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11. 6. 07:46

<그날들>

일시 : 2014.10.21. ~ 2015.01.18.

장소 : 대학로뮤지컬센터 대극장

대본. 연출 : 장유정

음악감독 : 장소용

안무감독 : 신선호

무술감독 : 서정주

출연 : 유준상, 강태을, 이건명, 최재웅 (차정학)

        김승대, 지창욱, 오종혁, 규현 (박무영)

        김지현, 신다은 (그녀) / 서현철, 이정열 (운영관)

        김산호, 최지호 (대식) / 박정표, 정순원(상구)

        김소진, 이진희 (사서), 송상은, 이다연 외

제작 : (주)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재연으로 올라온 <그날들>을 봤다.

역시나 김광석의 노래는... 정말 좋구나.

여러가지 뒤숭숭한 일들이 겹쳐서 내내 심난하고 아팠는데

김광석의 노래로 조금 위로를 받았다.

명곡이라는게 이런거구나...

사람을 조용히 위로하고 다독이는 함이 있다.

작품의 완성도와 배우들의 열연을 떠나 그냥 노래가사 하나하나가 가슴에 담겼다.

김광석은 이 노래들을 이곳에 그대로 남겨놓고 어떻게 떠날 수 있었을까?

참 나쁜 사람이다...

 

초연에 강태을 차정학이 너무 좋아서 재연이 올라오면 꼭 강태을로 보리라 생각했었다.

(이 작품으로 강태을과 정말 극적인 화해도 했고...)

그랬더랬는데 재연의 강태을 정학은...

이럴수가...

초연때보다도 훨씬 더 좋더라.

매장면마다 배우로서 행복하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그대로 보였고

그래서 보는 나도 내내 행복했다.

배우가 작품과 역할에 깊은 애정과 신뢰를 가지고 있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강태을을 보면서 확실히 알았다.

(진심으로 멋졌다!)

김승대 무영은 좋은 작품에 최선을 다하려는 간절함이 살짝 의욕과다로 표현되더라.

전체적으로 조증처럼 붕 떠있어 발란스도 어긋났다.

균형감도 살짝 무너지고...

현실감없는 "픽션"의 인물처럼 느껴지더라.

개인적으론 배우 김승대가 조금 덜 열심히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 훨씬 자연스러울것 같아서...

(이 표현 이해가 될까???)

 

전체적으로 초연때보다 군무도 좋아졌고 무대도 잘 정돈됐다.

인트로의 영상도 깊이감과 생동감이 살아있어 좋더라.

그런데 문제는 음향!

분명 초연과 똑같은 공연장인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다를 수 있는지 관람하는 내내 놀랐다.

12월 2일 병원에서 연말 송년회로 이 작품을 단체관람을 한다는데

그때는 음향이 지금과는 많이 달라졌으면 좋겠다.

 

* <그날들>은 참 묘한 작품이다.

   작품이나 스토리 자체는 별 매력이 없는데 이상하게 자꾸 끌린다.

   이게 배우의 힘인지, 김광석의 힘인지, 그냥 정서의 끌림인건지는 확실히 모르겠다.

   좋아한다는게 늘 이유가 확실해야하는건 아닐테니까.

   그래서 나는 <그날들>을 "그냥 좋아지는" 작품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김광석도 그랬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라고...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9. 4. 08:12

<도둑맞은 책>

일시 : 2014.08.29. ~ 2014.09.21.

장소 :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원작 : 유선동

연출 : 변정주

일러스트 : 정순원

출연 : 김준원, 전병욱 (서동윤) / 강기둥, 정순원 (조영락) 

제작 : 문화이이콘

 

내가 좋아하는 변정주 연출과 그의 뮤즈(?) 김준원의 출연만으로 must see 목록에 속했던 연극 <도둑맞은 책>

김수로 프로젝트의 <데드트랩>과 비슷한 모티브라 살짝 걱정이 되긴 했지만 연출가와 배우의 힘을 믿었고 유선동 원작의 힘도 믿었다.

개인적으로 2인극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장르인데

두 인물의 팽팽한 심리전을 보는 것도, 피할길 없이 그대로 드러나는 배우의 연기를 보는 것도 정말 너무너무 좋다.

원래 이 작품의 원작 시나리오에는 주요인물이 여섯명이나 되고

보조작가로 나오는 조영락도 그리 큰 비중이 아니었단다.

그런데 실제 연극에서는 이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 서있는 인물이 조영락이다.

(심지어 멀티맨 역할까지 한다.)

프리뷰를 보고 난 느낌은...

변정주의 연출도, 김준원의 연기도 역시나 좋았다.

단지 조영락을 연기하는 강기둥 배우가 김준원을 상대하기엔 많이 약했다는거 좀 문제였다.

목소리 자체도 집중이 어려운 톤이었고

잠깐이지만 여러 역할을 소화하는 것도 부족하고 밍밍했다.

특히나 초반에는 표정에 자신감도 없고 뭔가 약간씩 망설이는 느낌이었다.

극을 보는 내내 조영락이라는 인물이 이렇게 밋밋하면 안될텐데... 걱정스러울만큼!

커피에 약을 타는 것도 초반부터 너무 눈에 들어왔고

그래서 결말 역시도 충분히 예상이 됐다.

팽팽해야할 긴장감의 한 축이 무너져내리는 느낌!

 

그래도 서동윤 작가 역을 맡은 김준원의 연기는 역시나 좋더라.

목소리톤과 제스처도 좋았고, 

현실과 과거를 넘나드는 장면도 시간이 흐름이 느껴질 정도로 연기도, 호흡도 달랐다.

특히 독백 장면들은 아주 환상적이었다.

이런 생각까지 들더라.

아예 이 작품을 서동윤 한 사람만 등장하는 작품으로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작가를 강금한 보조작가는 단 한 번도 무대에 등장하지 않고 단지 목소리만 들리는거다.

실체없이 목소리로만 존재하는 상대와의 심리전.

흥미진진하고 더 긴장감 있지 않았을까?

(어디까지도 혼자만의 생각!)

 

이야기 중간중간 나오는 일러스트가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이 작품에 조영락으로 더블캐스팅된 정순원 배우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란다.

연극에, 뮤지컬에, 일러스트에...

정말 샘나는 재능이다.

나도 한때 그림 좀 그린다는 소리 꽤나 들던 사람인데...

그런데 지금은 그 재능이 거짓말처럼 말끔히 증발했다.

그야말로 "도둑맞은 재능"이 되버린거다.

"도둑맞은" 것들의 최후는 늘 그런 모양이다.

 

어이없는 한풀이이긴한데

연극 <도둑맞은 책>을 보다가 "도둑맞은 재능"이 서러워

혼자 구시렁구시렁대는 중이다.

이걸 비극이라고 말해야 할까?

희극이라 말해야 할까?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7. 2. 09:48

<여신님이 보고계셔>

일시 : 2014.04.26. ~ 2014.07.27.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대본 : 한정석 

작곡 : 이선영

연출 : 박소영

출연 : 김종구, 정문성, 조형균 (한영범)

        신성민, 려욱, 이재균, 전성우 (류순호)

        진선규, 최대훈 (이창섭) / 안재영, 정순원 (신석구)

        주민진, 문성일 (변주화) / 윤석현, 백형훈 (조동현)

        이지숙, 손미영 (여신) 

제작 : is ENT 연우무대 

 

4월 26일에 프리뷰 첫공을 보고 무려 2달 만에 다시 보게 된 <여보셔>

그리고 초연의 아름다운 순호 전성우를 비롯해서 딱 내가 원했던 캐스팅.

(여기에 여신님까지 "이지숙"이었다면 완벽했을텐데 아쉽다)

프리뷰를 보면서는 초연배우들이 많이 그리웠는데

이날은 배우들의 합이 미칠 정도로 좋아서 초연이 전혀 그립지 않더라.

무대 위에서 완벽한 신뢰감과 소통을 나누는 배우들을 보니 샘이 날 정도였다.

정문성과 진선규는 참 귀신같이 극 전체의 분위기를 잘 이끌어가더라.

게다가 전성우의 "악몽에게 빌어"는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그야말로 진정한 넘사벽이었고!

 

까르르 웃다가 어느 순간 감정에 복받쳐 가슴을 쓸며 눈물을 흘리게 되고

그러나 나도 모르게 또 어깨를 들썩이고...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이었다.

어쨌든 중요하고 확실한 건,

이 작품은... 정말 잘 만들어진,

착하고, 이쁘고, 사랑스럽고, 감동적인 한 편의 동화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전성우란 배우는,

아직 어리지만 참 단단하고 야무진 배우라는 걸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전성우 순호로 인해 객석의 몰입도와 깊이가 완전히 달라졌다.

그냥 하나의 완전체를 보는 느낌!

전성우 순호가 있는 <여보셔>와 없는 <여보셔>는 확실히 다르다.

그가 풀어내는 순호의 감정은... 글쎄...

"홀림"이었다고 해두자!

개인적으론 이 녀석이 빨리 군대를 다녀왔으면 좋겠다.

군대를 마친 이후 배우로서 거칠것 없이 무대에 서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어떤 모습일까?

이 녀석이 되어질 모습은?

그 과정도 결과도 다 궁금하다.

  

드디어 이날 처음으로 조동혁 에피소드에 감정이 동화됐다

초연때부터 내내 존재감이 너무 없어서

순서를 앞으로 빼는게 차라리 좋겠다고까지 생각햤던 장면이었는데

배우들이 무대에서 주고 받는 대사와, 행동,, 눈빛을 보노라니 아주 자연스럽게 뭉클함으로 이어지더라.

그리고 프리뷰와 달라진 이 장면은 정말 조용히 강했다.

남한 정찰기 소리에 놀라 트라우마에 빠진 순호에게 손을 뻗는 한영범.

이어지는 대사가 너무 아름답고 다정해서 울컥했다.

"괜찮아, 형이랑 같이 가자!"

 

과장된 연기도 없었고,

돋보이려고 애쓰는 모습도 없었고,

무대를 불태우겠다는 부담스런 투지도 없었다,

모든 배우들이 오로지 진심이었다.

덕분에 맘껏 즐거웠고, 진심으로 따뜻했고, 아름답게 감동받았다.

심지어 난 이 여섯명이 부럽기까지 하다.

어찌됐든 그들은 자신만의 여신님을 만났으니까.

순호처럼 나도 해맑게 묻고 싶다.

"여신님! 나 보여요!"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