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5. 11. 24. 07:55

포폴로 광장을 둘러본 후 이정표부터 찾았다.

착한 이정표가 알려준 화살표를 따라 정해진 다음 행선지를 트레비 분수(Fontana di Trevi)

(나홀로 광장투어의 일등 공신을 꼽자면 로마 시내 곳곳에 있던 이정표들이다)

가는 길에 잠깐 둘러본 "Gesù e Maria" 성당.

성당 안 한켠에 마더 테레사 신부와 교황 사진이 놓여 있는게 이색적이었다.

(분명 사연이 있을 것 같은데 알 방도는 없고...)

유럽의 거리를 걷다보면 한 집 걸러 한 집이 성당이다.

첫유럽 여행 때는 그게 너무 신기해서 눈에 보이는 성당마다 다 들어갔더랬다.

그런데 로마에서는 그랬다가는 골목 하나를 지나는데만도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릴거다.

그래서 마음에 당기는 성당 몇 곳만 들어갔다.

 

 

트레비 분수 방향으로 걷다가 작은 광장을 만났다.

여지없이 발길이 멈춰진다.

이정표를 보니 콜로냐 광장(Piazz Colonna)이라고 적혀 있다.

물론 사전 지식이 전무해서 나중에 찾아 봤더니

AD 176년 로마 황제 아우렐리우스의 전승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광장이란다.

광장 한가운데 서있는 높이 42m 원기둥에 그때의 전쟁 장면이 부조로 세겨져 있다.

지금은 카톨릭 국가답게 사도 바울 동상이 꼭대기에 세워져 있지만

예전에는 전쟁 영웅 아우렐리우스 동상이 서있었다고.

 

 

콜로냐 광장을 지나 도착한 곳은 트레비 분수(Fontana di Trevi))

전면 보수 중이라 찾아간게 민망할 정도였지만

그래도 로마까지 왔는데 트레비 분수는 보고 가야 할 것 같아 일부러 찾아갔다.

트레비 분수는 로마에서 현존하는 분수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놀라운건 조각 전체가 하나의 원석으로 만들어졌단다.

이곳에 동전을 던지면 로마에 다시 돌아온다는 속설이 있어서

여행자들의 로망인 곳이지만 아쉽게도 보수 중이라 동전을 던질 수는 없었다.

그런데 동전을 던지는 것도 그냥 던지면 안된단다.

뒤돌아서서오른손에 동전을 들고 왼쪽 어깨 너머로 던져야 한다는데

동전을 한 번 던지면 로마에 다시 올 수 있고

두 번 던지면 평생의 연인을 만날 수 있고

세 번 던지면 배우자와 이혼할 수 있다고... ^^

(아무래도 세 번째 동전을 던질때는 보는 눈들이 있으니 비밀스러울 필요가 있겠다.)

올해 10월 말 드디어 트레비 분수의 보수가 완전히 끝이 났다.

아마도 지금 로마에 있는 여행자들은 동전을 던지며 열심히 소원을 빌고 있겠지 싶다.

이곳에서 매일 수거되는 동전이 무려 3,000유로나 된다고!

이쯤 되면 확실히 무시할 수 없는 로마의 수입원 되시겠다.

(매일 수거된 동전은 로마 내 문화재 복원과 보호에 쓰여진다고...)

그리고 개인적으론 스페인광장에서 못먹었던 젤라토를 드디어 이곳에서 먹을 수 있었다.

오랜 뚜벅이 관광에 갈증도 나고 배도 고팠는데

커다란 젤라토를 손에 쥐니 얼굴에 저절로 초등생의 미소가 번지더라.

달콤하고 시원하고...

확실히 젤라토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맛이다.

(이게 이날 내가 먹은 점심 식사이기도 했고 ^^)

 

스페인에서 이탈리아로 넘어오는 비행기에서 조카랑 그랬었다.

"우리 그리스 여행때처럼 매일 젤라토 하나씩 사먹자!"

결심은 원대했으나

어쩌다보니 이게 이번 여행의 유일한 젤라토가 되버렸다.

티본 스테이크, 파니니, 나폴리 피자를 못먹은건 전혀 서운하지 않은데

달콤한 아이스크림과 젤라토를 한 번 밖에 못먹었다는건 지금까지도 서운하다.

모든 맛의 젤라토를 다 먹었어야 했는데...

사진을 보고 있으려니 지금도 입 안 가득 침이 고인다.

꿀꺽.

 

젤라토는... 참 이기적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5. 8. 28. 08:24

2박 3일의 피렌체는 너무나 짧았다.

2박이라고는 하지만 피렌체 도착한 시간이 저녁이었고

로마로 출발하는 기차가 낮 12시 38분이었으니 정확히 말하면 하루 반나절의 일정이었다.

매번 한 도시를 떠날때마다 아쉬움이 한가득이니

아무래도 다음부터는 한 도시에 오래 머무는 여행을 고려해야겠다.

(지금 생각은 체고 프라하 아니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돌아와서 피렌체와 로마에게 미안했던건,

내 여행의 이유의 대부분은 스페인이었기 때문에

이탈리아에 대해서는 미리 공부(?)하지 못하고 갔었다.

심지어 그 흔한 여행서조차도 안가져갔었다.

그래도 피렌체는 충분히 넉넉했다.

아니 떠남 자체가 내겐 늘 그랬다.

어쩌면 나는 헤맴을 위해 여행하는지도 모르겠다.

 

 

이탈리아까지 왔는데 그래도 파스타와 피자, 티본스테이크는 먹어줘야 할 것 같아서...

두오모 성당을 다녀온 후 우피치 박물관 가기 전에 푸짐하게 먹었던 점심,

남들은 맛집을 찾아다니느라 분주하지만

우리는 배고프면 들어가는 곳이 맛집.

그래니 맛없는 음식이 있을리가 없다.

티본스테이크는 크기가 꽤 됐는데 고기를 좋아하는 조카녀석이 금방 끌꺽했다.

평소에도 고기류는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기도 하지만

나는 고기보다 피자가 훨씬 맛있었다.

단백하고, 고소하고...

기본적으로 이탈리아는 올리브오일이 좋다보니 파스타도 풍미가  아주 그만이다.

양이 꽤 많아서 세 사람이 먹느라 참 애썼던 만찬.

그리고 후식으론 역시 젤라토.

아주 쉽게, 그리고 아주 빨리 행복해지고 싶다면

한 손에 젤라토를 들고 거리로 나서면 된다.

입 안 가득 퍼지는 차가운 달달함을 이길 수 있는건

세상 어디에도 없다.

 

 

피렌체 숙소  NAZIONI  Hotel.

조식은 좀 부실했지만

향이 좋은 커피와 커다란 크로아샹, 맛이 풍부한 치즈가 있으니 아침 만찬으로는 그만이었다.

(나.. 유럽 치즈 정말 너무 많이 사랑한다...)

그리고 산타 마리아 노벨라역 건너편이라 찾아가기도 아주 수월했다.

로마로 떠날때도 기차역이 가까우니까 아주 편했고.

그러고보니 이번 여행에서 숙소 운이 꽤 좋았다.

위치적으로도 모두 괜찮았고,

온수도 잘 나왔고,

침대도 깨끗하고 푹신했고,

호텔 프런트도 친절했고,

조식도 근사했다.

숙소 때문에 얼굴 붉히거나 맘 상했던 기억이 전혀 없다.

그러기 쉽지 않은데...

 

로마로 향하는 기차.

조카녀석의 초록색 털모자가 싱그럽다.

창 밖의 풍경들은 또 다시 계절을 껑충껑충 뛰어넘는다.

봄이었는데 여름이 되고

또 금방 가을로 넘어가더니 차가운 겨울이 된다.

바라보는 풍경은 시간의 개념을 무너뜨린다..

그래서였을까?

유럽에 머물렀던 15일이 나는 좀 더 길게 체감됐다. 

그걸 지루함이나 따분함과는 완전히 별개다.

충만한 시간을 한 번이라도 지나온 사람은

이 말 뜻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을까?

 

뭔가가 온저히 빠져있을때,

시간은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속도로 지나간다.

째깍...째......깍...........째............................깍...................................!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