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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05 남북 이산가족 상봉
  2. 2008.12.05 달동네 책거리 8 : <원 행>
그냥 끄적 끄적...2010. 11. 5. 06:02
매번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내용를 뉴스로 보거나 기사로 읽을 때면
어쩔 수 없이 눈물이 난다.
내가 결코 알 수 없는 혈육의 헤어짐으로 인한 너무나 길고 긴 고통!
그분들이 흘리는 눈물을 보고 있으면
모든 것이 그대로 정지된다.
언제 또 만나게 될까?
남편을, 아내를, 자식을 또 다시 언제 보게 될까?
이제 고령의 나이가 많아서 건강상의 문제로 결국 상봉을 포기하는 분도 계신단다.
일생 품고 있던 소원을 결국 이루지 못한 분들...
그분들의 회한은 또 얼마나 깊을까?



5년 전부터 치매를 앓고 있다는 남측의 박상화(88) 할아버지는 북측의 딸 박준옥(64)을 보고
그 자리에서 한 눈에 늙은 딸을 알아봤단다.
미안하다며 계속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가슴이 아려온다.
가물거리는 기억 속에서도 어린 딸의 모습만큼은 끝까지 붙들고 계셨었나보다.
4살 때 헤어진 뒤 처음 만난 딸에게
"내 딸아 미안하다, 내가 혼자 내려오는 것이 아닌데…"라며 눈물을 쏟는 모습을 보면서
이산의 아픔과 고통에 내 눈까지 붉어진다.



북측의 두 동생을 만나 눈물을 흘리고 계시는 남측의 전춘자(83) 할머니.
할머님 역시도 파킨슨병을 앓고 있지만 상봉행사 중에는 내내 맑을 정신을 유지하셨단다.
7살, 5살에 헤어진 동생은 이제 64세, 62세의 노인이 되어 있다.
홀로 남쪽으로 내려와 고생할 동생들 생각에 명절마다 밥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었다고 말하는 할머님은
여동생에겐 자신이 입고 있던 스웨터까지 벗어주고
남동생에겐 쓰고 있던 돗보기를 벗어줬다.
할머님은 이미 무려 60kg에 달하는 생필품과 의약품을 동생들에게 건네주고서도
하나라도 더 주고 싶어 안달하신다.
"동생들에게 챙겨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주고 싶었다"는 할머님.
그 절절하고 애끓는 심정을 내가 감히 알겠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미 사망한 형을 대신해서 나온 조카를 만난 남측의 조중휘(76) 할어버지.
저 두 손 안에는 얼마나 많은 세월과 그리움과 아픔이 담겨있을까?
늙은 조카를 만나는 더 늙은 삼촌.
분단은 이렇게 일가의 사간을 송두리째 잡아먹어 버렸다.

남북한 합쳐 이번 상봉의 최고령자였던 남측 김부랑(97) 할머님은
남편이 북측에서 결혼해 낳은 딸 권오령(65)씨와 외손자 장진수(38)씨를 만났다.
교사이던 남편이 북한지역으로 발령받아 떠난 뒤 해방후 38선이 막히면서 헤어졌다고 할머님은
재혼을 하지 않은 채 시부모님을 모시고 1남 2녀를 키우며 살아왔단다.
할머님는 남편이 북한에서 낳은 딸인 오령씨의 손을 잡고 눈시울을 붉혔고, 
함께 온 아들 오인씨는 "아버지라고 큰 소리로 한 번 불러보고 싶었다"고 눈물을 쏟았다.
할머님은 남편의 묘소에 부어달라며 다른 선물들과 함께 술 한 병도 건넸다.
97의 연세까지 포기하지 않고 만나길 원하는  혈육의 회한.
이미 저 세상으로 떠난 남편의 자식을 부등켜안고 보듬는 할머니의 주름진 손에는
일생의 고통이 그대로 담겨있다.



이번 상봉에서 남측 94명 가운데 90대가 무려 19 분이었다.
80대는 48명, 70대는 27명, 그리고 69세 이하는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기사를 보고
더 늦기 전에 헤어짐으로 찢겨진 가슴을 감싸줄 방법이 정말 절실해졌다.
남북 고향방문 행사를 주최한 대한적십자사도
심각한 고령화에 놀라며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가족이 헤어져 평생을 사는 것도 고통인데
남아있는 시간 또한 얼마 없다면...
정치적인 것 모두 떠나서 혈육에게 깊고 깊은 회한만은 남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측도 북측도 이 문제에 대해선 어떤 정치적 관점도 개입시키지 않고
두고두고 이 분들의 뼈아픈 눈물들을 기억했으면...
주름진 두 손을 기억했으면...
점점 흐미해진 기억을 무슨 일이 있어도 붙잡고 있는 모습을 기억했으면...

헤어진 모든 이산가족들이 아무 조건 없이 다 만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고 바래본다.
더 이상 눈물 흘리는 가족이 없었으면...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8. 12. 5. 22:17

정권 교체기의  영원한 아이콘 “정조”

<원행> - 오세영


 


“팩션” 소설의 시작을 알린 작가 오세영.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결합시킨 새로운 장르의 문학형태인 팩션(fact + fiction = faction )

지금이야 완전히 자리 잡은 문학장르가 됐지만 1993년 <베니스의 개성상인>이 출판될 당시만 해도 팩션이라는 용어는 아직 낮선 용어였습니다.

<원행>이란 소설은 2006년도에 출판됐고, 전 작년에 읽었는데 우리 도서관에 2월 신작도서로 올라와 반가운 마음에 글을 올립니다.


정권교체기가 되면 항상 “정조”라는 아이콘이 등장을 하는 것 같아요.

아마도 조선의 르네상스 문화를 꽃피운 그의 강력한 개혁군주 이미지를 닮고 싶은 마음 때문이기도 할 테지만요..

2년 전 쯤 인가?

이 “정조”라는 아이콘이  문화 아이콘으로 대대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구요.(드라마 이산의 시청률에 공감을 하게 됩니다 ^^)

“화성에서 꿈꾸다”라는 창작뮤지컬이 제가 정조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라면 동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작품에서 정조의 본명이 이산이라는 것도, 사도세자의 본명이 이선이라는 것도 알게 됐으니까요.

현재 수원 화성은 다 아시는 것처럼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이 되어 있고, 매년 대대적인 정조 수원행차(을묘원행) 시연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작년에 다녀왔는데 한번 권해드리고 싶네요)


정조대왕이 10년만 더 치세를 했다면 우리나라 역사가 달라졌을 거란 말이 있습니다.(정조는 49세의 나이로 사망했는데 독살됐다는 설이 있습니다)

당연히 거센 변혁의 모후엔 기존 보수세력의 거센 반발이 있었을 거구요

시파의 수장 체제공과 개혁 물결의 교두보 적약용, 벽파의 수장 심환지 그리고 세상을 뒤엎을 역성혁명을 꿈꾸는  문인방(옥포선생), 이 4인과 정조와의 8일간의 암투 과정을 그린 소설입니다.

그야말로 흥미진진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그 다음 장이 궁금해지게 만드는 책입니다. 약간 두꺼운 분량의 책이지만 아마도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은데요 ^^


정조는 실제로 목숨을 위협하는 수많은 자객 속에서 어릴 때부터 스스로를 단련(?) 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어느 정도의 위협에는 까딱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한번은 자신을 살해하러 온 자객을 그냥 보낸 적도 있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신념을 가진 사람을 살해한 폭군으로 역사에 기록되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였죠. (정말 멋지지 않습니까????). 그는 왕의 자리에 서려있는 피냄새의 의미를 알고 있었고, 그래서 어떤 왕이 되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뇌했던 군주였습니다.

이 책은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축하하기 위한  8일간의 수원 화성 행차를 통해 수구세력(벽파)을 제압하고 왕권을 더욱 확고히 하여 개혁의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을묘원행은 표면상은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축하한다는 의미였지만, 그 속뜻은 사도세자의 추모였다고 하네요(혜경궁 홍씨와 사도세자는 동갑이었습니다)

정조가 즉위하고 처음으로 한 말은,

“내가 누구더냐?”라는 물음이었습니다.

만조백관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겠죠.

“이 나라를 이끌어갈 상왕이십니다~~~”

이어지는 정조의 섬뜩한 한 마디....

........................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

........................

아비를 죽게 한 이들 앞에서 그가 남긴 한마디의 섬뜩함...

항상 정조를 생각하면 전 이 장면이 슬로우 모션처럼 그러나 강렬하게 떠오릅니다.

벽파들의 서늘해졌을 등줄기와 앞으로 닥칠 복수에 대한 공포도 함께 떠오릅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의 제목에도 있지만 정조는 스스로 달이길 원했다고 합니다.

임금은 달이요, 백성은 흐르는 구름이라 생각하고 구름이 달을 가린다고 해서 어지러워지거나 미혹되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고 하네요.

(역시 “달”은 여러 가지로 이미지가 참 좋네요 ^^)


정조의 또 다른 매력은....(지극히 제 개인적인 매력)

후궁이 단 4명밖에 없었다는 사실...(할아버지 영조는 엄청난 후궁과 자식을 거느리고 있었죠. 영조와 정순왕후와의 나이 차이는 40살 정도였다고 하니....  부러워하시는 분들 계시는 것 같은데..... ^^)

그것도 3명은 주위의 강압(?)에 의한 간택후궁이었고 스스로 승은을 입힌 후궁은 의빈성씨 한명이었다고 합니다.

의빈성씨는 할머니, 즉 정순왕후 처소의 궁인에서 소위 일약 신데렐라가 된 셈이죠. 거기다가 정조의 지극한 총애를 입었다고 하네요

그러나 조강치처 효의왕후에 대한 마음도 극진했다고 합니다.

어려서부터(정조 11세, 효의왕후 10세 때 서로 혼인) 함께 어려움을 겪은 조강지처이기에 후사가 없었어도 그 지위를 박탈하거나 소위 구박하거나 하지 않았다는...

정말 알면 알수록 멋진 남자 정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책은 정조보다는 주변 인물, 특히 적약용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만 제 개인적으로 정조를 너무 아끼고 좋아하다 보니 정조 중심의 글이 되버리고 말았네요 ^^ ( 죄송~~~)


여기서 보너스 팁 하나~~~

청계천에 다들 한번쯤은 가 보셨죠?

청계천에 가시면 정조의 화성행차 모습을 그린 <정조능행반차도>라는 그림이 청계천변가를 따라 쭉 그려져 있습니다.(종로쪽 방향으로..)

정조는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모시는 행차에서는 비가 와도 절대로 가마를 타지 않고 직접 어머니를 호위하며 갔다고 하니 그 효성 또한 감동이 아닐 수 없죠..

그림을 보시면서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가는 정조의 모습을 한번 찾아보시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 되실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러나 참고로... 찾기 무지 어렵습니다~~~~

(일단 그림이 너무 길고, 그래서 등장인물등 너무나 많이 나와 주시고,  거기다 아주 결정적으로다 그림속의 인물들이 전부 그놈이 그놈인 것 같아서.... ^^)


보너스 팁 하나 더~~~
이덕일이라는 작가가 쓴 <조선왕 독살사건> 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유난히 독살설이 많았던 조선의 왕들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아주 재미있게 그려져 있습니다. 물론 우리의 “정조”도 여기에 속해 있구요.

꼭 한번 읽어보시길 강력 추천하며...

이상 달동네 책거리였습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