연만큼 아프지도, 슬프지도, 가슴이 내려앉지도 않아서 그것 때문에 많이 아팠다.

 

박성훈이란 배우를 무대에서 처음 보긴 했는데

감기에 걸린건지 원래 목소리가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변성기 소년 같던 발성이 보는 내내 신경에 쓰였다.

감정을 절제하는 조심성도 없었고 시종일관 코를 훌쩍이며 허우적거려 자주 당황했다.

목소리톤도, 표정도, 액션도 다 허공 중이다.

(특히 손동작은 재앙에 가까웠다...)

미안한 말이지만 박성훈이란 배우는...

1958년의 올리버를 전혀 감당해내지 못하더라.

단정하고 젠틀하고 귀염성 있던 박은석 올리버가 절박하게 그리웠다. 

만약 2015년의 올리버가 1958년의 올리버를 만회해줬다면 생각이 달라졌겠는데

코믹에 가까운 게이스러움과 젓가락 같은 몸으로 계속 흐느적거리는 모습이 꼭 슬램스틱 코메디를 보는것 같았다.

1막 마지막장에서는 소리를 컨트롤하지 못했고

2막 공원 장면은 시종일관 징징대는 사춘기 여자애를 보는 것 같아 통째로 들어내고 싶었다.

담담하지만 당당하고 현명한 올리버을 보고 싶었는데

많이... 당황스러웠다.

진심으로.

 

대신 배수빈 필립은 참 좋았다

딕션과 성량도 좋았고 연기와 액팅도 과하지 않으면서 잔잔하고 깊었다.

개인적으로 배우들이 연기할때 손동작을 유심히 보는데

1958년의 필립의 손동작은 아주 섬세하고 선명했다.

병원 상담 장면은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더 울컥해졌고

고통을 참아내는 사람이 갖는 아픔과 슬픔이 고요히 전달됐다.

임강희 실비아는 

김지현만큼은 아니었지만 이진희보다는 좋았고

이원 역시 양승리보다는 더 좋았다.

개인적으로 2막 1장을 참 좋아하는데 이원 배우가 초연과 근접한 감정을 느끼게 해줬다.

 

결국 이 작품은...

초연의 필립과 올리버, 실비아가 내겐 독(毒)이 되버렸나보다.

지금 배우들도 다 좋은 배우들이지만

안타깝게도 초연의 그들만큼 내게 닿지 못했다.

자화상이었던 <Pride>가

지금은 단지 정물화처럼 느껴진다.

꼭 미로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8. 18. 08:34

 

<Pride>

 

일시 : 2015.08.08. ~ 2015.11.01.

장소 : 수현재씨어터

극작 : 알렉시 켐벨 (Alexi Kaye Campgell)

각색 : 지이선

연출 : 김동연

출연 : 배수빈, 강필석 (필립) / 정동화, 박성훈 (올리버)

        임강희, 이진희 (실비아) / 이원, 양승리 (멀티)

기획 : 연극열전

 

연극 <The Pride>가 다시 시작했다.

작년 여름과 가을,

이 연극은 나를 위로하고 감싸안아 버티게 해줬다.

1958년의 올리버와 필립 두 사람이 문 앞에서 처음 만나는 순간 서로를 알아본것 처럼 나도 이 작품을 알아봤고 사랑했고 그 사랑은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이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나는 순간은,

실비아의 공기 중에 일렁이는 무언가가 있었다고 말했다.

나는 그걸 아주 기묘한 고요함이라고 말하고 싶다.

두 사람만이 감지하고, 공유하고,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의 시간을 지속의 시간으로 만들어버리는 알 수 없는 감정의 흐름.

<프라이드>의 첫번째 장은 그런 홀림이었다.

 

혼자 참 많이 기다렸었다.

기다리는 내내 가능하면 초연의 캐스팅 그대로 돌아와주면 좋겠다고 꿈꿨는데

아쉽게도 그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도 몇 명 정도는 돌아와주지....)

다시 돌아온 <프라이드>

내겐 너무 익숙한 작품이 낯설다. 아직은...

특히 1958년의 뉘앙스가 초연때보다 훨씬 더 가벼워졌다.

필립과 올리버의 조심성과 친밀함이 베어있던 경어체도 현대적인 어감으로 변했다.

게다가 1958년의 올리버(정동화)가 필립(강필석)에게 너무 노골적으로 끼를 부린다.

마치 나 지금 당신에게 반했어요, 좀 알아주세요... 그러는 것 같다.

당황스러웠다. 아주 많이...

아직 공연 시작 초반이라 분명 달라지겠지만 어쨌든 그 날 무대 위의 정동화는 확실히 올리버는 아니었다.

올리버를 열심히 연기하는 정동화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건 살짝 위험한 발언인데,

정동화에게서 한지상이 보인다.

(미묘한 과장과 억지스런 심각함, 그리고 치기 어린 유아기적인 허세...)

 

1958년 강필석 필립은 생각보다 더 유(柔)했다.

그 유(柔)함 속에 필립의 망설임이 느껴져 개인적으론 좋았는데

그래도 두 어 번쯤은 확 터트려주길 바랬는데 그러진 않더라.

그게 강필석의 필립이라는걸 이해하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 생각이지만,

중반 이후로 접어들면 강필석 필립에 어떤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실비아는...

김지현이 참 많이 생각났다.

초연때 실비아 때문에 참 많이 울었었는데

이 날 공연에서는 내 마음이 온전히 실비아에게 닿지 못했다.

 

솔직히 이 정도로 초연의 기억이 강력할 줄은 몰랐다.

그러지 않으려고 했는데

자꾸만 초연 배우들 모습이 오버랩됐다.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초연의 <Pride>와 나 사이에는 이야기가 있었으니까.

역사가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마지막 엔딩에"The Map"이 흐르니 가슴 한 켠이 쌰해지더라.

그때 알았다.

뭐가 어찌 됐든 이 작품을 외면하긴 힘들겠다고.

 

내가 멀리서 속삭일께요.

내 목소리가 당신에게 닿을때까지.

당신이 당신에게 닿을때까지.

괜찮아요.

괜찮을거예요

모두 괜찮아질거예요.

 

THE MAP


Who know, the pain.
I'm lost in the dark.
Your memory.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This is the reason why I stand here still.
Wherever you will go-
will be alright.
will be alright.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Who know, the whisper.
I find in my mind.
Our history.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This is the reason why I stand here still.
Wherever you will go-
will be alright.
will be alright.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1. 11. 08:15

<The Pride>

일시 : 2014.08.16. ~ 2014.11.02.

장소 : 아트원씨어터 2관

극작 : 알렉시 켐벨 (Alexi Kaye Campgell)

연출 : 김동연

출연 : 이명행, 정상윤 (필립) / 박은석, 오종혁 (올리버)

        김소진, 김지현 (실비아) / 최대훈, 김종구 (멀티)

기획 : 연극열전

 

연극 <The Pride>가 끝났다.

<The Devil>은 잘 보낼 수 있었는데 이 작품은 그렇게 못할 것 같다.

끝이 났는데도... 도저히 못보내겠다.

그래서 결정했다.

이 작품을 보내지 않기로...

마지막 공연이 있었던 일요일 혹시나 현매로 볼 수 있을까 싶어 공연장을 찾았는데 예상대로 헛수고였다.

너무 많이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다는걸 아니까 돌아섰다.

대신 은행잎으로 노랑게 물든 대학로의 골목들을 한참동안 걸으면서

이 작품의 대사들을 떠올리고 또 떠올려다.

그것만으로도 순간순간 따뜻한 위로가 되더라.

내가 이 작품을 이렇게까지 사랑하는구나...

다음에 올라오면 절대, 절대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원없이 보고 또 보리라... 다짐했다.

(몇 번을 봐도 늘 아쉽겠지만...)

 

마지막 관람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때문이었을까?

1958년의 필립과 올리버가 문 앞에서 마주하는 첫장면부터 참 많이 애뜻하고 뭉클했다.

필립과 올리버, 두 사람 사이에서 느껴지던 미묘한 떨림과 끌림.

점점 더 강하게 다가오는 절실함들이 너무 많이 아팠다. 

올리버가 준 앨범을 꼭 끌어안고 한참을 서있는 필립의 뒷모습에

또 다시 대책없이 무너졌다.

그 앨범을 올리버에게 건네는 필립의 손이,

그걸 다시 남겨놓고 떠나는 올리버의 마음이 그대로 다 느껴졌다.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텐데...) 

 

이 세상을 살아가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나와 동질의 영혼을 가졌다 믿어지는 유일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그가 1958년의 필립같은 상황이라면..

1958년의 올리버처럼 내 전부를 던지겠노라 말할 수 있을까?

2014년의 필립처럼 어떻게 됐뜬 계속 가보자고 말할 수 있을까?

그게 나를 먹먹하게 만든다.

 

모든걸 걸 수 있을때,

이야기는 시작되고 그리고 이어진다.

 

올리버 : 난 그저 그게 성적인 욕망, 육체적인 일탈, 도착일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어요.

필   립 : 맞아요, 그저 단순한 성적 호기심입니다.

올리버 : 여자를 만나 결혼하게 되면, 아이를 갖는다면 그럼 이런건 멈출 것이다.

            여자를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운다면 그렇다면 내가 맞서 싸울 수 있을 것이다

필   립 : 맞아요. 맞아, 올리버

올리버 : 하지만 이제와 당신을 만나고....

필   립 : 올리버. 제발...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아요.

올리버 : ...... 그 이상이라는 걸 알았다는 겁니다.

            우리가 만났던 시간, 대화, 당신에겐 필립!

            필립 일부분이 아니예요, 전부. 내 전부를 던질 가치가 있다는걸 깨달았습니다. 

필   립 : 다 끝난 일이예요.

올리버 : 아니요. 끝나지 않았습니다. 필립, 지금 내게는 시작입니다.

            우리 두 사람이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우리 둘 사이에 있었던 일입니다.

            우리 둘 사이에 있었던 일이 신성할 수도 있다는 거에요.

            예전에 잠 못 드는 밤에 대해서 물었었죠?

            어렸을때 난 내가 열망하는게 무엇인지,

            내가 누군지를 알아가게 되면서 내 마음 속 한 구석은 어둡고 비밀스러워졌어요.

            두려웠어요, 모든 사람들이 그건 잘못된 거라고 했으니까.

필   립 : 맞아요. 잘못된거 맞아요.

올리버 : 네, 나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온 세상이 그렇게 이야기하는데 내가 뭐라고...

            하지만 내가 당신을 만났을때, 내가 당신과 사랑에 빠졌을때 내가 느꼈던 감정은

            정직하고 순수하고 선했슴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진실한 나라는 걸 알았다는 겁니다. 세상이 틀렸던 거예요.

            필립, 우리는 달랐어요. 당신도 알쟎아요.

                                                                                                          - 1958년의 필립과 올리버

 

올리버 : 변화를 믿어?

필   립 : 변화를 믿냐구?

올리버 : 우린 정말 행운아들인것 가지 않아?

팔   랍 : 행운?

올리버 : 응! 생각해봐, 자유! 우리가 가진 자유!

필   립 : 무슨 자유?

올리버 : 침묵했던 수많은 사람들을 떠올려봐. 수천년동안 가난, 억압, 전통, 위선, 그런 이유로~~

필   립 : 지금도 세상 대부분이 다 그래! 침묵

올리버 : 알아! 나도 웨스트벵크 알아! 나치가 유대인을, 유대인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그리고나서는 모든 사람들이 침묵하지.

           차별과 침묵은 늘 한쌍으로 움직이는 것 같아.

           그래서 모든게 훨씬 소중한거야.

필   립 : 글쎄, 그런가?

올리버 : ...... 그래도 우리가 희망을 걸고 소중하게 여길수 있는 건 아무래도 사랑이 있어서인것 같아.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사랑,

           그런 사랑에서부터 나오는 행동과 마음, 존중, 사랑. 그 자체를 주고 서로에게 불어넣어 주는 것 말이야.

           우리가 가진건 그것뿐이야.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 2014년의 필립과 올리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0. 22. 08:22

<The Pride>

일시 : 2014.08.16. ~ 2014.11.02.

장소 : 아트원씨어터 2관

극작 : 알렉시 켐벨 (Alexi Kaye Campgell)

연출 : 김동연

출연 : 이명행, 정상윤 (필립) / 박은석, 오종혁 (올리버)

        김소진, 김지현 (실비아) / 최대훈, 김종구 (멀티)

기획 : 연극열전

 

오랫만에 이명행 필립과 박은석 올리버의 <The Pride>를 봤다.

더 깊어졌고, 더 간절해졌고, 더 진실해졌고, 더 짐심이었고, 더 가슴아팠고, 더 슬펐고, 더 행복했다.

눈물은 계속 흐느는데 얼굴엔 미소가 번지는 작품.

한결같이 너무나 내 맘 같은 대사들...

울컥하며 쏟아지는 감정을 추스르는게 매번 더 어렵다.

이 작품을 보고나면 한동안 감정적으로 버텨내가가 너무 힘들다.

특히 1막의 마지막 장에서의 필립과 올리버의 모습은

목을 놓고 엉엉 울어버리고 싶을 정도다.

올리버의 대사가 많이 아파

도저히 삼켜지지 않는다.

 

우리 다시 만나지 않기로 했는데 나는 할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평생을 기다려왔거든요,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을!

그 확신이 오면 나는 그것을 밀어낼 수 없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여기 와야만 했어요, 미안해요.

하지만 필립!

당신을 봐야만 했습니다.

우습네요. 난 내가 아는 줄 알았어요.

외로움, 혼자라는거, 난 그게 뭔지 아는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지금 알았군요. 외로움이라는거.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선택할 수 있는게 아니었어요.

나는 당신을 너무  사랑하고 있습니다.

당신 얼굴이, 당신 목소리가 들려요

당신이 보고 싶었습니다.

매일, 매순간.

 

1958년의 필립은 불쌍할 정도로 겁장이었다.

그래서 자신의 진짜 이름을 아는 유일한 사람을 잃었다.

그리고 수치심과 죄의식으로 가득한 끔찍한 삶을 선택했다.

침묵만이 살아남게 할거라는 필립의 말은

올리버의 말처럼 완전히 틀렸다.

 

올리버 : 다시는 당신을 볼 수 없겠죠

필  립  : 우리한테 꼭 필요한 일이예요. 계속 살아가기 위해선!

올리버 :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필   립 : 의미요?

올리버 : 진실하게 살지 않을거면, 이 멍청하고 고통스런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요?

           내 존재의 가장 깊은 곳에서 내가 누구인지 똑바로 바라볼 수 없다면!

 

진실하게 살지 않을거면...

가슴이 꽉 막혀버렸다.

길을, 지도를,

잃.어.버.렸.다.

 

THE MAP


Who know, the pain.
I'm lost in the dark.
Your memory.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This is the reason why I stand here still.
Wherever you will go-
will be alright.
will be alright.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Who know, the whisper.
I find in my mind.
Our history.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This is the reason why I stand here still.
Wherever you will go-
will be alright.
will be alright.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0. 14. 07:56

<The pride>

일시 : 2014.08.16. ~ 2014.11.02.

장소 : 아트원씨어터 2관

극작 : 알렉시 켐벨 (Alexi Kaye Campgell)

연출 : 김동연

출연 : 1958년 - 이명행 (필립) / 박은석 (올리버) / 김소진 (실비아)

        2014년 - 정상윤 (필립) / 오종혁 (올리버) / 김지현 (실비아)

        최대훈, 김종구 (멀티)

기획 : 연극열전

 

10월 9일 단 두 차례 공연된 연극 <The Pride> 특별공연.

1958년과 2014년의 필립, 올리버, 실비아를 출연배우 전부가 시대별로 나눠서 공연하는 아주 특별한 시간이었다.

미치도록 보고 싶은 공연이었는데...현실은 예매 참폐였다.

특공표를 구한다며 사방팔방 소문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공연 당일까지 표가 없어서 혼자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완전히 포기하고 있었는데 그날 <구텐버그> 낮공연을 보고 무작정 아트원씨어터를 찾았다.

가능성은 희박하겠지만 혹시나 현매로 관람할 수 있을까 싶어서...

티켓창구가 열릴때까지 2시간  이상를 기다렸다.

(다행히 가방 속에 "가우디"에 대한 책이 있어서 그걸 읽다보니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기다리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라.

내가 이 작품을 정말 많이 사랑하는구나.

그렇게 오랜 시간을 무작정 기다리고 있는걸보니.

다행히 내 간절함이 닿았나보다.

마지막 남은 현매표를 손에 쥘 수 있었다.

처음 든 생각은 다행이다...

그 다음엔 편안하고 따뜻해졌다.

날... 기다리고 있었구나...

그런 터무니없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 특별공연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안하리라.

단지 고맙다는 말은 꼭 해야겠다.

필립, 올리버, 그리고 실비아!

당신들은 정말 정말 좋은 사람들입니다.

1958년의 당신들도, 2014년의 당신들도 언제나 한결같이 좋은 사람들이예요.

아파하는 나를 위해 당신들은 코가 깨지면서까지 나를 수면 위로 올려줘 숨을 쉬게 해줬습니다.

정말 고마워요, 나의 핑크돌고래들.

 

* 이번 특별공연에는 두 통의 편지가 등장한다.

  1958년과 2014년 필립이 쓴 편지.

  2014년 편지는 극중에서 필립이 직접 읽지만

  1958년의 편지는 쓰는 모습만 보여주고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었다.

  지이선 작가가 쓴 편지라는데 김동연 연출 트윗에 그 내용이 올라왔더라.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서 전문을 그대로 옮겨본다.

 

올리버. 올리버. 올리버....
이 편지는 당신에게 쓰고 있지만, 당신은 받지 못할 겁니다. 난 지금 그저 견디기 위해, 이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매일 이렇게 당신에게 부치지 못할 이 글들을 썼다 지우고, 찢고, 태웁니다. 어떤 날은, 아예 쓸 수 없습니다. 그런 날이 가장 고통스러워요. 당신의 이름, 올리버 핸쇼, 그 이름을 차마 종이 위에 쓰지도 못할 만큼 내가 나약해진 순간이니까요. 무엇보다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당신의 이름을 소리 내어 부를 용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 편지에서 조차, 사랑이란 단어는, 당신 이름 앞에 붙여 쓰지도 못합니다. 그러니, 이렇게 어리석은 내게 미안해하지 말아요. 나는 당신이 내 이름을 처음 부르던 그 순간을, 잊기 위해 평생 노력할 겁니다. 그렇지만.. 당신은.. 내가 당신 이름을 처음 부르던 그 순간을, 영원히 기억해주길 바라는, 나를.. 날 용서하지 마세요. 그리고 이 편지를 또 다시 버리는 나를 용서하지 않기를.
                                                                     ......................................   필립으로부터,1958
 
올리버에게.
아프리카의 혹독한 건기가 지나고, 밤새 비가 온 다음 날. 난 이렇게 너에게 편지를 쓰고 있어. 이 거대한 대륙에서는, 모든 것이 소중하고 귀해서, 나는 단 한순간도 너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이 곳에서 가장 귀한 것들을 전부 너에게 가져다주고 싶어. 메마른 땅에 고인 한 줌의 물, 죽은 나무에 핀 한 송이의 꽃, 뜨거운 햇살에 스치는 작은 바람. 그리고 지금 내 앞의 무지개. 지구 반대편에서 간절히 내 이름을 부르는 사람, 목소리, 그게 나의 지도임을, 나는 매일 느껴. 그러니, 올리버, 니가 필립, 이라고 부르면 난 언제나 돌아볼 준비가 되어 있어. 그리고 나도 너의 이름을 부를게. 올리버. 올리버. 사랑하는 나의 올리버. 
                                                                     .....................................     필립으로부터,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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