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10. 14. 08:26

<공동경비구역 JSA>

 

일시 : 2015.09.18 ~ 2015.12.06.

장소 : DCF 대명문화공장1관 비발디파크홀

원작 : 박상연 <DMZ>

극작, 작사 : 이희준

작곡 : 맹성연 

연출 : 최성신

음악감독 : 이나영

출연 : 김승대, 정상, 강정우,현성 (김수혁) / 최명경, 홍우진 (오경필)

        이정열, 이건명, 임현수 (지그베르사미) / 이기섭, 배승길 (남성식)

        정순원, 주진하 (정우진) 외

제작 : 뮤지컬 JSA프로덕션

 

오랫만에 서울 나들이 온 언니와 대학로에 갔다.

대부분 월요일은 공연이 없어서 대학로가 휴일처럼 한산한데 

요즘은 블루오션 전략인지 화요일에 쉬고 월요일에 공연을 올리는 제작사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월요일의 공연장은 참 좋았다.

티켓창구도 한산하고 앉아서 기다릴 곳도 많아서 여러가지로 여유롭더라.

게다가 티켓도 1+1 예매해서 더없이 착한 금액이었다.

사실 이 작품은 이번 시즌은 그냥 지나가려고 했었다.

그런데 뒤늦게 정상윤이 합류하면서 바라던 황금 캐스팅이 완성됐다.

정상윤, 최명경, 임현수.

초연부터 함께 해 온 이 세 명의 배우는 역시나 진리더라.

무엇보다 이 작품으로 처음 뮤지컬에 도전한 배우 최명경이

초연보다 노래 실력이 월등히 좋아져 깜짝 놀랐다.

(솔직히 초연때 최명경의 노래는 좀...)

정상윤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고래고래>와 병행하면서도 흔들림 따위 전혀 없이

김수혁이라는 인물에 완벽히 몰입해서 눈물까지 뚝뚝 흘리더라.

정상윤의 김수혁은,

밝고 유쾌하지만 결국에 가서는 감정적으로 너무 아프고 힘들다.

진실과 대면하면서 겪게되는 혼돈과 절망의 과정들을 정상윤 특유의 섬세하고 연기로 잘 표현했다.

임현수 베르사미는 예전에도 느낀건데 류정한과 오버랩이 많이 된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더!)

노래하는 입모양이나 외형도 비슷해서 긍정적인 기시감이 느껴지더라.

지그베르사미일때는 연기도 노래도 다 좋았고

후반부에 거제도 포로수용소 김형우로 분했을 때

감정이 과잉되면서 노래와 연기가 살짝씩 흔들린건 살짝 아쉬웠다.

 

그리고 인터미션을 없앤건 아주 현명한 선택이었다.

2014년 초연때 2013년 쇼케이스 공연때는 없던 인터미션이 생기는 바람에

이야기가 오히려 늘어지고 끊어졌었는데 이제야 제자리를 잡았다.

유치한 장면들이 정리되니 이야기도 깔금해졌고

속도감과 긴장감이 생겨서 개인적으론 초연보다 훨씬 더 좋더라.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잘 만들어진 창작 뮤지컬이라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관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을거다.

그러니 대극장 버전으로 싸이즈를 키우지 말고

지금처럼 중극장 규모로 꾸준히 성장했으면 좋겠다.

 

흥해라! JSA!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3. 18. 08:41

<공동경비구역 JSA>

일시 : 2014.02.27. ~ 2014.04.27.

장소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원작 : 박상연 "DMZ"

극작, 작사 : 이희준

작곡 : 맹성연

연출 : 최성신

음악감독 : 변희석

출연 : 이정열, 임현수 (지그 베르사미) / 최명경, 이석준 (오경필)

        정상윤, 강정우,오종혁 (김수혁) / 임철우, 이기섭 외 

제작 : CenS

 

작년 12월 쇼케이스 공연때는잘 만든 창작뮤지컬 탄생에 깜짝 놀랐고

3월 본공연 프리뷰는 너무 많이 산만하고 지루해져서 깜짝 놀라고...

개인적으로 내게 두 얼굴의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 되버렸다.

그래서 미리 예매한 이날 공연도 취소할까를 솔직히 좀 고민했다.

그래도 프리뷰 이후 분명 수정을 했을테고

무엇보다 출연 배우에 대한 신뢰가 있어 재관람을 결정했다.

결론부터 말하자.

재관람을 하길... 잘 했다.

확실히 프리뷰보다 정리가 됐다.

이야기의 긴장감도 살아났고, 묻혀버렸던 복선과 암시도 다시 살아났다.

쇼케이스부터 함께한 임현수와 정상윤, 임철우는 물론이고

새롭게 오경필에 캐스팅된 이석준까지 다 좋았다.

남북 병사들을 연기한 8명의 건장한 청년들과 세 명의 연주자들까지도...

이들 덕분에 지난번 받았던 상처들이 회복됐다.

다행이었고 그래서 참 고마웠다.

 

맨 앞줄에서 본 덕에 배우들의 표정들이 너무 생생했다.

지난번 이정열 베르사미가 너무 토속적(?)이라 개인적으론 감정이입이 참 안 됐는데

임현수 베르사미는 여러 가지로 느낌이 좋았다.

군인의 냉철함이 보였고 대사와 노래도 역할과 잘 맞았다.

(자세히 보니 입을 크게 벌리면서 노래하는 모습과 전체적인 표정들이 류정한과 아주 비슷하더라)

오경필의 이석준은 정말 무대 위에서 진심이구나... 가 느껴져서 감동적이

정상윤은 순간순간 감정을 빠르게 전환시켜야 하는데 그 흐름을 정말 귀신같이 잘 잡아서 끌고 가더라.

마지막 커튼콜에서 촉촉하게 젖은 정상윤의 눈동자를 보면서

이 작품이,정상윤이라는 배우가 갖는 진정성이 느껴져 참 뭉클했다.

내가 앉은 쪽이 운좋게도 김수혁 zone(?)이라 정상윤의 표정과 연기를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정말 감탄이 절로 나오더라.

특히 "엄마 생각"을 부를때 감정운 정말 좋았다.

프리뷰때 2막 시작이 너무 산만해서 정신없었는데

그 장면도 정리가 깔끔하게 잘됐고

거제도 포로 수용소 장면에서 동생의 랩(?)이 없애버린 건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노랑머리 소령님"이 다시 "외국인 소령님"으로 바뀐 것도 정말 좋았다.

(별거 아닌 사소한 단어이긴 한데 나는 왜 이게 그렇게 내내 거슬렸을까?)

음악도 볼륨 조정이 잘 된 것 같고

조명은 정말 좋았다.

 

세상의 끝에서 숨겨진 진실 앞에 비로소 대면하게 된 김수혁.

그때까지 그가 선택한건 기억의 왜곡이었다.

의식적이었든, 무의식적이었든.

"이성을 마비시키는 건 증오가 아니라 공포"라는 대사.

너무나 정확해서 섬득하다.

그들이 얼마나 간절히 살아있고 싶어했는지

이날 공연을 보면서 비로소 알았다.

 

그리고 유무처럼 홀로 남겨진 오경필!

그는 과연 김수혁의 죽음을 몰랐을까?

나는 결코 그렇지 않았을거라 확신한다.

담배를 피우며 조용히 읖조리는 오경필의 마지막 곡을 듣고 있으면

그가 이 모든 진실을 다 알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그 언젠가 좋은 날이 오면..."

그리고 행복했던 과거의 그들이 홀로 남은 오경필에게 손짓한다.

그 장면이.. 그 장면이...

나는 왜 그렇게 통곡처럼 아팠을까>

 

우리는,

정말 너무 아픈 역사를 안고 있었구나.

그리고 너무 자주, 너무 쉽게 그 상처를 잊고 있었구나.

조금만 기억해달라고,

상처가 상처에게 말을 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1. 11. 09:15

<풍월주>

일시 : 2013.11.09. ~ 2014.02.16

장소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대본 : 정민아

작사 : 박기현

연출 : 이종석

음악감독 : 구소영

출연 : 정상윤, 조풍럐 (열) / 신성민, 배두훈 (사담)

        김지현, 전혜선 (진성여왕) / 임현수, 최연동 (운장)

        김보현(궁곰), 이민아(여부인), 김지선(진부인)

제작 : 극단 연우무대, CJE&M

 

재연 소식을 듣고 기다렸다.

솔직히 말하자면, 작품을 기다렸던 건 아니고 정상윤을 기다렸다.

리딩공연에서 그가 보여준 열이 아주 인상적이였기에..

그런데 정작 올려진 초연에서 정상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서윤미의 신작 <블랙메리포핀스>와 <풍월주> 중에서 정상윤은 전작을 선택했고

나는 그런 정상윤이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평가했다.

배역은 좀 다르지만 정상윤과 김재범이 이번엔 작품을 바꿔서 출연한 것도 개인적으론 참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론 이 두 배우가 한 무대에서 공연하는 걸 보고 싶다.

그러면 섬세함의 끝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이 작품도 아마 "정상윤" 열이 아니었다면 굳이 프리뷰까지 챙겨보진 않았을거다.

 

초연때도 작품 자체의 줄거리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가슴 밑바닥을 건드리는 은근한 감성은 꽤 오랜동안 여운으로 남았었다.

초연만한 재연은 없다고 하지만 초연이 성공적이어서 크게 바뀌진 않을거라고 예상했는데

완전히 허를 찔렸다.

이재준 연출이 만들어 놓은 감성은 이종석 연출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누군가는 그러더라.

좋은 배우들이 낭비되고 있다고!

솔직히 말하자.

이 발언에 100% 동감한다.

심지어 초연때보다 너무 가벼워서 살짝 천박하기까지 했다.

무대와 의상, 조명도 초연때가 훨씬 단정하고 의미있다.

공고를 떠올리게 하는 풍월들의 옷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팔을 스치는 소림사같은 인사법도 옷자락을 휘날리며 바닥에 엎드리는 인사법도 슬램스틱 코미디같다.

투우사들도 아닌데 남녀를 불문하고 모든 배우들이 어찌 그리 옷들을 펄럭거리던지...

사담과 열의 밀고 당기는 액션도 너무 과해서 우스꽝스럽다.

초연때도 춤사위는 많이 많이 어색했는데 재연에 비하면 그때 춤사위는 인간문화재급이라 하겠다.

마당놀이를 떠올리게 하는 천막도 흉흉했고

배우들이 움직일때마다 삐걱거리던 소리도 계속 귀에 거슬렸다.

기생집에 울리던 산사의 종소리도

열과 진성여왕의 말도 안되는 춤사위는 암담했다.

도저히 감성과 아련함이 자리 잡을 틈을 안줘서 보면서 너무 많이 당황했다.

(무대에서 작두를 탈 것 같던 장님 의원인지 점장이인지도 황당했고

시기 질투로 가득찼음에도 불구하고 존재감이 전무했던 궁곰도

호위무사가 담을 공격하는 장면도

백만대군을 이끄는 장군같던 임헌수 운장도 보고 있기가 힘들었다.

음악도 경박해졌고 배두들의 동선은 서로 엉키고 꼬이고 말도 아니었다.

 

왜 이렇게 되버린걸까?

도대체<풍월주>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암담했고 답답했고 막막했다.

단지 위안이 됐다면 김지현, 정상윤, 신성민의 연기였다.

신성민은 매작품마다 참 성실히, 열심히 쑥쑥 자라는 게 보였고

정상윤 열의 오열하는 모습은 가슴을 허물어지게 만들었다.

험난하고 뒤죽박죽한 작품 속에서 정상윤은 정말 꿋꿋하게 잘 버텨서 그게 더 신기했다.

(그래도 그 정체불명의 춤사위는 좀... 어떻게 해야 하는 거 아닐까?)

다 아쉽고 씁쓸했지만 제일 아쉬웠던 건 앤딩 장면.

위에서 내려온 하얀 천이 무대 전체를 감싸고

그 위에서 다시 만난 사담과 열.

이 장면을 없앤 건 정말 큰 실수다.

아무래도 초연만한 재연이 없다는 건 확실한 것 같다.

초연때도 프리뷰 이후에 수정을 했던에 이번에도 수정이 됐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러기엔!

너무 큰 대수술이 필요할텐데...

이쩌면 좋을까.

이 아까운 배우들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8. 26. 13:25


지난 해에 보고나서 무지 심난해서 안 보려고 했던 공연이다.
변심 아닌 변심을 하게 된 건,
인터파크에 50% 반짝 티켓이 떠서였다.
50%라도 1층에 볼 마음은 도저히 안 생겨서 3층에서 봤다.
다른 거 다 잊어버리고,
그냥 행매 양희경의 낭랑한 목소리나 듣자는 심정으로...

<피맛골 연가>
서울시가 오랫동안 야심(?)차게 준비해서 서울을 대표하는 월매이드 공연으로 만들어 보겠다고 공언한 작품이다.
아직도 의문이다.
이 좋은 캐스팅과 이 좋은 스탭과 이 좋은 넘버로 도대체 왜 이런 시놉의 공연밖에 만들 수 없었는지 말이다.
서울을 대표하는 공연으로 만들겠다는 서울시의 꿈은...
그 꿈은...
제발이지 이 작품으로는 고이 접어줬으면 좋겠다.
제발 펼치지 말아줬으면...

공연장을 찾으면서
그래도  혹시 뭔가 좀 달라졌겠지 조금은 기대를 했었는데...
달라진 거라곤 배경에 스크린을 사용했다는 거랑(이건 뭐 요즘 대세니까 새로울 것도 없고),
홍랑 오라버니가 2막에서 망나니 버전으로 머리 풀어헤치고 나오지 않는다는 거 정도다.
작년에 그 모습 보면서 홍랑 오라버니 저러다 작두 타실까봐 무지 걱정스럽긴했다.
이 작품... 참 여러모로 보는 사람 만감을 교차시킨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내가 본 날이 서울시 무료급식 주민선거가 있었던 날이었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억장 제대로 무너졌겠지만
(오늘 인터넷에 즉각 사퇴 선언 기사가 떴다)
어쨌든 나도 억장 제대로 무너졌다.
차라리 정말 고전적인 견우, 직녀 캐릭터를 그대로 가지고 만들던지...
무대 위에 난잡하게 모여 랩을 지껄이며 패싸움질하는 쥐떼들을 봐야한다는 건,
참...
아무리 생각해도 난감하고 불쾌한 일이다.
어쩐지 힘써서 꼭 박멸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 
"잘살아보자!" 새마을 운동도 아니고 도대체 이게 뭐냔 말이다!


 

무대는 초연때보다는 조금 더 신경을 쓴 것 같긴 한데 큰 차이는 없다.
(그래봐야 뭐 스크린을 이용한 정도지만...)
배우도 초연때 그대로여서 결코 새로울 게 전혀 없었는데 이상하게도 나는 참 새롭게 봤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작품은 볼 때마다 늘 새롭고 낯설것 같다.
이대로 계속 줏대(?)있게 일관적으로 발전(?)한다면 내게는 친근한 작품이 될 가능성이 전무하다.
저 좋은 넘버들이 아까워서 정말 땅을 쳐도 수십 번은 쳤다.
서출(庶出)과 서(鼠)생원의 만남은...
마치 불법 복제로 탄생된 인간쥐를 보는 것만큼 대책없이 민망하다.
2막의 총제적 난국을 대폭 갈아엎는 방법은 정말 없는 건가?
급기야 서생원들의 도움으로 홍랑과 김생이 만나는 장면은
꿈과 희망을 주는 놀이동산 페레이드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초연때는 그래도 이런 생각은 안 했었는데...)
"아침은 오지 않으리"라는 절절한 노래를 당췌 집중할 수가 없다.
(이거 하나 듣자고 온 사람도 많을텐데...)
조금 있으면 야광 조명이 들어오면서 레이져쑈가 시작될 것만 같아서...
해학과 재치라고 하기엔 쥐떼들 씬에 나오는 대사들도 너무 천박하고 저급하다.
그래서 홍랑과 김생의 지고지순한 사랑이 절절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라고 할까?
(이제 그만....!)


<지킬 앤 하이드>와 <조로> 때문에 연습을 얼마 못했다는 조정은의 홍랑은 무난한 모습이었고
(노래는 정말 애절하고 절절하게 잘하더라)
오디션을 통해 뽑힌 새로운 김생 박성환에게 미안할만큼 연습을 했다는 박은태는 개인적으로 난감했다.
노래는 괜찮은데 대사와 연기가 아직까지도 너무 어색하다.
진정 그에겐 쏭쓰루 뮤지컬이 정답이란 말인가!!!
늘 느끼는데 발성을 다시 한 번 점검해봤으면 좋겠다.
너무 입 안에 머금고 있는 소리가 많다.
본인은 고민끝에 설정햇겠지만 목소리 톤도 김생에 적합하지 않다.
너무 가벼워서 때론 경망스럽기까지 하다.
홍생 임현수는 컨디션 난조였는지 초연때보다는 실망스러웠다.
행매 양희경은 뭐 말이 필요 없었고...
이 작품에 양희경이 없었다면?
박은태나 조정은이 없는 것보다 더 치명적이지 않을까 싶다.


암튼 사람 참 막막하게 만드는
서울시 작품이다.

다른 건 말고 그 좋은 넘버나  듣자!

                                         
                    <푸른 학은 구름 속을 우는데>


                               <그 말 한마디>


                                          <아침은 오지 않으리>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