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명'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2.08.13 <별을 스치는 바람> - 이정명
  2. 2009.12.22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1,2> - 정은궐
  3. 2009.11.10 <악의 추억> - 이정명 1
읽고 끄적 끄적...2012. 8. 13. 08:23

<바람의 화원>, <뿌리깊은 나무> 이정명이 새로운 소설을 출판했다.

이번 소설의 화두는 윤동주 시인이다.

드라마로도 대성공을 거둔 위의 두 소설을 제외한 다른 소설들은 사실 실망스러웠다.

나름대로 오랜 침묵끝에 이정명의 새 책이 나왓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었다.

그것도 성공한 전작들처럼 2권이라니 뭔가 다를 것도 같았다.

(2권이라는 정형화의 늪에 내가 길들여졌나?)

 

1917년 12월 30일 중화민국 종북부 간도성 화룡현 명동촌에서 출생.

1945년 2월 16일 그토록 바라던 해방을 여섯 달 남겨놓고 형무소에서 사망.

29세의 짧은 나이로 생을 마감한 시인 윤동주.

확실히 그의 삶은 현재를 사는 우리에겐 일종의 비밀스런 금서(禁書)이자 갚을 길 없는 빚이다.

 

<별을 스치는 바람>은 

윤동주가 하라누마 도주라는 이름과 645번이라는 수형번호로 수감됐던

호쿠오카 형무소의 한 간수 스기야마의 살인사건으로 시작된다.

조선인을 상대로 악명 높은 고문을 가했던 고문관이자

형무소에 들어오고 나가는 모든 우편물을 심사했던 검열관 스기야마.

그를 죽인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하나씩 밝혀지는 진실들과 음모들.

그리고 거대한 거짓과 그 이면에 감춰진 진실들...

(출판사 홍보문구처럼 허접한 표현이 봉두난발한다...쩝!)

 

픽션과 팩트의 경계!

이정명은 팩션 소설에서 일종의 일가를 이루고 싶어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전작들만큼 치열한 고증이 없는 것 같아 좀 아쉽다.

이번 소설은 픽션쪽에 더 많이 기운 것 같다는 게 개인적인 의견!

실제로 이정명에게 작가적인 상상력이 무궁무진했던건 아닌가 짐작한다.

그래도 윤동주가 동료 간수들의 대필 엽서를 통해 검열관을 서서히 설득했다는 설정은 대단하다.

(그건 확실히 강력한 최면이었고 깊은 중독이었다.)

문장은 사람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거울이란다.

그 문장을 통해 벗어날 수 없는 반복적이고 집요한 유혹으로 검열관을 교화시킨 윤동주!

...... 그것이 글이 지닌 힘일지도 모른다고, 모든 변화는 글에서 시작되었다. 한 줄의 문장이 사람을 변하게 했고, 한 자의 단어가 세상을 변화시킨 것이다 ......

문장의 미로에 빠져본 사람은 안다.

결국 그 문장에 끝장이 난다는 것을.

미로 속에서 헤매다 광인(狂人)이 되거나 혹은 그 문장을 섬기는 구도자가 되거나 둘 중 하나다.

시(詩)가 말(言)의 사원(寺)이라는 표현은 그래서 신성한 경전의 문구가 되기에 충분하다.

이 이야기의 진짜 주인공은 그래서 윤동주가 아닌 일본인 간수 스기야마일 수밖에 없다.

윤동주에게 교화된 스기야마,

그의 무자비한 폭력은 그러니까 처참한 상황을 피하기 위한 유일한 보호막이었다.

...... 스기야마가 죄수들의 이마를 찢어 놓은 것은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죄수들이 그렇게 두려워했던 가혹한 매질로 그들의 목숨을 지켜온 것이다.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입힌 상처였다 ...... 

스기야마의 죽음으로 더이상 보호받을 수 없게 된 윤동주는 결국 의무조치 대상자가 되어  

일본의 생체실험에 이용된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가 알고 있는 결말에 이른다.

그러나 아는 것과 이해하고 기억하는 일은 별개의 문제다.

사람을 죽이는 것은 총탄도 포탄도 아니란다.

그건 다름 아닌 바로 "글"이란다.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고 사람들을 죽이는 데에는 단 한 줄의 글만으로도 족하단다.

생각해보면 역사 속에 서 있는 우리 모두는

그래서 글을 통해 전승되고 이어진다.

이정명이 윤동주를 다시 깨워낸 건 그의 말대로

진실을 기록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억하기 위해서인지도 모르겠다.

 

광복절이 가까워서일까?

이 이야기를 읽는  동안 실제 책의 내용과 줄거리보다 나는 조금 더 암울했고 쓸쓸했다.

29살.

그의 나이는 두고두고 멍울진다.

그보다 한참은 더 살았음에도 마냥 허접한 내 인생 또한 두고두고 면목없다.

죄가 너무 크다.

 

* 문장이 사람을 정말 바꾸기는 하는 모양이다.

  이정명의 소설을 읽고 이렇게 반성문을 쓰고 있으니...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12. 22. 05:57
오랫만에 아무 생각없이 그야말로 눈요기처럼 읽은 책
재미있었노라 말해야 하나?
뭐... 분명 재미있는 요소가 다분하긴 하다.
참 교묘하게 이것저것 잘 집어넣어 쓴 책이란 생각도 든다.
표절을 운운하는 표현이 아니라,
요샛말로 먹히게 쓴 소설이란 뜻이다.
요즘 드라마의 대세인 퓨전사극의 일종이다.
남장여자의 성균관 입성기라고나 할까?
조선판 <미남이시네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긴 하더만...



정은궐이란 작가는 스스로 이 소재가 대견스럽고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4명의 등장인물들을 규장각으로 끌고 들어간다.
2탄 격인 소설 <규장각 각신들의 나날>도 1,2권으로 출판된 상태다.
아마도 시리즈로 계속 이어나갈 모양.
이 소설이 몇 년만 일찍 나왔더라면 히트를 쳤을거란 생각을 해본다.
이미 이정명의 <바람의 화원>이 공전의 히트를 친 관계로
지금은 그만큼의 인기를 얻기엔 아무래도 힘들 것 같다.
그야말로 재미를 위해 쓴 소설이란 생각이 들기에...
성균관이나, 치외법권 지역인 반촌의 모습,
그리고 정조 시대의 당파에 대한 역사적인 이야깃거리들도 분명 있지만
깊이감이나 신비감을 찾을 수는 없다.



뒷 이야기를 충분히 감을 잡을 수 있다는 결정적 단점(?)도 내겐 한 몫을 한다.
killing time 소설이었다고 해두자.
(그러나 이 표현 또한 시간 낭비의 개념은 절대로 아님을 밝히는 바)
읽고 있으면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대물 김윤희, 가랑 이선준, 걸오 문재신, 여림 구용하
4명의 주인공들은 읽는 이의 시선을 잡기엔 충분하다.
학구파, 정의파, 비밀파, 유머파.. (내 나름데로의 말도 안되는 분류긴 하지만)
뭐 이야기거리를 만들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대표적 인물들이 나온다.
이런 인물들로 재미 없는 이야기를 쓴다면 그게 더 이상하긴 하겠지만...



홍길동, 일지매에 해당하는 인물 걸오 문재신의 다음 행방이 궁금하긴 하다.
4명의 인물들 중에서 제일 관심가는 인물 ^^
재미있는 읽을거리가 찾는 사람은 한 번 읽어봐도 나쁘진 않겠다.
재미는 있으니까...
간혹 나도 생각한다.
내가 남자였다면...
어떤 시대에 살아가던지간에...
그게 아니라면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남장여자로 잠깐 살아봤으면 좋겠다는 상상.
한 번 해 볼까???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11. 10. 06:25
<뿌리 깊은 나무> , <바람의 화원>의 작가 이정명의 소설이다.
사실 두 팩션 소설을 인상깊게 봤던 탓에 은근히 기대를 품고 있었다.
읽으면서 자꾸만 앞장을 확인하게 된다.
이 생경한 느낌이라니...
혹시 동명이인 "이정명"의 소설은 아닌가 하는 생각...
(내 이면엔 제발 그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교묘하게 짜집기 된 듯한 설정들.
형사추리물? 심리극? 사이코패스? 
아니면 이 모두라고 해둘까?
어떻게 생각하면 비정상적인 판타지라고 할 수도 있겠다.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이정명이란 작가에게?)
그의 장점이었던 특별한 해박함도 찾아보기 어렵다.
굳이 찾아내자면 영어 퍼즐...
퍼즐을 통해 예고되는 다음 살인의 장소
그걸 위해서 이국의 배경과 이국의 인물이 필요했었던 걸까?
아무래도 이정명이란 작가.
추리 소설에 대한 "로망"이 있는 모양이다. ^^
그 로망을 지극히 내수용(?)으로만 풀어내는 게 이 사람에겐 훨씬 더 적절한 방법이었던 것 같다.
물론 이 소설이 재미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이정명은 재미있는,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만드는 작가임에는 분명하다.
찜찜해하면서도 이 책 역시도 빠른 속도로 책장을 넘기게 만든다.



7년 전 자신이 총에 맞아 바다에 빠진 연쇄살인마 데니스 코헨
(그리고 그로 추정되는 사체가 2주 뒤 바다에서 발견된다.)
그러나 그가 여전히 살아있다고 확신하는 매코이 형사.
그래서 데니스 코헨을 끝까지 추적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
7년 전의 트라우마로 인해 식물인간이 됐다가
오랜 재활 끝에 머릿속에 범인이 쏜 총알을 박은 채 그대로 살아가야만 하는 남자.
처음부터 결말이 보였다.
매코이의 머릿속 총알이 만들어낸 데니스 코헨.
데니스 코헨은 다름 아닌 매코이 자신이었다.
자신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살인에 대한 스스로의 추적.
그는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채 스스로 만든 악에게 끌려다닌 셈이다.
결국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눌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이르고 마는...



자신의 가족까지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믿는 살인마를 증오하면서
(이 부분은 참 좋았다. 두 사람의 서로 다른 기억. 그러면서도 결국은 하나로 통합되는 기억...)
과거의 그와 같은 수법으로 세 건의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
파괴될 수밖에는 도저히 없었겠다.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그의 생존이유는 놈에 대한 복수였으니
그와 자신이 동일인이라는 알게 된 그의 선택은 오히려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연쇄살인에 이어지는 주위 인물들의 다중 살인까지...
의미없는 사체들의 난립니다.
"악"이라는 오랜 트라우마가 남긴 추억의 끝은
허무하다.

하긴 모든 추억들은 전부 그랬던 것 같다.
적당한 변질과 왜곡으로 이어지는
그닥 신뢰성 없는 기억들.
추억을 기억이라고 단정짓지 말자.
당신에게도 또 하는 이면의 자신이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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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들은 낯선 것에 열려 있으며 상식을 뛰어넘는 직관이 있어요. 또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같은 사물을 다른 시각에서 보는 수평적 사고에 능하죠. 레어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가 없는 르네상스, 뉴턴이 없는 근대 과학, 마크 트웨인이 없는 미국 문학, 빌 게이츠가 없는 컴퓨터 산업, 베이브 루스가 없는 미국 야구는 상상할 수 없으니까요.
왼손잡이를 강제로 오른손잡이로 교정하면 폭력적이 될 수도 있죠. 알렉산드로스, 카이사르, 다빈치, 나폴레옹 같은 천재들처럼요.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