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7. 15. 08:21

 

<아리랑>

 

일시 : 2015.07.11 ~ 2015.09.05.

장소 : LG아트센터

원작 : 조정래 <아리랑>

대본, 연출 : 고선웅 

작곡, 편곡 : 김대성

안무 : 김현

무대디자인 : 박동우

조명디자인 : Simon Corder

의상 : 조상경

음악감독 : 오민영

출연 : 서범석, 안재욱(송수익) / 김우형, 카이(양치성)

        윤공주, 임혜영(방수국) / 이창희, 김병희(차득보)

        김성녀(감골댁), 이소연(차옥비), 류창우, 정찬우, 최명경 외

제작 : 신시컴퍼니

 

이 작품의 원작인 조정래 <아리랑>은 촟 12권이다.

진심으로 걱정이 됐다.

이 엄청난 이야기를 140분이라는 짧은 시간 속에 담는다는게 가능할까 싶어서.

드디어 뚜껑이 열렸고, 우려와는 다르게 주위에서 호평의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기대반, 우려반으로 찾은 LG아트센터.

그런데...

원작의 아우라가 너무 강해서였을까!

나는 좀처럼 이 작품이 감동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LED 조명은 너무 과했고, 안무는 웹툰의 느낌이었고,

인물간의 갈등이나 고난에 가슴이 아프지도 않았다.

내가 생각해도 이상할 정도로 아주 덤덤하게 관람했다. 

원작이 워낙 방대한 탓도 있겠지만

전체적인 스토리도 자꾸 툭툭 끊어지고

1막은 너무 가볍게 풀어서 오래된 명랑만화를 대면하는 느낌이었다.

그 와중에 배우들 한 사람 한 사람은 너무나 진지해서 그게 오히려 괴리감을 주더라.

솔직히 많이 당혹스러웠다.

가장 인상 깊었던건 영화판에선 이미 유명인사인 조상경이 만든 의상과

국립창극단 소속 이소연(차옥비 역)의 소리였다.

"쑥대머리"도 "사철가"도 참 좋더라.

1막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걱정이 되긴 했는데

다행히 2막은 전체적으로 1막에 비해 훨씬 좋았다.

다만 감동을 강요하는 장면들이 좀...

 

이 작품을 보는 내내 창작 뮤지컬<청년 장준하>가 떠올랐다.

참 많이 기다리는 작품인데 정말 기약조차 없는 작품이다.

이 작품 보면서 참 가슴 먹먹하고 아팠었는데...

나는 아무래도

책에서 받는 감동과 여운에 더 지배를 받는 부류인가보다.

조정래의 <아리랑>은

뮤지컬이라는 장르로 쉽게 풀어질 수 있는 아우라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글의 힘은...

확실히 쎄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4. 2. 11. 08:58

작가 황석영 1973년에 썼던 중편 <비탈진 음지>

그 소설이 38년이 지나 장편으로 개작돼서 2011년 다시 출판됐다.

<황토>와 <비탈진 음지>

비슷한 이력을 지닌 이 두편의 소설 속에는

과거보다 먼 역사의 일부가 되버린 70년이 담겨있다.

내 아버지, 어머니의 젊은 시절이 있고 그리고 내가 태어난 그때.

생각해보니 초등학교(그때는 국민학교라고 불렸던)에 다닐때만해도

겨울이면 연탄가스 중독으로 결석하는 아이들이 심심치 않았다.

나 역시도 한 방에서 언니와 동생이랑 오글거리며 자다가 연탄가스를 마셨더랬다.

놀란 엄마가 우리를 깨워낸 후 제일 먼저 했던 일은 "동치미 국물"을 마시게 하는 일이었다.

일종의 응급처치였는데 그 가물가물하던 와중에도 살얼음이 살짝 낀 동치미 국물이 그렇게 맛있고 시원할 수가 없었다.

소위 말하는 정신이 번쩍들고 감긴 눈이 저절로 떠지는 청량함이었다.

그냥...

소설을 읽으면서 오래된 기억들, 그게 하나 둘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때의 "가난"과 지금의 "가난"이 얼마나 다른지 까지도...

 

장편으로 개작된 조정래의 <비탈진 음지>

참 구질구질한 현실이고 비루한 일상이다.

"음지"만으로도 서러운데 거기에 비탈까지 졌다니...

시난고난한 복천의 일생에 한번쯤 빛이 반짝하길 바랬는데

그게 거짓없는 현실이기에 오히려 할 말이 없다.

그런데 그게 비단 1970년대의 일일 뿐인까?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

다만 좀 더 지능적인 야반도주가 있고,

좀 더 지능적인 몰락이 있고,

좀 더 지능적인 파괴가 지능적으로 남아 있을뿐이다.

 

복천의 잘려나간 다리 앞에서 나는 속수무책으로 절망했다.

그래도 살다보면 아주 잠깐이라도 음지에 반짝하고 빛이 들지 않을까 희망했는데... 

조정래는 끝까지 정직했다.

그 정직이 나는 너무나 무섭다.

마치 너는 지금 어디로 무작정 상경하고 있느냐고 묻는 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1. 8. 19. 08:15
나이가 들면 반추( )라는 걸 하게 된다는데...
아마도 대가 조정래도 그런 모양이다.
그에게 과거 중단편이었던 <황토>가 내내 아픈 손가락이었던가!
꽤 오랜 시간이 지나 장편으로 달바꿈된 <황토>를 출판했다.
그리고 말했다.
"나는 이 책을 정본으로 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이제 조정래의 <황토>에 대한 생손앓이는 끝났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니엔 그가 책에서 말한 시대도
그가 살아온 시대도 너무 우울하고 암울하다.
조정래 새대에 문학적 대가들이 많았던 게 이런 이유도 상당부분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래선가?
나는 우리가 문학적으로 참 빈곤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끔은 한참 앞세대의 사람들을 잔인하게 질투하고 싶어진다.
 


모두 다같이 전쟁이라는 흙탕물을 뒤집어썻으면서도
그녀를 향한 사람들의 따돌림은 인정사정없이 맵고도 짰다.

과거의 역사를 되집어 보는 건 언제나 잔인하고 죄스럽다.
부모를 살리기 위해 일제 식민지 시대에 일본 주임 야마다의 첩이 되어 낳은 첫째 박태순
해방 후 독립투사 아들 박항구에게 어찌어찌하여 처녀 시집을 가서 낳은 둘째 박세연
그리고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이 되어 나타난 남편이
다시 미군에 의해 북으로 홀로 올라가서 갗은 고초를 겪게 된 점례.
서양 군의관 프렌더즈의 신원보증으로 풀려났지만
프란더즈는 본국으로 떠나고 파란 눈의 아이 동익은 그녀에게 남겨진다.
이런 인생사!
구질구질하다못해 신물이 날 지경이다.
아비가 다른 세 명의 아이!
게다가 그 아비가 일본인, 한국인, 미국인이라니 이런 비극도 없다.
첫째는 그나마 생김새에 차이가 없지만
파란 눈의 셋째는 주변의 시선 외에도 큰 형의 모진 모욕과 굴욕이라는 고통을 겪는다.
병적일 정도로 산에 집착하는 셋째.
그가 말한다.
"세계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를 정복해서 나도 당당한 사람이라는 걸 꼭 보여주고 말겠다"
그게 인생의 목표라면
그 삶 또한 얼마나 비참하고 아플까!
당당한 사람이라는 게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이런 인생은 정말이지 없었으면 좋겠다.
이런 역사는 정말이지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황토.
그 붉으죽죽한 흙탕물이
나는 철철 흐르는 피처럼 두렵다.

견딜 수 있겠는가?
피칠갑된 이 시간들을!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1. 7. 15. 05:50
최인호는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로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K에 대해 언급하더니
황석영은 <낯익은 세상>으로
소비와 생산의 세상이 남긴 인간 세상의 폐허를 이야기한다.
이러다  정말 "낯익은 OOO"이 문학적 화두가 되는 건 아닐까?
최인호, 황석영, 조정래...
요즘 문학계 노장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그리고 그 심상치않음이 나는 신명나고 즐겁고 그리고 고맙다.
(장편으로 새롭게 탄생된 조정래의 <황토>도 어여 읽어봐야지!)



그에게 이 소설은 여러 의미로 남다르리라.
작가생활 50년 최초로 전작으로 발표한 장편소설 <낯익은 세상>
작년에 <강남몽>의 표절시비로 구설수에 올랐던 황석영은
이번엔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을 떠올리게 하는 "꽃섬"이라는 세계를 만들어냈다.
작품을 위한 칩거였는지, 구설수를 피하기 위한 일종의 은둔(?)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소설을 쓰기 위해 그는 중국 리장(麗江)과 제주도에 거의 머물렀다고 한다.
시간이 멈춘듯한 장소였다는 중국의 리장.
그러나 그곳 역시도 대도시 뉴욕이나 파리처럼 
인간의 욕망에 의해 점령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소설의 모티브를 생각했단다.
뭐 굳이 그걸 중국까지 가서 느낄 필요는 있었을까 싶긴 하다.
왜냐하면 눈만 돌리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딱 그러니까.
소비와 생산의 잔재로 점점 폐해와 쓰레기더미로 변하는 세상.
난지도 쓰레기 매립지에 인접한 곳에 터잡고 산지 오래된 나는
어릴 때 문만 열면 온갖 기묘한 쓰레기 냄새가 아침을 그야말로 화끈하게 열어주곤 했었다.
그 쓰레기산이 지금 저렇게 멀쩡한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변신해서
서울시민의 쉼터가 됐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긴 하다.
내가 아는 최고의 before-after 반전스토리가 아닐 수 없다.
옆길로 들어와버리긴 했지만
어쨌든 그 곳에 사람은 산다.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소설처럼 김서방네 가족이 사는 제 3의 공간(도깨비 세상)이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지극히 팡당한 시츄에이션인 도깨비를 등장시킨 이유에 대해 황석영은 말했다.
"욕망의 추악한 냄새와 잿더미, 자연적 치유의 순환 고리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도깨비 정령들을 불러내 하나의 화해의 모티브로 제안했다" 라고...
글쎄...
내 지적 능력이 현격하게 떨어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김서방네 대가족보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소리다.
"세상에 니들만 사는 줄 아냐?" 라는데
그렇다고 도깨비를 버젓이 등장시킨건 너무 환상적(?)이고 유아적이지 않나?
나이가 들면 어린아이가 된다는데...
황석영의 친구들도 그랬단다.
만년 문학은 "치매문학"이라고.
그래서 대략 그려려니 하고 이해하기로 했다. (*^^*)



수월하고 쉽게 읽혀지는 소설이다.
환상소설? 성장소설? 어른을 위한 동화? 혹은 재난 소설?
암튼...
읽으면서 코멕 맥카시의 <The Road>와 비교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The Road>가 대단한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황석영의 예전 성장소설들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딱히 줄거리가 중요한 것 같지도 않고
깊이감이 있어 읽고 난 후에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류의 책 역시 아니다.
성찰 혹은 반성 좀 하라고 훈계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그냥 도깨비 세상 같다.

열심히 필력을 자랑하고 계시는 황석영이 현재 구상하고 있는 책이 있다는데
이게 또 의외다.
"내년이면 등단한 지 딱 반세기인데 50주년 기념으로 《이야기꾼》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쓸 거예요. 황석영을 아바타로 만들어 19세기에 두고 여러 풍랑을 겪는 이야기꾼의 일생을 다룰 예정이죠.연재가 아니라 전작으로 집중해 쓸 겁니다. 저의 80세,90세 때의 모습이 보이시나요?"
그러시단다.
황석영의 아바타라...
그 연세에 참 다양한 시도를 끊임없이 하는 저력은 일단 너무나 놀랍다.
결과물이 그만큼 잘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
혹시 이러다 스타워즈급의 소설 한 편이 탄생하는 건 아닐까?
문득 황석영 아바타가 광선검을 들고 서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대략 난감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1. 3. 28. 06:35

조정래의 1970년대  초기작품을 모아 재판된 책 <상실의 풍경>
그를 두고 왜 대가라는 말을 거침없이 쓰는지 충분히 알 것 같다.
<태백산맥> 10권, <아리랑> 12권, 그리고 한강 <10권>
나는 그동안 그의 대하소설이나 장편소설에만 너무 익숙했었는지도 모른다.
그건 분량이 주는 위대함과 동시에 내용이 주는 거대함의 압도이기도 했다.
그의 단편들을 눈에 담는건,
조금은 당혹스럽고 익숙하지 않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런,
몇 장을 읽지도 않았는데도 그만 그 속에 푹 빠지고 만다.
작가 조정래는 또 다시 70년대 그 격변의 현장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 역사가... 그 시간이...
명확하고 분명하게 실감된다.
그의 글들은 내가 결코 알지 못할 시간들을 직접 체험하고 육화하게 한다.
어떻게 이런 일들이 가능할까???

누명
선생님 기행
20년을 비가 내리는 땅
빙판
어떤 전설
이런 식(式)이더이다
청산댁
거부 반응
상실의 풍경
타이거 메이저 

이젠 전부 역사 속의 일이다.
여순반란사건, 베트남 전쟁,
그리고 월북한 아비로 인한 대를 이은 빨갱이 낙인,
연좌제라는 몰상식의 폭력은 아들의 소위 임관 자격을 박탈함으로써
건장하고 유망한 청년의 일생을 하루 아침에 바닥으로 내동댕이친다.
조정래는 말한다.
"유전병치고도 아주고약한 유전병"이라고...
그런데 지금 이 모든 것들은 정말 과거의 이야기에 불과할까?
전쟁, 피난, 미군, 카투사. 그리고 한국군에 대한 차별...
전후복구 세대들의 지독한 가난과 살아가기 위한 치열함.
한 편 한 편의 역사와 시간을 읽는 건,
곤욕이었고 비참함이었고 억울함이었다.
그리고 아련하게나마 이런 느낌을 갖을 수 있는 마지막 세대가 지금의 나인 것 같다.

조정래를 생각하면 <태백산맥>의 논란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보안법상의 이적 표현물과 적에 대한 고무 찬양!
한때 이 책은 절판이 되기도 했었다.
1992년에는 이런 웃지 못한 대검 발표도 있었다.
"학생이나 노동자들이 읽으면 불온서적 소지, 탐독으로 의법 조치할 것이며,
  일반 독자들이 교양으로 읽는 경우에는 무관하다"
정말 황당하지 않나?
누가 읽느냐에 따라 위법의 여부가 결정된다는 사실이...
시덥잖은 권력에서 시작된 폭력은 그 몰상식으로인해 더 잔인하고 비열하고 비겁하다.
그 비바람의 폭력을 고스란히 받으면서 버텼던 직기 조정래가
그래서 나는 신화처럼 위대하고 거대하고 신비롭다.

확실이 전후의 우리 문단은
그로 인해 풍성했고 의미심장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12. 7. 05:58
김용철 변호사가 쓴 <삼성을 생각한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허수아비춤>
조정래였기에 이렇게 쓰는 게 가능했을까?
(참 복합적인 감정이다. 그가 많이 참으며 썼을까? 아니면 이 정도도 조정래이기에 가능했던걸까?)
그는 말했다.
"이 작품을 쓰는 내내 우울했다...... 책을 읽은 사람들에게 모욕감을 주고 싶었다"고.
그는 작품을 쓰면서
끔찍하고 절망스러워서 썼다가 지운 내용들도 많다고 고백했다.
책의 내용보다 이 말에 나는 더 큰 모욕감과 모멸감을 느꼈다.
책을 출판하고 언론사 기자들과 간담회 비슷한 것도 했던 모양이다.
세 신문에서 참석하지 않았단다.
기업에서 경영하는 중앙일보, 문화일보, 동아일보는 한 줄도 기사화히지 않았다고 한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둘째 사위가 동아일보 사장의 아들이란다.
소설보다 재미있다 끔찍하다.
한국 언론의 실태와 재벌간의 관계가...
그의 말대로 우리 나라 언론은 여전히 원시적이고 반사회적이다.
오랜 세월동안 유구하고 거침없이...
변함없이 초지일관한 언론의 외길인생에 삼가 머리 숙여 조의를 표한다.
부디 고이 잠드소서...



이 책의 내용이 충격적인 내용인가!
이미 모든 사람들이 다 잘 알고 있는 내용이기에
아니 오히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는 현실이지만
이렇게 활자화되어 나오니 참 여러 형태로 부끄럽다.
장구한 인류사에서 가장 강한 권력은 "돈"이란다.
자기보다 열 배 부자면 그를 헐뜯고, 자기보다 백 배 부자면 그를 두려워하고,
자기보다 천 배 부자면 그에게 고용당하고, 자기보다 만 배 부자면 그의 노예가 된다
이 강력한 돈은 로비를 위한 비자금이 되어 차명계좌 속에 쌓여간다.
(게다가 5만원 지폐가 나온 덕분에 비자금을 현금화할 때 부피가 1/5로 확 줄었단다.
 그래서 그들은 10만원 권을 열렬히 기다리고 있단다. 
 1/10로 또 다시 부피가 준다면... 그들의 로비를 위해서는 더없는 환상이겠지!
 어쩌면 고액지폐가 나온 목적이 재벌의 로비자금 부피 절감을 위해서인지도 모르겠다.)
로비의 목적은,
재산권 불법 상속과 경영권 불법 승계를 위해서다.
로얄 패밀리, 그들만의 특별한 세상을 위하여...
여기에 언론은 항상 북장단을 잘도 맞춰준다.
어찌어찌 재판까지 가게 되도
조폭과 별만 다를 것 없는 검찰께서 최종 도장을 꽝 찍어준다.
(까라면 까는 조폭 정신과 검찰의 상명하복과 검사동일체는 역시나 한 몸을 가진 썀쌍둥이다)
경제발전에 기여한 공이 컸고 잠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국민경제에 더 이상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이쯤 되면 걸판진 놀이판도 이런 놀이판이 없다.
당연이 술이 돌고, 돈이 돌고, 여자도 돈다.
뭐든지 구색을 갖춰야 소위 뽀대가 나기 때문에...
검찰의 그 유명한 자축의 폭탄주가 이어진다.
이야기 속에서 작가는 이런 모습들을  마당극같은 조롱으로 보여준다.
지들이 지금 조롱거리가 된 줄도 모르고 날렵한 충성심으로 폭탄주를 제조한다.
사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이게 다 마당극이었으면...
 


...... 큰 기업이 잘돼야 우리도 잘살게 되지, 대중들은 이렇게 동의하고 동조하면서 재벌들이 저지르는 죄를 가볍게 여겼고, 그들이 받는 사법적 특혜에도 지극히 관대했다. 국민경제를 위하여......, 그 기업 옹호론과 재벌 보호론의 주문은 그 효력 좋고 생명력 강대하기가, 우리를 믿어야만 재물운이 트이고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그 한마디로 2천 년이 넘도록 줄기차게 배부른 번성을 누려온 종교들의 질긴 생명력과 맞먹었다. 신문들이 앞장서 설파하고, 법관들까지 활용하고 나서는 그 기업 옹호론과 재벌 보호론은 자본주의 한국에서 출현한 신통력 좋은 신흥 종교이기도 했다 ......

그리하여 대중들은 신흥 종교에 자발적 복종을 한다.
작가 조정래가 이 책에서 말하고 싶었던 건,
재벌의 반복되는 비리가 아니라 일반 대중의 자발적 복종에 대한 일침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해결책으로 내민 두 장의 카드는
빈약하고 초라해 보여 오히려 서럽다.
불매운동과 시민단체의 활성화.
두 장의 카드를 보면서 문학에서 일가를 이룬 조정래씨가 참 순수하고 낭만적이라는 생각도 했다.

...... 국민은 나라의 주인인가, 아니다. 노예다. 국가 권력의 노예고, 재벌들의 노예다. 당신들은 이중 노예다. 그런데 정작 당신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 그것이 당신들의 비극이고, 절망이다 ......

대중들은 지금 모두 재벌과 국가의 거짓 장단에 맞춰 "허수아비춤'을 추고 있는가!
몰랐던 사실도 아닌데 기분 참 다양하게 더럽다.
피 흘러 겨우겨우 '정치민주화'를 시작햇는데
이제 '경제민주화'를 위해 피보다 더한 걸 흘려야 하나 보다.
대한민국에서 대중(국민)으로 산다는 건, 
맞서야 할 것이 참 많다는 뜻인 것 같다.
재벌과 국가!
늬들 때문에 우리가 참 고생이 많다!!!
대한민국의 국민된 죄!
그게 바로 우리가 가진 지긋지긋한 원죄(原罪)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10. 4. 22. 08:19

<그건, 사랑이었네> - 한비야 

그건 사랑이었네

저는 개인적으로 목소리 크고 수다스러운 사람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왠지 시비를 걸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말이죠.
그런 저의 기준으로 따진다면 일단 "한비야"는 좋은 점수를 받기가 아무래도 어려운 사람이죠.
참 많이 일을 만들어서, 참 많이 지치지도 않고, 참 많이 치열하게, 참 열심히 하면서 사는 사람, 한비야!
얼마 전에는 가을에 함께 커피를 마시고 싶은 지식인 2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1위는 안철수, 3위는 공지영이었죠)
“바람의 딸”로 지구를 걸어서 세 바퀴 반이나 돌아야 했고, 돌아와서는 다시 우리나라도  돌아줘야 했고, 그 뒤엔 불혹의 나이로 주위의 반대를 뿌리치고 중국으로 날아가 어학공부도 해야 했고, 그런 과정들을 또 몇 권의 책으로 열심히 써내야 했고...  다행히(?) 그 책들이 나란히 베스트셀러에 올라서 어느 정도 수확도 있었겠지만 말이죠.
참 복 많은 사람이라고 무작정 생각하기도 했었죠.
그녀의 책들을 차례차례 읽으면서도 솔직히 별다른 감흥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하기도 했었죠.
“한비야와 나는 참 궁합이 안 맞는 상대구나” 라고...
이제와 10년 넘게 안 맞았던 궁합이 돌연 한 권의 책으로 찰떡궁합이 된 건 아니지만 분명 그녀에게 받은 메시지가 있음을 부정할 순 없습니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던가요!
“무릎팍 도사”에 나와 강호동 앞에서 “조조조조~~~”을 외치던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자주 “울울울울~~~”에 빠져 있던 저는 웃을 수밖에 없었죠.
우리 둘이 만나면 완벽한 “조울증”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에...
예전에 읽었던 그녀의 책 <중국견문론>에 이런 구절이 있었습니다.
"길을 모르면 물어보면 될 것이고, 길을 잃으면 다시 돌아가 처음부터 시작하면 될 것이다“라고...
그러니까 일단은 떠나보라는 말이었죠.
떠나라는 이야기만 들어도 온 몸이 저릿저릿했던 저는 그녀를 향한 노골적인 부러움과 시기심만 키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건 둘의 궁합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을 거란 생각도 이제와 하게 되네요.
<여행서>로만 익숙했던 한비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온전히 여행서 같지 않았던 그녀의 글들.
투박하고 촌스러운 문체, 심지어는 너무나 개인적인 말투들을 남발하는 걸 보면서 사이비 작가라는 생각까지도 들었습니다.
그런 그가 급기야 더 개인적인 책을 냈네요.
<그건, 사람이었네>
책의 서두에서 밝혔듯 그녀는 이 책을 언니로써, 누나로써 동생들에게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마음으로 편하게 썼다고 밝혔습니다.
“청춘”들을 위한 글!
아마 이 책의 다른 이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 ‘내가 지금 청춘인가?’하는 애매한 시기의 사람들(?)에겐 어쩌면 이 책은 특별한 이야기가 아닐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제가 굳이 소개하는 이유는 단 하나,
그녀의 눈부신 “청춘” 때문입니다.
40의 나이에 중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날 때도 기겁을 했었는데, 51살의 나이로 미국 보스턴 테프츠 대학에서 본격적인 구호 이론을 공부하겠다며 또 다시 작년 9월 유학의 길을 떠났습니다.
....... 현실 불가능한 일이라고 해도 단 한 번도 이룰 수 없는 꿈을 꾸어보지 않은 청춘, 단 한 번도 현실 밖의 일을 상상조차 하지 않는 청춘, 그 청춘은 청춘도 아니다. 허무맹랑하고 황당무계해 보이는 꿈이라도 가슴 가득 품고 설레어보아야 청춘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야말로 눈부신 젊음의 특권이 아니겠는가? ......
그녀의 글처럼 도무지 그녀의 “청춘”은 끝이 날 줄 모르네요.
9년간 함께 했던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도 그만 두고 그녀는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갔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청춘”이라는 건 “나이”와는 하등 상관관계가 없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린 청춘”은 생동감과 활기참, 그리고 도전 정신이라면, 시간을 지나온 “성숙된 청춘”은 지식과 지혜, 명석함으로 비롯된 현실감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늦은 시작이 두렵지 않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그 두려움을 이기는 방법을 아마도 그녀 한비야는 알아버린 것 같습니다.
이기지 못했다면 적어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동행하는 방법을 알게 됐는지도요.
그리고 그 방법 중 하나에는 그녀가 항상 말하는 “1년에 100권 책읽기”도 분명 포함되어 있을 겁니다.

“책”
제게는 심장이 뛰고 가슴이 설레는 최고의 단어입니다.
어릴 적 제 꿈 중의 하나는 책을 읽다 눈이 멀어버리는 것이었죠. 그리고 이 어린 꿈이 “오르한 파묵”이라는 터키작가에게 맹목적인 사랑을 품게 만든 이유이기도 합니다.
참 어이없고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그런 소망을 품었던 때가 정말 있었습니다.
제가 “책”이라는 세계에 대해 품고 있는 생각과 정확히 일치하는 생각을 그녀 한비야도 하고 있습니다.
...... "독서"의 즐거움이란 책 읽는 그 자체뿐만이 아니라 도서관에 가서 책을 찾는 기대감, 찾아내서 빌려올 때의 뿌듯함, 이미 대출된 책의 차례를 기다리는 설렘, 점심을 굶어가며 모은 돈으로 서점에 가서 내 책을 사는 기쁨, 그 책을 책장에 꽃아 놓고 보는 흐뭇함, 그 책을 누군가에게 빌려주고 돌려받는 날까지 괜히 조마조마해지는 조바심까지를 포함한다......
저는 이런 마음을 “판타지”라고 이름 붙이기도 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 처음으로 아르바이트해서 받은 돈으로 제일 먼저 한 일은,
조정래의 <태백산맥> 10권을 사는 것이었습니다.
종로서적에서 이틀에 나눠 5권씩 구입해 들고 오면서 내가 세상에서 제일 큰 부자가 된 것만 같았습니다. 얼얼했던 손의 기억도 아직까지 생생합니다.
그리고 그 책은 여전히 지금까지도 제 손길을 받고 있죠.(이 책 정말 많이 읽었네요......)
사람이 사람으로서 품위를 지키며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물의 최소량은 하루에 15리터라고 합니다.
저는 그 자리에 하루에 “15장의 책읽기”가 포함되는 날이 꼭 왔으면 좋겠다고 꿈꿉니다.
책이 없었다면,
아마도 저는 참 재미없게 그리고 참 많이 힘들게 세상을 살아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이유로 책은,
저에게 있어 생명의 또 다른 숨구멍입니다...

* 문득 궁금해집니다.
  당신에게 “책”은 무엇입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