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10. 21. 08:28

<연애시대>

일시 : 2013.10.05. ~ 2013.12.29.

장소 : 대학로 자유극장

원작 : 노자와 하사시

연출 : 김태형

프로듀서 : 김수로

출연 : 조영규, 김재범, 이신성 (리이치로)

        황인영, 심은진, 손지윤 (하루)

        채동현, 이원 (나가토미,기타지마)

        소정화, 이수진 (가스미,다미코)

        윤경호 (가이에다), 황미영 (사유리)

 

2011년 김영필, 주인영 캐스팅으로 이 작품을 봤었다.

두 배우의 연기는,

연극 속 대사를 그대로 인용하자면 "치고 빠지는 호흡이 아주 좋았"었다.

재미도 있으면서 코끝이 찡하기도 했고, 아주 치열하기도 했었다.

그야말로 밀당의 진수를 김영필과 주인영이 보여줬었다.

게다가 정선아(사유리)와 김나미(가스미, 다미코)의 맹활약까지.

이런 캐스팅 아마도 다시 나오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했었다.

 

2013년 <연애시대>

김재범과 채동현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그냥 넘겼을 작품.

(인팍 모닝티켓 덕분에 프리뷰를 만원이라는 놀라운 가격으로 관람했다.)

2011년 캐스팅이 워낙에 막강해서 어쩔 수 없이 자꾸 비교하게 되더다.

전체적으로 작품이 가벼워졌다.

(도대체 왜 자꾸 공연들이 가벼워질까?)

노자와 하사시의 원작도 읽었는데 이렇게 가볍지는 않았는데...

그래선지 결혼식 장면과 영안실 장면이 교차되는 부분이 좀 붕 떠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재범은 이 장면에 사람 참 뭉클하게 만들더라.)

수정된 부분들도 눈에 띄는데

개인적으론 기타지마 교수 아내가 하루에서 이혼신청서를 맡기는 부분이 사라진 건 아쉽다.

그 부분 대사도 생각난다.

"그게 뭐였다고 생각하세요? 사랑이었어요"

그때 분명 하루의 마음이 움직였었는데...

다음 장면은 약속이라도 한 듯 다미코가 리이치로와의 결혼신청서를 하루에게 맡기는 장면이었다.

장면으로 인물의 심리와 미묘한 갈등이 잘 교차시켜서 아주 인상적으로 느꼈던 장면이었는데...

 

듣기 거북할 정도로 소리를 지르던 황미영의 사유리는 과장이 너무 심했고

채동현은 나가토미는 너무 평범했지만 기타지마는 나쁘지 않았다.

하루와 리히치로의 툭툭 거리는 장면을 레슬링 경기처럼 친구들이 중계하는 장면은 참신하고 적절했다.

소정화의 가스미와 다미코는 둘 다 과장이 심했고 두 인물의 구별이 별로 없었다.

2011년에 김나미 배우가 이 두 역할을 정말 환상적으로 표현했었는데...

가즈미일 때는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더니

다미코로 나올 때는 또 그렇게 천상 여자일 수 없더라.

(그때 "아야"가 남자 관객이었다. 남자처럼 생겼지만 딸이야~~라던 김나미 가스미의 멘트에 객석이 완전 빵 터졌었는데...)

소정화는 그냥 소정화 같아서...

 

이 연극은 대사들이 정말 좋은데

2011년 공연 만큼 대사의 묘미와 뉘앙스를 잘 살리내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

불협화음의 "One summer night"이 철이와 미애의 "너는 왜?"로 바뀐 것도 개인적으론 아쉽다.

노래처럼 이 작품 자체가 하루와 리이치로의 "One summer night" 처럼 느껴졌었는데...

다시 실패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같은 사람과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다시 사랑한다면 싸우는 여자와 도망치는 남자는 변할 수 있을까?

연극은 변할 수 있다고 답하지 않는다.

단지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한다.

모든 사람들의 새끼손가락에는 보이지 않는 인연의 붉은 실이 묶여 있단다.

어떤 사람들의 붉은 실은 너무나 선명하고 단단해서 누구도 자르거나 엉키게 할 수 없다고.

하지만 나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가장 큰 게 연애라는 말도.

변하는 게 옳은 건 아니다.

때론 최대한 숨겨야 할 때도 있고, 때론 더 많이 보여줘야 할 때도 있다..

그런게 사랑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2. 11. 08:59

<유럽 블로그>

일시 : 2013.02.01. ~ 2013.05.31.

장소 :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1관

대본 : 정민아

작곡 : 이진욱

안무 ; 정헌재

연출 : 이재준

출연 : 김수로, 채동현 (종일) / 김재범, 성두섭 (동욱)

        조강현, 이규형 (석호)

제작 : 극단 연우무대, CJ E&M

 

김수로프로젝트가 드디어 다섯번째 작품을 선보였다.

창작 음악극 <유럽 블로그>

배우 김수로!

공연계로의 외출이 그저 잠깐의 외유일거라고 생각했는데

꽤 뚝심있게, 그리고 상당한 자존심과 의지를 가지고 작품을 올리고 있다.

사실 좀 많이 놀라고 있는 중이다.

연극계의 전체 판도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 그의 등장으로 공연예술의 일부분이 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관객 입장에서도, 배우나 제작자의 입장에서도...

다른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김수로프로젝트와 함께 하는 배우와 스텝들은 적어도 불합리하고 비참한 대우를 받진 않을 것 같고

관객들도 개념없이 쏟아대는 저질의 유머에 당황하지 않아도 될 것 같고...

그런 의미에서 "김수로프로젝트"는 내겐 일종의 'win-win project"처럼 느껴진다.

프레스콜 무대에서 김수로가 그랬단다.

"5년, 10년 후에 김수로 프로젝트라는 이름만으로도 관객들이 찾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그동안 몰랐었는데 김수로라는 배우!

정말 폼나게,

아주 제대로 멋지다!

 

<인다아 블로그>를 만든 연우무대에서 만든 블로그 연작 그 두번째 이야기.

인도가 배낭 여행의 끝이라면 유럽은 배낭 여행의 시작이란다.

(인도... 가고 싶다... 근데 무섭다... 유럽... 인도보다는 덜 무섭다...가고 싶다... 아니 꼭 갈거다!)

경력과 이력을 무시할 수 없는게,

배우들이 실제로 유럽 3개국 8개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찍어온 영상은

<인디아 블로그>의 어설픈 영상들보다는 훨씬 깔끔하고 아름답다.

중간중간 무대 위에서 실제로 보여지는 장면과

영상으로 보여지는 장면들이 오버랩시킨 연출은 돋보인다.

생동감이 느껴진다고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있다면

무대 한가운데 라이브 밴드가 자리하고 있어서

고생하며 찍어온 영상이 조금씩 가려진다는 거다.

밴드의 위치가 좌, 우 사이드 쪽으로 이동했더라면 그야말로 워너비의 심정으로 봤을텐데...

(우리는 이렇게 라이브로 연주한다! 라고 꼭 내세우고 싶었던걸까!)

 

유럽에서 여행작가로 장기체류중인 형 종일(채동현)과

형이 첫 배낭여행지에서 보낸 사진 엽서 속 장소를 찾아가기 위해 짐을 꾸린 동생 동욱(김재범).

파리지앵과 바람난 여친 단비를 찾기 위해 무작정 유럽으로 날아온 찌질남 석호(조강현).

세 남자의 좌충우돌 유럽 여행기라...

재미있다.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진지하기도 하고,

때로는 세 남자의 원초적인 발랄함에 덩달아 기분이 업된다.

보면서 내내 느낀건데

이 작품은 줄거리나 내용보다는 배우의 역량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작품 같다.

줄거리로만 말하자면 사실 평범하고 진부한 쪽에 가깝다.

시작부터 동욱이라는 캐릭터에 건강상 문제가 있구나 감이 딱 오는 것도 그렇고...

설마 퍽하면 나오는 시한부인생은 아니겠지?

그렇다면 난 정말 실망할지도 모르는데...

걱정하면서 봤는데 망막세포변성증이란다.

시한부 인생보다야 덜 당혹스럽지만 이 설정 자체도 참 극적인 연출이다.

이 당혹감이 신라면을 먹은 듯한 얼큰함으로 속풀이 된 건

순전히 채동현, 김재범, 조강현 이 세 배우 때문이었다.

  

프리뷰 공연인데도

마치 오랫동안 공연해온 사람들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 합이 잘 맞던 세 배우.

특히 채동현 배우는 이 작품을 통해 처음 알게 됐는데

눈도장 정말 제대로 찍었다.

연기도, 노래도, 딕션과 목소리톤, 전체적인 느낌도 작품과 너무 잘 어울렸다.

스토리텔러에게 필요한 모든 조건을 다 갖추고 있는 듯.

창작 음악극 <유럽 블로그>의 가장 큰 수확이라면 단연 채동현 배우가 아닐까!

내겐 신선한 충격이자 일종의 보물찾기였다.

이 작품을 재관람을 하게 된다면 순전히 채동현 배우 때문일거다.

그리고 앞으로도 채동현배우가 출연하는 작품들은 일부러라도 챙겨보게 될 것 같다.

이 멋진 배우의 발견으로

<유럽 블로그>는 실제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즐거운 여행이 됐다.

적어도 내겐.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