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0. 10. 12. 08:13
우리나라에서도 영화화 되기도 했던 <대디 플라이 대디>의 전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문식, 이준기가 주연이었고 영화 제목은 "대디 플라이"
(안타깝게도 흥행은 그야말로 대참패였다)
코리언 재패니즈 가네시로 가즈키.
일본에서 한국계 일본인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는
생각보다 훨씬 더 어럽고 괴로운 일인 것 같다.
막연하게 알고 있던 코리언 재피니즈의 삶을 이 책을 통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가벼운 책이다.
그러나 결코 가볍기만한 성장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우리가 가진 역사가 너무 깊고 처절하다.
그 역사 속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정착해야했던 코리언 재패니즈들의 삶은.
이지매와 조롱, 비난의 연속이라는 걸...
재일동포 3세들이 정체성에 혼돈을 느끼고 방황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사실은 참 아프고 안타깝다.
"국적"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 소속감인지
가벼운 성장소설 한 권을 읽으면서 무겁게 절감했다.



가네시로 가즈키는 재일교포로서는 처음으로
일본 최고의 대중문학에 수여되는 나오키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다.
그것도 최연소 수상자라는 이력까지 남겼다.
그리고 이 책은,
실제 그의 가정사를 그대로 그리고 있다.
주인공 스기하라의 아버지가 철저한 마르크스주의자로 나오는데 가네시로 가즈키의 아버지도 그랬단다.
그 역시도 초,중학교는 조총련계를 다녔고
이후 아버지의 전향으로 국적을 바꾸고 일본인 학교로 전학을 했다.
그당시 조총련계로부터는 매국노라는 비난을 받아야 했고
일본인에게는 조센징으로 이지매와 차별을 당해야 했단다.
청소년 시절이 늘 차별과 정체성의 혼란기였던 거다.
그리고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 또한 그 모습 그대로다.
"우리는 나라란 것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비록 소설에 나오는 대사지만 그 울림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깊다.
같은 동양계면서 한국이나 중국 사람들의 피는 더럽다고 생각하는 일본.
아직까지 하나도 변하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 제국주의적인 우월감.
미국의 영웅주의와 하등 다를 바가 없다.
그래도 미국의 영웅주의는 멋모르는 꼬마들에게는 꿈과 희망이라도 잠깐 주지....
일본이라는 나라는.
어떻게 생각하면 묘한 사이비 종교집단 같다.
21세기에 아직도 이럴 수 있다는 게 솔직히 무서울 때도 있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이 책이 일본에서도 출판됐을텐데 어땠을까?
기우일지도 모르지만 그닥 일본에서 많은 읽은 소설은 아닐듯 싶다.
일본이라는 나라...
다른 나라에 특히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무지 보수적이고 이기적이고 우월적이니까...
그런 재일동포를 대한민국 또한 재대로 보호하지 못해
많은 사람들이 조총련계를 선택하는지도 모르겠다.
...... 우리들의 몸에는 자기들의 직계 조상으로부터 대대로 물려받은 독특한 '징표' 같은 것이 새겨져 있는데, 그 징표는 무지무지 오랜 시간이 흐르거나 어지간한 일이 없는 한, 내내 변하지 않고 자손에게도 이어져 내려간단 얘기야. 그래서 그 징표를 기준으로 삼으면 엄청난 수의 가족이 결집될 수도 있다는 말이지 ......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얼마난 대단한 결집력을 등한시하고 있는 중인가!
조총련 민족학교의 자아비판도, 일본 학교의 조선인 사냥도
지금 대한민국의 무관심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을 하니 씁쓸하다.
가벼운 성장 소설을 읽고
내가 너무 깊게 오버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동화냐, 배척이냐.
어쩌면 책 속의 딜레마가 아니라
내가 품고 있는 오랜 딜레마가 책을 빌어 고개를 든 건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아직까지 늘 같은 질문을 매여있다.
난 누구지?
도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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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동네 책거리2010. 2. 20. 05:56
 <이갈리아의 딸들> - 게르드 브란튼베르그


 이갈리아의 딸들


기발하고 재미있는 역발상(?)의  소설도 있다는 걸 아시나요?

오늘 소개할 책이 그런 책 중 한 권입니다.

작가 게르드 브란튼베르그 1941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출생. 오랫동안 교사 생활을 했다고 하네요. 1970년대 초반부터는 여성해방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오슬로 여성의 집>과 <매맞는 아내들을 위한 쉼터>에서 일해 오고 있다고 합니다.

이 사람이 쓴 또 다른 책들은 <전세계의 동성애자여, 일어나라>, <그래, 이젠 그만>, <성 크로와에게 바치는 노래>, <페리호를 타고> 등이 있답니다(작가의 성향이 조금 이해되시겠죠?) 이 책은 모국어로 출판됐을 때 보다 영어로 번역되어 나왔을 때 오히려 더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하네요.

유럽에선 연극으로 장기 공연되기도 했다고 하고요...

<이갈리아의 딸들>

이 책은 성의 역할이 완전히 뒤바뀐 나라에 대한 이야깁니다.

먼저 “이갈리아”라는 단어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드릴께요.

이 책에서 나라의 이름으로 나오는 “이갈리아”는 평등주의를 뜻하는 “egalitarian” 단어와 이상국을 뜻하는 “utopia” 두 단어가 합성된 말로 “평등한 유토피아”란 뜻입니다.

좀 느낌이 오시나요? 

이 나라에서는 여성을 움(wom)으로 남성은 맨움(manwom)으로 부르고, 아내는 여전히 “wife”, 남편은 “housebound”라고 부릅니다.

여성들은 자신에게 정자를 제공한 아이 아버지에게 '부성보호'를 지명할 수 있고(쉽게 말하면 남자 가정부라는 뜻이죠 ^^), 맨움들은 부성보호를 받기 위해 다달이 행정관서에 가서 피임약을 먹고 사인을 받아야 합니다. 나는 이 나라가 지정한 여자에게만 정자를 제공하겠다는 뭐 그런 서약 비슷한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사회를 이끌어가고 정치를 하고, 경제 주체가 되는 사람들이 wom이고 manwom은 그 여자가 벌어오는 돈으로 가정을 꾸미고, 미용실을 가서 본인 자신을 가꾸고, 자녀를 양육하는 뭐 대략 그런 나라입니다.

여성들은 당당히 윗옷을 벗어 가슴을 자랑스럽게 드러내고 다니고 대신 남성들이 여성처럼 “페호”라는 코르셋 같은 보호기를 착용해야 하는 나라. 댄스파티에서 수줍게 여성의 춤 신청을 받기위해 신경전을 벌이는 나라. 혹 여성에게 선택받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전전긍긍하는 남자들이 사는 나라...

그런 나라가 바로 “이갈리아‘라는 곳입니다.


이 책은 어떻게 생각하면 코믹한 책이고 어떻게 생각하면 심각하다 못해 공포감마저도 느껴지는 내용입니다.

성의 역할의 기존의 개념과 정확히 정반대인 나라.

남자들이 여성들에게 강간당하고,

여자들에게 구타당한 멍든 얼굴을 진한 화장으로 감추는 남자들이 사는 곳.

정자가 수치의 근원이고 월경은 힘의 원천인 사회.

어찌됐든 내용적인 면에서 이 책은 페미니즘을 이야기할 때 항상 나오는 책이기도 하지만 어쩐지 저는 페미니즘 소설로 치부하기엔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 스스로도 이 책이 조금은 지나치다고 말하고 있지만, 어쨌든 굉장히 재미있고 신선하고. 동시에 생각거리를 만들어 주는 내용임에는 분명합니다.

여성과 남성이 아닌 “사람”을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죠.

갑자기 가수 김건모가 부른 “핑게”라는 가사의 일부가 생각납니다.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

인간과 인간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

“역지사지”

이런 입장 바꿔 생각하는 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바야흐로 "갈등" 구조가 표면화되는 거죠.

어떤 형태이든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사이엔 갈등이 생기게 되면 그 구조 자체를 파괴하고자 시도하는 움직임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어떤 특정 개인이든, 상황이든요.

이곳에도 그런 사람이 존재하게 됩니다.

잃어버린 자아와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남자, “페트로니우스”가 바로 그 도화선에 해당하는 인물이죠.

그에게 아버지는 멘토의 역할을 합니다.

강간당한 아들에게(아들을 강간한 그 여자는 임신을 하게 되고 페트로니우스에게 부성보호를 명령하죠) 아비는 말합니다.

"그에게서 부성보호를 받으면 안 된다. 페트로니우스! 삼십년 간, 아니면 네가 버틸 수 있는 한, 하루 스물 네 시간 꼬박, 처음부터 끝까지 고달프고 힘든 일이라구. 그리고 만일 세세한 부분까지 아내를 만족시키기 위하여 스물 네 시간 내내 일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비난뿐이야. 페트로니우스! 만일 내가 너라면, 지금...만일 내 입장이라면...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거야. 가정과 아이에 대한 꿈은 집어치우고 내 자신을 찾고 싶어...”


드디어 맨움들에 의한  맨움해방주의가 싹뜹니다.

맨움도 움이 가진 것과 똑같은 권리, 권력, 기회를 가져야 하며, 평등을 얻기 위해서는 현재의 상황이 변해야 한다는 정치적 신념. 이것에 근거한 사회운동을 부르짖게 되죠.

이제 그들의 외침이 순탄치 않으리란 건 예상이 되시겠죠?

언제나 힘든 시작엔 필사적인 억압이 있었으니까요. 어느 시대든, 어떤 상황이든, 그리고 누가 어떻게 시작을 했든...


그렇다면 이 책,

결국 여성해방을 꿈꾸는 내용인건가요?

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양성해방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양성존중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네요.

여성이기에, 남성이기에 보호받아야 하고 인정받아야 한다는 게 아니라 인간이기에, 사람이기에 하나의 귀중한 객체로 보호받고 인정받아야 한다는 사실.

더 이상 누군가가 누군가의 인생에 얹혀사는 존재가 아닌, 그래서 팔자 고치는 삶을 꿈꾸는 게 아니라 내 삶을 내가 살아가야만 나에 대한 진정한 자존감을 갖게 된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쓰고 보니 참 교훈적이네요....^^)

이 책을 읽고 여자란 무엇인가? 혹은 남자란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나>란 무엇인가를 생각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램을 해 봅니다.

"혁명"이라는 말...

지금 우리가 꿈꾸고 희망하는 모든 것들이,

어느 순간,

우리에게 <혁명>이 될 수도 있습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1. 5. 23:01

주목받은 젊은 작가

김영하 - <빛의 제국> 
 

빛의 제국
 

김영하...

1968년생 작가로 재미있고, 특이한 소설을 발표해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파리에서도 작품들이 번역돼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입니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엘리베이터에 낀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오빠가 돌아왔다>, <검은꽃>, <빛의 제국>, <퀴즈쇼> (.... 제목들도 범상치 않은 느낌이지 않습니까? ^^)
제가 읽은 김영하의 소설들입니다.
열거한 책들 중에서 흥미롭지 않은 책은 단 한권도 없었답니다,


<빛의 제국>은 간단히 말하자면 남한에 내려와 오랜 시간 살아가고 있는 고정간첩에 관한 내용입니다.
아예 작가는 시작부터 주인공이 간첩이라는 사실을 드러내 놓고 있습니다.
사실 이렇게 처음부터 밝혀놓고 이야기를 어떻게  끌어나갈 지 궁금증 반, 의구심 반이 들기도 했구요.
21세기에 간첩 이야기라니....
어쩌면 뻔한 내용일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고, 혹은 사상과 관련된 조금은 고리타분한 내용이 아닐지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이념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어버린 한 남자의 그야말로 이야기 같은 시간들의 연속입니다.
이미 고정선이 끊겨져 북한에서도 잊혀 졌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던 한 남자에게 갑자기 복귀하라는 명령이 떨어집니다.(그것도 스펨 메일 형태로... 참 기막히지 않습니까?)


주인공의 직업은 자본주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 산업, 그것도 수입영화 배급사의 사장입니다.
늘 야한 동영상에 미쳐 있는 위성곤이란 직원을 둔 사장님이시죠.(별 활약도 없는 이 직원에게도 주목해주세요--->왤까요~~~~?)
그의 아내 장마리는 수입 자동차 딜러고 주인공과의 사이에서의 딸 현미는 벌써 중학생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아내는 연하라고 하기에는 심하게 민망한 21살 대학생 애인까지 두고 있는 그야말로 대단한 여성이기도 하죠.
물론 가족들은 그가 고정간첩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합니다.

이 남자의 삶과 이름은 두 개로 분리 되어 있고 그리고 정확히 각각의 삶의 절반씩을 각각 완전히 다른 이념의 세계 속에서 완벽하게 분리하여 살아 왔습니다.
평양외국어대 영어과를 나온 김성훈이라는 북한 엘리트 청년은 비밀스럽고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21년의 북한의 생을 뒤로 하고 남한으로 넘어오게 됩니다. 그리고 나머지 21년은 김기영이라는 이름으로 완벽히 위조된 인생을 이곳 대한민국에서 완벽하게 수행하며 살고 있었죠,
아마도 이쯤 되면 본인의 정체성도 심한 혼돈과 괴리를 겪게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주위 여건들의 이런 복잡성에 복잡성을 더해줍니다.

세상에 완벽한 비밀이 존재할까요?
나를 지우는 작업이 정말 가능하고 할 수 있는 일일까요?
혹시 지금의 나 역시도 또 다른 나를 살고 있는 건 아닐까요?
가만히 살펴보면 모두가 필사적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그 속에 분리된 삶을 옮겨다 놓는다면.....
그리고 다시 그 삶을 또 옮겨 놓으라고 한다면....

간첩이 되는 첫 번째 조건이 뭔지 혹시 아세요? (^^;;)
그건 매력을 없애고 따분해지라는 겁니다.
분명 그 곳에 있었는데, 그리고 내가 알고 있던 사람이 맞긴 하는데 일부러 떠올리려고 하면 할수록 점점 더얼굴이 희미해지는 사람...
혹시 떠오르는 사람이 있으세요?
어떠세요?
그 사람 얼굴이 기억나시나요?
기억나지 않는다면.... 혹시..... (^^)

보너스 팁 하나!
그의  최신작 <퀴즈쇼>를 뮤지컬로 만든다고 하네요.
얼마전까지 간간히 소식이 들렸는데 지금은 좀 잠잠한 것 같기도 하고...
(가능할까 싶기도 하고.... 뭐 딱히 불가능하지도 않겠지만....)
<퀴즈쇼>, 요 책도 정말 물건이라는 사실을 추가적으로 알려드리며 싶어 사족을 달았습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8. 12. 26. 06:03

<도플갱어> - 주제 사라마구


 
 


 

 

 

 

 

 

 

 

 

주제 사라마구는 1922년 포르투칼에서 태어나 현재까지 생존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1998년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현존하는 몇 안 되는 대가중에 한 분이시죠.

저는 <눈 먼 자들의 도시>란 책을 통해 이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했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눈 뜬 자들이 도시>까지 열심히 찾아 읽는 얼치기 팬이 된 상태입니다.

얼마전엔 <동굴>까지 찾아 읽었고 지금은 새로운 책을 읽을 준비를 하고 있답니다 ^^

도플갱어는 주제 사라마구가 84세의 나이로 쓴 소설로 작가를 몰랐다면 아마 젊은 사람이 썼다고 생각할 만큼 신선하고 특별합니다..

(우리 병원 도서관에 구비되어 있답니다 ^^)

* 참고로 주제 사라마구의 대표작 3권(눈 먼 자들의 도시, 도플갱어, 동굴)을 인간에 대한 3부작이라고 합니다


도플갱어...

독일어로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자'라는 뜻으로 더블(분신 복제)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도플갱어는 '또 하나의 자신'을 만나는 현상인데 현대 정신의학 용어로는 오토스카파(자기상 환시)라고 하네요.

이 세상에 나와 똑같은 존재가(본인도 모르게 헤어진 쌍둥이 이야기 절대 아닙니다) 어딘가에 살고 있다면... 그리고 그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인구 500만의 대도시에 거주하는 중학교 역사교사 테르툴리아노 막시모 아폰소는 어느 날, 동료교사의 추천으로 비디오 한 편을 빌려보다 자신의 5년 전 모습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 영화에 나오는 걸 발견하게 되고, 하나하나 그 사람을 찾아내는 과정을 거치면서 드디어 서로를 대면하게 되죠,

팔뚝의 점, 후천적으로 생긴 흉터까지도 꼭 닮은 외모, 거기에다 목소리와 지문까지 똑같은 두 사람의 존재는 서로에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동이자 공포일 수 있습니다.

이젠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두 사람의 싸움은 각자의 배우자와 연인들, 그리고 가족들까지도 얽히게 됩니다.

이 둘은 결국 서로의 자리를 바꾸게 되고(그 상황이라는 게... 서로에 대한 책망, 분노, 그리고 어쩌면 조금은 끔찍한 쾌락까지도 포함된) 그 상황에서 한 명이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자...

세상엔 이 둘이 서로 바뀐 사실을 아무도 모릅니다.(나중에 어머니가 알게 되긴 하지만 그 사실 자체가 비극입니다)

이제 어떻게 될까요?

산 자가 죽은 자로 행세하며 여생을 마쳐야 하는 상황...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은 아무렇지 않은 듯, 그냥 스쳐지나가듯 인간의 잔인함과 섬뜩함을 느끼게 만듭니다.

그러나 그 섬뜩함 뒤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생각과 과거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그것도 결코 강요된 교훈이 아닌 파고 드는 느낌으로...

혹 이 책을 읽고 이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 보고 싶은 분들은...

<눈 먼 자들의 도시>를 적극 권해드립니다.

어떤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단 한 명만 빼고 이유도 없이 눈이 멀어 갑니다. 다수의 눈 먼 사람들의 공포와 단 한명의 눈 뜬 사람의 공포로 전개되는 이야기...

그 속에도 인간의 섬뜩함이 숨어 있습니다.

 

도플갱어 현상은 현재는 신비주의의 현상으로까지 확대 이해되고 있습니다.

미스터리의 하나로 간주되기도 하구요.

자신의 분신, 또 다른 도플갱어를 만나게 되는 사람은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고도 하고, 그 현상에 대한 많은 사례가 알려지고 있기도 합니다.

혹 도플갱어를 만나게 되면 말을 걸면 안 된다고 하네요.

어쩌면  살아남을 수도 있을지 모르니까요...(약간 공포스럽죠?)

인간에 대한, 자기 자신에 대한 데자뷰 현상을  직접 목격하게 된다면....

memento mori.....

이 책을 읽으면서 이 말를 떠 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 Remember! You must die!!!"


주제 사라마구...

제가 이곳에 꼭 소개하고 싶었던 작가 중 한 분입니다.....

이 분의 책을 읽을 때의 주의 사항 하나!

문단이라는 게 없습니다.

첫장부터 마지막 까지 빽빽하고 알찬 책을(?) 만나실 수 있답니다.

그래서 주의 깊게 읽지 않으면 같은 줄을 몇 번이고 계속 반복해서 읽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된다는....
어쩐지 제자리 걸음을 걷는 것도 같고, 같은 곳을 뱅뱅 돌고 있는 그런 느낌...

인간에 대한 혼란,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의도하는 의식적인 문단 형태는 아니였을까  추측성 판단을 하게 만드는 묘한 책입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