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8. 5. 16. 08:17

 

<스모크>

 

일시 : 2018.04.24. ~ 2018.07.15.

장소 : DCF 대명문화공장 라이프웨이홀

극본, 연출 : 추정화

작곡, 음악감독 : 허수현

출연 : 김재범, 김종구, 김경수, 임병근 (초) / 박한근, 황찬성, 윤소호, 강은일 (해) / 김소향, 정연, 유주혜 (홍)

제작 : (주)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워크샾 공연부터 네번째 <스모크> 관람이다.

그 중 세 번이 김경수 "초"였으니 개인적으로 김경수에 대한 기대치가 가장 컸던 모양이다.

실제로 첫번째 봤을땐 괜찮네... 였다.

그래서 기대감을 가지고 본공연도 찾았는데

그때 느낌은 어... 김경수 "초"의 캐릭터가 달라졌네... 그런데... 좀... 이상하네... 였다.

(정말정말 솔직한 느낌)

걱정했는데...

이번 김경수 "초"는 참 좋았다.

내가 기대했던 김경수 초의 모습, 딱 그랬다.

목소리톤도 눌러내지 않아서 자연스러웠고

살을 뺐건지 빠진건지는 모르겠지만 야윈 모습이 극과도 잘 어울렸다.

(그래도 살은 좀 쩠으면 좋겠다...)

박한근 "해"도 참 좋았다.

지금까지의 해 중에 제일이었다.

이상의 머릿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

무대도 그런 느낌을 주기 위해 일부러 둥글게 만든 모양이다.

김경수 초와 박한근 해의 거울 장면,

임펙트 엄청났다.

무대도 예전보다 정돈이 잘됐고 명확해져 극을 이해도를 높였다.

그동안 이 작품을 보면서 혼자 조금 답답했었는데

이제 그 갈증이 해소된것 같다.

여러가지고 효과적이고 바람직한 변화들이 참 반가웠다.

좋은 작품이라는 확신.

이번엔 확실히 받았다.

 

시인 이상은.

많이 힘들었겠다.

불운한 시대에 천재로 태어나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7. 5. 18. 08:57

 

<스모크>

 

일시 : 2017.03.18. ~ 2017.05.28.

장소 :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작, 연출 : 추정화

작곡, 음악감독 : 허수현 

출연 : 김재범, 김경수, 박은석 (초) /  정원영, 고은성, 윤소호 (해) / 유주혜, 정연, 김여진 (홍)

제작 : (주)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작년 12월에 본 김경수의 초도 좋았고,

3월에 본 김재범, 고은성, 유주혜 캐스팅의 확 바뀐 스모크도 아주 인상깊었었다.

그래서 이번 관람에 대한 기대가 컸었다.

그런데... 음... 결론은,

고은성은 좋았고, 김경수는 의외였고, 김여진은 좀 과했다.

기대했던 김경수 초는 작년엔 그러지 않았는데 설정을 바꿨는지

목소리를 일부러 긁어내서 김경수 특유의 청량함이 느껴지지 않아 많이 아쉬웠다.

나는 현실 속 인물이 아닙니라... 라고 작정한듯 드러낸 것 같다.

어딘지 시종일관 비아냥거리는 느낌!

(시니컬이 아니라 확실히 비아냥이었다)

김여진 홍에게서는 고통의 보따리...라는게 실감되지 않았다.

정연 홍에게는 신여성의 강단이,

유주혜 홍에게서는 모성애가 강했는데

김여진 홍에게서는 난데없는 관능미가 느껴져 개인적으론 당황스러웠다.

 

후반부 초와 홍의 날 선 대립은 좋았고,

김경수의 성대를 긁는 발성도 이 부분에서는 괜찮더라.

고은성은 예전엔 노래 잘하는 배우라고만 생각했는데

연기력 역시 나날이  일취월장하는 중이라 여러가지로 훈훈하다.

저렇게 떡 벌어진 건실한 체격에 아이같은 해맑음이 있는 것도 신기하고...

특히 이 작품에서는 표정까지 살아있어 더 좋았다.

마지막 장면의 연출은 언제 봐도 압권!

다음번에 다시 돌아올 때도 엔딩만큼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무대셋트는 수정했음 좋겠고....)

 

실존한 예술가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 계속해서 창작되는건 고무적인 일이다.

이상도 그렇고, 백석도 그렇고, 윤동주도 그렇고,

일종의 역린(逆鱗)같다.

망각의 강줄기를 거슬러 오라오는 느낌.

모두 다 잊지는 말아 달라고,

가끔은 기억해달라고 당부하는 것 같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리고 어디 한 번 이렇게 외쳐보고 싶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12. 28. 09:45

 

<SMOKE>

 

일시 : 2016.12.16. ~ 2016.12.22.

장소 : 현대카드 UNDERSTAGE

작, 연출 : 추정화

작곡, 음악감독 : 허수현 

큐레이터 : 김수로

출연 : 김경수, 박은석 (초) /  이용규, 윤소호 (해) / 정연, 유주혜 (홍)

주최 : 현대카드 

 

음... 고백하면,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이, 시놉도 전혀 모르고 공연장에 갔다.

추정화 허수연 부부의 전작 <인터뷰>가 너무 좋기도 했고

김수로의 작품을 보는 안목도 믿음직스러웠다.

그러면서도 포스터를 볼때마다 뭔가 눈에 익숙하다 싶었는데...

세상에나!

짙은 담배연기 속 드러난 모습이 비운의 천재 시인 이상의 얼굴었다니!

요즘 시인님들이 공연장에서 열일 중이시다.

개인적으론 침 반갑다.

(정지용, 김소월의 시들도 언젠가 이렇게 재탄생된다면 참 좋겠는데...) 

 

 

이상(李想)의 시 <오감도 - 제 15 호>에서 시작된 <스모크>는

시를 아는 사람에게는 전혀 어렵지 않지만

나처럼 뭣모르고 해맑게 있으면 이게 뭔가... 고민될 작품이다.

다행히 나는 빨리 상황파악을 해서 어렵지는 않았다.

실제로 이상은 작품에서도 보여준것처럼 그림에도 소질이 있었고

그림을 그릴때는 "하융(河戎)"이란 이름을 사용했다.

신문에 발표된 <오감도 제 7호>에 그려진 삽화가 바로 이상, 아니 하융의 그림.

그러고보니 참 재미있다.

김햬경이란 본명의 한 사내는

시인일 때는 "이상(李想)"으로 화가일 때는"하융(河戎)"이 됐다.

하나 이면서 둘 이고, 둘 이면서 셋인 사내.

그리고 그의 연인 기생 금홍까지.

 

잘 만든 작품이고 좋은 작품이다.

하지만 정리는 필요할 듯.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넘버도 좋았다.

그리고 정말 정말 오랫만에 윤소호가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 흐뭇했다.

(<트레이스 유> 이후 처음인듯...)

기대했던 김경수는 기대보다 훨씬 좋았고

정연은 초반엔 좀 흔들렸지만 중반 이후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2017년에 본공연이 올라오면

<인터뷰>만큼은 아니지만 호평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때는 무대와 음향도 제대로 갖춰질테니 

2017년 본공연을 기다려보자.

  

오감도 제 15 호

 

1
나는거울없는실내에있다. 거울속의나는역시외출중이
다. 나는지금거울속의나를무서워하며떨고있다. 거울속의
나는어디가서나를어떻게하려는음모를하는중일까.

 2
죄를품고식은침상에서잤다. 확실한내꿈에나는결석하
였고의족을담은군용장화가백지를더럽혀놓았다.

 3
나는거울있는실내로몰래들어간다. 나를거울에서해방
하려고. 그러나거울속의나는침울한얼굴로동시에꼭들어
온다. 거울속의나는내게미안한뜻을전한다. 내가그때문에
영어되어있드키그도나때문에영어되어떨고있다.

 4
내가결석한나의꿈. 내위조가등장하지않는내거울. 무능
이라도좋은나의고독의갈망자다. 나는드디어거울속의나
에게자살을권유하기로결심하였다. 나는그에게시야도없
는들창을가리키었다. 그들창은자살만을위한들창이다. 그
러나내가자살하지아니하면그가자살할수없음을그는내게
가르친다. 거울속의나는불사조에가깝다.

 5
내왼편가슴심장의위치를방탄금속으로엄폐하고나는거
울속의내왼편가슴을겨누어권총을발사하였다. 탄환은그
의왼편가슴을관통하였으나그의심장은바른편에있다.

 6
모형심장에서붉은잉크가엎질러졌다. 내가지각한내꿈
에서나는극형을받았다. 내꿈을지배하는자는내가아니다.
악수할수조차없는두사람을봉쇄한거대한죄가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10. 8. 05:45
처음엔 그를 왜 문단에서 주목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1970년 출생한 아주 젊디 젊은 작가 김연수
그 나이에 과거가 있으면 얼마나 있고 사건이 있으면 얼마나 있다고
젊은 작가 한 명의 작품이 나올때마다 문단은 바빠지나 했었다.
1993년 <작가세계> 여름호에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
1994년 장편소설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로 제3회 작가세계문학상 수상,
장편소설 <굿빠이, 이상>으로 2001년 동서문학상,
소설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로 2003년 동인문학상,
소설집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로 2005년 대산문학상,
2007년 단편소설 <달로 간 코미디언>으로 황순원문학상을 수상...
그의 이력은 문학상 수상작만 나열하는 것으로도 숨이 차다.
순서가 좀 뒤바뀌긴긴 했지만
<세계의 끝 여자친구>를 읽었을 때도 의구심이 풀리지 않았었다.
그리고 읽은 그의 두 번째 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이 책을 읽고 생각을 바꿨다.
그의 책을 이제 다 찾아보리라!



가끔 생각한다.
그가 성균관대 출신이 아니었다면,
그리고 1991년의 그 시점에 대학생이 아니었다면...
(그 때 성균관대에서 권기정의 사망 사건이 있었다.
 아주 생생하게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성균관대 운동권 학생이었던 언니 때문이다.
 권기정의 시신을 지키는 무리 속에 우리 언니도 있었기에...)
어쩌면 김연수에게도 그 시절에 대한 부채 혹은 책임감 같은 것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마치 광주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소명처럼...
기억하고 그리고 기록해서 전하기 위해서.
그 때 서울 시내는 항상 매캐한 최류탄 가스로 가득했었고
도심은 백골단과 대학생들의 쫒고 쫒김으로 분주했었다.
명지대에서는 백골단의 쇠파이프에 맞아 학생이 사망했었고
(공교롭게도 명지대는 우리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어 그 사건도 아직까지 선명하다. 분향소를 찾아갔던 기억도...)
그리고 전대협의 북한행이 그 즈음이었고.
세계적으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때이기도 했다.
곰곰히 되집으니 내가 살아온 대한민국의 현대사도 전쟁 못지 않았구나 싶다.
그러니까 이 책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에는 이 모든 현대사들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처음엔 사랑이야긴가 했었다.
그런데 아니다.
사람 이야기, 그것이었다.
예전의 어느 인터뷰에서 작가 김연수는 말했다.
"써보니까 소설이라는 게 사람을 이해하는 문제더라고요. 대상은 실제로 살아 있는 사람일 수도 있고 문득 떠올린 사람일 수도 있죠"
사람에 대한 이야기...
사람 이야기 속의 실제 사건과 시간들이 나는 두렵다.



유대인 강제수용소에서 극적으로 생환한 뒤,
죽은 동료의 이름으로 개명하고 제3세계 망명객들의 후원자가 된 피아니스트 헬무트 베르크,
떠돌이 일용직 노동자에서 "광주의 랭보"로,
다시 혁명적 문화운동가 강시우로 "이 세상에 두 번 다시 태어"난 남자 이길용,
모범적인 고등학생에서 느닷없는 폭행을 경험하고 결국 자살에 이르는 정민의 삼촌,
서해 갯벌을 막아 논을 만들겠다는 만석지기의 꿈을 꾸다 간첩으로 몰려 실형까지 살게 된 주인공의 할아버지.
책 속엔 이렇게 유일하면서 둘이 되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읽으면서 나는 턱턱 숨이 막혔다.
한때 우리나라가 그랬었지.
(그렇다면 지금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누군가에 의해 내 인생이 날조되고 뒤바꿔지기도.
그래서 몽롱한 바보로 버려지듯 던져져버린
그런 삶들이 있었다는 거...
여기도, 저기도 갈 수 없었던 사람들.
나 자신일 수도, 나 자신이 아닐 수도 없었던 시간들.
소설로 읽어내는 그 사람들과 그 시간들은 아무리 해도 덤덤해지지 않는다.

문학동네에 이 소설을 연재하기 시작하면서 김연수는 말했다.
"때로는 한 사람이 세상 모두를 대신하는 경우도 있고, 이 세상 모든 것을 바라보면서 한 사람만을 생각할 때도 있다. 모든 사람은 단 한 사람이라고 말한 사람이 보르헤스라고 했던가. 확실하진 않지만 나는 보르헤스가 그런 말을 했다면 그게 옳은 말이라고 전해주고 싶다...... 모두에게는 각자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는 역시 운명과 사랑과 배신과 복수와 좌절과 슬픔과 기쁨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멀리, 아주 멀리 가면 풍경은 달라지지만, 역시 이야기가 말하는 바는 비슷하다.
작가로서 진심으로 바라는 일은 이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이 정말 많은 얘기를 들려주기를. 그리고 그 이야기를 읽은 사람들이 다시 내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해주기를....."
그가 쓴 또 다른 글에서 사람들은 또 어떤 이야기를 해줄까?
그가 생각하는 재능이라는 건 "집중력"의 문제란다.
얼마만큼 시간을 그 안에 쏟아 부울 수 있는지의 정도 차이가 재능이라고...
이제 나는 또 한 사람의 재능을 탐하기로 했다.
김.연.수.
그를 읽어야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