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1. 3. 08:08

<베르테르>

일시 : 2013.12.03. ~ 2014.01.12.

장소 : 예술의 전당 CJ 토월극장

원작 :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극본 : 고선웅

연출 : 조광화

음악감독 : 구소영

출연 : 임태경, 엄기준 (베르테르) / 전미도, 이지혜 (롯데)

        이상현, 양준모 (알베르트) / 이승재, 최성원 (카인즈), 최나래 외

제작 : CJ E&M (주). 극단 갖가지

 

우여곡절 끝에 2014년 나의 첫번째 관람작 된 <베르테르>

2000년 초연때부터 2012년까지, 이 작품은 괴테의 원작 소설 그대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제목으로 공연됐었다.

13년차의 이 작품은 2012년 유니버설 아트센터에서의 재앙에 가까운 이력만 빼면 흥행도 매번 나쁘지 않은 "꽤 괜찮은" 창작뮤지컬 중 하나다.

한때 남자배우들이 한번쯤 하고 싶은 배역에 손꼽혔던 베르테르.

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플"이 13년 만에 "베르테르"로 제목이 바뀐 건,

이번 공연에서 타이틀을 맡은 두 명의 남자배우가

한 명은 불혹을 넘겼고, 한 명은 불혹을 바라보고 있어서란다.

더이상 "젊지" 않아 차마 "젊은"이라는 단어를 차마 쓸 수 없어서 그냥 "베르테르"가 됐다는 우스개소리.

그런데 이 우스개 소리가 왜 이렇게 민망하게 느껴졌을까?

2012년의 재앙에 가까운 유니버셜 아트센터의 상흔이 꽤나 깊었던지

조광화 연출과 구소영 음악감독이 초연의 서정성을 최대한 구현하겠노라 공언했다.

그래서 믿었다.

결론부터 말하자!

초연의 서정성은... 구현되기는 했다.

단지 음악에서만,

무대와 의상, 조명은 중구난방이었고 오히려 너무 수다스러워져서 놀랐다.

시대배경이 뭉개진 것도 개인적으론 안타까웠다.

나는 예전에 느꼈던 베르테르의 고전적인 서정성을 다시 느끼고 싶었던건데...

아무래도 2004년 공연을 최고의 기억으로 남겨놔야 할 모양이다.

도대체 마지막 장면은 왜 그렇게 바꿔버린걸까?

베르테르에서 가장 깊은 여운을 남겼던 장면을 없애버린건 너무나 치명적이다.

총구를 머리에 겨낭한 베르테르와 점점 붉은 핏빛으로 변하는 하늘.

느닷없는 쓰러지는 해바라기이 내는 무더기의 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있던 감성마저도 달아나겠다.

이건 확실히 엄청난 소음이자 충격이었다.

 

베르테르가 자신의 장례식으로 보이는 곳에 귀신(?)으로 등장하는 첫장면은

너무 귀기(鬼氣)가 흘러 청승맞았고

소복을 떠올리는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 무리도 개인적으론 참 싫었다.

그냥 소풍 장면으로 시작되는 예전 버전이 훨씬 좋았는데...

게다가 불혹을 넘긴 황태자 임태경에게 흰양복과 샛노란 조끼를 입히다니...

커다란 해바라기 그려진 노란 조끼는 어딘지 모르게 트롯트가수의 밤무대 의상을 떠올리게해 민망했다.

심각한 조증을 앓고 있는듯한 롯데는 1막 내내 구름 위를 떠있는 사람같았고

발하임 주민들의 정체도 참 모호했다.

그리고 그 나팔소리...

정적을 깨는 재앙이더라.

1막 후반부 카인즈가 베르테르에게 자신의 기쁨을 말하는 장면은

취객 3인으로 인해 난동부리는 왈패를 보는 느낌이었다.

무대는 크리스마스 카드에서 영감을 얻어서 만든건가?

예전에 쓰던 무대와 소품들이 새로운 무대와 서로 충돌하더라.

 

임태경 베르테르를 후반부에 본 건 확실히 현명한 선택이었다.

노래는 정말이지 아주 좋다.

그런데 공연 후반부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영혼없는 대사들을 하더라.

뮤지컬 연기 경력이 10년을 훌쩍 넘어서는데 참 신비스러울 정도로 연기에 발전이 없는 배우다.

가끔 뮤지컬계의 손지창이라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으로 나, 임태경 무지 좋아한다.

그가 뮤지컬 배우 하기 훨씬 전부터 아주 좋아했었다.

그의 연주를 처음 들었을 때 받았던 충격.

그건 누구도 지금껏 해주지 못했던 깊은 위로였고 다독임이었다.

그 위로 때문에 터널 같은 시간을 버텨냈었다.

그래서 크로스오버 테너 시절의 그 연주를 이제는 좀처럼 들을 수 없다는 게 늘 안타깝다.

지금은 "불후의 명곡"으로 아이돌 못지 않은 스타가 되버렸지만...

임태경이 출연하는 공연장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색적인 풍경.

아줌마들이 사춘기 여고생처럼 눈에 핑크 하트를 그리고 앉아 계신다.

재미있는게 아니라 이거 직접 보고 있으면 정말 무섭다. 

임태경 이외의 다른 것은 아무 것도 보지 않기 때문에...

관크도 엄청나고 관람매너도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그래서 가능하면 임태경 공연은 1층 관람은 피하는 편이다.

이지혜 롯데와눈 목소리톤과 발란스가 잘 맞았고

두사람 다 클래식한 느낌이라 전체적으로 괜찮았다.

이날 공연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배우는 알베르트 이상현.

캐릭터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였고 연기도 노래도 느낌도 아주 좋았다.

롯데와 함께 하는 장면들은

귀족적이면서도 다정하고 듬직한 알베르트의 모습 딱 그랬다.

아쉬움이 있다면

베르테르와 부딪치는 장면에서 좀 더 강하고 단호하게 표현했으면 하는 정도!

그래도 전체적으로 이상현의 표현은 아주 좋았다.

노래 정말 잘하더라.

듣기 참 좋았다.

 

엄기준 베르테르로 한 번 더 볼 생각인데 좀 걱정이 되긴 한다.

요즘 엄기준의 노래 실력이 워낙 좋아서!

엄기준의 절절한 연기와 임태경의 노래를 섞으면 최상의 베르테르가 탄생할텐데...

더불어 <베르테르>가 아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다시 돌아오면 좋겠다.

고전적인 서정성이 그대로 살아있는 그런 작품으로 말이다.

특히 그 마지막 장면!

그것만은 제발... 되돌려주길...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10. 31. 07:48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일시 : 2012.10.25. ~ 2012.012.16.

장소 : 유니버설아트센터

연출 : 김민정

대본 : 고선웅

작곡 : 정민선

음악감독 : 이성준

제작 : 갖가지

출연 : 김다현, 김재범, 성두섭, 전동석 (베르테르)

        김지우, 김아선 (롯데) / 이상현, 홍경수 (알베르트)

        서주희, 연보라 (오르카) / 지현주, 오승준 (카인즈) 외

 

정말 눈물나는 공연이었다.

세 손가락 안에 손꼽히는 창작뮤지컬 <베르테르의 슬픔>

프롤로그 "금단의 꽃" 연주만 들어도 가슴을 꿍 내려앉게 만드는 감성적이고 참 아름다운 작품.

작년에 송창의와 박건형이 베르테르로 나왔을 때 유니버설아트센터라는 이유때문에 그냥 넘겼었다.

그런데...그런데...

아무리 유니버설아트센터였어도 그때 봤어야 하는 거다.

2012년 10월 27일.

내가 본 건 지금까지 알던, 그리고 지금까지 봤던 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결코 아니다!

절대 그럴 수 없다! 

눈물이 날 만큼 슬펐다.

도대체 왜 이 작품을 이렇게 난장판으로 엎어놓고 헝클어놓았느냐 말이다.

분노에 가까운 절망감때문에 지금까지도 당황스럼다.

그 무엇으로도 정복될 수 없는 황폐함.

나, 상처받았다.

그것도 아주 치명적으로 많이...

 

김다현, 김재범, 성두섭, 전동석.

이 좋은 네 명의 배우들을 가지고 왜 이런 작품밖에 만들 수 없었을까?

유니버설의 음향이야 악명이 높아서 기대감 자체가 이미 많이 낮긴 했지만

이건 음향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음악감독 이성준은 전곡을 풀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제편곡했고 오케스트라도 14명이라고 자부심이 대단했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예전의 그 실내약 분위기의 소박하고 단정한 음악이 훨씬 좋다.

뭐랄까, 이 음악 저 음악을 마구잡이로 섞여서 정체불명이 됐다고나 할까?

풍성함보다는 방정맞고 가벼운 느낌이 강하다.

(정말 절망적이다....)

처음 시작 부분, 사람들이 그림자로 보이면서 한 마디씩 하는 부분부터 놀라웠다.

"그가 간 곳은 발하임이예요!"

라는 대사는 마치 "우리는 슈퍼주니어예요!"처럼 들이대는 아이돌그룹 같아 난감했다.

게다가 베르테르가 프랑크푸르트 출신이라는 건 또 왜 그렇게 자구 들이대듯 말하던지.

그 도시에서 뭐 협찬이라도 받았나?

음악은 이것저것을 마구 짬뽕시켜서 국적불명이 되버렸다.

심지어 어떤 부분은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두른 록키가 금방 뛰어나올 것 같은 느낌이다.

안무는 발레를 기본으로 한 것 같은데 어수선한 것이 영 정신없다.

1막 오르카 술집도 그렇고, 2막 결혼식 축하연도 그렇고... 

(또 다시 절망했다)

 

안정적인 연기를 보였던 배우는 김아선과 홍경수, 그리고 오르카 서주희 정도.

성두섭은 확실히 인물에 푹 빠져있다.

참 신기한 건, 성두섭 베르테르의 연기와 감성이 틀린 게 아니라는 거다.

그런데 문제는,

극이 전체적으로 가벼워지면서 성두섭의 표현이 너무 감정 과잉처럼 느껴진다는 거다.

(정말 이러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성두섭 베르테르의 목놓아 우는 장면은 좀 자제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체념하고 꾹꾹 누르면서 떠나는 베르테르가 더 가슴 아프지 않나? 

이번 시즌 젊은 베르테르는 정말 아낌없이, 거침없이 자신의 슬픔을 드러내주신다.

(좀 넣어둬~~~ 넣어둬~~~)

카인즈 오승준은 어쩜 이다지도 세련됐던지...

종놈은 종놈다워야 하는데 오승준의 카인즈는 거의 베르테르 급이다.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절대로 몸에 소똥냄새 따윈 묻히고 다닐 사람 같지 않다.

노래도 얼마나 우아하고 세련되고 부르던지...

(뭐 종놈이 꼭 촌스럽고 어리숙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마님을 사랑한 순정남이 아니라 살짝 싸이코패스처럼 느껴져서 또 당황했다.

그래도 가장 압권은,

베르테르가 절망하는 장면에서 웃통 벗고 나와 주시는 4명의 무희남들.

이 황당하고 조잡한 표현에 정말 눈물 흘렸다.

이들의 실제 용도(?)는 아무래도 4개의 말도 안되는 기둥을 옮기는 크루가 아닐까?

이건 프랑스판 롬앤줄을 페러디한건지, 아니면 노틀담의 페뷔스의 방황을 페러디한건지... 

(나 여기서 상처 더하기 정말 더하기 좌절했다)

위, 아래로 두 가지 상황이 같이 연출되는 장면도 개인적으론 너무 어수선했고

인물 한 사람만 불렀으면 하는 노래를 느닷없이 다른 사람이 부르는 것도 소란스러웠다.

내가 너무 과거의 베르테르에 집착하는 걸까?

 

롯데의 동생 마리와 한스의 등장도 어리둥절했고

오딧세이아 부분과 크리스마스 파티 준비 장면은 마치 학예회를 보는 것 같았다.

덕분에 롯데가 밝고 발랄한 소녀의 이미지가 아니라 산전수전 겪은 유부녀같아 보인다.

마지막 장면.

꼭 그렇게 총소리로 마무리를 해야 했나?

그냥 예전처럼 베르테르가 머리에 총을 겨눈 상태에서

하늘이 점점 붉은 핏빛으로 물드는 엔딩이 천만배는 더 좋았은데...

게다가 느닷없이 앞으로 진출하시는 총겨눈 베르테르의 모습이라니!

(당신은 어쩌면 그렇게도 절망적일 수 있나요?)

보는 입장에서 당췌 여운과 절망을 느낄 겨를이 없다.

프리뷰라서 그런가?

라며 다독이기엔 내가 받은 상처가 너무 크다.

구성이나 넘버가 달라지지 않을테니 이 상처는 치유될 가망이 없어 보인다.

그 좋았던 노래들, 그 감성적인 노래들 다 증발한 것 같아 속상하다.

하룻밤이 천년, 달빛 산책, 뭐였을까, 얼어붙은 발길, 번갯불에 쏘인 것처럼, 알 수가 없어,  

다 내가 예전에 알던 젊베슬의 그 넘버들이 아니었던 거다.

그나마 "무례와 사랑"만이 유일하게 옛기억을 떠올리게 할 뿐이다.

알베르트의 "난 알아"는 롯데가 깨어있는 상태에서 부르니까 오히려 너무 다 드러내는 것 같아 이물감이 느껴졌다.

(참 오픈 마인드를 가진 부부다.)

게다가 살인자 카인즈를 구해달라고 청원하는 베르테르의

"순결한 천사 지상에 내려와~~~" 로 시작되는 아름다운 넘버는 실종되기까지 했다.

(아! 나 이 노래 정말 좋아했는데...)

 

오랫만에 감성에 푹 빠지고 싶어 유니버설아트센터임에도 불구하고 공연장을 찾았는데

어쩌나... 나 너무 많이 상처 받았다.

정말 금단의 꽃이 핀 것 같다.

진심으로 바라건데 다시 예전의 베르테르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그 가슴 아프고 절절한 감성을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다.

하룻밤이 천년같은 시간은 다시 겪고 싶지 않다.

다시 낙원같은 발하임으로 되돌아왔으면 좋겠다.

제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9. 21. 08:14

<쌍화별곡 (Song of Two Flowers)>

시 : 2012.09.11. ~ 2012.09.30.

장소 : 유니버설 아트센터

출연 : 김다현, 박완 (원효) / 김호영, 김순택 (의상)

        정선아, 이진희 (요석공주, 선묘낭자)

        정영주, 이성훈, 이종성

대본 : 이희준

작곡 : 장소영 

작가 : 이희준

연출, 안무 : 이란영

무대디자이너 : 오필영

제작 : 핀엔터테인먼트

 

연극 <꿈>에 이어 또 다시 원효와 의상 이야기다.

그리고 또 김다현이다!

갑자기 배우 김다현의 작품욕(?)이 범상치 않다.

<M.Butterfly>, <라카지>에 이어 <쌍화별곡>에 연달아 출연중이고, 이 작품 지방공연(대구, 부산)이 끝나면 또 다시 곧바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락 오브 에이지>로 이어진다.

그야말로 쉼없는 행보다.

확실히 군대를 가기 전과 후의 김다현은 좀 달라졌다.

뭐랄까, 조금 더 과감해지고 조금 더 강해졌다고 할까?

꽃다현이라는 이미지때문에 은근히 배역에 한계가 있는듯 했는데

지금은 그걸 많이 깨고 있는 중인것 같다.

무대를 책임지는 현명하고 아름다운 배우로 열심히 진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한동안은 배우 김다현이 표현하는 다양하고 광대부면한 캐릭터를 기대해도 돼지 않을까?

(진보적인 진화는 항상 아름답다,)

 

한중수교 20주년 기념으로 창작된 뮤지컬 <쌍화별곡>

이 작품은 서병구와 함께 뮤지컬 안무의 쌍두마차로 활약중인 이난영의 첫 연출 데뷔작이다.

그래서 작품에 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보고 난 느낌은,

1막 첫 장면 "죽음이란 무엇인가"에서 신라 화랑들의 군무장면 말고는 눈을 확 끌어담기는 안무는 없었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 뮤지컬 <불의 검>이 많이 생각났다. 왜일까?)

음악은 "나가수"로 더 유명해진 장소영이 맡았다.

어찌됐든 인정할 건 인정하자!

개인적으로 장소영의 뮤지컬 작곡 실력은 뛰어나다.

"형제는 용감했다"나 "피맛골 연가"처럼 이 작품도 뮤지컬 넘버들이 다양하면서 재미도 있다.

오히려 왠만한 후크송보다 금방 귀에 담기고 쉽게 따라할 수 있다.

이희준의 가사도 참 좋다.

그리고 무대와 조명, 의상 빼놓을 수 없겠다.

요근래 본 창작 뮤지컬 중에서 제일 괜찮은 무대 구성과 장치였다.

이런 경우가 참 애매해진다.

하나하나를 따로 떼어내서 보면 괜찮은데

이게 한 곳에 모이면 이상하게 뭔가 조화가 살짝 어긋나는 느낌!

김다현도 다분히 라카지의 앨빈 느낌이 중간중간 강하고 들고

노래와 진행방식은 어쩐지 "피맛골 연가"와 "불의 검"을 떠올리게 하고...

 

배우들의 연기는 전체적으로 좋았다.

<화성에서 꿈꾸다>에서 눈여겨 봤던 김순택의 모습을 오랫만에 무대에서 확인한 것도 개인적으론 즐거움이었다.

지금 약간 슬럼프인것 같은데 이 작품이 바닥을 차고 일어선느 계기가 되길 바래본다.

연기가 노래를 따라가지 못해서 늘 안스러웠는데

의상역에서는 그래도 가능성이 보여준 것 같다 다행이다.

정선아는 좀처럼 실망이라는 걸 시키는 않는 배우라는 걸 또 다시 확인시켜줬고

노래가 조금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까지 남겼다.

오랫만에 무대에 선 <빌리 엘리어트>의 마이클 이성훈은 솔이 역과 설총역을 또 너무 기막히게 잘 해줬다.

빌리때로 생각했지만 이 녀석 참 대단한다.

이 녀석이 무대 배우를 계속 하게 된다면 아마도 범상치 않게 크지 않을까?

아이인데 어른 찜쩌먹을 만큼 능청스럽게 연기를 잘한다.

그리고 노래도 빌리때보다 훨씬 더 잘 불러 놀랐다.

이 녀석의 미래...

많이 기대된다.

그런데...그런데...

유니버설 아트센터 2층의 음향은 정말 최악이다. 

대략 난감에 할 말이 없다. 

 

극을 너무 가볍게 끌고 간 게 조금 아쉽다.

좋은 뮤지컬 넘버들이 코믹한 상황과 대사들, 때문에 오히려 빛을 잃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깨어있으라", "새벽이 오네", "일체유심조, "무애가", "그 누가 위로해주나", "금강삼매경론"

생각나는데로 꼽아봐도 좋은 넘버가 이렇게나 많은데...

뭐랄까?

개인적으로 <피맛골 연가>보다 느낌이 훠~~얼~~씬 좋아서 그래서 아쉬움이 더 많이 남는다.

원효와 의상, 

신라시대의 지성이었다는 두 사람의 고민과 우정 꿈이 보여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동성애 느낌이 강해서 당황스럽다.

(다분한 선입견일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

잘 됐으면 좋겠는데...

song through musical의 장점만을 더 부각시키고

너무 과하게 산재되어있는 코믹 요소들을 과감하게 쳐내면 좋겠다.

넘버가 너무 아깝다...

이 작품이 어떻하든 잘 살아남아서 정말 꽃을 활짝 피울 수 있다면 좋겠다.

진심으로 이 작품이

깨어있어 차갑고 단단한 겨울밤을 뚫고 새벽을 맞이할 수 있길...

 

 

 

깨어있으라! 새벽처럼

살아있는 날 결코 길지 않으리니.

깨어있으라! 새벽처럼

문득 죽음이 다가오는 그 순간에도

깨어있으라.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5. 12. 06:27
원래 예정대로라면
5월 2일 류정한의 몬테크리스토를 다시 보는 거였는데
1박 2일로 함평 나비축제를 다녀오느라
엄기준의 몬테크리스토로 계획이 수정됐다.
몬테크리스토(엄기준)와 아베 파리아(이용근)을 제외하면
다른 캐스팅은 4월 21일과 동일하다.
(차지연 메르세데스는 아무래도 나랑 인연이 없는 모양이다)



배우 엄기준을 무대 위에서 보는 건 정말 오랫만이다.
생각해보니 그의 무대를 본 건 거의가 다 소극장, 중극장이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엄기준"을 이야기할 때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를 빼놓을 수는 없겠다.
엄기준과 조정은의 페어는 아름답고 그리고 아팠다.
그에겐 딱 "베르테르"의 감성이 어울리는 배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래서 사실은 조금 기대를 했었다.
그가 그토록 좋아하는 <지킬 앤 하이드>의 프랭크 와일드혼 작품 <몬테크리스토>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고 TV 연기자로 변한 그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가 됐을지도 궁금했다.
지금까지 내가 봤던 엄기준의 작품들은...
괜찮았다. 그에게 썩 잘 어울렸었다.
카르멘, 젊베슬, 어쌔신, 그리스. 사랑은 비를 타고...
(쓰고 보니 그의 최근 작품은 거의 못 본 상태다. 그래서 더 궁금했는지도 모르겠다)



깜짝 놀랐다.
엄기준이라는 배우가 이랬었나???
1막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나는 당황스러웠다.
류정한의 첫공때 나는 무대때문에 화가 났었지만
적어도 그 무대에 서 있는 배우때문에 화가 나지는 않았었다.
엄기준의 몬테크리스토는 유니버설아트센터의 소음과 번잡함 만큼이나
어색하고 그리고 확실히 부족했다.
(나는 아마 그도 느끼고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그의 딕션은 때때로 명확하지 않게 뭉겨졌으며 표정은 그로테스크하게 과장됐다.
(무대와 너무 가까이 앉았다고 나는 나 자신을 책망했다. 좀 멀리 앉지 그랬느냐고...)
뮤지컬 넘버들을 너무 힘겹고 부르던 모습과
심지어 고음을 과감하게(?) 뭉턱 짤라내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다 민망했다.
엄기준은 메르세데스(옥주현)에겐 단지 연하남처럼 유약했으며
빌포트(조순창)에게는 당당하지 못한 그야말로 겁먹은 죄인의 모습이었고
스승 파리아(이용근)에게는 제 스스로 아무것도 못하는 찌질이에 불과했다.
엄기준의 단테스라는 인물은 결코 몬테크리스토로 변해 복수를 할 수 있는 위인이 아니다.
이런 느낌이었으니 극이 진행될수록 어리둥절할 수밖에...
(쓰고 보니 내가 다 참담하다...)
원래 엄기준이란 배우가 그랬던가?
나는 자꾸 이 질문을 계속 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에 옥주현은 첫공때보다 확실히 훨씬 더 좋았다.
첫공때는 나는 메르세데스의 감정에 단 한번도 공감할 수 없었는데
두번째에는 그녀의 눈물이 아팠다.
(그렇다고 100% 공감은 아니다)
이날 무대에서 그 누구보다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던 배우는
바로 몬데고 "최민철"이었다.
첫공때 나는 그가 자리를 잡고 있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안타까웠고 그의 방황(?)의 이유가 궁금했었다.
그런데 이번 공연에서는 그가 이 뮤지컬의 주인공처럼 느껴졌다.
1막에서 단테스가 불렀던 복수를 다짐하는 노래(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의 일부를
2막에서는 몬데고가 부르게 되는데
솔직히 말해서 두 사람의 모습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관객들의 박수소리도 많이 차이가 났음을 밝히지 않을 수 없겠다.
최민철의 몬데고는 표정과 톤, 그리고 액션도 아주 적절했다.
그가 무대에서 자기 자리를 찾은게 나는 몹시 반가웠다.
(역시 최민철 ^^)



첫공때 조원희의 아베 파리아가 과장이 너무 심하고 코믹해서 못마땅했는데
이용근의 파리아는 더 코믹하더라.
그래도 죽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나긴 했다.
(조원희때는 너무 힘차게 사망하셔서 ^^;;  많이 당황스러웠는데...)
무대 소음은 여전했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공연이었다.
스크린도 첫공 때처럼 실수도 없었고 어색하지도 않았다.
(첫공때는 단테스가 자루에서 빠져나올 때 화면 전환이 늦었었고
 다른 부분에서도 타이밍이 정확하지 않았었는데...)
결국 문제는,
단테스이자 몬테크리스토였던 "엄기준"이었다는 건데...
오랜 뮤지컬 배우로서의 그의 내공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에게 이제부터는 TV 연기자로서의 재능만을 기대해야 하는 건가???
간절히 그의 come back을 외치고 싶다.
"Come back! Mr. Um. Please!"


                                                   2010. 05.04. 몬테크리스토 커튼콜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09. 8. 25. 13:25
내게 있어 이미 브랜드로 각인된 배우 민영기 !
그가 서는 무대라면,
나는 절대로 믿을 수 있다.
절대 배신감을 주지 않을 거라는 확신.
그리고 실제로도
민영기라는 배우는 스스로 꽉 차는 무대를 만들어 낼 줄 안다.
그런 그의 더 큰 장점은
이렇게 잘났음에도 (?) 불구하고
출연하는 배우들과 더불어 더 큰 무대를 만들어 낼 줄 아는 배우라는 사실.
확실히 그는 "균형과 조화"를 아는 배우다.



그의 가창력과 연기 그리고 완벽한 딕션은 정말 끔찍할만큼 아름답다.
<삼총사>를 끝낸 그가 선택한 다음 작품이
바로 뮤지컬 <침묵의 소리>.
한, 일 합작뮤지컬로 9월 한국에서 먼저 막을 올리고,
다시 일본에서 공연하게 된단다



뮤지컬 <침묵의 소리>는 태평양 전쟁에 강제 징용된 "동진"이 정신병원에서 여생을 보내며 죽어가게 된 사연을 다룬 이야기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일본 아사히신문을 통해 보도된 실화이기도 하다.
민영기가 맡게 될 주인공 "동진"은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넘나들며 전쟁의 충격과 사랑의 상처를 여과없이 표현해 내는 역동적인 인물이다. 
<화성에서 꿈꾸다>, <이순신> 두 역사 시대극을 성공시킨 민영기! 
그가 선택한 또 다른 시대극 <침묵의 소리>
그의 성량과 표현력이라면 멋진 작품이 나오리라 감히 확신한다.
'테라피뮤지컬'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일 <침묵의 소리>는
음악치료, 미술치료, 무용치료 등 각 분야의 치료기법이 복합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라고 한다.
솔직히 이해는 잘 않된다.
그러나 일단을 믿어보기로 한다.
"민영기" 그가 선택한 작품이니까...


             < 청년 "동진" 역의 민영기>                 <노인 "동진" 역의 카나오 테츠오가>


한일 합작 테라피 뮤지컬 <침묵의 소리>

공연 기간 : 2009.09.04. ~ 2009.09.20.
공연 장소 :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출연 배우 : 민영기, 서울시뮤지컬단 (박봉진, 곽은태, 주성중, 이연경, 유미 ...)




1973년 12월생인 뮤지컬 배우 민영기!
(올해 벌써 37살이다.... 그리고 그는 현재 점점 완숙한 배우로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한양대 성악과 출신으로 처음 데뷔는 1998년 오페라 "돈조반니"란다.
세계적인 바리톤 고성현님의 제자이기도 하다.
정통 성악 전공의 민영기를 대중문화의 길로 이끈 분이기도 한 바리톤 고성현.
훌륭한 스승밑에 좋은 제자가 나온 셈.
성악가 고성현은 우라니라 창작 오페라 <이순신>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스승은 오페라 <이순신>으로, 제자는 뮤지컬 <이순신>으로 서로 같은 인물을 살아냈으니
그 둘의 감회는 서로 남다르지 않을까?



<화성에서 꿈꾸다>라는 멋진 창작 뮤지컬을 만든 이윤택 연출가는
주인공 "정조"를 맡기면서 그에게 말했단다.
"처음부터 민영기를 생각하고 만든 작품"이라고...
그리고 함께 출연한 배우들 또한 인정한다.
"<화성에서 꿈꾸다>는 영기를 위한 작품이라고...."
그런데 그 말을 하는 동료들의 표정엔 시샘의 흔적조차 담겨있지 않다.
다른 누구도 아닌,
꼭 그여야 한다는 필요충분조건의 공감대가 이미 형성됐다고 할까?
(민영기, 그는 정말 끔찍하게 행복하겠다....)

 

그가 출연했던,
제목만 들어도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작품들.
<로미오와 줄리엣(서울예술단)>, <지킬 앤 하이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겨울 나그네>, <싱글즈>,
<달콤한 안녕>, <조지앰 코핸 투나잇>, <진짜진짜 좋아해>, <화성에서 꿈꾸다>, <클레오파트라>, <삼총사>,
<컴퍼니>, <이순신>,.....
민영기, 이 사람은
정말 열심히 뮤지컬만을 위해 달려온 배우다.
왕, 혹은 영웅 전문배우라는 닉네임도 살짝 달린 배우.
그의 공연을 보기 위해
나는 매진된 공연장을 막무가내로 찾아갔었고
먹성좋은 모기떼의 총공격을 참아내며 만해광장 야외무대를  넋놓고 바라보기도 했었다.
(솔직히 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모기떼를 전혀 의식하진 못했다. 
 그 쩌렁쩌렁한 울림이라니.... 지금 생각해도 정신이 아득할만큼 소름돋는 기억이다.)

 

그의 지킬을, 그의 로미오를, 그의 정조를, 그의 이순신을, 그의 민우를, 그의 베르테르를
또 그의 OO을 볼 때마다 매번 어김없이 감탄했었다.
잘한다는 감탄보다는 꼭 너무나 그  인물 같다는 절실함 때문에....
그의 명확한 딕션과 감정표현 그리고 섬세함 연기에 눈이 시렸던 기억.
개인적으로 내게 "정조"에 대한 몹쓸 환상(?)을 심어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언제나 부지런히 무대를 지킨 배우.
그래서 그가 무대에 선다면 난 그저 든든하고 감사하다.
충분히 보여주기에, 충분히 들려주기에, 충분히 만들어내기에.... 
눈과, 귀 그리고 내 감정까지도 완벽에 가까워지는 느낌.



그가 선택한 이번 뮤지컬 <침묵의 소리>
그는 이 작품을 가지고 처음으로 일본 공연도 해야 한다.
(서울 공연 후 일본 6개 도시 순회공연이 이어진다.)
민영기가 일본에서도 잘할까? 그리고 통할까?
그러나 나는 믿는다.
비록 언어적 소통이 쉽진 않겠지만
그라면, 그의 목소리라면.
충분히 일본인들에게도 언어적 소통을 뛰어 넘는,
그보다 더 많은 것들을 충분히 전하고
더 나아가 완벽하게 이해시켜주리라는 든든한 믿음.

 

나는 그래서 항상 그가 선택한 작품을 응원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 그 또한  응원할 수밖에......
그의 깊은 열정만큼
그의 깊은 노력만큼
여전히 그의 선택을, 그를 열심을 응원한다.
민.영.기.
그는 이미 브랜드가 된 배우이기에...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