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도 2004년 경기도 공연 첫 날에 마지막 장면을 자체 수정했던 걸로 알고 있다.
(아마도 예수의 부활을 표현하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
그러다 RUG의 반발로 다시 원상복귀되는 웃지 못할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2004년도에 이 작품을 여섯 번 정도 관람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앙상블의 파워에 엄청난 감동을 느껴었다.
서울시뮤지컬단이 만들어낸 "The Temple"과 "Make Us Well"은 엄청났다.
특히나 "Make Us Well"은 바닥에서 병자들이 예수를 향해 한 명씩 기어오는 모습을 보면서
엄청난 두려움과 공포를 느꼈었다.
(아직까지도 그 장면이 주는 공포는 생생하다)
이 작품은 나에게 참 각별한 기억으로 남아있어
모든 장면들이, 심지어는 김문정 지휘자의 손끝까지도 생생하게 기억될 정도다.
가야바 최병광의 땅을 파고드는 엄청난 저음도,
안나스 주성중의 찌르는듯한 날 선 고음도,
이연경과 유미의 조심스럽던 마리아도,
빌라도 김법래의 묵직한 저음과 조상원의 천진난만한 헤롯도 다 기억난다.
락커 박완규의 엄청난 허리꺽기와 JK 김동욱의 웅웅거리던 불분명한 딕션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3년 뒤인 2007년에 다시 공연됐을 때 관람하지 않았던 건,
캐스팅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서였다.
그래선지 이번 공연이 개인적으론 너무 반가웠다.
게다가 마이클리와 박은태, 윤도현, 한지상, 정선아가 캐스팅됐단다.
두말할 필요없이 "Must See!"하기에 충분했다.
박은태 지저스는,
얼굴과 표정, 액팅이 참 비장하고 거룩하고, 좋은 의미로 고집스러웠다.
워낙에 고음이 좋은 배우라 개인적으로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이상하게 고음으로 갈수록 목소리톤이 더 가늘어져서 오히려 여성스런 느낌이 강했다.
특히 예수의 대표곡" 겟세마네" 는 그런 느낌이 더 강해져서 좀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마지막 부분" 죽이소서! 지금 내 맘 변하지 전" 이 부분의 표현은 좋았다.
원망섞인 체념과 누구도 꺽을 수 없는 확고한 신념이 느껴져서...
그리고 이 부분부터 박은태의 지저스가 조금씩 괜찮아지기 시작했다.
39번의 채찍질과 십자가 처형 장면은 본인도 연기하면서 많이 힘들겠지만
보는 나도 너무 많이 힘겨웠고 섬득했다.
(이 작품을 하루에 2회 공연한다는 건 도저히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뮤지컬배우 박은태.
정말 기이하다!
매번 새로운 작품에 들어갈때마다 정말 잘할 것 같은데
막상 뚜껑을 열고 보면 기대만큼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고 그가 못한다는 건 아닌데 여전히 인물보다는 박은태가 더 많이 보인다.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엘리자벳>의 "루케니"가 가장 좋았던 것 같다.
(이건 박은태가 뮤지컬배우로서 꼭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하겠다.)
다시 한 번 유다로 돌아온 윤도현은 이날 공연의 진정한 갑이었다.
개인적으론 역대 최고의 유다라고 말하고 싶다.
딕션과 연기, 표정도 너무 좋았고 넘버 소화력도 정말 엄청났다.
아마도 정재일 음악감독의 편곡을 완벽히 이해하고 공감한 유다가 아닐까 싶다.
(편곡자 정재일에게 정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정선아 마리아와 조권 해롯도 좋았다.
특히 조권은 등장하는 시간으로 따지면 정말 짧은데
그 짧은 장면을 완벽하게 자신의 시간으로 만들었다.
헤롯타임이 아니라 완벽한 조권타임!
게다가 자신에게 시선이 쉽게 가지 않는 39번의 채질질 장면에서도
무대 제일 위에서 열심이 연기하는 조권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정말 기특하단 생각이 절로 든다.
헤롯처럼 임팩트가 강한 역할을 자신의 첫 뮤지컬로 선택한 조권은,
확실히 영리한 아이돌이다.
개인적으로 2004년과 비교해보면,
무대와 조명, 편곡은 지금이 훨씬 좋았고
번역과 앙상블은 2004년도가 훨씬 좋았다.
가사의 일부를 영어 그대로 사용한 건 나쁘지 않았는데
번역 자체가 좀 투박하고 라임에도 잘 맞지 않는다.
쏭스루 뮤지컬인데 가사가 너무 성급하거나 느리다.
(이 표현이 이해가 될까?)
빌라도 지현준은 딕션이 뭉개져서 잘 들리지 않았고
39번의 채찍장면에서는 예수보다 본인이 훨씬 더 괴로워하면서 바닥을 기어다녀서(?)
시선을 산만하게 분산시킨다.
가야바, 안나스는 사실 좀 참혹한 정도였다.
최병광의 비현실적인 저음과 주성중의 간교한 고음이 참 많이 그리웠다.
2막 첫 장면에서 최후의 만찬 장면이 좀 상징적으로 변한 것도 조금 아쉽다.
2004년도에 예수와 유다가 긴 테이블위에서 서로 대적하는 장면을 꽤 인상적으로 봤었는데...
유다와 앙상블의 "Superstar"도 느낌이 확 달라졌다.
예전엔 쇼걸같은 천사들이 검은 옷과 흰옷을 나눠입고 무더기로 나와 쇼뮤지컬같은 느낌을 줬었는데
지금은 도입부분은 유다와 4명의 뽀글머리 코러스걸이 나와서 약간 코믹하게 변한 것 같다.
2004년도에 이 장면이 주는 파격적인 표현과 느낌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쉽다.
그래선지 유다가 감당해야 할 부분이 훨씬 늘어난 것 같다.
이번 무대세트는 삭막하고 극도로 건조한 사막을 떠올리게 해서 좋았다.
(2004년도에 웅장한 성곽을 느낌의 무대 셋트도 나쁘진 않았다)
그리고 이지나 연출.
그녀의 작품에서 매번 느끼는 사실이지만
첫장면부터 시작해서 <바람의 나라> 오마주를 여러번 목격했다.
솔직히 이게 이지나가 그렇게 연출을 시도한건지,
아니면 워낙에 수정을 꺼려하는 RUG라 오리지널에서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나쁘지 않았다는 거다!
올 해 <JCS>가 다시 공연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워낙에 애정하는 작품이라
혹시라도 실망을 하게 될까봐 조금 걱정했었는데...
다행이다!
아주 좋았다.
그리고 기대중인 마이클리 예수로 두 번의 관람이 아직 남아있다.
마이클리가 보여줄 예수!
이번 주말에 드디어 확인할 수 있다.
좀 설랜다.
사실은 아주 많이...
Act I.
1. Overture
2. Heaven On Their Minds (유다)
3. What`s The Buzz (지저스, 마리아, 제자들)
4. Strange Thing, Mystifying (유다, 지저스, 제자들)
5. Everything`s Alright (지저스, 마리아, 유다, 제자들)
6. This Jesus Must Die (가야바, 안나스, 앙상블, 사제들)
7. Hosanna (가야바, 지저스, 제자들, 군중)
8. Simon Zealotes (시몬, 제자들)
9. Poor Jerusalem (지저스)
10. Pilate`s Dream (빌라도)
11. The Temple/Make Us Well (지저스, 상인들, 환자들)
12. Everything`s Alright - Rprise (마리아, 지저스)
13. I Don`t Know How To Love Him (마리아)
14. Damned For All Time / Blood Money (유다, 가야바, 안나스, 사제들, 사자들)
Act II.
15. The Last Supper (유다, 지저스, 제자들)
16. Gethsemane- I Only Want To Say (지저스)
17. The Arrest (유다, 지저스, 베드로, 제자들, 가야바, 안나스, 군중)
18. Peter`s Denial (베드로, 마리아)
19. Pilate and Christ (빌라도, 지저스, 안나스, 군중)
20. King Herod`s Song (헤롯)
21. Could We Start Again, Please? (마리아, 베드로, 앙상블)
22. Judas` Death (유다, 가야바, 안나스, 사자들)
23. Trial Before Pilate / 39 Lashes (빌라도, 가야바, 안나스, 지저스, 군중)
24. Superstar (유다, 코러스걸)
25. Crucifixion (지저스, 앙상블)
26. John Nineteen; Forty - One 요한 19장 41절 (오케스트라)
부제 : 헤어지고 다시 시작된 그들의 연애
일시 : 2011.09.23. ~ 2011.12.31.
장소 :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출연 : 김영필, 주인영, 이상혁, 김나미, 정선아, 김태근
원착 : 노자와 히사시
각색 : 김효진
연출 : 김태형
요즘은 연극이 참 좋다.
점점 가벼워지고 코믹해지면서 엄청난 물량공세와 스펙타클한 무대효과에 힘을 쏟는 뮤지컬에 눈이 피곤했나보다.
지금 현재도 기대했던 뮤지컬 <엘리자벳>의 가격대를 보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는 중이다.
VIP석을 넘어 생전 듣도 보도 못한(이런걸 듣보잡이라고 해야하나?) D-class라는 좌석이 탄생했다.
가격은 무려 15만원!
그것도 금,토,일 주말에는 16만원이란다.
이제 대작 뮤지컬은 돈 좀 있는 사람들만 즐기는 상류층의 진정한 귀족문화로 탈바꿈하려나보다.
항간에는 D-class의 "D'가 대박의 준말이라고 비아냥거린다.
불매운동 하자는 말도 있고...
(EMK의 엄청나게 창의적인 high-class 정신에 경의흘 표하는 바이다)
어쨌든 샛길로 빠지긴 했지만 점점 뮤지컬을 본다는게 여러모로 무서워진다.
연극 <연애시대>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손예진, 감우성 주연의 드라마로도 만들어졌었다.
본 적은 없지만 꽤나 인기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2권으로 된 소설은 꽤 오래전에 읽었다.
원작자 노자와 히사시는 일본 최고의 추리소설 작가이자 TV 미스터리 극본가였다.
투박하고 뭉뚝하게 생긴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감성적이고 세심한 글을 썼을까 궁금했다.
그러나 더이상 그 이유를 알 길은 없어졌다.
일본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기이기도 한 그가 2004년 6월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에...
뭐가 그를 못견디게 했을까?
로맹 가리처럼 문학적으로 모든 걸 이뤘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삶을 정리해버린건가?
글쓰는 사람의 죽음, 특히 그게 스스로 선택한 자살이라면.
어쩔수없이 명치끝이 오랫동안 묵직해진다.
이런 연애시대를 꿈꾼 사람이 왜?
도망치는 남자 리이치로(김영필),
그리고 싸우는 여자 하루(주인영).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고 아이를 가졌다.
그러나 그 아이는 살아서 태어나지 못했다.
아기가 사산된 날, 남편은 아내 곁을 지키지 않았다.
(사실 남편은 그날 밤 사산된 아이와 함께 있었지만 아내는 그 사실을 모른다)
도망친 남편때문에 아내는 싸우게 됐을까?
남편은 아내와 싸우지 않으려고 도망쳤을까?
두 사람은 헤어졌다.
그리고 속마음을 숨기면서 서로에게 끝없이 빈정대면서
다시, 아니 계속 사랑하고 그리워하면서 서로를 지켜보고 바라본다.
헤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너그럽게 서로를 배려하게 된 두 사람.
이런 줄거리... 사실 신물 제대로다.
하지만 이 연극은 그렇지 않다.
절대 신물 따위 나지 않는다.
두 시간동안 푹 빠져서 이 신물나는 뻔한 신파를 나는 아름답고 황홀하게 지켜봤다.
연출, 배우, 무대, 극의 전개가 전체적으로 잘 짜여졌다.
배우들의 감정 연기와 몰입이 한 순간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오랫만이다.
6명의 등장인물이 이렇게 완벽하게 무대를 채우는 모습을 목격한 건!
마치 2인극에서나 가능할 그런 집중력이고 몰입이다.
이 연극.
괜찮다. 따뜻하고 다정하다.
툭툭 치고 받는 대사들도 살아있다.
주인공 김영필, 주인영이 11월 중순까지 공연하고 다른 팀이 들어간다기에
서둘러 챙겨봤는데 놓쳤으면 많이 아쉬웠을 뻔했다.
<뷰티플 선데이>의 정선아도, <청춘, 18대1>의 김나미도 배역에 참 잘 어울렸다.
정말 오랫만에 괜찮은 연극배우들이 만든 꽉 찬 빈틈 없는 연극을 만났다.
풍요로운 포만감에 온 몸이 나른해진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가장 큰 게 "연애"란다.
절대적으로 맞는 말이다.
그러나 연애를 하는 사람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싸우는 걸 두려워하지 말 것!
함께 싸우면서 그렇게 알아가면서 또 다시 싸우면서...
그리고나면 시간이 더 많이 흐른 뒤 정말 이런 말을 하게 될지 모른다.
"함께 늙을 수 있어서 참 좋다!"
이럴 수 있다면,
그 사람이 누구든, 어떻게 살았든
참 제대로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