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끄적 끄적...2010. 3. 30. 06:23
얼마전에 그는 다시 활동을 하겠노라며 대중들 앞에 나섰다.
조카들을 키우다보니 교육비와 양육비가 문제가 되더라면서
그리고 조카들에게 삼촌이 원래 뭘 하던 사람이었는지 실제로 보여주고 싶었노라고...
그 기사 속의 그의 표정은 어두웠다.
조카들과 사이판을 다녀왔다며, 그래서 검게 탔노라며 그가 말했었다.
그런데 그의 얼굴빛은 햇빛에 그을린 것 뿐만은 아니었다.
그의 기자회견 사진을 보면서 동료에게 말했었다.
"최진영, 너무 어둡다. 예전이랑 너무 많이 달라졌네. 기분이 좀 이상해..."
어쩌면 솔직히 하고 싶었던 말은 더 불길한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함부러 말하지 못했던 건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기자회견 당시 최진영 모습>

어제 갑작스런 그의 자살 소식을 들었다.
1년 5개월 전 최진실의 자살 소식만큼이나 아니 오히려 더 믿어지지 않는다.
약물 과다 복용이라는 이야기도 들렸고.
누나처럼 목을 맸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우울증이 심했다는 이야기도...
그리고 작년에 이미 고인이 된 누나 생일에 자살시도를 해 위세척을 받았다는 이야기까지...
어느 것이 진실이든,
이 모든 건 다 불공평하고 그리고 다 잔인하다.
그는 뭐가 두려워 자신이 지키겠노라 다짐했던 어린 조카들마저 잊었을까?
엄마의 죽음에 이어, 아빠같고 엄마같던 삼촌의 죽음까지 감당하기엔
두 조카가 너무 어리다.
그리고 두 자식을 나란히 앞서 보낸 어미의 심정은...
그건 어떤 말로도 표현될 수 없다. 도저히 그럴 수 없다.
어미의 삶은 이제 어떻게 될까?



누군가는  베르테르 효과를 걱정한다.
어쩌면 최진영 자살이 또 하나의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가 되어
또 다른 베르테르를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억지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만약에 초계함 "천안함" 침몰 사건이 없었다면 최진영은 여전히 세상 속에 살아있지 않았을까?
비록 끔찍하게 힘들고 지독히 외로운 삶이라 할지라도...
한 사건이 다른 한 사건을 일으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는 말콤 그래드웰의 티핑 포인트.
46명의 건장한 청년의 생존 여부는 
조카들을 향해 아버지가 될 것을 다짐한 한 청년을 다시 동생의 자리로 되돌리게 했다.
애타게 무사귀환을 기다리는 천안함 실종자들의 가족을 보면서
그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그의 삶의 동반자일 수밖에 없는 누나를 간절히 떠올랐는지도...



"우울(Depression)"
"지친다… 사람이라는 것에 지치고, 살아온 것들에 지치고…
 이런 나 때문에 지친다"

최진영은 자신의 홈피에 이런 글을 남겼다.
이게 마지막 흔적이 된 셈인가?
마흔의 그에게도 자신의 삶이 버거웠던가?
누나의 갑작스런 죽음과 남겨진 조카들,
누나의 유골함 도난,
연예생활 복귀의 두려움
그리고 가장으로서의 책무...
그가 이 모든 것이 힘들고 괴로워 극단의 방법을 선택한 것이라고 믿고 싶지는 않다.
모든 자살은 결국 우발적인 행위가 아니던가?
그는 진심으로 누나가 필요했으리라.
진심으로 누나의 보호와 도움이 간절했으리라...



지금쯤 그는 그렇게 보고 싶었던 누나와 재회했을까?
어쩌면 피눈물을 흘리며 등을 돌리고 있을 누나 최진실 앞에 긴긴 용서를 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가 더 이상은 불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시 동생이 되기로 한 그의 결정이
비록 백만번 옳지 않은 결정이었다고해도
그에게도, 그의 가족들에게도 더 이상 "왜?"를 묻지는 말자.
그저 이제 누나를 만났겠노라고...
그렇게 그리워했던 부모같은 누나를 다시 만났겠노라고...
가슴을 다독이며 다시 행복해지라고
그렇게 말하고 싶다.



참 이쁘고 절절하고 남달랐던 누나와 동생.
이제 같이 함께 있어 다행이라고...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0. 3. 29. 08:55
나도 이렇게 가슴이 아프고 절망적인데
그 가족들의 심정은 어떨까?
너무 젊은 생명들이기에...
생떼같은 자식을 실종자 명단에 올리고 부모와 가족의 가슴은
이제 죽음보다 더 깊은 상태이리라.
왜 이런일이 지치지도 않고 일어날까?
실종자 46명 모두 아무 이상 없이 그대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침몰 당시 해군의 주장과 해경 목격자의 주장이 너무나 다르다.
해군은 뭘 숨기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들은 지금 이 모든 진상을 알기가 두려운건가?
믿어지지 않아서라고, 그래서 망설였다고 차라리 그렇게 말했더라면...
실종된 70분의 행적에 46명의 생존이 달려있을지도 모르는데...
그 생명 앞에 해군은 뭘 망설였고 지금 뭘 숨기고 있는걸까?



길이 88m에 1,200톤급 초계함 "천안함"의 승조원은 104명.
거대한 초계함의 침몰에 대해
누군가는 배의 노후도를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북한군의 어뢰 공격을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속초함의 오인 사격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또 다른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지금 원인을 따지고 논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건
단 한 생명이라도 구출하고 구해내햐 하는 건 아닐까?



46명의 젊은 생명들이 지금 열심히 믿고 기다리고 있을텐데...
구출은 오늘이 고비가 될 것이라고 한다.
생존 데드라인의 오늘 오후 7:00
"제발, 제발..."이라고 나는 주문처럼 되뇌인다.
오늘 아침 합동참모본부에서 함미일 가능성이 있는 선체를 발견했다는 발표를 했다.
가족들은 지금 그 함미가 신앙이고 희망이리라.
나 또한 그 함미의 신앙을 지금 간절히 믿고 있다..



추정된 함미 부분에서
젊은 생명 46명을 고스란히 가족과 만날 수 있기를...
지금 이 순간도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제발... 제발...
그들의 모든 걸 구하소서...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