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8. 12. 11. 13:13

Story는 늘 흥미롭다.

그게 타인의 이야기일 경우에는 더 그렇고

사랑과 이별에 관한 이야기라면 더욱 더 그렇다.

우리는 결론이 막장이었든 순애보였든 이별에는 뭔가가 있을거라고 짐작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다.

시작도, 끝도 특별함 보다는 평범이 태반이라는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이야기가 궁금한건

일종의 "위로"를 받기 위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들보다는 내 허접한 연애가 조금은 낫지 않나...

하는 소박한 확신, 아니 자기 최면.

그러니까

Story속에 은근슬쩍 내 이야기를 끼워넣으려는 시도다.

애매하고 교묘한 시도.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면서 사는구나...

제 3자의 덤덤한 시선으로 둘러보는 박물관.

"실연"이라고 했을때

우리는 남녀의 사랑만 떠올리지만

이 박물관에서의 broken은 그보다 더 넓은 의미다.

어머니,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기억들까지.

Broken Relationship에는 broken love만 있는건 아닌데

실연... 이라는 우리말 앞에 일종의 선입견이 생겨버리긴 했다.

그런데,

사랑도 실연도 이쯤되면 별 게 아니라서...

 

 

박물관 한켠에 방문객을 위한 방명록이 있길래

나도 따라 몇 자 적었다.

Good bye Love,

Forever 라고.

 

Tomorrow is another day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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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후 끄적끄적2018. 12. 7. 08:42

2016년 혼자 크로아티아 여행을 했었으니

자그레브는 두번째 방문이다.

오늘의 목적지는 "실연 박물과"

2년 전에 못가서 이번에는 꼭 가보고 싶었다.

카타르 항공이 슬로베니아는 운행하지 않아서

어차피 자그레브까지 와야 했고 그 기회에 잠깐 들러보자 생각했다.

산마르코 성당 어디쯤이라고 했으니

트랩을 타고 반옐라치치 광장에 내렸다.

한 번 왔었다고 이렇게 또 오니 더 반가웠다.

 

 

실연박물관 가는 길에 우연치 않게

근위대 교대식을 봤다.

전혀 모르고 갔었는데 정어에 거행되는 모양이다.

사람들이 모여있길래 무슨 일인가 싶어 갔더니

근위대 교대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스탠바이 상태.

그 와중에 두번째 군인은 상사의 눈을 피해가며 연신 윙크를 날린다.

그마저도 귀엽다.

아직 어리고 젊은 청년의 페로몬을 누가 막을수 있을까 싶어서...

 

 

아테네, 프라하, 자그레브.

지금까지 세 번의 근위대 교대식을 봤었는데

개인적으론 이곳이 제일 인상 깊었다.

아테네는 코믹과 절도 중간이었고,

프라하는 어마무지한 인파 때문에 사람들 머리만 본 것 같는데

자그레브는 제대로다.

일단 강렬한 붉은 옷이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음악대도 있고, 동원된 군인 수도 제법 많다.

총으로 하는 퍼포먼스는 절도가 넘치고,

군인들 표정과 움직임에도 품위가 느껴진다.

동영상으로 열심히 촬영했건만 용량이 커서 올릴 수 없다는게 함정.

(동영상 편집... 이딴거 할 줄 모르고, 앞으로도 계속 할 줄 모를거고...)

뭐... 대략 캡쳐 사진으로 만족하는 걸로!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8. 12. 6. 08:27

이름에 "사랑"이라는 뜻이 들어있는,

사랑스런 류블라냐에서의 마지막 아침.

6시에 눈을 떴다.

어제 밤엔 아주 절묘한 순간에 숙소로 돌아왔다.

메텔코바와 밤산책을 마치고

근처 마켓에 들러 동생이 부탁한 하리보젤리와 말린 무화과를 샀다.

숙소에 들어와 짐을 내려놓는데 쏴~~아 하는 빗소리가 들렸다.

폭격처럼 퍼붓던 비.

내내 하늘이 잔뜩 흐렸는데 드디어 사단이 났다.

절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하마터면 비맞은 생쥐 꼴이 될뻔했는데 타이밍 최고였다.

그리고 오랫만에 빗소리 덕분에 잠도 푹 잤다.

휘성의 노래와 함께.

 

 

오늘은 국경을 넘는 날이다.

슬로베니아 류블라냐에서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로.

장거리 버스를 타야해서 든든한 조식은 필수다.

또 다시 깨어나는 푸드 파이터의 본능.

나도 정말 궁금하다.

어떻게 저 많은게 다 들어가는지가.

평소에는 잘 안 챙겨먹는 편인데

여행만 가면 어마어마한 조식 대식가가 되는지...

그냥 여행지에서만 발휘되는 괴력이라고 해두자.

숙소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

류블라냐성과 성 니콜라스 대성당의 첩탑을 보니

슬로베니아 일정이 끝났다는게 실감됐다.

늘 그렇듯 아쉽다. 아주 많이.

 

 

오전 8시 30분 자그레브행 버스에 올랐다.

처음 타보는 2층 버스였는데

1층에 빈자리가 없어 2층 오른편 창가쪽에 자리를 잡았다.

두 번의 국경심사로 하차와 승차를 반복했고

버스 안에서 한국행 비행기 웹체크인을 완료했다.

자그레브로 가까워질수록 하늘이 잔뜩 흐려서

캐리어에 넣어버린 우산을 다시 꺼내야하나 몇번 고민하다 깔끔하게 포기했다.

일종의 될대로 되라는 식.

오전 11시 자그레브 버스터미널 도착했다.

오후 2시 30분 이곳에서 공항행 리무진을 타야하니 3시간 30분 정도의 여유시간이 있다.

캐리어를 맡기고(3uro)고 트램티켓(4HRK)도 한 장 샀다.

한 번 왔었다고 방향을 찾는데 막힘이 없다.

2년 전 처음 왔을때만해도 트램을 잘못 탈까봐 몇 번씩 묻고 또 물었었는데....

묘한 기분이 들었다.

2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같은 장소에 서있는듯한 느낌.

반갑기도 했고, 기특하기도 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6. 11. 7. 08:33

두브로브니크에서 야간버스를 타고 자그레브에 도착하니

새벽 6시가 조금 넘어있었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는데 그야말로 조~~~용하더라.

두브라카에서 아침으로 먹을 차아바타 샌드위치를 사서 트랩에 올랐다.

샌드위치는... 처참하게 실패했다.

두브라카에서 샀던 빵들이 다 맛있었고

이 샌드위치도 그래보여서 샀는데 안에 하몽이 들어있었던게 함정이었다.

예전에 스페인 여행때도 절감했는데 하몽은... 내 입맛에 많이...

결국 몇 입 못 먹고 쓰레기통에 버렸다.

잘 보고 샀어야 했는데 크로아티아에서의 마지막 식사가 그렇게 허망하게 끝이 났다.

 

 

버스터미널에 있는 유료짐보관소에서 4유로에 캐리어를 맡기고 6번 트램을 탔다.

짐없이 트램에 오르니 몸이 가뿐하다.

지난번엔 정신이 없어서 레누치의 푸른 말발굽이라는 도니 그라드도 제대로 못봤었는데

오늘은 국립극장도 토미슬라브 왕 동상도 슬몃 봤다.

중간에 내려서 반옐라치치 광장까지 걸어갈까 심각하게 고민했는데

그러다 돌라체 시장 구경하는 시간이 빠듯해까봐 참았다.

 

 

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신선한 야채들과 과일들.

그야말로 혼자 침을 꿀꺽꿀꺽 삼기면서 돌아다녔다.

마음같아서는 바리바리 잔뜩 사고 싶지만

현실은 몇 시간 뒤에 비행기를 타야만 하니 이 모든 천국을 그저 눈으로 봐야만 한다.

특히 저 커다란 하우스치즈는 유류반입 불가만 아니면 무거워도 몇 덩어리 가방에 넣었을거다.

유럽치즈 특유의 짭조름하고 고소한 맛.

지금도 그 맛을 떠올리면 입 안에 가득 침이 고인다.

비행기가 아니라 야간버스를 탔건 확실히 현명한 선택이었다.

이렇게 활기찬 아침의 돌라체 시장을 스킵했다면 분명 두고두고 후회했을것 같다.

역시나 눈(目)은 힘이 쎄~~~~다.

 

 

지하로 내려갔더니

육류와 유류가공품들 상가가 모여있었다.

염장해서 말린 돼지뒷다리는 살짝 공포버전으로 걸려있었고

그 외에도 정체를 알 수 없는 훈제육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유혹의 손길을 펼치는 치즈들의 향연.

사고 싶다, 사고 싶다...와 나름의 사투를 벌이며 지하 상점을 천천히 한바퀴 돌았다.

 

 

돌라체 시장의 화룡정점 꽃시장.

유럽을 여행하면서 내가 부러워했던것 중 하나가 꽃의 생활화였다.

우리나라는 꽃이라는게 축하를 위한 이벤트용품의 느낌이 강한데

유럽은 전혀 그렇지 않다.

계절이 바뀌면 집집마다 꽃을 사서 담장과 창문가를 단장하고 

아침이면 화려한 포장없이 무심하게 종이로 감싼 꽃을 산다.

많이도 아니고 한 주먹 크기의 아담한 꽃을 

그날의 식재료를 사듯 집으로, 직장으로 사서 들고 가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좋아보일 수가 없었다.

작고 소박한 꽃들을 보니

또 다시 사고 싶다... 사고 싶다...가 스멸스멸 올라온다.

 

멈춰서 꽃을 사고 파는 사람들의 표정을 바라봤다.

모두모두 들고 있는 꽃만큼 활짝 피었다.

꽃도, 사람도 다 아름답다.

꽃의 배웅, 자그레브!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6. 6. 20. 09:06

너무나 사랑스럽고 이쁜 자그레브 골목길.

솔직히 말하면

이 골목들이 너무 예뻐서 길 잃은 사람처럼 몇 시간을 걸어다녔다.

도로정비를 하는지 길이 심하게 파헤쳐져서 귀퉁이 귀퉁이로만 디디고 다녀야 했지만

그 또한 마냥 신이 났다.

여행책자도, 관광지도도 없이 무작정 나선 길.

책에서 봤던 곳이 나올때마다

가물가물한 기억들과 줄다리기 하느라 나름 치열했다.

그 처음이 바로 크라바타(Kravata)라는 넥타이 가게.

남자들이 하는 넥타이가 바로 크로아티아에서 시작됐다는데

군인들의 목에 감았던 스카프가 그 시초다.

아빠한테 드릴 선물을 살까 싶어서 오후 늦게 다시 갔더니 문을 닫았어다.

(혹시나 싶어서 다시 가봤더니 역시나...)

 

 

그리고 이어지는 트칼치차 거리.

지금은 거리 양쪽으로 카페와 음식점이 쭉 펼쳐져 있지만

과거에 이곳은 화려한 홍등가였단다.

여유롭게 앉아서 커피 한 잔 마시기에 아주 좋은 곳이고

풍경 구경, 사람 구경, 햇살 구경하기에도 더없이 좋은 곳.

그런데 나는 정작 이곳을 그렇게 여러 번 왕복을 햇음에도 불구하고

커피 한 잔 마실 생각을 전혀 못했다.

또 다시 눈이 입을 삼켜버려서...

 

 

트칼치차 거리 끝에는 양산을 들고 있는 여자 동상이 있는데

크로아티아 최초의 여성 작가 마리아 유리츠 자고르카의 동상이다.

개인적으론 동상보다 동상 뒤에 있는 건물 벽에 눈길이 갔다.

처음엔 해시계라고 생각했는데

숫자가 씌여진게 시간개념이 아닌것 같아 한참을 들여다봤다.

하지만 결론은 모르겟다는거!  

물어볼 사람도 마땅히 없었지만

대답을 듣는들 온전히 이해할것 같지도 않아 소소한 미스테리로 남겨두기로 했다.

트칼치차 거리에서 돌라치 시장으로 올라가는 길에 만난 또 다른 동상.

세 명의 남자가 엉켜있는 모습인데 한 사람은 기타를 치고 있다.

"거리의 악사"라고 생각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얼굴 표정과 묶여 있는 모습이 참혹하다.

숙소에 돌아와서 동상에 대해 찾아봤더니

구유고슬라비아 시절 자유롭지 못했던 크로아티아인을 상징하는 동상이었다.

어쩐지...

사진을 다시 보니 꺾여있는 사내들의 몸이 참 절절하고 가혹하다.

동상이 세워진 바로 이 곳이 돌라치 시장의 꽃파는 광장이라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매일 아침마다 꽃이 바쳐지는 헌화(獻花)의 장소.

혹 그런 의미는 아닐까...

 

 

늦은 오후 텅 빈 돌라치 시장과 시장의 상징인 동상.

날은 점점 흐려져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내릴 것만 같았다.

회색 하늘을 보면서 6시간 내내 쉬지 않고 걸었던 산책을 이젠 정리해야 겠구나 생각했다.

숙소에 들어서자마자 후후둑 비가 쏟아졌다.

어쩜 이렇게 모든 것이 완벽할 수 있을까!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절묘한 타이밍을 난 또 혼자서 마냥 좋아했다.

그리고 앞으로의 시간들도 나쁘지 않을걸 예감했다.

단지 오래 머물지 못한다는 아쉬움뿐.

내일은 첫차를 타고 요정의 숲으로 간다.

그곳에서 나는 아무 것도 되지 말고 그냥 "길"이 되자 다짐했다.

 

오래 걸어 노곤한 하루였다.

하지만 물과 젤라토 하나로도 충분히 배부른 하루였다.

그날 하루 나는 온통 "길"이었고 "걸음'이었다.

덕분에 아주 오랫만에 달고 깊은 잠을 잤다.

그리고 잠 속에서 나는 내내 건강했다.

 

Journey is Step ...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6. 6. 15. 08:19

자그레브 대성당.

성모 승천 대성당.

성 스테판 성당.

칼톱 언덕 위에 세원진 자그레브에서 가장 높은 성당은 여러 이름은 가지고 있다..

1094년에 짓기 시작해서 123년이 걸려 완성된 성당은

안타깝게도 1242년 몽골족에 의해 완전히 파괴된다.

그 후 또 다시 오랜 세기를 거쳐 재건을 했는데 1880년 대지진으로 또 다시 무너지는 비운를 겪는다.

현재의 모습을 갖게 된 건 1880~1906년에 걸친 재건한 결과다.

유럽의 성당들은 대부분 그렇다.

짓는데 걸리는 시간이 100년 200년이 되는건 우습고

몇 차례의 재건 또한 다반사라 건축양식도 한 가지가 아닌 여러 양식이 혼재되어 있다.

공통점은 누가, 언제, 무엇으로 재건을 했든 전체적인 균형감만은 잃지 않았다는거.

그건 아마도 성당이라는 곳이 건축가의 재능을 뽐내는 곳이 아니라

신께 바쳐지는 믿음의 봉헌물이기 때문일거다.

 

 

성당 전면 파사드에 우뚝한 두 개의 탑은 일병 쌍둥이탑.

한 쪽은 보수 중이라 가림막에 가려졌지만

108m라는 위용은 밑에서 내려다 보는 것만으로도 아득했다.

매번 여행때마다 종탑과 시계탑에 더 빠지게 되는데

특히 시계탑은 숨겨진 기게적 메커니즘에 마냥 놀라게 된다.

그러니까 저 탑 안에 수많은 톱니바퀴와 지렛대가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는 건데...

인문학이 우세한 내 머리로는 그 운동의 규칙과 변환이 영원히 풀 수 없는 미스테리같다.

늦은 오후 다시 성당을 찾았을 때는,

공식적인 근위대 교대식은 아닌 것 같은데

한 무리의 근위대가 성당 앞을 가로질러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잠깐 저들의 꼬리를 밟아 볼까 고민하다 얌전히 호기심을 누르기로 했다.

 

 

성당 맞은편에 위치한 성모 승천 분수대.

사실 여행책자로만 봤을 때는 엄청 아름답고 신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래에서 올려다본 성모의 얼굴은 자애롭기 보다는 묘한 괴기스러움과 공포가 느껴졌다.

잘 못 봤나 싶어 카메라 배율을 최대로 올려 셔터를 눌렸다.

어쩌나...

조금전보다 성모마리아님이 더 무섭게 보인다.

오히려 아래쪽 네 명의 천사가이 훨씬 자애롭고 평화롭다.

믿음이 적은 자는 그래서 성모 승천 대성당에서 성모님이 아닌 네 분 천사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홀로 난감한 자의 어쩔 줄 모르는 시선

 

 

자그레브 성당 내부.
겉에서 보면 규모가 크다고 생각되지 않는데 내부 규모는 상당했다.

이곳에서 5천 명이 동시에 예배를 드릴 수 있다고!

벽에 새겨진 상형문자는 10~16세기에 사용된 크로아티아 문자로 지금의 크로아티아 키릴문자의 원형이란다.

주제단의 기다란 창문을 통해 햇빛이 폭포처럼 쏟아지자

스테인글라스 속 그림이 살아서 움직이는것 같았다.

보살을 닮은 성모마리아상과

크로아티아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이반 메슈트로비치가 만든 일로이지에 스테파니치 추기경의 무덤,

성당 뒷편의 고풍스런 파이프 오르간과 제단 뒷편의 무덤까지

시간을 두고 천천히 둘러보고 바라봤다.

(이곳에 반옐라치치의 무덤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뒤로 하고 나를 가장 뭉클하게 만든건

간절함으로 불밝혀진 소원초였다.

아직 한 번도 그래본 적 없지만

간절한 소원을 생기면 나도 그 마음을 담아 불을 밝혀볼 생각이다.

 

그러니 비록 나와는 무관한 소원초지만 

저 간절한 바램들이

선하고 아름답게 이뤄지길 간절히 바래본다.

 

Journey is naturally good...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6. 6. 10. 08:25

하늘로 올라가는 세상에서 가장 짧은 푸니쿨라(Funicular)는

구시가지 고르니 그라드와 도니 그라드를 짧지만 강렬하게 연결해준다.

28명을 태우고 아래에서 위까지 올라가는 시간은 고작 64초.

여행 책자에는 1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고 적혀 있었는데

막상 갔을때는 그대로 멈춰있었다.

자그레브는...

일요일에는 참 많은게 멈춰버리는구나 싶어 섭섭하다가도

그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한적한 풍경들을 만나니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정지된 모습이 더 많은걸 보여주니까... 

 

푸니쿨라 레일 양 옆의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귀여운 그라피티도 볼 수 있고

스트로스마르트 산책로와 고르니 그라드의 사랑스런 골목길이 눈 앞에 펼쳐진다.

초록잎이 늘어진 벽을 지나갈땐 꼭 제주도의 돌담길을 걷는 느낌이었고

햇살 눈부신 산책로의 나무는 파란 그물옷을 입었고.

거리의 상인이 센스를 발휘한 인테리어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어디를 꼭 가겠다는 작정없이 나선 발걸음은

느긋해서 행복했다.

공원 꼭대기에서 바라본 자그레브 전경.

키를 맞춘 지붕이 낯선 곳을 친숙케 한다.

 

 

고르니 그라드의 로트르슈카크 탑.

13세기에 만들어졌다는 이 탑의 꼭대기는 유료전망대가 있다.

일요일에 문을 닫는 곳이 많아서 여기도 당연히 닫혀있겠거니 생각했는데

지금 확인해보니 사진 속 꼭대기에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저 사람들 뭐지?

왜 그땐 저 사람들을 못봤지?

알았다면 분명히 올라가 봤을텐데 아쉽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종탑과 전망대는 꼭 올라가자는 주의였는데....)

 

 

사실 내가 놓친건,

로트르슈카크 탑의 전망대뿐만은 아니다.

탑 바로 뒷편에 있는 실연박물관도 놓첬다.

예전에 심야 라디오 방송에서 "실연박물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중에 크로아티아에 가면 꼭 가야지 했었더랬는데...

 

여행의 첫날,

이것말고도 내가 놓친 것들은 참 많다.

하지만 괜찮다.

전망대도 올라가고, 실연박물관에도 들어갔다면 물론 좋았겠지만

놓친 것들을 내내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남겨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래야 그 다음을 그리고 또 그 다음을 기약할 수 있으니까.

놓쳐도 된다.

다 괜찮다.

 

Journey is missing...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6. 6. 8. 15:23

2016년 5월 29일 새벽 1시 20분 인천국제공항 46번 탑승구.

크로아티아행(行) 카다르 항공 탑승.

커다란 유리창 밖으로 탑승이 시작된 비행기가 보인다.

두 번의 식사를 하늘에서 해결하고 도착한 도하.

도하공항의 상징이라는 주황색 인형은

크가가 너무 커서 귀엽거나 이쁘기다는 느낌보다 위압적으로 다가왔다.

한국으로 돌아올때 혹시라도 도하 시티 투어가 가능할까 싶어 근처 부스를 찾아.

하루 네 번의 무료 시티 투어 시간을 확인한 후 아주 빠른 속도로 포기했다.

따로 중동을 여행할 일이 없어서 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신 포도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지카 바이러스 때문에 좀 찜짐하기도 했고...)

 

 

자그레브 공항에 도착해서 셔틀버스(30kn)를 타고 다시 버스터미널로 향하는 길.

하늘이 너무 예뻐서 딱정벌레처럼 셔틀버스 유리창에 들어붙었다.

유럽의 저 흔한 하늘.

그리고 타국에서 보는 삼성의 광고판.

일상의 공간이 아니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신선하고 아름답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키 낮은 집들.

만약 내가 사는 집이 문만 열면 이렇게 바로 초록의 풀들이 눈 앞에 펼쳐졌다면 

아마도 지금보다 더 착한 어른이 됐을텐데...

 

 

버스정유장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유로를 크로아티아 화폐로 환전하는 일.

일요일이라 버스터미널 우체국이 문을 닫아 터미널내 사설환전소를 이용했더니 환율이 너무 짜다.

100유로가 고작 700쿠나.

(어쩔 수 없지! 당장 쓸 돈이 없으니...)

바로 다음날 이동할 플리트비체행 E-티켓(92 kn)을 실물티켓으로 교환하고

맞은편 TABACCO에서 트램 티켓(10Kn)을 구입한 후 버스정류장을 나섰다.

제법 꾸역꾸역 열심히 잘 하고 있는 나.

혼자 토닥토닥 칭찬해줬다.

 

 

열심히 찾아서 도착한 숙소 러브크로아티아 자그레브점.

도미토리룸도 침구도 깨끗했고 

머무는 여행객은 나를 포함해서 단 2명.

한적하고 조용해서 여행 처음부터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성수기를 살짝 피한 여행은

숙박비도 그렇고 입장료도 그렇고 여러가지로 잇점이 많아서 좋다.

 

 

자그레브 숙소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

숙소 사용에 대한 설명을 듣고

1층 침대에 배정받은 후 캐리러을 두고 서둘러 밖으로 나섰다.

이 여행의 첫번째 도시 자그레브를 눈에 담을 시간이다.

진짜 여행의 시작.

 

누군가 그랬다.

인간이란 존재는 자신이 보고 읽은 것의 총합이라고.

그렇다면 이 여행이 끝나고 나면

조금 더 진화된 내가 될 수도 있겠다.

 

Journey is evolution...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