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10. 17. 08:08

 

<보이첵>

일시 : 2014.10.09. ~ 2014.11.08.

장소 : LG 아트센터

원작 : 게오르그 뷔히너 <보이첵>

극본, 작사 : 싱잉 로인스 (The singing Loins)

편곡, 음악감독 : 장소영

안무 : 이란영

연출 : 윤호진

출연 : 김다현, 김수용 (보이첵), 김소향(마리), 김법래(국악대장)

        정의욱, 박성환, 박송권, 임선애 외

제작 : LG 아트센터, (주)에이콤인터내셔날

 

24세에 요절한 천재 작가 게오르그 뷔히너의 미완의 희곡 <보이첵>.

연극으로만 익숙한 이 작품을 <명성황후>와 <영웅>을 만든 에이콤의 윤호진 대표가 창작뮤지컬로 만들었다.

8년이라는 준비기동안 자신의 모든 노하우를 이 작품에 쏟아부었노라고...

솔직히 이 비극적인 이야기를 뮤지컬로 도대체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 걱정이 됐었다.

게다가 음악을 영국의 언더그라운드 밴드 싱일 로인스에게 맡겼단다.

싱잉 로인즈...

한국의 언더그라운드 밴드도 모르는데 영국의 언더그라운드 밴드를 설마 내가 알리 없겠지만

이건 뭔가... 싶었다.

그런데 이 미지의 싱잉 로인즈라는 밴드가 영국에서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인드 밴드란다.

심지어 밴드가 본업도 아니고,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는 지극히 평범한(?) 노동자들이란다.

싱잉 로인즈도 대단하고, 이런 미지의 밴드를 과감하게 선택한 윤호진 대표도 참 대단하다.

 

요즘처럼 강강강강(强强强强)의 뮤지컬 넘버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 작품 넘버가 밋밋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참 좋더라...

뭐랄까... 아주 간곡하고 처연했다.

보이첵의 부르는 넘버는 너무 아프더라.

그래서 견뎌내기가 좀 힘들았다.

보이첵을 연기한 김수용은...

황폐하게 부서지는 이 감정들을 도대체 어떻게 감당할까!

차마 똑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야했던 장면들 앞에서

나는 배우 김수용을 걱정했다.

정말 많이 진심으로...

 

인간라는 집단은 얼마나 잔혹하고 무자비한가!

다수의 인간이 선량하고 순수한 한 사람을 이렇게까지 능멸하고 조롱하고 멸시할 수 있다는게,

그게 가능하다는게...

끔찍하고 공포스럽다.

열등한 인간이 견딜 수 있는 스트레스의 한계.

실험이라는 명목으로 자행되는 이 모든 잔혹한 행위들.

"넌 쥐새끼다! 실험용 쥐새끼!"

열등한 인간이라는 말...

이 말이 홀로고스트가 되어 가슴 속을 후볐다.

사랑하는 여자와 아들이 유일한 희망이고, 꿈이고, 삶의 이유였던 보이첵의 파괴를 보면서

나는 "Why Alive?'를 생각했다.

운명은 너무나 냉정해서 아무리 노력해봐도 바뀌지 않는다는 보이첵의 말.

그 말이 환상이길, 환청이길,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랬다.

실험실에서 도망친 보이첵이 친구 슈미츠를 찾아온 장면은 감당이 안되더라.

칼날 위에 위태롭게 서있다는 말 슈미츠의 말...

더는 못보겠다는 말...

그걸로 충분하다는 말...

침상 위에서 가방속 자신이 가진 모든 걸 꺼내던 보이첵.

"이게 내 인생의 전부인가!"

정말이지... 더는 못보겠더라.

그걸로 너무나 충분하더라,

모든걸 다 잃은 사람이 이 세상을 향해 토해내던 마지막 숨결 "루비 목걸이"

가사 하나하나가... 그대로 통곡이었다,

 

이 작품 좋은 작품이긴한데

(물론 다 좋다...는 아니다. 수정해야할 부분은 확실히 있더라.)

다시 보게 되진 않을 것 같다.

한 인간이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파괴되는 모습을 또 다시 볼 자신 도저히...  없다.

그 후유증이 생각보다 너무 크다.

특히나 연극 <프랑켄슈타인>과 이 작품을 같은 날 관람하는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닌것 같다.

감정이 너무 피폐해져서

솔직히 지금까지도 많이 절뚝거리고 있다.

 

잔인하고 끔찍한 인간들.

그 속에 나 또한 있음이 날 아프게 한다.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0. 6. 8. 05:52
어제 저녁 7시에 세종문화회관에서
제 4 회 뮤지컬 어워즈 시상식이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배우들이 주연상을 받아서 덩달아 기분이 좋다.
창작 뮤지컬 "영웅"에서 안중근 역할을 했던 "정성화"가 남우주연상을
세계 4대 뮤지컬 "미스 사이공"에서 킴 역할의 "김보경"이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와~~~우!
이 날 정성화는 소감을 말하면서 눈물을 흘렸단다.
사실 그는 매년 소감을 준비했었다며 4년만에 꺼낸다고 말해 주변에 폭소를 자아냈다. 
“오늘 이 자리는 믿음 때문에 가능했다”며 소감을 밝힌 그는
자신을 믿고 끝까지 지원해준 제작자와 스태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개그맨에서 조연급 연기자로 특별한 존재감 없이 연기하던 정성화.
감회가 남다르지 않았을까?
개그맨이라는 타이틀이 그에게 배역의 한계를 줬을테고 그걸 부수기 위해 무지 노력해야 했을테니까...
포기하지 않고 멋지게 이겨낸 그이기에 개인적으로 이 상의 의미가 더 특별하리라 생각된다.
배우 "정성화"는 실제로 무대 위에서 참 열심이고 진지하다.
진정성이 충분히 느껴질 정도로...
그에게 뮤지컬 "영웅"에서의 "안중근" 역은 일종의 터닝 포인트가 되어 줬을 것이다. 
여우주연상의 그녀 "김보경"
그녀의 무대를 봤다면,
아무도 그녀의 수상에 토를 달지 못할 것이다. (뭐 실제로 토를 다는 사람도 없긴 하다)
그 작은 체구 어디에서 그런 에너지가 나오는지 신비스러울 따름이다.
지금 겨우겨우 참고 있는데 그녀의 "킴"을 또 만나고 싶어서 미치겠다. (^^)
두 사람 모두, 나를 참 징글징글하게 울렸던 괴물들인데...

                   남우 주연상 : 정성화(영웅)                여우 주연상 : 김보경(미스 사이공)

작년 뮤지컬 대상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은 조정석이
"스프링어웨이크닝"으로 또 다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고,
"모차르트"에서 "황금별"을 정말 멋지게 불렸던 남작부인 "신영숙"이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두 사람도 내가 예상했던 수상자들 ^^
조정석의 데뷔작 "호두까기 인형"을 봤던 게 언제적인지...
참 이 사람도 너무 동안이다 싶다.
조금 더 나이가 들어보이면 아마도 역할의 폭이 더 넓어질텐데...
그래서 나는 그의 나이듦을 따라가 보는 게 참 재미있고 특별할 거라 생각한다.
(이미 서른을 넘긴 나이긴 하지만...)
소위 말하는 상 복 없는 배우 "신영숙"씨는 수상이 너무 늦은 감이 있긴 하다.
여우주연상을 받았더라도 손색이 없는 실력파 배우.
두 사람에게도 축하의 박수를...


    남우 조연상 : 조정석(스프링어웨이크닝)                   여우 조연상 : 신영숙(모차르트)

남자 신인상은 예상했던 그대로 "모차르트"의 김준수(시아준수)가 받았다.
예상했던 인기상까지 거머줘서 2관왕의 영예을 안았으니 첫 뮤지컬 데뷔 치고는 엄청난 성과라고 하겠다.
하긴 김준수 때문에 업무가 마비된 세종문화회관이었으니...
(대극장 완판남이 드디어 나왔다는 사실...)
여자 신인상은 댄스뮤지컬 "컨택트"에 나왔던 발레리나 "김주원"
꼭 보고 싶었던 공연인데 안타깝게도 놓치고 말았었는데...
그녀의 수상은 좀 의외의 결과였다.
(아마 본인도 의외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
개인적으로 미스코리아 출신 "이하늬"가 받을거라 예상했었는데...


            남우 신인상 : 김준수(모차르트)                     여우 신인상 : 김주원(컨택트)

<명성황후>를 만든 에이콤에서 안중근 의거 100주년 기념으로 만든 뮤지컬 <영웅>. 
예상대로  최우수 창작뮤지컬상과 남우주연상을 비롯한 주요 6개 부문을 석권했다. (짝짝짝!)
에이콤은 1995년 명성황후 시해 100주년을 맞아 뮤지컬 <명성황후>를 제작하더니
이번에도 역사적 사실을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멋지게 만들어냈다. 
(이런 시도들은 정말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
그리고 뮤지컬 "영웅"은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한대도 정말 잘 만든 작품이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뭉클하고 아프다...
 작년 겨울에 이 작품때문에 눈발을 헤쳐가며 눈물바람으로 LG아트를 얼마나 드나들었던지...)
<영웅>의 윤호진 연출의 소감이 재미있다.
“올해가 명성황후 15주년이다. 명성황후의 옥동자 <영웅>이 태어난 것 같다”
뮤지컬 <영웅>은 내년 8월말부터 두 달간 LA 공연을 시작으로 해외진출이 시작된단다.
<명성황후>같은 성공을 해외에서도 이룰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된다.


                   최우수창작뮤지컬상 "영웅"                    최우수외국뮤지컬상 "스프링어웨이크"

 -  제4회 더 뮤지컬 어워즈 수상자 -

▲ 최우수창작뮤지컬상 = '영웅'
▲ 최우수외국뮤지컬상 = '스프링어웨이크닝'
▲ 베스트리바이벌상 = '오페라의 유령'
▲ 소극장창작뮤지컬상 = '스페셜레터' '연탄길'
▲ 연출상 = 윤호진(영웅)
▲ 안무상 = 강옥순(금발이 너무해)
▲ 무대미술상 = 박동우(영웅-무대디자인)
▲ 조명음향상 = 구윤영(영웅-조명디자인)
▲ 작사작곡상 = 추민주, 민찬홍(빨래)
▲ 극본상 = 추민주(빨래)
▲ 음악상 = 피터케이시(영웅-편곡자)
▲ 남우주연상 = 정성화(영웅-안중근 역)
▲ 여우주연상 = 김보경(미스사이공-킴 역)
▲ 남우조연상 = 조정석(스프링어웨이크닝-모리츠 역)
▲ 여우조연상 = 신영숙(모차르트!-발트슈테텐남작부인 역)
▲ 남우신인상 = 시아준수(모차르트!-볼프강모차르트 역)
▲ 여우신인상 = 김주원(컨택트-노란드레스 역)
▲ BCLOUN.G 남우/여우 인기상 = 시아준수(모차르트!)/ 정선아(모차르트!)



뮤지컬을 좋아하는 내게는 이 수상자들이 참 다행이고 반갑다.
추카추카~~~~
(빠져들면 안 되는데....)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