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7. 12. 7. 08:30

 

<빈센트 반 고흐>

 

일시 : 2017.11.04. ~ 2019.01.28.

장소 :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극본 : 최유선

작곡, 음악감독 : 선우정아

연출 : 김규정

영상디자인 : 고주원 / 영상감독 : 정혜정

출연 : 박한근, 이준혁, 김경수, 조상웅 (빈센트 반 고흐) / 김태훈, 임강성, 박유덕, 유승현 (테호 반 고흐)

제작 : HJ 컬쳐

 

후후, 또 봤다.

솔직히 말하면...

뮤지컬을 보러간게 아니라 고흐의 그림을 보러 갔다는게 정확한 표현일거다.

11월 초에 이 작품을 보고 프랑스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묘하다.

단 한 번도 프랑스에 가고 싶다는 생각 안해봤는데

이 작품이 날 프랑스라는 나라를 꿈꾸게 했다.

Gogh Road.

헤이그 - 파리 - 아를- 생레미 정신병원 - 오베르쉬르우아즈.

시작과 끝은 네덜란드 고흐 박물관이면 딱일거고.

다른 곳은 몰라도 고흐가 마지막까지 살았던 오베르란 곳엔 꼭 가고 싶다.

오베르의 시청과 교회를 둘러보고,

밀밭 주변을 오랫동안 천천히 걸은 뒤

빈센트와 테호의 무덤에 노란 해바라기 한 무더기 올리고 싶다.

 

고흐는...

자신의 삶에 어떠한 확신도 갖지 않았단다.

하지만 별들의 풍경이 자신을 꿈꾸게 했다고...

그 힘으로 삶을 버텼고,

그 힘으로 그림을 그렸던 고흐.

어쩌면 정말로 아를의 뜨거운 태양이 고흐의 광증을 증폭시켰을지도 모르고

그래서 고갱이 떠난 후 자신의 귀를 잘라냈는지도 모른다.

광증과 발작 그리고 환청.

정신병원에 가겠노라 결정한건,

그렇게해서라도 발작과 환청에 저항하고 싶었던 삶에 대한 강렬한 애착이었으리라.

가슴에 총을 맞고 집으로 돌아와 이틀을 보내면서 고흐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의 죽음에 자살이네 타살이네 아직까지 말이 많지만

뭐가됐든 자살같은 죽음임에는 틀림없다.

"울지마! 이게 모두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야.

 슬픔은 영원히 남는거야. 난 이제 집에 가는 거라고,

 이제 모든게 끝났으면 좋겠어.... "

 

빈센트와 테호가 주고받은 편지들을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

마치 내가 빈센트인듯.

그리고 또 테호인듯.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5. 19. 08:25

 

<파리넬리>

 

일시 : 2014.04.26. ~ 2016.05.15.

장소 : 광림아트센터 BBCH홀

작가 : 김선미

작곡 : 오소린, 김은영

안무 : 정도영

음악감독 : 김은영

연출 : 반능기

출연 : 이주광, 루이스초이 (파리넬리) / 이준혁, 김경수 (리카르도) / 박소연 (안젤로 로씨니)

        최연동 (아버지/헨델), 김태훈 (레리펀치)

제작 : HJ컬쳐

 

<파리넬리> 세번째 공연.

이번 시즌은 안보고 넘기려고 했는데 수정을 많이 했다는 소문에 또 귀가 얇아졌다.

(때마침 40% 할인도 떴고 좌석도 2층 맨 앞 한 자리가 비어 있여서...)

역시나 뒤늦게 보길 잘했다.

개인적으로 초연, 재연 통틀어 이번 시즌이 스토리 전개가 가장 좋았다.

그리고 세번째라 그런지 루이스초이의 연기가 너무 좋아서 정말 집중해서 봤다.

리카르도 이준혁과도 합은 폭풍케미고!

(내 생각엔 이준혁은 이 역할이 인생작이지 싶다.)

박소연 안젤로가 많이 아쉽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주조연 배우들이 다 좋았고

스토리도 예전보다 정돈이 많이 돼 흐름이 자연스러워졌다.

내가 사실 이 작품을 보는 가장 큰 이유는,

2막 후반부에 나오는 헨델의 "울게 하소서"를 듣기 위해서가 팔할이다.

그래서 쳐내야 하는 장면들이 보여도, 스토리에 개연성이 떨어져도 기꺼이 참아낼 수 있었다.

그런데 이날의 "울게 하소서"는

마치 루이스초이의 단독 공연 피날레를 보는 느낌이었다.

정말 오랫만에 몸 속으로 소름이 뚫고 지나갔다.

심지어 루이스초이도 노래를 끝내고 난 뒤에 무대 위에서 휘청하더라.

객석의 박수 소리도 내가 지금까지 본 중에 가장 길게 이어졌던것 같고...

 

이쯤되면 슬슬 걱정되는 건,

이 작품을 "루이스초이"가 언제까지 해줄까... 하는거다.

물론 고유진에 이어 이주광이 선방을 해주고 있긴 하지만

루이스초이가 빠진 <파리넬리>는 지금으로선 좀 상상이 안된다.

바람은,

루이스초이가 최대한 오래 버텨줬으면 하는거다.

왜냐하면 나는 그의 "울게 하소서"를 아직은 더 듣고 싶으니까.

 

헨델은...

역시 위대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4. 28. 08:36

<파리넬리>

 

일시 : 2015.04.18. ~ 2015.05.10.

장소 : 유니버설아트센터

작가 : 김선미

작곡 : 오소린, 김은영

연출 : 김민정

안무 : 정도영

음악감독 : 김은영

출연 : 고유진, 루이스초이 (파리넬리) / 안유진 (안젤로 로씨니)

        이준혁 (리카르도), 김호섭 (아버지/헨델), 원종환 (레리펀치)

제작 : HJ컬쳐

 

<주홍글씨>와 <파리넬리>

개인적으로 본공연이 올라오길 기다렸던 두 작품.

다행스럽게 그 중 한 작품의 본공연이 드디어 시작됐다.

 

창작뮤지컬 <파리넬리>

개인적으론 아르코의 음향상태가 너무 안습이었기에

본공연이 올려진다면 다른건 몰라도 음향만은 꼭 좋은 공연장이길 바랬었다.

그런데 현실은...

음향도, 접근성도 최악인 유니버설아트센터였다.

내가 극도로 기피하는 공연장.

하지만 작품과 배우과 좋으면 결국은 찾아가게 되더라.

 

그룹 "플라워"의 리드보컬 고유진.

그가 노래를 잘한다는건 누구라고 인정하지만

안타깝게도 아르코 공연에서는 루이스초이이라는 핵폭탄의 등장으로 본의 아니게 살짝 가려져버렸다.

하지만 나는 기억한다.

몇 년 전 극장 용 <마리아 마리아>에서 "예수"와

성남아트홀 <모차르트 오페라 락>에서의 '모차르트"를.

두 작품에서 고유진은 노래 잘하는 가수가 아닌 무대를 책임지는 확실한 뮤지컬 배우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래서 또 다른 작품에서 볼 수 있기를 내내 기다렸었는데 좀처럼 다른 작품 소식이 없어 살짝 잊고 있었다.

심지어 아르코 공연은 공연기간이 너무 짧아 루이스초이의 공연만 간신히 확인했었다.

그래서 이번 본공연은 루이스초이보다 고유진을 먼저 챙겨보자 다짐했다

 

고유진 <파리넬리>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좋더라.

개인적으로 루이스초이보다 연기나 감정표현은 더 좋았고, 진성으로 부르는 것도 좋았다. 

가성은 아무래도 카운트테너인 루이스초이를 따라갈 순 없겠지만

이런 소리를 내기 위해 얼마나 연습하고 고민했을까를 생각하니 뭉클해지더라.

쉬운 노래가 정말 한 곡도 없던데...

특히 1막 후반부 "왜 하필"과 '내일이 오면"은 노래, 연기, 감정표현 다 좋았다.

루이스초이는 정말 소름끼치는 카스트라토 그 자체라

(좋은 의미에서) 다른 배우들에게 시선을 주기가 어려운데

고유진의 경우는 등장 인물들간의 묘한 긴장감과 텐션이 확실히 더 잘 느껴진다.

스토리도 쳐낼 것들은 과감하게 쳐내니 아르코때보다 개연성도 확실해졌고

인물들에게 집중도 훨씬 잘 됐다.

파리넬리뿐만 아니라

안젤로, 리카르도, 아버지, 헨델, 래리펀치까지 인물들이 다 살아있다.

안유진, 이준혁, 김호섭, 원종환의 연기에도 찬사를...

특히 이번 관람에서는 아버지 김호섭의 연기가 눈에 띄었다.

1막 도입부에서 김호섭의 노래와 연기, 표정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1열이라 바로앞에서 정말 자세히 봤는데 나도 모르게 확~~~ 몰입이 되더라.

개인적으로 1막 마지막 곡 "내일이 오면'도

김호섭이 마에스트로 헨델이 아닌 아버지로 등장하는게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면 두 형제의 애증이 더 부각되지 않았을가 싶은 개인적은 생각 ^^)

 

처음 <파리넬리>가 뮤지컬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에이... 설마... 이걸? 어떻게? 싶었는데

결론은 기대 이상의 작품이었다.

루이스초이의 본공연도 볼 예정이지만

어쨌든 꽤 괜찮은 창작 뮤지컬이이 탄생한 것만은 확실하다.

바람이 있다면...

꿈과 희망이 가득한 엔딩부분을 좀 수정했으면 하는 것과

마지막 피날레 앵콜송에 파리넬리의 "울게 하소서"도 추가됐으면 하는 거.

2막에서 한 번 듣고 끝내기엔 너무 아쉽고 아깝다.

정말이지 울고 싶을 만큼...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2. 4. 08:32

<여신님이 보고계셔>

일시 : 2013.01.15. ~ 2013.03.10.

장소 :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출연 : 최호중, 이준혁 (한영범) / 전성우, 신성민, 윤소호 (류순호)

        임철수 (이창섭), 지혜근 (조동현), 최성원 (신석구)

        주민진 (변주화), 이지숙 (여신님)

연출 : 박소영

대본 : 한정석

작곡 : 이선영

제작 : 극단 연우무대

 

<여신님이 보고계셔> 프리뷰 두번째 관람.

캐스팅의 기대보다는 스토리에 더 집중해서 보고 싶어서 충무아트홀 블루를 찾았다.

보고 난 느낌은...

이준혁, 신성민 캐스팅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확실히 최호중, 전성우 캐스팅에 비하면 느낌이 좀 덜했던 건 사실이다.

배우의 정확한 딕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게 이준혁 배우의 혀짧은 발음은 많이 거슬렸다.

예전에 <빨래>에서는 몽골청년이라 일부러 그렇게 했나보다 생각했는데

이 작품을 보고 아니라는 걸 알았다.

노래 부를 때는목소리 톤도 그렇고 음색도 참 매력적인데

대사가 시작되면 발음때문에 여지없이 느낌이 반감된다.

배우로서 더 집중력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면 어떻게든 딕션을 고쳐야 할 듯.

(쉽진 않겠지만...)

어눌한 북한 사투리를 구사하는 임철수와 지혜근 배우.

혀짧은 발음의 이준혁 배우까지...

보면서 좀 심난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번째 관람을 예매하게 만들만큼 이 작품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신성민의 유순호는,

전성우의 유순호만큼 안타깝게 절망적이진 않았다.

마치 어미품을 잃은 아이의 철모르는 순수한 느낌이랄까?

그래서 그가 표현하는 절망과 두려움은 형의 죽음을 목도한 것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그보다 더 먼저 뭔가의 근원적인 사건이 있지 않았을까 의심케 만든다.

전성우 유순호가 조우한 여신과 신성민 유순호가 조우한 여신은 그래서 완전히 다른 여신같다.

(그래, 당연히 같을 순 없겠지!) 

어쩐지 나는 전성우의 해석이 더 마음에 와닿는다.

 

 

내가 이 작품에 빠져드는 이유는,

이 이야기 속에 영원히 늙지 않는 "피터팬"이 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평화롭고 아늑한, 그래서 영원히 깨고 싶지 않은 행복한 낮잠같은 시간이 있다.

여신이 살고 있는 그 세계!

그게 비록 잠깐의 환상일지라도,

나는 기꺼이 피터팬이 사는 그 세계에서 열심히 꿈꾸는 걸 택하겠다.

그러다 여신을 만나면 다행이고,

그렇지 않다면 순호처럼 여신이 되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그런데 사실은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여신님이 어딘가에서 흐뭇한 얼굴로 다 보고계셨으면...

그렇다면 나도 칭찬받고 싶어서, 머리 한 번 쓰다듬 받고 싶어서

더 착하게, 더 열심히 살게 되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의 부탁을 열심히 들어줄때마다 한 마디씩 하면서 말이다.

 

"여신님! 나 잘했죠?"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