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3. 9. 26. 05:47

조카들이 피곤했는지 늦잠을 잤다. 결국 한놈 호텔 조식을 먹었고 한녀석은 몰래 챙겨온 빵2개에 초코크림을 발라 먹이고 11시쯤에 숙소에서 나왔다. 아야 소피아 옆  봉고차에서 72 시간 유효한 통합 뮤지엄카드를 사서 줄을 서지 않고 바로 입장했다. 조카들에게 가이드급에 가까운 설명을 하면서 다시 돌아왔다는게 실감됐다. 돌아오다... 돌아오다... 참 애뜻하구나 생각하면서

이슬람과 기독교 문화가 혼재되어있는 아야소피아는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로 프랑스 노틀담성당이 통째로 들어갈 수 있는 규모란. 게다가 노틀담보다 무려 700 년이나 먼저 만들어지기까지 했다.외랑과 내랑을  지나가면서부터 느껴지는 엄청난 규모가  주는 위용감은 무신론자조차도 신을 찾게 만들 정도다.도대체 그 시대에 어떻게 이런 엄청난 건축물을 지을 수 있었을까? 아야소피아 하나만으로 나는 이스탄불이 가슴에 사무친다. 훼손된 모자이크화도 가슴이 아리고 보수때문에 공간의 반이 가려진것도 가슴에 사무친다. 줌렌즈로 모자이크화 하나하나를 당겨찍으면서 혼자 또 다시 가슴이 아팠다.  

아야 소피아를 나와서 시티투어버스를 탈까하다 2년전에 샀던 아빌을 충전해서 트램을 타고 에미노뉴 항구로 갔다. 보스포러스 크루즈를 타기 위해서! 트르욜을 탙까 하다가 가까운 곳에 있는 크루즈를 1인당 10리라씩 주고 땄다.보스포러스 크루즈를 탈 땐 탑승방향이 아주 중요한데 꼭 배진행방향의 왼편으로 타야 뷰가 좋다. 2년전엔 그걸 모르고 반대로 타서 거리가 너무 멀었다.이번엔 완전 성공! 조카들이 이모랑 설명을 다해주니까 가이드가 필요없어서 좋단다. 갑자기 꽃할베의 이서진이 된것 같은 이 느낌은 뮈지? 조카들짐때문에 어깨도 무너지고...

크루즈에서 내러 고등어캐밥을 사쥤더니 처음엔 인상을 쓰더니만 먹어보고는 이때까지 먹은 것 중에서 제일 맛있단다. 아무래도 내일은 에밀 아저씨 고등어케밥을 찾아가야 할 것 같다.트램을 타려고 기다리다 에미노뉴 근처 예니 자미도 들어가보고 바로 옆에 있는 이집션 바자르까지 들넜다.조카들이 친구들에게 줄 기념품을 사고  엄마아빠 드릴 로쿰도  샀다.설탕이 들어간건 많이 저렴한데 부모님 드릴거라 꿀로 만든 로쿰을 샀다.포장하면서 아저씨가 계속 로쿰을 잘라서 먹어보라고 줘서 그걸로도 배가 찰 정도. 근데 그 아저씨 정말 서비스정신 정말 엄청나더라. 덕분에 좋은 제품을 기분 좋게 잘 구입한것 같다. 술탄으로 돌아와 환전도 하고 공항픽업 시간지정도 하고 맛좋은 애플티도 얻어먹고 로칸타에 들러 저녁을 테이크아웃해서 숙소로 돌아왔다.

좀 늦게 하루를 시작했는데 그래도 아주 알뜰하게 보낸것 같다. 내일은 꼭 일찍 일어나서 톱카프 궁전을 가야하는데 조카들이 협조를 해줄까? 지금부터는 내일 일정을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1. 9. 21. 06:31
새벽에 일어나 Balloon Tour를 마치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푸짐하기로 유명한 이쉬타르의 아침을 먹었다.
열 개도 넘는 과일과 빵이 나오는 이쉬타르의 터키식 아침은 한국에서 아침을 그냥 넘겼던 내 위에도 부담스럽지 않았고
솔직히 아침 한끼만 먹어도 하루 종일 든든하다.
식사를 하면서 뒤늦게 시작했는지 8시 30분이 넘었는데 balloon이 한 두개 떠있었다.
지금 저 위에 있는 사람들도 밑에서 보는 사람들만큼이나 황당하겠구나 싶어 안스러웠다.
백여개가 넘은 balloon이 일제히 하늘 위에 떠 있어야 하는데...
참 뻘쭘하고 서로 민밍한 광경.


아침을 먹고 괴레메 오토갈을 지나 야외박물관(입장료 15TL)까지 물 한병을 들고 걸어올라갔다.
로마와 이슬람의 핍박을 피해 숨어든 기독교인들이 만든 거대한 성채들.
그 밀집된 동굴교회를 그대로 박물관으로 만든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이곳에 1년 365일을 뜻하는 365개의 동굴교회가 있다니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놀라울뿐이다.
곳곳에 출입금지 표시가 되어 있는 걸로 봐서는 전체가 개방된 상태는 아닌 것 같다.
예전에 개방된 곳도 보수 문제로 몇 군데 폐쇄되어 있었다.
오른쪽 길을 따라 쭉 가다보면
성 바실리우스 교회 -> 엘말르 교회 -> 성 바르바라 교회 -> 알란드 교회 -> 수도원 식당 ->카란륵 교회 (요금 8TL 별도)
-> 성 캐서린 교회 -> 차르클르 교회 -> 여자 수도원을 차례로 볼 수 된다.
안타깝게도 내가 방문했을 때는 차르클르 교회와 여자 수도원이 개방을 중단한 상태였다.
차르클르 교회에 있는 프레스코화를 꼭 보고 싶었는데...
(입구 바로 위에 아야소피아에 있는 그림과 비슷한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다고 해서 기대했었는데...)
그리고 괴레메 오토갈로 다시 내려오면서 토칼리 교회까지 잊지 않고 둘러보면 야외박물관의 관람이 끝난다.
토칼리 교회는 야외박물관 티켓을 보여줘야만 입장이 가능하니 부디 버리지말고 잘 보관하시길...

 





* 성 바실리우스 교회
주로 붉은 색을 사용한 벽화가 그려져있다.
정면 벽에 예수의 상반신이 비교적 크게 그려져 있고 좌우 벽에는 말을 탄 두 명의 사도 벽화가 있다.
남쪽 벽에는 뱀과 싸우는 성 그레고리우스, 북쪽에는 성 테오도르의 성화가 있다.

* 엘말르 교회
두 개의 좁은 통로를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는데 단체관광으로 대기줄이 무척 길었던 곳.
(도중에 새치기하는 사람도 많고 그걸 제지하는 사람도 있고...)
정중앙 돔에 예수가 그려져 있고 그 바로 뒤에 천사 가브리엘의 성화가 있다.
왼손에 공 모양의 십자가가 그려진 것을 들고 있는데 모양이 사과 같다고 해서 엘말르(사과)라는 이름이 붙었단다.
성화는 얼굴 부분, 특히 눈부분이 많이 훼손되어 있는데
이슬람에서는 눈을 없애면 상대를 완전히 죽였다고 믿기 때문이란다.
종교의 치열함과 간절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현장.

* 성바르바라 교회
기독교 박해 시대에 예수를 믿었던 여인의 이름을 딴 교회로 그녀의 행적을 기르기 위해 지은 교회다.
바르바라는 이교도를 신봉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아버지에게 감금되어 결국 죽임을 당했단다.
중앙에 말을 타고 뱀과 싸우는 두 사람의 벽화가 있는데
괴레메 야외박물관 동굴교회에 많이 그려져있는 성 그레고리우스와 성 테오도르가 이단과 싸우는 모습이다.
오른쪽에는 순례객들을 축복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이 잇는데
세 손가락을 핀 건 삼위일체를 뜻하는 손짓.

* 일란르 교회
이곳에도 뱀과 싸우는 성 그레고리우스와 성 테오도르의 모습이 그려져있다.
"일란르"라는 단어가 터키어로 '뱀'이라는 뜻이란다.
그 성화 옆의 두 사람은 기독교를 공인한 로마의 콘스탄니투스 호아제와 그의 어머니 헬레나다.
오른쪽 벽면에 그려져 있는 세 명의 성인은 성 바실리우스, 성 토마스, 성 오노프리우스다.
오노프리우스를 자세히 보면 얼굴에는 수염이 있고 가슴이 불룩하게 나와있다.
원래 그는 여자이었으나 방탕한 샐활을 하다 은혜를 입어 죄를 회개한 후 남자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였고 결국
남자로 변하게 됐다는 전설을 가진 여인이다..

* 카란륵 교회
야외박물관 동굴교회중에 프레스코화의 보존 상태가 가장 좋은 곳으로
창문이 작아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고 해서 "어둠의 교회"또는 '암굴교회" 라고도 불린다.
그림의 보존 상태가 좋은 이유도 바로 이 작은 창문 때문.
올라가는 길도 매우 좁고 여기 역시도 한참을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곳.
"예수상"과 "최후의 만찬", "예수의 일대기" 등이 비교적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러나 눈은 역시나 무자비할 정도로 훼손되어 있다.

* 토칼리 교회
야외박물관을 나와서 괴레메 오토갈 방향으로 내려오는 길에 있는 교회
카파도키아에서 가장 큰 규모란다. 
교회이 이름이 토칼리인 것은 내부 천장에 그려진 혁대고리(토칼리) 모양의 무늬 때문이라고.

대부분의 동굴교회 내부 프레스코화는 사진찍는 게 금지되어 있다.
그러니 제발이지 기를 쓰고 찍지 않았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찍어서 블로그에 올려놓은 사람들을 보면 참 할 말이 없다)
토칼리 교회로 내려오기 전에 박물관 위쪽으로 쭉 올라가면
괴레메 야외박물관의 전체 모습을 조망할 수 있으니 가급적 힘들더라도 올라가보시길...
정말 멋진 view를 볼 수 있을테니까.
자연이 만든 걸작품들 앞에 누구라도 숙연해지고 무언(無言)해질거다.
인간은 결코 자연을 이기지 못한다!
단지 이겼다고 착각할 뿐.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9. 11. 05:59
비슷한 책 두 권을 읽다
<히든 브레인>과 <쉬나의 선택 실험실>
<히든 브레인>은 우리의 무의식적 편향에 대한 책이다.
정신활동은 우리가 인식하는 부분과 인식하지 못하는 부분으로 구분하게 되는데
히든 브레인이란 무의식, 잠재의식, 암시성과 같은 개념을 말한다.
이 책은 이런 "무의식적 편향"이 우리의 일상적 삶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고
실제로 그 사례들을 하나하나 들어가면 설명하고 있다.
무의석적 편향은 우리의 삶, 우리가 한 선택, 그리고 도덕적 판단에 스며들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무의식적 편향은 서로 협력하기도 하고, 충돌하기도 한다.



숨겨진 뇌의 일상적인 편향으로 인해
우리는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채 인종차별주의적인 선택을 한다.
가령 여기에 두 명의 살인 용의자가 있다고 하자.
한 명은 평균보다 더 흑인으로 보이는 사람이고
다른 한 명은 전형적인 흑인이다.
다른 정보는 전혀 없고 범죄나 정상참작이 가능한 정황들에 대해서도 전혀 모른다,
검사측과 피고측 사이의 공방에 대해서도 역시 모름다고 가정한다면
당신이 배심원이라면 누구를 범인으로 지목하게 될까?
결과는 전형적인 흑인으로 보이는 피고인들이 사형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두 배나 더 높다.
"덜 검은 피부의 흑인" 집단이 사형선고를 받을 확률은 24.4%
"더 검은 피부의 흑인" 집단이 사형서고를 받을 확률은 57.5%에 이른다.
놀랍지 않는가?
여기 또 하나의 예가 있다.
이슬람의 자살 폭탄테러범의 경우 그들이 보통 사람들에 비해 신앙심이 깊거나 충성심이 높은 게 아니란다.
누군가가 자살 폭탄테러범이 될지 그러지 않을지를 예측할 수 있는 최고의 척도는
종교적 독실함의 정도가 아니다,
자살 폭탄테러리스트가 되기로 작심한 사람들로 구성된 소규모 잡단에
그가 속해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달려 있단다.
이 작은 잡단들 내에서 자살 테러리스트가 되는 것은 집단의 규범이었다.
이들은 일종의 "터널"을 통과하게 되는데
이 터널의 특징은 외부세계를 완전히 봉쇄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자살 폭턴테러범의 터널로 들어갈 때,
터널 밖에서 경험하는 갈등과 경쟁은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터널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터널은 세계의 전부이다.
그들이 충성심과 신앙심에 미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라
터널을 통과함으로서 이러한 무의식적 편향이 작동하게 되는 것이다.
책은 이런 사례들이 아주 많이 등장한다.
읽고 있으면 놀랍기도하고 많은 부분 공감하게도 된다.
아주 흥미롭고 상당히 색다른 느낌을 주는 책이다.



<쉬나의 선택 실험실>은 일단 글을 쓴 쉬나 아이엔가가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그녀는 시각장애인이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지만 어쨌든 지금 현재는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석하고 확고한 책을 이렇게 세상에 펴냈다.
미국 대통령 과학기술상을 비롯한 각종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고
지금 현재는 컬럼비아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그녀의 이론은
매중매체, 말콜 글래드웰의 <블링크> 에도 인용되어 있다.
그녀는 선택을 발명이라고 말한다. 
선택하는 자! 미래를 결정한단다.
이 책은 심리학에 기본을 두고 있지만 비지니스, 경제학, 생물학, 철학, 문학에 의학까지
다양한 분야로의 적용을 통해 읽는 사람들의 이해와 상식을 향상시킨다.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선택에 대한 무의식의 작용이라던가
휴리스틱에 대한 이야기가 <히든 브레인>과 동일한 부분이기도 하다.
휴리스틱(heuristic)이란,
`체험적인, 스스로 발견하게 하는`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불확실한 사항에 대해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을때,
명확한 실마리가 없다면 경험을 토대로 어림잡아 판단하는 걸 휴리스틱이라고 한다.
경험에 근거한 판단이 바로 휴리스틱이다.
가령 커피자판기 앞에서 동일한 가격이 적혀있는 커피 중 고급커피를 선택했다면
당신의 지금 방금 휴리스틱 판단을 한 거다.
그리고 사람들은 선택기회가 많을수록 오히려 더 잘못된 결정을 하게 된다.
따라서 선택을 제공하는 입장에 있는 사람이라면
(각종 보험 상품이나 예금 상품 같은 것들은 특히...)
경우의 수를 너무 많이 가지고 접근하는게 훨씬 계약성사가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는 사실!
다다익선(多多益善)에도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선택이 무조건적인 선이 아니라는 걸 깨달아야 한단다.
인간의 삶은 매순간의 선택의 연속이다.
항상 최선의 선택만을 하면서 살 수는 없겠지만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여가며 그래도 괜찮은 선택을 하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묘하게도 책을 읽는 시기가 "신정환 도박 사건"과 일치하는 시점이라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다 늦은 나이에 신정환은 자신의 선택에 대한 댓가를 이제부터 혹톡히 치뤄야 하는 상태다.
지금 그는 또 다시 무엇에 배팅하고 있을까?
CHOOSING!
참 무섭고 섬득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