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8. 3. 16. 08:00

 

<존 도우>

 

일시 : 2018.03.01. ~ 2018.04.22.

장소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극본 : 황나영

작사 : 조재혁

작곡, 음악감독 : 이진욱 

연출 : 반능기

출연 : 정동화, 황민수 (윌러비) / 유주혜, 김금나 (앤) / 신의정, 김선희 (캐시) / 이용진(노튼), 이삭(코코넬)

        나정숙(헤더), 고현경(시장) 외

제작 : HJ컬쳐(주)

 

이 작품 기대를 많이 했었다.

재즈매니아는 아니지만 늦은 밤까지 잠이안오면 재즈CD를 틀어놓는다.

그러면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는것 같아서..

게다가 무대 위에서 재즈밴드가  연주를 한대서 더 기대가 됐다.

실제로 공연장에 들어갔더니 이미 밴드 연주는 시작되고 있었다.

와... 좋네... 하고 즐겁게 감상했다.

이 작품은 원작이 영화다.

그것도 아주아주 오래된 영화.

게리 쿠퍼 주연의 1953년작 <Meet John Doe>

당연한 말이지만 뮤지컬과 영화의 내용을 똑같다.

문득 궁금해졌다.

이 오래된 영화를 뮤지컬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과연 누가 먼저 헸을까?

평범한 사람의 목소리가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전하고 싶었다는 한승원 대표의 말은,

그러니까 촛불집회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일지도 모르겠다.

그래, 기획의 의도도 아주 좋고,

스토리 자체도 참 좋다.

그런데 문제는 재미있지도, 감동적이지도 않다는거다.

당황스러울만큼.

무대 위 연주는 분명 재즈인데 주연배우들의 노래는 재즈가 아니더라.

헤더 역의 나정숙 배우가 살짝 재즈스러웠지 다른 배우들은 좀 점체불명의...

게다가 홍익 아트센터의 음향을 감안한대도 귀를 찢는 고음은 자주 두 귀를 막게 만들었다.

높게 질러댄다고 노래를 잘 하는건 아닌데...

정동화도 지금껏 내가 본 작품 중에서 최악이었고

이삭이 연기한 코코넬이란 역할은 임펙트 전혀 없는 잉여 캐릭터일 뿐이었다.

공연 초반이라지만

배우들이 각각의 역할에 충분히 동화되지 못했다는게 역력했다.

그렇다고 기억에 남는 넘버가 있는 것도 아니다. 

두루두루 애매하고 막막한 작품이다.

 

끝나고 극장을 나오는데 어깨가 한 짐이었다.

이런 말....

좀 미안하지만,

각오를 하고 또 해도 다시 보기에는 힘든 작품.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8. 18. 08:34

 

<Pride>

 

일시 : 2015.08.08. ~ 2015.11.01.

장소 : 수현재씨어터

극작 : 알렉시 켐벨 (Alexi Kaye Campgell)

각색 : 지이선

연출 : 김동연

출연 : 배수빈, 강필석 (필립) / 정동화, 박성훈 (올리버)

        임강희, 이진희 (실비아) / 이원, 양승리 (멀티)

기획 : 연극열전

 

연극 <The Pride>가 다시 시작했다.

작년 여름과 가을,

이 연극은 나를 위로하고 감싸안아 버티게 해줬다.

1958년의 올리버와 필립 두 사람이 문 앞에서 처음 만나는 순간 서로를 알아본것 처럼 나도 이 작품을 알아봤고 사랑했고 그 사랑은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이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나는 순간은,

실비아의 공기 중에 일렁이는 무언가가 있었다고 말했다.

나는 그걸 아주 기묘한 고요함이라고 말하고 싶다.

두 사람만이 감지하고, 공유하고,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의 시간을 지속의 시간으로 만들어버리는 알 수 없는 감정의 흐름.

<프라이드>의 첫번째 장은 그런 홀림이었다.

 

혼자 참 많이 기다렸었다.

기다리는 내내 가능하면 초연의 캐스팅 그대로 돌아와주면 좋겠다고 꿈꿨는데

아쉽게도 그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도 몇 명 정도는 돌아와주지....)

다시 돌아온 <프라이드>

내겐 너무 익숙한 작품이 낯설다. 아직은...

특히 1958년의 뉘앙스가 초연때보다 훨씬 더 가벼워졌다.

필립과 올리버의 조심성과 친밀함이 베어있던 경어체도 현대적인 어감으로 변했다.

게다가 1958년의 올리버(정동화)가 필립(강필석)에게 너무 노골적으로 끼를 부린다.

마치 나 지금 당신에게 반했어요, 좀 알아주세요... 그러는 것 같다.

당황스러웠다. 아주 많이...

아직 공연 시작 초반이라 분명 달라지겠지만 어쨌든 그 날 무대 위의 정동화는 확실히 올리버는 아니었다.

올리버를 열심히 연기하는 정동화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건 살짝 위험한 발언인데,

정동화에게서 한지상이 보인다.

(미묘한 과장과 억지스런 심각함, 그리고 치기 어린 유아기적인 허세...)

 

1958년 강필석 필립은 생각보다 더 유(柔)했다.

그 유(柔)함 속에 필립의 망설임이 느껴져 개인적으론 좋았는데

그래도 두 어 번쯤은 확 터트려주길 바랬는데 그러진 않더라.

그게 강필석의 필립이라는걸 이해하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 생각이지만,

중반 이후로 접어들면 강필석 필립에 어떤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실비아는...

김지현이 참 많이 생각났다.

초연때 실비아 때문에 참 많이 울었었는데

이 날 공연에서는 내 마음이 온전히 실비아에게 닿지 못했다.

 

솔직히 이 정도로 초연의 기억이 강력할 줄은 몰랐다.

그러지 않으려고 했는데

자꾸만 초연 배우들 모습이 오버랩됐다.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초연의 <Pride>와 나 사이에는 이야기가 있었으니까.

역사가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마지막 엔딩에"The Map"이 흐르니 가슴 한 켠이 쌰해지더라.

그때 알았다.

뭐가 어찌 됐든 이 작품을 외면하긴 힘들겠다고.

 

내가 멀리서 속삭일께요.

내 목소리가 당신에게 닿을때까지.

당신이 당신에게 닿을때까지.

괜찮아요.

괜찮을거예요

모두 괜찮아질거예요.

 

THE MAP


Who know, the pain.
I'm lost in the dark.
Your memory.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This is the reason why I stand here still.
Wherever you will go-
will be alright.
will be alright.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Who know, the whisper.
I find in my mind.
Our history.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This is the reason why I stand here still.
Wherever you will go-
will be alright.
will be alright.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7. 6. 08:28

 

<신과 함께>

 

일시 : 2015.07.01. ~ 2015.07.12.

장소 :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원작 : 주호민 웹툰 <신과 함께>

극작, 작사 : 정영

작사, 작곡 : 조윤정

안무 : 김혜림, 차진엽

무대 : 박동우

무대 영상 : 박동우

음악감독 : 변희석

연출 : 김광보

출연 : 김다현, 박영수 (진기한) / 송용진, 조풍래 (강림)

        김도빈, 정동화 (김차홍) / 최정수(해원맥), 김건혜(덕춘)

        금승훈(염라대왕), 김백현(지장보살) 외 서울예술단 단원

주최 : (재)서울예술단 

 

2015년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두번째 작품 <신과 함께>

사실 TV도, 웹툰도 거의 안봐서 웹툰작가 주호민이 누군지도, 원작의 내용도 전혀 모른다.

그런데 포스터만으로도 대략의 내용이 파악이 되더라.

"죽는다고 다 끝난게 아니다"

웹툰이라 그런지 확실히 발상이 재미있고 유쾌하다.

이걸 어떻게 서울예술단만의 가무극으로 풀어갈건지가 관건이긴한데...

일단, 무대와 조명은 참 좋더라.

확실히 서예단 작품은 무대와 바닥전체를 볼 수 있는 2층 관람이 제격이다.

이번 작품도 바닥과 무대 뒷벽의 영상에 신경쓴 흔적이 역력했다.

넘버들도 괜찮았고, 김광보 연출도 분명했다.

다 좋았는데 문제는 배우들이 생각만큼 캐릭터를 잘 표현해내지는 못했다는거다.

그것도 주연들이...

예전에 <김종욱찾기>를 보면서도 생각했었는데

박영수 배우는 코믹한 역할에는 잘 어울리지 않는것 같다.

딕션도 예전보다 명확하지 않아서 대사와 넘버가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았다.

정동화와 송용진은 따로 떼어놓고 보면 나쁘지 않은데

극 안에서는 물과 기름같은 묘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이날 가장 인상 깊었던 배우는

저승차사 해원맥 최정수, 덕춘 김건해, 염라대왕 금승훈이었다.

역시 서울예술단 작품은 누가 뭐래도 예술단 단원들이 가장 잘 표현하는것 같다.

 

그런데

살짝 뜬금없는 궁금증인데,

요즘 서울예술단 작품에서 이시후 배우가 사라졌다.

이시후 배우가 진기한이나 강림역을 했어도 참 잘했을것 같아서...

혹시 예술단을 나왔나???

아니라면 다음 작품에서는 꼭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특히 <뿌리깊은 나무>에서는 꼭!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3. 6. 08:18


<난쟁이들>


일시 : 2015.02.27. ~ 2015.04.26.

장소 :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작, 작사 : 이지현 

작곡 : 황미나

연출 : 김동연

음악감독 : 채한울

출연 : 정동화, 조형균 (찰리) / 진선규, 최호중 (빅)

       최유하, 백은혜, 전역산, 우찬, 송광일

제작 : PMC 프로덕션

 

백설공주, 신데렐라, 인어공주.

여자아이라면 어린 시절 가슴 설래며 읽었떤 big 3 공주 이야기.

뮤지컬 <난쟁이들>은 이 동화들를 아주 솔직하고 노골적으로 비틀어서 지금까지와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만들어버렸다.

충무아트홀 블랙 앤 블루 쇼케이스 때도,

작년 예그린 때도 가장 많은 관심과 호평을 받았던 이 작품이 드디어 정식으로 올려졌다.

기대했었다.

그리고 기대만큼 유쾌하고 발랄하고 독특하고 신선했다.

단지... 그 유머코드가 나와는 잘 안맞았다는거!

주변에서 팡팡 웃어대는데 나는 그저 멀뚱멀뚱...

사실 "병맛"이라는 단어도 잘 몰랐는데 이 작품때문에 그 의미도 알게됐다.

개인적으론 단어도 의미도 참 별로라고 생각한다.

이런 단어들의 생산되는 것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도... 정말 싫다. 


이 작품은 정동화나 진선규보다 

신데렐라공주와 이웃나라 왕자 1, 2, 3 이 훨씬 더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엄청난 미모와 자태를 뽐내던 신데렐라역의 배우 전역산에게 박수를 보낸다.

나를 웃게 만들었던 유일한 배우였다.

(댜른 배우들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됐었고 그리고 그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개인적으론 스토리보다는 상황이,

상황보다는 대사들에 더 큰 점수를주고 싶다.

대사 하나하나가 그야말로 주옥(?) 같다. 

정말이지 너무나 현실적이라 뭐라 반발도 못하겠더라.

백만배 공감한다.

사랑에 목숨거는건 있는 놈들이나 하는 거라는 말도

첫눈에 반해 결혼하면 후회하게 된다는 말도 다 맞다.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들더라.

인생에 "해피앤딩"이라는게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

어떻게 사랑이 변하느냐고 하는데

사랑은 변하는거더라. 아니 반드시 변해야만 되는 거더라.

변화를 받아들일줄 아는 사람만 사랑을 할 수 있는 거더라.

그리고 이것보다 더 중요한건,

어쨌든 이 모든것들이 다 "끼리끼리"라는거다.

끼리끼리... 끼리끼리...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1. 25. 08:34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일시 : 2014.09.27. ~ 2014.11.20.

장소 :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극작, 각색 : 추민주

연출 : 김태형

총감독 : 김조광수

출연 : 정동화, 박성훈 (민수) / 오의식, 강정우 (티나)

        차수연, 손지윤 (효진) / 이갑선, 김대종 (왕언니)

        우지순, 이이림 (경남) / 구도균, 이정수 (주노)

        리안나 (서영), 김효숙 (엄마)

제작 : 대명문화공장

 

<두결한장>

영화로 먼저 만들어졌을때 송용진이 출연한다고 해서 잠깐 관심을 갖긴했지만 정작 개봉했을땐 챙겨보지 못했었다.

솔직히 김조광수의 올드한 감성을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음악극으로 만들어진다고 해서 이번엔 한 번 챙겨봐야겠구나 생각했다..

공개된 개스팅도 괜찮았고 오랫만에 이갑선 배우를 무대에서 보고 싶기도 했다.

보고 난 후의 느낌은...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생각했던것보다 훨씬 더 뻔하고 상투적인 스토리라 당황스러웠다.

(영화도 그런가????)

계약결혼이든 뭐든 아무튼 사랑없이 결혼하는 커플과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한 남자만 바라보는 한 남자.

그리고 공식처럼 찾아오는 시한부 인생까지...

정말 온갖 종류의 최류성 소재들이 총망라됐다.

게다가 너무 일방적인 감동과 슬픔을 강요하는것 같아서 개인적으론 좀 불편했다.

내가 무딘건지 아니면 이런 최류성 이야기에 공감을 못해선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저기 훌쩍거리는 사람들 틈에서 너무 민망할 정도로 멀쩡하게 관람했다.

 

관람하는 내내 중심인물인 민수 타나, 효진, 서영의 연기보다

오히려 주변인들의 연기가 훨씬 눈에 더 들어왔.

제일 기대했던 배우도 이갑선 배우였지만

역시나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더라.

배우로서도, 인물로서도 묵직한 중심의 역할을 충분히 감당해내고 보여줘서 감탄했다.

이갑선, 이이림, 구도균 배우가 아니었다면 이 작품을 나는 훨씬 더 밋밋하게 봤을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세 배우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성적소수자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라 용감하고 과감하길 바랬는데.

덜 치열했고, 덜 직접적이었고, 덜 절망적이었다.

신파를 보여주는걸로 끝내서는 안됐다.

잔인할 정도로 정확한 현실을 보여줘야만 했다.

그게 사회적인 퇴출을 넘어 한 사람의 완벽한 매장으로 끝이 난다해도

잔인하게 치열하고 너덜거릴 정도로 고분분투했어야 했다.

이렇게 동화적인 판타지로 끝내버리는건... 

참 씁쓸하고 모호한 환상일 뿐이다.

 

비밀을 간직하고 살아온 사람은 안다.

드러내놓고 산다는게 얼마나 무섭고 거대한 공포인지...

그런데 이 작품 속에는 안타깝게도

그게 없었다.

 

삶은,..

여행일수도 있지만 끔찍한 지옥일 수도 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8. 26. 07:40

<Thrill Me>

일시 : 2014.08.08. ~ 2014.10.26.

장소 :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대본, 작사, 작곡 : 스티븐 돌기노프 

연출 : 박지혜

출연 : 정동화, 신성민, 정욱진 (나;네이슨)

        에녹, 송원근, 임병근 (그;리처드)

제작 : 뮤지컬 해븐

 

나는 <쓰릴미>란 작품을 정말 너무 많이 좋아한다.

그래서 매번 작품이 공연될때마다 빼놓지 않고 관람했다.

이번 시즌도 역시나 지나칠 수 없어 예매를 했다.

정동화 네이슨과 에녹 리차드로.

공개된 캐스팅에서 가장 궁금하고, 가장 기대가 되는 페어가 이들이엇다.

이미지만으로도 두 사람은 역할과 꽤 잘 어울려 보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시즌 <쓰릴미>는 새로운 2차 캐스팅이 공개되지 않는 한 첫관람이 마지막 관람이 될 것 같다.

지금껏 관람한 <쓰릴미> 중에서 제일 루즈했다.

보는 내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긴장감이 안느껴져 깜짝 놀랐다.

Thrill이 빠진 <Thrill me>라니...

공연장을 나오면서 도대체 뭐가 문제였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아무래도 배우와 연출 다 문제이지 싶다.

prologue의 피아노 연주는 정말 좋았다.

(얼굴을 자세히 못봤지만 신재용 피아니스트였던 것 같다.)

'역시 쓰릴미로구나...'라고 흐뭇해한건 딱 거기까지.

네이슨의 등장부터 뭔가 하나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정동화 네이슨.

나 정말 정동화 네이슨 너무 많이 기대했었고

이 작품도 정동화 때문에 예매를 했었다.

그런데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리처드에게 교태를 부리는 모습이 참 불편하더라.

처음부터 아예 속을 다 들여내놓고 시작한다.

그걸 숨기려고 하니 매 장면마다 조급증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초반 템포도 너무 과하게 빨라져 버리고...

(개인적으론 최재웅, 정상윤 네이슨이 참 많이 그리웠다.)

아무래도 정동화가 아직까지는 감을 못잡은것 같다.

노래도, 연기도, 표정도 예전만큼은 아닌 것 같다.

 

에녹 리처드.

다행히 정동화보다는 훨씬 좋았다.

딕션과 노래, 연기도 나쁘지 않았다.

단지 표정과 눈빛은 많이 약하더라.

리처드에겐 뭔가 좀 강하고 쎈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시종일관 어딘지 불안해보이고 흔들리는 눈빛이다.

네이슨에게 휘둘리겠구나... 생각될만큼.

단단힌 느낌이 없었다.

충분히, 거침없이 표현할 수 있는 역량인데도 작품을 뚫고 나오지 못한다.

확실히 <쓰릴미>는 만만한 작품이 아니다.

배우가 숨을 곳이 전혀 없다.

무대에서 정면돌파하는 수밖에...

(그래도 에녹의 Roadster만큼은 참 좋더라.) 

 

이날 내게 최고의 긴장감을 선사한건 피아노 연주였다,

이마저도 아니었다면 충무 블랙에 이어 또 한 번 <쓰릴미>에 안 좋은 기억을 갖게 됐을지도 모르겠다.

전체적인 디테일도 너무 느슨했고,

A written contract 도 I'm tring to think 도 인상적이지 못했다.

기대를 정말 많이 했던 페어였는데...

많이 아쉽고 안타깝다.

 

미안한 말이지만,

관람하면서 내내 정상윤 네이슨이 그리웠다.

계약서를 쓰던 정상윤 네이슨의 타자기 소리도,

타자용지 줄 바뀌는 소리도 전부 그립더라.

(이 작품에서 정상윤은 "소리"를 정말 잘 이용했었는데...)

내가 정상윤 네이슨에 너무 길들여져서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없는 <쓰릴미>는 어딘지 느슨하고 덜 매력적이다.

진심으로 정상윤이 돌아왔으면 좋겠다.

네이슨으로든, 리처드로든...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5. 21. 06:00

<M.Butterfly>

 

일시 : 2012.04.24. ~ 2012.06.06

장소 :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극본 : 데이비드 헨리 황

연출 : 김광보

출연 : 김영민(르네 갈리마르), 김다현, 정동화(송 릴링)

        손진환, 정수영, 한동규, 이소희, 김보정

제작 : 연극열전

 

개인적으로 김광보 연출을 무지 좋아해서 그가 만드는 작품은 꼭 챙겨보는 편이다.

게다가 그가 연출하는 작품에 김광보의 뮤즈(?)라고 할 수 있는 김영민까지 출현한다면 그 작품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must see" 해야 할 필수 항목이 된다.

실제로 이 작품을 연출하기로 결정한 후 김광보 연출도 "르네 갈리마르" 역에 김영민을 가장 먼저 떠올렸단다.

김광보, 김영민.

역시 환상의 콤비다.

<내 심장을 쏴라> 이후 2년만에 네번째 연극열전이 선택한 두번째 작품에서 이 콤비가 다시  만났다!

작품을 보기 전부터 솔직히 나는 충분히 매혹당했다.

 

연극 <M.Butterfly>는 프랑스 외교관과 중국 경극 배우 사이에 벌어졌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1986년 전직 프랑스 영사 버나드 브루시코는 자국의 법정에 서게 된다.

죄명은 그가 사랑한 중국 경극 여배우에게  국가 기밀을 유출한 협의다.

그런데 또 다른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진다.

그가 사랑한 여자가 사실은 중국의 스파이었고 남자였다는 사실이...

작품이 공연될거란 소식을 들었을때

과연 스파이 송 릴링 역을 누가 하게 될까 궁금했었다.

꽃다현으로 불릴만큼 이쁜 배우 김다현의 캐스팅은 예상했었지만

배우 정동화는 개인적으로 좀 의외의 캐스팅이었다.

그래서 그 의외의 캐스팅을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다.

 


해설자이자 작품의 중심 인물은 르네 길마르.

자칫하면 어수선하고 산만하게 느껴질 인물은 김영민은 역시 멋진 집중력으로 감당해냈다.

철없이 떼쓰는 소년의 이미지와 지적인 청년의 이미지가 묘하게 겹쳐지는 아우라를 지닌 배우 김영민.

특히 후반부 르네 갈리마르가 감옥에서 깨진 거울을 보면서 얼굴에 화장을 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그 대사들, 그 감정들.

스스로 자신이 사랑한 버터플라이가 되는 모습이 눈물이 날만큼 처연했다.

나는 정말이지 무대 위에서 빛나는 김영민 특유의 선량한 눈빛과

무심한듯 감정을 담는 말투가 너무나 좋다.

이야기와는 아무 상관없는 사람처럼 느껴지다가도

어느 틈에 빈틈없이 작품 속을 꽉 채우는 그 엄청난 존재감이 믿어지지 않는다.

르네 갈리마르가 송 릴링에게 치명적으로 매혹당한 그 이상의 매혹이다.

김영민의 몰입과 집중을 보면서 나는 갈리마르가 이해됐다.

그에게 송 릴링은 그저 자신이 사랑한 한 사람일 뿐이라는 사실을...

송 릴링 정동화.

솔직히 그의 여장 모습은 그가 인터뷰에서 말 한 것처럼 다분히 트렌스젠더적이었다.

때론 미안하지만 섬득할만틈 괴기스럽기도 했다.

(외모로 따지자면 김영민이 훨씬 더 이쁘고 얼굴 선도 더 고혹적이다)

일부러 여성스럽게 내는 목소리는 어색하고 몸짓은 작위적이었다.

사실 조금 실망하려는 중이었다.

역시 김다현 송 릴링으로 볼 걸 그랬나 싶었다.

그런데 2분 간의 변신 후 정동화의 모습은 너무나 압도적이라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이 녀석의 복근도 한 몫 했을테지만

솔직히 정동화의 송 릴링은 황홀했다.

그런 작품이 있다.

앞부분에 비해 뒷부분이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이야기가 느슨해지는 작품이 있는가하면

처음엔 그저 밍밍하고무난하다 후반부에 극적으로 강렬해지는 작품이 있다.

김영민, 정동화의 <M.Butterfly>이는 후자에 속하는 작품이었다.

(두 사람 참 잘 만났다.)

정동화의 마지막은 여자의 맨얼굴을 처음 보는 것 같은 낯섬과 신비감이 있었다.

역시 멋지다, 이 녀석!

그리고 두 배우의 조합은 내겐 묘한 시너지 효과를 냈다.

서로 신뢰하는 눈빛을 보면서 관객 입장에서 진심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두 배우뿐만 아니라 정수영, 손진한, 한동규, 이소희, 김보정의 열연도 감동적이었다.

처음보다 보면서 점점 괜찮았던 작품.

그리고 보면서보다 보고 난 후가 더 괜찮았던 작품.

가볍지만 진중한 작품.

우수꽝스럽지만 심오한 작품.

<M.Butterfly>는 내게 그랬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4. 25. 06:17

정동화 앨빈과 조강현 토마스!

사랑스런 작품 <Stoy of My Life>의 더 사랑스러운 두 사람을 다시 만나다.

역시 몇 번을 봐도 이 작품은 언제나 참 좋다.

뭉클하고, 아프고, 아득하고, 애잔하고, 쓸쓸하고 그리고 따뜻하다.

생각했다.

이 이야기는 "우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에 대한 이야기구나 라고...

누구나 그렇지 않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이 항상 특별한 사람이길 바라는 마음.

그렇다면, 나 역시도 이 작품과 깊은 사랑에 빠져버렸다.

그래서 나는 또 어쩔 수 없이 앨빈과 토마스 사이를 불같이 질투한다.

어쩌자고 이렇게 뭉클할 수가 있을까?

이 아름답고, 아름답고, 아름답고, 아름다운 사랑아! 

"한 번 나타난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아"

토마스가 말했다.

그리고 이 말은 확실히 옳다.

이 이야기는 긴 세월 넘어 영원토록 내 안에 계속 남아있을테다!

결단코 그럴테다!

 

토마스와 앨빈은 서로 너무 깊게 사랑을 했구나.

지독한 사랑은 종말을 맞는다.

그 종말은 비극이었던걸까?

이 작품을 보면서 한번도 동성애 코드를 느낀 적이 없었는데

이날 공연을 보면서는 지독하게 절실히 느꼈다.

동성애면서 동성애 그 너머에 있는사랑.

두 사람의 모습은 표현되어질 수 없는 아름답고 완강한 사랑이다.

토마스의 꿈이 시작될 특별한 선물을 고르고, 레밍턴 선생님의 장례식장에 몰래 숨어들어가고

첫 단편 소설을 읽어주고, 눈싸움을 하고, 그리고 헤어지고... 

아이같던 웃던 토마스는 앨빈과의 첫번째 이별을 말하면서 울먹였다.

먹먹한 가슴은 결국,

앨빈의 "This is it"에서 고요한 통곡이 되어 몸 속을 울린다.

이제 어쩌면 좋을까!

 

 

....... 나는 그에게 물어. 왜 죽어야만 했느냐고.

물론 그 사람은 대답하지 않아. 대답할 사람은 그가 아니니까.

그는 죽었으니까 자기가 왜 죽었는지 알아낼 수 없는 거야.

그가 왜 죽었는지는 내가 알아내야만 해.

그게 바로 이해라는 것이지,

이해란 누군가를 대신해서 그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

그리고 그 이야기를 통해서 다시 그들을 사랑하는 일이야 ......

                                  

이 작품을 볼 때 한창 김연수의 <원더보이>를 읽고 있었다.

책장을 넘기다 깜짝 놀랐다.

마치 앨빈과 토마스가 이 책 속으로 들어온 것 같다.

(하긴 이 두 사람도 내겐 확실히 "원더보이"다)

토마스는 앨빈을 이해했을까?

아마도 그랬으리라.

그러니 그들의 사랑은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이다.

세 번의 장례식과 한 권의 책, 그리고 한 편의 영화

이 모든 이야기는 적어도 내겐 늘 특별한 이야기로 기억될 수밖에 없다. 

정동화 앨빈과 조강현 토마스와 함께 있는 동안

나는 충분히 위로받고 따뜻했다.

이들이 내겐 천사 클라랜스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3. 12. 06:15

<김종욱 찾기>

일시 : 2007.10.23. ~ 2012.03.31.
장소 : 대학로 예술마당 1관
출연 : 정동화, 윤현민, 임강희, 소유진, 임기홍, 최연동

작품자체도 좋기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정동화 배우 때문에 다시 본 뮤지컬이다.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에서 너무 인상 깊어서...
정동화, 임강희 임기홍.
캐스팅도 나무랄데가 없다.
정동화는 이 작품이 처음이지만 임강희는 과거에 여자 주인공을 했었고, 임기홍이야 멀티맨의 정석으로 이 작품의 공헌도가 이미 엄청나다.
그러니까 새로 김종욱이 된 정동화만 잘해주면(?) 된다는 뜻이다.
(본인 입장에서는 이게 조금이라도 부담감이 됐을까?)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구성과 음악이 참 탄탄한 착장 작품이다.
2007년부터 시작됐으니까 이제 나이도 제법 먹었다.
지금까지 김종욱 19명, 사랑이 두려운 여자 17명, 멀티맨 17명이 출연했다.

오만석, 엄기준을 시작으로 신성록, 정상윤을 거쳐 정동화, 윤현민까지
왠만한 남자 배우들이 이 작품을 통과의례처럼 지나왔다.
조금은 소심하고 찌질한 캐릭터와 댄디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동시에 연기하는 재미. 
<지킬 앤 하이드>처럼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개의 역은 아니지만
유별나게 차이나지 않으면서도 확실히 다르게 두 인물을 표현해야 한다는 거.
배우로써는 한 번 쯤 해봄직한 배역인 것 같다.
이 작품도 10년쯤 되면
학전의 <지하철 1호선>처럼 역대 울연 배우들이 다 모여 이벤트 공연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
이번 시즌 6 공연에서는 라이브 밴드가 직접 무대 뒤에서 연주를 하는데 그것도 너무 좋았다.
소극장 공연이 라이브 반주가 변해간다는 건 정말 좋은 방향인 것 같다.
계속 라이브 연주를 해주면 좋겠는데 시즌 6에서만 한정적으로 한다니까 좀 서운하다.



늘 느끼는거지만 임기홍의 멀티맨은 참 대단하다.
신혼이라서 그런가?
안 그래도 넘치는 에너지와 끼가 예전보다 훨씬 넘친다.
뭐랄까 안정된 자의 여유가 느껴진다고 할까?
<못말리는 영애씨>도 병행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체력적으로 그저 놀라울 뿐이다.
(저질체력을 가진 사람이 늘 꿈꾸는 로망이 아닐 수 없다.)
에너지와 열정, 그리고 자기만의 멀티맨 캐릭터 구축에 관해서는
대한민국 뮤지컬 배우 중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참 똑똑하고 현명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주연은 아니지만 극에 없어서는 안되는 감초로써 독보적인 존재감을 주는 배우다. 
그래서 나는 <김종욱 찾기>의 진정한 주인공은 임기홍이라고 감히 생각한다.
엄청난 순발력과 재치,
노래도 그 정도면 참 맛깔나게 잘 한다.
게다가 짧은 기럭지에 믿기지 않는 유연성까지...
어쩌다보니 임기홍 찬양 일색이 되버렸지만 암튼 좋은 배우라는 뜻 ^^
(내가 임기홍을 처음 본 게 2005년 한전아트홀에서 류정한이 지저스로 나왔던 <갓스펠>이라는 뮤지컬이었는데...)



정동화의 김종욱은 나쁘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론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앨빈만큼 적역은 아니었던 것 같다.
<SOML>를 먼저 보지 않았다면 잘한다고 생각됐을 것 같긴 하다.
이 작품에서도 역시 표정과 딕션이 선명하고 명확하다.
<SOML>의 뽀그리 머리를 어떻게 하고 나오나 걱정했는데 그것도 손을 잘 본 것 같다.
아쉬움이 있다면 김종욱이 아닐 때 조금만 더 찌질했으면 하는 바람 정도!
두 캐릭터가 너무 차이가 없는 것 같아서...
그래도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배우 중 한 명임에는 분명없다.
다음 작품이 세종M 씨어터에서 4월부터 공연될 연극열전 4 <M버터플라이>란다.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재해석 작품인데
르네 역엔 김영민, 전노민이 더블 캐스팅
송 릴링 역에 김다현과 더블 캐스팅이 됐다.
개인적으로 김영민, 정동화 페어를 기대 중이다.
잘 하겠지! ^^
"믿어! 믿으면 다 되게 되있어!"

* 이 날 여간해서는 안 하기로 다짐한 '하루에 공연 2개 보기'를 했다.
  <백야>와 <김종욱 찾기>
  피곤을 예상했는데 의외로 활력을 받고 돌아왔다.
  다행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2. 29. 06:05

초연때부터 너무나 좋아했던 뮤지컬 <Story of My Life>
재공연 후 두번째 관람이다.
첫번째 관람은 고영빈 토마스에 이창용 엘빈.
초연때보다 노래를 많이 낮춰 불러서 솔직히 놀랐다.
아무래도 류정한 말고 다른 배우들에겐 버거웠던 음역대었던 모양이다.
좀 낯설긴 했지만 여전히 이 작품은 아름답다.
재공연 관람 첫번째 고려 대상은 이창용 앨빈이었다.
그 다음 카이 토마스가 궁금하긴 했는데 여의치가 않아 고영빈 토마스로 봤다.
(나중에 카이 토마스를 보려고 했는데 어느 틈에 출연진에서 빠져있더라)

두 번째 관람은 완전히 새로운 페어!
조강현 토마스와 정동화 앨빈.
미안한 말이지만 정동화는 관람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뮤지컬 <셜록홈즈>에서 조강현의 목소리와 연기에 놀라서 뒤늦게 이 작품에 합류한 그의 토마스가 정말 너무 많이 궁금했다.
28살이면 아직 시작 아닌가?
연습이든, 재능이든 분명히 뭔가가 있는 배우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외모에서도 그렇고 언듯언듯 류정한 토마스를 떠올리게 만들지만 확실히 표현은 서로 다르다.
류정한 토마스가 잰틀하고 때때로 귀여운 작가였다면
조강현은 토마스는 약간은 성마르고 예민한 그래서 안스러운 작가의 모습이었다.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같은 배역을 배우마다 해석하는 방법이...
류정한, 조강현 두 배우가 해석하고 표현한 토마스 모두 나는 좋았다.
세련되게 노련한 류정한의 토마스와 
조심스럽지만 강단진 조강현의 토마스 모두.




나만 그렇게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조강현의 토마스에서는 외모부터 언듯언듯 류정한의 모습이 스친다.
미니미 혹은 아바타의 개념이 아니라 선배의 장점을 받아서 재창조한 느낌이랄까?
노래 부를 때 생소리를 내는 걸 다듬는다면 앞으로가 무척 기대되는 배우다.
감정과 표정도 참 좋았다.
하지만 이날 가장 의외의 인물은 정동화 앨빈이다.
지금껏 나는 이창용이 앨빈의 정석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내 생각을 정동화가 바꿔놨다.
전작 <스프링 어웨이크닝>를 보면서도 그의 연기에 별로 감흥이 없었는데
SOML에서 정동화가 표현한 앨빈은 감동적이었고 따뜻했다.
자칫 잘못하면 이석준 앨빈처럼 과장이 심한 찌질한 어른아이가 될수도 있는데
(이창용은 바르고 성실한 순수청년 이미지에 가깝다)
정동화 앨빈은 과장스럽지도 그렇다고 철없지도 않았다.
그래, 딱 유령같았다고 해두자.
공포감을 뺀 유령, 일종의 수호천사 같았다.
(정말 천사 클라렌스였을까?)
표정과 행동, 그리고 어투까지 감동적이었다.
진심으로 정동화 앨빈때문에 몇 번 울컥했다.
이번 시즌이 끝나기 전에 꼭 다시 보고 싶다.
이 두 사람의 페어를!



<Story of My Life>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고 격하게 아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계속 공연하는 전용극장이 하나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할만큼 나는 <SOML>이 너무나 좋다.
이번에 관람하면서도 내용을 뻔히 다 알고 있는데 설마 울게 될까? 싶었는데
여지없이 또 눈물이 나더라.
어쩌면 그 눈물은 불같은 질투의 다른 표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토마스와 앨빈의 우정이 너무나 탐나서 할 수만 있다면 훔치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토마스가 될 수 없다.
그리고 앨빈 또한 될 수 없다.
그러니 이 작품을 보면서 불같은 질투에 휩싸일 수밖에...

토마스와 앨빈처럼
내 머릿속에서 누군가 나타나 챕터 하나하나씩을 뽑아 들면서
내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려주면 좋겠다.

이야기에 이야기에 이야기를...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