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2. 1. 9. 05:37
벌써 한 달도 더 전에 본 뮤지컬이다.
그동안 경황이 없어서 간단한 멘트도 달 여유가 없었다.
겨우 이제서야 뭔가를 끄적여본다.
<쓰릴미>
너무나 매혹적이여서 개인적으로 격하게 아끼는 뮤지컬 작품 중 하나다.
그래서 2007년 초연됐을 때를 빼고는 매 시즌 놓치지 않고 챙겨봤었다.
(초연을 보지 못한 걸 늘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그런데 이번 시즌 <쓰릴미>는...
참 여러가지로 사람 심난하고 힘들게 했다.
남다른 애정이 있는 작품이기에 배신감이 더 큰지도 모르겠다.
장현성, 김재범 페어로 한 번 봤는데 다시 보기가 어쩐지 두렵다.



새로운 쓰릴미...
인간의 욕망에 촛점을 맞췄다는 노승희 연출가의 말은 실제 작품을 보면서도 안타깝게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내 기억 속의 쓰릴미는.
처음 봤을 때 그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는다.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만들던 그 뜨거운 응집력과 서늘한만큼 차가운 치밀함,
그리고 넋을 잃게 만들었던 두 배우의 엄청난 집중력.
단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했다.
내가 <쓰릴미>를 보면서 눈을 질근 감게 되리라고는.
무대 위를 배우보다 더 자주 들락날락거리는 경박한 의자와 책상의 흉물스러움,
난데없이 출몰해서 감정을 톡톡 끊어놓던 칼라들의 난도질.
유치하기까지한 어설픈 배경과 음향,
그리고 암전됐을 때 조심성 없이 너무도 당당하게 움직이던 배우의 발소리.
천박한 부비부비에 가까운 스킨쉽,
그저 어떻게든 치기에만 급급했던 피아노 연주의 잦은 실수까지...
(이걸 연주라고 말해도 될까???)
조금 심하게 말하면 90분 동안 일방적인 모욕을 당한 느낌이다.
배우들도 충분히 적응하지 못한 것 같다.
눈을 부라리는 것으로 감정 표현이 전부 되는 건 아닐텐데...
턱없는 대사들과 노래들.
알 수없는 장면들과 감정 표현들.
쓰릴미를 어쩌자고 이 지경으로 만들어버렸을까!
신촌 더 스테이지에서 난데없이 등장한 붉은색 앤틱 의자를 보면서도 당황스러웠는데 지금과 비교하면 오히려 그 황후스런 의자가 오히려 무지 감사해 죽을 지경이다.
최소한의 소품과 최소한의 조명, 최소한의 동선만으로도 충분한 작품을
그악스럽게 시장판에 던져놓은 느낌이다.
<그>의 목에 묶여있는 색동(?) 보타이를 보면서도 깜짝 놀랐는데
나와 그가 뒤집어쓰고 나온 정체불명의 죄수복은 또 얼마나 경악스럽던지...
몹시 무례하고 난폭한 작품으로 새롭게 탄생(?)된 쓰릴미.




문득 서늘해진다.
내가 몹시도 아끼는 <쓰릴미>가  완벽하게 사라진 것 같아서...
혹시 노승희 연출의 의도가 바로 이런 thrill이었나???
우리는 쓰릴미가 새롭기를 절대로 바라지 않았다.
쓰릴미를 사랑하고 아끼는 관객들의 마음이 어떤 거였는지 조금이라도 이해했다면
아마 이정도까지 무례하고 불쾌한 작품은 나오지 못했으리라.
열심히 하는 배우들에겐 정말 미안하다.
그러나 솔직히 예전같은 아우라와 감동을 느끼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배우들이 쓰릴미를 사랑하는 것만큼
우리 관객들도 쓰릴미를 정말 많이 사랑하고 격하게 아낀다.
그래서 배신감이 더 큰지도 모르겠다.
김재범, 장현덕 페어였음에도 객석에 빈자리가 많은 걸 보면서 혼자 막막했다.
다른 페어를 보지 못해서 모르겠지만,
못견디게 속이 많이 상한다.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이 마음을 과연 알아줄까?
정상윤의 섬세한 나를 다시 한 번 꼭 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이번 시즌에서는 그 소망을 고이 접어둬야 할 것  같다.



게다가 얼마전엔(1월 3일) 대단한 노승희 연출님께서 
자신의 트위터에 쓰릴미 재관람 관객을 "크레이지"라는 위대한 단어로 매도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자신은 한 번 보는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작품을 만들지, 기존의 열광적인 팬들 구미에 맞는 작품을 만들지는 않는다고.
이제 자신의 컨셉에 따라 관객들이 따라오기 시작했다며
누가 누구를 조정하고 있는지 알겠느냐고...
<쓰릴미>가 지극히 매니아적인 작품이라는 걸 과연 노승희 연출은 몰랐을까?
엔딩을 일부러 뭉클하게 처리했다는데
나는 너무 끔찍해서 정말이지 돌아버리는줄 알았다.
무례도 이런 무례가 없다.
지금 인터파크의 쓰릴미 페이지에는 대단한 노승희 연출가 덕에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폭발적(?)이고 열광적(?)인 비난의 글들이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는 중이다.
심지어는 환불에 불매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작품의 무례한 질(質)과 별개로 참 Thrill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1월부터 투입될 정상윤은 이 뜻밖의 상황이 엄청 Thrill 하겠다.
(속으로 왜 하필 왜 지금!!! 그러지 않을까?)
뮤지컬헤븐 역시도 말 할 수 없을 만큼 이 상황이 Thirll 할테고...
이게 당췌 너무 지나치게 Thrill해서...
(옳지 않아! 옳지 않아!)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1. 7. 20. 08:29
인터파크에서 볼만한 전시회가 있나 찾아보다가
웃기고(?) 난해하고 이해불가한 이상한 걸 봤다
2011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티켓 판매!
(원래 유료였나??? 건 잘 모르겠고....)
그런데 더 황당한 건 이게 어느 분야에서 판매가 되고 있느냐다.
몰랐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여기에 속하는지... 헐!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전시/레저/체험이 속한단다.
뭘 전시하고, 뭘 즐기고, 뭘 체험하게 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에 표시된 걸로 봐서는 암튼 그렇다.
예전에도 유료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티켓을 판매하는 것도 처음 본 것 같다.
티켓 가격은 또 얼마나 놀랍던지...
VIP가 무려 150,000 만원.
이 돈을 내고 광화문 한복판 세종문화회관에
인간 전시회를 보러 가는 사람이 과연 있기는 한건가?
왠만한 레저 비용을 훌쩍 뛰어넘는 가격이다.
동공의 최대 확대량을 체험할 수 있는건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객석에 앉은 관객이 어떤 체험을 하는지도 궁금하고...
"전시/레저"가 아니라 "공연"으로 분류되어 있었다면 차라리 덜 부끄러웠을 것 같다. 
내 손발이 다 오그라 들 것 같아서...

(인간 전시회장 앞을 지켜야 하는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 동상도 참 처량하다.
 특히나 황금박쥐 아류스러운,
 게다가 촌발까지 과감히 날리는 세종대왕을 등에 지고
 난데없는 분수 물줄기로 졸지에 물장수가 되버린 이순신 장군 동상은
 아무리 생각해도 참 두루두루 박복하시다.)


스크롤해서 내려간 상세정보는 또 어떻고?
공연 개요는 뭐 그려려니 넘어가겟는데
주요공연경력은 대략 난감이다.
여기에 왜 샤갈전, 마티스전, 모네전, 반고흐전, 느루아르전이 떡하니 써있느냔 말이다.
미녀분들께서 전시회장앞에서 홍보라도 하셨나?
대회를 주최한 한국일보사가 그동안 개최했던 전시회라는건 알겠는데
이걸 굳이 이렇게 써야 했을까?
영문도 모르고 대한민국의 미스코리아대회에 동원된 샤갈, 마티스, 모네, 반고흐, 느루아르의 이름을 보자니,
내 얼굴이 다 화끈거린다.

그냥 부끄러워서...
정말 진심으로 부끄부끄.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