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3.11.05 산토리니 - 이아(Oia) 이모저모
  2. 2013.09.23 야간 페리를 기다리며...
  3. 2013.09.22 레드 비치와 피라 선셋
  4. 2013.09.21 피르고스와 이아
여행후 끄적끄적2013. 11. 5. 13:32

햇빛 좋은 Oia는 의외로 사진을 찍기가 버거운 곳이다.

햇빛을 정면으로 마주하기도, 뒤로 세우기도 어딘지 어쩡쩡하고

실제로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면 내가 본 색감과 달라 보여 당황하게도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없이 찍어대는 나 같은 초보자에게도

기꺼이 훌륭한 피사체가 되어줄만큼 Oia는 넉넉하다.

사진은 skill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렌즈 속 Oia를 보면서 다시 느꼈다.

 

Oia를 처음 찾아 갔을 땐,

낯선 시선을 기꺼이 받아주고 웃어주는 모습이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꾸며진 친절과 소위 말하는 영혼없는 미소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데 아마 그 햇빛이 나를 녹여버렸나보다.

그 햇빛은 아주 농염하고, 아주 은밀하고, 아주 끈질겼으며

심지어 아주 해맑고 경쾌하기까지 했다.

그래선지 두번째 Oia를 찾아갔을 때 나는 좀 달라져 있엇따. 

나도 모르게 Oia의 구석구석 골목이 보여주는 속살을 즐겼고

상인들의 거품기 가득한 미소에 손을 흔들며 미소지었다.

그렇게 풀어지니 참 편안했다.

시선과 마음을 놓아버리니 찬란함이 보이더라.

바다 속의 햇빛이,

햇빛 속의 바다가 보이더라.

바람의 흔적까지도...

 

햇빛과 정면 대결하고 있는 Oia의 바다는

온통 먹빛이다.

극과 극이 보여주는 대비.

아마도 그 대비를 보기 위해 나는 다시 산토리니를 찾게 될지도 모르겠다.

산토리니를 다시 갈 일이 있을까 내내 생각했는데

이게 아마도 다시 갈 수 있는 이유가 충분히 되줄 것 같다.

단지 바라는 게 있다면,

산토리니를 두번째 찾을 때는 꼭 혼자이길...

 

외로움!

그건 사실 아무 것도 아니다.

더 위험하고 위태로운 게 있다면.

그리움! 

언제나 항상 그게 문제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3. 9. 23. 03:42

자고있는 조카들과 동생을 두고 혼자 새벽에 일어나 카메라를 들고 숙소를 나섰다. 계속 놓쳤던 선라이즈를 보려고... 사진은 건질게 없지만 못봤으면 내내 후회됐을것 같다. 어쩌다보니 구항구로 내려가는 588 계단도 내려갔다 올라왔는데 만만치가 않더라. 워낙엔 케이블카로 내려갔다 동키택시로 올라오는 길인데 운동하는 기분으로 시작했다가 살짝 후회했다. 땀이 나는건 오히려 상쾌했는데 냄새가 장난이 아니었다. 무더기 무더기 싸질러댄 당나귀 응가들은 숨을 참는다고 해결될게  아니었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샤워실로 직행! 온몸에 스며있을 독한 것들의 냄새를 씻어냈다.

마지막 아침식사 후 체크아웃을 하고 다시 이아 마을로 향했다. 조카가 사진에서 많이 봤던 풍경을 꼭 봐야하겠다기에... 그리고 결국엔 찾아냈다. 열심히 사진도 찍고 굴라스 성채도 다시 보고 첫번째 방문때 멀리서만 봤던 풍차있는 곳에도 다녀왔다. 몰랐었는데 이아를 찍은 유명한 사진속 장소는 대부분 식당이거나 프라이빗 호텔이었다. 전세계적으로 광고효과 하나는 확실한 셈. 개인적으론 이아보다 피라가 더 맘에 들었다. 하도 피라를 돌아다녀서 살짝 옆동네같은 느낌도 든다. 조카들만 아니었으면 정말 발바닥에 불이 나게 돌아다녔을텐데...뷰가 좋기로 유명한 스칼라에서 그리스 문어요리와 양고기파이, 그리스 셀러드와 치킨 수블라키를 먹고 해상박물관을 들러 다시 피라로 돌아왔다.

피라를 돌아다니다 엽서도 사고 하얀 원피스도 20유로에 샀다. 근데 언제 입지? 조카가 여신드레스 같다고해서 덜컥 후회된다. 까짓껏 못입으면 기념품으로 가지고 있지 뭐! 지금은 오전에 체크아웃한 호텔에서 민폐끼치는중! 야간페리 시간이 12시 20분인데 시간도 많이 남고 바람때문에 춥기도 해서 호텔측에 부탁했더니 흥쾌히 머무르란다. 점점 야간페리  탈 일이 걱정이다.신항구까지 가는 로컬버스가 5시가 끝이라 50유로라는 거금을 내고 택시를 타고 가서 기다려야 하는데 과연 조카들이 잘버텨줄까? 다시 아테네로 갈 길이 마냥 암담하다. 제발 무사할 수 있기를...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3. 9. 22. 05:40

조카들에게 산토리니 해변에서의 수영을 추억으로 만들어주려고 선택한 레드비치.피라 로컬 버스 정류장에서 아크로티리행 버스를 타고 20여분을 가서 다시 도보로 10여분. 그런데 입구가 폐쇄됐다. 가자고 작정하면 줄을 넘어서 갈수는 있는데 동생이 반대한다. 의견충돌(?)로 개인플레이를 하기로 했다. 조카랑 동생은 오다가 봤던 해변으로 가고 나는 사진을 찍고 싶어서 레드비치에 남았다. 햇살 좋은 해변가... 온몸이 이미 익어버린 나는 뜨거운 햇살 아래 수영복만 걸친 사람들 앞에서 온몸은 꽁꽁 싸매고 퍼포먼스처럼 카메라셔터를 눌러댔다.한참 지나고 나서야 수중에 돈이 한푼도 없다는걸 깨달았다.엄청난 맨붕이 왔다.머릿속은 블랙이 되버렸고 안절부절 못하다가 지나가는 동양여자분께 사정을 말하고 2유로를 얻었다."you save me! thank you so much" 몇번이나 thank you를 연발했는지 모른다.짧은 영어실력으로 정말 용썼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 

크래커에 크림치즈를 발라서 간단히 점심을 때우고 혼자 피라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쁘티호텔을 카메라에 담는데 감탄이 절로 나왔다. 아찔한 절벽위에 그림같은 새하얀 건물들은 햇살속에 눈이 부실 정도다.산토리니의 화이트! 이상하다! 신비감을 자아내니...

구항구에서 이어지는 588계단도 올라가다 중간에 그 유명한 동키택시도 봤다.근데 당나귀들 냄새 정말 장난 아니다. 게다가 그놈들 배설물도 요리저리 피해가야하고...

전망좋은 카페에 들어가보고 싶었는데 조카들이  눈에 밟혀서 포기하고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들고 다시 주변을 들러보며 셔터를 눌렀다.전문가가 들으면 웃겠지안 괜찮은 사진을 몇장 찍었다. 

이아  마을에 이어 피라의 선셋을 찍으려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붉은 해가 수평선으로 사라지는 순간은 모든게 매직이다. 카메라의 한계,  렌즈의 한계, 나의  한계가 여실히 느껴지는 좌절의 순간이기도 하고... 아마도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이 오늘이 돼지 않을까? 혼자라는  사실에 내가 아주 익숙해져버렸구나...인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내가 측은하다. 괜찮아! 지금껏 그래도 잘 버텼잖아!

내일은 피라에서의 마지막 날.밤 12시에 야간페리를 타야 하니까 꼬박 하루가 남은 샘이다. 이아  마을에 다시 갈지 피라에 있을지는 아직 결정을 못했다.짐도 꾸려야하고... 어쨌든 최대한 좋은 순간을 만들자! 산토리니에 다시 오게 될지는 미지수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3. 9. 21. 13:00

호텔에서 조식을 먹고 피르고스로 이동. 13세기에 지어졌다는 성채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마치 서서히 그러나 필사적으로 몰락하는 우리네 농촌을 보는 느낌이었다. 주변은 한때 거대한 포도밭이었다는데 지금은 꼬장꼬장하게 마른 삭정이들만이 과거의 영화를 짐작케한다. 골목골목 숨어있는 개인 아틀리에를 보는 재미는 은근한 호기심을 자극한다.조그마한 성채라 큰 기대는 안했는데 언덕 위 성에서 보는 피라는 아름답고 예뻐서 감탄을 자아냈다.골목이 주는 운치는 작지만 잊지 못할 기억을 남겼다.

오벨릭스에서 테이크아웃한 점심을 먹고 3시경에 이아 마을로 떠났다. 포카리스웨트 광고지로 유명한 이아마을! 굴라스 성채에서 해가 지는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봤다. 블루스카이에서 드디어 무사카를 먹어봤는데 맛있었다.그리스 음식이 의외로 내 입엔 잘 맞는편.조카들 덕분에 이번 여행은 잘 챙겨먹는다.이아마을은 환상이 있었던 모양인지 기대보다는 좀 평이했다.조카도 계속 "이아가 왜이래?"를 연발해서 혼자 웃었다.환상이란 무서운 거구나  느끼면서...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꾸벅꾸벅 조는 조카들을 보면서 대견함과 미안함을 느꼈다.내일은 비치에서 맘껏 놀게 해줘야겠다.지중해의 뜨거운 햇살에 온 몸이 익었다. 내몸이 그대로 하나의  화로가 된 느낌^^ 따갑고 가렵다.어쩌나...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