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1. 1. 17. 06:00
작가 박범신이 말했다.
...... 작가로 36년을 살았지만, 문학은 내게 여전히 자유의 다른 이름이며 또 방부제이다. 일부 독자들은 아직도 '청년작가'라는 이름으로 나를 부른다. 나의 소망은 청년작가가 아니라 죽을 때까지 강력한 '현역작가'로 살아가고 싶다는 것이다...... 쓰는 행위를 멈추지 못하는 게 최근 나의 딜레마다. 소설의 자궁 속으로 들어가 '순직'하고 싶은 욕망이 내 속에서 날로 커지는 걸 보는 건 황홀하면서, 동시에 두렵다 ......

누구보다 열혈청년처럼 열심히 쓰고 있는 현역작가 박범신!
이야기로 만들어낸 꺼리들이 아직 그에게는 무궁무진한 모양이다.
그저 놀랍다.
어느 때는 너무나 순식간에 그가 책을 내는 것 같아 읽어내는 것 자체에 무섬증이 일기도 한다.
그의 몸이 전부 언어가 되어 책 속에 콕콕 들어 박힐 것 같아서...
작은 계집아이 "은교"를 만난 떨림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어느 틈에 <비지니스>가 눈 앞에 펼쳐져있다.
끔찍하게 자본주의적이면서
끔찍하게 서글픈 현실을 담고 있는 <비지니스>
간교하고도 잔인한 독재자인 자본의 품 안에서
사람들은 단지 실패한 자와 성공한 자, 두 종류만으로 구별된단다.
그리고 교육도 일종의 '비지니스'의 일종이고...
자식의 과외비를 위해 몸을 파는 유부녀와
부잣집의 숨겨놓은 잉여 재산만을 훔치는 전직 강력계 형사 타잔.
그 둘의 관계는 윤리적으로 공평하다.
소설속 그녀는 말한다.
"내가 원죄를 가졌든 그에게도 감춰온 원죄가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기뻤다..."



이 책을 재미있다고 말해야 하나 섬뜩하다고 말해야 하나.
많이 다르긴 하지만 영화 <황해>를 생각나게 한다.
평범한 사람이 살인자가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
자본주의가 무서운 게 여기에 있다.
평범한 사람을 살인자로, 범죄자로 만들어 간다는 것에...
그것도 아주 쉽게!
이제 세상의 주인은 자본이고
그래서 삶의 유일한 전략은 비지니스란다.
섬뜩하고 무섭지만 그러나 확실히 진실이다.



평범한 주부가 몸을 파는 창녀가 되는 과정도 섬득하지만
강력계 형사가 도둑이 되는 과정이 씁쓸하다.

... 경찰에 몸담고 있던 그 시절의 그는 타협이라곤 할 줄 모르는 우직하고 정직한 사람이었다. 업소에서 뇌물을 주면 뇌물죄를 추가했고, 업소들과 내통하거나 뇌물을 받는 동료들은 가차 앖이 감찰부서로 넘겼다. 결과적으로 불법 영업을 일삼는 업주들은 물론 동료들에게까지 그라는 존재는 눈엣가시가 되었다. 그를 쫓아내려고, 업주들과 동료 경찰들이 짜고 파놓은 함정은 도처에 있었다. 그는 결국 음모에 말려들었고, 마침내 비리경찰로 몰려 경찰복을 벗지 않을 수 없었다. 터무니없는 모함이었지만 업주들과 동료 경찰들이 짜 맞춘 너무도 교묘한 함정이어서 빠져나올 길이 없었다 ...

몸을 팔아가면서 아들의 과외비를 내는 여자는 
아들이 자면서 이 가는 소리를 들으며 몸을 부르르 떤다.

... 아이가 이를 갈면서 걸어가야 할 벼랑길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기분이었다. 그것은 내가 몸을 팔면서까지 부추기고 내몰아온, 자본주의 무한 경쟁 사이로 난 광포하고 가파른 벼랑길이었다. 패배하면 죽는다, 라고 말해온 것이 나였고, 아비가 갔던 길을 답습하면 안 된다, 라고 채찍질해온 것이 나였다. 나는 그 애가 오로지 전사가 되기를 바랐다 ...

소설은 읽으면 읽을 수록 목줄기를 잡아챈다.
숨을 쉬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적나라한 현실을 들여다보는 건 참 참혹하다.

... 대도(大盜)로 알려진 '타잔의 정부'가 되는 일과 '자식의 과외비를 위해 몸 파는 어머니'가 되는 일 중에서 어떤 것이 더 비윤리적인 일인지를 알 수 없었다. 다른 게 있다면 '타잔의 정부'는 하나뿐이고 '과외비를 위해 몸 파는 어머니'는 이 도시에 여럿이라는 사실뿐이었다. '여럿'이라는 사실이 죄를 더는 길이 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 도시에서의 윤리성이란 안팎에서 일관되게 지켜지는 가치가 아니라, 지켜지고 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어 얻어내는 가치였다. 쉽게 말해 들키면 반윤리, 안들키면 윤리라 할 수 있었다 ...

더군다가 작가 박범신이 작가의 말에 남긴 글이 더 가슴을 옭죄온다.
그는 지금  자본주의적 폭력성을 좀더 적극적으로 다룬 장편 소설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를 쓰고 있단다.
뭘 더 보여주고 싶은걸까?
"좀더 적극적으로"라는 표현이 문득 섬득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0. 10. 29. 06:30
기사를 봤다.
군대를 제대한 조승우가 복귀작으로 선택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출연료에 대한 기사를.
회당 1,800 만원!
전체 14억 4천만원!
엄청난 고가의 출연료가 될 것이라고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솔직히 이 정도일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리고 금액보다 더 놀랐던건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가 이렇게 정직(?)하고 투명(?)하게 배우의 출연료를 공개할 줄은 몰랐다.
"조승우 효과" 라는 스타 마케팅이 일부러 돈을 들여 가며 해야하는 마케팅조차 필요없게 만들기 때문이란다.
어쩌면,,, 어쩌면 ...
이것도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을 노렸던 걸까? 
적정성에 대해 묻는 질문에 애궃은 시아준수의 <모차르트> 출연료까지 들먹인 것은
확실히 신사적이지 못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사아준수는 회당 3,500 만원을 받기도 했다며 조승우의 출연료는 적정하다라는 신춘수의 발언!
자신이 출연하는 1차 공연 14회분을 15분만에 완벽하게 매진시킨 조승우!
그것도 예매 사이트까지 마비시킨 걸 보면 그 출연료는 신춘수 대표의 말처럼 확실히 적정한 금액일수 있겠다.
(그 이상을 받는데도 할 말은 없다)
그런데 그걸 꼭 이렇게 친절하게 공개했어야 했을까?
오디 대표는 왜 굳이 "친절한 춘수씨"가 되어 여러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었을까?



...... 지난 23일 군을 제대한 조승우가 같은 뮤지컬에 출연하는 A급 배우 출연료와 무려 36배 차이가 나는 출연료를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제작사 오디뮤지컬 컴파니의 신춘수 대표는 2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조승우의 회당 출연료 및 이유 등을 밝혔다.
신 대표는 "조승우의 개런티가 회 당 1800만 원이 맞다"며 "하지만 뮤지컬이 끝난 후 받는 전체 액수는 모르겠다. 배우들의 컨디션에 따라서 스케줄을 조율하기 때문에 전체 횟수는 조승우의 컨디션과 스케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조승우에게 고액 출연료를 제시하게 된 계기로 "회당 매출이 1억 5000만 원정도 나온다. 미국 같은 경우와 비교해도 회당 15~20% 정도 스타가 가져가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다른 뮤지컬 배우들의 출연료를 묻는 질문에 신 대표는 "여배우 포함해 A급 뮤지컬 배우는 회당 50만 원에서 400만 원까지"라고 답했다.
뮤지컬 배우들이 느끼는 위화감이 크겠다는 지적에 그는 "스타 마케팅이 매출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우리 티켓이 판매되는 것 역시 '조승우 효과'를 보는 것"이라 견해를 밝혔다.
신 대표는 "(뮤지컬 배우가 아닌) 외부 스타의 경우 회당 700만 원 이상, 뮤지컬 스타는 회당 50만∼400만 원 받는다는 것이 뮤지컬 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뮤지컬 '모차르트!'에 출연한 시아준수는 회당 3천5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스타 캐스팅과 높은 출연료 때문에 그동안 제작비와 티켓 가격이 동반 상승해왔다는 점을 인정하고 배우들에게 무분별하게 많은 출연료를 주는 것도 비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승우의 경우 실력과 티켓 파워를 높이 평가해 회당 1천800만원에 계약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조승우가 출연하면 마케팅과 광고 비용이 상대적으로 줄기 때문에 조승우의 출연료가 바로 제작비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



기사의 내용이다.
같은 뮤지컬에 출연하는 A급 배우 출연료와 36 배의 차이!
이렇게 언급했으니 또 이 배우가 류정한이라는 것도
그가 회당 500만원의 출연료를 받게 된다는 것도 아주 친절하게 밝혀진 셈이다.
뮤지컬계에서 배우 류정한은 티켓파워도 그렇고 실력도 그렇고 확실히 독보적인 존재다.
일반 뮤지컬 배우들은 그가 받는 출연료도 일생의 꿈이고 환상이고 동경이고 목표다.
내가 꼭 그의 팬이라서가 아니라 이렇게 비교대상으로 등장한다는 게
어쩐지 자신이 제작하는 작품에 출연하는 다른 배우들에 대한 예의는 아닌 것 같다.
굳이 자본주의 원리를 그대로 드러내야 했을까?
<코러스라인>에 출연했던 배우 A는 아내의 출산을 앞두고
밀린 출연료를 받기 위해 제작자를 찾아갔다가 망치로 봉변을 당하기도 했는데... 
뮤지컬계에서 제작사와 배우간의 출연료에 대한 잡음은 심심치 않게 나웠던 부분이다.
배우가 밀린 출연료 때문에 무대에 서지 않아 기사가 되기도 했고
앙상블들은 거의 돈이 지급되지 않는 게 일반적이기도 했다.
<지킬 앤 하이드>야 출연만 하게 된다면 그 이후 배우로써 탄탄대로가 열리는 엘리트 코스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출연료와 상관없이 출연만해도 좋겠다고 말하는 배우들도 많다.
거기다 모든 남자 배우들이 꼭 하고 싶어하는 꿈의 배역!
어떻게 생각하면 독이기도 하고 약이기도 한 이중적인 배역이다.
그야말로 "지킬 앤 하이드"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서의 조승우의 연기는,
한마디로 지독하게 섬세하다.
목소리 톤과 표정, 손끝 하나까지도 신비주의가 느껴질 만큼 탐미적이다.
지금껏 20번도 넘게 이 뮤지컬을 봐왔는데
1막의 이사회 장면에서의 치열함이나 
2막의 dangerous game과 confrontation은 누가 뭐래도 조승우의 연기가 압권이다.
지킬로 상벽을 이루는 류정한도 조승우만큼 디테일에 섬세하지는 않다.
2004년 초연부터 시작해서 매번 공연될 때마다 빼먹지 않고 봤던 공연이라
<지킬 앤 하이드>는 내게도 특별한 느낌과 감동, 애착을 갖게 하는 작품이다.
그래서 매번 티켓값에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예매를 하게 되는지도...
(가끔은 내가 정말 끔찍한 약쟁이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
그래도 초연때 오디토리움에서 공연될 때는 지금처럼 티켓전쟁이 치열하지는 않았었는데...
우리나라에 뮤지컬 붐을 만든 게 2002년 <오페라의 유령>이라면
폭발적인 대중화를 선도한 건 확실히 <지킬 앤 하이드>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배우 조승우가 있었다는 건 누구라도 반론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긴 하다.
아마도 그가 <지킬 앤 하이드> 초연을 공연하지 않았다면 지금같은 빅히트작이 될 수 있었을까?
작품이 워낙 좋고 뮤지컬 넘버도 아름다워서 기본적으로 흥행에 실패하진 않았겠지만 
그 앞에 "폭발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는 도저히 없었으리라.
이런 모든 걸 따져보면 회당 1,800 만원의 출연료는 신춘수 대표가 말한 적정가가 확실히 맞다.
굳이 공개를 하지 않더라도 대부분은 사람들은 조승우가 엄청난 출연료를 받으리라 예상하고 있었다.
어쩌면... 어쩌면...
"~~~카더라" 통신처럼 그냥 소문으로만 알고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적정"이라는 단어를 충분히 이해함에도 불구하고
뮤지컬을 사랑하는 관객 입장에서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제작자와 대중의 시선은 다른건가?
그래도 이번 출연료 공개는 아무래도 신춘수 대표가 신사답지 못한 행동을 한 것 같다.
작품에 출연하는 다른 많은 배우들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도 위화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했으니까...
인터넷에 나온 댓글을 읽고 또 한 번 마음이 씁쓸해진다.
.... 조배우의 1회 출연료가 제 1년 연봉보다 많네요 ....
이게 어디 한 두 사람 의견이고 현실이겠는가!
애초부터 피튀기는 예매 전쟁에 뛰어들 생각조차 없었지만
조승우가 아니라 36배 덜 받는 다른 배우의 공연을 예매한 나로써도
조승우 출연료 공개는 참 민망하고 씁쓸한 기분이다.
머리 좋고 판단력 빠르기로 유명한 신춘수!
제작자는 결국 장삿군일 수밖에 없는건가?
그렇다면 장삿군에게도 지켜야 할 상도가 있는 건데...
확실히 그는 신사적이지 못했다.
참 두고두고 씁쓸하다.


                                     <Dangerous Game>


                                                  <Confrontation>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10. 15. 05:45
1억원 고료 제 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다.
총 281편으로 국내 장편 소설 공모 사상 최다 응모 기록을 세웠단다.
그리고 그 중에서 최종 3작품 중에서 선택된 작품이 <컨설턴트>다.
소설을 쓴 작가 임성순은 1976년생 젊은 작가고 그의 첫 장편소설이자 데뷔작으로 멋진 잿팟을 떠뜨렸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한때 실서증(글을 쓰지 못하는 증상)을 앓기도 했다는데
적어도 나는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쓰지 못하는 괴로움과 절망을...
그 절망을 이기고 <컨설턴트>를 쓴 임성순은
이 소설이 "회사"를 주제로한 3부작 중에 1부라고 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미디어에 집착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여줄 2부 <문근영은 위험해>와
공리주의가 진정한 선(善)인가를 묻는 3부 <전락>을 통해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되짚을 계획이란다.
(기대해보자. 이 두 권의 책 역시도...)
작가는 대학시절 곽경택 감독, 안권태 감독의 연출부 생활도 했단다.
역시나 책 속에서도 영화적인 감각이 돋보인다.
어쩌면 어느 틈에 슬슬 영화화가 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자본주의와 관료제의 의사결정구조에서는 누군가의 죽음을 초래하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져도 그것이 정확히 누구의 책임인지를 말하기 어렵게 됩니다. 어떤 이의 '정상적인' 결정 때문에 다른 이는 엄청난 고통을 겪거나 심지어 굶어 죽는 일까지 생기게 되죠. 얼핏 '자연스러운 죽음'으로 보이는 것들이 과연 자연스러운 죽음인가를 따져 묻고자 했습니다."
책을 출판하면서 작가 임성순은 말했다.



컨설턴트!
직업란에 기입하기에 소위 뽀대나는 직업이다.
왠지 모호하면서도 마치 뭔가 대단한 일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니 말이다.
요즘 세대에 이 "뽀대"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두말 하면 잔소리다.
PC통신 시절 추리소설 동호회에 소설을 몇 편을 썼던 주인공은
군대를 제대하고 어찌하다 이 뽀대나는 직업을 갖게 된다.
(선택이었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모든 인생은 음모다.) 
구조조정 컨설턴트인 그가 컨설팅하는 일은
소위 아주 자연스럽게 보이는 살인 청부다.
처음엔 본인도 그 사실을 잘 몰랐다.
거액의 돈을 주면서 넘겨받은 등장인물과 상황으로 주인공이 죽는 소설을 쓰는 단순한 창작(?)이었다.
그런데 그가 쓴 소설이 소위 "킬링 시나리오"가 되버린 거다.
자신이 쓴 소설의 내용과 똑같은 일을 기사로 확인하면서 물론 주인공은 잠시 혼란에 빠진다.
따지고 보면 "누구에게나 죽어 마땅한 이유" 한가지쯤은 있다.
당연히 주인공은 점점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기 시작한다.
물론 거기에는 점점 늘어나는 통장의 잔고 또한 한 몫을 한다.
여기에 또 당연한 대사 역시 빠질 수 없다.
"원래 세상이란 그런 거니까, 어쩔 수 없으니까."
블러드 다이아몬드 현실에 대한 고발이자 조롱이며 동조다.
차례차례 구조조정되는 사람들의 이름에 내 이름을 옮겨본다고 해도 딱히 반론의 여지가 없는...
책 속의 주인공은 그래서 끝까지 익명이다.
따지고보면 수억명이 바글거리며 피튀기게 살고 있는 지구상에서 나란 존재 역시 익명이다.
그러니 이건 내 이야기이기도 하다.
굳이 만고의 진리인 give and take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이 익명의 내 행동이 익명의 누군가를 가차없이 사망시킬 수 있다. 
그런데 사실은 이 모든 게 내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내 위에 있는 뭔가에 의해 내가 "조종"되고 있었다는 거다.
뭐 특별할 것 없는 현실의 모습이다.



세계는 다이아몬드 구조다.
그리고 다이아몬드 형은 결코 혼자 서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뭔가 지탱해줄 삼각형들이 필요하다.
전체적으로다시 세상의 그림을 삼각형으로 만들......
그리고 그건 다양하다.
정말 다양하고 세상에 그런 존재들은 너무나 많다.
다이아몬드의 구성원들은 침묵한다. 자신들의 삶을 유지하는 대가로,
죽음은 자신의 죄가 아니다. 처벌받을 이유도, 책임질 일도 없다.
무엇보다 그 대가를 그들 역시 향유하고 있으니까.
피는 달다. 원래 세상이란 그런 거니까, 어쩔 수 없으니까.


이 문장을 읽는데 섬득했다.
아무래도 이 소설을 나는 공포소설로 분류해야 할 것 같다.
낚시질을 당한다고 해서 맛잇는 미끼를 뭐든 덥석덥석 물어서는 안 된다고 충고한다.
그러다간 정말 회로 떠질 수도 있으니까...
우리는 사실 모두 공모자며
모두 종범(從犯)이고
모두 교사범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5. 4. 05:52
이권우의 서평집 <죽도록 책만 읽는>이란 책에서 소개된 책이었다.
짧은 소개만으로도 한 번 읽어봐야겠구나 생각했던 책이다.
1071년생.
나와 비슷한 나이를 가진 사람이 쓴 농촌 이야기...
동시대에 태어나고 자랐지만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에 가까운 세계, 농촌.
나는 혹시 이 책장을 펼치면서
양촌리 전원일기의 인자한 김회장이나 수다스런 일용엄니를 만나게 될거라고 기대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 속엔 양촌리 "전원일기" 같은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양촌리 김회장은 진정한 현실에서는 없는 것처럼...
모내기 블루스  / 노래를 못하면 아, 미운 사람 / 윷을 던져라 / 언론낙서백일장
서점, 네시 / 당구장 십이시 / 서울, 눈 거의 내리지 않음 / 열쇠가 없는 사람들 / 배신
9편의 단편들은 하나 같이 구질구질하고 그리고 심지어는 조금씩 불쾌하기까지 하다.
마치 막걸리에 불콰하게 취한 사람이 바로 옆에서 쉰내 나는 트름을 연거푸 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러나 그 불쾌함은 피폐된 농촌 현실과의 적나라한 조우에서 오는 불쾌함이기도 하다.
어차피 매일 한술의 밥을 입 안에 밀어넣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건 다 마찬가진데...
"유전무죄, 무전유죄"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이 말이
이제는 농촌의 실정과 딱 맞아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깔깔한 쌀을 씹듯 씁쓸하다.
입 안에 쌀을 넣을 쌀을 위해 사는 사람이
그 쌀을 키우는 사람에게 이런 측은하고 가여운 마음을 갖게 된다는 게
어쩐지 영 불편하고 송구스럽다.



재미있는 소설이지만 그냥 재미만으로 읽고 넘어가기에
묵직한 대목들이 너무 많다.
웃고 있지만 웃는 게 아닌 현실을 목격해야 하기에...
읽는 동안 박장대소를 하긴 하지만 어쩐지 뒤가 구려 자꾸 멈칫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내가 이렇게 만들었냐?"하며 대거리를 하고 싶어지지만
사실을 따지자면 내가 안 그런 것도 아니니까 할 말이 더 없다.
잰장!
대놓고 훈계하는 소설보다 이런 글을 읽을 때가 더 바늘방석같다.
엉덩이를 지나 온 몸이 따끔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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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도 인터넷으로 고객관리하는 21세기 세상에, 농촌은 이게 뭐래?"
"새천년의 현실이다. 이십일세기는 가는 놈들이 가는 거구, 우리 같은 놈들은 죽기 전에 십구세기를 면할라나도 물러" - 모내기 블루스

한탕주의란 어떤 사조를 가리키는가.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했던 사상. 민주주의보다도, 마르크스주의보다도, 자본주의보다도, 그 어떤 사상보다도 위대했던 사상. 그러나 그 누구도 사상으로 인정하지 않은 사상, 엄연히 확실히 핵폭탄 급수의 장악력으로 늘 존재하면서도 존재를 인정받지 못했던 사상, 하지만 거의 누구에게나 있는 사상, 지극히 간단히 말해서, 말 그대로 한탕해서 모든 것을 만회하거나, 혹은 이후의 모든 것을 마련하자는 사상. - 언론낙서백일장

...... 3차 과정은 지극지긋했던 '학교 다니기'였다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 도합 16년 동안 학교 다니기 훈련을 받았다네. 대학원이나 해외유학이라는 시설을 갖춘 신병 훈련소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었는데, 다행히도, 정말 다행히도, 내가 있던 훈련소에는 재정이 모라자 그런 시설은 없었다네, 물론 내가 있던 훈련소보다도 재정상태가 불량한 훈련소도 있었다네. 거의 드문 경우로는 중학교나 고등학교 시설이 없는 훈련소가 있었고, 흔한 경우로는 대학교 시설이 없는 훈련소가 있었다네.
그리하여 16년에 걸친, 길고 긴 학교 다니기 훈련이 끝나고 드디어 나는 군인의 자격을 얻었는가 싶었다네. 내가 배치될 부대는 어디일까, 설레기도 하면서, 초조하고 불안하기도 하면서 말이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네. 4차 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네
4차 과정은 모든 훈련소가 다같이, 재정에 관계없이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 실시하는 훈련이라는 것을 나는 곧 깨달았다네. 모든 훈련소는 그 훈련과정을 운영하는 데 단 일원의 경비도 투자할 필요가 없었다네. 어느 훈련소의 경우에는 직원들조차 없었다네
살기 훈련, 그것이 4차 과정이었다네. 죽는다는 것이 밥을 먹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면, 산다는 것은 밥을 먹는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네. 4차 과정은, 살기, 다시 말해서 밥먹고 견디기였다네. - 당구장 십이시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최선을 다해서 사는 사람들을 신뢰할 수가 없어요. 김지하 선생님의 오적들만큼,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산 놈들이 또 있습니까? 때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산다는 건, 위험합니다. 자신의 최선을 다하는 삶이 때로는 타인에게 억압과 폭력으로 작용할 수 있단 말입니다. 열심히 사는 삶보다, 옳은 방향의 삶이 더 중요하단 말입니다. 옳은 방향의 삶이 아니다 싶을 때는 차라리 열심히 살지 않는 게 낫습니다.

몇 줄의 글로써 살아서 움직이는 사람을 가둬둘 수 잇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글의 오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글은 숙명적으로 사기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버지는 육십평생을 육체노동에 종사해왔는데, 그의 아들은 육체노동이라면 겁부터 내"
대학을 다니지 않았다면, 아버지처럼 농부가 되었을까? 아니다, 아버지처럼 농부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노동한 만큼 대가를 받아야 마땅하다는 자본주의 논리가 가장 안 통하는 곳, 농촌, 그곳에서 아버지처럼 살기는 싫었다.

우리는 서울에서 개겨야 돼. 그게 농촌 출신들의 숙명이야. 대학 나온 우리가 농촌에서 뭘 할 수가 있지? 어떻게서든 서울에서 살아남아야 돼. 우리가 개겨볼 데는 서울밖에 없어. 서울만이 우리에게 관대하지 - 서울, 눈 거의 내리지 않음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1. 8. 08:15

<형제 1, 2, 3> - 위화

 

형제 1
 

중국 소설이라고 하면 <삼국지>, <소호지> 같은 대작들이 먼저 떠오르는 건 비단 저 뿐만은 아닐테죠?
창검을 휘두르고 계략과 묘책을 강구하고 커다란 깃발로 우레와 같은 말발굽 소리와 함께 앞을 구분할 수도 없을 만큼 짙은 먼지를 일으키며 행진하는 끝이 보이지 않는 군사들의 행렬...
광대한 대륙을 자랑하는 중국.
중국의 국민들이 한꺼번에 소변을 보면 지구가 물에 감질 거라는 말도 예전에 있었는데....(저는 아무래도 이 말이 사실일 것만 같습니다)

각설하고,
이제부터 중국의 젊은 작가(어디까지나작가로써) "위화"의 소설을 소개하려구요.
1060년 출생의 위화는 오래전부터 주목 받고 있는 중국의 가장 대표적인 현대 작가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상당한 마니아층을 이미 확보하고 있고 저 역시나 그 중 한 명에 포함됩낟.
2006년도에 이 사람의 새 책이 무려 10년만에 나온다고 해서 제 살짝 가슴이 설래기도 했답니다.
위화는 <허삼관 매혈기>, <인생> 이라는 굵직한 소설을 통해 격변하는 중국의 현대사를 현실감 있게 표현한 작가입니다.
특히 <인생>은 "장에모" 감독에 의해 영화화 돼서 온갖 영화상을 휩쓸기도 했던 그 유명한 작품이죠.
점차 자본주의화가 되어 가고 있는 중국...
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극대화 되고 있은 중국의 모습이 <형제>에서 아주 유머러스하면서도 처연하게 그려지고 있죠.

<형제>는 중국의 문화혁명부터가 그 시대적 배경입니다.
피가 전혀 섞이지 않은 형제(의형제는 아니구요...) 이강두와 송강이 이 책의 주인공들이죠.
이광두는 친부처럼 14살에 화장실에서 (물론 수세식은 아니겠죠 ^^) 여자 엉덩이를 훔쳐보다 추락하는 엄청난 사고(?)를 당해 그 아버지의 그 자식이란 꼬리표를 달게 됩니다.
그런 이고아두를 건져서 깨끗이 씻겨 준 사람이 송강의 친부 솜범평이죠.
송강은 한마디로 착한 모범생입니다. 얼굴도 훤칠한 것이 요즘으로 말하자면 완전 완소남인 거죠
이런 저런 사연을 겪으면서 어쨌든 이 두 사람은 새로운 가정에서 형제가 됩니다.
문화혁명이 시작되면서 송범평은 지주 출신이라는 이유로 홍위병에게 끌려가 모진 핍박을 받기까지 합니다. 결국 상해의 병원에 입원하고 있던 아내 이란(이광두의 친모)를 퇴원시키러 가던 중 마을 사람들에게 맞아 역전에서 비참하게 죽으면서 네 가족의 새로운 행복도 산산조각이 납니다.

이 소설은 중국의 "잃어버린 10년"으로 이야기되는 "문화대혁명(문혁)" 속에서 자행된 인간의 만행과 현대 중국을 지배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이면을 정면에서 유러머스하면서도 노골적으로 고발하고 있습니다.
인물들이 펼쳐내고 살인, 도박, 매춘, 부정부패 등을 통해 문화혁명 이후 40여 년간 진행된 중국 현대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셈이죠.
이 책의 장점은 어찌보면 심각하고 재미없는 정치적인 사항들을 인물들의 극단적 성격과 행동, 주인공의 비현실적 인생역전, 자극적이고우스꽝스러운 대화 등을 통해 재미있게 풀어써다는 사실에 있습니다(물론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그러나 3권의 책을 다 읽고 나면 단지 "재미"만 남게 되는 그런 책 역시도 아닙니다.(어찌 아니 매력적이겠습니까~~~~~!!!)

<형제> 1권은 송범평의 죽음에 이어 하룻밤 사이에 백발이 된 이란 역시 죽는 비극으로 끝이 납니다. 2, 3권은 한결 희극적이며 풍자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죠.
이광두의 노골적이고 끈질긴 구애에도 불구하고 임홍(동에 최고 미인)은 준수한 외모에 착한 심성을 가진 송강을 배우자로 택하고 송강의 자전거를 통해 출퇴근을 하면서 가슴 벅찬 행복을 느끼죠.
모든 수단을 동원해 돈을 쫓는 이광두는 결국 엄청난 부자가 됩니다. 그의 사업 수완이라는 게 가히 혀를 내두를 정도죠. 이건 기발하다 못해 공상과학의 일부분처럼 환상적이기까지 합니다.
살기 위해 정직하게 발버둥치던 송강은 가짜 유방확대 크림을 팔기 위해 수술로 여자처럼 볼록한 가슴을 만들고 온 동네를 떠돌아나니며 보따리약장수를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점점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그리고 가정적으로도 하나하나씩 피폐해지고 파괴되어 가죠.
선량하고 착한 사람의 몰락이라...(어쩐지 너무나 비중국적인 내용이 아닙니까???)

이광두에 의해 개최된 중국의 미인대회는 성상납으로 등수가 결정되고 (소설속에서 이 부분은 참...뭐랄까, 중국의 바닥을 들여다 보는 느낌입니다), 어리숙한 송강은 사기꾼에게 속아 몸과 마음 모두 철저히 망가진 끝에 저물녘 철길에서 자살을 결행하죠. 그 사이 이광두는 마침내 임홍의 육체를 골약하게 됩니다.(그래도 엄연히 형수가 되는 사람인데....)
가족의 마지막 생존자인 이광두.... 그는 이화 2천만 달러가 해당하는 우주 여행 준비를 할 정도로 갑부가 되어 있습니다.
그 끝에서듣게 되는 형의 사망 소식....

이 소설은 친형제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달리 형제라는 말 외에 딱히 뭐라 할 수 없는 가족 소설입니다.
비극적이기도 하고, 희극적이기도 한... 그리고 더불어 엄청난 공포이기도 하고 환상이기도 한....
현재 중극의 모습처럼 참 모호하기까지 합니다.

중국....
made in china 의 오명이 먼저 떠오르시나요?
한 중국인은 말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중국에서 싸고 제일 질이 나쁜 물건들만 들여오면서 중국 상품에 대한 품질을 비난한다구요.
이 말 속에서
made in china의 오명이 누구에게 향한 것인지 생각케 합니다.
중국인의 능력....
진짜와 구별할 수 없을 만큼 똑같은 달걀을 만들고, 멜라닌을 유포시켜 온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고, 그리고 햄으로 소고기를 만들어 내는 사람들...
이 사람들이 만들지 못할 것은 과연 있을까요?
중국....
그제 그들에게서 공포를 느낍니다.
서서히 세계를 숨통을 죄기 시작하네요...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1. 5. 23:01

주목받은 젊은 작가

김영하 - <빛의 제국> 
 

빛의 제국
 

김영하...

1968년생 작가로 재미있고, 특이한 소설을 발표해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파리에서도 작품들이 번역돼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입니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엘리베이터에 낀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오빠가 돌아왔다>, <검은꽃>, <빛의 제국>, <퀴즈쇼> (.... 제목들도 범상치 않은 느낌이지 않습니까? ^^)
제가 읽은 김영하의 소설들입니다.
열거한 책들 중에서 흥미롭지 않은 책은 단 한권도 없었답니다,


<빛의 제국>은 간단히 말하자면 남한에 내려와 오랜 시간 살아가고 있는 고정간첩에 관한 내용입니다.
아예 작가는 시작부터 주인공이 간첩이라는 사실을 드러내 놓고 있습니다.
사실 이렇게 처음부터 밝혀놓고 이야기를 어떻게  끌어나갈 지 궁금증 반, 의구심 반이 들기도 했구요.
21세기에 간첩 이야기라니....
어쩌면 뻔한 내용일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고, 혹은 사상과 관련된 조금은 고리타분한 내용이 아닐지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이념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어버린 한 남자의 그야말로 이야기 같은 시간들의 연속입니다.
이미 고정선이 끊겨져 북한에서도 잊혀 졌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던 한 남자에게 갑자기 복귀하라는 명령이 떨어집니다.(그것도 스펨 메일 형태로... 참 기막히지 않습니까?)


주인공의 직업은 자본주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 산업, 그것도 수입영화 배급사의 사장입니다.
늘 야한 동영상에 미쳐 있는 위성곤이란 직원을 둔 사장님이시죠.(별 활약도 없는 이 직원에게도 주목해주세요--->왤까요~~~~?)
그의 아내 장마리는 수입 자동차 딜러고 주인공과의 사이에서의 딸 현미는 벌써 중학생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아내는 연하라고 하기에는 심하게 민망한 21살 대학생 애인까지 두고 있는 그야말로 대단한 여성이기도 하죠.
물론 가족들은 그가 고정간첩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합니다.

이 남자의 삶과 이름은 두 개로 분리 되어 있고 그리고 정확히 각각의 삶의 절반씩을 각각 완전히 다른 이념의 세계 속에서 완벽하게 분리하여 살아 왔습니다.
평양외국어대 영어과를 나온 김성훈이라는 북한 엘리트 청년은 비밀스럽고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21년의 북한의 생을 뒤로 하고 남한으로 넘어오게 됩니다. 그리고 나머지 21년은 김기영이라는 이름으로 완벽히 위조된 인생을 이곳 대한민국에서 완벽하게 수행하며 살고 있었죠,
아마도 이쯤 되면 본인의 정체성도 심한 혼돈과 괴리를 겪게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주위 여건들의 이런 복잡성에 복잡성을 더해줍니다.

세상에 완벽한 비밀이 존재할까요?
나를 지우는 작업이 정말 가능하고 할 수 있는 일일까요?
혹시 지금의 나 역시도 또 다른 나를 살고 있는 건 아닐까요?
가만히 살펴보면 모두가 필사적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그 속에 분리된 삶을 옮겨다 놓는다면.....
그리고 다시 그 삶을 또 옮겨 놓으라고 한다면....

간첩이 되는 첫 번째 조건이 뭔지 혹시 아세요? (^^;;)
그건 매력을 없애고 따분해지라는 겁니다.
분명 그 곳에 있었는데, 그리고 내가 알고 있던 사람이 맞긴 하는데 일부러 떠올리려고 하면 할수록 점점 더얼굴이 희미해지는 사람...
혹시 떠오르는 사람이 있으세요?
어떠세요?
그 사람 얼굴이 기억나시나요?
기억나지 않는다면.... 혹시..... (^^)

보너스 팁 하나!
그의  최신작 <퀴즈쇼>를 뮤지컬로 만든다고 하네요.
얼마전까지 간간히 소식이 들렸는데 지금은 좀 잠잠한 것 같기도 하고...
(가능할까 싶기도 하고.... 뭐 딱히 불가능하지도 않겠지만....)
<퀴즈쇼>, 요 책도 정말 물건이라는 사실을 추가적으로 알려드리며 싶어 사족을 달았습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