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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1.28 <소년을 위로해줘> - 은희경 2
  2. 2009.10.16 달동네 책거리 66 : <꽃피는 고래>
읽고 끄적 끄적...2011. 1. 28. 06:37
궁금했었다.
은희경의 침묵이 너무 길어서 도대체 그녀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
이걸 쓰느라고 그랬나?
은희경의 성장소설 <소년을 위로해줘>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자꾸 책 제목을 "소년을 응원해줘"라고 되낸다.
급기야 책장을 덮을 때마다 표지를 보면서 깜짝깜짝 놀랐다.
왜 그랬을까?
왜 "위로"가 "응원"으로 읽히는걸까?
어쩌면 은희경도 이 어린 청춘들을 사실을 응원해주고 싶었던건지도 모르겠다.
더불어 지나버린 자신의 청춘까지도...
위로받은 청춘을 지나온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책을 읽다가 뜬금없이 이런 생각을 오래 했다.



5년 만에 출판된 은희경의 장편소설.
2005년 <비밀과 거짓말>이 출간된 직후
은희경은 이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단다.
따지고 보면 이 소설을 위해 그녀는 참 오랜 시간을 침묵으로 버텼고
나는 오랜 시간을 기다림으로 버텼다.
은희경의 글들...
그녀만의 독특한 뉘앙스는 늘 내게 향수 비슷한 것을 느끼게 한다.
향수라고 해서 아주 오래된 과거를 들추는 게 아니라
고작 얼마 지나지 않은 사소하고 소소한 기억을 들춘다.
분명히 전경린이나 신경숙과는 또 다른 류(流)를 소설이다.



이 책을 재미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재미없었노라 말 할 수 있을까?
성장소설은 재미로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깊이를 따지기에도 왠지 아닌 것 같고...
굳이 주인공들이 강연우, 독고태수, 민기훈(G-그리핀), 이채영이 아니면 또 어떤가!
이곳엔 모든 사람이 과거에 겪었던 청춘과
지금 열심히 겪고 있는 청춘이 그대로 담겨있다.
청춘이란 그런 거란다.
"세월이 지나야만 완벽히 소유할 수 있는" 게 바로 청춘이란다.
우리의 하루하루는 클래식일 수도 있고
헐렁하고 자유로운 힙합일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담벼락에 몰래 그려놓는 반항기 풍기는 그림같은 것일 수도...
뭐가 됐든 사실 어떤가!
정답은 없지만 절대적이고 지배적인 시간이고 공간인걸.
누군들 안 그럴까????

참 오랫만에 읽은 은희경은...
참 그녀답게 덤덤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나는 그런 은희경의 덤덤함이 
징글징글하게 좋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10. 16. 06:01
 <꽃피는 고래 > - 김형경 

 

꽃피는 고래 


개인적으로 느낌이 좋다고 생각하는 여성 작가입니다.

신경숙, 은희경, 공지영, 전경린. 독특한 자기만의 작가 세계를 구축한 여성 작가들 중에서 김형경은 어찌 보면 굴곡 없고 평범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세월>이라는 소설이었네요. 제가 처음 김형경이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게...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 <외출>,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성에>, <사람 풍경>... 참 꾸준히 그리고 성실히 달려온 작가란 생각이 듭니다.

어떤 사람은 이 분의 글은 참 심난하다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그 심난함이라는 게 모두 사람들로부터 비롯된 심난함이니 과히 낯설지 않다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책은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17살 “니은”의 성장소설입니다.

참 잔인한 현실이 무심하게 그리고 태연하게 그려져 있죠.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아이와 어른이 중간쯤에 와 있는 “니은”과 천진함이 먹먹한 사랑으로 다가오는 어른의 이야기(참 표현력 진부하네요...^^)

평생을 고래를 쫓아다니던 처용포 대왕고래 장포수 할아버지는 언젠가 포경업이 다시 합법화 될 날을 기다리며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배를 20년 동안 간수하며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다시는 제 손으로 살아있는 생명을 보내지 않으리라 다짐한 왕고래집 할머니는 첫정의 징글징글함을 알면서도 주인이 버리고 떠난 고양이들에게 새벽부터 밥을 챙기며 생명을 거두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한 사람은 생명을 죽이는 일을 (그것도 엄청난 생명) 했었고, 한 사람은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고 있네요.

그리고 또 한 사람.

자신을 홀로 세상에 남기고 가버린 부모가 어이없고 괴씸하기만 한 “니은”은 지금 바다와 같은 공황상태에 있습니다.

“파도는 평생 바다를 찾아다닌다...”는 말

제가 바다의 일부인지도 모르고 때론 거칠게 화를 내며 파도는 평생을 그렇게 바다를 찾아 다닌다네요

이 책의 “니은”이 꼭 그런 존잽니다.

울컥울컥 쏟아지는 감정을 차마 쏟아내지도 못하고 자꾸 안으로 안으로 숨기다 급기야 우연히 붙잡힌 고래를 안고 토해내고 마는 지경까지 이르고 말죠.

그녀의 입에선 무수한 고기들이 빠져 나옵니다.

어쩌면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네요.

무수한 작살을 꽂고서 몇 시간동안 바다에서 사투를 벌였을 고래의 몸이 제 몸 인양 그렇게 바라봤을지도, 그래서 울어내도 울어내도 그 울음은 내 것이 아니었노라 발뺌할 수 있다 믿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니은에게 왕고래집 할머니는 말합니다.

"니가 시원하게 못 울어서 마음이 아픈 거다. 슬픔이 몸 안에서 돌아다니면서 몸을 두드리는 거지...“

전 이 표현이 참 섬뜩하게 아팠습니다.

슬픔이 몸 안에서 돌아다니면서 내 몸을 두드린다니...

내 맘이 딱 그랬었는데 하면서 느끼는 섬뜩함.

이 섬뜩함을 깨고 홀로 일어서는 게 17살 주니은의 어른되기 프로젝트의 시작일 것 같네요.


고래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내 품는 피 섞인 숨결 그 잔인한 순간을 “꽃을 피운다”는 말로 이야기 할 수 있는 게 어쩌면 우리가 살아내야 하는 인생인지도 혹 모르겠습니다.

“고래가 꽃을 피우기” 위해선 쫒는 포경선의 질김도 있어야 할  것이고, 이제는 끝임을 인정하는 고래의 마지막 체념의 숨결도 있어야 하듯이 말입니다.

어쩌면 끝을 인정하는 고래의 마지막 숨결이 신화가 되어 꽃을 피우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고래가 정말 “신화”처럼 아직까지 숨쉬고 있는 건지도요...

알고 계셨나요?

고래에겐 혈우병이 있다는 거...

그래서 한번 상처를 크게 입으면 피가 멎지 않는다고 하네요.

넓은 바다에 살면서 우리처럼 허파로 호흡을 하고, 그리고 새끼를 낳아 젖을 먹여 키우는 고래.

허파로 호흡하는 고래가 뭍에 나오면 죽는 이유는...

숨을 못 쉬어서가 아니라 물속에선 부력에 의해 감당했던 자신의 무게를 뭍에선 도저히 감당하지 못해 제 무게에 스스로 눌려 사망하게 되는 압사라고 하네요.

어쩌자고 상처받으면 쉬 아물지 않고, 감당하지 못할 삶의 무게에 죽을 것 같는 우리네 모습과 이리도 똑 닮았는지....

그래도 그 작살을 꽂고 몇 십 년을 아니 몇 백 년을 살아가는 고래도 있다고 합니다.

그 끈질김 또한 어쩜 그리 똑 같은지...

장포수 할아버지는 분명 오래전 자신과 눈이 마주쳤던 그 고래를 찾아 다시 떠났음이 이제 분명합니다.

그 고래를 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고래처럼 "신화"가 되기 위해서...

그리고 결국은 "신화"처럼 숨쉬기 위해서...

우리에게 이제 "신화"는 그리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이 이겨내고 지켜내는 모든 일들과 마음들, 그리고 진심들

그것들이 우리에게 영원히 숨쉬는 “신화”가 될 것을 이젠 알 것 같습니다.

“신화”는 기억하는 사람들의 것입니다.

이 책은 말합니다.

기억하는 일이 중요하다고요.

"그것들을 잘 떠나보내기 위해서 그리고 그 뒤에 마음속에 잘 살게 하기 위해서”라구요.


모든 것을 마음에 담고 살아갈 수는 분명 없을 겁니다.

그게 이별일 수도 있고 사랑일 수도 있고 상처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떠나보내는 게 잘 기억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더 이상 떠나보냄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이 책,

묘한 안도감에 평온함마저 안겨주네요.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