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2. 7. 20. 08:17

<형제는 용감했다>

부제 : 블록버스터 코믹 쟁탈극

일시 : 2012.06.26. ~ 2012.10.01.

장소 : 코액스아티움 현대아트홀

대본, 연출 : 장유정

작곡 : 장소영

제작 : PMC 프러덕션

출연 : 김재범, 김도현 (이석봉) / 성두섭, 조강현, 산들 (이주봉)

        이주원, 강지원 (오로라) / 안세호, 신문성 (이춘배)

        임선애, 최영화 (송혜자) / 윤수미, 최나래 (예산댁)

        박훈, 최영준 (이옹) / 박유정, 성열석, 이진석, 박세웅

 

2008년 대학로 PMC 자유극장에서 초연했을 때 

개인적으로 참 재미있게 봤던 작품이다.

그때 이석봉 역은 박정환(박호산)이었고 이주봉은 송용진이었다.

그게 벌써 6년 전이다.

초연 당시 스토리도 꽤 탄탄하고 신선했고, 음악도 좋았고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도 나무랄데가 없었다.

박장대소케하는 재미도 있었고 코끝을 찡하게 만드는 깊은 감동도 있었다.

우리 창작뮤지컬이 참 대단한 발전을 했구나 싶어 보면서 혼자 대견했었는데...

그해에 굵직한 상도 여러개 받았던 걸로 기억된다. 

그랬는데 어느새 5번째 재공연이란다.

초연 공연에 노래가 몇 곡 추가됐고 1막, 2막으로 나눠지면서 인터미션까지 생겼다

개인적으로 인터미션이 없는 게 더 좋은 것 같다.

2막이 어쩡쩡한 길이가 되버린 것 같아서... 

초연 이후로는 다시 보지 못했었는데 성두섭, 김재범이 형제로 출연한다기에 한 번 보기로 했다.

<풍월주>에서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연인(?)이었던 두 사람이

철천지 원수같은 형제로 분해 으르렁거리는 모습을 보는 것도 꽤 흥미로울 것 같았다.

게다가 아직 <풍월주>로 대학로에서 공연중이지 않는가!

성두섭 출연 회차가 거의 없긴 하지만

어쨌든 형제와 연인 사이를 오가는 두 사람 행보를 짖궂게 들여다보고 싶은 개구진 마음이 생겼다.

 

이 날 공연이 성두섭, 김재범 형제의 첫공이었다.

성두섭은 그래도 김도현과 공연을 몇 번 했었지만 김재범은 이 날 공연이 <형제는 용감했다> 스타트였다.

어! 근데 이 두 사람!

정말 첫공 맞아?

첫공이란 단어가 무색할만큼 너무 잘해서 오히려 얄밉기까지 하더라.

<풍월주>에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서 그런가!

맞아도 이렇게 합이 잘 맞을 수 없다.

2막에서 성두섭이 가사를 까먹긴 했어도 그건 오로라와의 장면이었으니까 Pass~~~!

(근데 여우같이 당황하지 않고 잘 넘어가더라.)

특히 김재범의 코믹연기는 치고 빠지는 타이밍이 밉쌀맞을 정도다.

애드립인지 미리 계산한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재치있게 치는 대사나 행동들이 과하지 않으면서도 재미있었다.

코믹작품의 자폭하는 경우 대부분은 배우들의 과유불급인 경우가 종종있다.

경계를 알고 유지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텐데 김재범이란 배우는 그걸 참 잘 조절한다.

심각한 배역은 심각한데로

코믹한 배역은 또 코믹한데로

모자라거나 넘치지 않게 적절한 수준을 잘 유지하는 것 같다.

곱씹을수록 첫공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이런 묘한 괴물같으니라고...)

사실 성두섭은 두 작품만 봐서 아직 잘 모르겠지만

배역에 대한 성실함은 대단한 것 같다.

한동안 김재범, 성두섭의 셋트 플레이어가 빛을 발하는 공연들이 계속될 것 같다는 예감아닌 예감을...

이 작품이 영화로도 만들어진다는데 그냥 이 두 사람을 그대로 캐스팅 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뭐 <김종욱 찾기>처럼 뮤지컬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카메오로 나오는 것도 종을테고)

 

초연 때 이주원과 안세호 배우에게 깊은 인상을 받아서

이번 관람에서도 두 사람이 나오는 날을 일부러 찾아서 봤다.

이 작품에서 굳이 편을 가르자면,

철없는 주봉, 석봉 형제들은 코믹 코드를,

종갓집 늙은 두 부부는 감동을 코드를 담당(?)한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요소가 팽팽한 줄다라기처럼 밀당을 거듭한다.

(자고로 밀당은 연애에만 적용되는 건 절대 아니다!)

부부로나오는 이주원, 안세호 두 배우에게도 이 작품과 배역은 좀 남다른 모양이다.

애뜻한 애정이 보인다.

그래선지 참 잘 한다.

잔잔한 감동과 애뜻함에 중간중간 나도 모르게 몇 번씩 뭉클했다.

안세호 배우가 1막  장례식 장면에서 처음 부르는 노래는 6년전에도 그랬지만 그 서늘한 울림이 여전해서 놀랐다. 

이주원 배우는 역할 그대로 정말 팔색조같은 매력을 맘껏 보여준다.

오로라 역도 제격이지만 며느리, 아내, 어머니의 모습일 때도 배역에 맞게 목소리와 행동이 조금씩 바뀐다.

두 사람을 보면서 초연 배우의 힘이라는 게 얼마나 집요하고 대단한건지 절감했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은 한동안 이 역할을 계속 해줬으면 좋겠다.

 

<형제는 용감했다>

정말 오랫만에 다시 본 작품인데

반가웠고, 애뜻했다.

그리고 따뜻하고 다정했다.

이작품, 참 열심히 그리고 성실히 나이를 먹고 있구나 생각했다.

그래, 당연한지!

정말 좋은 작품이니까...

이제 6살이 된 이 작품이 지금보다 더 나이를 먹으면 어떤 어른이 될까 궁금해진다.

지켜보고 기다리는 재미.

참 쏠쏠할 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8. 25. 05:46


제 목 : 경남 창녕군 길곡면
일 시 : 2010.0730. ~ 2010.09.19
출 연 : 이주원(종철 역), 김선영(선미 역)
장 소 :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극 본 : 프란츠 크시버 크뢰츠
번안, 연출 : 류주연

<연극열전3rd>의 여덟 번째 작품이다.
몇 달 전에 유주연 연출의 <기묘여행>을 인상깊게 보기도 해서 연극열전에서 <경남 창녕군 길곡면>이 공연된다고 했을 때 놓치지 말고 찾아봐야지 생각했었다.
게다가 서울 문화의 밤 행사에 이 연극이 포함되어 있어서
8월 21일 총 2회 공연은 만원이라는 정말 파격적인(?) 가격으로 관람할 수 있었다.
솔직히 이게 왠 횡재냐 싶었다.

 
이 연극은 독일작품이다.
프란츠 크시버 크뢰츠라는 사람의 극본으로 도시 하층민의 삶을 있는 그대로 그려낸 작품이다.
독일 원제는 "오버외스터라이히" 라는데 독일에 실제 있는 작은 도시 이름이란다.
우리나라에선 연출 류주연이 직접 번안을 하면서 제목을 <경남 창녕군 길곡면>이라고 정했다.
(실제로 경남에 창녕군 길곡면이라는 곳이 있긴 하다)
2007년 초연됐고 거의 매년 재공연된 작품이다.
꼭 제목처럼 경남 창녕군 길곡면이 아니라도 대한민국 어디든 다 상관이 없다.
아웅다웅 지지고 볶으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괜찮다.
어차피 인간이 사는 곳은 어디든 다 마찬가지니까.


                          김선영(선미)                                         이주원(종철)       

초연때부터 함께 부부로 출연한 김선영, 이주원은
실제 부부가 아느냐는 소리를 들을 만큼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다.
(그런데 부부라고 해도 정말 믿겠다)
원작자는 각 나라에서 이 연극을 공연할 때는 꼭 사투리로 공연해달라는 조건을 붙였단다.
도시 하층민의 삶을 그린 이야기에 표준말을 또박또박 쓰는 것도 좀 우습긴 하겠지만
사투리가 아니라면 연극의 재미가 아무래도 줄어들었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약간은 수다스럽고 구시렁구시렁 거리는 경상도 사투리를 선택했는데
김선영, 이주원 두 배우 모두 고향이 경상도라 사투리의 묘미가 한층 자연스럽고 재미있다.
실제로 이 연극에서 구시렁거리는 부분이 많이 나오는데
100% 전부 두 배우의 애드립이란다.
두 사람도 서로 무슨 이야기를 할지 전혀 모른다고...
그리고 선미 역의 김선영은 실제로 임신중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아기에 대한 사랑과 보호본능이 극 속에 그대로 드러난다.
역시 엄마는 늘 언제나 강하다.
(그런데 왜 아빠들은 겁쟁이가 많은건지...) 

 


결혼 3년차!
여유돈이라고는 통장에 들어있는 120 만원이 전부이고
두 사람의 한 달 수입은 대략 300만원 정도. (아내는 그나마  비정규직이다)
그래도 알콩달콩 나름대로 만족스럽게 살아가던 두 부부에게 변화가 닥친다.
계획하지 않았던 임신.
아내는 생명을 지키고 싶어하지만
남편은 아내에게 낙태를 하자며 설득 아닌 설득을 한다.
소위 돈 없으면 애 낳기도 힘든 세상에 남편은 덜컥 겁이 나버린거다.
남편은 말한다.
"아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아빠냐가 중요하다" 고...
왜 끊임없이 나쁜 것만 찾으려고 하느냐는 아내의 질문에
남편은 "그게 현실이다!" 며 무시할 수 없는 한 마디를 내뱉는다.
남편의 말에 화가 나기도 하지만 보는 입장에서도 솔직히 할 말은 없다.
이 말이 사실이긴 하니까...
김용택 시인의 말이 떠오른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바로 자녀에 관한 문제라고...
맞는 말이다.
연극 속에서 남편 역시나 그 현실이 덜컥덜컥 겁이 날 수밖에 없었을거다.



급기야 아내와 남편은 한 달 지출을 조목조목 종이에 적어가며 계산기를 두드린다.
집세, 자동차, 대출금, 보험금에 심지어 부모님 용돈, 화장품, 미장원비, 술, 담배, 우유 값까지 끄집어내 계산한다.
(이 부분이 이 연극에서 가장 롱테크로 진행된다. 유치하지만 그야말로 사생결단으로 점점 치열해지는 장면 ^^)
월 300만원 수입에 지출은 2,955,000 원.
아내가 직장을 그만 두는 전제하에 한 달 수입을 200만원으로 잡고
(그러기 위해선 남편은 야간 운전까지 해야한다)
이제는 줄일 수 있는 목록들을 하나하나 삭제하기 시작한다.
차를 팔고, 술 담배를 끊고, 물만 마시고,
화장품은 립스틱만 바르고 머리를 기르고 기타 등등 기타 등등...
거의 모든 것을 안 하기로 작정했는데도 나온 금액은 1,934,000 원.
눈 앞에 남은 건 잔액 66,000 원의 현실이다.
(보는 나까지도 어쩔 수 없이 씁쓸해진다)


결론은,
어쨌든 아기를 낳기로 하니까 등장조차 하지 않는 아기 입장에서는 더없는 헤피엔딩이다.
하지만 엔딩에서 남편이 연주하는 루이 암스트롱의 어설픈 섹소폰 연주처럼 과연 부부의 현실도 누부신 "What a wonderful world" 가 될 수 있을지는 솔직히 의심스럽다.

유쾌하고 즐겁게 보고 나오긴 했지만
정말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현실에 등골이 오싹할 지경이다.
아이 없이 두 사람만 행복하고 즐겁게 살겠다는 딩크족이 아니라면 결혼한 부부는 자녀를 낳아 함께 키우면서 살아가게 된다.
그걸 우리는 일반적으로 "평범"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점점 우리가 알고 있는 이 평범이라는 기준이 점점 평범 이하로 자리이동이 되고 있으니 부모 입장이라면 퍽퍽한 세상살이가 될 수밖에 없다.
아이의 세상을 wonderful world로 만들어주기 위해 부모는 소위 삑사리 가득한 인생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냐?"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문제는 장 담그는 게 무서워서가 아니라
내 항아리에서 자생으로 생기는 구더기는 그런데로  봐줄 수 있어서 기껏 장을 담궜는데
멀쩡한 내 장에다가 누가 자꾸 구더기를 넣으려고 하는 사회에 있다.
그래서 연극의 말미에 나온 "절망에서 살인! 이라는 신문기사가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재미있었고, 배우들의 연기도 너무 좋았고.
연출과 무대도 너무 좋아서 전체적으로도 상당히 좋았던 작품임에는 분명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고 나와서는 너무 많이 참담해지는 연극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 연극을 보면서 단지 코메디라고만 여길수도 있겠다 생각하니
그 참담함이 배가 된다.
에이! 그만 생각하자!
열심히 연습하면 삑사리 없는 "What a wonderful world"를 연주하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그러니 살자... 살자... 살자...
치열하게 살든, 연습하듯 살든, wonderful 하게 살든. 삑사리가 작렬하게 살든,
어쨌든 살기나 하자!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