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첵>
일시 : 2014.10.09. ~ 2014.11.08.
장소 : LG 아트센터
원작 : 게오르그 뷔히너 <보이첵>
극본, 작사 : 싱잉 로인스 (The singing Loins)
편곡, 음악감독 : 장소영
안무 : 이란영
연출 : 윤호진
출연 : 김다현, 김수용 (보이첵), 김소향(마리), 김법래(국악대장)
정의욱, 박성환, 박송권, 임선애 외
제작 : LG 아트센터, (주)에이콤인터내셔날
24세에 요절한 천재 작가 게오르그 뷔히너의 미완의 희곡 <보이첵>.
연극으로만 익숙한 이 작품을 <명성황후>와 <영웅>을 만든 에이콤의 윤호진 대표가 창작뮤지컬로 만들었다.
8년이라는 준비기동안 자신의 모든 노하우를 이 작품에 쏟아부었노라고...
솔직히 이 비극적인 이야기를 뮤지컬로 도대체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 걱정이 됐었다.
게다가 음악을 영국의 언더그라운드 밴드 싱일 로인스에게 맡겼단다.
싱잉 로인즈...
한국의 언더그라운드 밴드도 모르는데 영국의 언더그라운드 밴드를 설마 내가 알리 없겠지만
이건 뭔가... 싶었다.
그런데 이 미지의 싱잉 로인즈라는 밴드가 영국에서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인드 밴드란다.
심지어 밴드가 본업도 아니고,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는 지극히 평범한(?) 노동자들이란다.
싱잉 로인즈도 대단하고, 이런 미지의 밴드를 과감하게 선택한 윤호진 대표도 참 대단하다.
요즘처럼 강강강강(强强强强)의 뮤지컬 넘버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 작품 넘버가 밋밋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참 좋더라...
뭐랄까... 아주 간곡하고 처연했다.
보이첵의 부르는 넘버는 너무 아프더라.
그래서 견뎌내기가 좀 힘들았다.
보이첵을 연기한 김수용은...
황폐하게 부서지는 이 감정들을 도대체 어떻게 감당할까!
차마 똑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야했던 장면들 앞에서
나는 배우 김수용을 걱정했다.
정말 많이 진심으로...
인간라는 집단은 얼마나 잔혹하고 무자비한가!
다수의 인간이 선량하고 순수한 한 사람을 이렇게까지 능멸하고 조롱하고 멸시할 수 있다는게,
그게 가능하다는게...
끔찍하고 공포스럽다.
열등한 인간이 견딜 수 있는 스트레스의 한계.
실험이라는 명목으로 자행되는 이 모든 잔혹한 행위들.
"넌 쥐새끼다! 실험용 쥐새끼!"
열등한 인간이라는 말...
이 말이 홀로고스트가 되어 가슴 속을 후볐다.
사랑하는 여자와 아들이 유일한 희망이고, 꿈이고, 삶의 이유였던 보이첵의 파괴를 보면서
나는 "Why Alive?'를 생각했다.
운명은 너무나 냉정해서 아무리 노력해봐도 바뀌지 않는다는 보이첵의 말.
그 말이 환상이길, 환청이길,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랬다.
실험실에서 도망친 보이첵이 친구 슈미츠를 찾아온 장면은 감당이 안되더라.
칼날 위에 위태롭게 서있다는 말 슈미츠의 말...
더는 못보겠다는 말...
그걸로 충분하다는 말...
침상 위에서 가방속 자신이 가진 모든 걸 꺼내던 보이첵.
"이게 내 인생의 전부인가!"
정말이지... 더는 못보겠더라.
그걸로 너무나 충분하더라,
모든걸 다 잃은 사람이 이 세상을 향해 토해내던 마지막 숨결 "루비 목걸이"
가사 하나하나가... 그대로 통곡이었다,
이 작품 좋은 작품이긴한데
(물론 다 좋다...는 아니다. 수정해야할 부분은 확실히 있더라.)
다시 보게 되진 않을 것 같다.
한 인간이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파괴되는 모습을 또 다시 볼 자신 도저히... 없다.
그 후유증이 생각보다 너무 크다.
특히나 연극 <프랑켄슈타인>과 이 작품을 같은 날 관람하는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닌것 같다.
감정이 너무 피폐해져서
솔직히 지금까지도 많이 절뚝거리고 있다.
잔인하고 끔찍한 인간들.
그 속에 나 또한 있음이 날 아프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