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09. 7. 10. 06:20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같은 작가 김혜남의 속편에 해당하는 책.



전편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 손에 잡다.
전편에선 작가가 본
책과 영화들을 정신분석학적(?) 입장에서 재미있게 풀어 쓴 내용이었다.
내겐 독서노트로 다가왔던 책.
그런데 이 책은....
전편만큼 그런 재미를 주지 못한다.
굳이 "서른살"을 들먹일 필요가 없지 않았나?
오히려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이 읽을
자기계발서로 적당(?)하다.


 
서른씩이나 되도 이런 거 모르는
정신적 유아기의 인간들이 많다고 주장하면,
그래서 그런 유아적 서른살을 위해 썼다고 하면.....
뭐, 할 말은 없다.
정말 지극히 맞는 말이니까.



몰랐던 용어들을 새롭게 알게 해 준 즐거움도 있다.
구원 현상, 1만 시간의 법칙, 알파 기능
바넘 효과, 템포 바이러스, tipping point ......

서른살을 이미 오래전에 지나온 나는
이런 책를 그때 읽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문득 그게 궁금해지다... ^^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6. 13. 21:26
혼자 조용히 얹어 앍은 책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자기개발서
그러나 이 책은 동화로 만들어져서 이해도 쉽고
어쩐지 귀엽운 느낌
그러나 내용은 결고....
내가 펭귄이라고 생각하면
내가 살고 있는 그 삶의 터인 빙산이 조금씩 녹고 있다는 설정,
빙산 밑으로 조금씩 터널의 뚫리고 있다는 위기 상황.
그 위기를 이제 어떻게 대처해야하지????



읽을 수 있는 책과
지친 맘을 달래줄 뜨겁고 진한 코코아 한 잔이면....
이제 모든 게 충분하다.

시간은 지날테고,
그러다 어쩌면 서성대는 맘이
길 잃은
위로를 만나게 될지도....

피해갈 곳은 이곳뿐.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제발 부탁이니, 술래야.
나를 까맣게 잊고 집으로 돌아가주렴.
나는 아직은 여기에 더 숨어있어야 할 것 같다.

충분할 때까지...
그럴 때까지...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09. 6. 11. 22:18

비가 오기 전,
하늘이 말해주는 낌새...
그 은밀함을 읽다.
수상한 비 냄새가 담긴 구름

비밀스런 하늘.
마치 금단의 책을 훔쳐 보는 것 같은 불안감. 
조심조심
딱 한 페이지만큼의 하늘을 읽는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
후.두.둑.
비 ...
떨어진다.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09. 6. 6. 21:50
사람들은 가끔 묻는다.
시간이 나면 뭘 하세요?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뭘 하세요?
대답은 이렇다.
"책 읽어요!"

또 누군가는 묻는다.
한달에 책을 몇 권이나 읽어요?
한 30권 읽어요?

꿈이기도 하다.
일을 하면서 하루에 1권씩 책을 읽을 수 있는 내공이 쌓이기를...
그 말은,
적에도 내겐
일에도 책에도 완벽하게 집중하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에...



책은 푸른 나무숲과 동의어다.
항상 어떤 상황에서도 서늘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심지어
세상 모든 것들로 부터
과감한 탈출을 감행하게 도와준다.
The phantom of the opera 에서 phantom의 은신처를 향하는 거울 입구처럼
혹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토끼굴처럼...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고 그리고 확실하게
숨을 곳을 허락한다.



혹,
내가 사라지거나
오랫동안 연락이 되지 않는다면,
나는 분명 책의 세계 속에 들어가 있는 중일테다.
그토록 좋아했던 비행기를 몰고
그의 별로 돌아간
생텍쥐페리처럼.

나는 믿는다.
그는 지금  B - 612  별의 어린 왕자가 되어 있을 거라고....
처음부터 그에겐 돌아올 연료 따윈 필요하지 않았다.
그는 그대로
"책"이 됐다.



             <조종사 생텍쥐페리>                             <어린왕자>



                   <생텍쥐페리의 마지막 비행모습 그림 - 람 반 호프>



                     <생텍쥐페리와 어린왕자의 동상>

생텍쥐페리의 고향 리옹에는 어린왕자와 그의 모습을 담은 동상이 있다고 한다.
그 아래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고....

"내가 죽은것처럼 보일꺼야,
 하지만 그게 아니야..."


그가 있는 세계를  믿는다.
B - 612 !
영원한 그의 별...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6. 2. 05:36
  <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 - 오주석


 오주석이 사랑한 우리 그림


아프고 힘들었던 지난주 위로받기 위해 찾아간 곳이 있었습니다.

“간송미술관”

5월 17일부터 어제 5월 31까지 2주 동안 간송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을 전시하는 특별전이 있었죠.

간송미술관은 일 년에 두 번 봄, 가을에 약 2주 정도의 기간으로 이런 양질의 전시 기획을 꼭 합니다. (게다가 믿어지지 않겠지만 입장료도 없습니다)

올 봄에는 “겸재화파전”이 열린다고 해서 얼마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죠.

시기적절하게도 이 책을 만나 미술관을 찾기 전에 반가운 마음으로 먼저 찾아 읽었습니다.


미술사학자 오주석!

우리시대 최고의 그림 읽어주는 남자였던 사람!

재미있는 입담과 수려한 문장, 그리고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해박한 지식과 일목요연한 해석이 그림을 재미있는 소설로 읽게 만들어 주는 최고의 길라잡이죠.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에 의해 올 4월 또 한권의 유고작으로 출판된 책이 바로 오늘 제가 소개하는 책입니다.

제 생각으론 오주석이 쓴 책 중에서 가장 많은 그림을 만날 수 있는 책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림 1점을 가지고도 한권의 책을 집필했던 분이죠. 이인문의 <강산무진도>라는 책입니다)

그렇다고 깊이가 없다거나 너무 개괄적일거란 생각은 하지 마세요.

그 짧은 글 속에 그림 속에서 우리가 보고 느껴야 할 것들 그리고 심지어 품고 있는 내밀한 비밀까지도 모두 끄집어내고 있습니다.

그것도 엄청난 필력을 자랑하면서 말이죠.

이곳에 소개된 그림은 모두 27점으로 그가 생전에 신문을 통해 발표했던 원고지 10매 분량의 글들을 모아서 만든 책입니다.

글 쓰는 사람들이 제일 고사하고 싶어 하는 글이 바로 원고지 10매 내외 분량의 글이라고 하네요.

내용을 깊게 들어가기에도 힘든 분량이고, 그렇다고 간단한 소개로만 글을 채울 수도 없는 노릇이라 참 난해한 글쓰기가 된다고요.

그런데 이 책에 나온 글들은 참 재미집니다.

꼭 화톳불 피워놓고 두런두런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은 다정함이죠.

결정적인 순간에 이야기가 끊기면 자꾸 할머니를 채근했던 기억,

“할머니! 그 다음은~~~~”

제겐 꼭 그런 느낌의 책이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다정한 할머니가 됐던 이 사람!

나머지가 궁금하면 이제 직접 찾아보라고 하네요.

꼭 그런 느낌입니다.

어릴 적 기대감으로 봤던 TV 만화영화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나왔던 한 마디!

“다음 이 시간에~~~”

어쩐지 양 볼에 바람을 잔뜩 넣은 심통쟁이 표정이 되긴 하지만 직접 찾아보는 솔솔한 재미도 놓치고 싶지 않긴 합니다.


                               〈월하정인도(月下情人圖) - 신윤복〉


                               〈야묘도추도(野猫盜雛圖) - 김득신〉

 

간송미술관을 찾았더니 올해가 마침 겸재 정선 서거 25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하네요.

실제로 전시장에서 이 책에 나온 정선의 작품 3점(금강내산도, 통천문암도, 만폭동도)을 직접 보고 왔습니다.

그 짜릿함과 벅찬 기쁨이라니...


                                            <금강내산도(金剛內山圖) - 정선>


특히 책에서 인상 깊게 봤던 <통천문암도>를 실물로 보니 입이 절로 벌어졌습니다.

거의 사람 키만한 그림 크기에 그 세밀함이라니.....(이렇게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저의 무식함을 부디 용서하소서~~!)

마치 천계로 가는 입구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림 앞에서 절감하게 되는 엄청난 경건함이라니!



     

         <통천문암도(通川門岩圖) - 정선>                     〈만폭동도(萬瀑洞圖) - 정선〉


안타깝게도 이젠 전시기간이 끝나 찾아보라고 권해드리지 못하겠네요.

혹 안타까워하는 분이 있다면 이 책이 충분한 위로가 되리라 생각됩니다.

멀게만 느껴지는 조선시대 그림들이 아주 정겹고 가까운 듯 느껴지실 거예요.

더불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그림들이 품고 있는 은밀한 비밀들을 하나하나 만나게 되면 서늘한 만족감도 덤으로 만나실 겁니다.

오주석의 글들을 읽으면, 그림 속을 이리저리 산책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햇살 좋은 오후의 푸른 숲으로의 산책 !

자, 신발끈 잘 묶고 이제부터 같이 산책해보는 거 어떠세요?

이해의 여부를 떠나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황폐하고 무거웠던 마음을 잠시 “위로”받을 수 있을거란 사실입니다.

다독다독....

한권의 책이
오늘도 저를 품고 안아줍니다.


                               〈세한도(歲寒圖) - 김정희〉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3. 25. 22:08
책에 흥미를 잃었던 적이 있던가?
<읽음>은 때론  유일한 탈출구이자
최상의 자극제였기에...

그의 혹은 그녀의 언어가
다가와,
온 몸을 관통하는 느낌

소망했었던 기억 하나.
"책을 읽다 눈 멀었으면..."


저벅저벅
거침없이 들어오는
환상들, 현실들, 추억들...


폴 오스터!
당신의 지배를
지금은 완벽히
인...정...합...니...다...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네요.
나의 넬라 판타지아...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08. 12. 30. 13:17

도심 한복판에서 만난
햇살 좋은 날의 평화.
옆에 앉아
다복 다복
책장을 넘겨주고도 싶었는데...
책 읽는 여자....
당신,
참 매력적이예요...




어딘가 당신 반쪽이 있을 것 같네요.
그 사람
기다리는 동안
책을 읽고 있나요?
한번쯤 두리번 거리게 되네요.




후후...
그런데, 이 사람은...
여기서 당신을 기다리네요.
당신들 그렇게 하루종일 책만 보다가는
겨우겨우
책 속에서 만나겠어요.

아마도
그 안에
당신들 모습이 있나 보네요...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8. 12. 26. 06:03

<도플갱어> - 주제 사라마구


 
 


 

 

 

 

 

 

 

 

 

주제 사라마구는 1922년 포르투칼에서 태어나 현재까지 생존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1998년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현존하는 몇 안 되는 대가중에 한 분이시죠.

저는 <눈 먼 자들의 도시>란 책을 통해 이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했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눈 뜬 자들이 도시>까지 열심히 찾아 읽는 얼치기 팬이 된 상태입니다.

얼마전엔 <동굴>까지 찾아 읽었고 지금은 새로운 책을 읽을 준비를 하고 있답니다 ^^

도플갱어는 주제 사라마구가 84세의 나이로 쓴 소설로 작가를 몰랐다면 아마 젊은 사람이 썼다고 생각할 만큼 신선하고 특별합니다..

(우리 병원 도서관에 구비되어 있답니다 ^^)

* 참고로 주제 사라마구의 대표작 3권(눈 먼 자들의 도시, 도플갱어, 동굴)을 인간에 대한 3부작이라고 합니다


도플갱어...

독일어로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자'라는 뜻으로 더블(분신 복제)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도플갱어는 '또 하나의 자신'을 만나는 현상인데 현대 정신의학 용어로는 오토스카파(자기상 환시)라고 하네요.

이 세상에 나와 똑같은 존재가(본인도 모르게 헤어진 쌍둥이 이야기 절대 아닙니다) 어딘가에 살고 있다면... 그리고 그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인구 500만의 대도시에 거주하는 중학교 역사교사 테르툴리아노 막시모 아폰소는 어느 날, 동료교사의 추천으로 비디오 한 편을 빌려보다 자신의 5년 전 모습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 영화에 나오는 걸 발견하게 되고, 하나하나 그 사람을 찾아내는 과정을 거치면서 드디어 서로를 대면하게 되죠,

팔뚝의 점, 후천적으로 생긴 흉터까지도 꼭 닮은 외모, 거기에다 목소리와 지문까지 똑같은 두 사람의 존재는 서로에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동이자 공포일 수 있습니다.

이젠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두 사람의 싸움은 각자의 배우자와 연인들, 그리고 가족들까지도 얽히게 됩니다.

이 둘은 결국 서로의 자리를 바꾸게 되고(그 상황이라는 게... 서로에 대한 책망, 분노, 그리고 어쩌면 조금은 끔찍한 쾌락까지도 포함된) 그 상황에서 한 명이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자...

세상엔 이 둘이 서로 바뀐 사실을 아무도 모릅니다.(나중에 어머니가 알게 되긴 하지만 그 사실 자체가 비극입니다)

이제 어떻게 될까요?

산 자가 죽은 자로 행세하며 여생을 마쳐야 하는 상황...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은 아무렇지 않은 듯, 그냥 스쳐지나가듯 인간의 잔인함과 섬뜩함을 느끼게 만듭니다.

그러나 그 섬뜩함 뒤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생각과 과거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그것도 결코 강요된 교훈이 아닌 파고 드는 느낌으로...

혹 이 책을 읽고 이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 보고 싶은 분들은...

<눈 먼 자들의 도시>를 적극 권해드립니다.

어떤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단 한 명만 빼고 이유도 없이 눈이 멀어 갑니다. 다수의 눈 먼 사람들의 공포와 단 한명의 눈 뜬 사람의 공포로 전개되는 이야기...

그 속에도 인간의 섬뜩함이 숨어 있습니다.

 

도플갱어 현상은 현재는 신비주의의 현상으로까지 확대 이해되고 있습니다.

미스터리의 하나로 간주되기도 하구요.

자신의 분신, 또 다른 도플갱어를 만나게 되는 사람은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고도 하고, 그 현상에 대한 많은 사례가 알려지고 있기도 합니다.

혹 도플갱어를 만나게 되면 말을 걸면 안 된다고 하네요.

어쩌면  살아남을 수도 있을지 모르니까요...(약간 공포스럽죠?)

인간에 대한, 자기 자신에 대한 데자뷰 현상을  직접 목격하게 된다면....

memento mori.....

이 책을 읽으면서 이 말를 떠 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 Remember! You must die!!!"


주제 사라마구...

제가 이곳에 꼭 소개하고 싶었던 작가 중 한 분입니다.....

이 분의 책을 읽을 때의 주의 사항 하나!

문단이라는 게 없습니다.

첫장부터 마지막 까지 빽빽하고 알찬 책을(?) 만나실 수 있답니다.

그래서 주의 깊게 읽지 않으면 같은 줄을 몇 번이고 계속 반복해서 읽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된다는....
어쩐지 제자리 걸음을 걷는 것도 같고, 같은 곳을 뱅뱅 돌고 있는 그런 느낌...

인간에 대한 혼란,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의도하는 의식적인 문단 형태는 아니였을까  추측성 판단을 하게 만드는 묘한 책입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08. 12. 21. 21:35


내겐 그렇다.
책들이 가득한 곳이 바로 판타지아.
나의 영원한 이상향.



눈 오는 오후
영풍 문고 다녀오다.
책 앞의 사람들...
뒷 모습까지도 정겹다.



소설 부문 베스트 셀러 목록을 보다.
와~~~
주제 사라마구의 책이 2위를 할 수도 있구나..
영화의 영향력이라고 해도.
다행스럽고 즐겁다.


시 부문 베스트 셀러도 살짝 살펴보고...


비소설 부문은 역시...
미국 역사를 새롭게 쓸 버락 오바마의 책이 올라와 있다.
그와 관련된 책이 서가에 그야말로 쫙~~~ 깔려 있다.
(사실 나 역시도 그가 참 궁금하다)


국내 베스트 셀러 작가들의
짧은 말들...
다른 곳에서 만났으면
어색했을텐데.... ^^


가끔 궁금하다.
김 훈님은 <밥벌이의 지겨움>을 정말 느꼈을까? ^^


이제 고인이 되어
더 이상, 어떠한 글도
발표하지 못 할 이청준 님의 말까지...


신경숙...
지금 참 행복하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에게서 엄마를 불러냈으니까....


출입구 쪽에선
신경숙의 책과 관련해서
이벤트를 벌이고 있었다.
트리를 장식하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엽서들..


엄마에게 보내는 엽서...



그냥 맘이 촉촉해졌다.
서점 안이 엄마 품 같은 느낌...
편안하고 따뜻한 온기.


요즘 한창 빠져있는
내 환상의 일등 공신
르 클레지오의 책들...
순간 욕심쟁이가 되고도 싶었는데... ^^


폴 오스터..
당신 여기서 만나니 정말 반가워요~~~


한국 문단의 국민 어머니 박완서님....
당신이 잉태한 자식들이 여기 가득하네요.
당신 속으로 난 자식들은,
어쩐지 따뜻하고 다정해...
한 번씩 쓰다듬게 된다는 거 아세요?



기욤 뮈소...
한국에 꼭 와보고 싶어지겠어요.
이렇게 당신 책이 사랑받고 있으니...
어쩐지 셈이 나네요.



순간 철렁한 느낌.
<아름다운 마무리>라...
솔직히 고백하면 아직은 못 할 것 같다.
법정 스님의 맘 속 처럼 그렇게 청명하고 고요할 자신...
아직은 없으니까...


이쁜 카드들도
축복을 써 줄 누군가을 기다리고 있고.


2009년 열심히 준비하고 계획하라고
다이어리들이 말을 건다.
글쎄...
정말 그래야만 하겠지!!!


거대한 환상의 보고을 뒤로 하고..
그 환상의 조각 3개를 품고 돌아오다.
벌써부터 맘이 설래는 건...
책들이 일제히 말을 거는 듯.
음....
지금부터는 오직 선택의 시간.
This is the moment~~~~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8. 12. 21. 10:55

  <엄마를 부탁해> -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그녀가 낸 작품들은 모조리 읽었습니다.

하다못해 산문집까지도...

제게 있어 신경숙은 질투의 대상이이기도 했고, 동경의 대상이기도 했고, 그리고 실망의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결국은 그녀만의 독특한 감성과 글쓰기에 얼추 젖어버렸다고 할까요?

하지만 분명한 건 지금의 제 느낌들이 작가로서의 그녀에 대한 종착역은 결단코 아닐 거라는 사실입니다.


이 사람...

평범한 일상을 너무 아프게 써 어느 날은 혼자 화가 났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면은... 나를 들여다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뜨끔한 자괴함과 부끄러운 속내를 들킴에 대한 막무가내의 억지였던 건 같네요.

“풍금이 있던 자리”

가령 그녀의 글쓰기는 그렇습니다.

풍금이 있는 자리가 아니라 풍금이 있던 자리인 거죠.

화자가 바로 <나>여야 하는 이야기를 그녀는 <당신>으로 바꿔놓습니다.

그녀의 모태 신앙 같은 도시 정읍, 그리고 차마 분명한 이름조차 갖지 못한 체 등장하는 이니셜의 인물들...

게다가 대화조차도 문장부호 없이 그대로 써버리는 당혹감...

<리진>이라는 소설을 통해서 잠깐 다른 방식의 글쓰기를 시도했던 그녀가 다시 초기작으로 돌아왔네요.

지극히 “신경숙다운” 소설과 함께요...


철들기 시작한 딸들 중 “엄마”라는 이름에 가슴 아프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요?

이 책은 모태로부터 시작된 자식들의 원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총 5장으로 되어 있는 이 책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엄마를 잃어버린지 일주일째다”.....

지독한 두통과 점점 잃어가는 기억들, 수시로 찾아오는 통증을 숨기고 노부부는 자식이 있는 서울로 올라옵니다.

예전의 우리네 아버지들의 발걸음.

아내와 같은 속도로 함께 나란히 걸어가는 게 마치 무슨 대단한 흉이라는 되는 냥 성큼성큼 앞서 갑니다.

자식들의 마중을 마다하고 지하철을 탄 남편의 등골이 순간 오싹합니다.

글조차 읽지 못하는 그 아내가 열차를 타지 못했던 거죠.

성급히 남편은 남영역에서 되집어 전철을 타고 서울역으로 향합니다.

그러나 아내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렇게 4명의 다 큰 자식들은 속수무책으로 어미를 잃습니다.

 

각각의 장은 큰딸, 맏아들,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 다시 큰딸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큰딸의 이야기는 “너(2인칭)”의 시점으로, 맏아들의 이야기는 “그(3인칭)”의 시점으로, 아버지의 이야기는 “당신(2인칭)”의 시점으로, 그리고 어머니의 이야기는 “나(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엄마를 찾는 전단지를 만들기 위해 모인 가족들은 서로에게 긁힌 상처를 드러내며 새로운 상처를 만듭니다.

그들에게 던져진 화두 두 가지!

“엄마는 어떤 사람이었나?”

“엄마가 홀로 남겨지고 있을 때 나는 무엇을 했는가?”

이제 그들은 전단지를 보고 연락한 내용을 따라 엄마를 찾아 헤맵니다.

그들이 찾아간 곳은 예전에 그들의 첫 직장이 있었던 곳이고, 본인 명의의 첫 집을 장만했던 곳 등, 모두 그네들의 흔적이 스친 곳이기도 합니다.

엄마는 정말 그 곳을 다녀갔던 걸까요?

파란 슬리퍼에 뼈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상한 발을 끌고...


우리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엄마에겐 사연이 없다고... 엄만 그냥 처음부터 엄마일 뿐이라고...

어쩌면 이해할 마음조차도 미처 갖지 못할 만큼 자식으로서의 이기심이 너무 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엄마에게도 돌아가 편히 쉬고 싶은 집이 있었을 테고, 그리고 그 엄마에게도 무릎을 베고 누우면 다독여 줄 엄마가 일평생 필요했을 거라는 걸, 우리는 정말 알고 있었을까요???

그런 엄마가 어느 날, 우리들에게 말합니다.

“나는 이제 갈란다... 잘 있으시오”


엄마를 잃어버린 지, 9개월째...

작가인 큰딸은 이탈리아 성 베드로 성당에 들어와 있습니다.

그녀는 그 곳에서 여동생의 편지를 떠올리며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상 앞에 섭니다.

“....... 엄마는 엄마가 할 수 없는 일까지도 다 해내며 살았던 것 같아. 그러느라 엄마는 텅텅 비어갔던 거야. 나는 엄마처럼 못 사는데 엄마라고 그렇게 살고 싶었을까?......”
감히 누가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을까요?

“엄마니까....엄마란 다 그런 존재니까....”

저는 죽어도 이렇게 말 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소리조차 죽이며 흐느꼈던 내 어미의 아픈 통곡과 내 손을 붙잡고 놓지 않던 내 어미의 거친 손이 지금 저를 여기에 있게 했으니까요...

결국,

이 책은 또 제 이야기이기도 한 셈이네요.


피에타 상...

죽은 예수를 품에 안고 고통과 절망의 순간을 이겨내고 있는 성모 마리아.

어미의 무릎, 제 2의 모태 속에서 아들은 드디어 평온을 맞이합니다.

어미의 손길이 스치기만 하면 이제 모든 고통과 절망은 사라져 흔적도 없어질 테죠.

비로소 모든 잃은 생명 또한 비옥해져 싹이 틀 것이며 자라나 열매를 맺게 될 겁니다.

내 어머니...

어미의 생명은 그렇게 나에게로 옮겨옵니다.....

아무래도 저는 이제 제 자신에게도 말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엄마를 부탁해...” 라고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상>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