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1. 9. 29. 05:42
새벽에 sun rise를 보고 각자 숙소에서 아침 식사를 한 뒤 다시 만난 일행들.
오전에 젤베 야외 박물관을 함께 가기로 하고 괴레메 오토갈에서 만났다.
아바노스 방향 돌무쉬(1TL)를 타고 10여 분 후 내려서 한참을 걸었다.
도착한 곳은 파샤바.
(처음엔 여기가 젤베 야외 박물관인 줄 알았다 ^^)
파샤바는 '수도사의 골짜기'로 불리는데
예전에 세상과 동떨어져 신앙생활을 하라고 주장한 성 시메온이 이곳에 살았기 때문이란다.
카파도키아의 상징인 독특한 형태의 버섯바위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멀리서 본 파샤바의 모습은 귀염성있는 개구장이들 같았다.
맨 앞에 엄마, 아빠가 있고 그 뒤에 졸망졸망한 대가족이 한 곳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정말 버섯 같기도 하고, 깎아놓은 연필 같기도 하다.
줄을 그어 놓은 듯이 서있는 거대한 바위들은
마치 일부러 누가 그렇게 세워놓을 것 같다.
화산활동으로 굳은 용암이 세월과 함께 침식작용을 거치면서 
지금과 같은 독특한 형태와 색깔을 갖게 되었단다.
<스타워즈>의 조지 루카스 감독이 이곳을 본 후에 아티킨의 고향 행성을 구상했다는데
실제로 보니 정말 지구가 아닌 외계의 신비가 느껴졌다.
예전에는 버섯바위 내부도 개방을 했던 모양인데
우리가 찾았을 때는 들어가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버섯바위 내부는 1층엔 거실이 있고 계단과 사다리를 이용해 올라가면 침실과 연결되어 있단다.
벽화가 남아 있는 곳도 있다는데 직접 보지 못해서 많이 아쉬웠다.
(사람들이 콩알만하게 보이는 걸 보면 버섯바위가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으리라...)



파샤바에서 거의 20~30분을 걸어서 도착한 젤베 야외 박물관(zelve open air museum, 8TL)
(터키여행동안 내 주된 이동수단은 땡볕 아래 튼튼한 두 다리 ^^)
이곳은 로즈밸리처럼 철분이 함유된 붉은색 바위가 많다.
8~13세기에 종교박해를 피해 기독교인들이 숨어서 살았던 곳이란다.
곳곳에 동굴교회가 있고 내부엔 벽화도 남아 있다.
주로 평화, 예수, 부활, 영생을 상징하는
비둘기, 물고기, 공작, 종려 나무 같은 소박하고 단순한 문양들이다.
그럴듯한 성화가 없는 이유는 성상파괴운동이 한창일 때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젤베 야외 박물관은 1950년대까지도 사람들이 실제로 살았단다. 
계속되는 침식작용으로 주거바위가 많이 파괴되고 무너지면서 위험성이 문제가 돼 
주민들을 이주시킨 후 이렇게 야외 박물관으로 활용하게 됐단다.
지금은 카파도키아의 대표적인 유적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꽤 넓은 지역이라 동선을 잘 보고 다니지 않으면 같은 곳을 계속 맴돌수도 있으니 조심하시길!
이곳에서 본 하늘과 주변 풍경도 너무 아름다워 오랫동안 기억에 간직될듯 싶다.
더불어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시간과 자연을 그대로 품는 야외 박물관이 하나쯤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무계획의 무차별적 땜질같은 보수와 주소 불명의 현대화란 이름으로 옛모습을 점점 잃는게 아니라
무너지면 무너지는 그대로,
쇠락해지면 쇠락해지는 그대로
그런 모습 자체를 두고 볼 수 있는 그런 곳 말이다.
역시 요원(遙遠)한 일일까?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1. 9. 26. 05:54
카파도키아는 워낙에 넓은 지역이라 며칠 동안 둘러본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서 장기여행자가 아니라면 어쩔 수 없이 tour를 이용하는게 효율적일 수 있다.
(3일을 머물면서 나 역시도 위르굽이나 아바노스 쪽은 아예 보지도 못하고 왔다)
Green Tour는 카파도키아의 서북부 지역의 명소를 둘러보며서 트레킹을 할 수 있는 tour다.
root는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은데
이날 root는 "우치히사르 -> 셀리메 수도원 -> 으흘라라 계곡 ->데린쿠유 지하도시 -> 피죤벨리" 였다. 
미니버스 2대에 나눠타고 세계 각지에서 온 30여명이 함께 움직였다.
우치히사르 아래 로컬 기념품 가게에 잠깐 멈춘 버스가 도착한 곳은 셀리메 수도원(Selime Monastri)
카파도키아에서 가장 큰 수도원이었단다.
(터키인들 거대한 바위를 주거지로 이용하는 데는 단연코 세계 1위일거다)



나름대로 용도에 따라 구획도 잘 나눠져 있고 각각의 바위굴과도 효율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놀랐다.
잘 살펴보면 단순하고 소박한 색깔과 문양의 벽화들을 볼 수 있다.
셀리메 수도원에서 내려다보는 주변 풍경은 아름다웠다.
그리고 한적하고 고요했다.
어둠과 빛의 대비, 그리고 공존이 가장 극명했던 셀리메 수도원.
눈부신 햇빛에서 조금만 걸음을 옮기면 바로 어둡고 고요한 수도원이다.
수도원으로 사용됐던 당시 사람들은 이곳에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어둠과 빛을 보며 신을 생각했을까?



으흘라라 계곡(Ihlara Vadisi)
거장 조지 루카스 감독의 영화 <스타워즈>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다.
작은 강을 따라 트레킹하면서 눈이 엄청난 호사를 누렸던 곳.
전체 길이가 12km나 된다는데 계곡을 따라 5,000 개의 주택과 100 여개의 교회, 수도원이 있었단다.
전부 비잔틴 시대에 은둔생활을 하던 수도사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저 놀랍고 두렵기만한 종교의 힘!)
초입에 있는 아아찰트 교회를 방문했는데 역시나 성화의 눈과 얼굴 부위는 많이 훼손되어 있었다.
그나마 예수 승천 벽화는 훼손이 덜 한 편인데 아마도 높은 곳에 위치해서가 아닌가 싶다. 



Green Tour에서 가장 좋았던건 단연코 으흘라라 계곡  트레킹.
꽤 오랜 시간을 걸었지만 더 걷고 싶을 정도였다.
아름다운 하늘빛과 끝없이 이어지는 절벽들,
나무와 돌담들. 그리고 물 흐르는 소리.
더 놀라웠던 건 그 높은 절벽 끝에 거짓말처럼 예쁜 마을이 있었다는 거다.
갑자기 눈 앞에 나타난 마을때문에 잠시 어리둥절했던 기억.
주변의 자연에 그대로 흡수되어 있는 마을을 보면서
이곳만은 우리나라처럼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산산조각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랬다.
그만큼 눈에 오래오래 담아두고 싶은 모습이었다.
나중에 시간이 허락된다면 으흘라라 계곡 구석구석을
내 두 발로 오래오래 걸어보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심도 생겼다.
그러니 부디 그때까지 이 모든 풍경들이 나를 기다려줬으면... 
제발!



으흘라라 계곡.
이곳에 비상구 하나 남겨두고 오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