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6. 12. 20. 08:39

<청춘예찬>

 

일시 : 2016.12.08. ~ 2017.02.12.

장소 : 아트포레스트 아트홀

극작, 연출 : 박근형 

출연 : 김동원, 안재홍, 이재균 / 고수희, 이봉련, 박소연 (여자) / 엄효섭, 이원재 (선생) / 윤제문(아버지)

        강지은, 정은경 (어머니) / 이원재, 이호열 (용필) / 노수산나, 조지승 (예쁜이) / 나영범, 홍수민 (수발이) 

제작 : 극단 골목길, (주)나인스토리, (주)수현재컴퍼니

 

<청춘예찬>은 오래전부터 꼭 한 번 보고 싶은 작품이었다.

그런데 때가 때이니만큼...

보고 나니 이 끝없는 우울을 견디는게 힘들다.

그래, 청춘은 찬란해야하고 그래서 아름답게 찬양받아야 마땅한데,

찬란하지 못한 시대는 청춘조차도 찬란하지 못하게 막아선다.

게다가 배우들은 왜 그렇게들 연기를 잘하던지.

이해하고, 공감하고 싶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저절로 이해되고 공감된다.

절박해서 오히려 힘이 느껴지는 누추함이라니...

절망의 힘.

딱 그렇더라.

 

오늘의 확실한 절망을 알아야 한다는 선생의 말...

내내 무거웠다.

학생들! 속지 마라! 속인다고 속으면 바보다.

우리는 다 알고 있는데

끝없이 속이려고만 드는 한 사람 아니 두 사람 때문에

반짝반짝 빛나야 할 대한민국의 청춘은 암흑속이다.

 

극 속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그랬다.

"개되면, 그 순간 인생 끝나는거야!'

 

그러게...

뭐가 이렇게 다 개(犬)스러운지...

 

 

근래에 본 연극 중에서 배우들의 연기가 가장 좋았다

개인적으로 이재균은 뮤지컬보다 연극을 할 때 배우로서의 진가가 발휘되는 것 같고

윤제문, 이호열, 노수산나의 연기도 실감났다.

간질병 여자 역의 고수희도 연기 자체는 훌륭했는데

아무래도 이재균과의 나이 차이가 너무 드러나 이질감이 느껴지는건 어쩔 수 없다..

BGM처럼 내내 흘렀던 김광석 노래도 참 좋았고...

내가 나이를 먹긴 한 모양이다.

김광석 노래가 점점 더 절절해지니.

 

그런데 생각해보면,

정작 김광석은 내 나이 근처도 못와봤는데...

아무래도 감광석은,

육신의 나이가 감성의 나이를 견뎌내지 못한 모양이다.

삶은 견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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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4. 11. 18. 08:15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 Tribes)

일시 : 2014.11.08. ~ 2014.12.14.

장소 :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극작 : 니나 레인 (Nina Raine)

번역 : 이인수

연출 : 박정희

출연 : 남명렬(크리스토퍼), 남기애(베스), 김준원(다니엘)

        방진의(루스), 이재균(빌리), 정운선(실비아)

제작 : 노네임씨어터컴퍼니

 

나는 정말이지 노네임씨어터 작품을 너무나 사랑한다.

작품을 선택하는 안목도 너무나 탁월하고 연출가과 배우 캐스팅 역시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싶을만큼 환상적이다.

매 작품마다 깊이와 재미를 동시에 쥐고 있는 현실이라 감정적으로도 쉽게 동화된다. (적어도 내 경우에는...)

이 작품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역시도 그랬다.

가족...

그 가깝고도 먼 관계.

정말 그렇더라.

세상에서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가족이

사실은 세상 그 누구보다 일방적인 소통을 강요하더라.

그걸 사랑이라고, 관심이라고, 애정이라고 말하면서...

사람이 가장 외로워지는건

가족 안에서 혼자됨을 느끼는 그 순간이지 않을까 싶다.

각자의 발언은 마치 선사시대 원시인들이 질러대는 괴성과 정확히 일치한다.

모든 사람들이 다 말을 하고 있지만,

사실 아무도 말하지 않고, 아무도 듣지 않는다.

"이해" 보다는 내 입에서 나오는 "말" 자체가 행동의 전부다.

극 속에서 가족들이 실제로 하는 말과 자막에 비쳐치는 말이 갖는 괴리감이 절실했다.

이해될 수 없는 기호들의 끝없는 나열...

그게 가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이기에 우리는 또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각자의 소리를 내고,

비소통으로 소통하지만 돌아온다.

왜냐하면 자기가 그 속에 속해 있으니까.

 

다니엘의 대사가 가슴에 꽃혔다.

"너 자신을 지키고 싶다면 거리를 둬!

 누군가에게 네 마음을 주면 그 사람을 그걸 버스에 두고 내려.그 다음엔 이리저리 밟히고 채이지"

그래서 광신도 집단처럼 폐쇄성에 기대 울타리를, 소속을, 공동체를 만들게되나?

옆에 빈의자 하나씩 남겨놓고!

소수의 세계도, 다수의 세계도 정답이 될 수는 없다.

빈의자는 여전히 남아있으니까. 

 

빌리의 빈자리에,

다니엘의 빈자리에,

루스의 빈자리에,

크리스토퍼의 빈자리에,

베스의 빈자리에.

누군가 성큼성큼 다가와 앉아준다면 좋겠다.

그리고 나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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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4. 3. 19. 08:42

<히스토리 보이즈>

일시 : 2014.03.14. ~ 2014.04.20.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원작 : 앨런 베넷

연출 : 김태형

무대 : 여신동 

출연 : 최용민(헥터), 어명행(어윈), 오대석(교장), 추정화(린톳)

        이재균, 윤나무 (포스너) / 김찬호, 박은석 (데이킨)

        안재형(스크림스), 임준식(럿지), 황호진(팀스)

        이형훈(크라우더), 오정택(락우드), 손성민(악타)

제작 : 노네임씨어터컴퍼니

 

2013년 3월 이 작품이 초연됐을때 관람을 놓쳐서 많이 아쉬워었다.

솔직히 말하면, 관람 여부를 두고 고민하다 어영부영 공연이 끝나버렸고 그 뒤까지도 솔솔 들리는 입소문에 은근히 속이 쓰렸던 작품이다.

그래서 프리뷰를 예매했다.

고백컨데 요근래 관람 도중에 극도의 피곤이 몰려오는 경우가 꽤 많았다.

보통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번째는 작품 자체가 개인의 취향에 맞지 않은 경우,

두번째는 작품은 좋은데 관람 다시 내 몸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

그리고 마지막엔 작품도 몸상태도 나쁘지 않은데 의아할 정도로 집중이 안되는 경우.

그래서 이 작품을 보기 전

제발 이 세 가지 경우 중 하나에 해당되지 않기만을 간절히 기도했다.

 

그런데 이 작품!

3시간 동안 나를 완벽하게 사로잡았다.

아주 정직하게 유혹적이고 매혹적이더라.

그러니까 페러독스의 관능에 제대로 빠져버린거다.

어떻게 이런 괴물같은 작품이 있을 수 있을까?

아주 오랫만에 불같은 질투에 빠지게 만들었다.

만약에... 만약에...

나도 학창시절에 어위같은 교사를, 혹은 헥터같은 교사를.

그것도 아니면 포스너나 데이킨, 스크림스 같은 친구들이 있었다면,

혹은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면

지금쯤 내 인생도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후회는 환상과 함께 모든 시간들을 휩쓸어버린다.

폭.풍.같.다.

 

그리고 무대 위 배우들.

어쩌자고 그렇게 모든 순간이 다 진심일까?

프리뷰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만큼 배역과 완벽히 몰입하고 있엇다.

배우들간의 신뢰와 결속력은 정말 무시무시할 정도다.

세상 종말이 와도 결코 무너지지 않을 신뢰감이 느껴졌다면 이해가 될까?

기본적으로 한 명 한 명 다 좋은 배우이긴 하지만

무대에서 그들이 만들어내는 시너지 효과는 삼승, 사승의 법칙으로도 계산 불가다.

이재균만큼 소년의 이미지가 명확한 배우도 흔치 않을 것 같고

(그렇다고 이런 이미지가 이재균 배우의 한계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이건 그저 이재균이 갖는 필모그라피의 장점 하나일 뿐.) 

특히 박은석 배우는 이 작품으로 처음 알게 됐는데

노련함과 신선함이 함께 느껴져 정말 놀랐다.

작품과 배역에 대한 망설임이 전혀 없다.

중간중간 해설자같은 역할을 했던 스크림스 안재형의 타이밍도 정말 기가 막혔고...

솔직히 이 작품에 출현하는 배우들 연기에 대해 운운하는 거...

참 면목없고 염치없는 짓이긴 하다.

매 순간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고

매 순간 각각의 인물들에게 더 깊이 몰입하고 빠져들었다는 고백이 진실일 뿐!

클라세같았던 영화, 시, 문학작품들.

이 작품 속에는 모든 게 다 있다.

연극도, 연극 아닌 것도 모두 다.

 

가치있는 가르침이 남긴 깊은 울림.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가 내게 붉고 진한 화인(化印) 하나 남겼다.

진심으로 가치 있는 작품이고,

진심으로 가치 있는 배우들이다.

 

 

넘겨주어라.

때로는 할 수 있는게 그것 밖에 없다.

받아서 느껴보고 넘겨주는 것.

날 위해서도 아니고

너희 자신을 위해서도 아니고

다른 어느 곳 누군가에게 어느날 넘겨주는 것.

난 너희가 바로 그 게임을 배우기를 바란다.

넘겨주어라.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1. 8. 08:37

<번지점프를 하다>

일시 : 2013.09.27. ~ 2013.11.17.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대본 : 이문원

작사 : 박천휴

작곡 : 월 애런슨 (Will Aronson)

무대 : 여신동

연출 : 이재준

출연 : 강필석, 성두섭 (인우) / 전미도, 김지현 (태희)

        이재균, 윤소호 (현빈), 임기홍 (대근), 진상현 (기석)

        박란주 (해주),  이지호 (재일) 외

제작 : (주)뮤지컬해븐, CJE&M

 

<번지점프를 하다> 세번째 관람.

이번 관람을 자체 막공이라고 작정했다.

계속 보게 되면 정말이지 감당히 안 될 것 같다.

공연이 중반 이후를 넘어가서인지 배우들의 감성이 더 많이 깊어졌다.

특히나 강필석 인우는 이 작품을 하면서 심정적으로 참 많이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에 안스럽다.

잊으려고 했던 태희의 기억이, 아니 태희라는 존재 자체가

인우의 몸 속에서 사태지듯 들어와 점유해버렸으니...

머리는 잊어도 심장이 기억하는 사랑이 있다.

인우와 태희의 사랑이 그렇다.

그걸 다시 감지하는 순간,

시간은 정지되버리고 그들은 시간의 바깥에서 숨을 쉬게 된다.

사랑은...

질기고 독한 몽유다.

 

이날 가장 인상깊었던 배우는 이재균 현빈.

드디어 이재균이 윤소호 현빈을 완벽하게 뒤집었다.

두번째 관람때 나는 이재균 현빈이 흘린 실없고 바보스러운 웃음이 참 싫었었다.

그런데 이날 보면서 알았다.

이재균 현빈이 인우의 웃음을 기억해서 보여준 거였다는 걸...

확실히 두 사람의 웃음은 묘하게 닮아있었다.

학교에서 쫒겨난 인우를 향해 독선을 뱉어내며 울먹이는 현빈을 보면서 나는 또 봐버렸다.

그 대사의 끝을 꽉 붙잡고 있는 태희의 마음을...

그러니까 라이터의 불이 켜지기 전부터 태희가 현빈 속에 깨어나 있었던 거다.

그래서 현빈은 그 장면에서 그렇게 아플 수밖에 없었던 거였고.

그걸 감지했든 감지하지 못했든...  

스물 다섯의 배우에겐 녹녹치 않은 장면이었을텐데 보면서 솔직히 놀랐다.

드디어 만나는 무대 위 하얀 선처럼

이재균의 모든 감각도 현빈과 태희 모두에게 연결됐다.

 

이 작품의 무대와 조명, 음악은

정말이지 너무나 좋다.

여관방 장면에서 간판을 깜박임을 표현한 조명도 너무 애뜻했고

왼편은 태희를 오른편은 인우를 떠올리게 만든 전체적인 무대도 아련했다.

연강홀의 좁은 무대를 복층으로 만들어 시간과 공간을 확대한 것도 현명했고

현과 건반 중심의 음악도 아주 감성적이고 따뜻했다.

확실히 이 작품은,

기교가 아닌 진심과 감성으로 빈틈없이 채워진 작품이다.

연출도, 무대도, 조명도, 음악도, 배우들도...

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정말 그런 것 같다.

사랑하지 않으면 멸종될 것 같은 그런 느낌.

 

세상에는 세 종류의 사람이 있단다.

자신의 사랑을 간직하는 사람과

미움을 간직하는 사람,

그리고 아무것도 간직하지 않는 사람.

이 작품이 내게 계속 말을 건다.

당신은 어느 쪽이냐고...

그대도 된다면,

인우의 마지막 나레이션으로 이 물음에 답하련다.

내 선택은 이러하다고...  

 

 

인생의 절벽 아래로 뛰어내린대도

그 아래는 끝이 아닐거라고 당신은 말했습니다.

다시 만나 사랑하겠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합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0. 12. 07:57

<번지점프를 하다>

일시 : 2013.09.27. ~ 2013.11.17.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대본 : 이문원

작사 : 박천휴

작곡 : 월 애런슨 (Will Aronson)

무대 : 여신동

연출 : 이재준

출연 : 강필석, 성두섭 (인우) / 전미도, 김지현 (태희)

        이재균, 윤소호 (현빈), 임기홍 (대근), 진상현 (기석)

        박란주 (해주),  이지호 (재일) 외

제작 : (주)뮤지컬해븐, CJE&M

 

다시 본 <번지점프를 하다>의 무대는 정말 훌륭했다.

여신동 무대감독은 어떻게 이런 무대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프롤로그 왈츠에 맞춰 천천히 돌아가는 무대와 점점 위로 올라가던 상들리에는 마치 시간의 테옆이 아주 조심스럽게 과거의 한때로 움직이는 느낌이다.

시간처럼 공간을 완전히 가로지르는 기다란 칠판.

그 칠판 위에 백묵으로 하얀 선을 그리며 지나가는 인우.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도, 가슴속에 담겨진 오랜 인연의 시작도 이제부터다.

길고 낡은 파이프를 관통한 망치 소리처럼 둔탁하고 끈질기게 귓가를 파고 드는 기억 속의 그날.

단단한 걸음인 척 과거를 지나서 앞으로 걸어가는 인우.

찾을 수 없는 과거의 기억을 봉인한채 살아가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고통.

그 고통을 우리는 과연 무엇에 견줄 수 있을까?

인우의 울음을 나는 이해한다.

때론 어른도 아이처럼 울어야만 살 수 있다는 걸...

 

성두섭의 인우는,

과거의 모습보다 현재의 모습이 훨씬 더 좋았다.

1막에서는 배우의 감정이 너무 깊어 오히려 그걸 밖으로 꺼내놓지 못했다.

그게 음정까지 불안하게 만들었고...

그래도 2막에서는 관객의 마음을 움직여 깊은 감성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목소리톤도 좋았고...

(그래도 인우는 역시 강필석이다.)

재미있었던 건 성두섭 인우는 전미도 태희보다는 이재균 현빈과의 장면이 더 애뜻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두 사람이 "그게 나의 전부란 걸" 을 부르면서

두 손을 잡고 천천히 뒤돌아서는 장면은 실루엣도 참 예쁘고 여운도 깊었다.

이재균 현빈은 전체적으로 좀 가볍고 실없는 아이처럼 느껴졌다.

인우의 바보스런 웃음을 닮은 현빈의 웃음은,

기억 속 인우의 모습을 그렇게라도 표현하고 싶었던 의도였을까?

개인적으로 너무 현빈이 가벼워서 "내 잘못이 아니야?"도 받아들이기가 좀 혼란스러웠다.

아무래도 난 현빈은 윤소호 쪽이 더 괜찮은 것 같다.

귀염성 있는 학생같은 느낌도 들고...

 

시간과 인물, 상황과 대사를 교차시키는 마술같은 연출은 다시 봐도 감탄하게 한다.

라이터가 커지면서 깨어나는 현빈(태희)의 기억.

무대 위에 나란히 서있는 태희와 현빈.

과거와 현재를 나란히 보여주는 교통사고 장면에서

현빈, 태희 - 현빈 - 태희 - 현빈으로 크로스되는 그 순간은

어떤 영화기법으로도, 어떤 CG 기술로도 도저히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 미안! 내가 너무 늦게 왔지?

- 아니, 늦게라도 와줘서 고마워.

- 약속했잖아!

이 장면에서의 대사,

가슴이 울컥한다.

길고 긴 파이프에 위로 또 다시 둔탁한 망치가 떨어진다.

이 파동을 당분간 견뎌야 한다...


 

현과 피아노가 중심이 되는 연주는

감성적으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떠올리게 한다.

이 가을에 감성에 젖기 좋은 곡들로 가득하다.

특히 태희의 "혹시 들은 적 있니?는

전미도의 음성으로 듣는 것도 아주 좋고

연주에 조금 더 집중해서 들는 것도 아주 좋다.

피아노로 조용히 시작되다가 하나씩 악기가 추가되고

허밍 부분에서는 묵직한 베이스의 현이 치고 올라온다.

이 한 곡에 고요한 클라이칵스가 다 들어있다.

평온한 떨림.

이 곡의 느낌이 딱 이랬다.

 

<번지점프를 하다>

피해야 하는 작품임에 확실하지만,

아마도 한 번 쯤은 더 보게 될 것 같다.

가을이니까...

스스로 좀 견뎌내라고 말하고 싶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6. 17. 09:53

<Thrill Me>

일시 : 2013.05.17. ~ 2013.09.29.

장소 : The STAGE

대본,작사,작곡 : 스티븐 돌기노프

연출 : 쿠리야마 타미야

무대 : 이토 마사코

조명 : 가츠시바 지로

출연 : 정상윤, 전성우 (나-네이슨) / 송원근, 이재균 (그-리차드) 

        신재영, 곽혜근 (피아니스트)

제작 : (주)뮤지컬해븐, CJE&M

 

지난 6월 1일 관람 후 피아니스트까지 포함해서 완전히 다른 캐스팅이다.

(곽혜근의 피아노 연주도 궁금했었는데 다행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재균의 리차드에 대한 기대감은 별로 없었다. 

대신 전성우가 도대체 네이슨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표현할지는 궁금했다.

사실 걱정을 하는 중이었다.

<쓰릴미>라는 엄청난 작품을 과연 이 두 배우가 잘 표현할까 싶어서...

이 불안감은 비단 두 배우가 여려서만은 아니다.

단지 그들이 배우로서 보여준 이력이

무시무시하게 섬세하고 치밀한 이 작품을 감당하기에는 아무래도 너무 부족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들이 이런 나의 뒷통수를 쇠막대기로 세차게 내려친다면!

정말이지 나는 기꺼이 뻗어 줄 용이가 있었다.

(염산까지는 감당 못하겠고...)

 

1924년이라는 배경을 굳이 살리고 싶었을까?

두 사람의 외형은 몹시도 촌스러웠다.

(특히 그 머리 모양... 이건 답이 없다)

이해가 안 됐다.

정상윤, 송원근 페어가 아주 잰틀하고 세련된 모습이어서 더 의아했다.

어쨌든 지금 진술을 하는 시점은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난 후 34년이나 지났고

과거든, 현재든 시간의 개념은 이미 그들에겐 의미가 없어진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성우는

일부러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려는 듯 애써 나이든 목소리를 낸다.

마치 아이가 어른의 옷을 몰래 입고 외출한 듯한 어색함.

고운 미성의 미소년9?) 전성우가 감당하기엔 영 어정쩡한 설정이다.

전혀 그래 보이지 않는데 일부러 센 척하는 이제균의 리처드 역시도 어색하기는 마찬가지.

그래서였을까?

두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 위에서 어른의 눈치를 보는 주눅든 아이같다.

은밀하고 위험한 계약이 아닌 철없는 아이들의 한때 장난질에 질타를 받는 아이.

그럴거면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한 소년의 이미지로 극을 이끌어갔다면?

아마도 지금보다 훨씬 더 좋은 표현이 되지 않았을까!

(심지어 피아니스트의 연주까지도 눈치보는듯 너무나 조심스럽다.

 근데 솔직히... 피아노... 좀 심각하시다... 어쩌나...) 

 

둘은 또한 소리의 효과도 이번 시즌의 의도만큼 효과적으로 이용하지 못했고

그래서 조명까지도 어정쩡해져버렸다.

(빛과 소리의 애매함)

때때로 표정과 감정은 불필요할 정도로 과장되게 표현했다.

전체적으로 두 사람은 <쓰릴미>라는 작품이 갖는 극도의 긴장감과 반전의 묘미를 충분히 살려내지 못했다.

이재균에게 이 작품은 아무래도 성급한 결정이었다.

특히 리처드의 독백 장면은 너무나 대책없이 무너져버렸다.

그건 인물의 중심을 잡아내지 못한 배우가 보이는 빈틈이었다.

유괴장면도 너무 과도하게 조심스러웠고 두려움에 차있었다.

리처드는 그래서는 안 되는건데...

리처드는 관객마저도 깡끄리 속여야 했다.

그래야 레이의 마지막 반전이 충격적일 수 있을테니까.

레이와 리처드는 서로의 해석본이자 올가미이며 반전이다.

차라리 두 사람이 역할을 바꿔서 했다면 훨씬 더 좋았을 것 같다.

극의 인물과 연기하는 배우가 서로 융합되지 못하고 눈치를 보는 걸 목격해야 한다는 건,

글쎄... 좋은 기억은 아니다.

특이 <쓰릴미>에서는 더더욱.

두 사람은 레이의 넘버 그대로 정말 너무 많이 가버렸다.

way to far!

이 두 배우가 조금 더 경력을 쌓은 후에 이 작품을 하게 된다면!

아마도 그땐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를 보여주지 않을까?

(그래주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내가 본 <쓰릴미>중 지금까지 가장 인상적이었던 페어는

역시나 김우형과 정상윤이었다.

그래서 지금 나는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이 둘의 기억을 과감하게 깨부수는 페어가 언젠가 나타나기를...

조만간 새로운 캐스팅이 공개될 것 같은데.

그들이 나를 만족시켜 줄 수 있을까?

 

아주 은밀하고 Thirll하게 그들을 기다려보련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