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0. 9. 10. 06:33


서울시에서 3년의 준비과정을 거쳐 만든 창작 뮤지컬 <피맛골연가>
동아연극상,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배삼식 작가가 극본을
뮤지컬 <싱글즈>, <형제는 용감했다>, <뮤직인마이하트>를 만든 작곡가 장소영
<뷰티블 게임>의 안무가 이란영,
그리고 뮤지컬 <모차르트> 유희성 연출까지
일단은 제작진들이 알차다.
거기에다가 우리의 영원한 줄리엣 조정은이 여자 주인공 홍랑을
<노트르담드파리>와 <모차르트>로 한창 주가 상승 중인 박은태가 김생역을
연기와 노래 잘하기로 유명한 양희경이 행매역으로 출연한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must see 목록에 꼭 포함시키고 기다렸을 작품이다.



서울시는 이 작품을 서울시민과 국내외관광객들이 꼭 보고픈, 꼭 봐야 할 뮤지컬로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작품을 보완하고 업그레이드 할 예정이란다.
18억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제작한 창작 퓨전사극 뮤지컬 <피맛골 연가>
요즘은 "퓨전"이 유행이라 서울시에서도 유행에 뒤쳐지기 싫으셨던 모양이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퓨전이 아니라 정통 사극이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화성에서 꿈꾸다>나 <명성황후>같은...
보고 난 느낌은 뭐랄까...
왠지 모를 어색함, 그리고 묘한 불협화음.
대중적으로 유명한 이야기들의 중심 모티브만 열심히 짜집기한 모자이크 작품이다.
서울시에서는 2011년 지방공연에 이어 2012년에는 해외마케팅에 주력할 계획이라는데
그러기위해서는 아무래도 수정 보완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제발~~~)
창작뮤지컬을 서울시에서 만들었다는 건 참 고무적인 일이긴한데
아무래도 그 포부가 좀 과한게 아닌가 싶다.
<피맛골 연가>를 세계적인 뮤지컬 <캣츠>나 <오페라의 유령>처럼
문화적 차이에도 무관하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겠다는
글쎄 과연 이 상태로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많이 의심스럽다.



행매 양희경의 <한천년>으로 시작되는 <피맛골 연가>
양희경의 목소리가 주는 아우라는 관객들을 초반에 완벽하게 몰입하게 만든다.
그리고 양희경의 시작은 이 작품 초반의 큰 장점이자 두고두고 참 다행스런 부분이기도 하다.
이어지는 무대 장치나 군중 장면은 나쁘지 않고
관객들의 호응도 좋은 편이다.
그런데 작품을 볼수록 점점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굳이 피맛골이 아니었어도 되는 거쟎아!
조선시대 고관들의 말을 피해 서민들이 다녔던 좁은 골목길 피마(避馬)골.
그러나 작품 속에서 서민들 설움과 아픔이 절절하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이야기의 개연성도 많이 부족하다.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민화와 민요같은 해학과 위트는 나쁘지 않다.
가령 서출들의 노래나 비밀연애 장면같은 부분들.
뻐국, 야옹, 부엉...
사물놀이나 창을 활용한 음악들도 참신했고 안무 역시나 이란영스럽게 깔끔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이상하게도 아주 괜찮은 작품같아 보인다....
문제는 역시나 빈약한 스토리에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김생 역의 박은태는 주로 노래 위주의 공연을 많이 했던 탓인지
대사 연기가  조금 어색하게 느껴진다.
케릭터를 그렇게 정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목소리 톤이 너무 높은 미성이다.
그래도 "푸른 학은 구름 속을 우는데"나 2막에서 홍랑을 만나기 위해 절규하듯 부르는 노래는 아름답더라.
노래의 감성은 확실히 대단한 배우다.
뮤지컬 배우 남녀를 통틀어 가장 한복이 잘 어울리는 조정은.
그녀는 역시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김생보다 등장은 적지만 노래도 자태만큼 아름답고 고왔고
연기도, 목소리도 작품과 잘 맞는다.



2막에서의 쥐 세계의 등장은 솔직히 많이 당황스럽다.
서출(庶出)의 "서"와 쥐를 뜻하는 서생원 "서(鼠)"를 연결한 발상이라는데
관객들이 그렇게 연결해서 생각하기에는 이미 우리가 한자생활과 너무 멀리 와버렸다.
기껏 300년의 시간을 지나 왜 하필 김생을 쥐의 세계로 보내버렸는가 말이다.
개나 소가 아니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동화스런 세계에 19금 대사는 또 왠 말이고...
너무 좋은 노래들이 많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2막때문에 전체적으로 작품이 가볍게 느껴진다.
힙합에 랩, 절절한 발라드와 창 비슷한 노래들의 혼합은
처음 보는 낯선 비빔밥을 앞에 놓고 있는 심정이다.
이걸 비벼야하나? 말아야 하나?
인터넷상으로 많이 들었던 주옥같이 아름다운 노래들은 급기야 허술한 스토리에 묻혀버리고 만다.
그래서 슬프고 애절하다.
(어쨌든 슬픈 작품이 되긴 했다...)
안타까운 심정은 홍랑과 김생의 재회하는 엔딩 장면 "아침은 오지 않으리"에서 그 정점을 찍는다.
심하게 차전놀이스러운 장면 연출에 나는 그만 경악하고 말았다.
두 사람의 노래는 애절하고 감동적인데
그 밑에서 정체불명의 무빙셋트를 움직이며 허우적대는 서생원들을 어찌하리...
왜 까치를 등장시켜 오작교라도 놓으시지...
서울시가 차려준 18억의 밥상 앞에 숟가락 챙겨 들고 
아직까지 나는 당황하고만 있는 중이다.
이를 어쩌나......



이 좋은 노래들, 이 좋은 배우들을 다 어쩌나...
둥치만 남은 매화나무처럼 막막하다.
참 모질기도 모질다.
참 질기기도 질기다.


                                  <아침은 오지 않으리 - 박은태, 조정은>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5. 12. 06:27
원래 예정대로라면
5월 2일 류정한의 몬테크리스토를 다시 보는 거였는데
1박 2일로 함평 나비축제를 다녀오느라
엄기준의 몬테크리스토로 계획이 수정됐다.
몬테크리스토(엄기준)와 아베 파리아(이용근)을 제외하면
다른 캐스팅은 4월 21일과 동일하다.
(차지연 메르세데스는 아무래도 나랑 인연이 없는 모양이다)



배우 엄기준을 무대 위에서 보는 건 정말 오랫만이다.
생각해보니 그의 무대를 본 건 거의가 다 소극장, 중극장이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엄기준"을 이야기할 때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를 빼놓을 수는 없겠다.
엄기준과 조정은의 페어는 아름답고 그리고 아팠다.
그에겐 딱 "베르테르"의 감성이 어울리는 배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래서 사실은 조금 기대를 했었다.
그가 그토록 좋아하는 <지킬 앤 하이드>의 프랭크 와일드혼 작품 <몬테크리스토>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고 TV 연기자로 변한 그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가 됐을지도 궁금했다.
지금까지 내가 봤던 엄기준의 작품들은...
괜찮았다. 그에게 썩 잘 어울렸었다.
카르멘, 젊베슬, 어쌔신, 그리스. 사랑은 비를 타고...
(쓰고 보니 그의 최근 작품은 거의 못 본 상태다. 그래서 더 궁금했는지도 모르겠다)



깜짝 놀랐다.
엄기준이라는 배우가 이랬었나???
1막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나는 당황스러웠다.
류정한의 첫공때 나는 무대때문에 화가 났었지만
적어도 그 무대에 서 있는 배우때문에 화가 나지는 않았었다.
엄기준의 몬테크리스토는 유니버설아트센터의 소음과 번잡함 만큼이나
어색하고 그리고 확실히 부족했다.
(나는 아마 그도 느끼고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그의 딕션은 때때로 명확하지 않게 뭉겨졌으며 표정은 그로테스크하게 과장됐다.
(무대와 너무 가까이 앉았다고 나는 나 자신을 책망했다. 좀 멀리 앉지 그랬느냐고...)
뮤지컬 넘버들을 너무 힘겹고 부르던 모습과
심지어 고음을 과감하게(?) 뭉턱 짤라내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다 민망했다.
엄기준은 메르세데스(옥주현)에겐 단지 연하남처럼 유약했으며
빌포트(조순창)에게는 당당하지 못한 그야말로 겁먹은 죄인의 모습이었고
스승 파리아(이용근)에게는 제 스스로 아무것도 못하는 찌질이에 불과했다.
엄기준의 단테스라는 인물은 결코 몬테크리스토로 변해 복수를 할 수 있는 위인이 아니다.
이런 느낌이었으니 극이 진행될수록 어리둥절할 수밖에...
(쓰고 보니 내가 다 참담하다...)
원래 엄기준이란 배우가 그랬던가?
나는 자꾸 이 질문을 계속 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에 옥주현은 첫공때보다 확실히 훨씬 더 좋았다.
첫공때는 나는 메르세데스의 감정에 단 한번도 공감할 수 없었는데
두번째에는 그녀의 눈물이 아팠다.
(그렇다고 100% 공감은 아니다)
이날 무대에서 그 누구보다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던 배우는
바로 몬데고 "최민철"이었다.
첫공때 나는 그가 자리를 잡고 있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안타까웠고 그의 방황(?)의 이유가 궁금했었다.
그런데 이번 공연에서는 그가 이 뮤지컬의 주인공처럼 느껴졌다.
1막에서 단테스가 불렀던 복수를 다짐하는 노래(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의 일부를
2막에서는 몬데고가 부르게 되는데
솔직히 말해서 두 사람의 모습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관객들의 박수소리도 많이 차이가 났음을 밝히지 않을 수 없겠다.
최민철의 몬데고는 표정과 톤, 그리고 액션도 아주 적절했다.
그가 무대에서 자기 자리를 찾은게 나는 몹시 반가웠다.
(역시 최민철 ^^)



첫공때 조원희의 아베 파리아가 과장이 너무 심하고 코믹해서 못마땅했는데
이용근의 파리아는 더 코믹하더라.
그래도 죽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나긴 했다.
(조원희때는 너무 힘차게 사망하셔서 ^^;;  많이 당황스러웠는데...)
무대 소음은 여전했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공연이었다.
스크린도 첫공 때처럼 실수도 없었고 어색하지도 않았다.
(첫공때는 단테스가 자루에서 빠져나올 때 화면 전환이 늦었었고
 다른 부분에서도 타이밍이 정확하지 않았었는데...)
결국 문제는,
단테스이자 몬테크리스토였던 "엄기준"이었다는 건데...
오랜 뮤지컬 배우로서의 그의 내공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에게 이제부터는 TV 연기자로서의 재능만을 기대해야 하는 건가???
간절히 그의 come back을 외치고 싶다.
"Come back! Mr. Um. Please!"


                                                   2010. 05.04. 몬테크리스토 커튼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3. 2. 06:23


2007년 뮤지컬 "스핏파이어 그릴"을 마치고 돌연 영국 유학길에 올랐던 그녀. 
영원히 줄리엣일 것만 같았던 "조정은"의 복귀작.
그 이유만으로도 꼭 봐야겠다 다짐하게 만들었던 뮤지컬 <로맨스 로맨스>
2년의 공백 동안 그녀는 어떻게 변했을까?
그리고 얼마나 무대가 그리웠을까?
게다가 계원예고 동창 "최재웅'이 상대역이란다.
오랫만에 동창회에  나오는 그런 느낌도 있지 않았을까?
왠지 그녀의 감회가 나는 기쁘고 그리고 이쁘게 다가온다.



뮤지컬 <로맨스 로맨스>
"Two new musical"이라는 말을 쓰더라.
1막은 19세기 비엔나를 배경으로
2막은 현재를 배경으로 해서 그런가?
"new"라는 단어가 어쩐지 좀 민망하긴 하다.
어쨌든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더이상 새롭지는 않을텐데...  (^^)
아무래도 형식면에서 "Two new musical"이라는 말을 이해해야 할 것 같다.
이 작품은 오프오프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1988년에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되면서 큰 호응을 받게 되고
토니상 작품상, 대본, 작곡/작사,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 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작품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미국인들이 우리보다 사랑이라는 감성에 더 악한 것 같다는 생각도...
 


1막 19세기 비엔나
돈 많고 잘생긴 미혼남 알프레드(최재웅)와 화려한 연애편력을 자랑하는 조세핀(조정은).
그들은 진정한 로맨스가 없는 삶이 영 불만족스럽고 무의미하기만 하다.
주인공이 친구 테드와 헬렌에게 보내는 편지 속에는
이런 무료함과 상류층의 사랑에 대한 신물이 구구절절 적혀있다.
뭔가 다른 사랑을 꿈꾸는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Mask(가면)".
두 사람은 똑같이 가난뱅이 시인, 공장 노동자가 되어
은밀한 연애의 즐거움에 빠져든다.
극의 마지막에 알프레드가 그 스스로의 입으로 말하듯
1막은 하나의 "오페레타(operetta)"다.
경쾌하고 가벼운 웃음을 주는 소극.
천연덕스러운 조정은의 연기가 돋보인다.
그동안 정말 그녀는 무대가 많이 그리웠구나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어딘지 그녀의 목소리와 음색도 예전의 곱고 이쁜 것과는 많이 달라져있다.
능청스러웠던 그녀의 표정은 참 즐겁더라...
깨방정 조정은 ^^

 


2막은 현재
대학시절부터 13년째 절친한 친구인 그(최재웅)와 그녀(조정은).
그들은 가족과 함께 여행을 다닐만큼 가깝고 친한 사이다.
복잡한 일상을 벗어나 바닷가 팬션에서 함께 여름휴가를 즐기는 두 사람은 
서로의 배우자가 잠든 깊은 밤,
거실에서 결혼생활, 플라토닉 한 사랑(우정)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그러니까 그의 말대로 그들은 지금 "연애질" 중인거다.
선을 넘느냐, 넘지 않느냐...
그 연애질의 이제 막 위험한 관계로 넘어가려고 한다.
만약 당신이 이런 경우라면 어떤 결말을 원하는가?
극은 마치 보는 사람에게 이렇게 질문하는 것 같다.
우리가 믿는 모든 사랑의 시작은
환상과 거짓일수도 있다. 아니 확실히 그렇다.
그 환상이 이제 막 현실로 넘어오는 순간은 유머러스하고 수다스럽다.
그러나  반전(?)이랄 수 있는 마지막 대사에서는
모든 유부남, 유부녀들에게 마지막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연애 경험이 많은 사람일수록 공감되는 대목이 많은 풍자극이라고
조정은은 말한다.
그러니까 이 뮤지컬은 결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상황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즐기라는 뜻이다.
2막보다는 1막이 재미면에선 더 있지만
2막에서 오랜 두 남녀 친구가 주고 받는 시덥잖은 대화 속에 담긴
심리적인 고백들과 그 변화를 따라가는 즐거움은
오히려 1막보다 더 솔솔하고 은근한 재미가 있다.



유학생활 중에 조정은은 생각했단다
내가 나의 모국어로 공연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깨달았다고.
그래선가?
그녀는 충분히 그 작은 복귀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그녀의 반짝이는 눈빛이 그동안의 그녀 속에 있던 그리움을 보여주는 것 같다.
앞으로 그녀는 착하고 이쁜 역을 벗어나
아마도 더 많은 다른 모습으로 무대위에 서지 않을까 기대된다.
사실 배우 조정은을 이쁘고 착한 여주인공으로 만들었던 건
관객의 시선일지도 모르겠지만,
배우 조정은은 이제 그 시선에조차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배우 최재웅.
그에게 코믹한 역은 어쩐지 어울리지 않을거란 생각을 했다.
그런데 "꽤"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쁘진 않았다.
오랫만에 본 상큼 발랄한 뮤지컬.
그런데 솔직히 다시 보게 되진 않을 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11. 19. 09:02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
나에겐 판타지와 지독한 현실 두 가지 모두를 느끼게 하는 작품.
이 공연이 올려지면 늘 새롭게 가슴이 두근거리니다.
정조를 만난다는 생각에...
<화성에서 꿈꾸다>의 최고의 히로인 민영기...
그가 정조역으로 분한다면 아마도 나는 공연이 올려질 때마다 찾아보게 되지 않을까 확신한다.
(이렇게 먼 길을 찾아서라도 ^^)
브랜드가 되어 버린 배우 민영기.
"이건 영기를 위한 작품이다!"라고
함께 하는 동료들마저도 인정한 배우.
나도 생각한다.
그만큼 이 역할을 완벽히 그리고 성실히 그려낼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 하고....
그는 이 작품 속에서는
어떤 찬사를 받는다고 해도 너무나 부족하다.



오랜만에 제대하고 돌아온 "김순택"을 본 기쁨도 크다.
목소리가 좀 다른 것 같아 한참을 쳐다봤다.
그런데 역시 그가 맞다.
<화성에서 꿈꾸다>를 볼 때마다 그의 자리가 참 많이 느껴졌었는데...
덕이, 정조, 이선생의 3중창이 무너질 때마다 함께 무너지던 가슴.
(심지어는 아예 짤리기까지 했었다)
김순택 이선생이 나는 너무나 그리웠었다.
그런데 그가 돌아와 그렇게 무대 위에 서 있으니 왠지 든든하다.



김순택의 반가움을 단숨에 쓸어버린 "덕이"...
역시 완벽한 "꿈길"을 듣는 건 한동안은 어려운 일이 되어 버린건가?
조정은, 임강희의 "억이"가 사무치게 그립다.
(큰 키 때문에 껑충했던 덕이의 치마하며...)
덕이를 누가 하게 될지 궁금했었다.
캐스팅 공지도 늦게 디고...
그런데 그녀일 수가...
(차마 이름도 못 밝히겠다...)
여지없이 그녀는 내 예상을 멋지게 빗나가 주는 일 없이
이번에도 나에게 참담함을 안겨줬다.
덕분에 (덕분이라고 말해야 하는 상황이 씁쓸하다)
그 빈자리를 민영기가 미친 듯이 채워내고 있었다.
그에게 이 작품이 어떤 의미인지 매번 이해를 하면서도
비어있는 빈 곳들을 차곡차곡 채워내는 그의 모습을 보면
새로운 감탄과 탄복을 할 수밖에 없다.



뮤지컬 <화성에서 꿈꾸다>는 정말 좋은 넘버들이 많다.
"산유화", "지금 조선은 몇 시인가?", "나의 고민", "달의 노래", "일어서라! 풀잎들아!" , "꿈길" 
특히 내가 정말 많이 좋아하는 "달의 노래"
이 노래는 제발 민영기 목소리로 하나로만 무대가 채워진다면 좋겠다.
난데없는 칼춤과 우수꽝스러운 가마의 행렬은
좋은 노래의 느낌을 반감시키면서 집중에 상당한 방해를 가져온다.
진정 이 부분을 손상시키지 않고 그대로 둘 수는 도저히 없는건가!!!
그것이 "나의 고민"이다. ^^



나에게는 <정조>에 대한 판타지와 미스터리가 있다.
더불어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며칠 전에 이덕무와 관계된 책을 읽었는데
이 시대는 끝없는 화수분 같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하고 있다.
서자라고 하더라도 그들이 진정한 인재라면
과감하게 국가의 일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사람.
실학과 실용에 대한 정조의 받아들임과 이해로 인해
우리나라의 역사는 분명 많은 부분 달라졌고 개선됐고 개화됐다.
혁신과 개혁을 이야기할 때면,
나는 늘 이 외로운 달의 군주
"정조"가 떠오른다.
 
 

나는 지금 이 땅에 "정조"가 환생하길 꿈꾼다.
지금은 더더욱 간절히...
묻고 싶다.
"지금 대한민국은 몇 시인가?"라고.
우리같은 "풀잎"들에겐 역시나 먼 "꿈길"일지라도
나는 정조의 환생을 계속 희망하련다.
위정자들이 주지 않는 희망을
나는 <화성에서 꿈꾸다>의 "정조"를 보면서
 또 다시 미련스럽게 꿈 꾼다.

 

"꿈길"
 내겐 항상 아름다웠던 노래.
그 노래가
더더욱 그립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7. 9. 00:21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 한국어 공연

When  : 2009.07.04. ~ 2009.08.02.
Where :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Cast   : 로미오 (임태경, 신성록) / 줄리엣 (김소현, 박소연)
           벤볼리오 (이건명) / 머큐시오 (정재헌, 에녹) / 티발트 (김승대, 김보강)
           몬테규 부인 (강효성) / 케플렛경 (김진태) / 케플렛 부인 (신영숙)
           유모 (김현숙) / 신부 (류창우) /  영주 (임현수, 심재현) / 죽음 (김윤경, 최승희)




7월 7일 예술의 전당을 찾다
예전에 프랑스 오리지널 팀이 왔을 때 세종문화회관에서
다미앙 사그리의 로미오를 봤던 기억이 새롭다.
궁금증 반, 그리고 우려와 걱정 반
정확히 그런 심정으로 찾은 오페라 극장

최고의 목소리로 연주하는 사람
나의 nella fantasia!
크로스 오버 테너 "임태경"
73년생인 그가 이번에 살아내야 할 인물은
17살 로미오! 
(왠지 막막하다.... ^^;;) 
그가 무대 위에서 조심성을 더 빨리 던져버릴 수 있다면 좋겠다.
1막과 2막의 그는,
마치 다른 사람이 무대에 서 있는 것 같다.
연주와 연기가 조화되는 그 순간을,
지금보다 더 일찍 무대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줄리엣과 더블로 부르는 노래들은 역시나 "임태경"스러웠다.
함께 노래하는 사람을 거의 완벽하게 서포트해주는 그래서 더욱 돋보이는 그, 임태경!

신예 박소연의 줄리엣은 괜한 걱정을 했다 싶게 좋았다.
목소리도 예뻤고 그리고 딕션도 훌륭해서 앞으로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아마도 기라성 같은 대선배 박소현이 부담스럽진 않았을까?
그래도 임태경의 로미오만큼이나 김소현의 16살 줄리엣도 좀 민망한 상황이긴 하다. ^^ ;;

언제나 자기 역할을 100% 이상 해주는 이건명의 벤볼리오~~!
<렌트>, <유린타운>, <맘마미아>, <갬블러>, <틱틱붐>의 이건명.
<나생문> 연극으로의 외출이 그에겐 분명 좋은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이를 먹어도 당신 목소리의 청춘(?)은  여전했답니다. ^^

브로드웨이에 우리 공연 <마리아 마리아>를 올리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슈퍼 히어로 강효성!
분장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그 카리스마는 여전하시네요.
그런데 이상하게 난  강효성씨의 딕션이 만족스럽지 않다.
감정이나 표현력, 연기도 너무 좋은데 잘 알아들을 수 없다는 게 너무 속상하다.
내 귀가 이상한건가????

티발트에 의해 죽음을 맞는 머큐시오역의 정재헌이란 배우는 처음 공연을 본 건데 괜찮았다.
죽는 장면이 약간 부자연스럽고 과장된 듯한 느낌이 있긴 했지만...
그리고 미안하지만,
티발트 김보강은 좀 많이 보강(?)을 해야 할 것 같다.
1막과 2막의 솔로곡 듣는데 내가 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

<캣츠>의 신영숙씨는 뭐 여전히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레이디 케플렛을 보여줬고,...
신부역의 류창우씨는 몸이 아팠던 걸까?
목소리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았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 1막 후반부 <사랑으로>의 도입부가 순간 무너져버렸다.
속상했다. 많이....

죽음....
존재감에 혼란이 왔다.
어떤 장면에서는 푸닥거리를 보는 것 같기도 했고....
이 역할은,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순간순간 강한 임펙트를 남겨야 하는데
집중과  풀어짐이 너무 모호했다.
특히나 1막에서 로미오와의 장면은
그를 부축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로미오의 운명을 손아귀에 쥐고 흔드는 섬뜩하고 서늘한 죽음은 어디로 간거지?



라이센스 공연을 보면,
가사에 대한 안타까움과 실망이 늘 따라온다.
혹시 모두 똑 같은 사람에 의해 번역된 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마저 들 정도로.
애써 운율을 맞춘 것도 아니고, 음절에 딱딱 맞게 단어를 넣은 것도 아니고....
때로는 이런 것들을 교정해주고싶다는 생각이 너무나 간절하다.
이런 오류에 대한 피드백조차도 안 된다는 게 심지어 너무 화가 난다.
그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하는건가?
진심으로???


 

우리 공연과 오리지널 공연의 같은 장면이다.
왠지 우리 공연이 많이 어수선하다는 느낌.
<증오>를 부르는 두 가문!
그 노래에 맞춰 댄서들은 오랜 가문의 증오와 미움, 분란을 표현해야 하는데...
어쩐지 한 사람씩 무대에 나와서 학예회 발표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치열했으면... 더 치열했으면....

 

아직 공연이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겠지만
음향의 균형이 좀 안 맞는 것 같다.
배우들의 소리를 때때로 잡아먹고 있다는 느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 라이센스 공연이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지.
공연을 보는 내내
민영기, 조정은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생각났다.
이쁜 가사들, 대사들, 그리고 노래들...
그들을 다시 보고 싶다....

 


지금보다
미치도록 치열하고, 눈부시게 아름답기를....
그래서 미스테리한 상태로 남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미스테리를 풀어내는 건
정말 너무 힘들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