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1. 4. 3. 22:31
한쪽에선 인문학이 붐이란다.
그리고 또 한쪽에선 인문학이 위기란다.
그런데 "인문학"이라는 게 뭐지?
고민의 시작은 이것부터 시작되야 할 것 같다.
책 속의 글을 옮겨본다.
"인문학은 생존의 필요조건인 공통의 가치관이자 문화이고 품격 있는 삶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여기서 품격이라는 단어는 참 품격없는 말이라서 빼버리자.
철학과 고전을 위시한 문학을 위른 언제부터 등지기 시작했을까?
사실은 한 달에 15 권 정도 책을 읽는 나조차도 인문학은 어렵고 힘든
그래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그런 분야다.


이미 3권까지 출판된 이 책은
KTV에서 방송된 인문학 프로그램 '인문학열전'을 책으로 역은 것이다.
일단, 신기할 정도로 아주 재미있고 흥미롭다.
문화평론가 김갑수의 사회로
학문, 교육, 종교, 윤리, 사랑, 문명, 생명 등
13편의 담론들을 그 분야 최고의 석학과 함께 풀어나가고 있다.
처음의 우려와는 다르게 무척 즐겁게 읽었고 나머지 2, 3권의 책들도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문학의 위기는 곧 한국 사회의 위기고 한국 학문의 위기와 직결된다.
개인적으로 이런 위기는,
철학없이 주위의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부모의 쓰나미같은 교육관과
형식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텅빈 학교교육의 파괴가 그 근본 이유라고 생각된다.
21세기는 인지문명의 시기이며 통합의 시대라는데
우리의 교육은 진정한 진보와 발전이 이루어지기가 참 어려운 것 같다.
경마장의 말처럼 눈을 가려 앞만 볼 수 있게 만들고 있어서...
학교 교육을 통해서 다중지능((multiple intelligence)을 획득할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선 IT(Information technology)와 BT(Biology technology)뿐만 아니라
RT(관계기술relationship technology)가 중요하다는데
우리는 관계맺는 방법에 대해서 무모할만큼 무지하다.
어쩌면 지식이라는 건 지금보다 더 많이 생물학적이 되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인문학은 생명체가되어
생장하고 번식하고, 선택되어 업그레이드 되어야 하며
종국에는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
그래, 딱 나무(木) 처럼...
나무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가지, 줄기, 뿌리 등 살아 있는 조직이 전체 몸의 5%밖에 안 된단다,
그러다 나무가 죽으면 살아 있는 세포가 45%로 늘어나게 된단다.
죽은 조직 안에 살아 있는 다른 생물들 때문에.
나무 전체가 수백 년을 사는 게 아니라 일부는 살아 있고 일부는 죽어 있는 상태로
그렇게 수백년을 공존한단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의 수령은 4,500 년이나 됐단다)
나무는, 그래서 그 자체가 서식지가 되는 생물이다.
인문학의 미래도 꼭 그래야 하지 않을까?


인문학은 윤리의 학문인지도 모르겠다.
책의 지적처럼 의무로서의 윤리, 의무 이상의 윤리로서 말이다.
doing만 중요한 이 시대에 being의 중요성과 의미를 묻는 인문학은
삶의 질과 더불어 앎의 질까지도 고민하게 만든다.

"삶의 질에는 물질적인 토대가 필요합니다. 돈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돈이 있다고 해서 삶의 질이 자동으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죠. 겉보다는 안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 인문학적 태도입니다. 그 '안'을 채우는 것은 돈이 아니라 삶의 의미, 가치, 아름다움, 목적 같음 무형의 자산입니다. 이 자산의 특징은 외적 운수 변동에 관계없이 평생을 줄지않는 재산이라는 점입니다. 돈은 있다가 없다가 하지만, 내적 자산은 한번 축적되면 없어지지 않습니다. 줄지도 쪼그라들지도 않아요, 그걸 '인문학적 진보'이라 불러요."

많은 사람이 인문학적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거대한 권력을 행사하는 정부나 기업이
권력이나 감시의 '과잉'으로 내닫지는 못할 거란다.
정말 그럴까?
책을 읽고 나는 이 질문에 조금씩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러니 인문학이여!
좀 더 치열하고 처절하고 우리 삶 속으로 파고 들어라!
치열한 그대에게 나는 조금 더 기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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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8가지 지능
   모든 인간은 여덟 가지 지능을 타고난단다. 
   이 지능들이 서로 소통하고 결합하여, 고유한 능력을 지닌 어른으로 성장한다고...
   내가, 혹은 내 자녀가 이 중 어떤 지능에 탁월한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한 관건.

 언어 지능 (Linguistic Intelligence)  단어의 소리, 리듬, 의미에 대한 감수성이나
 언어 기능에 대한 민감성과 관련된 능력
 논리,수학 지능 (Logical-Mathematical Intelligence)  추상적 관계를 응용 판단하고,
 수와 논리적 사고를 사용하는 능력
 공간 지능 (Spatial Intelligence)  시공간적 세계를 정확하게 인자하며
 3차원 세계를 잘 변형시키는 능력
 신체,운동 지능 (Bodily-kinesthetic Intelligence)  운동 감각, 균형, 민첩성 등을 조절하는 능력
 음악 지능 (Musical Intelligence)  음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음에 대한 지각력,
 변별력, 변형 능력, 표현 능력
 대인관계 지능 (Interpersonal Intelligence)  다른 사람과 교류하고, 그들의 행동을 해석하는 능력
 자연친화 지능 (Naturalistic Intelligence)  자연현상에 대한 유형을 규정하고 분류하는 능력과
 주변 환경의 특성을 고려해 일을 처리하는 능력
 자기이해 지능 (Intrapersonal Intelligence)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인지적 능력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8. 27. 06:37
복잡하고 어려운 책이다.
제목에 끌려서 선택한 책인데 그야말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에바 일루즈의 유명한 강의를 정리한 책이라는데
아주 전문적이고 철학적인 문화비평서다.
대략의 의미를 파악하는데 문제가 없었지만
자세히 이해하기에는 아무래도 내 지적 능력이 한참은 부족해서...



감정 자본주의란,
감정 영역과 경제 영역이 상호 침투하는 문화란다.
정서가 경제행위의 본질이 되는 동시에 경제논리가 감정생활을 지배하게 되는 문화를 뜻한다.
이걸 가지고 정신분석학자, 철학자, 석학들의 연구들을 접목해가면서 온건하게(?) 비판하고 있는 책이다.
정서와 정신분석학적 구상은 노사관계와 생산성의 핵심에 놓인다는 말은 꽤 정확한 지적이다.
정서성의 언어와 생산적 효율성의 언어가 점점 뒤얽히게 되면서
서로가 서로의 구성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는 말은 나 역시 충분히 공감이 된다.
책 속에서 저자는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환경에서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기술로 "소통"을 꼽는다.
"소통"은 조율과 인정을 가르치는 기술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공존할 수 있는 감정 기술 이란다.
이 책에서 경제 영역이란
감정이 결여된 영역이 아니라 오히려 정서로 가득한 영역이라면서
감정지능(EI) 중요성을 역설한다.
감정지능이란,
사회지능의 한 유형으로 자기와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점검하고,
감정간의 차이를 식별하며, 이렇게 얻어진 정보를 활용해 자신의 사고와 행동을 결정하는 능력이다.
감정지능에 속하는 능력은 다섯 가지가 있는데
자기인식, 감정관리, 동기부여, 감정이입, 관계조율이 그것이다.
감정지능을 통해 사람들은 사회와 문화의 새로운 특징들을 가늠할 수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을 등급화할 새로운 방식들을 고안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현재의 자본주의를 "감정 자본주의"라 지칭할 수 있는 것이다.



본문의 내용이 다소 어려운 건 사실인데
인내심을 가지고 마지막 부분의 옮긴이(김정아) 후기까지 읽으면
어느 정도 정리를 할 수 있다.
감정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적 관계들은 탈육체와, 탈낭만화 경향을 보인단다.
저자가 원제로 채택한 "차가운 친밀성"이란 바로 이런 감정 자본주의 시대의 새로운 정서 형태이다.
에바 일루즈는 감정 자본주의의 최종적 판단의 근거로
"합리"가 아닌 "상식"을 내세우는데
개인적으론 명확하게 이해긴 어려운 논제다.
"합리"에만 맹종하게 되면 "초합리적인 바보"가 된다고 말하는데
이해는 되지만 확실히 어렵다.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심리학이나 철학적인 사고가 꼭 필요할 것 같다.
책을 읽다보면 (꼭 이 책이 아니더라도)
내가 이런 부분에 취약하다는 걸 절감하게 된다.
그러니... 나는 한참 멀었다.
넓게 읽어야 하는 건지, 깊게 읽어야 하는 건지,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딜레마에 빠졌다.
뻐.끈.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11. 5. 06:13
숙제처럼 읽었던 두 권의 책.
소모임에서 추천한 책이라 조금은 의무감에서 책을 폈다.
나라는 사람에게서 제일 부족한 것이
어쩌면 인문적 사고와 철학적 사고인지도 모르겠다.
매번 이런 책을 읽을 땐
왠지 뒤가 찜찜한 느낌...
뭔가 빙빙 돌려서 같은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을 앞에 두고 있는 것 같은 막막함.
이 사람에게 계속 질문을 해야 하는 건가?
아니면
알려주는 것만 고맙게 받아야 하는 건가?
사실은... 아직 선택을 하지 못했다.



<문학의 숲에서 리더의 길을 묻다>
8권의 소설 속 문제적 주인공들에게서 성공한 리더 혹은 성공하지 못한 리더의 모습을 찾고
그들의 이유와 특징을 꼽아준다.
소개된 8권의 책 중에서 내가 읽은 책은 단지 2권 뿐이다.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과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
내가 알지 못하는 주인공에 대한 분석은
홀로 막막했고 암담했다.
굳이 꼭 그 책들을 읽어야만 본문을 이해햘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어쩐지 수박의 겉만을 열심히 본 기분이다.
그 느낌은 살짝 참담했음도....



세상 모든 사람들은 전부 리더를 꿈꿀까?
아직도 리더의 자리는 소수의 선택받은 자의 자리일거라고
대부분의 사람은 생각한다.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을 어쩌면 평생 육화된 체험으로 이해하며 살지 못할지도...
리더의 삶은,
"긍정과 소통"의 깊이에 있는 건 아닐까?
예전에 학교다닐 때 배웠던 운동에너지 공식
" E=MC2 "
내가 생각하는 리더의 공식이다.
리더의 에너지는 질량 비례하고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
그들의 가진 지식과 소통의 정도에 비례하고 판단의 제곱에 비례한다...
그 값에 따라 타인에게 리더의 에너지가
명확히 전달되고 확산되어야 한다는 나는 생각한다.
에너지를 잃은 리더는 더이상 리더일 수 없다는 게 내 좁은 소견.
좀 억지스런 대입일까???
사실 아직 나는...
"리더의 길"보다 "문학의 숲"이 더 모호하고 난해하다.
그 끝나지 않는 신비감이 때론 날 지치게도 하고 기운차게도 한다.



<클루지>
독특하고 신선해서 처음엔 재미있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끝까지 그 느낌이 유지되지 않아 안타깝다.
인간의 "진화"라는 게
꼼꼼히 따지고 계획되어 합리적인 방향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
우연과 비합리, 불완전한 해결책에 의해 이루어졌단다
전적으로 클루지(kluge)스럽게...
결국 인간의 진화라는 것은 땜장이의 처지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그때 그때 자투리를 모야 조립한 것이 인간 진화의 진실이라고...
어쩐지 색동저고리를 바라보는 느낌이다.
이쁘고 귀엽긴한데,
이미 나이든 사람에게 입으라고 하면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다가오는 당혹감...



kluge : 어떤 문제에 대한 서툴거나 세련되지 않은(그러나 놀라울 만큼 효과적인) 해결책

우리의 신념은 변덕스런 기억에 의해 조종받은다.
우리의 기억은 클루지의 모음이며 그것의 단점은 신뢰성이다.
기억은 항상 기억하는 사람의 편의에 의해
왜곡되고 간섭되고 오염된다.
그리고 이것은 사건과 시간의 불일치까지 가져온다.
신념 = 기억 능력 + 추론 능력 + 지각 능력
결국 "신념"은
우리가 "참"이라고 아는 것이 아니라
"참"이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숱한 "클루지"을
다양한 방법으로 "통찰"함으로써 효과적인 "개선"을 배워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인간의 "진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결론내리면서도
자연과학의 인문적 해석은
역시나 어럽다... ^^

<클루지를 이겨내는 13가지 제안>

 1. 대안이 되는 가설들을 되도록 함께 고려하라.
 2. 문제의 틀을 다시 짜고 질문을 재구성하라.
 3. 상관관계가 곧 인과관계가 아님을 명심하라.
 4. 여러분이 가진 표본의 크기를 결코 잊지 마라.
 5. 자신의 충동을 미리 예상하고 앞서 결정하라.
 6. 막연히 목표만 정하지 말고 조건 계획을 세워라.
 7. 피로하거나 마음이 산란할 때는 되도록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마라.
 8. 언제나 이인과 비용을 비교 평가하라.
 9. 누군가가 여러분의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상상하라.
10. 자신에게 거리를 두어라.
11. 생생한 것, 개인적인 것, 일화적인 것을 경계하라.
12. 우물을 파되 한 우물를 파라.
13. 합리적으로 되려고 노력하라.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10. 12. 06:27
와~~
사람 미치도록 주눅들게 만드는 책.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치도록 사랑스러운 책
두 가지 감정 속에서 정신 못차리게 만드는
마력과 매력을 함께 가지 지독한 책을 만나다.



그 제목조차도 미치토록 황홀한 책.
호모 부커스 이권우의 서평집 <죽도록 책만 읽는>
이 한 권의 책 속에서
무려 100여권의 책을  만날 수 있는 행복감.
짧은 글이지만 참 많은 깊이와 재미를 담고 있다.
이 정도로 책을 소개할 수 있으려면
내공이 어느 정도 쌓여야 하는 거지?
묘한 시기심마저도 어쩔 수 없이 갖게 된다.



문학,  인문, 자연과학, 철학, 사상, 종교
생식과 번식, 천문에서 신화와 고전까지
심지어는 읽기와 쓰기의 부분까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부분은 광대하고 무한하다.
"비밀을 아는 순간 같은 마술가가 된다"고 했던가?
비밀을 전부 알게 된 건 물론 아니지만
어쩐지 마술사 옆의 어시스트라도 된 것 같다.
책을 읽는 동안 내 무지에 불편했고,
아직 한참은 책을 더 읽어야 하겠구나 좌절했고,
그리고 더불어 행복했다.
이 계절에 읽기에 딱 좋은 책이란 생각 ^^ 



 사랑이란, 두 사람의 공동 경험이다. 그러나 여기서 공동 경험이라 함은, 두 사람이 같은 경험을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랑을 주는 사람과 사랑을 받는 사람이 있지만, 두 사람은 완전히 별개의 세계에 속한다. 사랑을 받는 사람은 사랑을 주는 사람의 마음속에 오랜 시간에 걸쳐 조용히 쌓여온 사랑을 일깨우는 역할을 하는 것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그는 자신의 사랑이 고독한 것임을 영혼 깊숙이 느낀다..... 아주 이상하고 기이한 사람도 누군가의 마음에 사랑을 불지를 수 있다. 선한 사람이 폭력적이면서도 천한 사랑을 자극할 수도 있고, 의미 없는 말만 지껄이는 미치광이도, 주군가의 영혼 속에 부드럽고 순수한 목가를 깨울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떤 사랑이든지, 그 가치나 질은 오로지 사랑하는 사람 자신만이 결정할 수 있다.                                                                         - <슬픈 카페의 노래> 카슨 매컬러스



굳이 좋은 책이 무엇인가 정의한다면, 읽고 나서 지은이와 논쟁을 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책이라 할 수 있다. 굳이 무엇을 올해의 책으로 뽑아야 하는지 말해야 한다면, 우리 시대의 고민을 끌어안고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뜨거운’ 책이어야 한다고 할 수 있다. 

고작 책을 창 삼아 세상과 소통하려는 나 같은 사람은, 말하자면 관음증 환자에 불과하다. 책에 새겨진 다른 사람의 욕망을, 책장을 커튼 삼아 훔쳐보는 책벌레들.


본디 작가는 유목인이다. 한곳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곳을 향해 움직여야 한다. 뿌리내리는 자에게 예술혼은 깃들지 않는다.

이상하지?
나와 비슷한 표현과 감정들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묘한 기시감까지...
작가 이관우가 알게 된다면 식겁할지도 모르지만
어딘지 닮은 나를 본다.
그래선가?
이 책은 제목부터 낯설지 않다.
그리고 다 읽고 난 지금은 어느 부분 내 일기 같은 느낌도 든다.
재미있고 흥미롭다 이런 공감대.
"돞아보다"
아마도 이제 나도 그 세계 속에 들어가게 되려나 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토끼굴처럼
나를 다른 세상으로 이끄는 출입구가 되어 주다.
그래서 기꺼이 그 안으로 들어가기로 결정하다...
다행이다. 행복해서....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9. 14. 05:54
 <신> - 베르나르 베르베르




드디어 베르베르의 9년 동안의 역사가 끝이 났습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 3부작, 각각 2권씩 모두 6권의 이야기가 말이죠.

(1부 <우리는 신>, 2부 <신들의 숨결>, 3부 <신들의 신비>)

미카엘 팽송, 에즈몽 웰즈, 조제프 프르동... <개미>, <타나토노트>, <신들의 제국>, <신>으로 이어지는 주인공들의 오랜 여행도 이젠 정말 마지막이 된 셈입니다.

이 책은, 그러니까 지금까지의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썼던 책에 대한 완벽한 페러디이자 자신의 작품에 대한 스스로의 표절 내지는 블랙코메디라고 할 수 있겠네요.

거기에다 그리스 로마 신화와 불교의 석가모니, 그리고 성경의 모든 중요 모티브들까지 전부 포함하고 있는 집합체이자, 역사와 철학, 종교, 심지어는 심미주의적인 미학적 요소에 과학적 신비주의까지 갖추고 있는 그야말로 백과사전적 종합서적이라 할 만합니다. 

얼마 전 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우리나라를 방한했습니다.

한국에 완간된 소설 <신>의 100만부 출판을 기념하기 위해서라네요.

다음달에 프랑스에서 출판되는 신작에 대해서도 잠깐 이야기했는데 주인공 남자가 한국인 “김예빈”이라고 합니다. 그 이름은 한국에서 자신의 책을 지금까지 열심히 출판해낸 출판사 “열린책들” 사장의 아들 이름에서 따왔다고 하니 이것도 한국적 인연이라면 인연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한국을 "작가로서의 자신을 발견해준 나라"라고 말하며 고마워하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전 세계적으로 약 1천500만부 이상이 판매된 그의 책은 한국에서만 500만부 이상이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자국인 프랑스에서보다 동방의 작은 나라 한국에 오히려 더 많은 열혈독자를 가지고 있는 베르베르. 그의 상상력 무엇이 우리나라 사람들을 자극하고 열광하게 하는 걸까요?

문득 그의 작품이 매번 우리나라에서 성공할 때마다 궁금해집니다. 그게 도대체 뭔지가......


올림프스 산이 올려다 보이는 신들의 세계 “아에덴”

이곳에 144명의 신 후보생들이 모여 있습니다.

이들은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1호 지구를 모방한 18호 지구를 가지고 Y 게임이라는 걸 시작하려고 합니다. 오직 게임의 우승자 한 명에게만 더 높은 단계인 두 번째 산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죠.

각 경기 전에는 올림프스 12신들의 강의가 준비되어 있고, 강의 후에 후보생들은 실제로 자신들이 만들어낸 민족을 계속해서 진화, 발전시켜가면서 그 민족을 18호 지구 안에서 어떤 형태로든 살아 남겨야만 합니다.

탈락자는 가차 없이 신들의 세계에서 그대로 제외되고 사라져 버리죠.

어둠뿐인 18호 지구에 드디어 최초 생명체가 탄생됩니다. 그리고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도시 문명을 건설하고, 독창적인 영웅을 등장시켜 역사를 발전시키면 당연히 거기에 반대하는 저항세력에 의한 반란과 혁명이 시작되고, 세력 확장을 위한 국가들 간의 치열한 전쟁 또한 수반되는.......

1호 지구의 역사 그대로가 지금 18호 지구 안에서 반복되는 걸 보면서 우리는 깨닫습니다.

결국 인간이란 존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말이죠. 여러 번 다시 시작한다고 해도 결국은 똑같은 잘못을 매번 반복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며 그렇게 이어지는 잘못들은 바로 우리의 근원 깊은 곳에 프로그램화되어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을요.

바로 D.N.A의 형태로 말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는 다른 비밀 또한 숨겨져 있습니다.

D는 지배와 분열, 파괴의 힘을 N은 중성과 영, 무지향의 힘을 그리고 A는 협력과 융화, 사랑의 힘을 뜻하죠.

이 세 가지 힘에 의해 인간의 역사는 만들어지고, 문명이 발전되며, 지배력 확장을 위해 세계대전 같은 전쟁을 유발하게 된다는 진실...... 인간의 가장 내밀하고 복잡한 그 구조의 끝에 저장되어 끝없이 전해지고 있는 DNA.

그리고 숫자로 대변되는 세계들의 연속성,

1은 광물의 세계로 현실을, 2는 식물의 세계로 꿈을, 3은 동물의 세계로 소설, 4는 인간의 세계이자 영화, 5는 깨달은 인간의 세계이며 컴퓨터 속의 가상 세계, 6은 순수한 천사들의 세계, 7은 신들의 세계, 8은 무한한 신 제우스의 세계로 이어집니다.

이제 그들은 지금 그 제 9의 존재에 대한 조우만을 남겨두고 있네요.

그러나 Y 게임의 우승자만이 유일하게 두 번째 산을 올라 “9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모든 탐험들, 모든 수수께끼들을 풀면서 여기까지 올라온 미카엘은 과연 최후의 승자가 되어 “9의 존재”를 만나게 될까요?

대답은 “No!"입니다.

최종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미카엘은 최고의 신 제우스에게 몇 번의 재경기를 요청하고 그때 마다 번번이 패하고 되죠. 몇 번을 반복해도 우승자는 라울 라조르박에게 돌아갑니다.(과거 그가 인간이었을 때 죽음탐사대인 타나토노스 시절을 함께 했던 동료이죠)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그에게 벌이 내려집니다.

자신들이 지금까지 경기를 벌였던 18호 지구에 유배되는 형벌을요. 그것도 신 후보생의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불사의 존재로 말입니다.

이야기는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면서 (베르베르의 이야기 전개력이 그저 감탄스러울 뿐이죠.) 미카엘은 다시 신들의 세계로 돌아갑니다. 그로써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죠.

그러나 다시 돌아간 아에덴은 더 이상 신의 세계가 아니었습니다.

모든 것을 완전히 중단하라는 “9의 존재”의 명령에 따라 폐교를 선언한 제우스, 이제 더 이상 신들조차도 불사의 존재가 아닌 필사의 존재로 추락합니다. 평화롭던 신들의 세계는 혼란이 야기되고 당파가 생기더니 급기야 서로 죽이고 죽는 전쟁터로 변해버리고 맙니다.

다시 탐사대가 되어 5명의 탐사대와 함께 두 번째 산으로 오르는 미카엘.

드디어 만나게 된 “9의 존재”인 “어미니 은하”.

그리나 그들은 그곳에서 또 다른 “10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10의 존재 “아버지 우주”는 또 다른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고......

당연히 “11의 존재”일거라고 예상했던 우리는 여기서 잠시 당황합니다.

“11의 존재”가 아닌 “111”의 등장에...

제가 여기서 밝힐 수 있는 건 “111의 존재”가 어쨌든 끝이긴 하다는 겁니다.

“111”은 지금껏 지나왔던 숫자적인 세계의 해석이라기보다는 상징적인 의미이자 일종의 상형화된 기호라고 할 수 있습니다.

“111”과 비질을 하듯 좌우로 왔다갔다를 반복하는 커다란 눈.

이 세계의 창조와 종말을 결정하고 선택하는 유일무이한 “111의 존재”

당신은 뭐라고 생각되십니까?


독특한 시각과 상상력을 가진 베르나르 베르베르.

때로는 너무나 유치한 상상력으로 오히려 사람을 질리게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지적인 블랙 유머로 날카롭게 세상을 찔러대는 사람. 꽤나 박학다식하면서 더불어 다재다능하기도 한 사람.

매년 한 편씩의 작품을 쉼 없이 발표하는 그는 자신의 이런 왕성한 상상력과 창작력의 원천을 “불안”이라고 말합니다.

"저는 굉장히 예민한 사람입니다. 신문이나 TV를 통해 어떤 문제를 접할 때 늘 대응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지만, 행동으로는 나설 수가 없으니 글을 통해 문제의 해결책을 전하는 것입니다. 전 아마도 평생 차분해지지는 못할 것이고, 그것은 곧 계속 글을 써야한다는 뜻입니다. 출판해주는 사람, 읽는 사람이 없더라도 계속 글을 쓸 것입니다."

천상 글쟁이로 평생을 살아가겠다는 스스로에 대한 다짐기도 하네요.

그리고 그가 지금 한 말 속에는

“111의 존재”를 완성시키는 결정적인 단서도 하나 들어있습니다.

혹시 뭔지 찾으셨나요?

정.답.은?

Posted by Book끄-Book끄