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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9.28 달동네 책거리 97 : <소문>
  2. 2010.05.18 <파라다이스 1,2> - 베르나르 베르베르
달동네 책거리2010. 9. 28. 08:18

<소문> - 오기와라 히로시


몇 년 전 출판된 <마케팅 2.0 iWOM>이라는 책을 아십니까?
마케팅 2.0 시대의 새로운 이론이자 홍보 기법이었던 WOM을 설명하는 책이었죠.
(지금은 벌써 마케팅 3.0 세대이니 시간 참 무지 빠르네요. 뭐 솔직히 2.0도 이해하고 있다고 말할 순 없지만 말이죠.)
"WOM"은 Word of Mouth의 약자로 쉽게 말하면 “입소문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덧붙이자면 “WOM”이란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확산되는 모든 언어, 비주얼, 행동, 유행 등을 총칭하는 말입니다. 즉, 입소문을 사회적 확산의 형태로 확장한 개념이죠. 이 WOM의 마케팅 기법을 이용한 모든 전략은 “iWOM"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설명하니 왠지 머리가 복잡하죠?
그럼 이 방법은 어떤가요?
사람들은 자신에게 의미 있게 각인된 어떤 것이 있다면 일주일동안 평균 2.5명에게 그것을 직접 말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게 negative한 것이든 positive한 것이든 말이죠.
그런 식으로 구전에 구전이 계속 되다보면 일주일이면 무려 10만 명에게 각인됐던 내용이 전달된다고 하니 우습게 여길 일은 절대로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기 이 "WOM 마케팅“이론을 가지고 발 빠르게 소설을 쓴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그것도 사이코 서스팬스 소설을 말이죠.
1956년 태어난 작가 오기와라 히로시는 일본에서는 꽤나 인기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 중 한 명이라고 합니다.
<모방범>, <낙원>의 작가 미야베 미유키가 여성의 시각과 감성으로 사건을 보고 풀어나갔다면 오기와라 히로시는 남성의 시각에서 여성의 입장을 응용하고 도움을 받으면서 사건을 풀어나간다고 할까요?
꼭 여성과 남성의 중간에 서 있는 그런 느낌입니다. 생물학적으로 그렇다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감성적으로 그렇다는 의밉니다.

"한밤중에 시부야에는 뉴욕에서 온 살인마 레인맨이 나타나서 소녀들을 죽이고 발목을 잘라 간대! 하지만 뮈리엘을 뿌리면 괜찮대!"
신제품 향수 뮈리엘을 둘러싼 소문의 내용입니다.
상품의 광고를 위해 은근히 WOM마케팅을 이용한 거죠.
향수 모니터를 위해 모여든 패션 감각이 남다른 여고생들에게 설문 조사(표면적 의도)를 하면서 기획회사 사장은 지나가는 말로 이런 거짓 소문(실질적 의도)을 은근히 흘립니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라는 단서를 붙이면서 말이죠.
사실 “WOM" 마케팅은 인간의 뒷담화 욕구와 모방심리를 교묘히 이용한 뒷공작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학적(?)으로 표현하자면 Dark side of the moon 이죠.
성공만 한다면 low cost에 비해 엄청난 high return을 얻을 수 있는 전략이죠. 모든 기업의 최대 목표이자 영원한 숙제인 ”low cost-high return"
“WOM 마케팅”은 확실히 이 전제에 정확히 부합되는 전략이긴 합니다. 어디까지나 성공했을 때의 일이지만요.
negative한 WOM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도산하는 회사도 생기는 현실이기에 이제 소문을 그저 단순히 소문으로만 듣고 넘기기엔 위험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분명히 “아니 뗀 굴뚝에 연기는 나는 법“이니까 말입니다.
WOM이 퍼지는 가장 큰 심리적 요인을 꼽으라면 아마도 인간의 잠재적인 공포와 불안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혹시 나만 모르고 있었던 거 아니야?”, “나 혼자 유행에 뒤떨어 진건가?” 혹은 “나만 모르고 있어서 다른 사람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감, 현대인의 신경증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은밀한 공포감의 일종이죠.

뮈리엘의 향수와 관련된 소문과 똑같은 살인사건이 발생한 시부야의 공원.
발목이 잘린 10대 소녀의 시체.
범인을 찾지 못한 체 우왕좌왕하는 사이 두 번째 사건 현장이 발견되고 시체의 두 발목은 역시나 잘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번째 사건의 희생자는 담당 남자 형사 딸의 친구이기도 합니다. 남형사와 파트너로 함께 두 피해자의 방을 조사하던 여형사는 그곳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죠.
뮈리엘 향수병과 두 사람 모두 그 향수 모니터링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사실을 말이죠.
결국 경찰 조사는 광고회사와 광고를 위탁받은 기획회사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도시괴담이 되어버린 살인자 레인맨!
그리고 레인맨에 의해 자행된 쾌락 살인의 정체!
사건의 해결은 세 번째 시체가 발견되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합니다.
세 번째 시체는 비록 한 짝이긴 하지만 잘린 발목 하나가 함께 발견됩니다.
거꾸로 칠해져 있는 페티큐어의 꽃다발 방향과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페티큐어 색, 그리고 세 번째로 발견된 사건 현장이지만 시기적으로 가장 먼저 일어난 사건, 즉 그 사건은 뮈리엘 향수 관련 소문의 시작일보다 훨씬 전에 일어난 사건이었죠.
그렇다면 향수 뮈리엘은 정말 이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걸까요?
아니면 계획된 잔인한 홍보 프로젝트의 연속이었을까요?
10대 소녀의 잘린 발목.
여성의 발에 대한 페티시즘(Fetishism)을 가진 성도착자에 의한 범죄?
인격체가 아닌 물건이나 신체 부위 등에서 성적 만족감을 얻는 페티시즘은 원시 신앙 중 하나인 주물숭배와 비슷한 현상으로 성적 도착증의 하나죠.
온전한 인격체로서의 인간 전체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그 특정 신체 부위를 사랑하고 집요하게 집착하는 정신 이상 증상이죠.
물론 범인이 페티시즘적인 인물이긴 하지만 묘하게도 이 소설은 사건의 시작과 사건의 결말이 서로 교묘히 교차하면서 엇나갑니다.
이야기는 사이코 서스팬스 소설치고, 그리고 일본소설 치고는 촘촘하지 않고 엉성한 편입니다. 시작의 강렬함을 끝까지 쭉 끌고 가진 못하죠.
결말 부분의 반전도 사실 조금 예상했던 내용이라 그다지 충격적이지도 않았지만 제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충격적이었던 건 WOM이란 마케팅 이론을 적용해서 하나의 꽤 그럴 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참신함이었습니다.
그리고 전문적인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요즘의 마케팅 기법과 홍보이론들을 엿보는 재미도 제법 있습니다. 낯선 세계를 들여다보는 “지적 관음증”의 발동이죠.
제가 지금 사이코 서스팬스 소설을 소개하면서 마케팅의 재미를 이야기하고 있네요.
뭐 이것도 독서의 매력이라고 박박 우기렵니다.
의외의 발견에서 오는 만족감이었다고...
혹시 본격적인 일본 추리 소설을 읽고 싶다면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읽어보라 권하고 싶네요.
이야기가 좀 길긴 하지만 촘촘한 구성과 지적인 기발함, 괴이함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이상 별 희한한 재미로 책읽기를 하기도 하는 달동네 책거리였습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5. 18. 06:50
어떤 면에서 보면 자국 프랑스에서보다
우리나라에서 더 대중적인 인기를 받고 있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그의 새로운 책 2권이 나왔다.
처음엔 한국인이 주인공이라는 그 장편이 출판됐구나 싶었는데
(그것도 주인공 이름이 우리나라에서 그의 책을 전담에서 출판하고 있는 
 열린책들 출판사 사장의 아들 이름에서 따왔단다 ^^)
그건 아니고,
베르나르의 약간은 허무맹랑하고 황당한 상상력을 모아놓은
단편, 중편 17편이 담긴 책이다.
베르나르라는 작가는 나에게는 참 극과 극을 오가게 하는 작가다.
<타나토노트>, <개미>, <파피용>, <신> 같은 작품들은 참 대단하다 싶은데
<인간>, <나무>, 그리고 신작 <파라다이스>는 뭐랄까,
좀 평이하고 솔직히 쉽게 돈 벌려고 쓴 책이란 생각도 든다. (죄송 ^^;;)
이런 상상력이 베르나르의 그 숱한 베스트셀러들의 모태가 된 거라
본인 스스로는 끔찍히 사랑스럽겠지만 나는 그닥......
그의 책에서 "깊이"를 보겠다는 건 아니지만 특히 중, 단편들은
왠지 속이 빈 껍데기를 들여다 보고 있는 것 같아 좀 당황스럽다. 



심각한 환경 오염으로 석유, 석탁 연료 사용이 불법화 된 세계의 새로운 교통수단의 등장.
페달 자동차와 투석기를 이용한 좀 과격하고(?) 황당한 장거리 이동 방법,
스스로 생식과 복제가 불가능해진 불임의 인간들이
어느날 남자는 꽃처럼 꽃가루로 사정을 하고 그 꽃가루를
나비가 여자의 생식기에 묻힘으로써 탄생되는 새로운 아기들.
좀 엽기적인 내용이긴 하지만 급기야 나비를 유혹하기 위해
인간들은 유행을 창조하고 몸을 장식하게 된다.
지구상에 여자들만 남고 남자들은 전설 속으로 사라진 시대의 획기적인 과학 창조물 난생인간.
거대하고 강력한 상표의 힘으로 전 지구가 민영화가 된다면?
영국, 미국, 프랑스 라는 국가명이 사라지고
애플국, MS국, 나이키국, 아디다스국이 생겨
전쟁이나 국경 논쟁도 상표 유지를 위해 발생하게 된다면?
그런데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런 세계를 이렇게 설명한다.
"있을 법한 미래, 있을 법한 과거"라고...
그런데 나는 베르나르가 만들어낸 이 세계만큼은
기발하고 참신하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좀 불쾌하고 불편했다면 나의 상상력이 현저하게 부족한걸까?



다른 나라에서 출판된 책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특이한 것은,
안에 있는 삽화들이 전부 우리나라 일러스트레이터 5명에 의해 그려졌다는 사실이다.
책이 출판된 나라마다 이렇게 했다면,
베르나르는 참 정치적(?)이고 사업가적인 수완이 상당한 작가라고 하겠다.
어쩌면 그런 비작가적인(?) 수완이
2010년 3월 22일 초판 1쇄 발행된 <파라다이스>를
불과 18일만인 4월 8일에 
초판 18쇄를 발행하게 만들었을지도...
아마도 베르나르에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베스트셀러 작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하게 하는 진정한 <파라다이스>가 아닐까 싶다.

이 책에서 내게 얻은 유일한 화두 하나!
"완벽한 농담은 여러 차례 버려 낸 강철 검과 같다.
 찌르고 자르고 베기도 한다. 그것도 단 번에..."

그리고 이 화두는 내가 베르나르에게 바라는 바람이기도 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