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6. 9. 08:11

 

<사의 찬미>

 

부제 : Gloomy Day 19260804

일시 : 2015.06.06. ~ 2013.09.06.

장소 : DCF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작곡, 음악감독 : 김은영

극본, 연출 : 성종완

출연 : 김종구, 정동화, 정문성 이충주 (김우진)

        전혜선, 안유진, 곽선영, 최수진 (윤심덕)

        최재웅, 김종구, 정민, 이규형 (한명운)

제작 : 네오프로덕션

 

2013년 6월 6일.

창작 뮤지컬 <글루미데이>를 초연을 처음 봤으니 정확히 2년만의 재관람이다.

2014년 재연이 올라오긴 했는데 일부러(?) 안봤었다.

잘 만든 창작뮤지컬이고, 초연 관람 후에 블로그에 칭찬의 글은 남겼지만 글 말미에 재관람은 망설여진다고 썼었다.

이유는...

이 작품을 한 번 더 보면 스스로가 너무 많이 gloomy해져 감당하기 힘들것 같아서였다.

2014년 재연을 피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고...

2년이란 시간이 지나 내성도 생겼고 

그리고 무엇보다 배우진도 좋아 이번 시즌은 외면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선택한 프리뷰 두번째 공연 김종구, 안유진 정민 캐스팅.

거리감을 두고 보고 싶어서 일부러 2층을 예매했는데 나쁘지 않았다.

조명도, 무대도, 넘버도 역시나 좋았고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는 시점의 연출력이 아주 돋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행인건 이제야 <사의 찬미>라는 제대로 된 제목을 되찾아서 좋았다.

 

기대했던 김종구 우진은 연기적인 표현과 솔로곡은 정말 좋았다.

단지 그의 고질적인 딕션이 간혹 몰입에 방해가 됐고

다른 배우들과 함께 부르는 넘버에서 목소리가 명확하게 들리지 않는다는 건 아쉽다.

안유진 윤심덕은 과거와 현재의 시점에서 목소리톤이 다르게 표현해서 좋았다.

성량은 역시나 대극장용 배우.

남자 배우 두 명의 성량을 가차없이 잡아먹더라.

가장 놀랐던 배우는 미스터리한 인물 한명운을 연기한 정민이었다.

우진의 넘버 "그가 오고 있어" 중반에 치고 나오는 정민 한명운의 "사의 찬미"는 아주 압권이었다.

예전 초연때 이규형과는 또 완전히 다른 느낌이더라.

뭐랄까, 현실이면서 환상인 존재.

그렇다면 두 사람이 동시에 같은 환상을 본다는게 가능할까?

대답은... 윤심덕과 김우진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작품 속 우진의대사가 나를 그렇게 믿게 만들었다.

"처음 본 순간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정말로 두 사람이 새로운 결말을 위해 떠났다면

그들만의 신세계에서 두 사람의 후손들이 뿌리내렸으면 좋겠다.

 

"사(死)의 찬미(讚美)"

일본에서 만들어진 노래 중에서 유일하게 조선어로 녹음된 노래.

레고드사의 주문이 아닌 윤심덕 스스로 원해서 불렀던 그녀의 마지막 노래.

그리고 그녀는 현해탄에 몸을 던졌다.

가사 한 줄 한 줄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숨겨진 이야기가... 너무 많다.

 

 

 사의 찬미 (死의 讚美)

황막한 광야에 달리는 인생아

 너의 가는 곳 그 어데이냐

쓸쓸한 세상 험악한 고해에

너는 무엇을 찾으려 하느냐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건 허무

 

웃는 저 꽃과 우는 저 새들이

그 운명이 모두 다 같구나

삶에 열중한 가련한 인생아

너는 칼 위에 춤추는 자로다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건 허무

 

허영에 빠져 날뛰는 인생아

너 속였음을 네가 아느냐

세상의 것은 너에게 허무니

너 죽은 후에 모두 다 없도다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건 허무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6. 12. 07:52

<Gloomy Day>

부제 : 19260804

일시 : 2013.06.05. ~ 2013.06.23.

장소 :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1관

작곡, 음악감독 : 김은영

극본, 연출 : 성종완

출연 : 윤희석, 김경수 (김우진) / 안유진, 곽선영 (윤심덕)

        이규형, 정민 (한명운)

 

창작 뮤지컬 <글루미데이>

프리뷰 두번째날 저녁 공연을 봤다.

요즘 우리나라 창작뮤지컬을 보면 매번 놀라게 된다.

소재 자체도,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뮤지컬 넘버도, 배우들의 연기도.

무대와 조명도 참 좋다.

특히 편곡은 늘 감탄하게 된다.

솔직히 김우진과 윤심덕의 뻔한 신파를 보면 어쩌나 걱정했었는데

이런 작품을 보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보고 난 느낌은...

사람을 묘하게 gloomy하게 만든다.

뒷골을 잡아채는 묘한 우울함때문에 처음엔 이 작품의 호불호조차도 가늠할 수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우직한 소처럼 다시 되새김질을 해보니

그 gloomy의 정도가 꽤나 매혹적이다 .

이 작품,

과거의 사건을 지금의 시대로 멋지게, 그리고 완전히 새롭게 되살려냈다.

실제 사건과 픽션의 절묘한 조화!

게다가 작품 속에서 여러가지 편곡으로 7~8번 나오는 윤심덕의 "사의 찬미"는 가히 백미라고까지 말하고 싶다.

(편곡, 정말 예술이다,)

처절한 울리는 피아노와 묵직하게 깔리는 베이스 연주는 이 작품을 설명해주는 훌륭한 스토리텔러다.

멋지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특히 윤심덕이 김우진에게 총을 겨눈 뒤 부르는 "사의 찬미"는

자기파괴적이면서도 교활하고 집요하다.

모든 걸 포기한 듯 하면서도 어딘지 뒤에 진실을 감겨놓은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이 곳을 곽선영은 정말 잘 표현했다.

(브라보!)

 

윤희석의 김우진은,

초반엔 대사도 잘 안 들리고 노래도 많이 약했지만, 나약하고 무력한 식민지 지식인의 느낌을 잘 살려줬다.

연기나 대사 타이밍은 아주 좋았다.

김우진이란 인물,

자칫 잘못하면 참 무미무취한 인물로 전락할 수 있었을텐데...

윤희석의 김우진을 보면서 조금 아쉬운 건, 

조금만 더 그로테스크하고 예민하게 표현했다면 후반부 느낌이 훨씬 강렬했을 것 같다는 거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느낌 ^^)

마치 현실이 아니라 환상에 빠져 충동적인 결정을 내린 사람처럼 보여지는 건 영 못마땅하다.

한명운이 김우진에게 느꼈다는 "life force"라는 걸

나는 작품 앞, 뒤 어디서도 느낄 수 없었다.

처음부터 끝가지 우울한 식민지 지식인의 느낌, 딱 그랬다.

혹시 life force 운운했던 건 그저 한명운이 던진 미끼였을까?

그래야 한명운의 의도(대본)대로 모든 일이 벌어질테니까!

(어쩌면 정말 그럴지도!)

 

미지의 인물 한명운을 표현한 배우 이규형.

실제로 무대에서 본 건 이 작품이 처음인데 정말 놀랐다.

그저 까불까불하고 코믹한 연기를 주로 하는 배우라고만 생각했는데

내겐 일종의 반전이었다. 

본인보다 훨씬 키가 큰 윤희석을 완전히 압도하더라.

딕션과 연기, 노래도 너무나 명확하고 정확하다.

일본식 영어표현도 어색하지 않았고 표정과 손끝 표현도 정말 좋았다.

양복과 페도라도 썩 잘 어울리고...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를 떠올리게 하는 한명운을

나는 가상의 인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정말 김우진과 윤심덕이 탄 배에 같이 탑승했던 실제 인물이긴 하더라.

(어쩌면 두 사람과 전혀 일면식이 없는 인물이었는지도...)

 

"그렇게까지 힘들게 살아 남아서 대체 얻고 싶은 게 뭐야?"

한명운이 질문에 김우진은 답한다.

"우리의 진짜 세상!"

진짜 세상?

그런데 정말 그런 게 있기는 한건가?

이곳(배)을 벗어나면(바다로 몸을 던지면)

정말 신세계라는 게 있기는 할까?

그리고 그들은 정말로 선구자가 되는 걸까?

그 어떤 편견도 없고,

그 어떤 경계도 없는 그런 곳을 찾아 떠난 선구자!

하지만 그런 곳은 노래가사 그대로  "이 세상에 없는 곳"이 아닐까?

그래선가?

내가 내내 gloomy 했던 게!

 

고민된다.

다른 캐스팅으로 한 번 더 보고싶은데

보고난 뒤에 더 gloomy 해질까봐서.

그러면 감당하기 힘들 것 같다는 gloomy한 예감이...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