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6. 5. 18. 08:35

 

<Kill Me Now>

 

일시 : 2016.05.01. ~ 2016.07.03.

장소 :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극작 : 브래드 프레이저 (Brad Fraser)

각색 : 지이선

연출 : 오경택 

출연 : 이석준, 배수빈 (제이크) / 윤나무, 오종혁 (조이) / 이진희 (트와일라), 문성일 (라우디), 이지현 (로빈)

제작 : (주) 연극열전

 

다시 보고 싶은데 폭풍처럼 몰아치는 감정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망설여진다고 했던 이 작품을

결국 9일 만에 다시 봤다.

처음엔 한 달 정도 후에 보자 작정했는데

평온해진 감정이 다시 들끓으면 처음보다 더 감당하기 힘들것 같아 몰아치는 쪽을 선택했다.

다행스럽게도 한 번의 관람이 내성을 만들어줬는지

죽을 듯이 절망적이진 않았다.

심지어는 희망을 감지하기까지 했다.

조이는 그 이후 최선의 결정을 내리며 살아냈을 거라는 믿음.

 

태어나는게 내 선택에 의한 결정일 순 없다.

하지만 산다는 건, 죽는다는 건 스스로 선택해서 결정할 수 있다.

내 육체는 형편없이, 빠른 속도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데

내 정신은 너무나 명료하고 선명하다면?

통증을 잊기 위해 남은 시간은 진통제와 수면제로 살아야 한다면?

그렇다면 선택은 확실해진다.

극 속에서 제이크의 여동생 트와일라는 조이에게 이런 말을 한다.

"그렇더라도 난 오빠가 그렇게라도 옆에 있어주면 좋겠어, 조이! 아빠는 네 아빠만이 아니야. 내 오빠이기도 해!"

트와일라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되면서도

나는 조이의 말에 훨씬 더 무게중심이 옮겨진다.

"고모, 저건 사는게 아니야. 그건 내가 더 잘 알아!"

자신의 몸이 자신을 가두는게 어떤건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두 사람.

인간답고 죽을 권리를 위해 조이는 제이크의 마지막을 도왔고 지켰다.

조이와 제이크를 지켜준건 오리와 아빠의 소설 >춤추는 강>이었다.

 

.... 세상에 태어나는 모든 아이는 완벽한 존재다...

 

조이는 완벽한 아이였고

제이크는 완벽한 아빠였다.

누가 뭐래도 내가 본 세계에서는 두 사람 모두 완벽한 존재들이었다.

나는 그들이 미치도록 부러웠다,.

만약 몸의 고통 속에 갇혀버린 내가 내 삶을 평온으로 이끌고 싶어지면

나는 도대체 누구를 부를 수 있을까?

누가 내 곁에서 끝까지 나를 도와줄까?

 

Call me now!

Kill me now!

Heal me now!

 ...... and ......

I'm envy them.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3. 30. 08:11

 

 

<로기수>

 

일시 : 2016.02.16. ~ 2016.04.03.

장소 : DCF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작사 : 장우성

작곡 : 신은경

음악감독 : 변희석

무대 : 오필영

연출 : 김태형

출연 : 이승원, 윤나무 (로기수) / 김종구, 홍우진 (로기진) / 임강희, 이지숙 (민복심) / 박정표, 정순원 (배철식)

        장인수, 권동호 (돗트) / 최영민(프랜), 김민건(이화룡), 김성수(황구판), 김지혜(장개순), 장인수(돗트)

제작 : (주)아이엠컬처

 

2015년 3월 초연 프리뷰를 봤으니까 정확히 1년 만의 재관람이다.

초연의 느낌이 워낙 좋았어서 많이 바뀌었다는 말에 솔직히 재관람이 망설여졌다.

(또 다시 초연만한 재연은 없다는 원칙이 반복될까봐...) 

그러다 50% 타임세일의 유혹도 강했고 김종구의 로기진도 궁금해서 2층으로 예매를 했다.

1막 초반부가 초연과 확 달라져서 처음엔 좀 낯설다는 생각을 했다.

가령, 초연때는 이념이 다른 두 포로 집단의 싸움으로 시작됐는데

지금은 로기수가 무대에서 텝댄스를 추고 관중들이 환호하는 소리로 시작이 된다.

개인적으론 초연의 임펙트 강한 도입부가 훨씬 좋긴 했지만

다행히 전체적으로 느낌은 크게 벗어나지 않고 그대로 유지가 됐다.

초연의 배우들과 연출이 그대로 다 참여한 것도 작품의 질에 큰 몫을 차지한 것 같고!

새롭게 들어온 김종구, 박정표도 워낙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라 좋았고

특히 프렌 역의 최영민은 초연의 두 배우보다 춤도, 연기도, 느낌도 더 좋았다.

일 년 만에 듣는 넘버들도 너무 좋았고,

그 사이 배우들의 탭댄스실력들도 일취월장했더다.

웃음과 감동 두가지 모두를 손에 꼭 쥐고 있는 괜찮은 창작 뮤지컬이라는걸

이번에 재연을 보면서 다시 확신했다.

 

안타까운건,

<공동경비구역>도 그렇고 이 작품도 그렇고

딱 우리나라에서만 먹히는 작품이라는거!

그리고 그게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확신할 수 없다는거!

분단의 역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지만

그걸 현실이 아닌 판타지로 생각하는 세대들이 점점 많이지고 있으니까.

현실은 현실이라

언제나 희미하고 불확실하다.

그래서 예측은 늘 환상일 뿐이고!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8. 10. 09:03

<Capone Trilogy>

 

일시 : 2015.07.14. ~ 2015.09.29.

장소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원작 : Jamie Wilker

번역 : 성수정 

각색 : 지이선

작곡 : 김경육

연출 : 김태형

출연 : 이석준, 김종태 (Old Man) / 박은석, 윤나무 (Young Man)

        김지현, 정연 (Lady)

제작 : (주)아이엠컬처

 

이석준, 윤나무, 김지현 캐스팅의 <카포네 트릴로지> 세 편을 다 봤다.

이제 남은건 김종태, 박은석, 정연의 "LokiI"뿐.

내가 이 연극의 에피소드들을 이렇게 캐스팅별로 다 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는데... 

(그래도 다행인건 재관람없이 한 번으로 끝낼거라는 거!) 

 

어느 페어든 역시나 매력적인 작품임에는 분명한데

나는 김종태, 박은석, 정연 페어쪽이 훨씬  더 좋더라.

이석준-윤나무-김지현 페어는

세 편의 에피소드 모두 이석준 배우가 가장 돋보이고 눈에 들어온다.

빈디치의 경우는 특히 더...

각 에피소드마다 분명히 주인공이 따로 있는데 이석준 배우가 주인공처럼 느껴진다는건 

김지현, 윤나무의 존재감이 이석준의 존재감을 당해내질 못하고 있다는 의미일거다.

게다가 더 재미있는건,

이석준 배우는 루카스보다 빈디치에서가 더 매력적이었다.

루카스의 닉 니티는 이석준스러운 역할이라 어느 정도 예상이 됐었는데

빈디치의 루스는 야비한 권력자의 모습이라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졌다.

(평소의 이석준 이미지와는 아무래도 상반되는 느낌이라...)

역시나 가장 매력적은 에피소드는 "Lucifer"였고

루카스의 닉 니티는 이석준보다 김종태 배우의 표현이 개인적으론 더 좋았다.ㄷ

김종태 닉은 말린을 잃으면 모든 걸 잃고 일시에 무너져버릴 것만 같았는데

이석준 닉은 그마저도 이겨낼 사람처럼 보였다.

스스로는 아니라고 말하지만 조직의 보스... 딱 그 느낌.

그래서 김종태 닉의 슬픔과 아픔에 더 쉽게 동요되고 연민을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Loki"는,

김지현 배우뿐만 아니라

네다섯 가지 배역을 수시로 바꿔가며 연기한 이석준, 윤나무 배우의 활약이 돋보였다.

특히 윤나무 배우는 땀을 비오듯 쏟아내더라

(저라다 탈진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울만큼)

윤나무 배우도 "빈디치"보다는 "로키"가 훨힌 좋았고

빈디치는 발음과 딕션 때문인지 어른보다는 아이같은 느낌이 강했다.

(복수의 화신인데 아이처럼 느껴진다니...)

그리고 독백과 실제 대사 사이에 묘한 간극이 있더라.

윤나무 배우가 이 작품으로 인생 최고의 캐릭터를 만났노라 말하던데

나는 그게 빈디치가 아니라 "Loki"의 멀티를 두고 한 말이 아닐까 싶다.

뭐가 됐든 세 편의 에피소드 모두 다 매력적이고 재미있다.

어떤 에피소드를 보든 절대 후회는 안 될 작품.

그 중 내 추천작은 단연코 "Lucifer"

캐스팅은 필히 김종태-박은석-정연 으로!

그런데... 이 캐스팅의 루시퍼를 보면

결국은 나머지 에피소드들도 다 챙겨보게 될테다.

나처럼...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3. 19. 08:18


<로기수>

일시 : 2015.03.12. ~ 2015.05.31.

장소 : DCF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원작 : 김신후

극작, 작사 : 장우성 

작곡 : 신은경

안무감독 : 신선호

탭안무 : 박용갑

음악감독 : 변희석

무대 디자인 : 오필영

연출 : 김태형

출연 : 김대현, 윤나무, 유일 (로기수) / 홍우진, 기종구 (로기진)

       오의식, 정순원, 이우종 (배철식) / 임춘길, 장대웅 (프랜) 

       임강희, 이지숙 (민복심) / 김민건, 양경원 (이화룡)

       김성수 (황구판), 장개순 (김지혜), 권동호 (돗드)

제작 : (주)아이엠컬쳐


난 개인적으로 탭댄스를 정말 싫어한다.

그런데 이 작품은 사랑하기로 했다.
아니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라는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정말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몸과 마음, 이성과 감성을 완벽히 열게 만드는 작품을 만난게!
아름답고, 즐겁고, 안타깝고, 슬프고, 아프고, 간절하고...

내가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들이 이 작품 속에 다 담겨있다.


솔직히 말하면 별 기대 없이 본 작품이다.

굳이 기대감이 있었다면 김태형 연출에 대한 믿음 정도!

거제도 포로 수용소가 배경이라는 것만 알았고 탭댄스가 나온다는 것도 모르고 공연장에 갔다.

그랬더랬는데...

지금은 이 작품이 대박이 나고 조금 더 큰 극장에서 제대로 공연되면 좋겠다는 바람까지 생겼다.

완벽하거나 대단해서가 아니다.

기존 작품의 잔상도 많이 느껴졌고 곳곳에 작정하듯 배치한 신파적인 요소가 좀 거슬리기도 한다.

아직 익숙하지 않는 탭댄스는 어색한 리듬을 만들어냈고

안정되지 않은 음향과 무대 셋트의 작은 실수들을 연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사랑스러운건,

장면 하나 하나에 할 수 있는 모든 "노력"과 "진심"이 담겨잇어서다.

배우들에게도, 무대에도, 연출에도, 음악에도....

특히나 배우분들에겐 칭찬과 찬사의 말을 아끼지 못하겠다.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몸과 마음이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지 눈에 선하다.
그리고 얼마나 행복했을지도...
덕분에 그 모든걸 지금 관객들이 객석에서 느끼고 있다.
배우분들이 무대 위에서 보여준 그 모든 것들은
전율이니, 감동이니 따위의 단어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말로 표현되어질 수 없는 그 이상의 것!
정말이지 배우 한 명 한 명 모두 각오높게 춤췄다.

그리고 마지막 커튼콜에서

로기진과 로기수를 연기한 홍우진, 윤나무 배우가 끌어안는 장면은 정말 뭉클했다.

나조차도 지난 시간들이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느낌이었다.


뜨거운 사람들이 만들어낸 

뜨거운 작품 <로기수>

부디 지금보다 더 뜨겁게 사랑받는 작품으로 기억되길...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6. 11. 08:26

<블랙메리포핀스>

 

일시 : 2012.05.08. ~ 2012.07.28.

장소 : 대학로 아트원 씨어터 1관

대본, 연출, 작곡 : 서윤미

안무 : 안영준

프로듀서 : 김수로

제작 : 아시아브릿즈컨텐츠

출연 : 정상윤, 장현덕 (한스) / 강하늘, 전성우 (헤르만)

        임강희, 송상은, 정운선 (안나)

        김대현, 윤나무 (요나스)/ 추정화, 태국희 (메리 슈미트)

 

<블랙메리포핀스> 두번째 관람.

개인적으로 <풍월주>보다 이 작품이 스토리도 노래도 구성도 짱짱하고 배우들의 연기도 더 좋다.

 

첫번째 관람 때는 장현덕 한스에 송상은 안나였고 이번엔 정상윤 한스, 임강희 안나로 관람했다.

그래서 강하늘, 김대현, 추정화의 연기는 현재까지 확인하지 못했다.

예전에는 캐스팅 보드가 있는 지도 몰랐는데 이번에 보고 혼자 깜놀했다.

메리 슈미츠에 태국희, 추정화말고 제 3의 배우가 뒤늦게 캐스팅 된 줄 알았다. 

누구세요???

너무 심하게 포샾처리를 해서 배우 태국희에 태국희 아닌 사람이 들어있다.

그리고 그라첸 슈워츠 박사는 캐스팅 보드에 왜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아니, 뭐 별 중요한 건 아니고... 캐스팅 보드 보다가 그냥 그런 생각이 들어서...)

 

 

정상윤 한스.

역시 정상윤은 이런 배역에 잘 어울린다.

조금 시니컬하고 찌질하지만,

명철하고 정확하게 계획적하는 지적인 인물.

그러다가 한없이 무너져(소위 한 방에 훅 가는) 측은함과 연민을 무더기로 안기는 그런 인물.

그의 한스는 예민하고 섬세했으며, 주도적이기고 단단했다.

그리고 동시에 비겁하고 유약했다.

1열 관람이라 정사윤의 표정과 여백을 최대한 볼 수 있었다는 건 큰 행운이었다.

확실히 <풍월주>의 열보다 <블랙메리포핀스>의 한스가 그에게 더 적격이다.

(<쓰릴미>의 "나"를 떠올리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센 척하는 장현덕의 한스와는 확연히 다른 표현이고 해석이었다.

기억 저편의 트라우마를 알코올을 의존해 잊어보려는 한스의 어지럽게 파괴된 내면을 배우 정상윤은

썩 잘 표현하고 전달했다. 

특히 마지막 대사 표현은 압권이다.

울먹이면서 오랜 시간 여백을 두고 각인하듯 말하던 마지막 대사.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불행과 기꺼이 동행하겠습니다!"

 

임강희 안나.

송상은 안나가 너무나 인상적이라 처음엔 좀 당황했다.

뭐랄까?

송상은은 안나는 순수하고 여려보였는데

임강희 안나는 산전수전 다 겪은 여자가 보여주는 노쇠함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반전이 있을 줄이야...

마지막 Silent Wednesday 장면에서 임강희 안나는 압도적이고 폭압적이었다.

마치 엄청난 사건을 실제로 겪고 있는 사람같다.

안나는 홀로 고요하게 폭발하고 있었다.

그대로 무대로 뛰쳐나가 그녀를 부둥켜안고 숨겨주고 싶을만큼 강렬한 두려움과 공포와의 대면이었다.

이야기의 공포가 그대로 내게 전해져 섬득하고 떨렸다.

초점없는 무너지던 안나의 눈동자는

모든 기억을 지워버리기로 작정하기에 충분한 공포고 아픔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나면 아마도 안나를 맡은 배우는 탈진상태가 되지 않을까?)

첫번째 관람때 신선한 충격이었던 전성우 헤르만은 역시나 이번에도 인상적이었고

윤나무 요나스는 첫번째 관람에서는 미처 못 봤었는데 표정이 정말 좋았다.

확실히 1열 관람은 여러가지로  더 깊은 이해와 목격을 가능케 한다.

특히 이 작품은 가능하면 앞자리에서

배우들의 표정과 미세한 동작 하나하나까지 보면 더 깊고 집요하게 몰입할 수 있다.

휴대용 술병을 든 한스의 떨리는 손과 입매,

수첩을 넘기는 헤르만의 거칠고 간절한 손.

혼돈된 기억을 되살리며 두려움에 떨던 요나스의 손.

그리고 찢기고 폐허가 된 안나의 상처받은 손동작.

무언가를 끝없이 밀어내고 밀어내고 또 밀어내던 그 손의 막막함.

이 작품에서 "손(hand)"은 그러니가 묵시로적인 "언어"의 다른 형태다.

결코 입으로 말 할 수 없는 엄청난 상황을 고발하고 고백하는 수단으로 선택된 손.

손의 언어와 그림자 놀이.

이 둘은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일종의 "아리아드네의 실타래"라고 할 수 있겠다.

 

첫번째 관람에서는

단지 오랫만에 좋은 창작 뮤지컬이 만들어졌다며 감탄했었는데

두번째 관람에서는 인물들에 순간순간 동화가 돼 보면서 많이 힘들었다.

(배우의 집중과 몰입도 엄청나지만 나의 집중과 몰입도 엄청나다) 

그렇다면 세번째 관람에서는 나는 또 어떤 걸 보고, 느끼게 될까?

<블랙메리포핀스>

참 많은 걸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 더 궁금하고 끌린다.

그래서 아직까지 내겐 "비밀의 화원" 같은 신비로운 작품이다.

7월 1일,

예정된 세 번째 관람.

그 새로운 대면을 기다리며...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5. 16. 06:21

 <블랙메리포핀스>

 

일시 : 2012.05.08. ~ 2012.07.28.

장소 : 대학로 아트원 씨어터 1관

대본, 연출, 작곡 : 서윤미

안무 : 안영준

프로듀서 : 김수로

제작 : 아시아브릿즈컨텐츠

출연 : 정상윤, 장현덕 (한스) / 강하늘, 전성우 (헤르만)

        임강희, 송상은, 정운선 (안나)

        김대현, 윤나무 (요나스)/ 추정화, 태국희 (메리 슈미트)

 

 

젊은 연출가 서윤미가 대본에 작곡, 연출까지 한 창작 초연 뮤지컬.

김수로 프로젝트 3번째 작품 <블랙메리포핀스>를 보다.

일단, 와~~우!

탄성 한 번 질러주고!

정말 오랫만에 괜찮은 창작 뮤지컬을 본 것 같아 흐뭇하다.

<풍월주>와 더불어 오랫동안 기대했던 작품인데 일단 두 작품 중 하나는 합격이다.

(아직 <풍월주>는 안 봐서 모르겠다)

아니 오히려 기대치를 넘어선다.

배우들의 엄청난 몰입도에 놀랐고 음향이나 음악, 조명, 무대에도 놀랐다.

물론 <쓰릴미>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들이 보이는게 흠이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의 선전이고 놀라운 발전이다.

초연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만큼 탄탄하고 괜찮다.

와 ~ 우!

 

 

첫장면을 그림자 놀이로 연출한 것도 묘한 신비감을 준다.

아쉬움이 있다면 첫장면 뒤에 한스가 타자기를 칠 때까지 약 1분 30초나 되는 긴 시간 동안 발생한 막막한 공백이다.

바닥에 떨어진 커튼을 치우고 무대를 준비하는데 소요되는 그 대책없는 긴 시간.

단지 무대 소음만이 지배하는 이 시간은 어떻게든 해결해야 할 것 같다.

차라리 아무 소리 없이 극도의 침묵으로 채웠다면 긴장감이 극대화됐을텐데...

커튼은 자동장치같은 걸로 처리하면 안될까?

배우들이 주섬주섬 말아서 챙겨들어가는 게 어쩐지 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무대 소음들을 기꺼이 참아낼 수 있을 만큼 괜찮은 작품이다.

네 모서리에 놓여진 네 개의 의자와 사각의 중앙 무대로

배우들이 연기할 때 떨어지는 조명도 색감과 활용도가 훌륭하다.

세세한 부분까지 상당히 신경을 썼다는 게 눈에 보인다.

배우들의 손동작들은 마치 수화(手話)같다.

분명이 눈으로 보는 동작인데 온전히 "말"로 들린다.

한스와 헤르만 두 사람의 손동작 장면은 가히 압권이다.

때때로 숨막히는 긴장감이 느껴져 보면서도 온 몸이 찌릿했다.

어떻게 저런 표현 방법을 생각했을까?

 

얼마전 장안의 화재를 남기며 성황리(?)에 끝난 <쓰릴미> 때

무지 기대했던 장현덕 배우에게 많이 실망했었는데

이 작품을 보면서는 다시 긍정적 마인드로 방향전환하기로 했다.

(솔직히 <쓰릴미>때와는 전혀 다른 배우 같다)

극의 무게중심을 잘 잡아가고 절제와 흥분 등 감정표현에 넘침이 없이 대체적으로 성실했다.

장현덕 배우보다 더 놀라웠던 배우는

작품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헤르만 전성우와 안나 송상은.

무대에서 처음 본 전성우는 뭐랄까 야누스적이면서 중성적인 매력이 있었다.

딕션과 노래도 좋았고 특히 미성의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배우들과 장면과의 타이밍도 너무 좋았고, 손동작할 때의 느낌은 정말이지 너무 섬세해 아름다웠다.

미성때문인지 전체적으로 신비스런 느낌도 있고...

다른 작품을 하게 되면 꼭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개인적으로 다섯 배우 중에서 제일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지금 살짝 고민중이다. <밀당의 탄생>을 볼 것인가 말 것인가를...)

<스프링에워이크닝>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던 송상은 안나.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표현이 대담하고 엄청난 몰입도를 보인다.

후반부에서는 마치 무대 위에서 안나가 실제로 아버지에게 폭력을 당하고 있는듯 긴박하고 절박했다.

너무나 안타깝고 안스러워서 그 모습 보고 있는 게 힘들 정도다.

아버지 송영창 연기력을 물려 받았을까?

송상은의 다음 작품 <번지점프를 하다>도 기대가 된다.

메리 슈미트 태국희는 처음에 조금 페이스를 못 잡았는데 극이 진행될수록 점점 좋아졌다.

한스와의 대면이나 유언장 장면에서는 목소리 하나로 모든 감정을 다 표현해서 놀랐다.

아직까지 정체파악(?)이 어려운 요나스 윤나무는 아무래도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객적은 소리지만 막내인데도 요나스가 다른 형제분들에 비해 좀 노안(?)이신 것 같다.

 

<블랙메리포핀스>

아마도 꽤 여러번 보게 될 것 같다.

여러번 보면 부족한 점이 하나 둘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괜찮은 작품이라는 사실 하나는 여전히 변함이 없을 것 같다.

이로써 오랫만에 버닝할 작품 하나 추가됐다.

화이팅!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