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11. 7. 08:09

<유럽 블로그>

일시 : 2014.10.21. ~ 2014.01.18

장소 : 대학로 TOM 1관

대본 : 정민아

연출 : 이재준

출연 : 김수로, 강성진, 김도현, 박영필(온종일)

        성두섭, 김경수, 임병근 (하동욱)

        홍우진, 서경수 (유석호)

제작 : 아시아브릿지컨텐츠(주), 연우무대

 

누군가 그러더라.

<유럽 블로그>는 공공의 적(?)이라고...

여행을 갈 수 없는 사람에게 여행에 대한 그리움과 부러움을 가슴 뻐근하게 심어주는 나쁜 작품이라고!

여행을 꿈꾸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것도 배낭여행의 사작이라는 유럽을... 

확실히 <유럽블로그>는 "여행 조장 음악극"임에는 분명하다.

티켓부터 어찌나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만들던지...

티켓에 프린트된 하늘빛과 구름빛을 보는 순간 지중해의 바다와 하늘이 떠올랐다.

아... 떠나야겠구나...

티켓을 들고 나도 모르게 속삭였다.

과거의 여행조차도 추억하는 동안은 늘 현재진행형이라는데,

두번의 유럽여행이 눈 앞의 현실처럼 펼쳐졌다.

유럽을 여행하는 동안 나는 그랬다.

"또 다시 여기에 올 수 있을까?"를 생각했고

돌아와서는 "또 다시 그곳에 갈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그리고 혼자서 오래 앓았다.

여행이 주는 익명성의 행복이 그립고 또 그리웠다.

시간의 흐름을 바꿔놓는 유일한 힘, 여행!

낯선 곳에서의 우연은 때론 필연이 된다.

이들처럼. 

의도한건 아닌데 초연도 프리뷰로, 이번 재연도 프리뷰로 봤다.

일단 스토리가 초연때보다는 정돈이 돼서 좋더라.

초연때는 동욱이 망막변성 비슷한걸로 시력을 잃는 설정이었는데 솔직히 좀 그랬다.

세 명의 타인이 우연이 만나 함께 여행을 하면서 서로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보는건

흥미롭고 유쾌하고 즐거웠다.

개인적으론 무대와 영상은 초연때가 훨씬 좋았다.

특히 영상이 이야기에 직접 끼어드는게 오히려 이질감이 느껴지더라.

(초연처럼 BGM 느낌이었다면 좋았을텐데...)

영상을 보면서 배우들이 "여기 너무 좋다!", "여기서 살고 싶다" 라고 계속 말하니

어딘지 강요당하는 느낌이랄까?

(일종의 반복적인 들이댐의 부작용 ^^)

영상 자체도 초연땐 풍경 위주였는데 이번엔 인물 위주라서 살짝 아쉬웠다.

그래도 참 좋더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어줘서.

떠나야겠다는 다짐하게 만들어줘서.

 

극 속에서 동욱이 이런 말을 한다.

"열심히 살면 다 되는 줄 알았어.

 그런데 열심히 살수록 점점 더 열심히만 살아야 되더라."

열심히 사는게 잘사는건 결코 아니더라.

때로는 기우뚱거리고 절뚝거리면서 가파르게도 살게 되더라.

우당탕 넘어져도 결국은 어떤 이유로든 또 다시 일어나게 되더라.

그러더라.

그러니 뚝뚝 털고 일어나자.

삶은 여행이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2. 13. 08:22

<유럽 블로그>

일시 : 2013.02.01. ~ 2013.05.31.

장소 :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1관

대본 : 정민아

작곡 : 이진욱

안무 ; 정헌재

연출 : 이재준

출연 : 김수로, 채동현 (종일) / 김재범, 성두섭 (동욱)

        조강현, 이규형 (석호)

제작 : 극단 연우무대, CJ E&M

 

하루에 두 작품을보는 거 가능하면 안 하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같은 날 그것도 같은 공연을 두번 연거푸 봤다.

프리뷰 50% 할인의 유혹이 일단 가장 컸지만 

고맙게도 캐스팅이 서로 완전히 달라서 예매를 해버렸다.

그런데 3시 공연의 석호가 이규형에서 조강현으로 바뀌었다는 문자가 받았다.

아깝다!

이규형이었다면 <유럽 블로그>의 전캐스팅을 클리어하는 거였는데...

뭐, 그래도 괜찮다.

조강현이 보여준 찌질함의 극치를 보여준 연기가 아주 재미있고 사실적이었으니까. ^^

늘 느끼는 거지만,

조강현은 참 독특한 발성을 가진 배우인 것 같다.

어떤 때는 기본기 전혀 없이 생목을 사용해서 노래하는 것도 같고

또 어떤 때는 꽤나 진중하게 기본기에 충실하게 음색을 조율해서 부르는 것도 같다.

이 작품에서는 전자쪽에 가까운데

그런 발성으로 부르는 "입국심사"나 "1유로에 1420원"를 듣고 있으면

마치 명랑만화를 보는 것처럼 킥킥 웃게 된다.

치킨와 족발, 아이패드와 양말의 수를 헤아리는 석호의 처절하게 찌질한 모습이라니!

 

약간 뒷자리라 무대를 전체적으로 보기에 용이했다.

꽤 공들인 무대다.

공연 시작 앞,뒤로 보여주는 영상도 그렇고

조명의 on/off에 따라 "여행"에 대한 정의가 보여지는 것도 이색적이고 신선하다.

무대 양쪽의 프레임이 어떻게 활용될까 궁금했는데

때로는 기차 창문으로,

"여행의 시작"이라는 BG에서는 페러글라이딩으로 센스있게 사용했다.

그리고 무대 위에 자리한 두 개의 두툼한 의자는 정말 볼수록 탐나는 아이템이다.

(이런 의자 집에 하나씩 있으면 꽤 유용하겠다~~)

카톡을 통해 세 명의 주인공이 대화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공감 100%의 웃음이 객석 여기저기서 마구 터진다.

김수로 종일은 여행작가로 장기체류중인 인물이 아니라

어찌어찌하다 유럽에 흘러들어간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같았고

성두섭 동욱은 김재범 동욱보다 조금 더 무게감이 있었다.

그래선지 김수로와 성두섭 형제는 채동현, 김재범 형제와는 느낌이 완전 딴판이다.

김수로 성두섭쪽이 약간 뒤바뀐 형제 느낌이라면

채동현 김재범쪽은 터울이 많은 형에게 위로받고 기대고 싶은 동생 느낌이랄까?

극의 느낌과는 후자쪽 조합이 더 괜찮은 것 같다.

김재범 동욱이 무대에서 삐걱이며 넘어지려고 한 게 실수가 아니라 설정이라는 걸

성두섭 동욱을 보고 알게 됐다.

배우 성두섭!

지금껏 했던 인물들과 동욱이라는 인물이 너무 비슷해 슬슬 걱정되기 시작한다.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캐릭터를 깨부술 과감성을 기대해본다.

아직 젊고 충분히 똑똑한 배우니까.

 

이 작품 보고 나처럼 여기에 등장한 장소를 인터넷으로 찾아본 사람들 많지 않을까?

스위스 인터라켄 산악기차 시간표를,

융프라우에는 정말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이 있는지를 열심히 찾아보고

냉정과열정 사이의 피렌체 두오모 성당과

시네마 천국의 배경지 팔라시오 아드리아노까지.

어쩌나...

덜컥 떠나버리고 싶어졌다.

팔라시오 아드리아노에 있는 토토가 운영한다는 식당에서 파스타가 먹고 싶어졌다.

(심지어 파스타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아마도 그게 바로 천국의 맛이 아닐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창작 음악극 <유럽 블로그>는

정말 나쁜 작품이다.

도착과 출발 속에서 나를 갈팡질팡하게 만드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Trouble Maker!

그게 <유럽 블로그>의 정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2. 11. 08:59

<유럽 블로그>

일시 : 2013.02.01. ~ 2013.05.31.

장소 :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1관

대본 : 정민아

작곡 : 이진욱

안무 ; 정헌재

연출 : 이재준

출연 : 김수로, 채동현 (종일) / 김재범, 성두섭 (동욱)

        조강현, 이규형 (석호)

제작 : 극단 연우무대, CJ E&M

 

김수로프로젝트가 드디어 다섯번째 작품을 선보였다.

창작 음악극 <유럽 블로그>

배우 김수로!

공연계로의 외출이 그저 잠깐의 외유일거라고 생각했는데

꽤 뚝심있게, 그리고 상당한 자존심과 의지를 가지고 작품을 올리고 있다.

사실 좀 많이 놀라고 있는 중이다.

연극계의 전체 판도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 그의 등장으로 공연예술의 일부분이 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관객 입장에서도, 배우나 제작자의 입장에서도...

다른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김수로프로젝트와 함께 하는 배우와 스텝들은 적어도 불합리하고 비참한 대우를 받진 않을 것 같고

관객들도 개념없이 쏟아대는 저질의 유머에 당황하지 않아도 될 것 같고...

그런 의미에서 "김수로프로젝트"는 내겐 일종의 'win-win project"처럼 느껴진다.

프레스콜 무대에서 김수로가 그랬단다.

"5년, 10년 후에 김수로 프로젝트라는 이름만으로도 관객들이 찾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그동안 몰랐었는데 김수로라는 배우!

정말 폼나게,

아주 제대로 멋지다!

 

<인다아 블로그>를 만든 연우무대에서 만든 블로그 연작 그 두번째 이야기.

인도가 배낭 여행의 끝이라면 유럽은 배낭 여행의 시작이란다.

(인도... 가고 싶다... 근데 무섭다... 유럽... 인도보다는 덜 무섭다...가고 싶다... 아니 꼭 갈거다!)

경력과 이력을 무시할 수 없는게,

배우들이 실제로 유럽 3개국 8개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찍어온 영상은

<인디아 블로그>의 어설픈 영상들보다는 훨씬 깔끔하고 아름답다.

중간중간 무대 위에서 실제로 보여지는 장면과

영상으로 보여지는 장면들이 오버랩시킨 연출은 돋보인다.

생동감이 느껴진다고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있다면

무대 한가운데 라이브 밴드가 자리하고 있어서

고생하며 찍어온 영상이 조금씩 가려진다는 거다.

밴드의 위치가 좌, 우 사이드 쪽으로 이동했더라면 그야말로 워너비의 심정으로 봤을텐데...

(우리는 이렇게 라이브로 연주한다! 라고 꼭 내세우고 싶었던걸까!)

 

유럽에서 여행작가로 장기체류중인 형 종일(채동현)과

형이 첫 배낭여행지에서 보낸 사진 엽서 속 장소를 찾아가기 위해 짐을 꾸린 동생 동욱(김재범).

파리지앵과 바람난 여친 단비를 찾기 위해 무작정 유럽으로 날아온 찌질남 석호(조강현).

세 남자의 좌충우돌 유럽 여행기라...

재미있다.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진지하기도 하고,

때로는 세 남자의 원초적인 발랄함에 덩달아 기분이 업된다.

보면서 내내 느낀건데

이 작품은 줄거리나 내용보다는 배우의 역량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작품 같다.

줄거리로만 말하자면 사실 평범하고 진부한 쪽에 가깝다.

시작부터 동욱이라는 캐릭터에 건강상 문제가 있구나 감이 딱 오는 것도 그렇고...

설마 퍽하면 나오는 시한부인생은 아니겠지?

그렇다면 난 정말 실망할지도 모르는데...

걱정하면서 봤는데 망막세포변성증이란다.

시한부 인생보다야 덜 당혹스럽지만 이 설정 자체도 참 극적인 연출이다.

이 당혹감이 신라면을 먹은 듯한 얼큰함으로 속풀이 된 건

순전히 채동현, 김재범, 조강현 이 세 배우 때문이었다.

  

프리뷰 공연인데도

마치 오랫동안 공연해온 사람들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 합이 잘 맞던 세 배우.

특히 채동현 배우는 이 작품을 통해 처음 알게 됐는데

눈도장 정말 제대로 찍었다.

연기도, 노래도, 딕션과 목소리톤, 전체적인 느낌도 작품과 너무 잘 어울렸다.

스토리텔러에게 필요한 모든 조건을 다 갖추고 있는 듯.

창작 음악극 <유럽 블로그>의 가장 큰 수확이라면 단연 채동현 배우가 아닐까!

내겐 신선한 충격이자 일종의 보물찾기였다.

이 작품을 재관람을 하게 된다면 순전히 채동현 배우 때문일거다.

그리고 앞으로도 채동현배우가 출연하는 작품들은 일부러라도 챙겨보게 될 것 같다.

이 멋진 배우의 발견으로

<유럽 블로그>는 실제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즐거운 여행이 됐다.

적어도 내겐.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