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모토 바나나'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11.30 <그녀에 대하여> - 요시모토 바나나
  2. 2010.09.08 <빨간 장화> - 에쿠니 가오리 1
  3. 2009.10.15 <무지개> - 요시모토 바나나
읽고 끄적 끄적...2010. 11. 30. 05:58
요시모토 바나나,
그녀에게서 태양을 품은 열대 과일 냄새가 났던가?
열대 지방에서만 피는 붉은 바나나 꽃을 너무나 좋아해서
"바나나"라는 필명을 생각해냈다는 그녀.
그녀가 다른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그녀에 대하여>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연재됐던 이 소설은
회당 평균 조회수가 12만 회, 총 조회수가 480만 회나 이를 정도였단다.
"요시모토 바나나"라는 브랜드 네임이 갖는 힘도 물론 있었겠지만
오컬트적인 분위기가 사람을 은근히 집요하게 끌어당긴다.
healing story!
사람들 마음 속에는 위로받고 싶어하는 작은 아이가 살고 있다는데
그녀는 그 아이를 끄집어내 평온을 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엄마와 쌍둥이였던 이모,
어느 날 유미코에게 이모의 아들 쇼이치가 찾아와 이모의 유언을 전한다.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친부모가 건 저주를 푸는 건 쉽지 않다며
아들 쇼이치에게 유미코의 힘이 되어 주라고 했단다.
쇼이치를 만나 저주를 푼다면 다시는 유미코가 저주에 걸리지 않게 막아보겠다는 이모의 말.
함께 마녀학교를 나온 엄마와 이모는 서로 절연한 관계였다.
(그런데 정말 마녀학교라는 게 있을까? 어쩐지 요즘엔 있을 거란 생각이 우세하다. 자꾸 그런 책들만 봐서...)
유미코가 어린 아이였을 때
그녀의 엄마는 강령회에서 악령이 씌었다며 남편을 칼로 찌르고 자신도 목을 그어 사망했다.
오랫동안 혼자 남겨졌던 유미코에게 찾아온 사촌 쇼이치.
두 사람은 함께 옛집을 찾아가고
두 사람의 부모가 있었다는 클리닉과
강령회 밤에 유미코의 어머니에 의해 목을 찔리고 살아남은 여자의 집도 방문한다.
Healing road.
이상하다. 요즘은 이런 오컬트적인 소설들을 자꾸 읽게 된다.
연관이 있는 건가?



이모의 산소를 찾아가기로 하고 함께 잠자리에 든 두 사람.
유미코는 함께 한 시간들을 되집다가 드디어 자신의 존재를 깨닫게 된다.
그녀는 말한다.
"쇼이치 미안해. 나 살아 있지 않아, 벌써 예전에 죽었어. 나는 유령이고 이게 전부 네 꿈 속이야"
순간 등골이 오싹했던가!
그러니까 이 모든 이야기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구천을 떠도는 영혼을 달래기 위한 살풀이었다는 말이다.
유미코 역시도 부모처럼 오래 전 그 밤의 강령회 때 엄마의 손에 의해 죽은 사람이었던 거다. 
이모는 죽는 순간까지 내내 조카를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가슴에 담겨 있었다.
그래서 아들의 꿈을 통해 이곳도 저곳도 아닌 곳을 떠도는 조카를 불러내 평온을 안겨주고 싶었던 거다.
어쩌면 세상에는 위로받아야 하는 게 꼭 사람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위로받아야 하는 영혼도 분명 있을 거라고...
살아만 있어도 누군가의 꿈 자체인 사람.
모든 부모가 자식에게 갖는 감정이 이런 걸테다.
"나도 누군가의 꿈이고 싶었는데..."
유미코는 누군가의 자리에 차마 부모의 존재를 올려놓지 못해
이렇게 자신도 모르게 헤매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행복만이 모든 일들에 대한 복수라는 말.
행복하다면 과거를 바라보는 것쯤은 전혀 두렵지 않게 되는건가?
차를 놓쳤다면, 그래서 때를 놓친 것 같다면,
가만히 앉아 다음에 올 차를 기다려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수 있겠다.
섬득하면서도 평온했다.
<그녀에 대해서>
나는 그녀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할까?
그녀가 부러웠다고,
나도 내내 평온을 꿈꿨다고,
살아는 있지만 그녀보다 더 유령같은 때가 훨씬 많았노라고,...

어쩌면 나는 되집어 볼 용기조차 없는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9. 8. 06:31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묘하게 서정적이다.
물가에 앉아 아주 천천히 작은 돌멩이를 던진 다음
역시나 아주 천천히 그 흔들림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
흔들림이 완전히 멈출 때까지 기다렸다가 일부러 무심하게 다시 돌을 던지고 또 다시 기다리는 느낌.
일상같기도 하고
일상과 완전히 별개인 것 같기도 한 상황.
철저하게 현실적이면서도 몽환적인 느낌.
요시모토 바나나, 야마다 에이미와 더불어
일본의 3대 여류 작가로 불리는 에쿠니 가오리의 2010년 신작 <빨간 장화>를 읽다.



결혼 10년차를 넘긴 부부 이야기에 무슨 재미가 있을까?
신비감은 완전히 사라졌을테고 아이조차 없어 서
두 사람의 일상은 낮잠같은 무료함과
10년의 세월이 남긴 익숨함에서 오는 편안함이 있으리라.
딱히 둘 사이에 가슴 설렐 일도 없을테고
침묵과 별반 다름없는 수다를 조용조용 내뱉는 아내와
응! 어! 같은 건성의 의성어로 대꾸하는 남편.
아내는 남편은 전신주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점점 커지고 불가사의해지는 남편.
"어째서 나는 이 사람과 있으면 피곤해져 버릴까?"
결혼 10년을 지나온 아내라면 누구라도 한 번쯤 하게 되는 질문이 아닐까?
점점 현실의 남편보다 동일이지만 가상의 남편에게 더 많이 보호받고, 더 많이 의존하게 되는...
책의 아내 히와코는 그런 관계를 "불협화음"이라고 표현했다.
함께 있을 때보다 따로 떨어져 있을 때 남편을 더 좋아하게 된다는 아내의 유머러스한 독백은
진심인 동시에 진실이기도 하다.
이 부부,
위험할까? 삐걱댈까?
그래서 끝장을 보게 될까?



매년 크리스마스때마다 남편이 선물한 빨간 장화 모양의 과자!
3~4년이 지난 후 아내는 남편에게 말한다.
이제 빨간 장화 과자는 그만 선물하라고...
역시나 남편은 건성으로 대답하면서 돌아오는 크리스마스때마다 어김없이 빨간 장화를 선물로 사온다.
그러니까 이 "빨간 장화"는 상징적인 의미다.
"어째서 당신하곤 말이 통하지 않는 거야?"
(이 질문을 아내는 남편에게 했을까? 정답은 아니다. 어차피 남편은 듣지 않을테니까...)
남편 앞에서 끝없이 일상의 이야기하면서도 점점 외로워지는 아내.
세상 대부분의 아내들은 그래서 혼자하는 수다에 지치게 되면 생각하게 된다.
"외로운 건 그만하고 싶어..."

그러나 결말은 역시 일상이다.
남편과의 불협화음을 고백하던 아내 역시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불협화음이긴 하지만 단조로운 화음과 견주면 이 또한 얼마나 매력적인가...라고.
어쩌면 결혼생활이란 건 정말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어디에나 있는 막(幕)에 싸여 있는 듯한 느낌.
함께 하는 외로움이 주는 불안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모든 것에 익숙해지면서
오히려 편안함을 느끼게 되는 지독한 아이러니.
에쿠니 가오리의 이번 소설이 그렇다.
일상을 가만히 들어올러 잠시 흔들어 본 후에(그것도 아주 조금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묘한 편안함이 있다.
그 편안함은 유쾌하기도 행복하기도 슬프기도 홀가분하기도 하다.
특별한 사건이나 이벤트 없이도 서정적인 글을 쓰는 작가.
마치 내가 10년의 결혼생활 속에 지금 막 쉼표를 찍고 있는 소설 속 여자같다.
복잡했지만,
측은했지만,
안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이 편해지기도 한다.
에쿠니 가오리...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10. 15. 06:41

"여행" 같은 책이 있다.
누구도 동반하지 않고 떠나는
혼자만의 짧은 여행같은 그런 책.



"요시모토 바나나"
열대 지방에서만 피는 붉은 바나나 꽃을 너무나 좋아해서
"바나나"라는 pan name을 만든 그녀
그리고 느긋하게 몽환적이며
부도덕적이게도 아름다운(?) 소설
무지개



눈부신 햇살과 새하얀 모래,
투명한 바다와 레몬색 상어
그리고 아내가 있는 한 남자에 대해
처음부터 하나하나 천천히
그러나 집요하게 생각하는
한 여자의 감정의 기록.
타이티섬와 동경(東京)
그 생경한 국적(?) 안에서 길을 찾아가는
그녀의 감성과 내면의 언어들.



고갱을 생각하게 하는 화려한 색채의 그림들.
그런데 어쩐지 그림 속 그녀들의 표정과 입매는
사뭇 비밀스럽다.
그럼에도 감추고 있는 것을 너무나 강렬하게 말하고 싶어하는 욕망의 눈빛
문득, 그 이야기를 전부 들어주고 싶어진다...



뜨거운 이국의 햇살 아래
차가운 열정을 만나는 느낌이라고 할까?
다 읽고 나면 나른해지는 자신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 두 사람,
불륜일지라도 왠지 인정해주고 싶어진다.
참 위험한 마음의 고백...



그런 사람이 있다.
죽어가는 식물에게 선명한 생명의 색을 돌려주고
무관심으로 거칠어진 동물의 털에 반짝반짝 윤기를 주는 사람
그리고 그런 작은 생기들로
은밀하게 대화를 주고 받는 사람.
죽어가는 생명들에게 조금씩 조금씩, 그러나 눈치 챌 수 있게 생명을 불어넣는 사람
정말 그럴수도 있겠구나 인정하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대화를 나눌 수도 있고
이런 방식으로 사랑을 키워갈 수도 있겠구나...
그래서 결국 단념을 확신하기 위한 떠난 여행에서
오히려 더 큰 확신을 가지고 다시 돌아가는 사람도 있겠구나.
그리고 돌아오길 바라는 기다리는 마음도 있겠구나...



불륜을 미화하려는 동의의 표현은 아니지만
이 소설의 결말이 내겐 다행스럽고도 동시에 위험하게 다가온다.
그래도 여행 속에서 얻은 마음이기에
조금은 이해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 책,
끈질기게 몽환적이다.
다 읽어버린 지금쯤은
꿈에서 깨어나야 하는건가?

이렇게 차갑게 관능적일수도 있구나...
열대의 뜨거운 햇빛,
반짝이는 에메랄드 물빛 속에서
내 몸 구석구석도 레몬빛 관능으로 느리게 헤엄치고 싶다.
파라다이스를 향한 차가운 열정으로...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