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8. 10. 30. 08:50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시 : 2018.08.11. ~ 2018.10.28.

장소 : 샤롯데 씨어터

원작 : 로버트 제임스 월러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대본 : 마샤 노만

작사, 작곡 : 제임스 로버트 브라운

음악감독 : 양주인

연출 : 김태형

출연 : 김선영차지연 (프란체스카) / 박은태, 강타 (로버트) / 황만익정의욱 (버드) / 혁주, 류수화 (마지)

        김민수 (찰리) / 유리아, 정가희 (마리안&키아라) / 김현진 (마이클) / 송영진 (캐롤린)

제작 : (주)쇼노트

 

작품은 전혀 취향이 아니지만,

50% 할인이라는 유혹에 넘어가 보게 된 작품.

영화는 못봤었고, 원작은 오래 전에 읽긴 했다.

어릴 때 한 번 읽었고, 좀 나이를 먹어서 다시 한 번 읽고...

시간의 갭이 있어서 좀 다르게 읽힐까 싶었는데...

크게 다르지 않았다.

두 번 모두 프란체스카와 로버트의 감정에 이입되지 못했고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지금 나만 불편한가?"

딱 그런 심정.

심지어 뮤지컬까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은태의 연기는 아주 인상적이었다.

섬세한 연기가 빛을 발했다.

개인적으로 인물과 배우 사이의 거리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박은테 로버트는 그 거리를 아주 잘 지켰다.

배우가 배역과의 거리감에 실패하면

배우의 감정이 먼저 치고 들어와 관객에게 감정을 강요하는데

박은태는 자신만의 로버트를 극 속에 잘 녹여냈다.

특히 2막에서 무반주로 시작되는 넘버 "단 한 번의 순간"은 압권이다.

오롯이 목소리 하나만으로 그 넓은 샤롯데를 꽉 채웠다.

역시 이 작품은 내 취향이 아니야... 라며 인내심을 발휘하는 중이었는데

이 장면에서 가차없이 나가떨어졌다.

이걸로 충분하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차지연 프란체스카.

나는 왜 차지연 연기가 여전히 부담스러울까?

노래를 잘 하는 것도 알고,

연기를 잘 하는 것도 알고,

매번 최선 그 이상을 보여주는 것도 다 아는데

이상하게 내 마음 속 마지막 빗장을 열리지 않는다.

뭐가 문제일까?

그녀가 거리감에 실패했을까?

아니면 내가 거리감에 실패했을까?

모르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9. 7. 08:26

 

 

<잃어버린 얼굴 1895>

 

일시 : 2015.08.29. ~ 2015.09.10.

장소 :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극본,작사: 장성희

작곡, 편곡 : 민찬홍

각색,연출 : 이지나

안무 : 김혜림, 김소희

음악감독 : 양주인

출연 : 차지연(명성황후), 박영수(고종), 금승훈(대원군), 조풍래(민영익)

        정원영, 고훈정(휘), 김건혜(선화), 김도빈(김옥균)외 서울예술단단원

제작 : 서울예술단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은 늘 옳다.

온고지신(溫故知新)

아름다운 고집이고 의미있는 뚝심이다.

게다가 매 시즌마다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는 열심도 대단하고,

좋은 작품을 잊지 않고 발전시켜 나가는 진일보하는 과정도 눈부시다.

<잃어버린 얼굴 1895>.

2013년 초연 당시 정말 보고 싶었었는데

공교롭게도 그리스 여행과 일정이 겹치는 바람에 놓쳐버린 작품이다.

그게 정말 아쉬웠던지 이번  재연은 첫공을 아무 망설임없이 바로 예매했다.

그리고 역시나...

서울예술단 가무극 시리즈는

전체적인 무대와 조명, 그리고 거울같은 바닥이 주는 효과까지 제대로 느끼려면 2층 관람이 정답이다.

아름답고 애잔하고 그리고 참 서럽더라.

뭔가가 가슴에 오래 맺혀버린것 같기도 하고, 속이 후련해지는것 같기도 하고

픽션이 팩트처럼 느껴지기도 하더라. 

개인적으론 명성황후를 모티브로 한 작품 중에서 제일 가슴에 담겼다.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도 너무 좋다보니 한 눈을 팔 겨를이 없었고

의상과 무대를 따라가는것도 황홀하더라.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 작품을 서울예술단 말고 다른 곳에서 올린다...

과연 지금과 같은 정도의 퀄리티가 나올 수 있을까?

이건 딱히 배우나 연출, 대본의 역량만은 아닌 것 같다.

첫공인데도 빈틈이 전혀 없고

마치 오랫동안 공연중인 작품을 보는 느낌이었다.

오래 함께 해온 단원은 물론이고 연수단원, 객원 배우까지도 그대로 하나로 움직이더라.

그게 바로 서울예술단만의 능력이고 가치고 변별력이다.

꼭 <바람의 나라> 그 두번째 이야기같다.

 

차지연의 묵직하면서도 절제된 민비도

정원영의 서글픈 휘도

나는 다 서럽고 아팠다.

선호와 휘에게는.

가혹함이 느껴질 정도다.

게다가 엔딩은 또왜 그리 애잔하고 평온하던지...

이것 말고 다른 엔딩은 도저히 생각지도 못하겠다.

 

누구였을까?

얼굴을 잃어버린 그 사람은.

민비였을까? 

아니면 선화였을까?

누구...!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3. 13. 08:27


<드림걸즈>


일시 : 2015.02.26. ~ 2015.05.25.

장소 : 샤롯데씨어터

작사, 극본 : 톰 이언 (Tom Eyen)

작곡 : 헨리 크리거 (Henry Kreger)

안무, 연출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차지연, 박혜나, 최현선 (에피) / 윤공주, 박은미, 유지 (디나)

       김도현, 김준현 (커티스) / 최민철, 박은석 (지미)

       이승원, 유승엽 (씨씨) , 난아 (로렐), 이종문, 김웅곤 외

제작 : OD뮤지컬 컴퍼니 (주)

 

<드림걸즈>는 영화를 워낙 재미있게 봐서 그런지

2009년 뮤지컬로 올라왔을때 오히려 챙겨볼 마음이 안생겼던 작품이다.

일종의 선입견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흑인 R&B 소올을 우리나라 배우들이 과연 얼마나 표현할 수 있을까 싶어서...

그리고 솔직이 영화에 출현했던 배우들의 노래 실력이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귀기(鬼氣)가 느껴질 정도로 시종일관 무시무시한 가창력이었고 표현이었다.

한동안 "Listen"에 푹 빠져 살기도 했었는데...

스토리를 보강해서 재공연 된다는 소식을 듣고 영화 생각이 많이 났다.

그래서 쇼뮤지컬이 내 취향이 아님을 알면서도 이번엔 한 번 보자고 생각했다.

딱 한 번 볼거라 아무래도 캐스팅 선택에 신경이 쓰이더라.

에피를 최현선과 차지연 둘 중 누구로 해야하나 고민하다 결국 초연 에피 차지연을 선택했다.

(지미까지 최민철이었다면 더없이 좋았을텐데.... 요건 좀 아쉽긴하다.)


결론은...

이번에도 역시나 쇼뮤지컬은 나랑은 도무지, 당췌 안 맞는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고 왔다.

차지연 에피, 윤공주 디나, 난아 로렐 다 노래를 잘한다는건 깨끗하게 인정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거다.

시종일관 끝없이 강강강강(强强强强)의 연속이다.

한 명만 그렇다면 상관없는데 세 배우 다 최대출력을 사용하니 

듣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기가 질려버리더라.

"나 잘 하지!"

"어때 죽이지!"

"엄청 높게 올라가지!"

"이 정도면 정말 끝장이지!"

........................

개인적으론 몇몇 장면에서 견뎌내질 못하고 귀를 막기까지 했다.

(질러대는 소리들이... 꼭 무차별적인 폭력... 같았다...)

드림걸즈인데,

드림도, 걸즈도 내겐 별 감흥이 없더라.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취향이니까....)

세 여인이 너무 쎄다보니 오히려 남자 배우들 연기가 더 눈에 들어오고 실제적으로 다가왔다.

김준현은 전작 <마리앙투아네트> 오를레앙 공작과 캐릭터가 겹쳐지긴 했지만

야심으로 가득한 커티스를 아주 잘 표현해줬다0.

극 초반과 후반의 커티스도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고

특히 김준현 특유의 말투나 표정이 배역과 아주 딱 맞아 떨아졌다.

박은석은 캐릭터 탓이긴 했지만 좀 과하다는 생각을 했고

차라리 지미가 아니라 커티스를 했었으면 더 잘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승원 씨씨는 <드라큘라>에 이어 칭찬받아 마땅하고

특히나  "family"를 부를 때는 미성이 참 돋보이더라.

배우 정원영은 신인도 아니고, 얼굴도 꽤 알려졌는데 너무 이 배역, 저 배역에 다 써먹더라.

카드 돌려막기도 아니고...

차지연은 배역 때문에 일부러 살을 찌운것 같은데

요리연구가 빅마마 포스가... (ㅠ.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고, 가장 기억에 남는 넘버는

"Listen"eh "One night only"도 아닌 "Steppin' to the bad side"

솔직히 말하면...

김준현의 공이 크다.

야비한 커티스가 멋져보였던건 비단 나 뿐만은 아니었을듯.

그나저나 텅 빈 객석 2층 보니 

오디의 초연 실패작 <닥터 지바고>가 떠오르더라.

이 작품도 혹시 <드림걸즈>처럼 다시 올라오게 되는건 아닐까?

(그렇다면 손을... 아주 많이, 전폭적으로 봐야 할 것 같은데)

아마도 이번 <드림걸즈>도 오디컴퍼니에 짭짤한 수익을 남기진 못할 것 같은데...


쇼뮤지컬은,

여러모로 참 험난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1. 17. 08:22

<마리 앙투아네트>

일시 : 2014.11.01. ~ 2015.02.01.

장소 : 샤롯데씨어터

극작, 작사 : 미하엘 쿤체 (Michael Kunze)

작곡 : 실베스터 르베이 (Sylvester Levay)

연출 : 로버트 요한슨 (Robert Ohanson)

음악 슈퍼바이저 : 베른트 슈타익스너 (Bernd Steixner)

협력연출 : 이란영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옥주현, 김소현 (마리 앙투아네트)

        윤공주, 차지연 (마그리드 아르노) 

        윤형렬, 카이, 전동석 (악셀 폰 페르젠 백작)

        민영기, 김준현 (오를레앙 공작)

        이훈진, 임강희, 박선우, 문성혁, 김영주 외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모차르트>, <엘리자벳>, <레베카>에 이은 미하엘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 콤비의 신작 <마리 앙투아네트>

이 두 콤비의 작품은 유독 우리나라에서 흥행 성적이 좋다

<모차르트>랑 <엘리자벳> 초연을 볼때까지만해도 그럴말하다고 인정했다.

인물과 스토리, 화려한 넘버가 사람의 눈과 귀를 단번에 사로잡더라.

화려함과 고음의 기교에 감탄하는 한국인의 정서를 잘 파악했고

스토리를 끌어가는 방식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계속 보다보니 어딘지 모르게 지치게 되더라.

<레베카>는 내 취향의 작품도 아니었지만

막장의 스토리(?) 때문인지 초장부터 바로 지쳐버린 전력때문에

사실 이 작품도 좀 걱정이 되긴 했다.

그래서 한 번 보는 걸로 끝낼 생각이라 캐스팅 선택에 신중을 기했다.

(초연작이 올라올때마다 매번 이런 결심을 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론 마리 앙투아네트보다는 마그리다가 훨씬 더 비중있어 보였고

넘버도, 인물도 훨씬 더 입체적이고 드라마틱했다.

마리앙투아네트는...

뮤지컬 속에서는 정말 이해가 안되는 인물이라 의아했다.

마리앙투아네트에게 촛점을 맞추면

이 작품이 사랑 이야긴지, 혁명 이야긴지, 모성애 이야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더라.

페르젠 백작과의 금지된 사랑 운운하긴 하지만

금지라는 단어를 쓰기에는 너무 대놓고 연애질(?)이었고

모성애 운운하기에는 달랑 "자장가" 하나에만 의미가 부여되는것 같고,

(이마저도 마그리다와 엮이면서 모성애가 아닌 출생의 비밀로 넘어가버렸고...)

혁명 운운하기에는 그럴듯한 사건도 없다.

게다가 모성애를 표현은 아무래도 옥주현이 김소현보다는 경험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고...

그냥 이쁘게 치장하고 나온 꼭두각시 인형의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게 옥주현과는 좀 안 어울리는 것 같았고...

오히려 마리앙투아네트 보다는 그녀의 연인 페르젠 백작이 훨씬 눈길이 가더라.

카이가 연기를 잘하기도 했고.

보는 내내 마리앙투아네트가 왜 억울한 죽임을 당한 희생자처럼 그려져야 했는지 이해가 안됐다.

마리앙도 그렇고 그래선지 오히려 주변 인물들이 훨씬 더.

루이 16세 이훈진은 "산초"류의 코믹한 배역으로 굳어가나 싶었는데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 반가웠고

문성혁과 김영주 콤비의 깨알재미는 확실히 극에 활력소 역할을 했다.

개인적으론 제일 매력적이고 동시에 유일하게 이해가 됐던 인물은,

아이러니하게도 오를레앙 공작이었다.

김준현이 너무 표현을 잘해서 완벽하게 설득당했다.

표정, 말투, 연기, 전체적인 느낌 다 좋더라.

적어도 오를레앙만큼은 민영기보다 김준현이 훨씬 더 잘 어울리겠다 싶었다.

(여름밤의 무도회 장면에서는 라다메스의 느낌도 살짝 풍겨서 혼자 향수에 잠겼다.)

 

결론은,

나름대로 재미있게는 봤지만

다행스럽게(?) 재관람까지 이어지진 않을것 같다.

결정적인 이유는,

화려함을 감당하지 못하는 개인적인 취향때문이고

그 다움은 넘버에도 스토리에도 별다른 임펙트를 느끼지 못해서다.

한 가지를 더 꼽자면, 조명!

감정과 장면을 어찌나 성실히 잡아먹던지...

처음엔 타이밍을 못맞춰 실수를 하는건가...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

아주 오랫만에 너무 성실하고 정직한 암전을 체험했다.

하하하...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9. 30. 07:45

<The Devil>

일시 : 2014.08.22. ~ 2014.11.02.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작사 : 이지나, 이지혜

작곡 : Woody pak, 이지혜 

연출 : 이지나

음악감독 : 신은경

출연 : 마이클리, 한지상, 박영수, 이충주 (X)

        송용진, 김재범, 윤형렬 (존파우스트)

        차지연, 장은아 (그레첸)      

제작 : (주)페이지1, (주)알디웍스

 

<The Devil>

회차가 그리 많지 않은 박영수 X까지 확인했다.

락뮤지컬은 처음이라 초반에 고전을 면치 못하기도 했고 성대에 무제가 생겨 스케쥴이 바뀌기까지 했다.

게다가 서울예술단 가을 공연인 <뿌리 깊은 나무> 때문에 10월 5일 이후로는 스케쥬에서 완전히 빠져있어서

이 녀석을 언제쯤 봐야하는지를 좀 고민했었다.

그래서 선택한 캐스팅이 박영수X에 김재범 존, 차지연 그레첸.

김재범은 장은아와 어울리긴하지만 내 생각같은 캐스팅을 만나는건 쉽지 않더라.

살짝 고민했던 박영수 X의 느낌은...

일단 비주얼만큼은 그 어떤 X보다  최강이더라.

슈트를 입은 모습도 그야말로 압권이었고.

살짝 야누스적인 느낌도 있어 전체적인 분위기는 참 좋았다.

그리고 눈빛!

그 눈빛이 너무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락발성이 박영수에게는 너무 많이 힘겨워 보였다는거.

너무나 열심히 하는데 샤우팅할때마다 참 많이 안스러웠다.

X의 노래...

정말 어려운거구나 또 다시 절감했다.

개인적으로 느낀 영수 X의 장점은 아주 깨끗하고 맑다는 거다.

심지어 black X일때조차도...

그런데 그 느낌이 난 참 좋더라.

선과 악의 대결에서 결국 승리하게 되는건 선이라는 무언의 메세지 같아서... ^^

white X 의 느낌이 너무좋아서 특별공연에 박영수도  white X로 한 번쯤 해줬으면 좋겠는데

이건 그냥 바람으로만 남겨둬야 할 것 같다.

이날 다시 확인했더니  X의 넘버 "제안"은 목소리만 나오는게 역시나 맞더라.

(도대체 한지상은 왜 이 넘버에서 black X로 등장해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을까???)

 

김재범 존은...

가히 "지킬 앤 하이드" 보는 것 같았다.

노래도 그렇고 연기도 그렇고 점점 더 진가를 발휘한다.

"난 절대 변하지 않아!"

인간의 오만에 대한 경고와 무너짐, 그리고 구원.

이 모든 과정을 김재범은 아주 설득력있게 그리고 여백없이 보여줬다.

"절대'라는 말은 정말이지 "절대"로 없는 모양이다.

차지연 그레첸은 여전히 연상녀에 여전사의 느낌이고...

내가 너를 대신함으로써 너의 죄를 사해주리라... 가 아니라 내가 네 앞에 있는 모든 악을 다 무찔러주리라...

딱 그런 느낌 ^^

X보다 카리즈마를 우습게 능가해버리는 카리즈마가 때론 불편하기도 했다.

차지연이 X를 했어도 좋았을거란 생각이 들 정도로.

 

어찌됐든 확실한건,

이 작품은 정확히 나를 저격했다.

그래서 앞으로 몇 번을 더 보게 될지 솔직히 전혀 모르겠다.

자꾸 끌어당기니 지금으로선 마냥 끌려가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그리고 이렇게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건.

정말이지 공정치 못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9. 24. 07:43

<The Devil>

일시 : 2014.08.22. ~ 2014.11.02.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작사 : 이지나, 이지혜

작곡 : Woody pak, 이지혜 

연출 : 이지나

음악감독 : 신은경

출연 : 마이클리, 한지상, 박영수, 이충주 (X)

        송용진, 김재범, 윤형렬 (존파우스트)

        차지연, 장은아 (그레첸)      

제작 : (주)페이지1, (주)알디웍스

 

<The Devil> 다섯번째 관람.

첫번째 관람 X가 한지상이었으니 거의 한달만에 한지상 X의 재관람이다.

솔직히 말하면 요즘 한지상의 어깨뽕 가득한 연기가 많이 불편한 상태라 첫관람은 순전히 재관람 할인 30%를 받기 위한 미끼용이었다.

원래 예정은 한지상과 김재범만 확인하자였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송용진 X에 제대로 낚이는 바람에...

(결국 이렇게 또 다시 사단이 났다! 나도 안다! ㅠ.ㅠ)

 

다섯번째 관람 후 가장 크게 느낀건,

한지상 배우와 화해하는 건 당분간은 힘들겠다는 사실.

한지상의 어깨에 잔뜩 들어가있는 뽕은 과연 언제쯤이면 빠지게 될까???

black X 일때는 그나마 괜찮은데

white X 일때는 리듬을 타면서 한쪽 다리를 흔드는 모습은 너무나 이질적이다.

노래부를 때도 너무 과도하게 엑센트를 넣고...

이날 내가 무대에서 본 건 X가 아닌 그냥 한지상 자체더라.

<넥스트 투 노멀>과 <완득이>때만 해도 이러지 않았는데

이유가... 도대체 뭘까????

이 녀석의 차기작이 MBC 주말 드라마라는 소식에 노파심이 더 커졌다.

혹시 지금보다 어깨뽕이 더 높아지는건 아닌가 싶어서...

 

이상하게 이날은 보는 내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선지 지금껏 본 <The Devil> 중 제일 다가오지 못했다.

"제안"도 예전에는 목소리만 들려서 선한X, 악한X 모두의 목소리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black X가 무대에 등장해서 개인적으론 좀 그랬다.

송용진 존은 목소리가 많이 잠겨있어 특유의 발성을 충분히 살려내지 못했고

(<헤드윅>에 쿠바 공연 연습에 이 작품까지... 피로하지 않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긴 하겠다.)

차지연 그레첸은 다리가 너무 과하게 드러나 보기에 좀 그랬다.

본인도 느꼈는지 "눈동자"를 부르면서는 다리를 가리느라 몹시 분주하더라.

살을 많이 빼서 무의식중에 늘씬한 다리를 보여주고 싶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다쳤다는 다리가 영 상태가 안 좋아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대놓고 드러내니까 오히려 보기가  불편하더라.

목소리도 좀 잠겨있고..

 

보는 내내 이 작품 처음보다 너무 많이 친절해졌구나 생각됐다.

인물간의 관계도 점점 더 표면화되고,

미묘했던 뉘앙스도 점점 더 구체적으로 변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예전의 불친절함과 모호함이 백만배쯤 더 좋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이 이상 친절해지진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devil이 angel이 되는건 아니겠지만

그냥 가장 devil다운 devil이었으면 좋겠다.

(이 마음... 이해될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9. 3. 08:13

<The Devil>

일시 : 2014.08.22. ~ 2014.11.02.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작사 : 이지나, 이지혜

작곡 : Woody pak, 이지혜 

연출 : 이지나

음악감독 : 신은경

출연 : 마이클리, 한지상, 박영수, 이충주 (X)

        송용진, 김재범, 윤형렬 (존파우스트)

        차지연, 장은아 (그레첸)      

제작 : (주)페이지1, (주)알디웍스

 

또 다시 <The Devil>이다.

드라큘라 - 더 데빌 - 드라큘라 - 더 데빌

(무슨 랩도 아니고 어쩌다 이렇게까지 와버렸는지...)

구차하게 변명을 하자면 28일 두번째 관람은 동생 대타로 갔던거고...

예매한 30일 공연을 취소할까 했는데 수수료도 아깝고

또 송용진 존파우스트에게 제대로 낚여서 이틀만에 또 다시 연강홀을 찾았다.

두번째 관람에서도 느꼈지만

밴드의 사운드가 많이 작아졌고 몇몇 장면도 순화됐다.

사실 개인적으론 사운드도 좀 더 사이키델릭하고 세기말적이길,

장면과 이야기의 흐름도 더 불친절하고 모자이크적이길 바랬었다.

그래서 이지나 연출이 타협땨윈 하지 않기를 내심 바랬는데

아무래도 창작이고 초연이다보니 관객의 입장을 무시할 순 없었나보다.

특히나 그레첸이 죽는 장면이 바뀐건 많이 아쉽다.

원래는 커다란 쇠막대로 자신의 음부를 찌르는 거였는데

쇠막대가 없어지고 그냥 손으로 강타하면서 바닥에 뒹구는 모습으로 순화됐다.

개인적으론 강한 조명 속에서 쇠막대를 들고 서있는 그레첸의 모습이 상당히 제의적으로 보여서 좋았었는데...

(이 장면에서 차지연 그레첸은 정말 여전사 같았다.)

2막 마지막 부분에서 X의 대사 "시간은 지나갔다"도

"피와 살" 이후로 위치시키니 뒷장면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서 훨씬 매끄럽더라.

첫번째 관람 후 대사가 묻히는 것 같아서 순서가 바뀌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그렇게 됐다.

(후반부의 총소리랑 존이 쓰러지는 듯한 소리도 극단적으로 크게 해주면 혹시...안될까???)

 

세 번의 관람 결과,

내 취향의 캐스팅은 마이클리-송용진-차지연이 될 것 같다.

노래도, 연기도, 감정도, 표현도 딱이다.

사실 이 작품에서 X도, 존파우스트, 그레첸을 구분하는건 무의미하다.

X가 존이고 그레첸이듯

존이 X고 그레첸이며, 그레첸이 존이고 X다.

그리고 내가, 그대가, 우리가,

X이고, 존이고, 그레첸이다.

인간은 유혹에 흔들리고, 흔들리다 자리를 찾는다

때로는 찾은 자리가 낯선 곳 일수도 있고, 바로 그 곳일 수도 있다.

유혹의 순간에 피에타상처럼 죽음까지 나를 감싸주는 평온이 있다면

어떤 선택이든 믿고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The song of songs"의 가사를 듣는 순간 그게 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왼팔로 내 머리를 고이고, 오른팔로 나를 안아 편히 쉬게 하라...

(이 넘버를 작사, 작곡한 이지혜에게 경의를 표하며...)

 

<The Devil>

빠져들면 빠져들수록

내게 존재론적인 질문을 던져 답을 찾게 만든다.

아마도 당분간은 정면으로 대응히게 될 것 같다.

이 또한 지나갈테지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8. 27. 08:07

<The Devil>

일시 : 2014.08.22. ~ 2014.11.02.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작사 : 이지나, 이지혜

작곡 : Woody pak, 이지혜 

연출 : 이지나

음악감독 : 신은경

출연 : 마이클리, 한지상, 박영수, 이충주 (X)

        송용진, 김재범, 윤형렬 (존파우스트)

        차지연, 장은아 (그레첸)      

제작 : (주)페이지1, (주)알디웍스

 

이지나 연출의 창작 뮤지컬 <더 데빌>.

워낙 괴테의 <파우스트>를 좋아해서 현대적으로 해석한 뮤지컬로 만들어지길 바랬는데 드디어 바람이 이뤄졌다.

그것도 아주 프로그레시브한 락뮤지컬이란다!

게다가 공개된 캐스팅들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만큼 후덜덜한 배우들의 총집합이다.

캐스팅보고 확신했다.

이 작품은 시종일관 강강강강(强强强强)이 될 거라는걸.

더불어 호불호 또한 아주 극명하게 갈리겠구나...까지!

사실 조금 로딩이 된 후에 관람할 예정이었는데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예매를 해버렸다.

그것도 내가 요즘 살짝 피하고 있는 한지상 X로...

다행인건 공개된 음원에서 한지상이 부른 "피와 살"이 꽤 괜찮았다.

그래서 기대감이 조금씩 생기는 참이었다.

 

이 작품의 제일 큰 매력은 단연코 음악이다. 

woody pak과 이지혜가 만든 곡들은 정말이지 단 한 곡도 버릴 곡들이 없다.

묵시론적인 이지나의 가사도 괜찮고.

노래 잘하기로 유명한 배우들의 소리를 코러스화 시켜버리는 밴드의 볼륨이 문제긴한데

내 생각엔 이지나 연출이 라이브밴드의 볼륨을 줄이는 양보 따윈 안 할 것 같다.

사실 그 과함이 그로데스크하면서 세기말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니까!

게다가 배우들의 넘버 소화력은 환상적이다.

한곡 한곡을 그야말로 죽자고 부른다.

솔직히 주눅이 절로 들 정도다.

우려했던 한지상도 나쁘지 않았는데"Big time"에서 과하게 그루브를 타는 바람에 좀...

사실 나는 좀 다크하고 차가운 X이길 바랬는데 그렇게 리듬을 타버리니 경망스러움이 느껴지더라.

"피와 살"은 독립투사의 결의가 느껴지고...

 

이날 관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배우는 존파우스트역의 윤형렬.

노래가 아주 살짝 흔들리긴 했지만

외모도, 연기도, 느낌도 배역과 아주 잘 어울렸다.

그리고 <더 데빌>에서 자칭 타칭 고생담당 이라는 그레첸 차지연.

차지연이라는 배우.

참 대단하고, 너무 열심히 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인 배우임에는 분명하다.

그런데 이건 다분히 개인적인 취향이긴한데

나는 이상하게 차지연 특유의 뽕끼가 영 적응이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레첸을 차지연만큼 표현할 배우가 없다는건

인정할 수밖에는 없겠다.

"Mad Gretchen"의 그 긁어내던 발성은 지금 생각해도 참 후덜덜하다.

 

첫관람 후 이 작품에 대한 내 선호도는 결정됐다.

확실한 호(好)!

물론 과한 부분들이 많다는건 인정한다.

배우들의 소리까지 잡아먹는 4인조 라이브 밴드의 어마무지한 연주도 그렇고

코러스의 정체불명의 안무는 확실히 극의 흐름을 방해한다.

4인조 코러스 자체는 아주 좋다.

게다가 4명이 다 특색있는 음색이라 작품과 잘 어울린다.

스토리 자체는 난해하다는 평이 있긴하데 별로 그렇진 않고

단지 그걸 표현한 방식이 아주 살짝 불친절하고 극단적이란 느낌은 있다.

넘버도, 스토리도 시종일관 강강강강(强强强强)의 연속이다보니 거부감이 느껴질 수도 있겠다.

종교적인 색채가 짙다는 평가는,

"파우스트"가 모티브인데 그 정도 종교색도 없으면... 글쎄 그거 오히려 이상하지 않을까 싶다.

난 오히려 조금 더 성서적이어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다.

중간중간 나오는 헨델의 "울게 하소서"도 그래서 더 인상적이고 의미심장하더라.

(그레고리안 성가도 생각나고, 카스트라토도 생각나고...)

 

이지나 연출의 작품이 나랑 잘 안맞는 편이라

관람하기 전에 사실 걱정을 했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느낌이 좋아서 다행이다.

위험한 발언이긴한데,

캐스팅별로 여러번 챙겨보게 될 것 같다.

 

The Deveil 이라니...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유혹적인 작품 아닌가!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5. 9. 08:02

<서편제>

일시 : 2014.03.20. ~ 2014.05.11.

장소 : 유니버설아트센터

원작 : 이청준 <서편제> 

대본 : 조광화

작곡 : 윤일상

음악감독 : 김문정 

연출 : 이지나

출연 : 이자람, 차지연, 장은아(송화)/윤시영, 김서현 (어린 송화)

        마이클리, 송용진, 지오(동호)/탕준상, 윤우영 (어린 동호)   

        서범석, 양준모 (유봉) 김윤지(동호모), 문혜원(미니),

        심정완 (매니저) 외

 

내 취향도 아닌 <서편제>를 두번씩이나 봤다.

솔직히 공연 초반에 관람때,

마이클리의 어눌한 한국어 대사때문에 보는 내내 많이 속상했었다.

손에 꼽을만큼 좋은 배우가 익숙하지 않은 한국어 발음때문에

듣지 않아도 되는 비난을 듣는 것 같아서 맘이 아팠다.

이지나 연출의 지나친 애정과 믿음이 마이클리의 이력에 흠집을 내는구나 싶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의 관람으로는 도저히 끝낼 수 없었던건

마이클리 동호의 깊은 감성과 진심이 너무 섬세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다시 보게 된 <서편제>.

확실히 마이클리는 마이클리더라.

한국어 대사도 북치는 감각도 완전히 달라졌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을 했길래 지금의 모습이 만들어졌을까?

물론, 한국어 대사는 아직 어색하다.

그러나 초반에 느꼈던 어눌함은 많이 사라졌다.

진심과 노력을 이기는건,

정말로 없는 모양이다.

마이클리가 부른 동호의 넘버들.

이걸 다 어쩌나...

이 진심을 다 어쩌나...

지금까지 <서편제>는 내가 좋아하는 작품 목록에 한번도 포함되지 않았었는데

마이클리가 그걸 바꿔놨다.

이럴 수도 있는 거구나.

한 사람의 감성이, 한 사람의 진심이 한 작품을 완전히 다시 생각하게 만들 수도 있구나.

(솔직히... 경외감 비슷한 것까지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송화는 이자람이 더 좋았다.

이자람이 안으로 품고 품어서 삭이는 송화였다면

차지연은 마지막 하나까지도 전부 다 쏟어내는 송화더다.

그 모습이 너무 힘겨워서 오히려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당연한 말이지만 중간중간 나오는 창(唱)도 이자람이 훨씬 좋았고

마지막 "심청가"는 여운이 특히나 깊고 오래갔다.

(차지연은 보는 사람을 참 많이 기진맥진하게 만들더라.)

양준모 유봉도 더 깊어졌고 송화 아역 김서현도 윤시영보다 좋았다.

윤시영은 전문 뮤지컬배우가 되버려서 아역다운 풋풋함을 기대하기가 점점 힘들어지는 것 같다.

(잘하기도 하고. 너무 많은 작품을 하기도 하고.) 

그리고 동호모가 죽는 장면은 머리와 팔만 버둥거리니까 우스꽝스럽고

(이건 지금 뭐하자는시츄에이션? 솔직히 그런 느낌이다)

유봉이 죽는 장면도 흰닭들의 푸닥거림이 떠올라 여전히 민망하다.

오디션 장면과 마약 장면도 과감하게 쳐내면 더 좋을 것 같고...

 

이렇게 하나하나 지적질이 시작된 걸 보니

<서편제>가 새로운 애정작이 되긴 한 모양이다.

그래, 이번 시즌은 그걸로 만족하자.

 

*  그런데 정말 그렇더라.

    살다보면 살아지더라.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 24. 08:27

<Carmen>

일시 : 2013.12.03. ~ 2014.02.23.

장소 : LG 아트센터

대본 : 노먼 알렌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작사 : 잭 머피

연출 : 김동연

음악감독 : 이나영

출연 : 바다, 차지연 (카르멘) / 류정한, 신성록 (호세)

        임혜영, 이정화 (카타리나) / 에녹, 최수형 (가르시아)

        이미라, 유보영 (이네즈 고모) / 이정열 (맨도자 시장)

        태국희, 임재현, 최호중, 서경수 외

제작 : 오넬컴퍼니, (주)뮤지컬해븐

 

무한애정하는 류정한이 출연한다고 해도

<카르멘>은 확실히 내 취향은 아니다.

요즘은 공연이 시작되기 3~4개월 전부터 예매가 시작되니 호불호를 결정하기도 전에 예매부터 하는 사태(?)가 자주 발생된다.

그러다보니 작품이 취향과 안 맞을 경우 취소수수료도 만만치 않고...

이 작품도 취소수수료때문에 세번째 관람까지 하고 말았다.

이상하게도 나는 화려한 쇼뮤지컬을 보고 있으면  눈의 피로도가 증가하면서 극도의 피곤이 몰려온다.

<카르멘>도 그런 의미에서는 어쨌든 치명적인 작품이 맞긴 하다.

 

두번째 관람한 차지연 카르멘은 확실히 좋더라.

차지연은 아주 작정한게 분명하다.

<카르멘>은 그야말로 차지연에 의한, 차지연을 위한, 차지연의 작품이다.

아주 반짝반짝 빛나는 게 보고 있으면 눈이 부실 정도다.

노래도 연기도 감정도 템포도 타이밍도 춤도 다 너무 좋더라.

개인적으론 바다 카르멘보다 차지연 가르멘이 훨씬 좋다.

바다는 재능과 끼로 주위를 끌어당기는 고양이 느낌이라면

차지연은 내면 깊숙이 뭔가를 품고 천천히 움직이는 표범 같다.

바다는 경쾌한 탱고 느낌이고 차지연은 진한 블루스의 느낌.

뭐 어디까지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겠지만!

차지연의 체격이 조금만 더 왜소해보였더라면 정말 좋았을텐데...

남자배우들과 서있을 때 얼굴 크기도 전체적인 모습도 커보여서

때때로 집시가 아니라 전사(戰士)같은 느낌인게 아쉽다.

차지연도 자신의 외적인 모습이 아마도 내내 트라우마 혹은 상처였던 모양이다.

안면 축소 수술을 하려고 돈까지 모았다는 인터뷰 기사를 봤다.

그러다 그 돈을 들고 영국으로 날아가 돈이 다 떨어질때까지 공연을 보고 왔다나!

 

류정한 호세는 무대 위에서 여전히 여우같았고

상대 여배우들을 최대한 돋보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서포트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선지 이정화도 처음 봤을 때보다 전체적으로 훨씬 좋아졌다.

에녹은 노래와 연기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강렬했고

특히나 이 작품에서는 배역의 매력보다 에녹이라는 배우의 매력이

문득 에녹이 <아이다>의 라다메스를 해도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귀를 사로잡는 넘버는 남자 네 명이 부르는 "A woman like that(그런 여자)"과

카르멘이 부르는 "If I could(그럴 수만 있다면".

특히 차지연이 부르는 'If I could"는 정말 애절하고 진심이 담겨있어 뭉클하다.

커튼콜에 눈물 범벅으로 나오는 차지연의 모습은 참 감동적이더라.

그리고 깡촟깡총 뛰면서 차지연에서 박수를 보내는 류정한의 모습도 참 보기 좋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번째 관람까지는 도저히 이어지지 않을 것 같다.

공중에 긴 천을 매달아놓고 움직이는 실크 액팅이나 각종 불쇼와 서커스들이

신기하다기 보다는 오히려 무섭다.

개인의 취향이라는 게 이렇게 단호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