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1. 5. 13. 06:37
가끔 신은 정말 불공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가령 안철수 같은 사람을 보다보면...
개인적으론 이 시대의 진정한 지식인이며 전문가이자
최고의 창조자고 생각한다.
유연하고 단정한 사고, 다방면으로 미치는 박식함, 그리고 용감한 감수성까지
거기다가 매번 놀라게 되는 글솜씨는 어떻고...
의사전달능력은 강연에서든 책에서든 거부감없이 큰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사람들을 집중시킨다.
convergence!
그처럼 이 단어에 딱 부합되는 인물이 또 있을까?
말콤 글래드웰의 글만큼 안철수의 글은 내게 깊은 인상과 감동을 준다.
안철수가 갖는 인문학적 지식과 철학은 부러움과 존경 그 자체다.


출판된지 조금 오래 된 책이만 지금 읽어도 결코 뒤떨어지거나 구태의연하지 않다.
핵심을 집어가는 내용은 마치 face to face로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전작 <영혼이 있는 승부>를 읽으면서도 
어떻게 한 사람에게 저렇게 많은 재능과 끊이지 않는 열정이 있을 수 있을까 놀랐었는데
이 책에서 그 느낌은 한 층 더 배가된다.
의사이자 연구가였던 사람, 그리고 CEO를 이어 지금은 후학을 양성하는 교수의 자리까지...
그는 했던 선택은 실리나 이윤추구가 목적이 아니었기에 더 가치있고 아름답다.
안철수 같은 사고와 철학을 가진 사람이 몇 명만 더 있었다면
우리나라는 아마도 지금과 다른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부러움과 아름다움을 가지고 그의 글을 정리한다.
할 수만 있다면 안철수를 훔치고 싶다!
진심으로...


o 안철수 연구소의 핵심 가치
 ① 자신이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② 존중과 신뢰로 서로와 회사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
 ③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고객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o 어떤 일을 선택할 때는 과거를 잊어버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과거에 아무리 커다란 성공을 하였든 혹은 치명적인 실패를 하였든 간에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
   항상 현실에 중심을 두고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o 전체가 잘될 수 있다면 개인적인 이해타산과 상관없이 어떠한 선택도 할 수 있는 마음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o 소신을 가지고 살아가기 위해선 신념만이 아니라 참을성도 있어야 한다.
o 원칙은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지킬 때 진정한 의미가 있다.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 때론 용기가 필요하다.
o 개인의 인생이나 조직의 역사에서 중요한 점은 어려운 시기를 얼마나 잘 보내느냐에 달려 있다
o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가 필요
o 안철수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 : 정직, 성실, 끊임없이 공부하는 자세
o 조직 구성원으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상식
 ① 공동의 목표에 대한 인식
 ② 조직의 가치관을 공유
 ③ 구성원 서롱 대한 존중과 배려
 ④ 상대방의 비어 있는 부분을 내가 채운다는 마음가짐
 ⑤ 전체 조직 활동에 대한 참여
o 조직이 어려움을 겪는 때일수록 가장 필요한 것이 동료에 대한 존중과 배려이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시간 지키기와 인사하기)
o 전문가의 실력 = 전문 지식 x 커뮤니케이션 능력
o 커뮤니케이션의 원칙
 ①  상대와 나의 상식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② 사용하는 말의 뜻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
 ③ 자기가 아는 만큼만 볼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한다.
 ④ 감정이나 체면을 경계해야 한다.
 ⑤ 정직하고 솔직하게 대화한다.
o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을 원한다면 정보를 제공한 사람은 상대방이 제대로 그 내용을 전달받았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o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나중에 어떻게 쓰일 것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맡은 일을 어떠한 태도로 
   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지식은 사라지지만 삶의 태도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o 전문 지식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다른 사람과의 원활한 협업 능력이다. (팀워크)
o 도요타의 "T자형 인재' (프로)
  - : 자신의 분야 이외의 분야에 대한 지식 ㅣ : 한 분야에서의 전문 지식 또는 능력
o 안철수 연구소의 "A자형 인재"
  /: 전문성  - : 팀워크  \ : 인성 
o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서!
 ① 지식
 ② 끊임없이 공부하는 자세
 ③ 문제 해결 및 개선 능력
 ④ 창조력
 ⑤ 고객 지향성
o 인성을 갖추기 위해서!
 ① 매순 간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자세
 ②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도전 정신
 ③ 긍정적인 사고 방식
 ④ 소속된 조직의 핵심 가치를 존중하고 따르는 마음가짐
 ⑤ 함께 살아가는 우리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사명감과 공익의 정신
o 팀워크 능력을 위해서!
 ① '나도 틀릴 수 있다'는 열린 생각
 ②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마음
 ③ 커뮤니케이션 느이력
 ④ 후배 양성 능력
 ⑤ 리더십
o passion for detail
o 일정 규모 이상의 조직이 한 사람의 몸처럼 움직이기 위해서는 시스템과 가치관 공유가 반드시 필요하다.
o 작은 조직은 태스크(task) 지향적이지만 큰 조직은 프로세스(process) 지향적이다.
o 제대로 된 권한 위임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관리지가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은 현장감 있는 전문 지식, 올바른
   '챙기기' 방법 그리고 문제 해결 및 개선 능력이다.
o 관리자가 경계해야 할 다섯 가지 유형
 ① 전략적인 사고 없이 무조건 열심히만 하는 관리자
 ② 조직의 이익보다 개인의이익을 우선시하는 관리자
 ③ 부하 직원에게 감정을 잘 드러내는 관리자
 ④ 지나치게 자신만의 원리원칙에 집착하는 관리자 
 ⑤ 마음 약한 인사 관리자
o 작은 조직의 리더는 모든 실무적인 일에 관여하는 실무형 리더가 되어야 한다. 이때 필수적인 능력이 바로 해당 분
   야의 전문지식, 그리고 업무 능력이다.
   큰 조직일 때는 리더에게 필요한 능력은 다른 사람들에게 권한 위임을 통해 일을 해결해 나가는 동시에, 상황을 거
   시적으로 보고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전략적 사고다. 그 밖에 작은 조직의 리더든 큰 조직의 리더이든 꼭 갖추야
   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o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는 여섯 가지 조언
 ① 자신에게는 엄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관대하라
 ②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살지 말라
 ③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살라
 ④ 매순간을 열심히 살아라
 ⑤ 미래의 계획을 세우라
 ⑥ 각자 자신에게 맞는 삶의 철학, 즉 원칙을 가져라
o 지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사람은, 다른 일이나 더 나은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o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올바른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거기에서
   가치를 걸러내는 일이 중요하다. 어떤 일을 하든지 열심히 사는 것 자체가 그 사람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o 안철수식 책읽기 방법
 ① 사람들이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자기가 아미 알고 있고 경험한 정도에 비례한다.
 ② 글을 읽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사색이다. 천천히 생각해 가면서 읽어라.
 ③ 편식하지 않는다.
 ④ 마음에 드는 견해만 받아들이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거부하거나 대충 얽어버리지 말아야 한다.
 ⑤ 책은 우리가 현실에서 필요로 하는 직접적인 답을 제공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⑥ 책은 읽는 것에 그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변화를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
 ⑦ 책이 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o 우리는 우리가 읽은 것으로 만들어진다 - 마틴 발저(독일의 문호)
o 책을 읽는 사람은 책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다.
o 당신이 '여기까지가 나의 한계다' 라고 생각하고 돌아간다면 지금 그은 그 선이 평생 당신의 한계가 될지 모릅니다.
  옳다고 판단하는 일을 하십시오. - 강인선 종군여기자의 글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12. 16. 06:00
문학동네가 올해 초에 의미있는 일을 냈다.
한 장의 그림 또는 하나의 역사적 장면을 키워드로 삼아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재발견하는 인문서 시리즈 '키워드 한국문화'는
현재까지 10권의 책이 출판됐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출간할 예정이란다.
개인적으로 참 고맙고 반가운 책이라 하겠다.
그 첫번째 책이 바로 <세한도>다.
추사 김정희!
시, 서,화에 두루 능했을 뿐만 아니라
금석학, 경학, 고증학까지 조예가 깊었던 그는 중국까지도 그 명성을 떨쳤다
우리나라 전체를 통틀어 손꼽힐만한 지식인이었던 추사.
그리고 추사의 뒤에서 방대한 정보력을 제공한 사람이 바로 우선 이상적이다.
추운 겨울이 되어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는 것을 알게 된다.
세한도 그림 속에는 유명한 공자의 말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제주도에 위리안치된 추사 김정희.
유배간 사람을 누가 일부러 찾을까?
그것도 바다 건너 저 먼 제주도까지...
추사의 제자이자 당대 유명한 역관이었던 우선 이상적은 
그러나 변함이 없이 추사를 그리워하고 흠모하면서
그에게 청나라에서 가지고 온 귀한 서책들을 보냈다.
그가 보낸 책에는 당시에 지식인들이 읽고 싶어했던
<황조경제문편> 120권 79책도 있었다.
말이 120권이지 예정없는 뱃길로 서책을 운반하기란 지금처럼 쉽지 않았으리라.
이상적 본인도 청나라에서 문집이 간행될 정도로 문학적 소양을 인정받은 사람이었는데
어찌 그런 귀한 책들이 탐나지 않았을까!
그 마음을 능히 알았을 추사는 <세한도>를 그려 이상적에게 보낸다.
그러니까 <세한도>는
이상적의 의리와 믿음이 추운 겨울 변하지 않고 푸르른 소나무와 잣나무 같다는 표현이자
추사의 진심이 담긴 그윽한 마음의 전달이었다.

...... <세한도>에 담긴 정신이 추사 한 사람만의 감회가 아니라, 조선의 모든 선비들의 정신이자 지금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정신이라 할 수 있다. 추사는 <세한도>를 통해 바로 이 조선의 정신을 형상화한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한 장의 그림이 아닌, 학문과 예술이 하나 되는 경지가 무엇인지를 말해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은 추사가 <세한도>를 완성해낸 과정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추사는 청나라에서 유행하던 화풍을 연구하여 그 근원의 궁극을 파헤쳤고, 그 궁극에 이르는 문경을 만들어냈다. <세한도>는 추사 자신이 만든 그 문경의 정점에 있는 작품이다. <세한도>에 청조 학술과 예술의 정수가 담겨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추사가 <세한도>를 완성하는 과정은 우리가 외래문화를 어떻게 수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한 전범이라 할 수 있다. 외래문화의 틀 속에 우리의 정신을 어떻게 담아내야 하는지, 그 해답을 제시해준 것이다. 이것은 바로 외래문화의 수용을 통해 새롭게 창조한 우리 문화가 그 보편적 가치를 확보해나가기 위해서는 얼마나 처절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


박철상의 글을 읽으면,
그가 <세한도>에 얼마나 특별한 감회와 존경을 담고 있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일부러 관계된 모든 것들을 찾아 책 속에 담으려고 한 모습이
읽는 내내 또 다른 감동이었다.
명작이라고만 알고 있었던 <세한도>에 담긴 몰랐던 사실들도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또 식민지 시절 일본으로 옮겨진 <세한도>를 거금을 주고 찾아온 손재형의 모습에선
간송 전형필을 떠올렸다.
(이들 때문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문화유산을 지킬 수 있었는가!)
손재형이 찾아오지 않았다면 <세한도> 여깃도 
일본 공습의 폭격 속에서 재가 되고 말았으리라...



책 말미에 20여명이 <세한도>를 보고 쓴 제형을 찬찬히 읽는 것도 특별했다.
추사에게 <세한도>를 받은 이상적은
연행길에 그 그림을 동반한다.
좋은 그림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물론 있었겠지만
이상적은 청나라에서 추사의 소식을 궁금해하던 사람들에게 그림을 보이고
직접 그들의 제형을 받아와 스승에게 알린다.
서로의 안부를 제형으로 확인하고 위로하는 애뜻한 정을 보는 것 역시도
뭉클할만큼 아름답다.

책을 읽으면서,
몇 년 전에 <세한도>가 전시됐을 때
미적거리다 미처 찾아보지 못한 게 또 그렇게 원망스러울수가 없다.
게으른 자의 회한은
늘 반성할 것 투성이다.

세.한.도
눈 앞에서 직접 확인하고 싶은 정신이다.
얼마나 아득할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10. 4. 22. 08:19

<그건, 사랑이었네> - 한비야 

그건 사랑이었네

저는 개인적으로 목소리 크고 수다스러운 사람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왠지 시비를 걸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말이죠.
그런 저의 기준으로 따진다면 일단 "한비야"는 좋은 점수를 받기가 아무래도 어려운 사람이죠.
참 많이 일을 만들어서, 참 많이 지치지도 않고, 참 많이 치열하게, 참 열심히 하면서 사는 사람, 한비야!
얼마 전에는 가을에 함께 커피를 마시고 싶은 지식인 2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1위는 안철수, 3위는 공지영이었죠)
“바람의 딸”로 지구를 걸어서 세 바퀴 반이나 돌아야 했고, 돌아와서는 다시 우리나라도  돌아줘야 했고, 그 뒤엔 불혹의 나이로 주위의 반대를 뿌리치고 중국으로 날아가 어학공부도 해야 했고, 그런 과정들을 또 몇 권의 책으로 열심히 써내야 했고...  다행히(?) 그 책들이 나란히 베스트셀러에 올라서 어느 정도 수확도 있었겠지만 말이죠.
참 복 많은 사람이라고 무작정 생각하기도 했었죠.
그녀의 책들을 차례차례 읽으면서도 솔직히 별다른 감흥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하기도 했었죠.
“한비야와 나는 참 궁합이 안 맞는 상대구나” 라고...
이제와 10년 넘게 안 맞았던 궁합이 돌연 한 권의 책으로 찰떡궁합이 된 건 아니지만 분명 그녀에게 받은 메시지가 있음을 부정할 순 없습니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던가요!
“무릎팍 도사”에 나와 강호동 앞에서 “조조조조~~~”을 외치던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자주 “울울울울~~~”에 빠져 있던 저는 웃을 수밖에 없었죠.
우리 둘이 만나면 완벽한 “조울증”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에...
예전에 읽었던 그녀의 책 <중국견문론>에 이런 구절이 있었습니다.
"길을 모르면 물어보면 될 것이고, 길을 잃으면 다시 돌아가 처음부터 시작하면 될 것이다“라고...
그러니까 일단은 떠나보라는 말이었죠.
떠나라는 이야기만 들어도 온 몸이 저릿저릿했던 저는 그녀를 향한 노골적인 부러움과 시기심만 키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건 둘의 궁합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을 거란 생각도 이제와 하게 되네요.
<여행서>로만 익숙했던 한비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온전히 여행서 같지 않았던 그녀의 글들.
투박하고 촌스러운 문체, 심지어는 너무나 개인적인 말투들을 남발하는 걸 보면서 사이비 작가라는 생각까지도 들었습니다.
그런 그가 급기야 더 개인적인 책을 냈네요.
<그건, 사람이었네>
책의 서두에서 밝혔듯 그녀는 이 책을 언니로써, 누나로써 동생들에게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마음으로 편하게 썼다고 밝혔습니다.
“청춘”들을 위한 글!
아마 이 책의 다른 이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 ‘내가 지금 청춘인가?’하는 애매한 시기의 사람들(?)에겐 어쩌면 이 책은 특별한 이야기가 아닐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제가 굳이 소개하는 이유는 단 하나,
그녀의 눈부신 “청춘” 때문입니다.
40의 나이에 중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날 때도 기겁을 했었는데, 51살의 나이로 미국 보스턴 테프츠 대학에서 본격적인 구호 이론을 공부하겠다며 또 다시 작년 9월 유학의 길을 떠났습니다.
....... 현실 불가능한 일이라고 해도 단 한 번도 이룰 수 없는 꿈을 꾸어보지 않은 청춘, 단 한 번도 현실 밖의 일을 상상조차 하지 않는 청춘, 그 청춘은 청춘도 아니다. 허무맹랑하고 황당무계해 보이는 꿈이라도 가슴 가득 품고 설레어보아야 청춘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야말로 눈부신 젊음의 특권이 아니겠는가? ......
그녀의 글처럼 도무지 그녀의 “청춘”은 끝이 날 줄 모르네요.
9년간 함께 했던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도 그만 두고 그녀는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갔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청춘”이라는 건 “나이”와는 하등 상관관계가 없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린 청춘”은 생동감과 활기참, 그리고 도전 정신이라면, 시간을 지나온 “성숙된 청춘”은 지식과 지혜, 명석함으로 비롯된 현실감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늦은 시작이 두렵지 않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그 두려움을 이기는 방법을 아마도 그녀 한비야는 알아버린 것 같습니다.
이기지 못했다면 적어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동행하는 방법을 알게 됐는지도요.
그리고 그 방법 중 하나에는 그녀가 항상 말하는 “1년에 100권 책읽기”도 분명 포함되어 있을 겁니다.

“책”
제게는 심장이 뛰고 가슴이 설레는 최고의 단어입니다.
어릴 적 제 꿈 중의 하나는 책을 읽다 눈이 멀어버리는 것이었죠. 그리고 이 어린 꿈이 “오르한 파묵”이라는 터키작가에게 맹목적인 사랑을 품게 만든 이유이기도 합니다.
참 어이없고 황당하게 들리겠지만 그런 소망을 품었던 때가 정말 있었습니다.
제가 “책”이라는 세계에 대해 품고 있는 생각과 정확히 일치하는 생각을 그녀 한비야도 하고 있습니다.
...... "독서"의 즐거움이란 책 읽는 그 자체뿐만이 아니라 도서관에 가서 책을 찾는 기대감, 찾아내서 빌려올 때의 뿌듯함, 이미 대출된 책의 차례를 기다리는 설렘, 점심을 굶어가며 모은 돈으로 서점에 가서 내 책을 사는 기쁨, 그 책을 책장에 꽃아 놓고 보는 흐뭇함, 그 책을 누군가에게 빌려주고 돌려받는 날까지 괜히 조마조마해지는 조바심까지를 포함한다......
저는 이런 마음을 “판타지”라고 이름 붙이기도 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 처음으로 아르바이트해서 받은 돈으로 제일 먼저 한 일은,
조정래의 <태백산맥> 10권을 사는 것이었습니다.
종로서적에서 이틀에 나눠 5권씩 구입해 들고 오면서 내가 세상에서 제일 큰 부자가 된 것만 같았습니다. 얼얼했던 손의 기억도 아직까지 생생합니다.
그리고 그 책은 여전히 지금까지도 제 손길을 받고 있죠.(이 책 정말 많이 읽었네요......)
사람이 사람으로서 품위를 지키며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물의 최소량은 하루에 15리터라고 합니다.
저는 그 자리에 하루에 “15장의 책읽기”가 포함되는 날이 꼭 왔으면 좋겠다고 꿈꿉니다.
책이 없었다면,
아마도 저는 참 재미없게 그리고 참 많이 힘들게 세상을 살아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이유로 책은,
저에게 있어 생명의 또 다른 숨구멍입니다...

* 문득 궁금해집니다.
  당신에게 “책”은 무엇입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2. 11. 06:25

그 사람을 가졌는가   - 함 석 헌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 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오늘은 시 한편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미 이 시를 알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정말 좋아하는 시예요.

함석헌 선생님은 1901년 평안도에서 태어나서 1982년 타계하실 때까지 시인으로, 종교인으로, 사회활동가로
많은 일을 하셨습니다.

일제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지식인의 삶이라는 거...

어쩌면 우리는 전혀 알 수 없기에 유토피아적으로 느끼는 부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시...

어떠세요?

처음 읽었을 때 제겐 파동이 오는 것 같았습니다.

잔잔한 새벽, 고요한 수면 위에 던져지는 아주 작은 돌맹이의 파동....

맘에서 시작되서 머리가 쨍~~해질 정도로 아름다웠고 그리고 슬펐고, 그리고 사랑스럽고 희망찼습니다.

정말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리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도 더불어 할 수 밖에 없었
구요...

저에 대한 소망과 희망을 꿈꾸게 했던 귀한 시여서 꼭 소개하고 싶었어요 ^^

 

보너스 팁 하나!

혹 대학로를 가시게 되면 보물 찾기 한 번 해 보시겠어요?

KFC 아래쪽 보도를 걷다보면 공연 포스터와 노점판매대 사이에서 이 시를 적은 비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만약 대학로에서 누군가를 만날 약속을 하셨다면...

이 시가 적힌 비를 보시고 상대방에게 한번 웃어주세요.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믿음직스런 미소가 되지 않을까요?

어쩌면...

그 사람을 가진 당신이 바로 당신일지도 모릅니다... 


                               
                              <대학로에 있는 함석헌 시비>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