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7. 10. 07:52

 

<Phantom>

 

일시 : 2015.04.28. ~ 2015.07.26.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가스통 르루와 <오페라의 유령>

극작 : 아서 코핏 (Arthur Lee Kopit)

작곡 : 모리 예스톤 (Maury Yeston)

편곡 : 킴 샤른베르크 (Kim Sharnberg)

안무 : 제이미 맥다니엘 (Jayme McDaniel)

연출 : 로커트 요한슨 (Robert Johanson)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박효신, 카이 (팬텀) / 임선혜, 임혜영, 김순영 (크리스틴)

        신영숙, 홍륜희 (마담 카를로타) / 박철호, 이정렬 (제라르 카리에르)

        에녹, 강성욱 (필립) / 김주원, 황혜민, 최예원 (벨라도바)

        윤전일, 알렉스 (젊은 제라르), 이상준 (무슈 숄레) 외

제작 : EMK

 

정확하게 두 달만에 다시 본 뮤지컬 <팬텀>

확실히 배우 류정한의 목소리에는 비극이 베어있다.

그것도 아주 섬세하고 정열적인 비극.

그리고 그 비극의 끝은 항상 "죽음"으로 끝난다.

죽음을 통해 모든 것들로부터 완벽하게 벗어나게 완전하게 승리한다.

생각해보니 그의 대표작 중에 죽음으로 끝맺는 작품들이 많다.

J&H, 스위니토드, 영웅, 두 도시 이야기, 드라큘라.

심지어 <엘리자벳>에서는 사람이 아닌 "죽음(Tod)"을 연기하기까지 했다.

이쯤되면 류정한에게 초연전문배우라는 타이틀 말고도 비극전문배우라는 타이틀까지도 함께 줘야 할 것 같다.

생각해봤다.

우리나라 남자 뮤지컬 배우 중에서

한 사람에게 무너지는 황홀을 류정한만큼 잘 표현하는 배우가 있을지를...

그는 아무래도 비극작품의 고전(classic)이 되려는 모양이다.

 

그런데 난 이 작품이 아직까지 별로다.

스토리 구성도 심하게 빈약하고,

캐릭터들은 한결같이 너무 쉽게 사랑에 빠져 오히려 맹물같이 느껴지고,

가슴속에 콕 담기는 넘버도 없고,

비스트로에서 크리스틴의 기교는 듣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화려하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소프라노 임선혜는

아무리 봐도 "시골 촌뜨기 아가씨"로는 보이지 않는다.

불혹을 한참 넘긴 류정한인데도 에릭과 나란히 있으면 연상연하 커플처럼만 보여...

개인적으론 몰입이 참 안되더라.

이번 관람에서는 "Bistro"에서 크리스틴이 아닌 에릭만을 봤는데

대사와 노래없이 앉아서 제스쳐만 취하는 류정한의 연기가 훨씬 더 풍부하고 살아있었다.

정말 멋져서 "Bravo"를 외치고 싶었다.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Bistro"의 진짜 주인공은 크리스틴이 아니라 에릭인것 같다.

그리고 류정한의 사고때문이긴 했지만 에릭의 가면이 하나인건 탁월한 섵낵이였다.

(꼭 에릭이 변검 퍼포먼스를 선보이는것 같아 개인적으로 끔찍하게 싫었었는데...)

특히 2막에서 가면을 갈아쓴 부분의 포커스가 어머니 초상화로 이동되니

이아기가 더 깊이있게 변했다.

또 "Bistro"에서 달타냥같은 모자를 벗어버린 것도 훨씬 좋더라.

 

솔직히 고백하면,

류정한이라는 배우가 아니었다면

난 이 작품을 한 번 보는 걸로 끝냈을거다.

작품보다는 배우의 표현때문에 다시 본 작품.

하얀 가면을 썼는데도 그 가면 위로 류정한 에릭의 표정은 선명하다.

그게 나는 또 참 신기하고!

이게 혹시...

유령의 짓인가???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5. 4. 08:42

 

<Phantom>

 

일시 : 2015.04.28. ~ 2015.07.26.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가스통 르루와 <오페라의 유령>

극작 : 아서 코핏 (Arthur Lee Kopit)

작곡 : 모리 예스톤 (Maury Yeston)

편곡 : 킴 샤른베르크 (Kim Sharnberg)

안무 : 제이미 맥다니엘 (Jayme McDaniel)

연출 : 로커트 요한슨 (Robert Johanson)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박효신, 카이 (팬텀) / 임선혜, 임혜영, 김순영 (크리스틴)

        신영숙, 홍륜희 (마담 카를로타) / 박철호, 이정렬 (제라르 카리에르)

        에녹, 강성욱 (필립) / 김주원, 황혜민, 최예원 (벨라도바)

        윤전일, 알렉스 (젊은 제라르), 이상준 (무슈 숄레) 외

제작 : EMK

 

뮤지컬 <팬텀>이 개막됐다.

시작전부터 그야말로 잔인하다 싶을 만큼 엄청난 캐스팅에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들었던 작품이. 

국내외 최정상의 소프라노와 최정상의 뮤지컬 배우와, 그리고 최정상의 발레리나까지.

이 캐스팅으로 어떤 작품인들 성공하지 못할까 싶었다.

내가 선택한 캐스팅은,

우리나라 대형 뮤지컬의 초연 전문배우 류정한과

우리나라보다는 유럽에서 왕성하게 활동중인 세계적인 소프라노 임선혜였다.

다른 캐스팅도 다 내가 바랬던 배우들이었고

필립과 벨라도바만 갑자기 교체됐는데 그것까지도 다행스럽게 김주원 발레리나였다.

미지에 가까운 신인배우 강성욱은 전날 공연에서 에녹의 부상을 당해 예정보다 일찍 무대에 서게 됐다는데

개인적으론 나쁘지 않았다.

에녹만큼의 노래실력과 연기는 아니었지만 

신인 특유의 풋풋함과 조심스러움이 크리스틴에게 끌리는 필립의 마음과 잘 맞아 떨어졌다.

엄청난 대선배들 앞에서 갑자기 하게 된 공연이라 부담감이 컸을텐데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참 멋지더라.

(뮤지컬 첫데뷔라는게 믿기지 않을만큼 잘했다.)

넘버를 표현하는게 약하긴 하지만 목소리톤이나 연기는 크게 어색하지 않았다.

그동안 에녹이 해왔던 역할때문이겠지만

개인적으론 에녹보다 강성욱 필립이 더 젠틀하고 귀족스럽지 않울까 싶다.

 

 

몇 번 반전을 경험하고 난 후부터는 초연 작품의 호불호는 한 번 관람한 걸로 결정하진 않는다.

하지만 어쨌든 지금까지의 느낌은,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Phantom of the oprea>의 아성을 무너뜨리는건 힘들것 같다.

일단 귀에 강렬하게 꽃하는 넘버가 없고

스토리나 인물도 긴장감이 떨어진다.

그래도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를 완전히 새롭게 접근했다는 사실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리고 에릭의 과거 이야기를 발레로 보여준건 확실히 "신의 한 수" 였다.

김주원과 알렉스, 두 사람의 춤과 표정, 동작들은 그 어떤 넘버보다, 그 어떤 대사보다 훨씬 큰 울림이고 감동이었다.

뭐라 흠을 잡을 수 없을만큼 이 자체가 하나의 완벽한 작품이더라.

 

개인적으로 팬텀 역의 류정한과 제라르 역의 이정열 배우에게 박수를 보낸다.

두 사람의 "You ar My Own"은 발레 장면과 우열을 겨룰 정도의 감동이었다.

개인적으로 배우가 자신의 개인적인 감정을 작품에 반영시키는걸 좋아하지 않는데

아무래도 이 작품만큼은 예외로 남겨야 할 것 같다.

첫공을 마치고 배우 류정한은 커튼콜에 감정이 밀려와서 울컥했다는 말을 했는데

이 장면 때문일거란 확신이 든다.

배우 이정렬은 팬텀에게서 자신의 아픈 아들을 봤을테고

류정한은 제라르에게서 오래전 하늘나라로 떠난 자신의 아버지를 봤을테다.

두 사람의 감정이 깊고 아득해서 아팠다.

류정한은 가면때문에 표정을 드러낼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손과 목소리의 변화로 그 모든 것들을 만회하더라.

특히 손동작의 변화를 따라간다면 감정의 기복과 변화를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심지어 가면 위로 팬텀의 표정과 감정이 선명하게 느껴지더라.

(참 대단한 배우다. 류정한은...)

임선혜 크리스틴은 성량도 엄청나고 고음의 기교도 정말 화려한데

너무 잘하니까 오히려 거부감이 들었다.

그리고 노래할 때와 대사할 때 목소리가 다른것도 이질감으로 다가왔다.

 

1막에서 펜텀의 잦은 가면교체는 중국의 변검을 떠올리게 했고

(그냥 임펙트 있는 걸로 하나 혹은 두 개 정도만 사용하는게 좋았을것 같다)

팬텀과 크리스틴의 레슨 장면은 너무 초보적인 수준이었고

상들리에 떨어지는 장면은... 허접했다.

2막에서는 필립도 그렇고 팬텀도 그렇고 위험한 장면들이 있어 조마조마했다.

중심을 잃거나 셋트와 합이 안맞으면 곧바로 큰 부상으로 이어질 것 같아 걱정스럽더다.

인트로의 자막도 좀 구차스러운 것 같고...

 

사실은...

조금 더 클래식하고 우아한 작품을 기대했는데

클래식과 코믹 등 극과 극을 오가는 중이라 아직까지 많이 혼란스럽다.

일단은 한 번은 더 봐야 개인적인 느낌이 어느 정도 확립될 것 같다.

 

그 와중에 류정한의 연기는... 왜 그렇게 좋은지!

Hear My Tragic tale와 Home,

You are music과 Without Your Music은 또 왜 그렇게 좋은지!

넘버 자체가 아니라 류정한이라는 배우의 표현력이 주는 임펙트가 엄청나다.

이래서 초연으로 올라오는 작품들은 늘 류정한을 원하는구나 싶다.

 

류정한은,

많이 행복하겠다.

그리고 그 행복보다 더 많이 무겁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