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7. 6. 28. 08:05

 

<프라이드>

 

일시 : 2017.03.21. ~ 2017.07.02.

장소 : 대학로 아트원 씨어터 2관

극작 : 알렉시 켐벨 (Alexi Kaye Campbell)

각색 : 지이선

연출 : 김동연

출연 : 이명행, 배수빈, 정상윤, 성두섭 (필립) / 오종혁, 정동화, 박성훈, 장율, 박은석 (올리버)

        임강희김지현, 이진희 (실비아) / 이원, 양승리 (멀티)

기획 : 연극열전

 

또 봤다.

프라이드를...

그런데 어쩌지?

또 보고 싶다.

이 작품은 내게 실비아 같은 존재다.

작품 속에서 올리버가 필립에게 말한다.

"나 실버아한테 위로받았어. 개 복 받을거야"

정말 복받을거다. 이 작품은.

매번 날 이렇게까지 위로해주니.

 

내겐 코린트만의 바다 같은 작품.

올리버처럼 나 역시도 신성한 최면에 걸린다.

 

 

괜찮아.

모든 것이 다 괜찮을거야.

기나긴 시간이 흐르면

우리에 대해, 자신에 대해 어렵고 불행했던 순간들을 이해하게 될 것이고

그리고 지금의 잠 못 드는 밤들도 가치가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어쩌면 오십 년 아니 오백 년 후에도 이 시간을 사는 사람들은

그 시간들로 인해 더 현명하고 더 행복해질 것이다.

그러니 괜찮아

모든 것이 다 괜찮을거야.

마치 먼 미래에 모든 거친 거친 내가 나를 위로하듯

다정한 속삭임. 위안처럼.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7. 6. 9. 08:11

 

<킬 미 나우>

 

일시 : 2017.04.25. ~ 2017.07.16.

장소 :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극작 : 브래드 프레이저 (Brad Fraser)

각색 : 지이선

연출 : 오경택 

출연 : 이석준이승준 (제이크 스터디) / 윤나무, 신성민 (조이 스터니) / 이진희, 정운선 (트와일라 스터디)

        문성일, 오정택 (라우디 에이커스) / 이지현, 신은정 (로빈 다토나)

제작 : (주) 연극열전

 

배우 이승준은,

앞으로도 계속 연극 무대에 섰으면 좋겠다.

명품조연으로 브라운관에서 활약하는 걸 보는 것도 좋지만

무대 위에 서 있을 때는 그의 모습은 훨씬 더 강렬하고 존재감 있다.

그리고 딕션, 감정, 표정, 연기 다 좋다.

마치 스펀지를 보는 느낌이다.

제이크의 감정을 순간순간 다 흡수하고 빨아들여서 관객에서 전달한다.

일방적인 감동의 강요가 아닌 깊은 감정의 동화다.

이석준과 이승준 제이크의 울림과 포인트가 미묘하게 달라 놀랍다.

이를테면,

이석준 제이크는 어느 순간 쿵 하고 단번에 감정을 허물어뜨리는데

이승준 제이크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그리고 점점 강하게 파고든다.

고통의 정도가 얼마나 심하면 kill이 heel이라는 생각을 할까?

내가 제이크라면 이런 결정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조이라면 제이크의 선택을 받아들이고 동조할 수 있을까?

고통을 견디면서 아픈 자식을 위해 어떻게든 버티고 싶을까?

아니면 인간으로으로서 존엄사를 선택하게 될까?

현실이 아닌 가정법 앞에서조차

나는 막막하다.

 

태어나는 모든 아이는 그 자체로 완벽한 존재다.

 

제이크에게 조이는 완벽한 아이였다.

조이에게 제이크가 완벽한 아빠였듯.

완벽한 두 존재의 이별

그저 지켜보는 것 뿐인데 내가 너무 아프다.

아파서 미치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8. 18. 08:34

 

<Pride>

 

일시 : 2015.08.08. ~ 2015.11.01.

장소 : 수현재씨어터

극작 : 알렉시 켐벨 (Alexi Kaye Campgell)

각색 : 지이선

연출 : 김동연

출연 : 배수빈, 강필석 (필립) / 정동화, 박성훈 (올리버)

        임강희, 이진희 (실비아) / 이원, 양승리 (멀티)

기획 : 연극열전

 

연극 <The Pride>가 다시 시작했다.

작년 여름과 가을,

이 연극은 나를 위로하고 감싸안아 버티게 해줬다.

1958년의 올리버와 필립 두 사람이 문 앞에서 처음 만나는 순간 서로를 알아본것 처럼 나도 이 작품을 알아봤고 사랑했고 그 사랑은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이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나는 순간은,

실비아의 공기 중에 일렁이는 무언가가 있었다고 말했다.

나는 그걸 아주 기묘한 고요함이라고 말하고 싶다.

두 사람만이 감지하고, 공유하고,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의 시간을 지속의 시간으로 만들어버리는 알 수 없는 감정의 흐름.

<프라이드>의 첫번째 장은 그런 홀림이었다.

 

혼자 참 많이 기다렸었다.

기다리는 내내 가능하면 초연의 캐스팅 그대로 돌아와주면 좋겠다고 꿈꿨는데

아쉽게도 그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도 몇 명 정도는 돌아와주지....)

다시 돌아온 <프라이드>

내겐 너무 익숙한 작품이 낯설다. 아직은...

특히 1958년의 뉘앙스가 초연때보다 훨씬 더 가벼워졌다.

필립과 올리버의 조심성과 친밀함이 베어있던 경어체도 현대적인 어감으로 변했다.

게다가 1958년의 올리버(정동화)가 필립(강필석)에게 너무 노골적으로 끼를 부린다.

마치 나 지금 당신에게 반했어요, 좀 알아주세요... 그러는 것 같다.

당황스러웠다. 아주 많이...

아직 공연 시작 초반이라 분명 달라지겠지만 어쨌든 그 날 무대 위의 정동화는 확실히 올리버는 아니었다.

올리버를 열심히 연기하는 정동화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건 살짝 위험한 발언인데,

정동화에게서 한지상이 보인다.

(미묘한 과장과 억지스런 심각함, 그리고 치기 어린 유아기적인 허세...)

 

1958년 강필석 필립은 생각보다 더 유(柔)했다.

그 유(柔)함 속에 필립의 망설임이 느껴져 개인적으론 좋았는데

그래도 두 어 번쯤은 확 터트려주길 바랬는데 그러진 않더라.

그게 강필석의 필립이라는걸 이해하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 생각이지만,

중반 이후로 접어들면 강필석 필립에 어떤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실비아는...

김지현이 참 많이 생각났다.

초연때 실비아 때문에 참 많이 울었었는데

이 날 공연에서는 내 마음이 온전히 실비아에게 닿지 못했다.

 

솔직히 이 정도로 초연의 기억이 강력할 줄은 몰랐다.

그러지 않으려고 했는데

자꾸만 초연 배우들 모습이 오버랩됐다.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초연의 <Pride>와 나 사이에는 이야기가 있었으니까.

역사가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마지막 엔딩에"The Map"이 흐르니 가슴 한 켠이 쌰해지더라.

그때 알았다.

뭐가 어찌 됐든 이 작품을 외면하긴 힘들겠다고.

 

내가 멀리서 속삭일께요.

내 목소리가 당신에게 닿을때까지.

당신이 당신에게 닿을때까지.

괜찮아요.

괜찮을거예요

모두 괜찮아질거예요.

 

THE MAP


Who know, the pain.
I'm lost in the dark.
Your memory.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This is the reason why I stand here still.
Wherever you will go-
will be alright.
will be alright.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Who know, the whisper.
I find in my mind.
Our history.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This is the reason why I stand here still.
Wherever you will go-
will be alright.
will be alright.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1. 6. 07:46

<그날들>

일시 : 2014.10.21. ~ 2015.01.18.

장소 : 대학로뮤지컬센터 대극장

대본. 연출 : 장유정

음악감독 : 장소용

안무감독 : 신선호

무술감독 : 서정주

출연 : 유준상, 강태을, 이건명, 최재웅 (차정학)

        김승대, 지창욱, 오종혁, 규현 (박무영)

        김지현, 신다은 (그녀) / 서현철, 이정열 (운영관)

        김산호, 최지호 (대식) / 박정표, 정순원(상구)

        김소진, 이진희 (사서), 송상은, 이다연 외

제작 : (주)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재연으로 올라온 <그날들>을 봤다.

역시나 김광석의 노래는... 정말 좋구나.

여러가지 뒤숭숭한 일들이 겹쳐서 내내 심난하고 아팠는데

김광석의 노래로 조금 위로를 받았다.

명곡이라는게 이런거구나...

사람을 조용히 위로하고 다독이는 함이 있다.

작품의 완성도와 배우들의 열연을 떠나 그냥 노래가사 하나하나가 가슴에 담겼다.

김광석은 이 노래들을 이곳에 그대로 남겨놓고 어떻게 떠날 수 있었을까?

참 나쁜 사람이다...

 

초연에 강태을 차정학이 너무 좋아서 재연이 올라오면 꼭 강태을로 보리라 생각했었다.

(이 작품으로 강태을과 정말 극적인 화해도 했고...)

그랬더랬는데 재연의 강태을 정학은...

이럴수가...

초연때보다도 훨씬 더 좋더라.

매장면마다 배우로서 행복하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그대로 보였고

그래서 보는 나도 내내 행복했다.

배우가 작품과 역할에 깊은 애정과 신뢰를 가지고 있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강태을을 보면서 확실히 알았다.

(진심으로 멋졌다!)

김승대 무영은 좋은 작품에 최선을 다하려는 간절함이 살짝 의욕과다로 표현되더라.

전체적으로 조증처럼 붕 떠있어 발란스도 어긋났다.

균형감도 살짝 무너지고...

현실감없는 "픽션"의 인물처럼 느껴지더라.

개인적으론 배우 김승대가 조금 덜 열심히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 훨씬 자연스러울것 같아서...

(이 표현 이해가 될까???)

 

전체적으로 초연때보다 군무도 좋아졌고 무대도 잘 정돈됐다.

인트로의 영상도 깊이감과 생동감이 살아있어 좋더라.

그런데 문제는 음향!

분명 초연과 똑같은 공연장인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다를 수 있는지 관람하는 내내 놀랐다.

12월 2일 병원에서 연말 송년회로 이 작품을 단체관람을 한다는데

그때는 음향이 지금과는 많이 달라졌으면 좋겠다.

 

* <그날들>은 참 묘한 작품이다.

   작품이나 스토리 자체는 별 매력이 없는데 이상하게 자꾸 끌린다.

   이게 배우의 힘인지, 김광석의 힘인지, 그냥 정서의 끌림인건지는 확실히 모르겠다.

   좋아한다는게 늘 이유가 확실해야하는건 아닐테니까.

   그래서 나는 <그날들>을 "그냥 좋아지는" 작품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김광석도 그랬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라고...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