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3. 13. 08:03

<셜록홈즈2 ; 블러디 게임>

일시 : 2014.03.01. ~ 2014.03.30.

장소 : BBC 아트센터 BBC홀

원작 : 코난 도일 <셜록홈즈> 

극작 : 김은정

작곡 : 최종윤 

연출 : 노우성

출연 : 송용진, 김도현 (셜록 홈즈) / 이영미 (제인 왓슨)

        윤형렬 (클라이브), 이주광 (에드거), 마리아 (정명은)

        이정한(레스트레이드), 이정화 (에밀리), 김형묵 외

제작 : (주) LEHI,(주)알앤디웍스

 

2012년 <셜록홈즈 1 : 앤더슨가의 비밀>로 공전히 히트를 기록하면서 시즌제 창작 뮤지컬의 서막을 열였던 레히가 드디어 두번째 작품을 공개했다.

두번째 이야기는 시즌 1 말미에 예고한 그대로 1888년 실제로 영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고 갔던 연쇄살인범 잭을 내세운 "브러디 게임"이다.

레히의 뚝심과 자존심을 믿긴 했지만 솔직히 걱정스러웠다.

신성우, 안재욱, 엄기준 초연의 라이선스 뮤지컬 <잭 더 리퍼>와 겹쳐지는 내용인지라...

시즌 1은 흥행의 폭풍이 다 지나가고 거의 끝부분에 관람했던게 영 아쉬워

이번 시즌 2는 서둘러 프리뷰 예매를 했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맨얼굴의 가능성을 보고 싶었다고나 할까!

 

 

보고 난 느낌은,

<앤더슨가의 비밀> 만큼 성공적이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다.
시즌제를 선택한만큼 초연의 출연한 배우를 셜록홈즈로 그대로 끌고 간 건 현명한 선택이었다.

(제인 왓슨까지 그대로 갔으면 더 좋았을텐데....)

넘버와 무대셋트, 조명도 상당히 깔끔하고 세렺됐다.

무대를 깊게 써서 발생하는 소리의 울림은 어느 공연장이든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특히나 떼창에서는 울림의 정도가 너무 심해서 귀를 살짝 막아야만 했다. 

그리고  BBC 아트센터.

지도를 봐도 어딘지 잘 모르겠고

근처에서도 여러번 물어봤든데 다들 모르겠다고 해서 찾아가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온누리 교회 부속건물이더라.

그냥 처음부터 그렇게 약도에 나와있으면 좋았을텐데...

(그 근처에서 나처럼 방황하는 영혼들 참 많더라.)

 

셜록홈즈 송용진은 이 작품과 배역에 특별한 애정이 있다는게 매 장면마다 느껴졌고

1편에서부터 캐릭터와 말투 설정을 참 잘했다는 걸 다시 한 번 절감했다.

셜록홈즈의 넘버들이 사건과 진실을 설명하는 부분들이 많아서

자칫하면 밋밋하거나 마냥 설명적일 수 있는데

포인트를 딱딱 집어내듯이 노래불러서 귀에 잘 들어왔다.

비중면에서는 1편에 비해면 좀 적어지긴 했지만

그런 점이 다른 인물을 부각시켜주는 효과가 있어서 개인적으론 좋았다.

셜록 홈즈도 송용진도 서로 참 잘 만난것 같다.

(구덴버그만큼이나 ^^)

기분이 어떻까?

시즌제로 이어지는 작품에 타이틀을 맡는다는 거.

 

제인 왓슨의 이영미가 너무 강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좋았다.

살짝 누나스런 느낌이 있긴 하지만

윤형렬 크레이브와의 팽팽한 밀당은(?) 꽤 흥미진진했다.

윤형렬 크리이브는 대사를 할 때는 조금 어색했지만

노래와 액팅은 듣기에도, 보기에도 참 좋더라.

강렬한 비쥬얼로 첫등장부터 미스터리를 품게 한 애드거는

오히려 모호한 인물인 되버린 것 같아 아쉬웠다.

재미있는 건 애드거 이주광은 윤형렬과는 반대로 노래보다는 대사 연기가 훨씬 좋았다.

(살짝 과도하게 소리지르는 장면이 많아서 목관리 잘해야 할 듯.)

 

이정한 레스트레이드도,

1편의 루시였던 정명은의 마리아도 반가웠고

짧은 등장이지만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준 이정화도 좋았다.

개인적으론 오랫만에 김형묵의 연기를 볼 수 있어서 반가웠고!

 

조명과 무대 효과에 공을 쓴 모습이 역력했지만

공연장이 뒷받침을 못해준 건 참 아쉽다.

그리고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던 앙상블들

정말 너무 열심이라 감동적이었다.

 

1편이 너무 폭발적인 성공을 해서 오히려 차기작에 부담이 안겼겠지만

지금 이 상태가 완성은 아닐거라고 생각된다.

약간씩 산만한 장면도 보이고 지루한 장면도 있지만

한 달이라는 초연의 시간이 지나고나면

피드백을 해서 훨씬 좋은 작품으로 점점 진화될 거라고 믿는다.

왜냐하면 창작뮤지컬의 힘을,

그리고 뚝심있는 LEHI의 저력을 믿으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10. 24. 00:21

<에릭 사티>

일시 : 2011.09.30 ~2011.10.02. 
장소 :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1관(구 이다 1관)
출연 : 박호산(박정환), 이주광, 한성식, 이태린, 김용호 외


음악극 <에릭 사티>
공교롭게도 이 작품을 볼 때 나는 항창 고흐와 태오의 편지를 읽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절망적으로 아름답고 비참할만큼 가련하게...
고흐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림이 자신을 완전히 지배해 결국 자살로 이끌것이라는 걸.
고흐는 자신의 편지글처럼 격렬했다. 더 이상 격렬할 수 없을만큼.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감상적이고 우울한 것이 아니라 뿌리 깊은 고뇌다. 정말 격렬하게 고뇌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의 경지에 이르고 싶다. 나의 모든 것을 바쳐서 그런 경지에 이르고 싶다."
그리고 고흐는 실제로 그랬다.
고흐는 그림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걸었다.

그로 인해 고흐의 이성은 처음엔 반쯤 망가졌고 종국엔 온전히 망가졌다.
고통스럽게 그러나 기꺼이...

예술은...
질투가 심하다.
그래서 잠깐이라도 한 눈 파는 것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
고흐처럼 시대를 앞서갔던 에릭 사티(Erik Satie, 1866~1925).
"짐노페디"와 "그로시엔" 등의 작품을 남긴 프랑스 작곡가 에릭 사티는
클래식 음악의 아카데미즘에 반발해서 선율과 리듬이 단순한 곳을 만들어 "서양 고전음악의 기인"으로 불렸다.
"낡은 시대에 너무 일찍 세상에 온 사람...“
축복과 불행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안산문화예술의 전당 자체 창작극.
안산에서 짧은 공연을 하고 다시 서울 대학로에 넘어와 역시 짧게 공연됐다.
제작진도 탄탄하고 출연진도 탄탄한 작품.
물론 창작에 초연이라 아직 부족한 부분들이 보이긴 하지만
꽤나 용감하고 신선한 도전이고 출발이다.
에릭 사티 역의 박호산(박정환)은 본인에게 잘 어울리는 역할을 맡았고
인물설정도 무난하게 잘 한 것 같다.
특히나 목소리톤과 불안한 시선, 손짓 발짓의 움직임은
다시 한 번 박호산 배우의 섬세함을 절감하게 한다.
극도의 섬세함이 아닌 감정을 아우르는 묘한 섬세함.
박호산의 장점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다만 극의 말미의 정신 착란류의 연기가 더 강렬했으면 하는 바람이...
너무 유약하게 표현된 것 같아 아쉽다.
1인 다역의 한성식은 다소 무겁고 어려울 수 있는 작품을 유머러스하게 만들어준다.
위대한 조연의 활약이 극을 어떻게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는지 느끼게 한다.
토미역의 이주광.
감정표현이 어느 부분에서는 지나치게 과하게 나타난다.
예술가의 광기를 표현한 것이겠지만 정당해보이지 않고 오히려 어리광처럼 보여졌다.
노래도 몇 군데 흔들렸고...

 

천재 작곡가 에릭 사티!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그를 이렇게 살려냈다는 게 참 대단하다.
전혀 몰랐던 인물을 만나는 행운!
이것 자체가 inspiration은 아닐까?
영화감독을 꿈꾸는 토미의 예기치 않는 시간여행!
100년 전 사티를 만나서 자신의 예술적 영감을 찾아가는 여정은
현실성 운운을 떠나서 흥미롭고 신선했다.
"시간여행"아리는 테마 속에 인물과 의도한 내용이 묻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나쁘지 않은 작품이 탄생됐다.
달의 저편(dark side of the moon).
새로운 걸 원한다면,
남들이 보지 못한 다른 곳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달의 저편을 봤다면 확신을 가져야 한다.
에펠탑이 무너지고 몽마르트 언덕에 화산이 폭발한다해도 부정하지 못할 확신!
에릭 사티!
용감한 작품을 보면서
나는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는
그러나 너무나 편안한 한 인물을 봤다.
고흐가 말이 오버랩된다.
"내 전 생애가 그림 그리는 노력으로 일관되어야 하고
 생의 마지막에는 진정으로 살아본 적이 없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 같다."
고통은 ...
광기보다 강하다.



터키여행 후 1달만에 본 공연.
살 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