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2. 4. 18. 06:16

<Mozart Opera Rock>

 

일시 : 2012.03.30 ~ 2012.04.29.

장소 :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부제 : 새로운 모차르트를 만나다

출연 : 김호영, 박한근, 고유진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강태을, 김준현 (안토니오 살리에르)

        신성우, 이기동 (레오폴드 모차르트)

        곽선영, 이해리 (콘스탄채 베버)

        김민주, 최유하 (알로이자 베버)

연출 : 김재성

 

이걸 보겠다고 내가 또 다시 성남을 갔다.

(참 정말이지 너무 멀다)

대구에서 꽤 오랫동안 공연을 하고 성남에서 공연을 하는거라 어느 정도 완성도는 갖춰졌을 것 같고 들리는 소문도 괜찮아 기대를 했다.

김호영에게 딱 맞는 역할이라는 말도 있는데

나는 일부러 플라워 고유진의 모차르트를 선택했다.

고유진의 시원시원한 목소리를 오랫만에 듣고 싶기도 했고 그의 첫 뮤지컬 연기도 궁금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유진의 모차르트는 꽤 괜찮았다.

공연 초반엔 연기 미숙에 대한 지적도 있었던 모양인데 직접 보니까 상당히 잘하더라.

노래야 말 할 것도 없고, 연기도 나쁘지 않았고 딕션도 정확한 편이다.

표현력과 인물과 극에 대한 몰입도 상당했고... 

아마도 앞으로 다른 작품에도 캐스팅 제의가 오지 않을까 싶다.

인물에 대해 오래 고민하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해 이쁘다.

노래 잘 하는 가수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아름다운 배우라고 불러도 무방하겠다.

얼마전 <광화문연가>에서 조성모의 발연기를 보고 크게 놀란 뒷끝이라

고유진의 연기를 보면서는 좀 과하게 감격했다.

 

이 작품 역시도  프랑스 뮤지컬답게 sing과 dance를 담당하는 배우들이 확실히 구분되어 있다.

이런식의 역할담당(?)은 담당 배우의 집중력에 좌우되는 것 같아 독특한 재미가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 , <돈주앙>, <노트르담 드 파리>를 보면서도 느낀거지만

프랑스 사람들 와이어 연기 참 좋아한다.

죽음을 여자로 형상화해서 춤추게 하는 것도 좋아하고.

2009년 프랑스에서 초연됐을때도

관객들에게 엄청난 호평을 받으면서 그해에 상을 휩쓸었다는데

뮤지컬 넘버들은 확실히 너무 좋다.

락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들어있어 듣는 재미도 상당하다.

번역도 꽤 잘 된 것 같다.

요즘 공연되는 라이센스 작품은

과거에 예의없이 억지로 가사를 마구 구겨넣던 작품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놀라운 번역이다.

대사도 그렇고 뮤지컬 넘버 가사도 그렇고 상당히 깔끔하게 잘 다듬었다.

 

전체적인 무대와 배우들의 의상는 화려함은

화려하기로 소문난 <엘리자벳>보다 오히려 더한 것 같다.

전체 소요 의상이 400벌이라고 했던가!

맨 앞줄에서 관람해서인지 눈에 극심한 피로가 느껴질만큼 화려하고 번쩍거린다.

현실이 아니라 동화 속, 아니 4D 에니메이션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알로이지아가 부르는 "Bim Bam Boum"은 어릴적 로망인 "미미 공주님" 이 이 땅위에 강림하신 수준이다.

그 새빨간 긴 눈썹은 아름답다못해 섬득하기까지 하더라.

 

재미있는 건,

EMK의 <모차르트>에서는 어찌됐든 주인공 모차르트가 부각이 됐는데

이 작품은 2막부터 등장하는 살리에르가 더 주목받고 임펙트가 강하다.

(우리나라만 그런걸 수도 있다. 이 기현상은 온전히 배우의 역량이다)

내가 배우라도 이런 정도의 임팩트라면 모차르트가 아닌 살리에르를 하겠노라 나설 것 같다.

강태을 살리에르는 안봐서 모르겠지만

김준현의 부르는 "악의 교향곡"과 "고통스런 즐거움"을 듣고 있으면 소름이 1단, 2단, 3단으로 돋는다.

고음만 3단 고음이 있는 게 아니라 소름도 3단 소름이 있다는 걸 뮤지컬 배우 김준현 덕에 새롭게 경험했다.


같은 모차르트에 대한 이야기인데

어쩜 이렇게 EMK의 <모차르트!>와 <모차르트 오페라 락>이 서로 이렇게 다를까?

같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겠지만

이 둘을 비교하면서 혼자 잠깐 즐거웠다.

어쨌든 둘 다 독특하고 괜찮은 작품이라는 건 분명하다.

개인적으로 선택을 하자만 내 취향에는 EMK의 <모차르트>가 조금 더 맞는 것 같다.

두 작품 모두 파격적이긴 한데 뭐랄까, <모차르트>쪽이 좀 더 섬세하고 고전적이라고 할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느낌이 그렇다는 거다.)

7월에 세종문화회관에서 <모차르트>도 다시 공연된다니

보고 나서 다시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그나저나 이번엔 캐스팅이 어떻게 되려나?

임태경은 <울지마, 톤즈>에 출연하고

모차르트는 아니지만 초연부터 레오폴드 모차르트 역을 멋지게 지켜온 서범석은

<맨오브라만차>에 캐스팅됐으니 뉴페이스가 등장할 것도 같고...

암튼 뚜껑이 열릴 때까지 기다려보자!

 

                                              <Mozart Opera Rock>

 

                     <장미 위에 잠들어 (고유진) / 내 꿈의 왕인 나 (김호영)>

 

                                       <악의 교향곡 - 살리에르 (김준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3. 24. 06:35
볼까 말까를 정말 많이 고민하다가
어찌어찌 막공으로 본 <천국의 눈물>
50% 할인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그냥 지나쳤을 뮤지컬이다.
그리고 브래드 리틀이 출연하지 않았다면
50% 할인의 유혹이 아무리 강렬했더라도 결코 보지 않았을 작품이다.
설앤컴퍼니 설도윤 대표가 세계진출을 목표로 만든 야심작 <천국의 눈물>
출연진과 스탭진은,
이보다 더 할 수 없을만큼 화려하고 완벽한 드림팀이다.
<지킬 앤 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 혼,
<스위니토드>의 연출가 가브리엘 베리
무대 역시도 세계적인 무대 디자이너 데이비드 갈로가 맡았다.
그리고 JYJ 의 시아준수가 남자 주인공 준을, 
역시나 세계적인 뮤지컬 배우 브래드 리틀이 제임스 대령을
개인적으로 노래와 연기 잘 하는 여배우라고 생각하는 윤공주의 린까지...
티켓파워야 엄청났다.
1층 전석이 좌석 등급 구분없이 13만원이라는 파렴치한 가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표는 그야말로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그러나 그것도 김준수가 출연하는 회차만 그랬지만... 어쩐지 씁쓸하다...)
덕분에 김준수 회차가 아닌 날도 티켓 예매하기가 힘들었다.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이렇게 슈퍼스타급의 아이돌이 캐스팅되면
예매 날짜를 따로 했으면 좋겠다.
(농담 아니다. 예매하기 정말 힘들다....)


개인적으로 <쓰릴미>때 정상윤의 느낌이 너무 좋아서 기대가 컸는데
아무래도 그는 소극장 무대가 더 적절한 것 같다.
(<오페라의 유령>에서 라울을 보면서도 무지 속상했었는데...그랬더랬는데...)
연기는 괜찮은데 노래가 솔직히 많이 약하다.
감정 몰입이 되면 조금 달라지긴 하지만 1막에서는 많이 흔들리더라.
2막에서 린이 떠났다는 걸 알게 된 후 부르는  "can you hear me"는
슬픔을 절제하고 감내하는 느낌까지 들어서 좋았다.
막공이라서 "준" 역할이었던 김준수와 전동석이 중간중간 액스트라처럼 출연하기도 했다.
그래서 1막이 전체적으로 붕 뜨고 산만해져버린 것도 사실이다.
마지막 공연에서 배우들의 애드립 출연을 보는 것도 막공의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긴 한데
이게 "김준수"가 되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아무래도 주연배우보다 그가 나올 때 더 큰 함성이 나오니까.
(자주 콘서트장 분위기 연출되더라...)
거기다가 현해탄을 건너온 일본팬들이 김준수의 공연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무지 환호하더라.
쓰나미때문에 일본이 난리가 났다는데,
아무래도 김준수는 그 쓰나미조차 이겨버리는 것 같다.
커튼콜 때 김준수 보겠다고 뒤에서부터 앞으로 100m 달리기하듯 달려나오는 수많은 인파를 보면서
이러다 지진나는 건 아닌지 진심으로 걱정스러웠다.
내 옆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일본사람들이 자꾸 와서 인사를 하더라.
(뭐지 싶었는데 아무래도 김준수 부모님이었던 듯 싶다)


음악은, 역시나 프랭크 와일드 혼 작품이다.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에 넘버마다 강렬한 크라이막스가 있다.
메인 테마라고 할 수 있는 "Can you hear me"는 여러번 나옴에도 불구하고
들을 때마다 매번 감탄하게 된다.
브래드 리틀이 장렬하게(?) 자살하면서 부르는 "whithout her" 역시도 강렬하다.
그런데 만약 이 노래를 만약 다른 사람이 불렀다면...
매번 이 사람의 무대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브래드 리틀의 존재감은 가히 압권이다.
궁금하다.
왜 브래드 리틀은 이 공연에 참여하게 됐는지...
그가 친구 프랭크 와일드 혼에게도 함께 하자고 했다는데...

 



세계 진출을 위해 만든 작품이라는데
솔직히 이 상태로 세계 진출하면 죄송하지만 욕먹을 것 같다.
어째든 <미스 사이공>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을 테니까...
무엇보다 스토리가 진부하고 그리고 지루하다.
(따지고 보면 진부한걸로 치면 <미스 사이공> 스토리도 만만치 않은데...)
일단 너무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와 존재감없이 사망한다.
결국 마지막에 흰 옷 입은 귀신들만 수두룩 등장하는 꼴이 되버리니 일종의 살풀이처럼 느껴졌다.
또 다시 어쩔 수 없이 생각하게 된다.
만약 김준수가 출연하지 않았다면,
<천국의 눈물>이 지금처럼 성공할 수 있었을까?
이 물음 앞에 자신있게 "Yes!'라고 답하기는 막막할 것 같다.


무대 연출이 좋았다는 사람이 많은데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실망했던 게 무대였다.
경사진 무대와 군인들이 전쟁터로 떠나는 장면에서 블랙홀같이 연출한 부분은 좋았는데
나머지는 너무 스크린으로만 해결하려고 한 것 같다.
특히나 수시로 저 혼자 들락날락하는 문짝은 어이없기까지 했다.
(이 공연의 최다 출연자는 그 문짝이 아닐런지....그래도 색은 3가지 정도 되더라...) 
제작비가 어마어마했다는데 그 돈은 다 어디에 쓰고 그 넓은 무대를 황량한 벌판을 만들어놨는지...
수시로 등장하는 스크린에 비쳐진 그림자도 신선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그러기엔 너무 많이 남발했다)
1막 앤딩의 "이렇게 사랑해 본 적 없어요"에서의 조명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덩그라니 놓여있던 침대와 두 배우를 정신없이 비추는 시골 변두리 노래방같던 조명이란...
(이 노래 애절하고 절절한 노래 아닌가?  그런데 트롯트에나 어울린 이 정체불명의 조명은 뭐냔 말이다.)
2막에서 학예회 무대같던 비행기 뒷모습은 급기야 안스럽기까지 하더라.
미국으로 간 린과 쿠엔이 공원에서 이야기 나눌 때,
옆에서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여성인권(?) 시위 비슷한 걸 하는 장면은
80년대 코미디 같았다.
(늬들 정체가 뭐냐???)
이 부분 너무 부끄러워서 내 고개가 절로 숙여지더라.
짝퉁도 이런 짝퉁이 없는 것 같아서...
정말 외치고 싶었다.
"양키! 고잉 홈!" 이라고....



                         - 정상윤 "준"과 이해리 "린" -



 
                               - 김준수 "준"과 윤공주 "린" -




충격이 좀 크긴 했지만
어쨌든 고민했던 <천국의 눈물>을 봤다.
세계진출을 준비한다니 걱정이 태산이다.
(내가 뭐라고...)
그 전에 이 좋은 넘버들이 더 잘 살 수 있도록
제발 손 좀 많이 봐줬으면 좋겠다.
특히 무대는 더 많이...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