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2. 12. 7. 08:43

<거기-이것이 차.이.다2>

부제 : 거기, 그 여자가 왔다, 난리가 났다.

일시 : 2012.09.07. ~ 2013.02.24.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원작 : 코너 맥퍼슨 (Conor McPherson) "The Weir"

개작, 연출 : 이상우

제작 : (주)이다엔터테인먼트, 극단 차이무

출연 : 강신일, 김승욱, 김중기 (장우)

        이대연, 민복기, 이성민 (춘발)

        정석용, 오용, 송재룡 (진수)

        박상우, 진선규, 김훈만, 류제승 (병도)

        송선미, 김소진, 오유진 (정)

 

2012년 차이무와 이다의 합작 연극 프로젝트 그 두번째 작품 <거기>.

참 예매하기 어려운 작품이었다.

TV 드라마 "추적자"의 강신일, "골든 타임"의 이성민, 정석용, 송선미까지 합세하면서 이 네 배우가 캐스팅된 날은 그야말로 광클의 전쟁터였다.

네 배우의 조합까지는 바라지도 않았지만 강신일, 이성민의 모습은 보고 싶었다.

다행히 어쩌다 눈 먼 자리가 생겨 네 배우 조합을 예매하면서 사실 좀 놀랐다.

솔직히 뭔가 횡재한 듯한 느낌도 들어서 기분도 좋았다.

나중엔 문자로 진수 역이 정석용에서 송재룡으로 변경됐다는 연락을 왔는데 그래도 땡큐한 캐스팅이었다.

게다가 송재룡 진수는 이 작품 속에서 정말로 연기의 "진수"를 보여줬다.

그런데 이분 정말 폭탄주 하신 건 아닐까???

의심을 확신으로 믿게끔 만든 연기라서 지금까지도 솔직히 음주 여부가 심하게 의심스럽다. ^^

얼굴도 점점 벌게지고...

 

부채끝 마을 세 명의 아저씨들과 한 명의 총각.

김정이라는 외지여자가 이사오면서 다섯명이 병도의 카페에 모이게 된다. 

한 여자로 인해 네 남정네가 쏠리고, 끌리고, 휘몰리는 모습이라니!

이제 사춘기가 막 접어든 남학교에 예쁜 여선생님이 찾아온 느낌이랄까!

도대체 이 아저씨들 이렇게 귀여워도 되나 싶다.

큰 파도도 아니고 소심한 파도들이 여기저기에서 우루루 찰싹 찰싹 밀려온다.

능청스런 연기와 표정들.

너무나 자연스럽게 불시에 튀어나오는 애드립까지...

급기야 이성민 배우의 갑작스런 사리걸림에

공연하는 배우들까지 웃음보가 터지고 말았다.

이 장면 외에도 과하지 않은 숱한 애드립으로 배우와 관객이 참 많이 웃었다.

작품 자체도 재미있지만,

역시나 배우들의 실생활같은 리얼한 연기는 보는 내내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마치 연극을 보고 있는 게 아니라

토막이들이 사는 시골 동네에 몰래 끼어 앉아 그네들 말을 옆에서 듣고 있는 느낌이다.

애드립을 애드립으로 맞받아치면서

돌발적인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고 재치있고 순발력있게 대처하는 모습이 참 대단들했다.

누구 한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튀기 위해 기를 쓰는 게 아니라

완전히 아우려저서 한 덩어리로 작품을 끌고가는 모습은

작품의 내용보다 훨씬 더 진하고 감동적이었다.

그야말로 고수들이 보여주는 능청과 관록의 대향연이었다.

연극판에서 오래 고생하며 단련된 사람들이 갖는 신비함과 합(合)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아마도 TV 드라마의 인기가 큰 힘을 발휘했겠지만

원래 연말까지 예정되어 있던 이 작품이 내년 2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단다.

몇몇 배우들이 빠지긴 하는데

(그런데 그 빠지게 되는 배우들이 대부분 한창 유명세를 타고 있는 이분들이시다....)

작품 자체도 나쁘지 않으니까 객석이 비지는 않을 것 같다.

실제로 출연 중인 다른 배우들도 다들 연극판 관록과 경력이 만만치 않다.

(차이무 아닌가!)

어떤 캐스팅으로 보든

네 아저씨들이 구사하는 복작복작한 강원도 사투리의 매력에 아마도 풍덩 빠지게 될테다.

술한잔 못 마시는 나조차도 시원한 맥주 한잔이 간절해지는 그런 작품이었다.

것도 병따개가 아니라 손으로 돌려서 따는 맥주!

(그런데 이거 진짜 술 아니었을까?)

 

엄마할머니 집을 지나는 귀신 다니는 길을 따라

귀신들이 단체로 어깨동무하고 나온다는 부채끝 마을.

이 수다스런 아저씨들 만나러 금방이라도 달려가고 싶다.

귀신 이야기이 한아름 안고,

술이랑 안주 잔뜩 싸들고 병도의 카페에 들어서는거다.

장우의 톤으로 "생맥주 없나?" 한마디 하고 은근슬쩍 긴테이블 한 자리에 끼어앉으면...

어쩌나!

갑자기 현실감 무지하니 느껴진다.

어랍쑈! 진수가 들어오더니 카지노 얘기를 한다.

(지난번처럼 240만원 땄단다...)

조금 있으니까 춘발과 정이 찬바람과 함께 들어온다.

돌려따는 맥주가 냉장고에서 꺼내지고

정을 위해 복분자가 아닌 와인을 찾으러 병도가 급하게 집으로 뛰어간다.

와! 정말 살 맛 난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9. 3. 07:40

<슬픈 대호>

일시 : 2012.08.01. ~02.12.09.02.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대본 : 민복기

연출 : 민복기

출연 : 문천식(강대호), 이중옥(심대호), 공상아 (멀티)

제작 : (주)이다엔터테이먼트, 극단 차이무

 

극단 차이무와 이다엔터테이먼트기 합작으로 연극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이것이 차이다"라는 이름으로 전부 3편의 연극이 올려진다.

그 첫번째 작품인 <슬픈 대호>

나머지 두 작품은 예전에 했었던 <거기>, <늙은 도둑 이야기>

세 편 모두 새롭게 선보이는 신작이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신작이 한 편이라도 있어줘서 다행이다.

"연극열전", "무대가 좋다"의 흥행에 자극을 받았는지 차이무와 이다가 손을 잡고 프로젝트를 시도한 건 참 고무적인 일이다. 

연극 <아트> 이후에 오랫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한 문천식이 사채에 시달리는 시계방 주인 강대호를,

극단 차이무의 이중옥이 대통령후보를 테러한 후 시계방 주인을 인질로 잡은 심대호 역으로 나온다.

다른 이유로 막장 인생을 살고 있는 두 대호의 이야기는

보는 내내 참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차이무식 코메디와 풍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작푸인긴 하지만

기존의 <늙은 도둑 이야기>와 내용이나 형식이 너무 유사해서 신선한 느낌은 거의 없다.

가끔은 차이무에 바라게 된다.

유쾌하고 즐거운 작품도 가끔 해주면 좋겠다고...

2006년 박근혜 테러 사건, 언제 끝날지 모르는 대한민국의 고질병 사채문제.

거기다가 BBK나 4대강, 대국민 사과문, 독도방문 등 MB의 또라이행각을 수시로 비웃어주는 이 작품은

보면서 그냥 유쾌하고 재미있게 볼 수만은 도저히 없다.

이런 대한민국의 현실에 살고 있는 우리가 못내 안스러워서...

특히나 차이무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당췌 희망을 꿈꾸기가 힘들다.

극의 대사처럼 세상은 점점 편해지고 살기 좋아지는데 왜 나는 더 살기가 힘들어질까...를

내내 우울하게 고민하게 만든다.

살다보면 다른 길도 보여야 하는데 일관성있게 한결같이 늘 외길만 보이는 삶.

타인의 삶을 침흘리며 부러워하기도 기운이 빠진다.

 

두 남자의 연기도 나쁘진 않았지만

특히 여러 배역을 정말 너무 완벽히 수행한 여배우 공상아의 활약에 박수를 보낸다.

가히 여자 임기홍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문천식, 이중옥 두 배우는 그래도 하나의 흐름을 가지고 연기를 하면 되지만

공상아 배우는 매번 다른 상황에 전혀 다른 배역으로 연기를 해야 하는 거라 만만찮았을 것 같다.

심지어 앵커로 등장할 때도 상황이 전부 다르던데 참 대단하더라..

관객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도 상당하고...

정말 배우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아무나 해서는 안되는 천업(天業)이라는 게 이해가 된다.

인질과 인질범 전부 사살시키는 결말은 너무 허무해서 개인적으론 적쟎게 당황스러웠다.

좀 무책임한 결말 아닌가?

물론 이 작품의 결말 해피할수야 없겠지만 일종의 허무개그를 본 느낌이라 영 찜찜했다.

(강대호는 해피한 결말인건가? 자살이 아니니 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테니까.)

대본을 쓸 때 민복기는 어떤 생각을 했던걸까?

공연장을 나오면서 문득 그게 궁금해졌다.

 

<슬픈 대호> 때문에 좀 슬퍼졌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