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책거리2009. 1. 7. 06:26

<책도둑 1,2> - 마커스 주삭

책도둑. 1

이 책은 슬픈 책입니다.
너무나 슬퍼서 잠깐 읽는 사람의 모든 것을 멈추게 만들어 버릴 만큼요.
<전쟁> 그 낯설고 아득한 세계에 대한 이야기..
그러나 너무나 천진하고 아름다워서 설핏 나도 모르게 전쟁을 꿈꾸게 만들기도 하고, 그러다 몸서리를 치며 악몽 속에서 깨어나 누가 들을까봐 목소리를 죽여 가며 울게 만드는 내용입니다.
절대로 내 울음을 누가 훔쳐보게 해서는 안 되는...

여기, 이야기를 시작하는 사람, 아니 뭔가가 있습니다.

바로 죽음의 신입니다.
전쟁으로 인해 과도한 노동에 시달리는 '나'는 인간 세상에서 일어나는 온갖 색깔의 변화를 냄새로 음미하면서 가끔 세상에 대한 한 눈 팔기를 통해 작업의 고단함을 잠시 잊기도 합니다. 어느 날 기차 안에서 한 소년의 영혼을 품에 안다 9살짜리 소녀(소년의 누나)를 만나게 되죠.
그 소녀가 바로 우리의 책도둑... 그녀입니다.

주인공 소녀의 이름은 리젤. 남동생을 하얗게 얼어붙은 땅에 묻은 리젤은 친어머니와도 헤어지고 양부모 밑에서 새롭게 생활합니다.(동생의 차가운 무덤 속에서 그녀는 책도둑의 첫 번째 책을 갖습니다)
극악스럽고 항상 욕을 달고 사는 양어머니 로자 후버만과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칠쟁이 양아버지 한스 후버만, 그리고 마라토너 제시 오언스를 너무나 찬양하는 나머지 얼굴에 숯칠을 하고 온동네를 뛰어 다니던 유일한 친구 루니 슈타이너, 그리고 그들의 지하실에 잠시 숨겨 두었던 유태인 막스 판덴부르크..
그리고 그녀에게 책을 훔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준 시장 부인까지...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생생하며 그리고 정말 삶을 위하여 한 순간도 최선을 다하지 않은 순간이 없는 그런 사람들입니다.
정직하게 아름다우며, 아름답게 즐거워하며, 즐거워하면서 서로 은밀히 소통을 나누는 너무나 평범하고 소박한 정말이지 딱 우리네 같은 사람들입니다.

굶주림..

우리는 이 책에서 또 다른 이유의 굶주림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소녀가 책을 훔치는 이유였던(그런데 솔직히 훔친다는 인상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굶주림. 너무나 간절한 책을 읽고 싶다는  굶주림...
소녀는 전쟁 중에도 책과 과자가 놓여있는 탁자에서 아무 망설임 없이 오로지 책만을 집어 들고 나옵니다.
리젤이 읽은 책 속의 활자는 고스란히 말이 되고 그리고 모든 것들을 향한 소통이 되죠.
소녀는 책을 얻기도 하고 그리고 한 사람씩 사랑하는 사람을 잃기도 합니다.
그건 책과 사람의 교환도 아니고 죽음의 신에 의한 거래나 잘못에 대한 댓가도 아닙니다.
그건 단지 전쟁이라는 상황... 그것 때문이었죠.
죽음의 신도 개입하지 못하는 전쟁의 상황.
오히려 죽음의 신은 이 상황이 신물이 납니다. 그래서 시작된 한 눈 팔기의 상대가 리젤이 됐고 우리는 분명 죽음의 신이 화자인 책에서 리젤의 시선으로 세상을 만나게 됩니다.
마치 리젤의 일기를 들여다 보고 있다는 느낌...
결코 일기 형식으로 쓰여진 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책에서 일기를 읽고 있다는 은밀함과 비밀스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글 중간 중간 나오는 그림도 그리고 막스가 지은 책(리젤의 생일 선물도 건네진)에서도 모두 일기를 보고 있다는 착각을 갖게 하죠.
실제로 이 책은 안네의 일기와 비슷한 평가를 받고도 있습니다.
숨겨준 자와, 숨겨진 자의 차이라고 할까요.

작가 마커스 주삭은 나치 독일을 체험한 부모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모티브(끌려가는 유대인의 행렬에 몰래 빵을 주는 장면)로 삼아 이 소설을 썼다고 합니다.
1868년생 작가가, 소위 새파랗게 젊은 놈이 자신이 겪어 보지도 않는 전쟁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 낼 수 있다니...
책의 내용보다 이 작가가 더 무섭다는 생각까지 들게 했습니다.
어쩌면 그는 천재일지도 모른다는 부러운 생각까지 어쩔 수 없이 들게 만들었습니다.
이 책은 살아남음에 대한 소설이 아닙니다.
그러나 살아남음에 대해서, 그래서 살아가야 함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이지 저 또한,
어딘가에서 책도둑으로 다시 살아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음을 고백하게 되네요...

보너스 팁...

역시나 이 소설도 지금 미국에서 영화로 제작되고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 책을 번역한 번역가 정영목님에 대해서도 한 마디..
현재 가장 활발한 활동하는 영미문학 번역가로 <눈먼 자들의 도시>(정영목의 첫 번재 번역작입니다), <눈뜬 자들의 도시>, 그리고 알랭 드 보통의 거의 모든 작품들이 이 번역가의 손을 통해 우리나라에 소개됐죠.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3인의 번역가 중 한 명입니다.(정영목, 이난아, 양억관)
일부러라도 이 분이 번역한 책들은 놓치지 않고 찾아보는 편입니다.
거의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해 주고, 그리고 문학적인 표현이나 유머러스한 표현까지도 놓치지 않고 그대로 문장 속에 스며들게 하는 번역가죠.
그래서 이 분이 번역한 책은 일단 기본 그 이상은 된다고 생각하셔도 무방합니다.
혹 관심이 있는 분들은 도서관에 있는 알랭 드 보통의 책들을 읽어 보시면 이 번역가의 또 다른 장점과 매력을 느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참고로 멋진 프랑스 작가 알랭 드 보통의 책들도 찾아 읽어 보시라 권해드리면서,
이상 달동네 책거리였습니다. ^^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1. 5. 23:01

주목받은 젊은 작가

김영하 - <빛의 제국> 
 

빛의 제국
 

김영하...

1968년생 작가로 재미있고, 특이한 소설을 발표해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파리에서도 작품들이 번역돼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입니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엘리베이터에 낀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오빠가 돌아왔다>, <검은꽃>, <빛의 제국>, <퀴즈쇼> (.... 제목들도 범상치 않은 느낌이지 않습니까? ^^)
제가 읽은 김영하의 소설들입니다.
열거한 책들 중에서 흥미롭지 않은 책은 단 한권도 없었답니다,


<빛의 제국>은 간단히 말하자면 남한에 내려와 오랜 시간 살아가고 있는 고정간첩에 관한 내용입니다.
아예 작가는 시작부터 주인공이 간첩이라는 사실을 드러내 놓고 있습니다.
사실 이렇게 처음부터 밝혀놓고 이야기를 어떻게  끌어나갈 지 궁금증 반, 의구심 반이 들기도 했구요.
21세기에 간첩 이야기라니....
어쩌면 뻔한 내용일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거고, 혹은 사상과 관련된 조금은 고리타분한 내용이 아닐지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은 이념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되어버린 한 남자의 그야말로 이야기 같은 시간들의 연속입니다.
이미 고정선이 끊겨져 북한에서도 잊혀 졌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던 한 남자에게 갑자기 복귀하라는 명령이 떨어집니다.(그것도 스펨 메일 형태로... 참 기막히지 않습니까?)


주인공의 직업은 자본주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영화 산업, 그것도 수입영화 배급사의 사장입니다.
늘 야한 동영상에 미쳐 있는 위성곤이란 직원을 둔 사장님이시죠.(별 활약도 없는 이 직원에게도 주목해주세요--->왤까요~~~~?)
그의 아내 장마리는 수입 자동차 딜러고 주인공과의 사이에서의 딸 현미는 벌써 중학생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아내는 연하라고 하기에는 심하게 민망한 21살 대학생 애인까지 두고 있는 그야말로 대단한 여성이기도 하죠.
물론 가족들은 그가 고정간첩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합니다.

이 남자의 삶과 이름은 두 개로 분리 되어 있고 그리고 정확히 각각의 삶의 절반씩을 각각 완전히 다른 이념의 세계 속에서 완벽하게 분리하여 살아 왔습니다.
평양외국어대 영어과를 나온 김성훈이라는 북한 엘리트 청년은 비밀스럽고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21년의 북한의 생을 뒤로 하고 남한으로 넘어오게 됩니다. 그리고 나머지 21년은 김기영이라는 이름으로 완벽히 위조된 인생을 이곳 대한민국에서 완벽하게 수행하며 살고 있었죠,
아마도 이쯤 되면 본인의 정체성도 심한 혼돈과 괴리를 겪게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주위 여건들의 이런 복잡성에 복잡성을 더해줍니다.

세상에 완벽한 비밀이 존재할까요?
나를 지우는 작업이 정말 가능하고 할 수 있는 일일까요?
혹시 지금의 나 역시도 또 다른 나를 살고 있는 건 아닐까요?
가만히 살펴보면 모두가 필사적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그 속에 분리된 삶을 옮겨다 놓는다면.....
그리고 다시 그 삶을 또 옮겨 놓으라고 한다면....

간첩이 되는 첫 번째 조건이 뭔지 혹시 아세요? (^^;;)
그건 매력을 없애고 따분해지라는 겁니다.
분명 그 곳에 있었는데, 그리고 내가 알고 있던 사람이 맞긴 하는데 일부러 떠올리려고 하면 할수록 점점 더얼굴이 희미해지는 사람...
혹시 떠오르는 사람이 있으세요?
어떠세요?
그 사람 얼굴이 기억나시나요?
기억나지 않는다면.... 혹시..... (^^)

보너스 팁 하나!
그의  최신작 <퀴즈쇼>를 뮤지컬로 만든다고 하네요.
얼마전까지 간간히 소식이 들렸는데 지금은 좀 잠잠한 것 같기도 하고...
(가능할까 싶기도 하고.... 뭐 딱히 불가능하지도 않겠지만....)
<퀴즈쇼>, 요 책도 정말 물건이라는 사실을 추가적으로 알려드리며 싶어 사족을 달았습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8. 12. 31. 06:30

<멋진 신세계> -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지난주에 이상하게도 제가 읽은 책들 속에서 오래 전에 읽었던 이 책을 여러 번 만났습니다.(기억에 무려 3번씩이나...)

참 신기하죠? (아마도 제게 또 말을 걸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예전에 이 책을 읽었을 때 맨 처음 느꼈던 건, 올더스 헉슬리는 천재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세상에 나오는 모든 미래소설과, 미래영화는 모두 이 책에 경의를 표해야 한다고 저 역시도 생각합니다.

이 책이요... 1932년 발표된 소설입니다.

그런데 지금 읽어도 대단하다 싶을 만큼 완벽하게 미스터리한 미래적(?)인 글이고 그리고 그만큼 대단히 매력적인 글입니다.(적어도 저에겐)

이런 글을 1930년대 쓸 수 있었던 사람이라면 과히 평범하고 순탄하지 않게 살았으리라 짐작하게 됩니다. 이 사람의 사망일조차도 존. F. 케너디의 사망일과 같은 날이라 그의 명성에 비해 사망의 기사는 묻혀 버렸다고 하네요.

이 사람은 영화, 그것도 SF 영화를 만드는 사람에게는 위대한 꿈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터미네이터>, <블레이드 러너>, <데몰리션 맨>, <에일리언>, <AI>, 심지어 <X맨>을 비롯한 지금 세상에 나와 있는 온갖 “맨”들에 이르기까지 이 소설의 영향을 받지 않은 영화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지난 20여년 동안 이 소설의 영화 판권을 따내기 위해 그렇게 고분분투했다고 하는데 드디어 판권을 따내 차기작으로 지금 비밀리에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을 만큼 이 책의 내용은 영화인에게도 꿈, 그 자체의 작품이죠.

사실 저도 무척이나 기대하고 있답니다.

최고의 SF 영화 <블레이드 러너>를 아주 인상 깊게 봤었거든요.

이 영화는 개봉 당시 너무 앞서가는 내용이라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가 몇 년이 지난 뒤 마니아들의 성원에 의해 재편집의 과정을 거쳐 재개봉하는 이변을 만들어 내기까지 했습니다.

인디아나 존스로 지금은 너무도 유명해진 “헤리슨 포드”가 주연(무척 젊은 시절의 그를 만날 수 있습니다)이었던 인간과 인조인간과의 사투, 그리고 사랑...(절대로 절대로 공상과학적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아름답고 슬프기까지 합니다) 심지어 과히 충격적인 영상과 내용이 아직까지 제 기억에 살아있습니다.

전 원편과 재개봉된 두 편을 모두 봤습니다.

음.... 좋았습니다. 신기했고 그리고 두려웠습니다.

또 다른 형태의 공포심을 느끼게 하는 영화였죠.


올더스 헉슬리...

영국의 소설가이자 평론가인 헉슬리는 해박한 지식(제가 꿈꾸는 유토피아적인 인간의 모습이죠^^)과 날카로운 위트, 명석하고 지적인 문체로 유명한 작가입니다. 현실의 다양한 가치가 혼돈 속에서 인간 존재 자체를 완전 분해, 해체하는 과정을 실험적으로 작품 속에서 보여 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사람입니다.(천재 확실하죠?)

모든 세계가 철저히 계획되고, 삶 자체가 공장에서 찍어내듯 공산품화 되어 규격화 되어 있다면...

그 세계에서 정해진 계급 하에 배양되듯 인간이 탄생되고 길러지고 있다면...

그리고 그게 자신의 위치인 냥 말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인간들을 보게 된다면...


여기,

어느 누구도 불행하지 않은 시대가 있습니다.

이곳에는 아픔이나 배고픔 같은 육체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외로움이나 슬픔 같은 정신적인 고통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느 것 하나 부족하지 않고 원하는 모두와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곳, 죽음마저 감미로운 멋진 신세계.

이곳에서 태어나는 사람들은 알파, 베타, 감마, 델타 그리고 엡실론까지 다섯 가지 계급으로 나뉘어 시험관 안에서 자기 계급에 맞게 배양되어 태어납니다.

필요에 의해서 똑같은 일을 하도록 만들어진 수십 명의 쌍둥이들. 그들은 정해진 운명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사회에 순종하면서 자신의 현재 위치가 다른 누구보다도 행복하다고 느끼도록 교육받았고 실제 그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태어나기 전부터 수면학습이나 전기 자극 등을 통해 몇 백 번씩 반복하여 학습된 그 내용 그대로요.

어떤 의미에선 그들은 완벽한 유토피아적인 시대를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모란 상스러운 단어이며 사랑이란 해서는 안 되는 금지된 행위인 이 멋진 신세계.

이곳에 세 명의 다른 사람이 있습니다.

알파계급으로 태어났지만 태아과정 중 하층계급의 실수로 열등한 체형이 된 '버나드'.

알파계급에서 유난히 지적능력이 뛰어나게 된 '엘름홀츠'.

그리고 야만인 세상에서 어머니와 함께 이 곳으로 온 '존'.

다른 사람들과 달랐기에 그래서 그들과 어울릴 수 없었던 세 사람.

결국 셋은 뿔뿔이 흩어져 각자에게 맞는 지역으로 추방을 당하게 됩니다..

심지어 존은 자신이 불행해질 수 있는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기까지 합니다.

불행해질 권리라......

그러나 그런 자유마저도 허용 받지 못한 존이 최후에 선택한 자유는 자살이라는 극단이었습니다.

그것만이 유일하게 그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자유의지였기에...

고통 속에서도 행복을 찾길 원했던 유일한 “인간” 존의 마지막 자유의지...

불행해질 권리마저도 거부당한 존의 세상을 향한 마지막 몸짓이 과연 그의 영혼에 평온한 자유를 안겨 줄 수 있었을까요?

그의 죽음이 무의미했다고 누가 감히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모두 유토피아를 꿈꿉니다. 현실적인 유토피아든, 생각의 유토피아든 말이죠.

모든 이들이 행복을 누리는 사회, 아니 그게 아니라도 나 혼자만이라도 행복을 느끼겠다는  그런 극단적인 이기주의 유토피아일지라도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꿈꾸게 됩니다.

비록 유토피아가 환상과 거짓으로 버무려진 한 순간의 신기루에 불과하다 할지라도요.

그게 다름 아닌 내가 꿈꾸는 것이기에 세상 그 무엇보다 절실하며 현실적일 수 있는 거죠.


이 소설은 포드사가 T형 자동차를 생산해낸 1908년을 기원 1년으로 하여 AF 632년 즉 AD 2540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세계에서 포드는 기독교의 예수와 같은 존재이기도 하죠. 마치 종말론에 복종하는 사이비 종교 같은 느낌마저 드는 것도 딱 지금의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십자가의 가장 윗부분을 뺀 T를 형상화하고 예배시간엔 “곧 오실 그분의 강림을 위하여” 성배를 들고, “우리가 죽으면 보다 큰 삶이 시작된다”는 영생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 또한 현재의 사이비 종교의 그것들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1932년 그 시대에 이런 글을 쓸 수 있었다는 거...

물론 작가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미래사회의 한 단면을 예측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일부는 이미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현대의 모습이 그대로 적나라하고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섬뜩함마저 느끼게 됩니다. 열 가지 우울병을 치료한다는 소마는 고통을 피하기 위해 마약에 취해 쾌락으로 도망치는 현재의 모습과도 판막이죠.


생명공학 기술의 발달은 놀라운 속도로 인간 복제 기술을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질 좋은 난자가 거액에 매매되고 복제인간 탄생도 현실로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 (실제로 어딘가에서 복제된 인간이 살고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그 실험이 계속 진화(?)하게 되면 언젠가 알파계급이 독점적 위치를 누리기 위해 수백만명의 일란성 쌍생아로 이루어진 보카노프스키 계급을 만들어 낼지도 혹 모르겠습니다.

그런 세계가 만약 당신의 현실이라면....

당신은 뭐라고 이름 붙이고 싶으신가요?

혹시.... <멋진 신세계>...

우리는 이런 세계를 정말 꿈꾸고 있는 건 아닐까요????

혹 아니라면....

조심하세요.

돌연변이를 제거하기 위해 당신 등 뒤에 누군가 서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8. 12. 28. 19:38

<눈먼 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




인간의 공포심과 잔혹함, 그 인간성의 바닥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단언컨대, 제가 아는 최고의 공포소설입니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보다도 더 공포스럽게 다가오죠. 헉슬리가 말한 세계는 그래도 SF적인 요소가 있어 “에이 설마...”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데 이 소설은 그냥 그 자체가 정말 너무나 현실로 다가와 사람을 섬뜩하게 만듭니다.

3년 전이네요.

“주제 사라마구”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게...

처음 친구에게서 이 사람의 이름을 들었을 때, 일본 사람인가? 했더랬습니다.

1922년 포르투갈 출생으로 아직까지 건장하게 활동하고 있는 몇 안 되는 대가 중의 한 분입니다. 1998년 95번째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하구요.

2008년에도 자국에서 <작은 기억들>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판했네요. 9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끊임없이 작품을 써내려가고 있는 그가 사실 더 공포스럽긴 합니다.

지난달 드디어 이 원작을 토대로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죠.

감독 페르난도 메이렐러스는 원작을 조금도 훼손시키지 않고 그대로 살리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고 하네요.

그는 주제 사라마구 단 한 사람을 위해 포르투갈로 직접 날아가 특별 시사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 주제 사라마구가 오랫동안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동영상을 통해 우연히 보게 됐는데 제 가슴까지 찡해졌었습니다.

대가에 대한 깊은 헌사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 작품이 영화화 된다고 했을 때, 정말 가능해? 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만들겠다는 거지?

설마 원작에 상처를 주게 되는 건 아닐까?

특별한 느낌을 갖게 한 책에 대한 걱정과 우려. 그리고 그냥 책으로 남겨두면 안 되나...하는 개인적인 바램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결론은 정말 괜찮은 영화가 만들어졌더라구요...

(저, 개봉하는 날 냉큼 달려가 봤습니다. ^^)


주제 사라마구의 작품은 읽은 이를 긴장하게 만들기로 유명합니다.

소설 속에 쓰이는 문장 부호도 오로지 마침표와 쉼표뿐입니다. 대화나 독백 같은 대사조차 따로 구분해서 쓰지 않고 그대로 계속 문장 안에 포함시켜 버리죠. 그래서 처음엔 당혹스런 느낌마저 갖게 됩니다.

익숙하지 않은 것들은 만날 때 느끼는 불편감이라고 할까요?

지금은...

그러한 문단 자체가 작가의 의도를 해석하는 하나의 포인터였다는 걸 이해하게 됐습니다.

그의 글을 읽을 때 긴장하지 않고 읽는다면 아마도 대번에 책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기 쉬울 겁니다.

읽는 사람의 몸도 마음도 송두리째 몰입도록 이끌기에 그의 이름 앞에 대가라는 수식어가 붙게 된 건 아닐지......(솔직히 작가에게 끌려 다니는 것도 등장인물들에게 끌려 다니는 것  만큼이나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어느 날,

사람들이 하나 둘씩 아무 이유도 없이 눈이 멀게 됩니다.

“백색 공포”가 도시 전체를 뒤덮게 되죠.

정부는 급기야 그 사람들을 따로 격리하고 관리하기로 결정합니다.

여기에 눈이 멀지 않은 한 여자가 있습니다. 그 여자는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을 겁니다. 어차피 나도 곧 남편처럼 감염될 테니까......

이곳에서 여자는 눈이 먼 사람들의 모든 눈이 되어 생활합니다.

도무지 약자와 강자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인간의 탐욕은 장하게도 강자와 약자의 권력을 명확히(?) 분리해냅니다. 게다가 어떠한 저항도 하지 못한 체 새로운 권력이 휘두르는 잣대에 그대로 따르게까지 되죠.

“먹을 것을 원한다면 당신들의 여자를 바쳐라”... 도대체 이런 상황에 성이라는 요소가 끼어들 자리가 과연 있는 걸까요? 그런데 정답은 어이없게도 “그렇다!”는 사실입니다.

눈 먼 남편들은, 애인들은 그들의 눈 먼 여자들을 줄 세워 보냅니다.

그리고 눈 먼 그녀들이 몸으로 얻어 온 음식물을 그들의 목 안으로 삼키죠.

아마도 그 순간, 그 곳의 사람들은 그들의 눈에 이어 그들의 입(말)조차도 잃은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슬아슬하게 유지됐던 균형감이 왠지 깨지는 소리가 들리네요.

상황이든, 사람이든, 뭐든 달라지겠구나 하는 예감...

예감은 적중합니다.

수용소에 불이 나고 눈 먼 사람들은 거리로 쏟아집니다.

아무도 그들을 제지하지도 돌아가라고 명령하지도 않습니다.

이미 그들 세상 모두가 “백색 공포”에 감염된 상태였으니까요.

거리는 온통 끔찍한 형상으로 변해 있습니다. 아무도 보지 않기에 대소변을 아무 곳에서나 보고. 질서는 무너지고 도시는 쓰레기와 똥, 오줌으로 뒤덮입니다.

차라리 인류 심판의 날처럼 느껴지기까지 하네요.

행렬이라는 거, 줄이라는 거, 이 책에서는 마치 생명줄의 연장선처럼 보입니다.

단 한 명의 눈에 의지해 서로의 어깨를 잡고 함께 걸어가는 사람들.

그들에게 세상을 사는 방법은 단 사람에 의지해서이고, 그들의 생명도 또한 단 한 사람에 의해서만 계속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들에겐 절대자, 즉 구세주가 되는 셈이죠.

눈 먼 무리들을 이끌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그들을 위해 먹을 것을 구해오고 더러운 몸을 씻기고, 옷을 세탁합니다.

힘들었겠죠, 지치고 그리고 그만두고 싶지 않았을까요? 아마도 그녀는...


이유 없이 눈이 멀었던 것처럼,

다시 이유 없이 한 사람씩 시력을 회복하게 됩니다.

읽는 사람도 공황 상태로 몰고 갈 만큼 갑작스런 상황이라 조금 당혹스럽기까지 합니다.

눈이 보이게 된 사람들 중간에 서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던 그녀는 눈이 일시적으로 하얗게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갑작스런 공포로 이제 내 차례인가 중얼거리는 그녀의 눈 속에 도시는 다행히 그 모습 그대로 보여집니다.

이 모든 끔찍한 것들을 오로지 혼자서만 보고 경험한 그녀가 말합니다.

...... 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눈은 멀었지만 본다는 건가.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 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그녀가 말하고 싶었던 건...

그들의 눈을 멀게 만든 그들 내부에 있는 이름 없는 뭔가에 대해서였을 겁니다.

그 뭔가는 바로 우리 자신이죠.

다행히 그들은, 아니 우리는 회복됐습니다.

그러나 누군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요?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거라고......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8. 12. 26. 06:03

<도플갱어> - 주제 사라마구


 
 


 

 

 

 

 

 

 

 

 

주제 사라마구는 1922년 포르투칼에서 태어나 현재까지 생존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1998년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현존하는 몇 안 되는 대가중에 한 분이시죠.

저는 <눈 먼 자들의 도시>란 책을 통해 이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했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눈 뜬 자들이 도시>까지 열심히 찾아 읽는 얼치기 팬이 된 상태입니다.

얼마전엔 <동굴>까지 찾아 읽었고 지금은 새로운 책을 읽을 준비를 하고 있답니다 ^^

도플갱어는 주제 사라마구가 84세의 나이로 쓴 소설로 작가를 몰랐다면 아마 젊은 사람이 썼다고 생각할 만큼 신선하고 특별합니다..

(우리 병원 도서관에 구비되어 있답니다 ^^)

* 참고로 주제 사라마구의 대표작 3권(눈 먼 자들의 도시, 도플갱어, 동굴)을 인간에 대한 3부작이라고 합니다


도플갱어...

독일어로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자'라는 뜻으로 더블(분신 복제)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도플갱어는 '또 하나의 자신'을 만나는 현상인데 현대 정신의학 용어로는 오토스카파(자기상 환시)라고 하네요.

이 세상에 나와 똑같은 존재가(본인도 모르게 헤어진 쌍둥이 이야기 절대 아닙니다) 어딘가에 살고 있다면... 그리고 그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인구 500만의 대도시에 거주하는 중학교 역사교사 테르툴리아노 막시모 아폰소는 어느 날, 동료교사의 추천으로 비디오 한 편을 빌려보다 자신의 5년 전 모습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 영화에 나오는 걸 발견하게 되고, 하나하나 그 사람을 찾아내는 과정을 거치면서 드디어 서로를 대면하게 되죠,

팔뚝의 점, 후천적으로 생긴 흉터까지도 꼭 닮은 외모, 거기에다 목소리와 지문까지 똑같은 두 사람의 존재는 서로에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동이자 공포일 수 있습니다.

이젠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두 사람의 싸움은 각자의 배우자와 연인들, 그리고 가족들까지도 얽히게 됩니다.

이 둘은 결국 서로의 자리를 바꾸게 되고(그 상황이라는 게... 서로에 대한 책망, 분노, 그리고 어쩌면 조금은 끔찍한 쾌락까지도 포함된) 그 상황에서 한 명이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자...

세상엔 이 둘이 서로 바뀐 사실을 아무도 모릅니다.(나중에 어머니가 알게 되긴 하지만 그 사실 자체가 비극입니다)

이제 어떻게 될까요?

산 자가 죽은 자로 행세하며 여생을 마쳐야 하는 상황...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은 아무렇지 않은 듯, 그냥 스쳐지나가듯 인간의 잔인함과 섬뜩함을 느끼게 만듭니다.

그러나 그 섬뜩함 뒤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생각과 과거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그것도 결코 강요된 교훈이 아닌 파고 드는 느낌으로...

혹 이 책을 읽고 이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 보고 싶은 분들은...

<눈 먼 자들의 도시>를 적극 권해드립니다.

어떤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단 한 명만 빼고 이유도 없이 눈이 멀어 갑니다. 다수의 눈 먼 사람들의 공포와 단 한명의 눈 뜬 사람의 공포로 전개되는 이야기...

그 속에도 인간의 섬뜩함이 숨어 있습니다.

 

도플갱어 현상은 현재는 신비주의의 현상으로까지 확대 이해되고 있습니다.

미스터리의 하나로 간주되기도 하구요.

자신의 분신, 또 다른 도플갱어를 만나게 되는 사람은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고도 하고, 그 현상에 대한 많은 사례가 알려지고 있기도 합니다.

혹 도플갱어를 만나게 되면 말을 걸면 안 된다고 하네요.

어쩌면  살아남을 수도 있을지 모르니까요...(약간 공포스럽죠?)

인간에 대한, 자기 자신에 대한 데자뷰 현상을  직접 목격하게 된다면....

memento mori.....

이 책을 읽으면서 이 말를 떠 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 Remember! You must die!!!"


주제 사라마구...

제가 이곳에 꼭 소개하고 싶었던 작가 중 한 분입니다.....

이 분의 책을 읽을 때의 주의 사항 하나!

문단이라는 게 없습니다.

첫장부터 마지막 까지 빽빽하고 알찬 책을(?) 만나실 수 있답니다.

그래서 주의 깊게 읽지 않으면 같은 줄을 몇 번이고 계속 반복해서 읽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된다는....
어쩐지 제자리 걸음을 걷는 것도 같고, 같은 곳을 뱅뱅 돌고 있는 그런 느낌...

인간에 대한 혼란,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의도하는 의식적인 문단 형태는 아니였을까  추측성 판단을 하게 만드는 묘한 책입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8. 12. 12. 06:32

<5백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 - 조용헌


 5백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


이 책은 한 네 번쯤 읽은 것 같아요.

뭐랄까. 읽으면 읽을수록 진국이 스며드는 느낌이랄까!!

오래 묵은 빛깔 좋고 향 좋은 장 같은 느낌...

이 책은 우리 병원 도서관에서 처음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가끔 대출해서 읽고 있는 책 중에 한 권이고, 지금 현재도 제가 대출해서 가지고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의 특별함은...

명문가(名門家)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해 준다는 점에 있습니다.

흔히 지금의 명문가는 재산의 정도에 의해 평가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많은데 4백, 5백년 동안 명문가라는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도덕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상하게 우리나라에는 “노블리스”의 개념이 “럭셔리”의 개념으로 이어지면서 졸부들의 부티크 문화 형태를 띄고 있긴 하지만, 그 진정한 의미는 상류층(지적이든, 물적이든)의 도덕적 의무감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이탈리아가 문화의 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도 거상 메디치가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듯이 우리나라도 그에 못지 않은 명문가가 있다는 건 참 어깨 으쓱한 일입니다.

메디치가가 이탈리아 정부에 가문 대대로 모아온 문화제, 예술품을 기증하면서 단 한 푼도 받지 않았다는 걸 아시나요? 조건은 단 하나였다고 합니다.

“절대로 이 문화제를 다른 나라에 반출시키지 말 것”이라는 조건...

이쯤되면 그냥 거상이라고 하기에 너무 민망하지 않을까요?


이 책에는 그런 우리나라 명문가 15곳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먼저, 경주 최부잣집.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달성한 집안입니다.

어릴 때 어르신들이 “경주 최부잣집 재산이라도 못 남아 나겠다”라는 말을 하셨었는데 그땐 그게 무슨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인 줄 알았었습니다. 뭐 신화나 전설처럼요...

그런데 실제로 12대동안 만석의 재산을 유지한 유일한 우리나라 거부라고 하네요.

그러면서도 흉년에는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가풍이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흉년기에 논밭을 사는 일도 금지했구요.

심지어 재산이 만석이 넘어가면 무조건 사회에 환원했다고 합니다. 그 당시에 사회 환원 방법은 소작료를 낮추는 거였다네요. 그래서 소작인들은 최부잣집 재산이 늘어나는 걸 오히려 반가워했다고 하니 요즘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은 부분입니다.

결국은 그 모든 재산을 전부 영남대에 기부하고 지금은 필부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선조에 대한 자부심이 허뜬 삶을 살 수 없게 한다고 후손들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명문이라는 건 그런 것 같아요.

재산이 아니라 자부심과 자긍심을 후손에게 남겨주는 거...

그런가 하면 하인들에게 쉴 수 있는 정자를 마련해준 가문도 있고, 재산이 아닌 지식을 남기기 위해 “인수문고”라는 문중 문고를 만들어 최고의 민간 아카데미를 만든 남평 문씨 문중도 나옵니다.

말로만 듣던 3년 시묘살이(부모가 사망했을 때 3년 동안 무덤 옆에 초막을 짓고 생활하는 것)를 직접 시행한 예산 이씨, 5대째 걸출한 화가를 배출하고 있는 양천 허씨 문중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더 신기하게 다가오는 것은,

“풍수”라는 사상이 그냥 허투루 생긴 게 아니구나 하는 겁니다.

책의 저자는 풍수에 관계해서 이 명문가들의 고택들을 해석하고 있는데요, 풍수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도 어느 정도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떠어떠한 지형은 구도자가 많이 나오는 지형이고, 어떤 지형은 문필가가 나오는 지형, 또 어떤 지형은 예술가가 나오는 지형이 있는데 정말 거짓말처럼 몇 대를 이어 그런 자손들이 나옵니다.

뭐 풍수라는 게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고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될 수도 있겠지만 어찌됐든 좋은 풀이로 고택들을 조망한 게 솔솔한 재미를 줍니다.

그리고 멋진 고택들을 찍은 흑백사진들이 참 아늑한 느낌을 갖게 합니다.

찾아가 보고 싶다는 유혹이 느껴질 만큼요...

그러면서 종가나, 명성 있는 고택을 보전하고 유지한다는 건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습니다.

저와는 하등 관계없는 문중들이라지만 그 존재들이 사라지는 게 참 안타깝고 씁쓸하네요.

진정한 명문가란 “고택을 유지하는 가문이다”라고 말한 작가의 심정이 이해가 됩니다.

멋진 옛집들을 보면 “아~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라고 꿈꿨었는데...

그 말의 현실이 얼마나 힘들고 고된 일인지 알고 나서는 함부러 이런 말을 꺼내기가 송구스럽기까지 하네요.


혹 여러분들도 명문가를 꿈꾸시나요?

지금까지의 운명을 바꿔 진정한 명문가로 거듭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말씀드릴까요?

4가지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① 적선(積善)     ② 명찰(明察)     ③ 풍수(風嗽)   ④ 다독(多讀)


위 방법들에서 제가 노려봄직한 것은 역시 ④번 하나밖에 없네요.

그런데 참 기분 좋은 일 아닙니까?

다독이 운명을 바꿔 명문가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니...
다...독...이...라...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08. 11. 28. 22:58
2008. 11. 28.
블로그를 시작하다..
아직은 서툴고 모르는 게 많지만,
그래도 발자취를 남기면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조금은 보이지 않을까?
<달동네 책거리>...
블로그가 아니긴 하지만 벌써 40편의 책을 소개했다.
처음 시작은 근무하는 병원(미즈메디) 인터넷 게시판에 매주 1편의 책을 소개하는 나 혼자만의 즐거움이었는데,
제법 애독자가 몇 분 생겨 인사를 듣게도 된다.
읽는 즐거움과 쓰는 즐거움을 함께 갖을 수 있게 힘을 주는 분들,
비록 적지만 그 분들 덕분에 매주 1편의 글을을 40회 동안 올릴 수 있었다.
(당신들이 나한테 당근과 채찍이었다는 거 아세요? ^^)

<당신은 천사를 만난 적이 있나요..>
내가 하고 있는 일과 관련해서 사랑스런 태아들의 초음파 모습을 담아 봤다.
고백컨데....
나는 매일 매일 많은 천사를 만나 이야기 한다.
그 작은 배 안에 아기 천사를 품고 있는 엄마 천사들...
태아의 건강 상태와 기형 유무를 검사하는 내 직업때문에
나는 진심으로 매일 행복하다.

엄마의 배 안에서,
모든 사랑을 안고 성장하는 이쁜 태아들이...
태어나 더 큰 사랑을 받고 클 수 있기를...
그래서 더 큰 사랑을 줄 수 있는 그런 따뜻한 어른이 되어 주길...

나는 매일 태아들에게 사랑을 배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