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0. 11. 30. 05:58
요시모토 바나나,
그녀에게서 태양을 품은 열대 과일 냄새가 났던가?
열대 지방에서만 피는 붉은 바나나 꽃을 너무나 좋아해서
"바나나"라는 필명을 생각해냈다는 그녀.
그녀가 다른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그녀에 대하여>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연재됐던 이 소설은
회당 평균 조회수가 12만 회, 총 조회수가 480만 회나 이를 정도였단다.
"요시모토 바나나"라는 브랜드 네임이 갖는 힘도 물론 있었겠지만
오컬트적인 분위기가 사람을 은근히 집요하게 끌어당긴다.
healing story!
사람들 마음 속에는 위로받고 싶어하는 작은 아이가 살고 있다는데
그녀는 그 아이를 끄집어내 평온을 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엄마와 쌍둥이였던 이모,
어느 날 유미코에게 이모의 아들 쇼이치가 찾아와 이모의 유언을 전한다.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친부모가 건 저주를 푸는 건 쉽지 않다며
아들 쇼이치에게 유미코의 힘이 되어 주라고 했단다.
쇼이치를 만나 저주를 푼다면 다시는 유미코가 저주에 걸리지 않게 막아보겠다는 이모의 말.
함께 마녀학교를 나온 엄마와 이모는 서로 절연한 관계였다.
(그런데 정말 마녀학교라는 게 있을까? 어쩐지 요즘엔 있을 거란 생각이 우세하다. 자꾸 그런 책들만 봐서...)
유미코가 어린 아이였을 때
그녀의 엄마는 강령회에서 악령이 씌었다며 남편을 칼로 찌르고 자신도 목을 그어 사망했다.
오랫동안 혼자 남겨졌던 유미코에게 찾아온 사촌 쇼이치.
두 사람은 함께 옛집을 찾아가고
두 사람의 부모가 있었다는 클리닉과
강령회 밤에 유미코의 어머니에 의해 목을 찔리고 살아남은 여자의 집도 방문한다.
Healing road.
이상하다. 요즘은 이런 오컬트적인 소설들을 자꾸 읽게 된다.
연관이 있는 건가?



이모의 산소를 찾아가기로 하고 함께 잠자리에 든 두 사람.
유미코는 함께 한 시간들을 되집다가 드디어 자신의 존재를 깨닫게 된다.
그녀는 말한다.
"쇼이치 미안해. 나 살아 있지 않아, 벌써 예전에 죽었어. 나는 유령이고 이게 전부 네 꿈 속이야"
순간 등골이 오싹했던가!
그러니까 이 모든 이야기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구천을 떠도는 영혼을 달래기 위한 살풀이었다는 말이다.
유미코 역시도 부모처럼 오래 전 그 밤의 강령회 때 엄마의 손에 의해 죽은 사람이었던 거다. 
이모는 죽는 순간까지 내내 조카를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가슴에 담겨 있었다.
그래서 아들의 꿈을 통해 이곳도 저곳도 아닌 곳을 떠도는 조카를 불러내 평온을 안겨주고 싶었던 거다.
어쩌면 세상에는 위로받아야 하는 게 꼭 사람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위로받아야 하는 영혼도 분명 있을 거라고...
살아만 있어도 누군가의 꿈 자체인 사람.
모든 부모가 자식에게 갖는 감정이 이런 걸테다.
"나도 누군가의 꿈이고 싶었는데..."
유미코는 누군가의 자리에 차마 부모의 존재를 올려놓지 못해
이렇게 자신도 모르게 헤매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행복만이 모든 일들에 대한 복수라는 말.
행복하다면 과거를 바라보는 것쯤은 전혀 두렵지 않게 되는건가?
차를 놓쳤다면, 그래서 때를 놓친 것 같다면,
가만히 앉아 다음에 올 차를 기다려 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수 있겠다.
섬득하면서도 평온했다.
<그녀에 대해서>
나는 그녀에 대해 뭐라고 이야기할까?
그녀가 부러웠다고,
나도 내내 평온을 꿈꿨다고,
살아는 있지만 그녀보다 더 유령같은 때가 훨씬 많았노라고,...

어쩌면 나는 되집어 볼 용기조차 없는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7. 31. 05:48
무지 매력적이고 지적인 책을 만나다.
클래식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애써온 마에스트로 금난새.
오랜 시간 진행해온 청소년 음악회도 같은 맥락이었다.
몇 달 전 강호동의 무릎팍 도사에 나와서
"어떻게 하면 클래식을 더 많이 들게 될까요?" 라는 고민을 토로했던 금난새.
웃으면서 이야기했지만
아마도 이 일은 마에스트로 금난새의 필생의 업인 모양이다.
<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은 현재 1.2권까지 나와 있다.
고작 1권을 읽었을 뿐인데 참 놀랍다.
어쩜 글도 이렇게 재미있고 맛깔나게 썼는디...
전 체하는 고지식한 글들이 아니라 소설처럼 재미있고 읽을 수 잇는 글이다.
이름만으로 알고 있었던 거장들.
그들의 생애와 숨겨진 이야기, 세기의 곡들이 탄생하게 된 배경들을 읽으면서
듣는 클래식이 아니라 읽는 클래식에 감동하게 된다.



18세기에서 19세기에 활동한 위대한 대표 작곡가  16명을
그 작풍이나 성격이 대조되는 음악가들로 둘씩 짝지어 비교한 구성이 읽는 재미를 한층 배가시킨다.
그의 바람처럼 마치 미술관에서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
그것도 맨투맨으로 해설가가 쫒아다니며 설명해주는 것 같다.
왠지 읽고 있으면 나 스스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책에 소개되어 있는 음악가의 조합은 이렇다.

음악의 아버지 바흐 vs 음악의 어머니 헨델
음악의 신동 모차르트 vs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
고뇌하는 예술가 베토벤 vs 음악의 미식가 로시니
가난한 가곡의 왕 슈베르트 vs 귀공자 멘델스존

피아노의 시인 쇼팽 vs 오빠 부대를 몰고 다닌 인기스타 리스트
고전적 낭만주의자 브람스 vs 종합예술가 바그너
러시아 음악의 선구자 차이코프스키와 림스키-코르사코프
프랑스의 자존심을 되살린 드뷔시와 라벨
 

솔직히 고백하건데 두 사람의 조합 중에서 동시대 인물인줄 몰랐던 사람들이 태반이다.
클래식 음악을 가끔씩 즐겨 듣기는 하는데
참 기초지식 없이 맨땅에 해딩하듯 듣기만 했구나 싶다.
그러니 당연히 이 책이 아주 간곡하게 지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실제로도 이 책은 참 지적이고 매력적인 책이다. 
(항상 고맙다. 나를 일깨우는 책들은...)



마에스트로 금난새는
출판사로부터 청소년들을 위한 클래식 입문서를 써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을 때 
이 일은 음악가들 중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했단다.
한편으로 오랫동안 기다려오던 소식을 들은 것 같은 반가움을 느꼈다고.
그 이유는 이 일이 그가 그 동안 음악가로서 믿음과 사명감을 가지고 꾸준하게 펼쳐온 일련의 활동들과 맞닿아 있다는 확신 때문이었다고.
확신을 가지고 책을 만든 금난새는 말한다.

...... 나는 이 책이 독자들에게 음악교과서처럼 읽히기 보다는 예술작품을 대하는 자세와 접근하는 방법으로 익히고 가다듬게 하는 보기가 되엇으면 합니다. 아울러, 음악을 통해 각자의 개성과 취향을 찾고 상상력을 펼쳐가는 신성하고 즐거운 경험의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

그의 바람은 그대로 적중했다.
클래식을 해설하는 자상함 속에는 멋진 명화들을 포함한 다양한 예술작품들을 더불어 만날 수 있다.
비화들을 들려주는 부분에서는
그의 클래식에 대한 사랑의 정도가 그대로 전달된다.
이 한 권의 책은,
그대로가 이미 종합예술이다.



이 책이 아니었으면,
같은 엉터리 의사에게 치료받고 음악의 어머니 아버지가 똑같이 시력을 잃었다는 걸,
미식가로 유명한 로시니가 37세에 오페라 작곡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직접 요리를 배워서 요리책을 내기도 했다는 걸
아마 영영 몰랐을 것이다.
너무 가난했던 슈베르트는 피아노 살 돈이 없어 기타로 숱한 명곡들을 작곡했고,
바흐의 최고의 명곡 <마태 수난곡> 악보가 100여 년 후에 멘델스존에 의해 푸줏간에서 발견된 사실은
(푸줏간 고기를 싸는 용도로 사용돈 악보)
마냥 신기하고 놀랍기만 하다.
게다가 멘델스존은 작곡뿐만 아니라 상당한 그림 실력까지 가지고 있었다.
책 속에는 그가 그린 풍경화 한 점이 나오는데 문외한인 내가 봐도 상당히 멋진 그림이다.
그런가하면 31살에 요절한 슈베르트는 시를 잘 쓰기도 했다고...
잘생긴 외모와 신들린 듯한 피아노 연주로 여자들에게 엄처안 인기를 받았던 리스트.
그의 곁에는 소위 요즘 말로 "오빠부대"들이 가득했단다.
급기야 그의 아버지는 이런 유언을 남겼다.
"너는 여자들만 조심하면 모든 일이 잘 될 것이다..."

고리타분한 클래식 해설서가 아니라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함께 있어 클래식 소품을 틀어 놓고 읽으면
딱 무릉도원을 느끼게 해 주는 책이다.
각 챕터의 마지막메 있는 "쉽게 풀어 쓴 음악 상식"이나 "금난새의 추천 음악"은
클래식과 관련된 용어들과 상식들도 많이 일캐워준다.
1권이 읽고 나서 꼭 2권을 찾아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더불에 관계된 음악이 있는 CD도 함께 들어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미 그런 버전도 있다.
 
책을 읽고 있으면.
자신이 하는 일에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의 진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진심으로 부럽고 존경스럽다.
그리고 더불어 닮고 싶다.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09. 5. 31. 16:23
국민장을 위해
봉하마을을 떠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영결차 주위를 맴돌았다는 흰 비둘기.
떠난 분의 마음이었을가?
평화를 기원하는....



영정사진 위를
유유히 날아다니던 하얀 나비.
하고 싶은 말들
그대로 날개짓으로 남기고...



하늘에 떠 있던 오색 채운
마른 하늘 위에 남긴
못다한 마지막 유언



믿어지지 않는
거짓말 같은 현상들.
함께 울었구나... 함께..
온 몸이 투명해져
마침내 다시 빛으로 남겨지다...



붉은 쪽달
모두 함께
붉은 눈물 흘렸던 날.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