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9. 19. 07:48

<Rebecca>

일시 : 2014.09.06 ~ 2014.11.09.

장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원작 : 데임 다프테 뒤 모르에 <레베카>

대본, 작사 : 미하엘 쿤체

작곡 : 실버스터 르베이

연출 : 로버트 요한슨

무대 : 정승호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민영기, 오만석, 엄기준 (막심 드 윈터) 

        옥주현, 신영숙, 리사 (댄버스 부인)

        임혜영, 오소연 (나) / 조휘, 박인배 (잭 파벨)

        김희원, 최나래 (반 호퍼 부인) / 허정규, 정의갑 (줄리앙)

        이정화, 김장섭, 이광용, 김지광 외

제작 : EMK

 

얼마전에 포스팅할때 이 작품은 내 취향이 아니라 한 번 보는걸로 끝내겠다고 썼는데

사람 일이란 당췌 알 수 없는거다.

뭐 그렇다고 직접 예매를 한 건 아니고

동생이 못가게 됐다며 당일날 급하게 연락하는 바람에 또 다시 대타로 공연장을 찾았다.

어찌됐든 확실한건,

어떤 작품이든 첫번째 보다는 두번째 봤을 때가 느낌이 훨씬 좋다는거다.

이 작품도 보는 내내 "어~~~!" 하면서 놀랐다.

이번 관람의 핵은 "민영기"였다.

첫공때는 왠지 약간 어색한 옷을 입은것 같았는데

이날 보니 완벽하게 자리를 잡혀 본인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더라.

"놀라운 평범함"을 아주 스윗하게 불러서 그때부터 놀라기 시작했는데

"하루 또 하루'도 표정과 연기, 노래 다 좋았다.

"신이여"와 "칼날 같은 그 미소"도 이번엔 날카로움과 예민함이 아주 제대로 느껴지고

좀 망설이는 듯하던 연기도 거침없이 표현하니 작품이 확 다르게 느껴졌다.

 

솔직히 말하면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든

현실성 제로에 다들 정신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 사람들 뿐이다.

시종일관 목에 기브스하고 두 눈에 힘 팍 주고 있던 덴베스는 동성애 코드 잔뜩 보여주고,

사고사든 뭐든 범죄를 저지르고 사체유기까지 서슴치 않는 막심은 찌질함의 극치를 선보인다.

그리고 사랑에 눈이 멀어 막심의 범죄를 숨겨주는 동조자인 나.

(이건 너무 old한 신파 아닌가????????)

게다가 "나"는 동조자에도 적극적인 주도자로 변신까지 한다.

그렇게라도 사랑을 지키는게 "여자들만의 힘"이라고 주장하고 싶다면

그것 역시도 아주 심각한 과대망상이라

줄줄히 적혀진 병력에 진단명이 또 하나 추가되겠다.

개인적으론 결말도 참 맘에 안든다.

그야말로 잭 파벨의 말처럼 한 손이 다른 손을 가려준 셈이다.

 집은 불타고 범죄는 묻혀지고

 막심과 나는 지중해 해변가 작은 호텔에서 천년만년 아름답게 살았습니다~~~~

오히려 덴베스의 결말이 백만배는 정직해보인다.

"난 너를 위해서 모든 걸 다 바쳤는데 넌 나한테 그걸 숨겼단 말이지?

 그래! 그럼 같이 죽자!

 아! 근데 넌 이미 죽었지!

 그러면 내가 여기에 있는 네 흔적 다 불태우고 아주 쿨하게 죽어줄께! OK!"

.....................

.....................

남들이 환호하고 기립하는 작품에

너무 극단적이고 생뚱맞은 감상인가?

뭐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이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 28. 09:06

<Rebecca>

일시 : 2013.01.12. ~ 2013.03.31.

장소 : LG 아트센터

원작 : 데임 다프테 뒤 모리에 <레베카>

대본 : 미하엘 쿤체 (Michael Kunze)

작사 : 미하엘 쿤체

작곡 : 실버스터 르베이 (Sylverster Levay)

연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김문정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출연 : 유준상, 류정한, 오만석 (막심 드 윈터)

        김보경, 임혜영 (나) / 신영숙, 옥주현 (덴버스 부인)

        최민철, 에녹 (잭 파벨) / 이경미, 최나래 (반 호퍼 부인)

        이정화(베이트리체), 박완 (프랭크 크롤리)

        선우재덕, 정의갑 (줄리앙 대령) 외

 

어쩌다가 전혀 예정에도 없던 레베카를 보게 됐다.

그것도 다행스럽게 지난번과 캐스팅이 겹치는 배우가 단 한 명도 없다.

(오호라, 비교 살짝 할 수 있겠다~~ ^^)

과장됨없이 우직하게 직구로 승부하는 오만석의 막심이 좀 궁금하기는 했었다.

그리고 호평을 세레모니를 받고 있는 옥주현 댄버스도.

 

오만석 막심,

노래는 좀 약한 편이이지만

예상했던 그대로 우직하게 감정선을 잘 따라가면서 연기했다.

댄버스의 넘버 못지않게 변조와 리듬 변화가 많은 막심의 넘버가 아무래도 그에게는 조금 벅찼던 모양이다.

소위 말하는 삑사리도 여러번 났던 것 같다.

그래도 2막 보트보관소 장면에서의 연기는 정말 좋았다.

흔들리는 눈빛과 급변하는 감정의 변화를 오만석답게 잘 표현했다.

딕션 역시나 예술이었고!

(이 장면에 나오는 막심의 그 긴 넘버, "칼날 같은 그 미소"가 정말 어려운 노래구나 다시 한 번 절감했다.)

임혜영 나와 나란히 있는 서 있는 모습은 카차이가 별로 안나서 그런지 별로 이뻐보이지 않는다.

그냥 동년배 친구처럼 느껴져서...

류정한 막심을 보면서도 너무 젊게 설정된 게 아쉬웠는데

오만석 막심은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원작에서는 나와 막심과의 나이 차가 상당히 많은 걸로 나오는데

우리나라 라이선스 공연에서는 그런 느낌이 전혀 없다.

라이선스에서도 설정은 그게 맞는 것 같은데...

왜냐하면 막심의 넘버에 분명히 나온다.

"넌 너무 어려...." 라는 부분이!

(중후한 느낌의 막심은 오로지 유준상에게만 기대해야 하는 건가!)

 

옥주현 댄버스.

세간의 칭찬처럼 잘한다.

그러나 확실히 내 취향은 아니다.

<엘리자벳>에서 루돌프의 관을 부여잡고 통곡하던 장면을 기억한다면

그 장면의 목소리 그대로 옮겨온 게 옥주현 댄버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이게 발란스가 영 안맞는게, 

얼굴 이쁘고 몸매도 좋고, 대사할 때 목소리도 젊은 댄버스가

기이하게도 노래할 때만 목소리에 나이든 티를 사정없이 팍팍 낸다.

그런 설정이 음산하고 으스스하긴하다.

흡사 다중인격같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옥주현이 표현하는 댄버스라는 인물은 명백히 스릴러의 주인공 맞다!

"내가 조선의 왕후다"가 아니라 "내가 레케카다!"

뭐 대략 이런 느낌이다.

그래서 보는 내내 난감했다.

우리나라 라이선스에서는 아무래도 댄버스를 너무 강력하고 너무 쎄게 표현한 것 같다.

주종이 완전히 뒤바뀐 느낌이 드는게 영 찜찜하다.

레베카에 대한 신앙에 가까운 댄버스의 충성심이 느껴지지는 게 아니라

조물주가 창조물에 대해 갖는

일종의 궤도이탈된 소유권 주장 같은 게 느껴진다.

(이런 표현... 나도 참 어이 없다!)

 

임혜영 나는 너무 밋밋해서 존재감 자체가 흐려진다.

하긴 이렇게 막강한 조물주 앞에서 어느 누가 기를 펼 수 있을까!

(여러모로 이 작품의 진정한 피해자 되시겠다!)

최민철 잭 파벨은 에녹처럼 화려한 퍼포먼스로 이 작품을 쇼뮤지컬화 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스러웠다.

(에녹의 표현이 내겐 또 다른 스릴러였는데...)

예전에 비해 살이 좀 붙은 게 느끼히고 간사한 느낌을 더 살려주는 것 같다.

(그런데 좀 빼셔야 할 듯... 그러다 둔한 느낌으로 둔갑할 것만 같은 우려가...)

이경미 반 호퍼 부인은 역시나 물 만난 고기라 뭐 달리 할 말도 없고

줄리앙 대령 정의갑도 목소리 톤과 연기 다 괜찮았다.

(이 사람 앞으로 공연 무대에서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확실히 이 작품은,

댄버스와 막심에 의해 호불호가 좌우되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다행히 첫번째 관람보다는 호(好)쪽으로 기우는 것 같다.

나도 참 이상은 하다.

별로 좋은 소리 안 썼는데 호(好)쪽으로 기울었다고 말하니...

암튼 그렇다!

어느틈에 내 취향의 개스팅도 확실히 만들어고!

2차 티켓오픈이 되면 유심히 살펴봐야겠다.

"류정한-신영숙-김보경-최민철" 캐스팅이 있는지를.

없으면 미련없이 PASS~~!

 

* 29일에 "류정한-옥주현-김보경-에녹"으로 세번째 관람이 예정되어 있다.

   엘리자벳이 환생한 옥댄버스 때문에 벌써 걱정이다.

   제발 이것 하나만 그녀가 기억해준다면 감사하겠다.

   당신은 결코 "레베카"가 아니라는 사실을!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