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0. 9. 2. 06:32
지난번에는 류정한, 이창용 페어를 봤었고
이번 관람은 류정한, 이석준 페어였다.
류정한과 이창용의 나이 차이가 무려 13살인 반면에 이석준과는 1살 차이다.
일단 심정적으로는 안도감은 느껴진다.
뭐 나이가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심리적으로 느낌도 무시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이날은 배우 건승정한이라는 류정한 클럽에서 처음으로 전석 단관을 실시한 날이다.
450 여석의 동숭홀 좌석이 불과 몇 분 만에 매진되는 놀라운 대형사고(?)를 성공시키더니 당일날에도 축제같은 분위기를 계속 만들어가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어딘지 격세지감이 느껴지기도...
그리고 예전과 비교하면 많이 달라진 분위기도 누느껴진다.
예전에는 뭐랄까,
류정한이라는 뮤지컬 배우의 남성성(?)을 홀로 과도하게 추종했던 무리가 많았는데 10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은 조력자, 응원자 비슷한 결속력이 조금씩 느껴진다.

조금 놀라긴 했다.
10년이란 시간동안 이어진 건승정한의 힘이...
왠만한 사람이 와도 무대 위에서 떨리거나 긴장하지않는다는 배우 류정한도
함께 공연했던 이석준의 증언(?)에 의하면 계속 떨려했단다.
공연장 전체가 오직 자신을 응원하는 사람으로 채워져있다면...
그 떨림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 이 사람 무지 행복하겠구나 하는 감탄에 가까운 부러운 마음도...



공연을 보다보면
관객이 편안한 공연이 있고
연기하는 배우들이 편안한 공연이 있다.
개인적으론 류정한, 이창용 페어가 전자에 속했고
류정한, 이석준 페어가 후자에 속했다.
두 배우 모두 전체적으로 살짝 흥분돼 있었고
이석준 앨빈은 등장부터 말투와 행동이 좀 과장돼 보였다.
본인의 인물 설정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능이 살짝 떨어지는 어른아이 같다고나 할까!
목소리 톤이나 음색의 조화도 개인적으로 이창용, 류석준 페어가 맘에 든다.
류정한, 이석준 두 사람 모두 무대 위에서 소위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발란스는 잘 맞춰주는 것 같은데
이상하게 왠지 동화가 잘 안 되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뭐라고 딱 꼬집을 수 있는 흠이 있는 건 결코 아니다.
(혹시 전석 단관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두 배우에게 작용했던 걸까?)
고백적이고 잔잔한 드라마 짙은 이야기가
어느 순간 이벤트같은 느낌이 들기도...
어쩌면 선입견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공연은 약간 들뜬 분위기였다.



워낙에 이 뮤지컬 자체가 스토리가 탄탄하고 뮤지컬 넘버들도 좋아서
딱히 흐트러질 구석이 별로 없는 공연이긴 하다.
두 배우의 호흡과 내공만 잘 들어맞는다면 누가 해도 자신의 best 작품에 들어갈 그런 작품 ^^
보고 있으면 참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든다.
무대에 서있는 배우도 그렇고 무대 밑에서 보고 있는 관객도 그렇고...
토마스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 하나 하나 기억을 끄집어내는 앨빈.
빼곡하게 쌓여있는 책으로 표현된 토마스의 기억은
앨빈의 기억이기도 하다.
그래서 토마스의 기억이 살아있는 한
앨빈 역시도 살아있을 수 있게 되는 그런 관계...
정말 그럴까?
사람들은 기억 하나하나를 그 작은 디테일까지도 잊어버리지 않고 다 저장하고 있는 걸까?
그래도 지워질 기억들은 조금씩 지워졌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공연 후에 신춘수 대표, 류정한, 이석준 세 사람이 무대 위에 나와서 객석과 이야기를 나눴다.
세 사람 사이에는 믿음 이상의 결속력이 보인다.
묘한 형제애같은 강하고도 끈끈한 유대감.
어쩌면 그래서 이 작품이 이들에게, 관객에게 더 의미있게 다가오는 건지도 모르겠다.
한 발 물러나서 함께 뒤돌아보며 정리하고 싶었을지도...
그리고 다시 함께 시작하고 싶었을지도...
믿음이 쌓인 사람들이 나누는 미소는 
든든하게 이쁘다.


                                <The Story of My Life 앤딩 장면>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6. 28. 06:19
한동안 밤잠과 새벽잠을 설치게 했던 2010 남아공 월드컵이 끝났다.
우루과이와의 16강전
비록 2:1로 패배해서
8강을 올라가진 못했지만
우리는 원정 첫 16강을 이뤄냈고
그리고 아름다운 세대교체를 이룬 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눈물을 남기며 끝을 맺었다.



경기 종료 후
아쉬움과 온갖 회한이 가득한 선수들이 보인 눈물은
내리는 빗물보다 더 굵고 뜨거웠다.
이번 경기가 월드컵 마지막 국가대표가 되는 6인의 선수들.
이영표, 박지성, 김남일, 이운재, 안정환, 이동국,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볐던 선수들도
혹은 벤치에서 후배들의 중원을 지켜봤던 선수들도
모두 눈이 뜨겁다.
그들이 없을 4년 뒤를 채울 또 다른 후배들을 생각으로...
나는 그들이 마지막이라는 아쉬움을 토로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없어도 밝은 미래를 보며 뜨거웠으리라 확신한다.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은 뜨거운 아쉬움을
다시 뜨거운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리라는 것을...
그래도 대견하지 않은가!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는 게...



수고했다는 말.
아름다웠다는 말.
당신들의 승부는 더 없이 훌륭했다는 말.
그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당신들로 인해 즐겁고 행복하고 희망찬 시간들이었다고...



선배들이 후배들의 눈물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모습은
쏟아지는 굵은 빗줄기가 무색할만큼 아름다움 그 이상의 감동이었다.
비록 2010년 우리의 월드컵은 마무리가 됐지만
이들의 끝나지 않은 승부수에 박수를 보낸다.
이들은 다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준비하리라.
이 뜨거운 눈물로 다시 뜨거운 준비를 시작하리라.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수고했습니다.
당신들은 정말 아름다운 승부사였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고 충만했습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6. 18. 06:34
중앙대에서 교육이 있던 날이었다.
다행히 날이 날이니만큼 일찍 끝내줘서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바빴다.
처음으로 DMB 시청을 했다.
헤드폰을 어디다 뒀는지 몰라 정말 한참을 뒤적거리다 겨우 찾아냈다.
장신의 그리스 선수와도 너무나 잘 싸워줘서 힘든 경기가 될거라는 걸 예상은 하면서도
희망을 품고 시청했다.
나도 이렇게 조마조마한데 직접 뛰어야 하는 선수들은 심정이 어떨지...
축구 황제 마라도나가 이끄는 아르헨티나와
대한민국 허정무호와의 결전.




결과는 4 : 1 패배.
축구에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아르헨티나의 경기 모습은 환상적이었다.
마치 축구화에 자석이라도 붙은 듯이 공이 척척 달라붙는 것 같은 모습.
그러나 그 틈을 악착같이 뒤쫒으면서 몸싸움을 하던 우리 선수들도 
충분히 잘해줬고 그리고 충분히 아름다웠다.
이들의 노력과 수고까지 무시하면서 비난하진 말았으면 좋겠다.
특히나 첫 골이 자책골로 기록된 박주영 선수에게 비난의 목소리를 보내지 말았으면...
누구라도 그 상황에서는 어떻게 할 수 없었을 거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내 눈에도 그렇게 보였다.
망연해있는 박주영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다 힘이 빠지면서 두려워졌다.
무책임한 악플러들의 몰상식한 댓글 행렬이 시작될까봐.
그는 또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얼마나 사생결단으로 뛰던지...
TV 화면에 잡힌 그의 눈빛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다.



리오넬 메시.
이번 월드컵에서 처음 알게 된 선수인데,
(정말 나는 축구의 문외한이다... 월드컵때만 축구를 보는 사람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올해의 선수"라는 타이틀은 결코 겉치레가 아니었구나 절감했다.
"메시라고 쓰고 메시아라고 읽는다!"
어디선가 이 문구를 보고 속으론 "지가 잘하면 얼마나 잘한다고..." 했는데
정말 놀랍게 잘 하더라.
장신선수도 아닌데(170 cm) 달릴 때 스피드는 그를 거의 거인처럼 느껴지게 하더라.
엄청난 돌파력과 개인기란...
앙리나 지단이 세계 최고라고 생각했던 내 눈에 "메시"의 존재는 놀라운 개안(開眼)이기도 했다.
메시는 볼을 몰고 달릴 때 최고 속도를 낸단다.
낮은 무게 중심으로 절묘하게 균형을 잡고, 방향과 템포를 자유자재로 바꾸며
상대 수비 2~3명쯤은 쉽게 제친다는 메시.
최고 속도로 볼을 몰다가 기습적인 왼발 슈팅을 날릴 때는 도저히 막을 수가 없다고 한다. 
상대가 도저히 예측하지 못하는 창조적인 패스, 밀집수비 틈을 가르는 패스는
"명품"이라는 소리까지 듣는다.
아르헨티나 마라도나 감독이
"우리에겐 메시가 있다!" 라고 말한 게 정말 빈말이 아니었구나 싶다.
어제 경기에서 아르헨티나의 골도 메시의 발끝에서 이루어진 경우가 많았다.
마라도나가 자신의 후계자로 점찍은 선수라고 하더니만...



어제 3골 기록으로 남아공 월드컵 첫 해트트릭의 주인공이 된 곤살로 이과인.
이 선수의 순간 판단력과 스피드에도 감탄했다.
현재 득점 1위에 오른 이과인은 이날 경기의 MOM(man of the match)이 되기도 했다
그래도 이날 우리 선수들의 선전도 눈부셨다.
전반전 45분에 무서운 스피드로 이청룡이 달려와 멋진 골을 선사했고.
(이 골은 정말 멋졌다. 멀리서 찬스를 보고 거침없이 달려오던 이창룡... )
또 골망을 가를 위협적인 골을 GK 정성룡이 온 몸으로 막아내며 투혼했다.
끝까지 열심히, 성실히 달려준 그들의 모습이 나는 고맙고 아름다웠다.
경기는 이번뿐만이 아닐 것이고.
그리고 남아공 월드컵으로 그들의 축구 인생이 끝나는 것도 아닐 것이니까...
이들의 앞으로의 가능성은 또 얼마나 눈부신가!



집에서 가족들이랑 응원하면서 봤는데 초등학교 3학년 조카놈이 물었다.
"근데, 이모 차두리는 왜 안 나와?"
얼결에 나, 
대답했다.
"응, 아직 충전이 안 끝났데~~"
차두리는 또 다시 이렇게 로봇이 되고 말았다.
죄송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