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1.10.12 터키 20 : 보스포러스 해협 크루즈
  2. 2011.07.18 <아가미> - 구병모
  3. 2009.06.27 생명 보내기... 2
여행후 끄적끄적2011. 10. 12. 05:14
오르한 파묵과 보스포러스 해협이 있는 나라 터키!
내가 오랫동안 품고 있던 터키에 대한 로망 두 가지.
오르한 파묵이 교수로 있던 이스탄불 대학은 아쉽게도 못 갔지만
(월요일에만 일반인이 들어갈 수 있단다)
보스포러스 해협 크루즈만은 꼭 타보고 싶었다.
박물관에서 나와서 트램을 타고 에미뇌뉘 선착장에 도착.
왕복 1시간 30분 소요되는 Turyol Cruise 매표소를 찾아 또 헤매다녔다.
왼편 제일 끝에 매표소가 보이길래 표를 끊으려고 했더니
판매원 아저씨가 이곳은 페리 매표소라며 크루즈는 오른쪽으로 가란다.
(사진은 페리 매표소!)
이스탄불은 페리가 일상적인 교통 수단 중의 하나다.
그래서 춮퇴근 시간이면 몰려드는 사람들로 제법 혼잡하고 복잡하다.
다행히 오후 1시 정도라 출퇴근하는 현지인이 많지는 않았지만
크루즈를 타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만으로도 북적북적하다.
생각보다 크루즈 매표소가 작고 허름해서 놀라기도. ^^




마음 같아서는 6시간 걸리는 iDO Cruise를 타고 싶었지만
시간도 그렇고 매멀미에 대한 두려움도 있고 해서 관광객이 많이 타는 Turyol cruise를 탔다.
에미뇌뉘 선착장에 가면 이 두 곳 이외에도 개인이 운영하는 서설 cruise도 많다.
잘못 선택했다가는 돌무쉬처럼 승객이 찰때까지 기다려야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으니
선택은 온전히 본인의 몫!
Turyol curise는 에미뇌뉘 선착장을 출발해서 루멜리 히사르 성채가 있는 보스포러스 제 2 대교(파타흐 대교)까지
왕복 운행되고 요금은 12TL 이다.
갈때는 유럽 쪽으로 가고 올 때는 아시아 쪽으로 오기 때문에 양쪽 지역을 모두 돌아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단, 어느 쪽으로 앉는지가 관건!
크루즈를 타서 오른편으로 앉는 게 더 가까이 볼 수 있다.
처음엔 왼쪽에 앉았었는데 반대편을 보니까 훨씬 가깝길래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루멜리 히사르 성채는 직접 찾아가서 본 것 보다는
크루즈를 타면서 전체적인 조망을 본 게 오히려 훨씬 멋있었다.
바다와 하늘 색깔도 정말 숨막히게 에뼜고
그 속에 숨은 그림처럼 보이는 빨간색 터키 국기는 풍경 속의 포인트 같다.
(터키 여행 내내 터키 국기의 선명한 붉은색이 이 나라 풍경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천만번 공감했다)
에미뇌뉘 선착장쪽 바다는 투기된 쓰레기들로 좀 지저분했지만
조금만 나와도 맑고 투명한 쪽빛 바다가 눈을 사로잡는다.
해협 주변으로 펼쳐진 유럽식 건물들도 주변과 너무 잘 어울렸고...
터키인들은 신이 주신 자연환경 때문에 색채감이 뛰어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도 잠깐 해봤다.
(무차별 공구리 정신으로 주변풍경을 무시하고 한 길만 파는 우리나라의 꿋꿋한 건축문화가 무지 생각나는 순간이다.)



1865년 건립된 술탄의 여름 별궁 베일레르베이 궁전(Beylerbey Sarayi).
돌마바흐체 궁전과 마찬가지로 유럽식 궁을 본따서 만든 이 궁전의 시계 역시도
아타튀르크 대통령 사망시각인 9시 5분에 멈춰져 있다.
몇 번을 생각해도 대통령에 대한 터키 국민의 경외심과 그리움이 그저 부럽고 놀라울 뿐이다.
또 놀랐던 건,
이 별궁을 지을 때 일꾼들의 화합을 위해 공사기간 내내 오케스트라가 직접 연주를 했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누가 이런 아름다운 발상을 했을까?
터키란 나라는 알아갈수록 더 매력적이고 아름답고 신비롭다.
아시아 지역의 중심지 위스퀴다르 앞바다 한가운데 홀로 떠 있는 건,
일명 처녀의 탑으로 불리는 크즈 클레시(Kiz Kulesi) 탑.  
원래는 12세기 비잔틴 제국의 해양 감시초소였는데
오스만 제국 때 보스포러스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의 통행세를 밪는 곳으로 사용하기도 했단다.
자세히 보면 탑 위에 사람들이 보이는데
탑 내부에  전망 좋은 카페와 레스토랑이 있어 그곳을 찾는 사람들이다.
이 탑에는 전설이 있다.
옛날 위스퀴다르 일대를 다스리던 왕에게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딸이 있었는데
16세가 되기 전에 독사에게 물려 죽을 것이라는 예언을 듣게 된다.
왕은 고민끝에 예언으로부터 딸을 구하고자 바다 위의 탑을 만들고 딸을 그곳에 숨겨 놓는다.
시간이 흘러 딸이 16세가 되는 날,
왕은 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탑으로 과일바구니를 보냈는데
바구니에 몰래 숨어 있던 뱀이 나와서 결국 예언대로 공주가 그 뱀에 물려 죽어버렸다는 전설. ^^
(이런 전설 어디가나 꼭 있다!)

터키를 여행하는 내내 나는 쨍쨍한 마른 길에 온통 빠져있었다.
두 발로 발도장을 꾹꾹 찍는 곳만이 온전히 내 것이 된다는 생각에 정말 미친듯이 걷고 또 걸었다.
그런데 걷는 길이 아닌 "푸른 물길"에 그만 내 발목과 눈이 덜컥 사로잡혔다.
그래, 또 다른 전설이 이제 막 시작됐구나!
푸른 물의 전설 앞에서
풀어지듯 황홀해져 그만 물과 함께 오래오래 흘러버렸다.

터키는...
완벽하게 나를 무장해제시킨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1. 7. 18. 06:01
<위저드 베이커리>를 읽으면서 느꼈던 그 짜릿함 즐거움을 아직 기억한다.
제 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던 작품이었다.
그리고 읽으면서도 이 작품이 청소년 대상이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했었다.
주변에 참 많이 이야기해서 읽게 만들었던 책인데...
구병모의 신작 <아가미> 소식을 들었을 때
제목과 표지가 주는 카툰적인 느낌에 좀 망설이긴 했었다.
(요즘 책표지들 참 맘에 안 든다.
 차라리 단색에 제목만 하나 강렬하게 써놓는 게 훨씬 고급스러울 것 같다)
그러나 역시 구병모는 탁월하고 환상적인 판타지 작가다.
이런 상상을 일상으로 끌어와 살아 숨쉬는 인물로 만들어낸 그녀의 필력이 눈부시다.


목과 귀 사이에 깊이 패어 있는 상처가 있는 아이,
등과 허리에 불규칙하게 돋아난 사문암 같은 무늬의 비늘을 가진 아이 "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이 물고기 아이 "곤"이 측은하고 안스러워 아팠다.
정말로 도마위에 올려진 작고 어린 물고기 한 마리를 마주 하고 있는 것 같아 당혹스럽기도.
그리고 난데없는 식욕과 허기가 죄스러워졌다.

...... 장자의 첫 장에는 이런 얘기가 있거든요. 북쪽 바다에 사는 커다란 물고기, 그 크기는 몇천 리나 되는지 알 수 없는데 그 이름을 곤이라고 한다...... . 강하는 당신의 아가미를 제일 먼저 발견한 사람으로서 이거야말로 이 아이한테 가장 어울리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대요. 하지만 그래 놓고는 당신의 이름을 부른 적이 거의 없었죠. 그건 그다음 장에 있던 한 줄이 일종의 예언같이 느껴졌기 때문이에요. 이 물고기는 남쪽 바다로 가기 위해 변신하여 새가 되는데 그 이름을 붕이라고 한다. 그의 등은 태산과도 같이 넓고 날개는 하늘을 가득 메운 구름과 같으며 한번 박차고 날아오르면 구만 리를 날아간다고요 ......

해류가 곤에게 들려주는 강하에게 들은 이야기는
슬픈 전설같이 몽환적이다.
등장인물들의 이름마저도 물에 흠뻑 젖어 있다.
모든 인간은 처음엔 물고기였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그 물 안엔 생명이 담겨있을테다.
눈물로 맞이하고 눈물로 보내는 그 생명!
하여 그 물 속에서 살기위해서는 누구라도 아가미를 움직여야 한다.



그리 길지 않는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참 많은 것들을 잘 담았다.
그리고 읽고 난 후엔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물고기 인간.
어쩐지 어딘가에 정말 그런 사람이 살고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물 속에서 꺼져가는 누군가의 생명을 다시 건져내고
잃어버린 물건을 다시 사람들에게 돌려보내고 있는지도.

산다는 건,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해 금단의 구역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가는 여정이다.
이제 나는 <아가미>라는 금단의 구역에서
금단현상에 깊게 깊게  빠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판타지도 현실도 아닌 그 어딘가의 중간쯤에서 잠시 헤매다보면
또 다른 세계를 우연처럼 만나게 될런지도...
Posted by Book끄-Book끄
모든 생명은 축복이며
기쁨입니다.
열심히 힘차게 뛰고 있는
태아의 심장을 보고 있으면
그 작은 몸 안에 숨어있는 힘의 비밀이
궁금해집니다.



그 작은 심장 안을
꽉꽉 채우고 있는
부지런한 생명의 움직임
어느 한 곳도 비워두지 않고
구석구석
힘찬 박동을 보냅니다.



심장 안의 피는
잠시도 힘참을 잃지 않고
대동맥을 통해 온 몸으로 그 푸른 생명을 전합니다.
길고 긴 피의 길...
막힘없는 생명의 길을 향해
태아는 매 순간
온 힘을 다해 순환합니다.



머리로 향하는 세 갈래 혈관길
태아의 머리는
그래서
항상 따스함을 느끼고 사랑을 배웁니다.
기억하고 있겠죠?
매 순간순간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를....

모든 태아의 작은 숨결
모든 태아의 작은 박동
모든 태아의 작은 움직임
그 하나 하나가
모두 기적이고 전설입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