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책거리2008. 12. 12. 06:32

<5백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 - 조용헌


 5백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


이 책은 한 네 번쯤 읽은 것 같아요.

뭐랄까. 읽으면 읽을수록 진국이 스며드는 느낌이랄까!!

오래 묵은 빛깔 좋고 향 좋은 장 같은 느낌...

이 책은 우리 병원 도서관에서 처음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가끔 대출해서 읽고 있는 책 중에 한 권이고, 지금 현재도 제가 대출해서 가지고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의 특별함은...

명문가(名門家)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해 준다는 점에 있습니다.

흔히 지금의 명문가는 재산의 정도에 의해 평가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많은데 4백, 5백년 동안 명문가라는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도덕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상하게 우리나라에는 “노블리스”의 개념이 “럭셔리”의 개념으로 이어지면서 졸부들의 부티크 문화 형태를 띄고 있긴 하지만, 그 진정한 의미는 상류층(지적이든, 물적이든)의 도덕적 의무감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이탈리아가 문화의 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도 거상 메디치가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듯이 우리나라도 그에 못지 않은 명문가가 있다는 건 참 어깨 으쓱한 일입니다.

메디치가가 이탈리아 정부에 가문 대대로 모아온 문화제, 예술품을 기증하면서 단 한 푼도 받지 않았다는 걸 아시나요? 조건은 단 하나였다고 합니다.

“절대로 이 문화제를 다른 나라에 반출시키지 말 것”이라는 조건...

이쯤되면 그냥 거상이라고 하기에 너무 민망하지 않을까요?


이 책에는 그런 우리나라 명문가 15곳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먼저, 경주 최부잣집.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달성한 집안입니다.

어릴 때 어르신들이 “경주 최부잣집 재산이라도 못 남아 나겠다”라는 말을 하셨었는데 그땐 그게 무슨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인 줄 알았었습니다. 뭐 신화나 전설처럼요...

그런데 실제로 12대동안 만석의 재산을 유지한 유일한 우리나라 거부라고 하네요.

그러면서도 흉년에는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가풍이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흉년기에 논밭을 사는 일도 금지했구요.

심지어 재산이 만석이 넘어가면 무조건 사회에 환원했다고 합니다. 그 당시에 사회 환원 방법은 소작료를 낮추는 거였다네요. 그래서 소작인들은 최부잣집 재산이 늘어나는 걸 오히려 반가워했다고 하니 요즘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은 부분입니다.

결국은 그 모든 재산을 전부 영남대에 기부하고 지금은 필부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선조에 대한 자부심이 허뜬 삶을 살 수 없게 한다고 후손들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명문이라는 건 그런 것 같아요.

재산이 아니라 자부심과 자긍심을 후손에게 남겨주는 거...

그런가 하면 하인들에게 쉴 수 있는 정자를 마련해준 가문도 있고, 재산이 아닌 지식을 남기기 위해 “인수문고”라는 문중 문고를 만들어 최고의 민간 아카데미를 만든 남평 문씨 문중도 나옵니다.

말로만 듣던 3년 시묘살이(부모가 사망했을 때 3년 동안 무덤 옆에 초막을 짓고 생활하는 것)를 직접 시행한 예산 이씨, 5대째 걸출한 화가를 배출하고 있는 양천 허씨 문중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더 신기하게 다가오는 것은,

“풍수”라는 사상이 그냥 허투루 생긴 게 아니구나 하는 겁니다.

책의 저자는 풍수에 관계해서 이 명문가들의 고택들을 해석하고 있는데요, 풍수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도 어느 정도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떠어떠한 지형은 구도자가 많이 나오는 지형이고, 어떤 지형은 문필가가 나오는 지형, 또 어떤 지형은 예술가가 나오는 지형이 있는데 정말 거짓말처럼 몇 대를 이어 그런 자손들이 나옵니다.

뭐 풍수라는 게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고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될 수도 있겠지만 어찌됐든 좋은 풀이로 고택들을 조망한 게 솔솔한 재미를 줍니다.

그리고 멋진 고택들을 찍은 흑백사진들이 참 아늑한 느낌을 갖게 합니다.

찾아가 보고 싶다는 유혹이 느껴질 만큼요...

그러면서 종가나, 명성 있는 고택을 보전하고 유지한다는 건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습니다.

저와는 하등 관계없는 문중들이라지만 그 존재들이 사라지는 게 참 안타깝고 씁쓸하네요.

진정한 명문가란 “고택을 유지하는 가문이다”라고 말한 작가의 심정이 이해가 됩니다.

멋진 옛집들을 보면 “아~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라고 꿈꿨었는데...

그 말의 현실이 얼마나 힘들고 고된 일인지 알고 나서는 함부러 이런 말을 꺼내기가 송구스럽기까지 하네요.


혹 여러분들도 명문가를 꿈꾸시나요?

지금까지의 운명을 바꿔 진정한 명문가로 거듭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말씀드릴까요?

4가지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① 적선(積善)     ② 명찰(明察)     ③ 풍수(風嗽)   ④ 다독(多讀)


위 방법들에서 제가 노려봄직한 것은 역시 ④번 하나밖에 없네요.

그런데 참 기분 좋은 일 아닙니까?

다독이 운명을 바꿔 명문가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니...
다...독...이...라...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8. 12. 2. 13:04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 김혜남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오늘은 간단히 소개할께요.

이미 많은 분들이 보시기도 했겠고, 아마도 제목이라도 한번쯤은 들어본 책일거라 생각합니다.

어떤 느낌의 책일거라 생각되세요????

여성의 심리를 해석한 책? 아니면 심리한 입문서? 아니면 심리학을 빗댄 처세서???

책의 매력이라는 건 제목만으로는 알 수 없다는 겁니다.

약간 그 내용을 감지할 수도 있겠지만 그 책장을 열고 실제 내 눈으로 한줄 한줄 따라 가지 않으면 그 안의 본격적인 내용을 알 수 없죠.

때론 제목에 배신을 당하기도 하지만 제목이 내용보다 앞서는 경우도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책이요????

꼭 포커 페이스 같은 책이에요. 그것도 꽤나 흥미로운... ^^

약간 빗나가는 이야기도 한 번 해 볼까요?

서른 살....

어떻게 생각하세요???

스무살 때, 전 서른이란 나이는 나에겐 결단코, 기필코, 반드시, 무슨 일이 있어도.... 차마 오지 않을 거라 확신했습니다.

스물이 바라본 서른은 이미 “늙은이(?)” 같았거든요. (서른에 대한 생각을 스물에 하게 된 것도 책 때문이었네요..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김영미 시집....^^)

그런데 서른이 됐을 때....

알게 됐습니다. 이제 마흔이 오겠구나, 하는 걸...

참 재미있죠???

조금은 느끼게 된 거죠.

나이가 공포스러운 게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공포스럽다는 걸요...

제가 생각하는 “서른”은 그래요.

침묵같은 공포를 깨야 하는 시기라고...

“나 지금 떨고있니?”라고 내 두려움을 주위에 대놓고 확인사살 할 수 도 없고, 그렇다고 “내가 다 해결해줄게.. 걱정마!” 그렇게 호기를 부리기엔 세상이 무서울 건 너무나 잘 알고....

어쩌면 10대의 사춘기때보다 더 어설픈 나이 때문에 더 많이 힘든 “제 2의 사춘기”같다고 할까요???

(그래도 10대는 반항의 시기라는 닉네임이라도 있쟎아요. 서른에 그러면 "저 인간 왜 저래?", "나이는 어디로 먹은 거야?"  뭐, 기껏 이런 소리 듣는 게 그나마 최상의 표현이겠죠.)


기본적으로 저란 사람은...

책이 나오는 책들은 그저 맹목적으로 사랑스럽습니다.

단지 많은 책들은 내게 소개해 준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기꺼이 사랑스럽죠.

이 책도 그래요.

제겐 심리학 책이라는 느낌보다는 지은이 개인적인 느낌책이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자신이 읽었던 책들, 그리고 봤던 영화들을 가벼운 심리학이라는 색다른 옷을 입혀 소개하고 있죠.

이런 책들을 보면,

내가 읽었던, 내가 봤던 영화들을 다른 사람은 어떻게 느꼈는지를 몰래 들여다보고 있다는 왠지 모를 짜릿함도 느껴집니다.

공감과 반감을 왔다갔다 하는 재미도 솔솔하구요...

가끔 궁금할 때가 있쟎아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봤을까? 읽었을까? 느꼈을까?

그건 꼭 비교나 내 이해도에 대한 점검를 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다른 형태의 공유를 소망하는 것처럼 저겐 느껴집니다.

그래서 이런 느낌의 책...

좋아요. 무엇보다도 무작정 따뜻한 것 같아...

오늘은요!

딱히 어떤 책을 소개한다는 의미보다는,

느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개인적인 질문 하나...
"마흔살은 심리학에게 어떻게 물을 까요?"
 

Feel So Good~~~~~!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