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6. 13. 07:56

<Mozart>

일시 : 2014.06.11. ~ 2014.08.03.

장소 : 세종문화회관대극장

대본, 작사 : 미하엘 쿤체

작곡, 편곡 : 실버스터 르베이 

연출 : 아드리안 오스몬드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임태경, 박은태, 박효신 (볼프강 모차르트)

        김소향, 임정희, 정재은 (콘스탄체 베버)

        박철호, 이정열 (레오폴드 모차르트)

        민영기, 김수용 (콜로라도 대주교)

        신영숙, 차지연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배해선, 임강희 (난넬 모차르트)/ 이경미, 김현숙 (체칠리아 베버)

        조성지, 박형규 (쉬카네더) / 윤펠릭스, 곽이안 (아마데)

        김초은, 최민주 (어린 난넬), 황만익(아르코백작) 외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All new Mozart"

4번째 공연되는 <모차르트>는 새로운 작품이 될거라고 했다.

무대와 의상이 완전히 바뀔거고

새롭게 추가된 곡이 있고 기존의 넘버들도 가사와 편곡이 많이 달라질거라고도 했다.

그래도!

<모차르트>는 <모차르트>겠지, 뭐가 달라질까?

.... 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많이 달라졌다.

일단 인정부터 하자.

뭐가 어찌됐든 공들인 흔적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돈 들인 흔적은 역력하다.

화려한 무대와 의상은 이 작품을 쇼뮤지컬쪽으로 분류해도 무방하다 싶을 정도다.

사실 지금까지 <모차르트> 무대가 좀 황량하고 밋밋하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화려하게 바뀔 줄은 몰랐다. 

너무 과한게 아닌가 싶을만큼 낯설다.

(익숙함이란, 사람을 이렇게 당혹스럽게 만드는구나...)

 

본공연을 예매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프리뷰까지 찾아본 건,

순전히 박은태 때문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

그의 모차르트는 노래도 연기도 딕션도 감정도 너무나 좋았다.

특히나 넘버 한 곡 한 곡의 감정이 다 살아 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예전 버전에 대한 향수에 빠졌었는데

어느틈에 박은태 모차르트에게 완벽하게 사로잡혀 버렸다.

갈수록 모차르트의 고통이 그대로 전달돼서 조금씩 조금씩 힘들어지기도 했다..

확실히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박은태란 배우를 다른 영역으로 이끈 모양아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이래도 되나 싶을만큼 아주 매혹적이더라.

스스로 가발을 벗어던지는 모차르트의 모습도 엄청난 파격이었는데

그게 박은태의 파격적인 짧은 머리와 또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더라.

(모차르트가 자아를 찾는 이 장면이 작품 자체에도, 박은태라는 배우에게도 아주 인상적인 장면이 아닐까 싶다.)

모차르트와 분신 아마데와의 관계도 예전보다 표면화가 잘 됐고

편곡은 조금 더 락적인 요소가 가미됐다.

(바뀐 가사는 낯설지만 편곡의 변화 자체는 나쁘지 않더라)

박은태의 넘버 표현력은...

백만번을 칭찬한대도 오히려 부족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왜 나를 사랑해주지 않나요"는 감정이입의 절정을 보여준다.

마치 <프랑켄슈타인>의 "난 괴물"을 보는 느낌이었다.

눈물을 흘리며 아파하던 2막 마지막 모습은 어찌나 처철하던지...

예전의 박은태는,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다는 투사적인 의지로 활활 불타올랐었는데

(그래서 그게 오히려 독이 되기도 했지!)

지금의 박은태는 신성한 내림굿을 받듯 역할 그 자체를 온 몸으로 받아들인다.

고통스럽고 힘들었겠다.

덕분에 나는 또 황홀했다.

 

 

우려했던 임정희 콘스탄체는 의외로 잘 어울려서 놀랐고

기대했던 김수용 콜로라도는 초반에 가사 전달이 살짝 안 된걸 빼면 나쁘지 않았다.

민영기가 묵직하고 강렬한 힘이 느껴지는 콜로라도였다면

김수용은 현명하게도 시니컬하고 신경질적인 콜로라도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게 본인의 음색과 아주 잘 맞아떨어졌다.) 

모차르트와의 듀엣곡 "쉬운 길은 늘 잘못된 길"에서 

박은태의 음색과 합쳐지면서 서로 짱짱하게 버티는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신영숙도의 "황금별"은 말 할 필요도 없고

배해선과 이정열도 지금까지 두 사람이 보여준 난넬과 레어폴드 중 가장 좋았다.

 

그렇다고 시종일관 다 좋았던건 물론 아니다! 

너무 경박하게 바뀐 베버의 딸래미들과 쉬카네이더에 식겁했고

2막 첫곡 "여기는 빈"에서 정체불명 무도회 의상에 또 한 번 식겁했다.

삼류 양아치같은 아르코백작은 품위라고는 눈씻고 찾아봐도 없고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때때로 너무 가벼워서 깜짝 놀랐다.

"난 예술가의 아내라"는 콘스탄체가 어찌나 몸을 비틀던지 예술가의 아내가 아니라 마치 창부처럼 느껴졌다.

(안 그래도 옷도 참 그렇던데....) 

모차르트의 꿈 속 장면에서는

난데없이 칼질하며 무대를 돌아다니는 콜로라도 대주교에 놀랐고

러시아 민속춤 유사한 동작을 하는 아부지 모습에도 놀랐다.

"나는 나는 음악"과 "내 운명 피하고 싶어"는 "황금별" 처럼 가사를 그대로 두는게 더 좋았을 것 같고

확 바뀐 무대도 이상하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기시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역시나 너무 화려하다는 거.

무대 자체는 그래도 괜찮았는데 화려함을 견디기가 힘들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또 봐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감정선이 예전보다 명확해서

모차르트의 마음이 훨씬 더 잘 이해되기 때문에...

 

누군가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건,

참 가슴 아픈 일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1. 18. 08:25

<Murder Ballad>

일시 : 2013.11.05. ~ 2014.01.26.

장소 : 롯데카드 아트센터

작사 : 줄리아 조단(Juila Jordan)

작곡 : 줄리아나 내쉬 (Juliana Nash)

한국어 가사 : 이정미

연출 : 이재준

음악감독 : 원미솔

안무 : 정헌재

출연 : 최재웅, 강태을, 한지상, 성두섭(Tom) 

        임정희, 장은아, 린아, 박은미 (Sara)

        홍경수, 김신의 (Michael) / 홍륜희, 문진아 (Narrator)

프로듀서 : 김수로

협력 프로듀서 : 최진, 임동균

제작 : 아시아브릿지컨텐츠(주), (주)쇼플레이

 

결정했다.

그냥 이 작품에 중독되기로!

<NDP> 수요일 낮공연을 보고 집에 가다 그야말로 즉흥적으로 합정역에서 내려버렸다.

현장예매를 하러 갔더니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stage석이 1자리 남아있었다.

한지상 Tom과 임정희 Sara, 홍경수 Micheal.

다행히 캐스팅도 첫번째 관람과 문진아 Narrator만 빼고는 전부 달랐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한지상, 강태을, 최재웅으로만 1번씩 관람할 예정이었는데

단 두 번의 관람만으로 "중독"을 결정해버렸다.

그래, 한번 지긋지긋해질때까지 이 작품에 빠져보는거다!

 

정말 많이 기대했던 한지상 Tom.

(원래 이 녀석 Tom은 12월 8일에 볼 예정이었는데...)

먼저 봤던 강태을 Tom이 퇴페적인 나쁜남자였다면

한지상 Tom은 허풍과 허세를 버리지 못하고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미성숙한 과도기(?) 어른 같다.

그래선지 임정희 sara와도 연상연하처럼 보여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느낌이  별로 안들더라.

노래를 부를 때도 한지상은 일부러 음도 좀 다르게 낸다.

불협까지는 아니지만 어딘지 뭔가 균형을 깨는 음이라 처음엔 많이 의아했다.

표현하자면 모두 장조로 부르는데 혼자 단조로 부르는 느낌이랄끼?

듣는 나는 참 난감하고 어색한데

무대 위 한지상은 마치 그 음이 정확한 음인것처럼 초지일관으로 당당하고 자유롭다.

그래서 할 말이 없다.

(배우가 이렇게 자신있어 하는데...)

그래도... 한 마디 하자면 같이 공연하는 배우들과 음의 발란스는 어느 정도 맞춰줬으면 좋겠다.

어찌됐든간에 한지상의 음이 현장에서 듣기에 튀는 건 사실이니까.

 

stage석이라서 그렇게 느꼈는지는 모르겠지만

임정희 sara는 목소리가 좀 막혀있었다.

발음도 정확성이 떨어졌고 넘버들도 거의 비슷한 뉘앙스로만 불러 아쉬웠다.

표정과 연기도 아직은 자유스럽지 않았고

한지상 Tom과 터치 장면은 조금 망설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최재웅과 임정희 페어로 29일 봐야 하는데 살짝 망설이게 된다.

 물론 최재웅이 확실하게 리드해 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지만...)

홍경수는 Micheal이라는 배역 자체가 지금껏 그가 해왔던 배역과 너무나 달라서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했는데

Sara의 부정을 알고 폭발하는 장면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밋밋했다.

그래도 홍경수로써는 그의 배우 인생 최초의 일탈이고 변신이지 않았을까!.

문진아 Narrator는 두번째도 역시나 매력적이다.

초반도 그렇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더 매력적으로 변하는 배역이고 배우다.

홍륜희 narrator는 아직 보지도 못했는데 이미 문진아로 취향이 정해버린 것 같아 걱정이다.

그야말로 이 작품으로 제대로 포텐 터뜨렸다.

 

기대했던 stage석!

참고로 뒷줄 stage석은 절대로 비추다!

배우들이 들락날락하는 옆모습 보는게 처음엔 좀 신기했는데 그것 뿐이다.

반대편 무대를 보는 건 진즉에 깨끗이 포기해버렸고

배우들이 연기하는 거라도 보려고 계속 고개를 뺐더니 급기야 어깨 통증까지 오더다.

게다가 스피커 사각지대라 노래와 연주, 음향이 계속 울리게 들리는 것도 은근히 신경쓰였다.

앞쪽 side stage석이나 bar석은 모르겠지만

연주자 라인 stage석은 여러모로 각오하고 앉는게 좋을 듯.

(한자리가 남이 있었던 이유를 확실히 알았다)

 

끈적하고 은밀한 "Mouth Tatto"와 "The Crying Scene"

감미로운 "Sara"와

확고한 현실과 간절한 환상 사이의 줄타기 같은 "Answer Me"

사이코틱하면서도 애절함이 가득 담긴 "I'll Be There"

너무나 다른 느낌을 주는 Tom, Sara, Micheal  세 사람의 "You Belong To Me"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한동안 난 이 넘버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거라는 거.

이 작품은 어쩌면 나를 향한 "경고"인지도 모르겠다.

이 경고를,

나는 과연 받아들이게 될까?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